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비즈니스 산책

   
박대진
ǻ
한빛비즈
   
16000
2014�� 12��



■ 책 소개

 

비즈니스를 넘어 문화가 된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이스라엘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이 많다. 천연자원이 없어 수출에 의존하고, IT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고, 학구열이 세계 상위권을 달린다. 하지만 국내에만 머무르는 우리나라의 스타트업과 달리 이스라엘의 스타트업은 세계시장에 거침없이 진출한다. 이스라엘의 스타트업은 미국 나스닥에 미국과 중국 다음으로 많이 상장되었고, 다국적 기업에 인수합병되어 창립자에게 엄청난 돈을 안겨준다. 도대체 무엇이 이스라엘의 혁신의 첨단을 달리는 스타트업을 줄줄이 탄생시키는 것일까?

 

이 책은 각 도시만의 비즈니스 인사이트와 사업의 기회를 찾는 『비즈니스 산책』 시리즈 네 번 째 책으로, 이스라엘 스타트업의 성장 동력을 찾는다. 어떻게 구글이 13억 달러에 인수한 내비게이션 앱 웨이즈가 돈이 없어도 지도 데이터를 만들 수 있었는지, 이러닝 기업 이티처가 영어, 중국어가 아닌 소수 언어 히브리어를 선택해 대박을 칠 수 있었는지 등 이미 세계를 누비고 있는 스타트업들의 창립부터 좌절과 성공까지 그 과정을 생생하게 전한다.

 

■ 저자 박대진
(주)코이스라(KOISRA)의 대표이사로서 최근 5년 동안 한국과 이스라엘을 오가며 약 5,000만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국내 유일무이 이스라엘 전문가다. 이스라엘 조기 유학생 1호로 16살에 이스라엘로 넘어가 이스라엘 언어와 문화를 배웠으며, 어느새 현지인보다 히브리어를 잘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이스라엘 파트너들과 함께 국내 스타트업을 돕는 (주)코이스라 시드 파트너(KOISRA Seed Partners)를 설립하여 이스라엘 스타트업의 성공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국 스타트업의 세계시장 진출을 돕고 있다.

 

15년 동안 이스라엘에 거주하면서 이스라엘 현지 고등학교부터,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교 학사, 텔아비브 대학원 석사 과정까지 마쳤으며, 코트라 이스라엘 텔아비브 KBC에 근무했다. 최근에는 BBC , 한국경제TV <마켓리더에게 듣는다>, <2013 글로벌 인더스트리 쇼> 등 다양한 국내외 언론매체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내 다수의 국영 방송 및 라디오에도 출연하여 한국과 이스라엘의 가교 역할을 활발히 하고 있다.

 

■ 차례
프롤로그

 

1장 세상에서 가장 창업하기 좋은 곳
웨이즈, 지도가 없으면 지도를 만들게 하라!
- business insight 대기업에게도 원하는 것을 당당히 요구하는 자신감
윅스, 작은 스타트업이 성공할 수 있는 방법
- business insight 스타트업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은 과감함이다
이티처, 영어, 중국어보다 히브리어가 돈이 된다?
- business insight 사업 아이템보다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2장 창업국가를 만드는 사람들
후츠파가 도대체 뭔가?
- business insight 쓰러져도 다시, 깡다구 정신으로!
비즈니스에 정장과 넥타이가 필요한가?
- business insight 이스라엘의 성공은 청바지와 폴로 티에서 나온다
비즈니스를 하려면 다국어는 기본!
- business insight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는 언어의 힘
진정한 창업이란 무엇인가?
- business insight 아이템이 없어서, 돈이 없어서, 나이가 많아서

 

3장 이스라엘에서도 성공하는 비즈니스는 따로 있다
스타벅스도 죽 쑤는 이스라엘 시장
- business insight 스타벅스는 실패하고 맥도날드는 성공한 것은?
커피, 얼마 주고 마시나요?
- business insight 코픽스식 가격 파괴는 소비자에게서 나온다
대머리 아저씨의 달콤한 성공담!
- business insight 본고장이 아니어도 세계에서 먹힌다

 

4장 도로 위에서 찾는 이스라엘의 경쟁력
봄의 언덕에 부는 자전거 시대
- business insight 돈과 친환경, 두 마리 토끼를 잡아라!
이스라엘이 다 이루지 못한 지상의 꿈
- business insight 못다 한 꿈이 성공으로 이어지기를
자동차는 못 만들어도 비행기는 잘 만드는 나라
- business insight 선택과 집중이라는 단순하고도 명확한 전략

 

5장 유대인 문화, 비즈니스가 되다
후무스 소스가 전쟁을 가져오다?
- business insight 후무스 전쟁의 진짜 챔피언은?
예수가 밥 먹여주는 나라
- business insight 종교로 장사하는 이스라엘, 우리가 따라할 점은?
이스라엘 햄버거에는 치즈가 없다?
- business insight 건강식품으로 탈바꿈한 코셔 비즈니스

 

6장 세계적인 스타트업을 키우는 방법
침대에 누워서 공부하는 아이들
- business insight 유대인이나 한국인이나 다를 바 없다
성공하려면 좋은 대학보다 좋은 군대 가라!
- business insight 군대가 꼭 훈련장일 필요가 있나?
아들의 회사에 투자한 투자자와 할리우드 배우
- business insight 누구나 생각하는 아이템도 성공시키는 힘!




이스라엘 비즈니스 산책


세상에서 가장 창업하기 좋은 곳

웨이즈, 지도가 없으면 지도를 만들게 하라!

대부분의 스타트업처럼 웨이즈의 시작 또한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내비게이션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이 되는 지도 데이터베이스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이스라엘에서 가장 큰 지도 관련 회사를 찾아갔으나 보란 듯이 거절당했다. 현실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일에 자신들이 오랜 기간 동안 축적해온 지도 데이터베이스를 무료로 사용하게 해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지도를 만드는 작업은 포기하기로 결심했다. ‘모든 것이 허황된 꿈이었구나…’라며 사업을 접어야겠다고 생각할 무렵, 에후드 샤브타이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간 아이디어가 있었다. 바로 ‘구글 지도처럼 수백억, 수천억을 들여 데이터를 축적할 수 없다면, 유저들이 지도를 만들어주면 되지 않을까?’였다. 그는 차에 카메라를 달고 도로를 일일이 촬영해서 지도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가는 기존 방식이 아니라, 유저들이 차를 타고 이동한 골목골목이 지도로 변하는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기로 결심했고, 이런 생각의 전환이 지금의 웨이즈가 되었다.


이스라엘 기업에 투자하려고 이스라엘을 찾았던 다국적 기업의 투자자가 내게 한 말이 기억난다. 그는 “이스라엘 제품의 볼품없는 디자인에 놀라고, 기술의 실용성과 경쟁력에 놀라고, 마지막으로 제품과 기술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의 도전과 자신감에 놀랐다”라고 말했다. 나도 이 말에 동감한다. 결국 제품과 기술은 개발자의 의지, 노력, 정신력에 의해 만들어지기에 목숨 걸고 만드는 생존 기술과 돈과 명예를 위해서 만드는 일반 기술은 품질과 우수성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윅스, 작은 스타트업이 성공할 수 있는 방법

텔아비브 항구에 도착해서 윅스 건물로 들어가는 순간 요즘 제일 잘나가는 윅스가 왜 이 항구에 사무실을 얻었는지 알 것 같았다. 건물 6층으로 들어가자마자 느껴지는 윅스의 첫 느낌은 자유와 편안함이었다. 하얀색 톤의 널찍한 사무실과 통유리 너머로 보이는 푸르고 잔잔한 지중해, 잠도 잘 수 있을 것 같은 푹신푹신한 소파와 쿠션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편안함 그 자체였다. 사무실을 누비는 직원들은 지금 막 지중해 해변을 거닐다가 온 사람처럼 운동화나 슬리퍼 차림이 기본이고 청바지, 반바지, 심지어 파자마까지 매우 자유로운 복장이었다. 이스라엘 내 많은 회사를 방문해봤지만 윅스처럼 자유로운 업무 환경은 정말 처음이었다.


윅스는 여느 스타트업과 다르지 않게, 가장 기본적이고 단순한 질문 ‘왜’에서 시작했다. “문서를 작성할 때는 MS 워드를 사용하고,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할 때는 파워포인트나 프레지를 사용하는데, 왜 웹사이트를 만들 때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없을까?”, “MS 워드와 파워포인트는 초등학생도 드래그와 클릭만으로 작업할 수 있을 정도로 쉬운데, 왜 홈페이지를 만들려면 꼭 어려운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워야 할까?” 이 당연한 질문에서 윅스는 시작했다.


윅스는 상장한 지 반년도 되지 않아, 모바일 쇼핑몰 앱 구축을 쉽게 도와주는 아픽시아를 인수했을 뿐만 아니라 이미 한국어를 포함한 10개 국어로 홈페이지를 제작해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최근 엄청나게 돈을 벌어들이면서 전 세계 고객에게 더 많은 홍보와 광고 그리고 템플릿을 제공하고 있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더욱더 창대해지고 있는 윅스의 행보를 기대한다.



창업국가를 만드는 사람들

후츠파가 도대체 뭔가?

이스라엘에서 사용되는 후츠파라는 단어를 우리말에서 찾아 한마디로 표현하면 ‘싸가지’라는 뜻이다. 다시 위 상황으로 돌아가 본다면, 한국 기업의 직원은 이스라엘 파트너에게 “당신 참 싸가지가 많으시네요”라고 말한 것이고, 이런 이야기를 들은 이스라엘 기업의 직원은 충분히 기분 나쁠 수 있다.


이스라엘에서 ‘후츠파’는 모두가 버스를 타기 위해 오랜 시간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천연덕스럽게 끼어드는 사람, 도서관 안에서 큰소리로 통화를 하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콧노래를 부르며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는 사람, 외국 여행을 가서 호텔에 구비된 타월, 가운, 비누, 샴푸, 심지어 리모컨 배터리까지 가져올 수 있는 건 다 가져오는 파렴치한 사람에게 사용하는 단어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이스라엘 사람들이 들으면 기분 나빠 하고 또 가끔은 심한 욕으로 들릴 수도 있는 단어인 ‘후츠파’가 어떻게 한국에는 ‘자신감, 용기, 혁신, 창조정신’으로 알려지게 되었을까?


나는 이스라엘의 기업가정신과 창조정신에 대해 설명할 때, 히브리어 단어의 원뜻과 다르고 의미가 왜곡될 수 있는 ‘후츠파’보다는 우리나라 고유의 말(?)인 ‘깡다구’를 더 즐겨 사용한다. 적어도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후츠파’라는 외국어보다 우리에게 더 익숙한 한글인 ‘깡다구’가 더 큰 공감대를 가져올 수 있다는 단순한 이유에서다.


사실 유대인들은 2,000년 동안 나라가 없었기에, 시대의 흐름에 따라 환경에 적응하는 방법을 어떤 민족보다 더 빨리 터득하면서 살아가야 했다. 이런 역사적 환경이 세계의 트렌드를 이해하고 글로벌 시장의 니즈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한 듯하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날고 긴다는 유대인 또한 여전히 생존을 위한 싸움을 계속하며 오늘 하루도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다. 오랜 기간 동안의 철저한 준비와 노력을 바탕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뒤를 돌아보지 않고 또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굴복하지 않고 전진해가는 깡다구로 내일을 준비하고 오늘을 살아가는 것이다.


비즈니스를 하려면 다국어는 기본!

비즈니스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영어는 물론이고 다국어를 사용하는 CEO와 COO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스라엘은 내수 시장이 작다 보니 글로벌 지향형으로 회사를 만들고 운영할 수밖에 없기에, 대외적인 일들을 맡아 진행하는 회사의 리더들은 외국어를 잘해야 한다. 말하지 않아도 당연하게 여겨지는 리더의 능력이라고 할까?


다국어 구사 능력은 회사 내부에서도 필요하다. 이스라엘 기업들의 홈페이지 대부분은 히브리어가 아니라 영어로 만들어져 있다. 히브리어를 사용하는 이스라엘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영어로 홈페이지를 만드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지 않는다. 요즘같이 모든 것이 글로벌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외국 기업들과 일하려면 영어로 회사 홈페이지를 만드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이스라엘에서는 빈번하게 인수와 합병이 성사되고 있고 언제든지 회사가 팔릴 수도 있다. 언젠가는 나스닥에 상장되고 다국적 기업에 인수될 수 있다는 기대감 속에서 이스라엘 스타트업들은 이메일을 포함한 대부분의 회사 관련 문서들을 영어로 작성한다. 그래야 불필요하게 소요되는 번역 시간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업무 연계도 자연스럽게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에서도 성공하는 비즈니스는 따로 있다

커피, 얼마 주고 마시나요?

‘커피(Coffee)’에 ‘비용(Cost)’과 ‘바로잡다(Fix)’를 더한 이름에서도 느껴지듯이, 코픽스는 원가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싸고 가게마다 변동이 심한 커피 가격을 바로잡겠다는 야심 찬 목표와 꿈을 가지고 태동한 커피숍이다. 그것도 텔아비브에서도 가장 많은 커피숍이 들어서 있는 이븐그비롤 거리에 1호점을 보란 듯이 오픈했다. 실험 정신과 도전 정신으로 똘똘 뭉친 신생 업체 코픽스의 등장은 이스라엘 커피 애호가들을 열광케 했다.


어쩌면 코픽스의 비즈니스 모델은 매우 간단하다. 코픽스에서 판매하는 모든 종류의 커피를 한화로 약 1,500원인 5세켈에 팔겠다는 것이다. 양은 많지만 가격은 저렴한 아메리카노부터 양에 비해 비교적 비싼 가격에 판매되는 에스프레소까지 종류에 상관없이 모두 5케셀이다.


아직 개장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코픽스가 대형 커피 체인점들과의 싸움에서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작은 커피숍인 코픽스가 가격 파괴로 이미 대형 커피 체인점들을 제대로 자극했으며, 대형 커피 체인점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소비자와 판매자의 공정 거래에서 쌓은 신뢰를 통해 계속해서 발전할 코픽스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대머리 아저씨의 달콤한 성공담!

‘대머리 아저씨’라는 독특한 마케팅 이미지를 사용하는 맥스 브레너의 초콜릿 바는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이스라엘 대표 프랜차이즈 브랜드다. 사실 유명 초콜릿이라고 하면 보통 벨기에나 스위스산 초콜릿을 떠올리고 가장 선호하기에, 이스라엘산 초콜릿은 좀 생소하다. 아마도 초콜릿을 선택할 때는 맛도 맛이지만 이미지나 콘셉트가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세상에 나온 지 10년도 되지 않은 맥스 브레너 초콜릿 제품은 이미 유명 초콜릿 브랜드인 고디바와 함께 세계인이 사랑하는 프리미엄 초콜릿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러한 맥스 브레너의 매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스라엘과 초콜릿이라는 조화는 자연스럽지 않다. 그렇다면 맥스 브레너는 어떻게 시작되었고, 또 어떻게 세계적인 초콜릿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을까? 1996년 이스라엘 신생 도시 라아나나에서 데뷔한 맥스 브레너는 뜻밖에도 군대에서 시작되었다. 소위 말하는 짬밥으로 배고픈 군인들의 배를 채우기 바쁜 여느 취사병과 다르게, 맥스 브레너의 창업자인 오데드 브레너는 이스라엘 군에 복무했던 3년 동안 군의 지원을 받아 단 1원의 수업료도 내지 않고 제빵 기술을 배웠다. 이스라엘 군대라는 거대한 레스토랑에서 일종의 인턴십을 마친 오데드 브레너는 자신이 좋아하는 초콜릿을 사업화하기 위해 큰 결심을 하고 이스라엘을 떠나 빵과 초콜릿의 본고장인 유럽으로 갔다.


이스라엘에서 시작한 맥스브레너의 또 다른 성공 비결은 이스라엘같지 않다는 점이다. 이스라엘의 음식은 대표적으로 중동 냄새가 물씬 풍기는 팔라펠(작은 병아리콩을 으깨 튀긴 중동식 크로켓)처럼 기름기가 많다는 이미지가 있다. 하지만 맥스 브레너를 처음 찾는 사람 대부분은 맥스 브레너가 미국이나 유럽에서 시작한 프랜차이즈일 거라고 생각한다. 최근 뉴욕에서 맥스 브레너를 처음 간 지인과 이야기하다가 맥스 브레너가 이스라엘에서 시작되었다고 했더니, 절대 그럴 리가 없다며 매우 놀라기도 하였다. 그만큼 맥스 브레너가 브랜드와 이미지에 대해 각별히 신경 쓰고, 현지화를 잘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도로 위에서 찾는 이스라엘의 경쟁력

이스라엘이 다 이루지 못한 지상의 꿈

하지만 막대한 자본력과 노동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자동차 산업과 이스라엘의 인연은 여기까지였던 것 같다. 지속되는 아랍 보이콧, 이스라엘 내수 시장 부족, 이스라엘 경기 불황이 겹쳐 1970년 후반 이스라엘 내 자동차 생산을 종결할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스라엘 자체적으로 자동차 산업을 육성하기보다는 자동차를 수입해서 사용하는 것이 수지타산에 맞는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이스라엘의 웬만한 민간용 차는 모두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전 세계가 친환경주의와 신재생 에너지 산업에 몰두하면서 자원 고갈을 막고, 자연을 살리며, 더 많이 만들기보다는 더 재활용해서 환경을 보호하자는 이상적인 산업 모델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이스라엘 정부의 도움과 지원을 받아 야심 차게 만들어진 프로젝트가 바로 베터 플레이스(Better Place)다. 베터 플레이스는 기존의 충전 방식 전기자동차 시스템과 새로운 배터리 교환 방식을 결합하여 전기자동차 인프라 서비스를 공급하는 기업이다.


어찌 됐든 이스라엘은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이스라엘 정부와 민간의 합작품인 전기자동차 상용화의 꿈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결과적으로 봤을 땐 마치 삼성이 자동차와 인연이 없는 것과 유사하다고 할까? 이스라엘은 자동차 산업에서는 이익을 내지 못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혁신의 상징인 이스라엘이라고 해서 항상 성공적인 기술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꿈을 꿀 순 있지만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는 못 만들어도 비행기는 잘 만드는 나라

이스라엘 공군이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특히 우주항공산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것은, 우수한 파일럿 인재들의 도움도 있겠지만 이스라엘이 자체 기술로 세계적 수준의 전투기를 잘 만들고, 항공기 정비 및 유지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무인정찰기, 레이더, 미사일, 위성과 관련된 분야에서는 이스라엘의 경쟁력이 특출하다.


이스라엘 우주항공 산업이 발전한 데에는 당연히 1948년 독립으로 시작된 크고 작은 전쟁들도 있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유대 국가 출현으로 인한 중동 정세 변화와 이에 따른 서방 국가의 변화무쌍한 입장 또한 일조했다고 볼 수 있다. 한 예로 1950년대까지만 해도 신생 국가였던 이스라엘은 전투기를 포함한 무기 대부분을 자체 생산할 수 있는 산업 환경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외국에서 비싸게 사 와야 했다. 특히 유럽의 무기 강국인 프랑스는 신생 국가인 이스라엘에 방위산업 제품을 팔아서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1960년대 들어서 프랑스가 중동 아랍 국가들과 평화 협정을 하나둘씩 맺으면서 자연스럽게 아랍 국가들의 적대국인 이스라엘에 무기 공급을 서서히 줄이게 되었고, 급기야 1967년 6일 전쟁 이후 대이스라엘 무기 금수령을 내린 것이다. 생존의 위협이 커지는 상황에서 영원한 우방 국가라고 생각했던 프랑스까지 등을 돌리자, 이스라엘은 자체적으로 전투기를 비롯한 무기를 생산하지 않으면 미래를 보장할 수 없음을 절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결국 이스라엘은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다가 우주항공 산업에 투자하기 시작한다.


이스라엘이 전 세계 우주항공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면밀히 따져보면 ‘선택과 집중’이라는 당연하고도 심플한 원리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들은 방위산업 분야의 1,2위를 다투는 국가들이 생산하는 아이템을 카피해서 좀 더 싼 가격으로 대량 판매하는 방식을 과감히 버렸다. 이런 방식으로는 작은 나라 이스라엘이 큰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고 이미 오래전부터 판단한 것이다.



유대인 문화, 비즈니스가 되다

후무스 소스가 전쟁을 가져오다?

후무스는 중동 음식에 필수인 소스로, 우리의 고추장처럼 널리 사용된다. 우리나라도 지역마다 고추장이 다르듯 중동에서도 국가마다 후무스가 다르며 이에 대한 자부심이 매우 크다. 이런 중동 국가의 후무스 자부심에 정치적 긴장감이 더해져서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무기 없는 전쟁을 한 차례 벌인 적이 있다. 일명 ‘후무스 전쟁’이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후무스 전쟁은 2009년 10월, 레바논이 2톤이 넘는 후무스를 만들어 기네스 기록을 경신한 일에서 시작되었다. 원래 기록을 가지고 있었던 이스라엘은 반격을 가했고, 레바논과 이스라엘은 약 8개월 동안 서로의 기록을 번갈아 깨며 더 많은 후무스를 만들었다. 두 나라의 국가적 자존심과 명예가 달린 후무스 전쟁의 승리는 결국 총 300명의 요리사를 동원해 10톤 이상의 후무스를 만든 레바논에 돌아갔다.


이렇게 이스라엘뿐 아니라 미국에서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후무스 수요를 맞추기 위해, 이스라엘에서 가장 큰 후무스 제조업체인 스트라우스 그룹은 펩시와 손을 잡고 사브라 디핑(Sabra Dipping)이라는 미국 내 합작 회사를 2007년에 설립했다. 이를 통해 스트라우스 그룹은 후무스의 원재료인 병아리콩의 공급을 안정화하면서 신선한 후무스 제품을 미국 시장에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세계 최초로 냉동 딥 앤 스프레드(Dip & Spread) 분야의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해서 병아리콩 재배부터 납품까지 제품의 맛과 품질을 향상시키는 기회를 만들었다. 우리의 상황에 비유하면 미국에 고추장 연구개발센터를 만든 셈이다.


이스라엘 햄버거에는 치즈가 없다?

이스라엘 식당 어느 곳이나, 다른 나라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마크가 있다. 바로 코셔(Kosher)라는 표시다. 음식점은 물론 일반 마트의 식품, 과자, 심지어 생수에도 ‘K’ 또는 ‘U’라고 표시되어 있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코셔 표시는 이스라엘을 찾는 외국인들에게는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유대인들에게는 무엇을 먹고 마셔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점이 되는 중요한 표시다.


유대인의 경전인 구약성경 레위기 11장은 “이스라엘 자손에게 말하여 이르라 육지의 모든 짐승 중 너희가 먹을 만한 생물은 이러하니…”라고 시작하며 정결한 것과 부정한 것을 구분한다. 이런 식으로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지 말아야 할 것의 기준을 정해 음식에 표시해 놓은 것이 코셔다. 아무래도 종교적 모티브를 가지고 있다 보니 종교성이 깊은 사람일수록 더 엄격하게 코셔를 지킨다. 하지만 유교의 제사가 우리나라의 전통으로서 종교와 관계없이 조상을 기리는 하나의 풍습이 된 것처럼, 현대 이스라엘 사회에서 코셔는 종교의 영역을 벗어나 유대인의 정체성을 지키게 해주는 고유문화다. 유대교의 하나님을 믿지 않고 종교가 없는 유대인들 중에서도 코셔를 지키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코셔 제품 시장이 계속 커질 것이라는 전망은 단순히 유대인과 모슬렘처럼 코셔 소비를 할 수밖에 없는 부동의 소비자들도 있지만, 오히려 코셔 제품이 믿고 먹을 수 있는 안전 식품이라서 구입하는 비종교인 소비자들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전 세계 가장 큰 코셔 인증 기관 중 하나인 OK Kosher가 지사를 두고, 코셔 인증이 필요한 우리나라 기업들에 엄격한 절차를 거쳐 코셔 인증을 발급하고 있다. 실제로 청정원 브랜드로 유명한 (주)대상은 전 세계에 소금을 수출하기 위해 코셔 인증을 받은 대표적인 케이스다.



세계적인 스타트업을 키우는 방법

성공하려면 좋은 대학보다 좋은 군대 가라!

무엇보다 이스라엘의 군대는 단순히 국가를 위한 봉사 개념에서 벗어나 자신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또 하나의 조직 형태로 인식되고 있다. 제대를 하고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 최대 70일까지 실업수당을 받을 수 있고, 국가 펀드를 통해 창업 목적으로 약 100만 세켈(약 3억 원)까지 은행권에서 저금리로 대출받을 수도 있다. 군 복무 연수에 따라 소득세를 면제해주는 제도도 제대 후 창업을 꿈꾸는 이스라엘 젊은이들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고 있다.


실제로 이스라엘 엘리트 부대라고 불리는 탈피옷 또는 8200부대뿐 아니라 수년 동안 동고동락한 같은 부대 출신들이 제대 후 공동 창업해서 대박을 터트린 사례가 즐비하다. 우리나라에서도 IT 보안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체크포인트, 컴버스, 나이스는 이스라엘 대표 IT 보안 기업이라는 점과 나스닥 상장사라는 공통점도 있지만, 각 기업의 창업자들이 군대에서 한솥밥을 먹은 전우라는 점도 공통적이다.


이러한 이유로 유능한 인재들을 군대 내에서 보육하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으며, 이스라엘 군의 인재육성 프로그램은 제대 후 창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산업 구조로 발전하고 있다. 이스라엘 국가를 지켰던 우수한 인적 자원들이 제대 후 이스라엘의 민간 첨단 산업을 주도하는 역할 또한 하고 있다는 것은, 이스라엘과 마찬가지로 군대에 의무적으로 가야 하는 한국 청년들 입장에서 부러울 뿐이다.


아들의 회사에 투자한 투자자와 할리우드 배우

이스라엘에서 요시 바르디를 모르는 벤처 기업가가 있다면 그는 분명 사기꾼이다. 그 정도로 요시 바르디 할아버지는 유명하다. 미국에 워런 버핏이 있다면 이스라엘에는 요시 바르디가 있다고 할 정도로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이스라엘 스타트업 문화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보통 벤처 캐피털에서 벤처 회사 10개에 투자하면 통계적으로 한 개의 기업만이 자금 회수를 한다. 성공률 10퍼센트만 되어도 상대적으로 높은 자금 회수율이다. 이스라엘 스타트업의 대부 요시 바르디의 투자 성공률은 자그마치 25퍼센트다. 실제로 최근 20년 동안 80개 업체에 투자했고 20개 업체가 자금 회수를 했다.


새로운 것에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만드는 이스라엘과 같은 성공적 창업 에코 시스템이 한국에도 자리 잡으려면, 정부와 학교, 기업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겠지만 “낙오자가 아니야”, “실패해도 괜찮아”라는 말들이 사회 전반적으로 퍼져가야 할 것이다.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각자가 가는 길이 가장 멋지고 아름다운 길임을 인정하는 성숙한 사회문화가 정착될 때, 대한민국이 이스라엘을 넘어서는 창업국가가 될 것이라 예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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