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깅(plogging)

   
송진
ǻ
목엽정
   
9900
2022�� 07��



■ 책 소개


지구에서 살아가는 사물들과 생명들이 겪는 좌충우돌 이야기를 시로 녹이다

때로는 종일 놀고 싶지만 시간이 없거나 돈이 없고 힘내라, 힘! 그래서 힘내고 싶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을 바라만 봐야하는 무기력함에 죄책감마저 느낀다. 먹고 살기 위해 고된 일상을 겨우 마무리하고 어깨 축 늘어뜨리고 반지하 원룸으로 돌아가는 지구에 사는 호흡자들, 그래도 우리는 날마다 낭만을 꿈꾼다.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태양과 초록풀과 연둣빛 동박새와 주인에게 귀엽게 뛰어가는 개와 고양이가 있는 지구는 킹콩처럼 무섭기도 하지만 새벽이슬처럼 촉촉하고 아름다운 영원한 피난처일지도 모른다고 은근히 말해주고 있다.

■ 저자 송진
송진 시인은 1999년 이승훈 등 심사로 『다층』 제1회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는 『지옥에 다녀오다』 『나만 몰랐나봐』 『시체 분류법』 『미장센』 『복숭앗빛 복숭아』 『방금 육체를 마친 얼굴처럼』 이 있다.

■ 차례
1부 이상한 피카츄
이상한 피카츄
드뎌 왕콘치
고고 꼬부기
플로깅plogging
쁌쁌 레쿠쟈
버베나 하스타타
초승달
춘분春分
종일 놀아
종일 놀아 2
문학의 집 서울
3월 31일
미망
찔레꽃
초파리
셋째 날
공空

2부 4월이란 발 혹은 별
3월
호흡
호흡 2
20220403 - 제주 4.3 민주항쟁
4월 3일
쌀봄
청명淸明
한식寒食
벚꽃과 된장찌개
꽃잎취격
창틀에 꽃잎
4월이란 발 혹은 별
체리 블러썸 cherry blossom
이가시다시이가시 - 자개농 안에서?
이가시다시이가시 - 자개농 안에서⑥

3부 미영
소정 마을
미영
곡우穀雨 - 20220420
파우징
수업
닿다
태양은 모든 걸 보고 있다
파랑 스푼
파랑 스푼 2
영주
봄비
폭우
손가락
이팝나무
버스에서 내려서 걷다
입하春分 - 20220505
나는 재기 발랄해

4부 날씨의 잇몸
날씨의 잇몸
보리밥
쌈밥집
새라
파닥! - 하안거
크림애플파이
보리 게스트하우스
이가시다시이가시 - 자개농 안에서①
이가시다시이가시 - 자개농 안에서②
이가시다시이가시 - 자개농 안에서③
이가시다시이가시 - 자개농 안에서④
버찌
등불
실거베라
6월의 바람
녹야

 




플로깅(plogging)

1부. 이상한 피카츄

이상한 피카츄

푸른 바다 위 용맹스럽게 날아가는 피카츄

창과 방패는 구름과 달

카레라이스 저녁 같은 밤이 오면

비벼 먹고 싶은 가족들이

자율 생성된다

배고픈 이상한 피카츄

배부른 이상한 피카츄

이상한 꽃나무 이상한 피카츄

산수유꽃 불꽃처럼 터지네


플로깅* plogging
* 조깅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운동

쓰레기를 주우면서 걸어

걸으면서 쓰레기를 산책해

발끝마다 발광

순백으로 빛나는 지구

맑은 눈동자 윙크!

잉크이크윙크워커워킹하이킹사이클링

놀자

놀자

걸으면서

쓰레기야 나랑 산책해

목련 햇살은 빛나고

지구는 토닥토닥 위로 받는다


2부 4월이란 발 혹은 별

한식 寒食

찬밥을 먹는다
추운 바깥을 돌아다닌다
따듯한 무덤가에서 잠들다

엄마 -
엄마 -

아빠도 죽었는데 늘 엄마만 부른다


4월이란 발 혹은 별

강아지들이 꽃눈 맞고 있다

발이 네 개다

꼬리가 한 개다

멍멍

짖기도 하고

짖지 않기로 하기도 한다

그들의 혀는 연한 분홍빛

그들의 귀안은 진한 분홍빛

그들의 피는 붉다


3부 미영

미영

알아요
오늘

알아요
내일

곪은 몸은 알아요

곪은 정신은 몰라요

몸 따라 봄 가고 있어요

알아요

어제의 알약

알아요

손사래치는 미영

이제 그만.. 그만요

이제 봄은 제 몸을 알아요

앓고 난 뒤에 환해진 하늘

앓고 난 뒤에 환해진 빈자리

꽃산딸나무

황칠나무

다 우리 동네에 살아요

환하고 예뻐요


35

사랑하는 나날

사랑하는 나날이 흘러간다

이팝은 꽃을 피워 한밤중에 불쑥 선물한다

이봐 이팝! 고맙다구!

눈물겹게 고마우면 어떻게 해야 하지

포옹이라도 해야 하나

39번 시내버스 안에 나밖에 없는데 안내방송이 크게 나온다

브라보 주유소를 지난다

브라보!

휴먼시아를 지난다

휴먼!

버스 파업이 가까스로 새벽 4시에 해결되다

사실 이 이야기는 4월 25일 쓰여질 이야기들이다


4부 날씨의 잇몸


107.7mhz 주파수를 맞추고 창을 열었는데 장산 줄기 오봉산에서 해가 떠오르고 있다 까치 두 마리 날고 오묘한 등불 같은 연분홍빛 버찌 우뚝 서 있다 벚나무 무성한 잎 사이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다

저절로 빛나는 것이다
저절로 보이는 것이다
저절로 알려지는 것이다

자신의 할 일을 잘하고 있으면
누가 봐도 봐주는 것이다


등불

연분홍빛 버찌가 사라졌다

연둣빛 새가 다녀간 뒤에

방충망은 알아차렸다

버찌도
새도
방충망도

등불이라는 것을

해는 질주한다 고요한 죽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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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