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더 넓고, 더 시원한 삶을 위한 바다를 닮은 52개의 문장과 단상!
저자 장현정은 광안리를 사랑해서 직접 지은 호도 ‘안리(安里)’이다. 바닷가에 살며 책을 읽고, 쓰고, 만드는 게 직업인 저자가 1년 52주 동안 매주 하나씩 바다를 바라보며 떠올린 문장과 단상을 매년 여름 연간 무크지 형식으로 묶어보기로 했다. 〈바다의 문장들 1〉은 그 출발을 알리는 첫 책이다.
바다는 모든 것을 ‘받아’ 주어서 바다라는 말이 있다. 사람들은 지치고 힘들면 버릇처럼 바다가 보고 싶다고 말한다. 엄마가 보고 싶다는 말처럼 들리는데 실제로 바다는 인류의 엄마이기도 하다. 바다에 가서 바닷물처럼 짠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다 커서도 바다에서 울 수 있는 사람은, 다 커서도 엄마 앞에서 울 수 있는 사람만큼이나 용기 있는 사람이다.
지금의 우리에게는 바다처럼 새롭고, 불편하고, 매번 낯선 자극이 필요하다. 삶이란 얼마나 입체적이고 풍만하며 아름다운가! 이 책은 1시간 만에 해변에 누워 후딱 읽을 수도 있고, 1년에 걸쳐 매주 한 문장씩 천천히 읽을 수도 있고, 평생에 걸쳐 생각날 때마다 읽을 수도 있을 테다.
이미 온라인이 정보의 ‘바다’가 되었으니 이런저런 정보들은 다 걷어내고 문장 하나당 원고지 5매 내외로 정리하는 걸 목표로 삼았다. 마음을 건드리는 글을 발견해서 더 궁금한 게 생기면 인터넷에 접속해 ‘서핑’해보길 권한다.
인생을 더 넓고 시원하게 살기 위해, 바다를 닮은 문장들을 만나보자. 바다가 우리에게 주는 지혜, 바다를 사랑한 사람들의 고백 속으로 첨벙 뛰어들어보자. 계절의 흐름과 더불어 52주 동안 한 문장씩 깊이 음미하다 보면 인문과 예술의 아름다움이 새삼 파도처럼 우리 삶 속으로 밀고 들어오리라!
■ 저자 장현정
로커로 활동하다 사회학을 공부했다. 작가, 사회학자, 문화기획자, 방송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소년의 철학〉, 〈록킹 소사이어티〉, 〈무기력 대폭발〉, 〈삶으로 예술하기〉, 〈아기나무와 바람〉 등의 책을 썼고 〈주4일 노동이 답이다〉(공역)를 우리 말로 옮겼다.
■ 차례
프롤로그
1부. 봄의 바다와 12개의 문장
2부. 여름의 바다와 12개의 문장
3부. 가을의 바다와 12개의 문장
4부. 겨울의 바다와 12개의 문장
5부. 다시, 봄의 바다와 4개의 문장
바다의 문장들 1
프롤로그
바다는 모든 것을 ‘받아’ 주어서 바다라는 말이 있다. 사람들은 지치고 힘들면 버릇처럼 바다가 보고 싶다고 말한다.
10살 때부터 광안리 바닷가에서 살았다, 광안리를 사랑해서 직접 지은 호도 ‘안리(安里)’이다.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을 ‘탈라소필(Thalassophile)’이라고 한단다. 내가 그렇다, 그리고 나는 책을 읽고, 쓰고, 만드는 게 직업인 사람이다. 그래서 바라를 보며 떠올린 문장과 단상을 1년에 한 건씩 연간 무크지 형식으로 묶어보기로 했다.
인생을 더 넓고 시원하게 살기 위해, 우리에게는 바다를 닮은 문장들이 필요하다. 바다가 우리에게 주는 지혜와 바다를 사랑한 사람들의 고백, 계절의 흐름과 더불어 52주 동안 한 문장씩 깊이 감상하다 보면 인문과 예술의 아름다움이 새삼 파도처럼 우리 삶 속으로 들어와 주겠지.
1부. 봄의 바다와 12개의 문장
“인생은 심지어 해파리에게조차 아름답고 장엄한 것이다(Life is a beautiful magnificent thing, even to a jellyfish)” - 찰리 채플린
저녁 먹는데 귀여운 딸이 문득 말했어.
“아빠, 내 귀여움은 음계로 말하면 레쯤 돼.”
“왜?”
“도를 지나쳐서.”
“....”
“미치기 직전이기도 하고.”
밥 먹다가 그만 거대한 웃음이 폭발했지.
나에게 최고의 예술가 중 한 사람인 찰리 채플린은 비극적인 삶일수록 웃음이 얼마나 위대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잘 알려준 사람이야.
비난하고 분노하는 건 오히려 쉽지. 유머를 갖추고 유연해진다는 건 훨씬 급이 높은 일이라고. 찰리 채플린의 유머에 얼마나 수준 높은 품위가 배어있는지는 이런 말을 통해서도 알 수 있어.
“내 고통이 누군가에게는 웃음의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 웃음이 누군가의 고통의 원인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My pain maybe be the reason for somebody’s laugh. But my laugh must never be the reason for somebody’s pain).”
2부. 여름의 바다와 12개의 문장
“뱃사람들은 아무 때나 그저 장난으로, 커다란 바닷새 알바트로스를 붙잡는다네.” - 보들레르, ‘알바트로스’, <악의 꽃>, 황현산 역, 민음사, 2016
괴물이 득실득실한 세상이야. 처음부터 이렇게 많진 않았어. 니체는, ‘괴물과 싸우려거든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했는데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괴물과 싸우려고, 인류를 구하겠다고 초개처럼 고통의 바다로 뛰어들었다가 그만 자기 자신도 괴물이 되고 말았지. 슬픈 일이야.
커다란 날개를 활짝 펴고 높은 곳을 날아가는 알바트로스를 바라보며 뱃사람들은 경탄하지만, 가끔 바닥에 내려와 바로 그 큰 날개 때문에 뒤뚱대며 걸을 수밖에 없는 알바트로스를 보면 담뱃불로 괴롭히고 야유하고 비웃어
그래도 알바트로스는 이 비열하고 천박한 사람들을 닮을 일 없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바꾸겠다면서 한 번만 도와달라고 자주 빌지만, 선거가 끝나면 뱃사람들이 바닥을 기는 알바트로스 대하듯 시민들을 대하는 정치인들을 우리가 닮을 수 없는 것처럼.
우리는 알잖아? 괴물이 되어버린 자들은 이 해변에서 마음껏 발가벗고 뛰어놀지 못하리란 것을. “사람은 못 돼도 괴물은 되지 말자.”던 홍상수 감독 영화의 그 유명한 대사처럼 정말로 좋은 사람까지 될 필요는 없어.
우리, 괴물만은 되지 말자고. 괴물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냐고? 끊임없이 자기증식만 반복하는 것들, 그것들이 괴물이야.
3부. 가을의 바다와 12개의 문장
“무언가를 치유하는 것들은 모두 소금물이다. 땀, 눈물, 바다처럼(The cure for anything is salt water – sweat, tears, or the salt sea)” - 카렌 블릭센(Karen Blixen)
‘치유’가 유행인 시대야. 그만큼 상처들이 많다는 얘기겠지.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야. 가치 있는 일에는 반드시 ‘시간’이 필요하니까. 빨리빨리, 금방금방 치유할 수 있다면 백퍼 사기라고 봐도 좋아. 쓴맛 없이 단맛 없고, 고통 없이 성장 없다는 건 너무도 당연한 사실인데 우리는 자주 잊고 지내지.
세계적인 아티스트 BTS도 성장의 고통을 표현하며 왜 ‘피, 땀, 눈물’을 노래했겠어. 도약하고 건너 뛰어가면서 얻을 수 있는 건 실제로는 하나도 없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으니 그랬겠지.
우리는 치유해주는 건 충분한 시간이 녹아있는 진액들이야. 두 번이나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며 당대 작가들의 존경을 받았던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소설가 카렌 블릭센은 무언가를 치유할 수 있는 건 땀, 눈물, 바다처럼 모두 소금물이라는 비밀을 어떻게 알았을까.
바람기 많은 사촌 오빠와 결혼해 아프리카로 건너갔다가 이혼하고, 새로 만난 연인조차 비행기 사고로 죽게 되면서 카렌은 고국 덴마크로 돌아와 소금물 같은 소설을 쓰기 시작했지. 카렌은 아프리카에서 17년이란 시간을 보내는 동안 알게 됐겠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사람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고통이 분명히 존재하고, 그 고통을 단박에 치유할 수도 없음을. 고통을 대하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절제와 인내를 배웠고 담담하게 세계를 받아들이면서 자기를 보존하는 법을 깨달았을 테지.
4부. 겨울의 바다와 12개의 문장
“바다를 본 사람은 물에 대해 말하기 어려워한다(觀海難水)” - 맹자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도 짙게 마련. 자기를 내세우려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자기 안의 콤플렉스를 봐달라는 것처럼 느껴져 슬퍼.
물론 말을 안 하고 살수야 없겠지. 요즘 같은 시대에 고요하게 살고 싶다는 욕망은, 그 어떤 탐욕스러운 욕망보다도 더 원대하고 불가능에 가까운 꿈이니까. 그래도 나에게 침묵은 포기할 수 없는 야망. 그 소리 없음의 아우성, 쓸모없음의 쓸모, 고요함이 뿜어내는 육감적인 활력. 온갖 오두방정과 호들갑보다도 건드리면 금방 터질 듯 팽팽하게 긴장된 침묵이 오히려 수만 배는 더 뜨겁게 진실을 웅변해.
대화 중 잠깐 찾아오는 침묵의 시간을 유럽에서는 ‘천사가 지나가는 시간’이라고 부른다지. 우리는 천사를 너무 못 살게 굴고 있는지 몰라. 아예 천사들이 지나갈 틈 자체를 안 주고 있어.
맹자는 말하길, “사람의 걱정거리는 남의 스승이 되는 것을 좋아하는 데 있다”고 했지. 부조리한 세상에서 정상적인 인간은 “흩어져 없어지기를 거부하여 자의적인 헐벗음으로, 침묵의 결의로, 반항의 기이한 고행으로 빠져든다.”던 카뮈의 말도 떠올라.
로댕은 7년에 걸쳐 프랑스의 대문호 발자크에 대해 연구한 끝에 거대하고도 육중한 하나의 침묵처럼, 야수와도 같이 거칠고 투박한 터치로 발자크 상을 조각했다가 당대의 비난을 받았지만, 지금 이 작품은 고전이 되었잖아.
5부. 다시, 봄의 바다와 4개의 문장
“세 종류의 사람이 있다. 산 사람, 죽은 사람, 그리고 바다로 다니는 사람(There are three sorts of people; those who are alive, those who are dead, and those who are at sea).” - 아나카르시스(Anacharsis)
자크 아탈리의 <바다의 시간>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흥미로운 문장이 인용되어 있어. 그런데 출처를 찾아보니 실제 이 말을 한 사람은 기원전 6세기에 흑해 연안 스카타이에서 아테네로 넘어와 현인으로 존경받았던, 솔직하고 거침없기로 유명했던 철학자 아나카르시스의 말로 보는 게 맞을 것 같아.
바다로 다니는 사람은 누구였을까. 아마도 이질적인 존재들, 기존 문명으로는 정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희한한 인간들 아니었을까. 그 시대에 이방인들은 모두 바다를 통해서 들어왔을 테니, 아나카르시스가 그렇게 아테네로 온 것처럼 말이야. 기존 문화에 순응하지 않는 골칫덩이들, 똘끼 충만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들, 말하자면 전설의 록밴드 퀸(Queen) 같은 이들 말이야.
“우리는 부적응자들을 위한 부적응자들입니다.” 그러면서 그들은 ‘우리가 챔피언(We Are the Champion)’이라고 노래했어. 외계인들처럼, 침략자들처럼 돌연 우리의 감성을 헤집어놓았지.
<보헤미안 랩소디>가 역사상 최초의 뮤직비디오라는 점만 봐도 그들이 얼마나 쉬지 않고 사고를 치고 싶어 안달이었는지 알 수 있어. 아리스토텔레스의 문장에는 대신 이런 게 있지.
“광기 없이 위대한 정신 없다(No great mind has ever existed without a touch of mad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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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