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우리에게 게임은 무엇인가
어린 시절 오락실에서 즐기던, 한 판에 100원짜리 게임에서는 숙련도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런만큼 결제도 신중하게 이루어졌고, 게임 이용의 암묵적 규칙 또한 이용자들 사이에 수립되어 있었다. 이후 등장한 PC 게임은 불법복제의 일반화로 이용 방법과 결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이용자들에게 제공했다. 점차 저작권과 게임 개발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면서 불법복제에 대한 시각도 변화했다. 이후 〈스타크래프트〉의 엄청난 유행과 롤플레잉 게임의 일반화로 게임 시간과 아이템, 레벨업 등이 중요한 문제로 부상했다.
휴대용 기기를 이용한 모바일 게임에서 등장한 부분유료결제 시스템은 이용자들에게 ‘현질’이라는 개념에 대한 갑론을박을 불러왔으며, 현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켰다. 이러한 납금플레이는 이제 게임의 양상을 완전히 바꿔냈다.
책에서는 오랜 시간 게임을 해온 여러 이용자의 인터뷰를 토대로 게임에 대한 인식 변화와 함께 현질이 어떤 변화를 몰고 왔는지를 설명한다. 이를 통해 숙련도 등 전통적인 게임 이용에서 중요시된 가치들이 납금플레이와 게임 형태의 변화로 인해 새로운 상업적 방식에 이르게 되었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현질을 통해 살펴본 플랫폼자본주의 사회의 변화 양상
다른 플랫폼 기반의 여러 미디어 콘텐츠에서도 결제양식의 변화는 그 상품의 성격을 변화시키고 있다. 책을 구매해 소유하거나 대여하는 방식으로 읽을 수 있었던 문학은 이제 회당 결제와 무료로 나중에 보기와 같은 새로운 결제양식을 맞아 웹소설이라는 기존과 다른 형식을 낳았다. 회차별 혹은 타이틀별 구매와 대여를 통해 접근했던 홈비디오나 주문형 비디오 시장은 넷플릭스와 같은 구독결제방식을 맞아 검색 대신 큐레이팅을 기반으로 접근하는 새로운 양식을 보편화시켰다.
물적 토대로서의 플랫폼과 콘텐츠라는 상상된 가공물은 원래부터도 분리해서 생각하기 어려운 관계였으나 플랫폼자본주의라는 변화 속에서 더욱 밀접하게 엮이고 섞이는 흐름을 보인다. 디지털게임 또한 대중문화상품으로서 언제나 결제라는 물적 토대와 동떨어져 있지 않았고, 숙련도가 서버에 포획되는 플랫폼 상황에 플레이는 현실의 결제양식과 더욱 강하게 결부된다. 납금플레이가 가능해진 지금 시대에 게임플레이에 대한 접근은 게임에 대한 기존의 이해 범주를 넘어 새로운 사회학을 요구한다.
■ 저자 이경혁
1978년 경기도 부천에서 태어났다. 문방구 앞 오락기에서 시작하여 PC 게임 〈울티마 5〉를 구입하며 게임에 흠뻑 빠져들었다. 1998년 〈스타크래프트〉 열풍 때는 대학교를 휴학하고 준 프로 게이머로 활동했으며 〈월드오브워크래프트〉에서 공격대장을 맡기도 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게임과 무관한 분야에서 평범한 직장인으로 일하다가 2014년 매체 비평지 〈미디어스〉에 게임 비평 칼럼을 연재하면서 게임 칼럼니스트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게임 관련 비평 및 연구자로 활동하며 인터넷 게임문화 웹진 〈게임 제너레이션〉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 《게임,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2016), 《81년생 마리오》(2017), 《게임의 이론》(2018), 《슬기로운 미디어생활》(2019) 등이 있고, “게임 아이템 구입은 플레이의 일부인가?”(2019) 등의 논문을 썼다. 〈미디어스〉 “플레이 더 게임”, 〈매일경제〉 “게임의 법칙”, 〈국방일보〉 “전쟁과 게임” 등의 칼럼을 연재했고, 〈더 게이머〉(KBS, 2019), 〈라이즈 오브 e스포츠〉(MBC, 2020), 〈다큐프라임: 게임에 진심인 편〉(EBS, 2022) 등의 다큐멘터리를 작업했다. 게임과 관련한 여러 대중 강좌를 진행했으며 팟캐스트 〈그것은 알기 싫다〉 “팟캐문학관” 코너에서 게임과 사회가 관계 맺는 방식에 관해 공부하며 이야기하고 있다.
■ 차례
들어가며
1부 게임의 결제사
1장 결제가 없던 시절의 게임
여가로서의 게임
대규모 계산을 위한 장비, 컴퓨터의 출현
효율을 위한 기계장치로 놀이를 꿈꾸다
2장 동전투입식 결제
최초의 동전투입, 자판기와 근대의 동전투입
〈퐁〉, 동전투입식 디지털게임기의 시작
한국의 오락실과 동전투입
동전투입 결제의 의미
3장 가정용 콘솔 게임과 PC 게임
소형화된 컴퓨터, 개인화되는 컴퓨터 사용
한국에서의 콘솔과 PC
게임 이용, 대여에서 구매로의 전환
결제방식의 변화가 플레이의 변화를 이끌다
결제방식의 차이가 만든 장르와 문법의 변화
4장 불법복제 시대와 정품 유통
초창기 PC와 콘솔의 불법복제 양상
복제 vs 복제방지
정품화 시도와 좌절
와레즈, P2P, 잡지 번들
무료 게임 시대의 영향
5장 온라인 시대의 게임 결제
ESD의 등장과 그 개념
‘스팀’의 등장과 발전, ESD의 대중화
온라인 게임의 결제양식
PC방 결제
온라인 결제로 줄어들기 시작한 불법복제
온라인 결제가 바꿔낸 게임 결제의 의미
사라지거나 변한 ‘구매’라는 말의 의미
6장 모바일 게임의 대두와 부분유료결제의 보편화
휴대 가능한 콘솔 게임기의 시작
휴대전화의 모바일 디바이스화와 모바일 게임
모바일 게임 시대와 함께 등장한 부분유료결제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난 오락실과 동전투입
2부 현질의 의미
1장 현질의 등장
비난과 인기를 동시에 품은 현질 게임
현질이란 무엇일까?
현질의 전제, 부분유료결제의 등장과 발전
자동전투와 확률형 아이템, 그리고 현질
2장 납금플레이
전통적인 게임플레이의 구조
매직서클의 붕괴
게임플레이는 늘 현실과 연계된 무엇이었다
현실과 긴밀하게 연계되는 게임플레이
납금플레이
3장 납금플레이 vs 현질
납금플레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오락실 시절의 납금플레이
게임사 바깥에서의 납금플레이
파생상품: PC방 대리 접속 서비스
〈리니지M〉의 납금플레이 구조
〈왕이 되는 자〉의 납금플레이 구조
현질로서의 납금플레이: 숙련도의 주체 변화
과정의 소멸
납금플레이에 대한 반발 또는 호응
4장 현질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현질에 대한 이용자들의 생각
사회관계로서의 게임 이해하기
매직서클, 납금플레이, 가상화폐, 그리고 메타버스와 P2E, NFT
나가며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