10년 후 우리는, AI 로봇을 구독하다!

   
박재용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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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북스
   
15000
2025�� 01��



■ 책 소개


10년 후 우리는 어떤 세상을 살아갈까?
다양한 변화를 겪은 일상은 어떤 모습일까?

이 책은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전망하는 이야기다. 주인공 김기사는 인공지능이 탑재된 자율주행 트럭을 타고 협동 로봇과 함께 일하면서 기술이 어떻게 일상의 일부가 되는지 체험한다. 약간의 놀라움과 흥미를 유발하는 10년 후 우리 사회의 모습은 여러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저자는 단순히 과학기술의 진보를 예측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변화가 우리의 삶과 사회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성찰하게 만든다. 청소년부터 성인 독자까지 모두에게 다가올 미래를 준비할 통찰을 제공하며, 지금 우리가 상상하는 미래가 10년 후의 현실이 될 것임을 강조한다.

■ 저자 박재용
저자 박재용은 과학작가이다.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다가 그만둔 뒤 다른 분야의 일을 거쳐 현재 과학 분야 전업작가이다. 과학과 사회의 관계에 관한 생각, 과학이 바꾼 인류 역사, 기후 문제 등에 대한 글을 주로 쓰고 강연을 한다.

지속가능한 세상을 위한 청소년 시리즈 ‘통계 이야기’와 ‘처음 만나는 자폐’, EBS 다큐프라임 생명 40억 년의 비밀 시리즈 ‘멸종’, ‘짝짓기’, ‘경계’를 집필했다. 이 외에도 ‘과학이라는 헛소리 1, 2’, ‘녹색성장 말고 기후정의’, ‘일상을 바꾼 과학기술 이야기’ 등 성인 독자와 청소년을 위한 다수의 책을 썼다.
  
■ 차례
들어가며

1장 오래된 미래
- 생각과 지식의 확장: 지방소멸

2장 폐지를 주우며
- 생각과 지식의 확장: 노인빈곤

3장 인공지능이 보고 있다!
- 생각과 지식의 확장: 감시사회

4장 햇빛 보기가 하늘에 별 따기
- 생각과 지식의 확장: 기후위기의 책임
5장 계단 내려가 두 번째 문
- 생각과 지식의 확장: 노인돌봄 문제

6장 알리예프 아지즈
- 생각과 지식의 확장: 이주노동자

7장 러시아 바이러스
- 생각과 지식의 확장: 인수공통감염병

8장 갠지스강의 아이
- 생각과 지식의 확장: 기후난민

9장 “말라리아만 문제가 아냐”
- 생각과 지식의 확장: 한반도 아열대화

10장 노인과 어린이
- 생각과 지식의 확장: 인구감소

11장 이영식 후보
- 생각과 지식의 확장: 비정규직 문제

12장 빈집과 반지하
- 생각과 지식의 확장: 주거 문제

13장 구독이 힘들어!
- 생각과 지식의 확장: 구독경제

 




10년 후 우리는, AI 로봇을 구독하다!


오래된 미래

농사짓는 사람이 부쩍 줄었다. 한두 해 일이 아니고 몇십 년째 이어진 현상이다. 젊은 사람들은 농사지을 생각도 없다. 나도 그렇고. 농사짓는 분들은 나이 든 예전 분들인데, 이제 다들 은퇴할 나이가 되어 논이며 밭이며 놀리는 곳이 절반 넘는다고 한다.


그렇다고 농산물을 다 수입하는 것도 말이 안 되니 정부가 나섰다. 면마다 농협에서 회사를 만들었다. 할머니 고향에도 강지면 농업공사라는 회사가 생겼다. 회사가 하는 일은 은퇴한 분들 땅을 빌려 대신 농사를 짓는 거다. 하지만 회사를 만든다고 농사 지을 사람이 저절로 생기는 건 아니니 외국에서 농업노동자를 들여온다. 주로 동남아시아나 중앙아시아 사람들이다. 회사에서 한국인은 대표와 사무직 네댓 명뿐이고, 실제 농사를 짓는 이들은 모두 이주노동자다. 이들이 사는 숙소로 공동주택 한 동을 통째로 임대하고 있다.


공동주택은 가운데 사무 서비스구역 양쪽으로 두 동이 있는데 한 동에는 은퇴한 강지면 노인들이 살고, 나머지 한 동에는 이주 노동자들이 살고 있다. 대부분의 농촌지역 읍이나 면마다 이런 회사들이 들어섰고 이주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생각과 지식의 확장: 지방소멸

지금, 지방소멸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경우 광역시나 대도시는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전체적으로 극심한 인구감소를 겪고 있습니다. 특히 도시보다는 읍, 읍보다는 면으로 내려갈수록 더 심합니다. 2023년 기준 전국 115개 시군구가 소멸 위험 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감소 때문입니다. 뉴스에서 많이 다루듯이 우리나라 평균출산율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중 최하위로 2023년 이후 지속적으로 인구가 줄고 있으며 이는 2030년대에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두 번째로 농업인구의 감소 때문입니다. 읍이나 면 지역은 대부분 농업이나 어업 등 1차 산업이 가장 중요한 산업인데, 다른 산업보다 먼저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수익이 크지 않고 일은 힘드니 젊은 층이 찾지 않고 기존에 일하던 사람들은 계속 나이가 들기 때문이지요. 2023년 현재 농민 평균연령은 68세입니다. 65세 이상 농민이 절반 조금 넘습니다.


세 번째로 이렇게 인구가 줄면서 지역 교육환경이 열악해지기 때문입니다. 지방의 면은 웬만한 대도시 정도 면적인데 초등학교는 겨우 하나 있고 그마저도 1학년에서 6학년까지 전교생이 열 명에서 스무 명 남짓이에요. 그래서 아침마다 학교버스 서너 대를 동원해야 겨우 등교시간을 맞출 수 있습니다. 면 소재지 전체에 학생들 집이 흩어져 있어서 버스 한 대로 아이들을 태우러 다니려면 두 시간 넘게 걸리니까요. 학원을 다니려 해도 면 전체에 속셈학원 하나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니 자녀가 있는 젊은 층은 면보다는 읍, 읍보다는 인근 도시로 떠나게 됩니다.


이런 소멸 직전의 면 지역이 우리나라 곳곳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라남도에서 가장 인구수가 적은 면 열 곳의 인구수는 2,042명에서 2,268명 정도입니다. 웬만한 대도시만 한 면적에 겨우 2천 명 정도가 사는 거죠. 그중 65세 이상 인구비율은 모두 35% 이상이고, 75세 이상 비율은 대략 17%를 조금 넘습니다.


이렇게 되면 더 이상 마을 단위의 생활을 누리기 힘들죠. 모든 생활 서비스를 마을 단위로 제공하는 것이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많은데 교통수단도 제대로 제공되지 않고, 의료 체계를 갖추기도 힘듭니다. 두세 시간에 한 대 오는 버스를 타고 30분을 나가야 마트나 시장, 병원, 주민센터를 갈 수 있다면 얼마나 불편하고 힘들겠습니까?


또 지역 차원에서 교육 시스템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현재도 면 단위에 초등학교가 하나뿐인 곳이 많은데 전교생이 서너 명밖에 되지 않으면 그마저도 유지하기 힘들겠죠.


면 단위 인원이 줄어들면 기반 시설을 유지/보수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도로며 수도, 전기, 가스 등 삶에 필수적인 시설은 모두 유지와 보수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 비용에 비해 혜택받는 이들이 줄어든다면 유지/보수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10년 후, 지방소멸

현재 추세로 볼 때 10년 후 우리나라 지방소멸 문제는 더욱 심각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먼저 수도권과 지방 간 교육, 고용, 문화 등 격차로 인해 많은 젊은 층이 수도권으로 이주할 것입니다. 특히 지방 중소도시와 농어촌 지역의 청년인구 유출이 가속화되어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4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렇게 되면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지방 소재 기업들의 인력난이 가중되고, 지역경제가 위축될 것입니다. 이로 인해 지역 내 상권이 무너지고 각종 생활 인프라가 해체되면서 지역 공동체가 와해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지방 의료기관의 의사, 간호사 등 전문 인력 수급이 어려워지고 의료 서비스 공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지방 학교의 교사 수급 역시 어려워지고 교육의 질적 하락이 우려됩니다. 이는 또 지방에 남아 있는 젊은 층의 이탈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겠죠.


이에 대한 대책으로 농촌지역 1차 산업인 농업을 부흥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농촌에서 일하려는 사람이 없으니 이주노동자를 받는 방법이 실제로 연구되고 있죠. 현재도 면 단위에는 결혼이민 여성과 이주노동자가 전체 인구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 마을마다 빈집이 늘고 대부분 고령인구만 거주한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면이나 읍 단위로 이들이 집단으로 거주할 수 있는 시설을 짓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집단 시설이 갖추어지면 노인대학이나 공공의료기관 등 고령층에게 필수적인 각종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면이나 읍에서도 중심 지역 이외에는 공동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겠죠. 이에 대한 대책도 같이 세워야 합니다. 그리고 이주노동자 비중이 높아지면 서로 문화가 다른 이들 사이의 화학적 결합을 위한 정책도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인공지능이 보고 있다!

4년 전부터 CCTV 영상에 인공지능이 붙었다고 한다. 사람이 그 수많은 CCTV를 늘 직접 살피는 건 불가능하다. 그래서 사건이 생기면 해당 지역 CCTV 영상을 돌려보는 식으로 대응해 왔는데, 시급한 상황을 처리하는 데 문제가 많았다. 예를 들어 새벽에 어떤 사람이 자동차에 치였는데 운전자가 뺑소니를 쳤다고 가정해보자. 뺑소니를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자동차에 치인 사람 생명이 급박하다. 마침 지나가던 사람이 없다면 CCTV가 그 상황을 보고 있다 하더라도 치인 사람은 그냥 방치된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영상들을 모니터링한다면 말이 달라진다. 뺑소니가 발생하는 순간 이를 실시간으로 확인한 인공지능이 즉각 모니터링 요원에게 확인을 요구한다. 요원이 화면 확인 후 119와 경찰에게 연락을 취하면 바로 조치할 수 있다. 실제로 이런 상황이 한 달에 서너 건 이상 발생한다고 한다.


교통사고뿐만 아니다. 상점에 도둑이 드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새벽에 도둑이 들었는데 주인은 그걸 출근해서야 알 수 있다. 그 사이 도둑은 훔친 물건을 처리하고 잠적한 상황이다. 하지만 CCTV를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인공지능이 이상 기미를 발견하고 바로 조치를 취하면 도둑을 잡는 데 30분이면 충분하다. CCTV들이 도망치는 도둑의 동선을 계속 추적하고 이를 경찰에 알려주니 도둑을 잡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는다. 이런 일 말고도 CCTV를 인공지능이 실시간 감시하면서 치안 문제가 굉장히 빠르게 처리되고 더 큰 사고가 되는 걸 막은 사례가 한두 건이 아니다.


생각과 지식의 확장: 감시사회

지금, CCTV

딥러닝과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안면인식 기술의 정확도와 속도 또한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국내 기업과 연구기관들은 세계적 수준의 안면인식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고요. 주로 공항과 항만 등 출입국 관리 분야에서 안면인식 기술이 활용되는데,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범죄자 식별이나 실종자 찾기 등에도 안면인식 기술을 도입했습니다.


금융, 유통, 헬스케어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도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키오스크 등에는 안면인식 기능이 탑재되는 사례가 늘었고요. 안면인식 기술 활용이 확대되면서 개인정보 보호와 프라이버시 침해 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었는데, 이에 따라 안면정보보호법 제정,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등 관련 법/제도를 정비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외국에서도 CCTV 보급과 안면인식 시스템 적용 사례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공공장소와 상업시설에 CCTV가 광범위하게 설치되고 있고, 공항이나 국경 등에서는 안면인식 기술 도입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알고리즘 편향에 따른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죠. MIT와 스탠포드대학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상용화된 안면인식 시스템들은 흑인 여성의 경우 오류율이 34.7%에 달했으나, 백인 남성은 오류율이 0.8%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학습 데이터세트(data set)가 편향적이기 때문인데, 다수의 백인 남성 데이터에 비해 유색인종과 여성 데이터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또 18세 이하 청소년과 70세 이상 노인도 상대적으로 안면인식 정확도가 떨어지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이는 학습 데이터가 주로 청장년층에 치우쳐 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안면인식 기술에서 세계 최정상을 달리는 중국의 경우 위구르족 등 소수민족을 감시/탄압하는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개인의 사회적 신용도를 점수화한 시민점수제도에 온라인 활동이나 CCTV 녹화 영상을 반영하려 해 이 또한 개인에 대한 감시와 통제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죠.


10년 후, 감시사회

2030년대 중후반, CCTV와 자율주행 자동차의 카메라가 경찰의 인공지능 및 안면인식 시스템과 연결되는 상황을 가정해봅시다.


예상 상황

- 실시간 범죄 예방 및 대응: CCTV와 자율주행 자동차의 카메라로 수집된 영상 정보가 인공지능 시스템에 의해 실시간 분석되어, 범죄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고 신속한 대응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 범죄자 식별 및 추적: 안면인식 기술을 통해 지명수배자와 전과자 등을 실시간으로 식별하고 위치를 추적할 수 있습니다.

- 교통사고 조사 및 책임 규명: 자율주행 자동차 카메라로 수집된 사고 영상을 분석해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 소재를 신속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 실종자 찾기: 실종자 사진을 안면인식 시스템에 입력해 CCTV와 자율주행 자동차 카메라에 포착된 실종자를 신속하게 찾을 수 있습니다.


긍정적 측면

- 범죄 예방 및 검거율 향상: 실시간 모니터링과 신속한 대응으로 범죄 발생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범죄 발생 시 검거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 사회 안전 증진: 범죄에 대한 적극적 대응과 위험 요인 제거로 전반적인 사회 안전도가 향상될 수 있습니다.

- 교통사고 감소: 자율주행 자동차의 안전운행 데이터를 활용해 잠재적 위험 요인을 제거하고, 사고 상황에 대한 신속한 대응으로 2차 사고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 실종자 가족의 고통 경감: 실종자를 찾는 데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을 줄여, 실종자 가족의 정신적/경제적 고통을 경감시킬 수 있습니다.


부정적 측면

- 프라이버시 침해: 개인의 일상적 활동이 CCTV와 자율주행 자동차 카메라에 의해 상시 감시되고, 경찰 시스템에 의해 분석 활용되는 것은 심각한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를 낳습니다.

- 개인정보 오남용: 대규모로 수집된 민감한 개인정보가 해킹, 유출, 목적 외 사용 등으로 오남용될 위험이 있습니다.

- 감시사회에 대한 우려: 경찰의 광범위한 감시 권한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위축시키고, 사회 전반에 감시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습니다.

- 기술 오작동에 따른 피해: 안면인식과 인공지능 등의 기술은 아직 완벽하지 않아서 오작동으로 인한 잘못된 범죄자 지목, 차별, 인권 침해 등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경찰 권한 강화에 대한 경계: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한 강력한 감시 권한은 경찰 권한 남용의 위험을 높일 수 있어, 이에 대한 통제와 견제가 요구됩니다.



햇빛 보기가 하늘에 별 따기

공동주택 가운데 건물 2층 태국식당이 꽤 괜찮아서 내려가면 거의 항상 할머니와 그곳에서 점심을 먹는다. 쏨땀도 나쁘지 않고 똥얌꿍이며 얌운센도 좋다. 팟타이도 괜찮고 카오팟도 맛나다. 할머니와 둘이 갈 때도 있지만 보통은 할머니 친구분들 두셋과 같이 가서 요리 서너 개를 시켜 나눠 먹는 게 더 좋다.


식당에선 태국 현지 TV를 틀어주는데 자막이 한국어와 영어로 나와 볼 만하다. 그날 동남아 출신 이주노동자와 결혼이민자들 모두 심각한 얼굴로 TV를 보고 있었다. TV에선 태국의 시위대 뉴스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기후위기로 비가 너무 많이 내려 벼농사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했다.


시위대는 영어로 ‘Loss and Damage’라고 쓴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있었다. 기후위기에 책임이 있는 선진국이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이 받는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는 것이 ‘Loss and Damage’의 핵심 주장이라고 배보가 설명해주었지.


그때 할머니 친구분이 한마디 했었다.


“거기만 농사 못 짓나? 여기도 날씨가 완전히 변해서 농사짓기 힘들다.”


다른 친구분도 거들었다.


“그렇지. 농사뿐인가? 비는 또 왜 그리 많이 오는지 통 햇빛 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여.”


생각과 지식의 확장: 기후위기의 책임

지금, 기후위기에 대한 선진국의 책임

지금 우리가 직면한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 대부분은 명백히 선진국에 있습니다. 산업화 과정에서 선진국들이 대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해왔기 때문이죠. 1850년부터 2011년까지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절반이 선진국에서 나왔다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반면 같은 기간 아프리카의 배출량은 3%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정작 기후변화의 피해는 개발도상국들이 훨씬 크게 받고 있지요.


기후재난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개발도상국의 경우 GDP 대비 선조 국의 2.5배라는 데이터, 2030년까지 아프리카에서만 최대 1억 1800명이 극빈층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국제연합의 경고 등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이는 단순한 경제적 손실을 넘어 개발도상국 국민의 삶의 질 하락, 기아와 질병의 만연 등 심각한 사회적 피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개발도상국은 당연히 ‘기후정의’를 요구합니다. 그들이 겪는 피해에 대해 선진국의 책임을 묻는 거예요. 하지만 선진국은 ‘지원’이라는 말로 책임을 희석하려 합니다. 개발도상국이 요구하는 것은 시혜가 아닌 ‘보상’인데 말이죠. 게다가 그마저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매년 1천억 달러 지원을 약속했지만, 실제 지원 규모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물론 개발도상국도 기후위기 대응에 동참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에 앞서 선진국의 적극적 보상이 선행되어야겠죠. 뒤늦게 경제성장에 매진하는 개발도상국에게 생태 친화적 성장을 요구하려면, 기후위기에 책임이 큰 선진국들이 경제적/기술적 지원을 아낌없이 제공해야 합니다. 기후위기에 직접적 원인을 제공하지 않은 개발도상국에게 선진국과 동일한 책임을 지우는 건 또 다른 불평등일 수밖에 없습니다.


10년 후, 선진국은 과연 책임을 질까?

기후위기가 현재 추세대로 진행된다면 2030년대 중후반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은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될 것입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 홍수, 이상기온 등으로 농작물 수확량이 최대 2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쌀 생산량이 줄어들어 쌀값이 두 배쯤 오른다고 가정해볼게요. 한 집당 한 달 쌀 소비량이 3만 원 정도라고 하면 우리나라는 선진국이니 이를 감당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소득이 낮은 가구는 정부에서 지원도 해줍니다. 하지만 한 달 소득이 10만 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 가난한 나라 사람들에게 쌀값이 두 배가 된다는 건 굶주림에 빠질 끔찍한 신호입니다.


또 쌀값이 오르면 선진국은 그래도 쌀을 수입할 수 있지만 가난한 나라는 필요한 수량만큼 수입하기가 어렵습니다. 자연히 굶는 사람이 생기겠죠. 굶주린 사람들은 먹을 것과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살던 곳을 떠나 난민이 됩니다. 아프리카와 남아시아,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등 저개발국의 가난한 이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됩니다.


해수면은 약 20센티미터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해안 저지대 저개발국가들에서는 침수 피해와 함께 약 1억 명 이상의 기후난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 기온 상승으로 말라리아, 뎅기열 등 곤충 매개 질병이 빠르게 확산되어 연간 사망자가 약 25만 명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개발도상국은 취약한 보건 시스템으로 더 큰 피해가 예상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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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