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능성은 달리기에서 시작되었다

   
안정은
ǻ
서사원
   
18000
2025�� 05��



■ 책 소개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그녀를 일으켜 세운 달리기의 힘

파도를 타본 사람은 안다. 그 자유와 짜릿함이 인생을 변화시킨다는 것을.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우리는 파도를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서퍼의 자세를 배워야 한다.

이 책을 쓴 저자이자 러닝 전도사로 일컬어지는 안정은 작가 역시 인생의 수많은 파도에 쓰러지고 넘어지는 삶을 살았다. 하지만 달리기를 만난 순간부터 인생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서퍼가 되어 거센 파도를 즐기는 사람으로 거듭났다. 그 저력에는 매일 5분 이상 달리는 기본 루틴이 깔려 있다.

현재 달리당이라는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대표로 활동하면서 수원에서 역사 런 투어와 연계해 새로운 달리기 문화를 열어가고 있다. 러닝 전도사라는 새로운 직업을 스스로 만들고 개척한 그녀는 더 이상 혼자만을 위해 달리지 않는다. 탑걸즈 크루(브라탑 러닝) 활동을 통해 여성들의 자신감과 자존감을 끌어올렸다. 또한 결혼 후 아이를 가지면서 임산부 러닝, 유아차 러닝까지 만들면서 아이와 부모들의 건강한 러닝 문화까지 만들어냈다. 

이제 그녀에게는 인생의 파도쯤은 하나도 무섭지 않다. 언제든 혼자, 또는 아이와 함께, 여러 러닝 크루들과 함께 건강하고 즐겁게 달리면서 가뿐하게 거센 파도를 뛰어넘을 에너지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 저자 안정은
러닝 전도사. 달리면서 삶을 배우고 호흡하며 삶을 느낀다. 누구나 매일을 달리고 있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실제로도 많이 달린다. 사랑하는 달리기를 찾아 달려오다 보니 세계 6대 마라톤을 대한민국 최연소로 완주했고 250km 몽골 고비사막을 7일 동안 달렸다. 임신 9개월까지 달리고 지금은 유아차에 탄 아이와 함께 달리고 있다. 작은 빵집을 운영하며 작가로서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을 문장도 굽고 있다. 군부대에서 강연을 하고 러닝 코칭을 통해 각자의 속도로 달리고 싶은 사람들을 돕는다. 달리기로 마음 여는 일을 천직이라 믿고 누군가의 시작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인스타 @totoolike

■ 차례
프롤로그: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 강력한 힘

1장 작은 한 걸음에서 시작하다
위대한 도전은 한 걸음에서 시작된다
내 인생의 출발선 ‘러닝 포인트’
작은 행동이 큰 변화를 만든다
무기력에서 벗어나는 가장 쉬운 방법
나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법
끈기보다 끊기가 필요할 때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방법
인생을 바꾸는 강력한 힘
관성의 힘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실패는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
굴곡이 있기에 달릴 수 있다
결국 해내는 사람들의 법칙

2장 나만의 길을 개척하다
세계 6대 마라톤에 도전하다
행복은 꿈꾸는 과정에 있다
스스로 내 삶을 디자인하다
나를 특별하게 만드는 브랜딩 기술
글을 쓰는 사람은 길을 잃지 않는다
베이킹으로 다시 일어서다
빵과 러닝으로 사람을 연결하다
250킬로미터와 250만 원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다
엄마 러너로 더 강력해지다

3장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다
탑걸즈크루, 세상의 시선을 뛰어넘다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다
브라탑 러닝, 나를 긍정하는 용기
진정한 마라톤, 유아차 달리기
유아차 러닝을 위한 완벽 가이드
캥거루는 늘 아기와 함께 달린다
부모가 성장해야 아이도 성장한다
작은 목표를 꾸준히 쌓아가자
불안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
좋아하는 일을 지속하는 힘

4장 나만의 속도로 달린다
권태는 끝이 아니라 터닝포인트다
나를 돌보는 것은 삶을 돌보는 것이다
나만의 시간을 확보하는 방법
진심을 다한 레이스에 꼴등은 없다
무게중심은 ‘나’에게 있어야 한다
내 길은 내가 결정한다
질투에서 자유로워지는 방법
명사가 아닌 동사의 삶을 살자
막연한 꿈을 현실로 만드는 법
감사하는 태도가 삶을 바꾼다
운은 내가 끌어당기는 것이다
불평을 멈추는 순간 달라지는 것들
자신을 믿는 사람만이 끝까지 갈 수 있다
함께 달려야 더 멀리 간다

에필로그: 피니시 라인은 또 다른 시작점이다

 




나의 가능성은 달리기에서 시작되었다


작은 한 걸음에서 시작하다

위대한 도전은 한 걸음에서 시작된다

새벽 공기는 차갑지만 긴장감에 몸은 뜨겁게 달아올라 있다. 땀이 날 것을 대비해 가볍게 입은 옷이 바람에 펄럭인다. 동동 구르는 다리는 마치 출발을 기다리는 경주마처럼 엔진을 예열하고 있다. 두 손을 가볍게 털며 깊이 숨을 들이마신다. 공기 속에는 수많은 러너의 에너지가 가득하다. 땀과 에너지 젤, 머리끈에 묻은 샴푸 향이 뒤섞인 아침 공기 속에서 어깨에 닭살이 돋는다. 심장은 쿵쾅거리고,

다리는 가볍게 떨린다.


등 뒤로 들려오는 웅성거림, 숨을 가다듬는 소리, 가끔 터지는 웃음이 묘한 긴장감을 더한다. 사회자의 출발 신호에 맞춰 각자의 방식으로 긴장과 설렘을 표출한다. 허벅지를 두드리며 몸을 깨우는 사람, 친구와 셀카를 찍으며 이 순간을 기록하는 사람,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사람. 우리는 그렇게 출발선을 맞이하고 있다.


"Three, two, one!"


카운트다운과 함께 심장이 크게 요동친다. 출발 총성이 울리자 앞사람들이 파도처럼 움직이기 시작한다. 첫걸음부터 허벅지에 힘이 차오르고, 팔을 뒤로 돌리자 이완된 근육들이 반응한다. 옆 러너들의 발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려오고, 바람이 피부를 스친다. 이제 시작이다. 더 이상 망설일 필요도 고민할 이유도 없다. 한 걸음 한 걸음 달리기만 하면 된다.


500번도 넘게 스타트라인에 서봤지만 매번 긴장되고 떨린다. 300명의 특수부대원들이 나만 쳐다보고 있는 강단, 경기도지사님에게 올해의 경기도민 표창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무대 뒤편, 스카이다이빙을 하기 위해 올라탄 상공 4,000m의 헬기 발판 위 등 30여 년 동안 수많은 곳에 서 봤지만, 가장 아찔하면서도 설레는 곳이 바로 이곳 스타트라인이다. 그곳에 서는 순간 '살아있다!'는 느낌이 든다.


마라톤의 스타트라인이 아니더라도, 설레는 시작의 순간들은 삶 속에 늘 존재한다. 첫 출근 날 다려둔 정장을 입으며 거울 앞에서 자기소개 연습을 할 때, 부모님의 둥지를 떠나 처음 독립할 때, 스무 살이 되는 새해 첫날 당당하게 첫 술을 마실 때, 운전면허를 따고 아빠 차를 빌려 처음 도로에 나설 때, 짝사랑하던 이에게 고백쪽지를 건넬 때, 내 이름이 걸린 가게 간판이 올라갈 때, 8시간 진통 끝에 처음으로 '엄마'가 되었을 때. 이런 순간들은 2배속으로 흐르는 것처럼 선명하게 기억된다.


돌이켜보면 모든 '처음'은 설레고 값진 경험이었다. 그 시작이 있었기에 이제는 한 손으로 능숙하게 운전하고, 혼자서도 집안일과 요리를 해내고, 힘든 하루를 마무리하며 맥주 한 잔에 스스로를 토닥일 수 있게 되었다. 어떤 출발선은 스스로 선택한 것이었고, 어떤 출발선은 타의로 밀려나기도 했다. 모든 시작이 기억에 남는 것은 아니지만, 그 순간들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망설이지 않고 시작하는 법

'시작'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앞으로의 삶을 움직이게 해줄 설레는 원동력이다. 그렇다면 꽁꽁 얼어붙은 발을 깨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 완벽한 순간을 기다리지 말자.

우리는 종종 "완벽한 타이밍에 시작해야 해"라고 생각하지만, 완벽한 시작이란 없다. 내일부터 하겠다는 말은 결국 '다음 달', '내년', '언젠가'로 변해버린다. 스타트라인에서 너무 많은 걸 고민하면 총성이 울려도 발을 떼지 못한다. 그냥 시작해보자.


2.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나중에 생각하자.

첫 마라톤을 앞두고 고민한다. "과연 할 수 있을까?", "중간에 포기하면 창피하지 않을까?" 하지만 현실은? 길거리에서 넘어져도 대부분의 사람은 내게 관심이 없다. 만약 완주한다면? 그때는 모두 감탄할 것이다.


3. 비교의 늪에 빠지지 말자.

SNS를 보면 다들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늘 나만 뒤처지고 처량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모든 새로운 시작의 출발선에서는 모두가 같은 위치에 서 있다. 중요한 건 누가 먼저 시작하느냐다.


4. 영원한 준비생이 될 것인가?

러닝화, 러닝복, 훈련법··· 준비만 하다가 정작 달려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집에 새 상품 꼬리표를 떼지도 못한 옷가지나 취미용품들이 얼마나 많은가. 책으로 달리기를 읽는 것은 마라톤 완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책으로 수영을 읽는 것은 물속에서의 호흡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완벽한 준비보다 중요한 건 '첫 발을 내딛는 것'이다.


5. 타이밍 핑계를 버리자.

"바빠서...", "돈이 없어서...", "여유가 없어서..." 하지만 완벽한 타이밍은 오지 않는다. 마라톤에서도 100% 컨디션으로 뛰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일단 시작하면 생각보다 잘 해낼 수 있다. 고민은 줄이고, 망설이지 말고, 그냥 뛰어보자. 모든 위대한 도전은 첫 발을 내딛는 순간 시작된다.


내 인생의 출발선 '러닝 포인트'

졸업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라는 것을 그 누구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 회사에 들어간 지 며칠 만에 깨달았다. 내가 이렇게까지 작고 무기력한 사람이었구나.' 대학교에서 4년간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지만, 단 5일 만에 적성이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컴퓨터에 소질이 있거나 꿈이 있어서 전공을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성적에 맞춰 조금이라도 서울과 가까운 대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세운 전략이었다. 입시 전문가였던 당시 고3, 담임 선생님의 전략은 통했다. 특별전형에 추가합격까지. 그런데 취업한지 6개월 만에 정규직 전환은 시도해보지도 못한 채 퇴사했다. 그렇게 개발자로서의 삶은 조용히 끝이 났다.


아직 늦지 않았다고 믿었기에 한 달간 유럽 여행을 떠났다. 혼자 깊이 고민한 끝에 선생님이 사회가 정해준 길이 아닌 '내가' 정한 길을 가기로 했다. 어릴 때부터 꿈꿨던 '승무원'. 사실 고등학생 때도 승무원학과를 진학하고 싶었지만 선생님의 반대에 부딪혀 하루만에 꿈을 접었다. 이번에는 다짐했다. "이 길을 선택한 건 온전히 나니까, 끝까지 해보자.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영어와 중국어 공부, 구두 신고 걷기, 발성 연습, 미소 짓기, 다이어트까지. 1년간 승무원이 되기 위해 악착같이 준비했다. 두 번 실패 하고 싶지 않은 간절함 때문이었을까. 독학으로 HSK 5급을 높은 점수로 취득했고, 중국인과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대학 4년간 공부한 것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그리고 당당하게 중국 H항공사에 최종 합격했다.


운명의 장난과 멈춰버린 시간

중국에서 신체검사도 통과했고, 최종 오리엔테이션까지 마쳤다. 남은 건 베이징으로 떠나 가슴에 윙 배지를 다는 일뿐이었다. 더 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한국으로 돌아와 가족들과 합격 축하 파티를 열며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초에 불을 켜고 끄려는데 TV에서 '사드 배치' 뉴스가 흘러나왔다. 그게 내 인생을 바꿀 거라고는 상상도 못한 채 짐을 꾸렸다. 한국인 합격생은 총 200명이었다. 비자 발급 예정 날짜가 지나도록 그 누구도 비자를 받지 못했다. 뉴스를 다시 찾아봤다. 한한령(限韓令)으로 중국 내 한국 마트와 식당들이 줄줄이 폐업했다. 요우커(중국 관광객) 발길이 끊기면서 여행 산업도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인들의 중국 취업 비자 발급이 중단되었다.


회사의 인사 담당자는 "곧 해결될 거니 걱정 말라"고 했다. 안심하며 중국어 회화 책을 보면서 출국할 날을 기다렸다. 하지만 한 달, 6개월, 1년.... 짐을 싸둔 캐리어는 여전히 방 한구석에 놓여 있었다. 중국에서 받은 기념품 비녀는 책상 위에서 먼지만 쌓여갔다. 나는 그대로 한국에 남았다.


처음 한 달은 친구들을 만나며 시간을 보냈다. 어느 날 친구가 말했다.


"너 합격한 거 거짓말 아니야? 왜 아직도 한국에 있어?"

"합격했다고 거짓말하고 다른 데 준비하는 거지?"


얼굴이 화끈거렸다. 어떻게 변명해야 할지 몰라서 친구들을 점점 피하게 되었다. 친척 어른을 만나면 이런 말을 들었다.


"사기 당한 거 아니야?"

"그 회사, 정말 있는거 맞아?"


속이 까맣게 타들어갔다.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았지만 애써 참았다. 그날 이후 마음의 문을 닫았다. 사람들을 만나지 않았다. 집밖으로 나가는 것도 점점 꺼려졌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그렇게 1년 동안 집 밖에 나오지 못한 채 은둔 생활을 했다. 스물 다섯 살, 방문조차 나서지 못했다. 두 번째 도전은 달라질 거라며 부모님을 설득했고, 이번엔 반드시 해내겠다고 다짐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다시 무너졌다. 부모님과 마주할 면목조차 없었다. 밥상 앞에 앉아 있을 용기도, 할 말도 없어서 식사도 함께 하지 않았다. 더 무서웠던 건 이번엔 내 부족함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거대한 국제적 사건 앞에서 무력감에 빠졌다. 매일 울었고 울다 지쳐 잠들었다. 할 수 있는 건 단 하나, 금요일마다 비자를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조차도 날 점점 더 작아지게 만들었다.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컸다.


언제 마지막으로 머리카락을 손질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자랐고, 계절의 변화도 느끼지 못했다. 오랜만에 빼꼼 열어본 커튼 너머로 봄이 훌쩍 다가왔음을 깨달았다. 모두 출근한 늦은 오전, 무슨 용기였는지 모르지만 아무도 없는 틈을 타 운동화를 신고 밖에 나섰다. 봄바람이 살랑 불더니 눈물이 한 방울 흘렀다. 그리고 이내 펑펑 쏟아졌다. 삼삼오오 산책하는 사람들, 뛰어노는 아이들이 나를 쳐다보며 비웃는 것만 같았다. 온몸이 벌거벗겨진 기분이었다. 또다시 도망쳤다.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어두운 곳으로. 초봄인데도 식은땀이 났다. 눈물을 숨기기 위해 더 달렸다. 땀이 흐르면 눈물이 티 나지 않을 것 같아서.


5분쯤 달렸을까.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곳까지 도망쳐 왔다. 목이 타들어 갔다. 피 맛이 나는 듯했다.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고, 다리 는 후들거려 제대로 서 있을 수조차 없었다. 머리는 핑 돌았다. 결국 바닥에 주저앉았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들숨과 날숨을 반복했다. 들숨에 땀 냄새를 들이마시고, 날숨에 친구의 가시 같은 말이 사라졌다. 들숨에 흙냄새를 들이마시고, 날숨에 스스로를 탓하던 죄책감이 사라졌다. 그렇게 한참 숨을 고르다 보니 다시 일어설 힘이 생겼다. 무릎을 툭툭 털었다. 그제야 내가 얼마나 멀리 달려왔는지 보였다. 집에서 단 5분 거리를 달려왔을 뿐이었지만, 그 길이 내겐 1년이 걸린 거리였다. 그날 밤 피곤했던 탓인지 오랜만에 깊은 잠을 잤다.


다음 날 다시 운동화를 신었다. 어제와 같은 길을 이번엔 6분 동안 달렸다. 여전히 토할 것 같았지만, 어제보다 나아졌다는 성취감이 있었다. 다음 날은 7분. 여전히 죽을 것 같았지만 죽지는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사람이라 생각하며 매일 눈물로 보냈던 내가 이제는 할 수 있는 일이 생겼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울면서 달렸던 그날이 내 인생의 출발선이었다. 나는 그날을 '러닝 포인트'라고 부른다.


작은 행동이 큰 변화를 만든다

"5분으로 뭘 할 수 있겠어?"


많은 사람이 이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5분은 결코 짧지 않다. 단 5분 안에 세상이 변하고 삶의 방향이 바뀔 수도 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순간들이 불과 몇 분 몇 초 만에 이루어졌다. 세계 1위 스프린터가 탄생하기까지 10초가 걸리지 않았다. 2009년 베를린 세계 육상선수권 대회에서 우사인 볼트는 100m 레이스에서 9.58초 만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100m 기록이며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은 세계 기록이다. 단 9.58초 만에 스포츠 역사는 새롭게 쓰였고, 그는 '번개'라는 별명을 얻으며 전설이 되었다.


1903년 12월 17일, 오빌 라이트와 윌버 라이트 형제는 최초의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았다. 비행시간은 단 12초. 이 시도는 인류의 이동 방식을 완전히 바꾸었다.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비행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10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지구 반대편을 몇 시간 만에 갈 수 있으며, 우주를 탐사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5분도 되지 않은 첫 비행이 인류의 한계를 우주로 확장한 것이다.


긴급한 상황에서는 단 몇 분이 생사를 가른다. 심폐소생술(CPR)의 골든타임은 4분. 심장이 멈췄을 때 4분 이내에 심폐소생술을 하면 생존율은 2~3배 높아진다. 5분 안에 조치하지 않으면 뇌 손상이 시작되고, 10분이 지나면 생존 확률이 급격히 떨어진다. 생명을 살리는 5분, 누군가는 간절하고 또 간절한 5분일 수 있다.


'5분 달리기로 어떻게 인생을 바꾸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첫 5분이 6분이 되고, 10분이 되고, 결국 풀코스를 완주하게 만든다. 무기력함에 빠졌던 시절, 처음부터 "풀코스를 달려야겠다"고 결심했다면 아마 포기했을 것이다. 기회만 기다리다 타이밍만 보다가 결국 한 걸음도 내딛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5분부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해 처음 5분 달리기는 너무 버거웠다. 하지만 참아낼 수 있을 만큼의 거리였다. 다음날은 "어제보다 1분만 더 뛰어보자"라는 작은 목표를 세웠다. 5분 더 뛰는 건 못할 짓이었지만 1분 정도는 더 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5분이 6분이 되고 10분이 30분이 되었다. 처음엔 겨우 5분을 버텼던 내가 몇 달 후 풀코스를 완주했다. 그때 깨달았다. 작은 행동이 결국 큰 변화를 만든다.


5분의 작은 행동이 긴 변화를 만들어낸다. 5분 스트레칭만으로도 굳어 있던 몸이 깨어나고 정신이 맑아진다. 그렇게 깬 몸과 정신으로 침대에 누워 핸드폰만 보던 1시간을 생산적인 시간으로 바꿀 수 있다. 5분이면 하루 목표를 점검하고 생각을 정리하거나 감사 일기를 쓸 수 있다. 처음에는 단순한 메모 같지만, 하루하루 쌓이면 한 권의 책이 될 수도 있다. 5분 동안 TED 강연을 보거나 영어 단어 5개를 외우면, 1년 후에는 1,825개의 단어를 익히고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다. 5분은 사랑을 표현하기에도 충분한 시간이다.


친구에게 안부 메시지를 보내거나 아이와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누고 꼭 안아줄 수 있다.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어 하루를 살아갈 또 다른 큰 힘을 전해줄 수도 있다.


우리는 종종 "언젠가 해야지"라고 말하지만, 그 '언젠가'는 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 언젠가는 바로 오늘 지금 이 5분 안에 있다. 단 5분만 투자해도, 내 삶은 조금씩 달라진다. 5분 동안 움직이고 배우 고 사랑을 표현하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작은 행동을 해보자. 지금 당신의 5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작은 출발이 결국 인생을 바꾼다. 모든 시작은 작아야 한다. 완벽하게 시작할 필요 없다. 시작해야 완벽을 경험할 수 있다. 오늘부터 가장 작은 한 걸음을 내디뎌보자.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다

좋아하는 일을 지속하는 힘

달리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내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는 게 좋았다. 기록을 단축하는 것도, 대회를 나가는 것도 매주 열리는 축제였고 파티였다. 달리는 순간, 그 자체가 좋았다. 하지만 어느새 달리기는 내 직업이 되었다. 마라톤 대회를 매력적인 글로 표현해야 하고, 낯선 운동화를 신고 풀코스를 달려 봐야 하기도 했다. 달리기를 온전히 즐기기보다는 사진과 영상을 찍고 편집하기에 바빴다. 풍경을 천천히 바라보면서 뛰는 나를 위한 달리기보다 누군가의 자세를, 호흡을 봐주며 달리게 되었다. 취미로 시작한 달리기가 내 삶의 중심이 된 지 10년이 되어간다.


많은 사람이 묻는다. '좋아하는 취미가 직업이 되면 어때요?" 나는 대답한다. "좋은 점도 많고, 어려운 점도 많아요.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다는 것. 어렸을 때는 누구나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현실은 말처럼 쉽지 않다. '좋아하는 것'과 '먹고 사는 것'은 다르다.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면 많은 사람이 꿈꾸는 이상적인 삶일 것이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출근'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이다. 월요일이 두렵지 않고, 일할 때마다 성취감을 느낀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말했다. "당신이 사랑하는 일을 찾아라. 그것이 아니라면 멈추지 말고 계속 찾아라." 나는 사랑하는 달리기를 찾아 지금까지 달려오고 있다. 하지만 취미와 직업은 다르다는걸, 좋아하는 달리기 하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걸 시간이 지나면서 깨닫게 되었다.


취미로 달릴 때는 '오늘은 달릴까 말까?' 고민할 수 있었다. 오전에 비가 오면 오후로 운동 스케줄을 변경할 수도 있었고, 헬스장에서 대체 운동도 가능했다. 하지만 직업이 되니 달리고 싶지 않은 날에도 달려야 했다. 밤을 꼬박 새운 다음날 이른 아침에도 무거운 몸을 이끌고 나가야 했다. 넘어져서 다리 부상이 있을 때도, 심지어 생리통이 심했을 때도 달려야 했다. 러닝 크루를 이끌고, 코칭을 하 고, 행사를 기획하고, 달리기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해야 하는 일'이 되었다.


취미로 즐길 때는 성과에 대한 압박도 없었다. 하지만 좋아하던 일이 업무가 되면서 '해야 하는 일'로 변한다. 마감이라는 기한도 생긴다. '오늘은 그냥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도 약속한 일이기에 해야 한다. 경제적인 부담도 커진다. 취미로 할 때는 단순한 즐거움이었지만, 직업이 되면 수입과 연관되면서 안정적인 성장을 고민해야 한다. 평소에 달려보고 싶었던 대회를 포기하고, 일을 선택하게 될 수도 있다.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만 할 수 없다. 예전에는 내 기분에 따라 코스를 정하고, 속도를 조절했다. 하지만 직업이 되면 혼자만의 러닝이 아니라 함께하는 사람들의 필요도 고려해야 한다. 책임이 따라온다. 나 혼자 즐기는 게 아니라 사람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주고, 가르치고, 부상 없이 안전하게 이끌어야 한다. 내가 지쳐도, 내 발이 무거워도, 누군가는 나를 보고 달리기를 시작한다.


이 모든 변화가 달리기를 더 힘들게 만들기도 했지만, 반대로 더 깊이 사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좋아하는 일은 힘들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 도 직업이 되면 힘들 때가 온다. 완벽한 직업이란 없기 때문이다.


일과 취미의 균형을 맞추는 법

취미가 직업이 되었다고 해서 그 즐거움을 잃을 필요는 없다. 물론 나도 달리기를 직업으로 갖고 2년까지는 균형을 맞추기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순간순간이 행복하고 감사하다. 천직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몇 가지 원칙을 세워 이 균형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1. 여전히 취미로 남겨두자.

직업이 된 이후에도 '일이 아닌 순수한 즐거움'으로 그 취미를 하는 시간을 따로 가져보자. 일주일에 한 번은 나 혼자만을 위한 달리기 시간을 의무적으로 갖고 있다. 해야 하는 의무가 아닌, 스스로 만족하기 위한 활동이 중요하다. 오롯이 나를 위한 취미의 시간을 확보하자.


2. 새로운 취미를 만들자.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었다면, 또 다른 새로운 취미를 찾아보자. 한 가지 일에만 몰입하다 보면 금세 지칠 수 있기에 전환이 되는 새로운 즐거움을 만들자.


3.마음가짐을 바꾸자.

직업이 된 이상 '내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때로는 고객의 요구를 맞추고, 비즈니스적인 사고를 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본질적인 즐거움까지 잃을 필요는 없다. 힘든 순간도 당연하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일이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라는 걸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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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