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가지 부산을 사랑하는 법

   
부산연구원 외
ǻ
호밀밭
   
15800
2020�� 07��



■ 책 소개


“매일 마주치던 것들이 새삼 대단해보이고, 아직 보지 못한 것들은 꿈을 꾸게 한다.“

아름다운 도시 부산의 속살과 참모습을 그야말로 제대로 보여주는 가이드북이 나왔다. 단순히 먹고 즐기기 위한 정보제공을 넘어, 부산이라는 도시의 일상과 정서까지 담은 이 책은 우리에게 101가지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부산하면 떠오르는 바다는 물론, 풍부한 먹거리와 축제, 우리 현대사의 여러 장면들이 그대로 각인된 장소 등 사계절 내내 수많은 이야기로 출렁이는 부산은 대표적인 관광지로만 알고 넘어가기에는 너무 아까운 도시다.

진정한 부산의 매력을 발굴해 널리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부산연구원이 이런 문제의식 위에서 기획하고 1년 6개월 동안 준비한 끝에 부산의 보물 같은 장소를 인문적으로 총망라한 책 한 권을 우리 앞에 선보인다.

이 책은 단순한 여행안내서가 아니다. 부산의 속살이랄 수 있는 여러 이야기와 장소들을 담고 있다. 각 장소는 전 국민 대상 장소 추천 공모, 부산 시민들이 참여한 시민발굴단 활동, 전문가 논의 등을 통해 세대별, 권역별, 역사성, 상징성 등을 다양하게 고려해 선정했다.

그동안 부산을 알리는 많은 시도가 부산의 명소, 맛집, 카페 등 다양한 장소 소개에 초점을 맞췄다면 〈101가지 부산을 사랑하는 법〉은 공간을 포함한 장소경험을 추가해 특별함을 부각했다. ‘일상적이지만 특별한’ 부산의 장소들이다.

무엇을 사랑하는 방법이 일편단심 한 가지만 있는 건 아니다. 변화무쌍하고 신출귀몰한 도시 부산을 사랑하는 101가지 방법!

뉴욕, 런던, 파리, 도쿄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시들은 모두 ‘101 Things to do’라는 책자를 통해 각 도시의 매력을 전 세계에 홍보하고 있다. 영어권 문화에서 ‘101’이라는 숫자는, ‘기본’이라는 의미도 갖고 있어 도시를 알기 위한 기본적인 책이라는 의미로 이 숫자를 책 제목에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책은 자연, 역사, 문화, 예술, 추억, 음식 등 6개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삼포지향(三抱之鄕) 도시답게 바다와 산, 강과 공원 등 부산의 절경지들을 소개한다. 부산의 정체성을 다룬 2부에서는 부산이라는 도시 곳곳에 스며있는 역사적, 문화적, 사회적 아우라를 느낄 수 있다.

3부에서는 부산만의 독특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사직야구장과 자갈치시장부터 폐공장의 화려한 변신 F1963, 낮과 밤이 다른 곳 민락수변공원 등을 경험할 수 있고 4부에서는 이우환 공간, 요산문학관, 남천성당, 보수동책방골목 등 인문과 사유의 도시로서의 부산의 면모와 만나게 된다.
5부에서는 감천문화마을과 대연동 문화골목, 부산의 다리들과 천마산에코하우스 등 색다른 경험을 만끽할 수 있는 장소와 행사들을 소개하고, 6부에서는 전통부터 현대까지 부산을 대표하는 음식들과 그 음식 속에 얽힌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101가지 부산을 사랑하는 법〉을 기획한 김형균 박사는, “이 책이 부산에 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하지만 새로운 발견의 기쁨을 주고, 부산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겐 다시 오고 싶은 기쁨을 주는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코로나로 지친 국민들에게 힐링의 시간이 될 수 있는 유용한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책 집필은 선정 가치와 경험 특성을 고려해 시인, 건축가, 문화기획가, 소설가가 참여했다. 김수우 글쓰기공동체 ‘백년어서원’대표, 이승헌 동명대 실내건축학 교수, 송교성 플랜비문화예술협동조합 지식공유실장, 이정임 소설가가 맡았다.

■ 저자 부산연구원 외
부산연구원은 종합적인 지역정책개발을 위해 1992년 부산광역시 주관으로 지역 산·관·학 공동으로 설립한 정책연구 기관이다. 주요 역할은 시정의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 및 주요 정책과제에 대한 조사·연구를 기본으로 시정 주요 현안사항에 대한 조사·연구, 시정의 주요 시책 및 사업계획의 타당성 검토 등이다. 또한 도시발전에 관련된 국내외 정보 및 자료의 수집, 가공, 출판과 국내·외 연구기관과의 교류 협력 사업을 하는 부산광역시 출연 연구기관이자 지역사회 싱크탱크이다.

김수우는 1995년 〈시와시학〉으로 등단했고 현재 한국작가회의, 부산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부산작가상(2005), 최계락문학상(2017)을 받았으며 글쓰기공동체 백년어서원 대표이다. 저서로는 시집《몰락경전》외, 산문집《호세 마르티 평전》외 십여 권이 있다.

■ 차례
프롤로그
발간사
추천사

Part 1 - 일탈의 떨림, 부산의 그곳이 나를 부른다
01. 통통배 타고 들어가 본 - 오륙도등대
02. 바다로 뻗은 전망대 - 남항 바닷길
03. 붉은 동백과 푸른 바다가 만나는 - 동백섬
04. 고대 사상을 엿볼 수 있는 - 영도 봉래산
05. 우리나라 최초의 해수욕장 - 송도
06. 부산 해안 절경의 끝판왕 - 이기대(二妓臺)
07. 낙동강 모래톱에서 영원을 읽는 - 아미산전망대
08. 도심에서 즐기는 생태문화체험 - 화명수목원과 기장 아홉산 숲
09. 달맞이언덕 숲 산책로 - 문탠로드
10. 자연과 인공의 하모니 속에서 꿈을 꾸는 - 다대포해수욕장
11. 푸른 뱀과 푸른 모래 사이 - 청사포
12. 새울음 그득한 복병산 배수지 - 부산 기상대
13. 부산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도심 속 산 - 황령산과 금련산
14. 태평양을 향해 열린 푸른 벼랑 - 태종대
15. 물의 근원을 생각하다 - 성지곡 수원지(어린이대공원)
16. 자연의 신비가 내려앉은 - 을숙도철새공원

Part 2 - 그 어디에도 없는 부산의 정체성과 만나다
17. 백년의 시간이 박제된 - 외양포마을
18. 피란수도의 삶을 들여다보는 - 임시수도기념관
19. 피란민의 계단식 골목 ? 이바구길 168계단
20. 묘지 위의 평화 - 유엔기념공원과 평화공원
21.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라 - 사십계단
22. 산 자와 죽은 자의 공존 - 비석문화마을
23. 한 사람의 삶을 통해 인류애를 가르치는 - 장기려 더나눔센터
24. 오직 사랑만이 사람을 살린다 - 이태석 신부 생가 및 기념관
25. 시민의 민주정신이 녹아 있는 - 민주공원과 민주항쟁기념관
26. 화해의 씨앗을 심은 - 이수현 의사자 묘소
27. 역사로의 나들이 - 복천박물관
28. 저녁 범종 소리에 마음을 담다 - 범어사
29. 민족 정신의 보고 - 백산기념관/한성1918
30. 한국 근대사의 증인 - 용두산 공원
31. 기억의 회로 - 연산고분군
32. 암흑시대의 화려한 휴양지 - 동래별장
33. 국내 최대 규모의 석축 성벽 - 금정산성

Part 3 - 짜릿한 만남, 유니크한 부산의 매력에 빠지다
34. 부산의 열정이 모이는 곳 - 사직야구장
35. 부산 트렌드의 바로미터 - 광안리해수욕장
36. 항구의 온갖 것이 모여드는 - 자갈치시장
37. 싱싱한 아침이 시작되는 - 부산공동어시장
38. 4계절 내내 파도를 타는 - 송정해수욕장
39. 폐공장의 화려한 변신 - F1963
40. 바다로 가는 길잡이 - 국립해양박물관
41. 전 세계 ARMY들을 위해 준비했다 - 부산 BTS 성지투어
42. 부산 바다의 숨구멍 - 포구
43. 바당만 있으면 살아진다게 - 해녀촌
44. 한류가 이끄는 감동의 순간 - 원아시아페스티벌
45. 파도처럼 사람이 밀려드는 - 부평시장
46. 낮과 밤이 다른 곳 - 민락수변공원
47. 근대와 현대의 시간이 공존하는 - 원도심에서 영도다리까지
48. 낮엔 바다, 밤엔 재즈의 낭만을 즐기다 - 재즈클럽투어
49. 눈부시게, 가볍게, 짜릿하게 부산 - 도심낚시
50. 도심 속 너른 초원 - 부산시민공원

Part 4 - 인문과 사유의 공간, 부산의 온기를 느끼다
51. 침묵의 정중동 - 이우환 공간
52. 일상의 일탈 - 영화의 뿌리를 찾아서
53. 와이어 구조가 만든 공간 볼륨 - 키스와이어센터
54. 을숙도를 품고 있는 - 부산현대미술관
55. 거대 지붕 아래, 축제의 장을 펼치는 - 영화의 전당
56. 시네마/피플/테크 - 모퉁이극장
57. 문학의 소명의식을 보여주는 - 요산문학관
58. 60m 스테인드글라스 빛이 투영되는 - 남천성당
59. 로마네스크양식 근대건축물 대한성공회 - 부산주교좌성당
60. 길 속의 책, 책 속의 길 - 보수동 책방골목
61. 도심 속의 휴식 공간 문화공감 - 수정(구 정란각)
62. 마음의 흰 여울을 만들다 - 흰여울길
63. 육중한 조선소 철문 안쪽의 비밀 - 깡깡이예술마을
64. 사물의 목소리가 들리는 - 백년어서원
65. 유일한 추리전문도서관 - 김성종 추리문학관
66. 영혼이 투명해지는 - 해인글방
67. 꿈꾸는 법을 가르쳐주는 - 인디고서원

Part 5 - 기억하는 한, 향기는 지워지지 않는다
68. 산속에서 만나는 친환경 게스트하우스 - 천마산 에코하우스
69. 영도다리 옆에 우아하게 세워진 - 라발스호텔
70. 이상한 나라의 - 문화골목
71. 비숙박객에게도 열린 공간 - 아난티코브
72. 부산을 발굴하는 사람들 - 여행특공대와 핑크로더
73. 남항을 품은 대중목욕탕 - 송도해수피아
74. 색다른 여행 - 시내버스로 부산을 여행하는 법
75. 착함의 정서를 가득 모아 지은 - 알로이시오 가족센터
76. 가파를수록 촘촘하게 어깨를 겯는 - 감천문화마을
77. 별빛 내려 아름다운 - 호천마을
78. 캡슐 형태의 미니 객실 - 호텔1
79. 바다 위를 자동차로 통과하는 - 부산의 대교
80. 부산관광의 필수 잇템 - 요트투어
81. 겨울 바다로 입수! - 해운대 북극곰 축제
82. 공원이 있는 경마장 -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83. 산꼭대기 작은 집의 대변신 - 이바구 캠프
84. 부산의 모든 텍스처를 내려다보는 - 파크하얏트부산

Part 6 - 한 입, 한 입, 또 다시 부산과 사랑에 빠지다
85. 세계 챔피언 바리스타의 열정 한 모금 - 모모스커피
86. 벽돌에 새겨진 100년의 시간 - 백제병원(브라운 핸즈 카페)
87. 발걸음을 붙잡는 - 부산 포장마차 투어
88. 부산 밀면의 시작 - 내호냉면과 우암소막마을
89. 피란민의 애환을 담은 부산표 - 돼지국밥
90. 부산에서 맛보는 맥주의 참맛 부산의 - 수제 맥주
91. 어느 자리든 조망 갑 - 웨이브온커피
92. 고집스러운 품격과 전통의 맛 자연활어 - 수정궁
93. 금정산을 품어버린 카페 - 더팜471
94. 어묵공장의 새로운 버전 - 삼진어묵체험역사관
95. 공구가 커피로 바뀌는 청춘의 ‘갬성’ - 전포카페거리
96. 완당처럼 마음을 빚어보는 - 완당 투어
97. 공간 증식에 맛들인 - 신기산업
98. 빵 터지는 달콤한 투어 - 남천동 빵집거리
99. 산복도로 꼭대기의 적산가옥 - 초량1941
100. 맛보다 더 맛있는 조망 - 메르씨엘
101. 산이 만든 맛 - 산성마을과 금정산성 막걸리

시민발굴단
에필로그



101가지 부산을 사랑하는 법

프롤로그
어디가 좋아? 해운대, 서면, 자갈치시장, 광안리, 또 뭐가 있어? 뭐 먹으면 돼? 어디가 맛있어?

색다른 부산을 알기 위해 부산 지인들에게 한번쯤 물어봤을 내용이다. 과연 부산의 매력은 무엇일까? 부산을 경험한 사람들이 모두가 공감하고, 서로 공유하고 싶은 부산의 매력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

장소가 물리적 공간에서 의미 있는 곳으로 바뀌는 것은 사람들의 발자국과 숨결이 더해질 때이다. 관광 팸플릿에 예쁘게 소개되어 있는 명소도 독특한 경험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다면 그냥 관광지일 뿐. 마찬가지로 평범한 도시의 공간이 역사와 인문적 시야로 재조명될 때 그곳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다. 게다가 그 장소에 대한 자기 나름대로의 추억과 경험이 착색될 때 그것은 의미 있는 장소로 피어난다.


부산 해안 절경의 끝판왕, 이기대(二妓臺)
천혜의 해안 절경을 감상하며 바다와 어깨를 맞대고 갈맷길을 걸어보자
이기대는 용호동 장산봉 동쪽 바닷가 끝 2km에 달하는 넓고 비스듬한 암반대로, 바위 절벽이 바다로 빠져드는 모양을 하고 있다. 시원하게 뚫린 바다와 어깨를 맞대고 해안산책로를 걷다 보면 멋진 절경이 다투어가며 눈앞에 나타난다.

바위 절벽을 걷다 보면 바다 위를 걷는 듯하다
임진왜란 때 수영성을 함락시킨 왜장의 축하잔치에서 술 취한 왜장과 함께 물에 떨어져 죽음을 선택한 두 기생의 전설이 서린 장소, 이기대. 이기대 해안 일대는 1993년까지 군사지역으로 출입이 통제된 곳이었다.

일반에 공개되고 1997년 공원 지역으로 지정된 덕분에 자연이 비교적 잘 보존되었다.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안산책로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이 해안산책로는 부산 갈맷길 2코스에 포함되고, 강원도 고성까지 이어지는 해파랑길 1코스이기도 하다. 한쪽 어깨를 바다와 맞대고 바위 절벽을 걸으며 바다 위를 걷는 착각도 든다. ‘섶자리’를 돌아 ‘동생말’에 올라서면 광안대교와 해운대 마린시티의 도회적 절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가을에 열리는 광안대교 불꽃축제의 명당 조망지이다.

이기대 해안산책로를 걷는 법
동생말을 돌아 본격적으로 트래킹 코스로 들어선다. 해안 절벽을 끼고 데크 계단을 따라 가다 출렁다리를 지나면 이기대 어울마당에 도착한다. 여기까지는 가벼운 산책코스 정도로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오륙도 해맞이공원까지 가는 길은 조금 힘들다. 데크 계단 위를 오르락내리락하고 해안 절벽 위의 좁은 길을 지나야 한다. 물론 경치는 예술이다. 해안 절벽에 발달한 해식동굴, 너른 바위 위의 돌개구멍, 절벽 사이의 깜찍한 몽돌 해변 사이로 동백꽃, 구절포, 쑥부쟁이, 억새가 멋을 더한다. ‘치마바위’를 지나 군부대를 끼고 ‘깔딱고개’를 헉헉거리며 걷다 보면 ‘농바위’가 눈에 들어온다.

농바위 너머로 멀리 오륙도가 보이고 그 너머로 현해탄이 광활하게 펼쳐진다. 광활한 바다를 향해 나아가면 어느새 오륙도 해맞이공원에 도착한다. 가볍게 산책하는 기분으로 풍경을 즐기려면 동생말에서 이기대 어울마당까지 갔다 해안도로 쪽으로 올라가 이기대성당 쪽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권한다. 동생말, 오륙도 해맞이공원 일주를 하고 싶다면, 체력이 좋은 사람은 동생말에서 출발하는 게 좋다.

오륙도 쪽에서 출발하면 자연에서 도시로 나오며 보는 풍경을, 동생말 쪽에서 출발하면 도시에서 자연으로 빠져드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동생말 입구 섶자리에서 마을버스가 오륙도 입구까지 운행한다. 가는 김에 오륙도 일대의 절경도 둘러보자. 자신의 체력에 맞게 코스를 짜는 것이 중요하다.


피란민의 계단식 골목, 이바구길 168계단
계단 속에 녹아 있는 한국의 근현대사가 이야기가 되어 다가온다
한국전쟁 피란민이 초량 산복도로에 마을을 형성할 당시, 168개의 계단은 초량동의 산 윗동네와 아랫동네를 연결하는 유일한 길이었다. 현재 ‘이바구 168계단’이라는 이름을 달고 예쁘게 단장됐다. 노인 등 노약자들이 쉽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이동편의시설, 168모노레일도 설치되어 있다.

이야기가 담긴 계단 168개
‘이바구’는 ‘이야기’를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다. ‘이바구 168계단’에는 어떤 이야기가 들어 있을까. 부산은 평지보다 산이 많다. 광복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이주민, 피란민은 살 공간을 찾기 위해 부산의 산으로 올랐다. 산허리마다 들어찬 판잣집은 시간이 흐르면서 콘크리트 건물로 변했지만 다닥다닥 붙은 구조는 거의 그대로다. 삶을 지키기 위해 계단을 오르내리던 마을 사람들. 인구밀도 높은 이곳에서 나오는 근현대사 이야기가 얼마나 많겠는가.

피란민이 마을을 형성했을 당시 168개의 계단은 초량동의 산 윗동네와 아랫동네를 연결하는 유일한 길이었다. 경사 45도, 총 길이 40m. 아래에서 올려보기만 해도 숨이 턱 막힐 정도로 까마득한 계단길이지만, 다른 길이 없기에 주민들도, 관광객들도, 묵묵히 오를 수밖에 없는 길이다. 계단을 오르다보면 탁 트린 부산항이 한눈에 보이는 명소로 부산 동구의 역사와 살아온 사람들의 삶과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인생의 무게를 느낄 수 있는 계단식 골목
계단은 집의 대문과 연결된다. 계단은 이 마을 사람들의 마당이자 골목이고 길이다. 현재는 ‘초량 이바구길’의 코스로 지정되어 계단이 정비되고 구경거리도 많아졌다. 이 계단식 골목을 걸으며 피란민들의 이야기를 상상해보자.

걷기가 힘들어도 문제없다. 168계단 옆으로 노약자가 쉽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길이 60m, 기울기 33도의 이동편의시설, 168모노레일이 설치되어 있다. 모노레일에 탑승하면 탁 트인 부산항 전망과 산복도로의 풍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머리 위로 인생의 무게를 받치고 168개의 계단을 박차며 하루를 버티는 삶을 떠올린다, 억척스러운 이야기 한 토막이 사람을 울린다. ‘우물 앞’에서 상층으로 가는 모노레일에 올랐더니 한 관광객이 ‘계단 참 가파르다’며 놀란다. 같이 탄 마을 어르신이 말씀하신다.

“60년 전에 내가 이 동네 들어올 때 위쪽에 공사하는 집이 많았거든. 흙을 계단 밑에서 저 위로 옮기는데 차가 못 들어오니까 일일이 손으로 옮겼다고. 그걸 일당 받는 아지매들이 다라이에 담아서 머리에 이고 올랐습니다. 얼마나 대단합니까.”


싱싱한 아침이 시작되는, 부산공동어시장
공동어시장 경매 구경하며 일출보기
늘 활기차게 새벽을 여는 부산공동어시장. 밤새 항구로 들어온 배에게 하역한 생선들을 정리해서 새벽 6시까지 경매가 열리는데, 위판장에 가득한 수산물 사이로 많은 사람이 오가며 분주하게 진행된다.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펄떡이는 싱싱한 활기를 느낄 수 있다.

진정 산다는 것을 만날 수 있다
달이 채 지기 전 차가운 새벽에 활기차게 여는 부산공동어시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어시장으로 부산항 제1부두에서 시작되어, 1973년 현재의 위치로 이전하여 개장했는데, 국내 수산물 위판의 약 30%를 책임지고 있는 매우 큰 어시장이다. 이곳은 모두가 잠들어 있는 새벽부터 경매를 시작하면서 부산의 아침을 깨운다.

새벽을 깨우는 사람들이 모두 여기에
6시 즈음 새벽의 고요한 충무대로를 지나, 공동어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비릿한 내음과 함께 후끈한 열기가 뜨겁게 전해진다. 줄지어 정박한 어선들이 출항을 준비하며 불을 밝혀놓은 모습, 드넓은 위판장을 가득 메운 수산물들은 그 자체가 경이로운 장관이다. 어종별로 배열된 어획물들 사이로 경매사와 중도매인들이 함께 이동하면서 경매가 진행되는데, 독특하고 생동감 있게 진행되는 경매 모습을 보다 보면 차가운 새벽이 어느새 뜨겁게 달아오른다.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싱싱한 날 것의 환기가 전해진다.

활력 있는 여행이 시작되는 곳
여름에는 일출 시간이 빠르지만, 가을, 겨울은 경매장 뒤편에서 남항대교 사이로 서서히 떠오르는 해를 볼 수 있다. 특히 겨울에는 경매 구경 후에 공동어시장 가까이 천마산 산복도로나 송도해수욕장으로 이동하여 일출을 보는 코스도 좋다.

어획량이 적어 경매가 열리지 않는 날도 있고, 성어기에는 일요일도 개장할 때도 있다. 경매가 열리지 않는 날에도 새벽부터 출항을 준비하는 어선들의 모습에서 활력을 느낄 수 있다. 경매 구경을 놓쳤다면 근처 충무동 새벽시장으로 가보자. 이른 아침 문을 여는 식당이나 식료품 가게 주민들이 주로 애용하는 농수산물 시장으로, 부산의 또 다른 활기찬 새벽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길 속의 책, 책 속의 길, 보수동 책방골목
주인과 밀고 당기며 흥정해서 특별한 책, 손에 넣기
이 길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남은 헌책방 골목이다. 한국전쟁 때 낡은 처마 밑에서 박스를 깔고 시작한 이곳은 70년이라는 시간을 가로지르고 있다. 촘촘히 어깨를 맞댄 책방 안엔 과거에서 도착한 정신들이 미래와 어우러지며 새로운 서정을 만드는 중이다.
하나하나의 제목이 하나의 세계이다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헌 잡지를 비롯, 만화, 소설, 시집, 고서적 등 각종 헌책들을 좌판에 놓는 순간부터 골목길을 만들어왔다. 이 길은 삶이 가장 험곡한데도 책이 희망이던 시절을 보여준다. 독서는 고달픈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만들어내는 힘이었고, 삶과 꿈에 가치를 부여해왔다. 헌책들은 얼마나 오래 나를 기다렸을까.

빽빽한 책들이 만든 심연에 젖는다
결코 산화되지 않은 인간 정신은 책 속에 고스란하다. 좁은 서가들 사이 넘쳐흐르는 누군가의 사유를 공유하는 일은 오래된 지혜를 만나는 방식이기도 하다. 사연이 담긴 헌책들 사이로 새 책도 자리를 만들고, 새로운 문화 콘텐츠들이 반짝반짝 빛내며 들어서고 있다. 극단적인 과학문명의 시대, 책은 이제 우리에게 남은 근원을 향한 제의는 아닐까.

헌책을 뒤지다보면 제법 유명세 있는 작가들의 서명본도 발견할 수 있다. 손때 묻은 갈색 페이지 속에 숨은 작가의 서명은 시대를 초월한 현실로 다가온다.

기억을 회복시키는 헌책 냄새에 빠져보자
오랫동안 인문 분야를 다루어온 대우서점이나 헌책과 커피 냄새가 어우러진 우리글방 등에 들러 스멀스멀 온몸에 묻어나는 헌책 냄새를 맡아보자. 좋아하는 분야의 서가 사이를 서성거리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누릴 수 있다. 낡은 종이 냄새는 뭔가 일상이 지극해지는 근원적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 체온 속으로 스며든다.

사진만 찍고 가서는 안 된다. 어떤 책이 나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발견하는 순간의 환희를 맛보아야 한다. 해마다 10월에 열리는 책방골목축제는 다양한 만남을 열고 있다. 도서 무료교환, 고서 전시회, 책 체험프로그램, 불우이웃돕기 등 행사들이 마련되어 있다. 책방골목 중앙통로에 있는 50년 넘은 즉석 빵집 앞에서 줄 서서 기다려 전통적인 고로케와 찹쌀도넛을 맛보는 것도 하루가 추억으로 남는 순간이다.


색다른 여행, 시내버스로 부산을 여행하는 법
해안을 달리는 1011번 버스와 산복도로를 달리는 186번 버스로 부산 여행하기
부산의 관광지는 부산 시티투어버스를 타면 다 볼 수 있다. 하지만 혼자 조용히 ‘현지인’의 생활 속에 들어가 보고 싶다면 저렴하고 특색 있는 버스여행을 해보자. 부산의 해안이 보고 싶다면 1011번 버스를, 부산의 산복도로를 보고 싶다면 186번 버스를 타자.

대교를 달리는 1700원짜리 부산시티투어버스, 1011번 버스
1011번 버스는 총 12대가 운행 중이다. 기장 청강리와 경제자유구역청을 오간다. 자동차전용도로로 달리기 때문에 법률상, 안전상 입석은 불가하다. 그러니 출퇴근 시간은 무조건 피해서 타야한다. 배차 간격이 25분으로 꽤 기니 시간 여유를 잘 둬야 한다. 1011번 급행버스가 특별한 이유는 부산 바다를 차창을 통해, 편히 앉아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부산 지역을 잇는 매력 있는 다리를 여러 개 건넌다. 특히 부산항대교는 나선형으로 오르는데 놀이기구 못지않은 스릴과 짜릿한 쾌감을 느낄 수 있다.

부산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재미, 186번 버스
소설가 김연수는 여행 산문집 ‘언젠가, 아마도’에서 부산의 186번 버스를 언급한다. 186번 버스는 영도구 태종대에서 출발해 영도대교, 국제시장, 산복도로, 가야시장을 거쳐 사상터미널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노선을 운행한다. 김연수는 가야역 앞에서 범천동 방향으로 가는 이 버스를 탔다. 운전기사 쪽에 앉은 그는 ‘내가 알지 못하던 부산으로 떠나는 여행의 시작’이었다’고 글을 마무리 짓는다.

이 노선은 다른 지역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산복도로 풍경을 담고 있는데, 특히 가장 긴 산복도로 구간을 자랑하는 망양로를 담은 코스다. 피란민과 공장 노동자, 시장 상인 등 서민들의 생활상을 들여다볼 수 있다. 산 위에서 구불구불 좁고 가파른 언덕을 오르내리는 버스에서는 다닥다닥 붙은 집 너머로 바다까지 볼 수 있다.
  

산이 만든 맛, 산성마을과 금정산성 막걸리
산성마을에서 금정산성 막걸리로 낮술 한잔하기
명산인 금정산에 자리 잡은 산성마을에서는 고즈넉한 부산 여행의 백미를 체험할 수 있다. 산성마을에서 만들어지는 토속주 금정산성 막걸리는 수려한 자연환경 속에 가장 잘 어울리는 술이다. 자연을 벗 삼아 빈둥거리며 여유를 부려보자.

산의 도시 부산의 산성마을
부산 사람들도 한 번씩 관광객에게 산을 소개하는 것을 잊는다. 워낙 바다와 해수욕장이 인기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부산은 이름 그대로 산의 도시로, 도시 곳곳에 여행하기 좋은 산들이 많다. 특히 금정산에 자리 잡은 산성마을은 금정산 능성이 품고 있는 마을로, 수려한 자연환경 속에 흑염소 불고기 등의 먹거리와 특산주인 금정산성 막걸리를 한잔할 수 있어 등산객들이 많이들 쉬어가는 곳이다. 자동차는 물론 일반 버스를 타고도 갈 수 있어, 산을 벗 삼아 여행하기에도 좋다.

금정산에서 막걸리 한잔의 여유를
최근 수제 맥주의 인기 속에 다양한 지역에서 고유의 맛으로 제조된 막걸리도 열풍이 불고 있다. 그중에서도 금정산성 막걸리는 산성마을에서 만들어지는 독특한 토속주로, 1980년 전통 민속주 제도가 생기면서 ‘민속주 1호’로 등록된 술이다. 해발 400m 분지의 산성마을에서 맑은 공기 속에 마시는 막걸리는 그야말로 일품이다.

산성마을에는 막걸리 빚기, 도예, 힐링 숲 체험 등 자연을 벗 삼아 다양한 체험 활동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등산로의 한 지점으로써 금정산성 북문, 금강공원 등으로 이어지는 건강 산행 코스도 추천한다. 도시를 떠나 빈둥거리며 여유를 만끽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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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