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알부자들의 7가지 습관
부의 습관 1 자신을 먼저 알고 돈을 공부하라
부자가 되려면 특별한 공부가 필요하다
옛날 중국 사람들은 농사꾼이나 장사꾼의 무리일지라도 학교에 들어가 배우다가, 자질이 부족해서 배워도 이루는 바가 없다고 판단되면 곧 학교를 떠나 다른 일을 한다. 선비의 자식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일구지 않은 땅에 씨를 뿌리는 것만큼 무모한 일은 없다는 사실은 농사꾼이 아닌 누구라도 잘 알고 있다. 씨를 뿌리기에 앞서 먼저 정성을 들여 땅을 일구고 거름을 주며 완벽하게 땅 고르는 일을 마쳐야 한다. 이것이 사업기반이다. 그래야 지속성을 보장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공부는 하는 방법에 따라서 득을 보기도 하고 손해를 보기도 한다. 소니 회장인 모리타는 “아는 게 너무 많으면 창의력 발휘엔 젬병이다”라고 말했다. 보통 때는 무엇인가에 대한 지식이 자세하고 정확하면 좋다. 즉, 사업의 알속을 잘 가늠할 줄 아는 것은 조금 배운 것만으로도 이익이 있는 법이다. 허나 소경 단청 구경하듯 어설프게 배우게 되면 막판에 큰 손해를 보게 되는 예가 많다. 왜냐하면 장사에서 지레짐작하는 것만큼 우둔한 것이 또 없기 때문이다.
지식뿐인 학문은 힘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몸에 밴 실천이 더 중요하다. 장사에 필요한 지식을 고객, 상품, 판매, 기술 식으로 나열해보면 그렇게 특수하고 어려운 지식이라고 할 수는 없다. 장사란 백 가지 이론을 앞세우기보다는 몸으로 피부로 직접 체험해야 한다. 그럼 장사꾼이 배워야 할 게 무엇이 있을까? 지금이야 컴퓨터도 조작할 줄 알아야 하고, 설계도면이나 제품의 화학과정까지도 건듯 알아야 그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복잡해졌다. 게다가 자신이 부리는 종업원들에게 비웃음을 당하지 않으려면 최소한 신문에 나오는 한자는 막힘없이 읽어야 하고, 영어로 일상적인 대화를 나눌 수준은 돼야 한다. 또한 손익계산서, 대차대조표의 이해와 작성쯤은 할 수 있어야 하고 자리에 맞는 복장과 품위를 유지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자기 사업에 대해서는 여러 사람 앞에서 한 시간 정도는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꼭 『양반전』에 나오는 양반의 행실풀이 같지만 기본적인 사항이다.
한말의 실학자인 유길준 선생은 상인이 배워야 할 학문을 조목조목 나눴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이렇다.
첫째, 물건을 거래하거나 재물을 주고받을 때에 조리 있게 치부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둘째, 당사자 사이의 약속을 정하여 자본을 합하고 착실하게 회사를 운영하는 일을 배워야 한다.
셋째, 본국과 타국의 화폐를 비교하여 시세의 경중을 마련하는 이치를 배워야 한다.
넷째, 각국의 물산을 본국의 물산과 비교하여 물가의 고저를 분별하는 수단을 배워야 한다.
다섯째, 본국의 물건을 타국에 수출하거나 타국의 물건을 본국에 수입하는데 있어서 세관을 통과시키는 법과 다른 사람의 배에 물건 싣는 약속과 어떤 항구에 가든지 물품 하역하는 규칙 등을 물샐틈없이 배워야 한다.
이런 것을 모두 안 연후에야 비로소 상인으로서의 직분을 행할 수 있으며, 상업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조선 팔도 어디에 물품을 수송해서 팔든지 그곳의 인구수와 사람들이 많이 쓰는 물품의 수, 거기에서 생산되는 물품으로서 다른 곳으로 가져가서 팔 수 있는 것의 종류, 또 다른 상인으로서 그곳과 거래하고 있는 자의 수 등을 안 연후에야 손해를 보는 일이 없게 된다.
이러한 학문들은 다른 나라와 거래를 하는 상인의 경우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재주나 국량이 모자라는 자는 천만의 재물을 가지고 있더라도 마침내 실패하고 마는데 결국 이러한 이치에 어둡기 때문이다. 이런 여러 가지 공부를 하지 않고 훌륭한 성과만을 바라거나 기대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일이란 자기가 살아가기 위한 하나의 기술이다. 그 기술을 익혀두지 않는 한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 일을 배우고 기술을 몸에 익히기 위해서는 반드시 체험이 있어야 한다. 체험에서 얻은 지식과 신념은 어떠한 이변에도 쉽게 굽히는 법이 없다. 그러니까 장사꾼의 학문은 자기 눈으로 보고 손으로 더듬어서 잡는 학문이다. 장터에서 몇 순배나 판을 들어먹고 해서 얻는 체험이, 말하자면 산지식이요, 행동학이다. 대부분 밑천을 말하면 돈만 말하는 줄 안다. 허나 장돌뱅이에게 밑천이라고 하는 것이 어디 돈에만 한정될 것인가. 한번 장삿길을 나서자면 길양식과 한 짐 반 이상 소금을 받아 지게에 걸어야 하고 팔도의 산세와 내에 익고 물산과 인심 등을 능히 익혀야 한다. 장사꾼의 뚝심이나 지모, 소견과 경륜도 밑천이고 세상사의 쓰고 단맛을 구분할 줄 아는 것도 다 밑천이다.
소위 장사꾼이 장터에서 밥 벌어먹고 살자면 세태 물정에 그을리고 향시 풍속에 능숙해야 한다. 따라서 눈치가 빠르고, 상대방을 다룰 줄 알고, 정히 수가 틀리면 멱살을 잡고 한 가닥쯤을 박고 칠 줄도 알아야 한다. 즉, 세상에 그을리고 눈치 빠르고 사람을 다룰 줄 아는 일이란 학문이나 문자가 아니라 산 체험이어야 하는 것이다.
부의 습관 2 스스로를 도와 우뚝 일어서라
재운을 바란다면 낭비하지 마라
제각기 재주에 따라 돈을 벌기도 하고 못 벌기도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 돈벌이의 목적은 무엇일까? 분명 그냥 쌓아 놓기 위함은 아닐 것이다. 돈이란 본디 인간 생활의 원동력이 되는 수단이며 문명의 이기임이 분명하다. 개성 어느 부자를 찾아온 식객과의 이야기 한 토막이다.
“그래 어떻게 해서 부자가 되셨고? 비결이나 들어봅시다.”
“이보게, 장사라는 것이 5리를 보고 10리를 가는 것 아닌가. 짚신값 아깝다고 길 안 걸을 수 없지. 이 고을 저 고을 조선 팔도를 메주 밟듯 하고 돌아다니니 말 그대로 풍찬노숙에 귀신의 쑥대머리요, 10리를 가다가 발병이 나면 봉놋방 목침을 구워서 발바닥을 지지고, 길가다가 소나기를 만나면 남의 집 처마 밑에서 피하기를 숱하게 했지. 게다가 돈벌이가 있다 하면 진날 개 뛰듯 헤맸고, 술 한 잔, 떡 하나를 안 사먹고 중놈 망건값 모으듯 한 푼 모으고 두 푼 모아 고린전, 잘난 돈, 못난 돈을 층층이 벌기만 하고 쓰지는 않았더니 한 읍에서 부자라는 소리를 듣게 됐네.”
“좀 구체적으로 말해주시오.”
“자, 잘 들으라고. 밑 빠진 항아리에 열심히 물을 부어 봤자 반드시 새게 마련이지. 막상 새 항아리에다 물을 채우려고 해도 밑 빠진 두레박이라면 그것도 안 될 일이네. 재산을 모으는 방법이 그런 것일세. 아무리 많은 재산이라도 아끼는 마음과 불리는 재주가 없다면 오래가지 못하는 법이지. 이 두 가지를 잘 쓰면 당신도 큰돈을 벌 수 있다네.”
언뜻 보면 절약이란 게 비능률적이고 비현실적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검소한 생활이란 자린고비와 같은 비참한 생활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금욕주의적 견해와도 다르다. 즉 불필요한 비용의 낭비를 줄이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개성상인의 재무체질이다. 애오라지 지독하게 일하여 돈을 벌고, 번 것을 쓰지 않으며, 쓰지 않으니 당연히 쌓일 수밖에 없다는 지극히 간단한 논리다. 대체로 자린고비란 있어야 할 것이 모자란 시대의 상황에서 나온 해학이며, 고도로 발전한 자본주의 사회의 의식구조와는 맞지 않는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자린고비에는 아끼는 시대적 정신은 들어 있어도 불리는 현대적 상황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푼의 절약은 한 푼의 이득일 뿐이며 그것으로 돈만을 헤아리지 못한다는 것이 비판의 요지다.
그러나 절용은 우선 모으는 일이라고 하지만 근원에는 경제적 요구 이전에 에토스가 담겨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인색할 인(吝)자를 파자해보면 글월 문(文) 밑에 입 구(口)를 대놓은 형상이다. 그 사례는 바로 글께나 읽는 남산골 샌님에게 어울릴 말이다. 남산골 샌님이라면 더러운 벼슬을 외면하고 꿋꿋하게 살아갔으니 넉넉할 리 없다. 청빈을 높이 알던 그네들인지라 신발을 사 신을 수 없을 만큼 가난했고 그렇기 때문에 그네들의 신발은 겨우 나막신일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없으니 없는 대로 만족하자는 청빈은 결코 권할 만한 덕목이 못된다.
어쨌든 집안을 유지하고 사람으로서 예를 갖추려면 일정한 재산이나 생업이 있어야 한다. 만약 빈곤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체념하며 그 앞에 엎드려 있다면, 풍요의 꿈도 없고 그 가능성도 믿지 않으며 거기에 이르려는 알찬 의지도 없게 된다. 도리어 온갖 방법으로 물욕을 줄이려 노력하며 잘 살려는 공력을 포기하게 된다. 이와 같이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가난의 굴레에서 궁박을 감내해야 하는 줄로 여기게 만든 것이 청빈사상이다.
흔히 ‘재운을 천운’으로 보는 속담도 그 한 예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들은 백성들의 삶을 위한 진정한 도덕은 아니다. “큰 부자는 하늘이 낸다”는 말도 부의 운명론을 이야기한 것이 아니다. 어떻게 해보면 돈을 버는 것은 사람의 노력에 달린 만큼 부지런한 부자는 하늘도 못 말린다는 말이다. 그 돈을 1대에 끝내는 것이 아니라 3대, 4대가 간수하여 수십 대에 이르게 하는 것을 천운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제물을 쓰는 방법에는 딱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돈을 낭비하지 않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물자를 남용하지 않는 것이다. 물자나 살림이 빈한하여 쓸 것이 없을 때는 자연 헤프게 쓰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지만, 이제는 가난해서 아끼는 것이 아니라 바르게 쓰고 제대로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돈과 물자를 헛되이 쓰지 않기 위해서는 ‘쓰임새’에 대한 일정한 법식을 마련하여 그 한도를 넘지 않는 방법 외에는 없다. 그러니까 절용은 낭비와 인색 사이의 중간 정도가 될 것이다. 따라서 근면이란 촌각을 헛되이 보내지 않고 항상 무엇인가 유익한 일을 하는 것이고, 절약은 자타에 도움이 되지 않는 돈을 쓰지 않는 일이다. 절제란 지나치게 먹지 말고 지나치게 취하지 않는 것을 이르는 것이니 불필요한 낭비는 부도덕이 된다.
부의 습관 3 속이지 않고 정당하게 돈을 벌어라
몹쓸 짓으로 돈 벌지 마라
고려 말의 충신인 이색의 부친은 이곡이다. 이곡의 『시장설』에 따르면 사람이 해서 안 될 장사 세 가지를 들고 있다.
장사꾼들이 모여서 유무를 거래하는 곳을 시장이라고 부른다. 내가 처음 서울에 와서 골목길에 들어가 보니, 얼굴을 단장하고 매음을 가르치는 사람이 그 고움의 정도에 따라서 값을 올리고 내리는데 버젓이 그 짓을 하고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이것을 ‘계집시장’이라 부르니 풍속이 아름답지 못함을 알겠다. 또 관청에 들어가 보니 붓대를 놀려 법을 희롱하는 사람들이 죄의 가볍고 무거움에 따라 값을 올리고 내려, 버젓하게 그것을 행사하여 조금도 의심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것을 ‘관리시장’이라 부르니 형정이 엉망인 줄을 알겠다.
지금에는 또 ‘사람시장’이 생겼다. 지난해부터 장마와 가뭄에 백성이 먹을 것이 없어서, 힘센 놈은 도둑놈이 되고 약한 자는 거지가 되어, 입에 풀칠한 길이 없어서 남편은 아내를 팔고 주인은 종을 팔아 저자에 늘어놓아 싼값으로 흥정하니, 개나 돼지만도 못하되 당국자는 본체만체한다. 앞의 두 시장은 그 실상이 밉살스러우니 톡톡히 징계해야 할 것이요, 뒤의 한 시장은 그 실상이 불쌍하니 또한 빨리 치워버려야 한다.
돈 자체를 놓고 청탁을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실제 돈에 출신성분이나 이름을 붙인다는 것도 부질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돈은 돌고 도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벌이의 주체인 장사꾼의 행위에는 청탁을 구분할 수 있다.
흔히 사람과 돈이 모이는 곳에는 반드시 색주와 계집이 따라다닌다. 젖비린내 나는 어린 것을 꾀어내어 물장사를 시키며 “오호라, 세상에 이만큼 공으로 먹을 만한 벌이는 없을 게야”하고 떠들 수 있다고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물장사와 같은 유흥업이나 도박업 등은 사회적으로 천대 받고 있다. 게다가 이문이 만 곱 이상인 노다지 돈바람에 신명나는 마약장사라도 실상은 일신은 물론 일족이 패가할 위험이 크다. 게다가 아비가 이런 일을 하니 자식 놈도 한번 이런 장사로 돈을 벌라고 대물림할 만한 사업이 아니다. 따라서 이렇게 해서 번 돈은 속인들이 말하는 정말 ‘더러운 돈’이 된다.
각종 고시를 두루 섭렵하고 관직에 올랐으나 형정의 운용은 장사꾼의 저울질보다 더 잔망스럽다. 그러니 4, 5년을 주기로 한 정치권의 변동에 따라 사정바람은 지속된다. 몇 해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도세배(盜稅輩, 예를 들면 인천시 북구청 세금 횡령사건)는 바로 관리시장의 폐해가 아직 이 사회에 얼마나 팽배해 있는가를 증명해주는 사건이었다. 더구나 세리와 협잡하여 절세가 아닌 탈세의 방법으로 사리를 채우는 기업이라면 이 또한 기업인의 도리가 아닐 것이다. 눈 시리도록 드러나는 뇌물, 청탁관련 사건들은 하위직의 경우도 관례처럼 되어 있다. 연봉 3천만 원인 하위직 세리가 근 1억 원 상당의 고액 과외를 자녀에게 시키는 풍토가 이 나라의 관료사회다.
또한 이 나라의 상풍(商風)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기업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제일 먼저 품삯을 마되질한다. 또한 ‘네 콩이 크니 내 콩이 크니’하는 앞 다툼을 통한 기업의 발전보다는 특혜와 입씻이(뇌물)를 통해 이익을 보려는 모습도 진정한 도리가 아니다. 더구나 죽지 못해 하는 ‘3D업종이라고 내국인을 대신해 물 건너온 품팔이들의 모습을 보자. 몇몇 주인장들을 탈을 잡아 품삯을 주지 않는다. 일을 하는 과정에서 욕설과 폭행까지 일삼으니 그 행실은 방자하기 이를 데 없다. 이 모두 몹쓸 짓들이다.
부의 습관 4 기본을 지켜야 돈이 쌓인다
시간을 거느리면 돈을 거느린다
시간이 삶이라면 시간을 거느릴 수 있어야 스스로 돈을 거느리는 인간이 된다. 장사의 허실을 조금이라도 아는 전문가들에 따르면 기업의 경쟁 전략은 규모에서 품질로 그리고 속도로 바뀌어 왔다고 한다. 속도는 신속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나온다. 속도의 최대 적은 머뭇거림이다. 머뭇거림은 시간 자체뿐 아니라 의식까지 부패하게 만든다.
이런 경우를 보자. 선발자의 도전정신이 후발자의 이익을 뛰어넘는 시대가 온다고 한다. 세계 초일류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남보다 먼저 개발하고 먼저 판매하고 먼저 철수해야 한다. 남보다 먼저 개발해 판매하고, 뒤차를 타고 좇아오는 후발기업들이 많아져 시장이 포화 상태다 싶을 때 미련 없이 빠져나오는 ‘히트 앤드 런(Hit and Run)’ 식의 전략 구사가 필요한 것이다. 승패는 덩치의 크고 작음이 아니라 시세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단련되어 있는가에 달렸다.
장돌뱅이에게 왜 시간이 자원인지 이야기를 하나 하자. 엄동설한에 강원도 어느 시골 장을 찾았다. 아직 동이 트기 전에 마을을 끼고 있는 개울을 깨서 얼음물을 떠낸다. 얼굴을 씻기 위함이 아니다. 개울을 건널 징검다리에 얼음물을 부어놓기 위해서이다. 뒤이어 느긋하게 장날을 찾아오던 타관 장돌뱅이들 중 하나, 둘은 필경 살얼음에 덮인 징검다리를 밟다 미끄러져 넘어지기 마련이고 앞서 간 개성상인들은 그만큼 시간을 벌게 된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장돌뱅이가 지고 다니는 지게는 여느 지게와 다른 쪽지게였다. 그 모양새는 지겟다리가 길다. 사타구니에 가래톳이 서도록 돌아다닐 때 지게를 작대기로 받쳐놓고 느긋하게 쉴 짬이 없다. 늦은 밥 먹고는 파장 가는 꼴이라 남보다 먼저 걸어야 물금 좋게 팔 게 아닌가. 그러니 길을 가다 힘들면 지게를 지고 서서 쉰다. 서서 쉬기 위해서는 지겟다리가 길어야 했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이래저래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것이 장판의 습성이다. 만약 출행에 앞서 새벽부터 눈발이 내린다면 장돌뱅이들에겐 치명적인 불상사다. 장이 서는 날이나 고객과 약조한 날짜에 일정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눈길을 가자면 하루 50리 길을 줄이는 데도 힘들다. 오래 지체될 경우 공것으로 나가는 비용이 엄청났다. 그래서 눈발이 성기기 시작하기 전부터 발행을 서두른다. 이렇듯 공간의 선점은 시간의 앞섬이 필요하다. 오늘날의 기업환경은 숨 가쁜 속도와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서의 성패는 시장의 동향을 요량하고 변화하는 고객의 욕구에 신속하게 반응하며 나아가 고객의 욕구에 부합한 새로운 제품을 창출하는 것이다. 때문에 누구보다 먼저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여 돈줄이라도 차보려면 ‘발 빠른 행보’ 이외엔 방도가 없는 것이다. 그러자면 동지섣달에도 땀띠가 나는 법이다. 그러니 장돌뱅이는 돈에만 인색한 게 아니라 시간이라는 ‘자원’에 인색해야 한다.
시간이라는 것이 지나고 나면 돌아오지 않는 법이고 보면 장돌뱅이는 무엇보다도 시간에 대해 엄하고 그 한도를 정해야 한다. 곧 시간이야말로 장돌뱅이가 가지고 있는 최대의 자산이자 성공의 원동력이다. 누구보다도 먼저 고객이 있는 장판에 이르기 위해 촌음을 허투루 낭비하지 않는 장돌뱅이는 반드시 성공한다.
부의 습관 5 견딜힘을 키워 중심을 지켜라
싸고 맛있는 집은 귀하다
주막은 객줏집이나 여각과는 달리 말 그대로 나그네가 하룻밤 묵어가는 소박한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막은 전국 곳곳에 손쉽게 차릴 수가 있었다. 영업주래야 대개 남의 소실이나 일선에서 물러난 작부들이었다. 간판도 없이 주막의 표시로 깃대에 용수(동동주를 뜰 때 사용하는 도구)를 매달아 놓아 주막임을 나타냈다.
주막거리에서 장사를 시작할 때 장돌뱅이의 내왕이 빈번한 길목이라고 해서 장사가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단골이란 예부터 있는 것뿐 아니라 새로이 만드는 것이다. 누가 당신의 새로운 단골이 되어주는가 하면 그것은 당신의 장사 방법에 따라 이익을 얻는 사람들이다. 어떠한 이익이든 장돌뱅이가 당신의 행위에 감사하게 되면 점차 새로운 고객이 늘어나고 그 반대라 되면 오래된 고객도 한두 사람씩 떨어져 나가게 되어 결국 오가는 이도 없게 된다. 그러므로 주막집 영업의 성장원리는 매우 간단하다. 즉 한 번 온 장돌뱅이가 또 와주는 일과 장돌뱅이가 다른 장돌뱅이를 데려오는 일만 착실하게 이루어진다면 어떻게 망하겠는가.
대개 주막이 유명해지는 것은 제각기 식주인의 재주대로 술국을 잘 끓이거나 아니면 술이 맛깔스럽기 때문이다. 주막은 단지 술만 파는 것이 아니라 인정을 덤으로 얹어 팔아야 하는 장사다. 따라서 식주인이 마음씨가 좋은 데다가 술맛도 좋고 부지런하다면 돈을 못 벌 이유가 없다. 대개 주막집은 음식을 만드는 식자재의 시세에 따라 들어가야 할 양을 덜고 빼는 것이 상례다. 그러나 잘되는 주막집의 음식은 결코 양을 줄이지 않는다. 좀 이문이 적더라도 늘 변함없는 그 맛을 갖도록 꼭 같은 양의 재료를 똑같이 넣는다. 바로 이런 음식장사를 오늘날 불황극복형 외식사업으로 봐도 좋다.
맛과 가격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우선 비싸도 맛있는 집이라면 도처에 얼마든지 있다. 철마다 나오는 호텔의 기획음식이나 고급 음식점을 가보면 대번에 알 수 있다. 어차피 올 사람만 오고 갈 사람만 가기 때문에 테이블 회전이 더뎌도 그런 대로 장사가 된다. 하지만 싸고 맛있는 집은 정말 귀하다. 귀한 만큼 손님이 모여든다. 각 고을의 소문난 맛집을 가보면 값도 비싸지 않고(그렇다고 싸지도 않다) 먹음직하다. 한 끼를 먹기 위해 들인 비용이나 발품을 판 공력이 맛에 의해 벌충된다. 어떤 사람은 ‘가족과 다시 한 번 와야지’ 하는 마음도 먹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문 앞은 늘 성시를 이룬다.
부의 습관 6 부를 부르는 사람이 되라
단골을 만드는 확실한 방법
단골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고객만족을 넘어 고객감동’이라는 식의 구호만 외친다고 될까? 천만의 말씀. 단골이 구호로 만들어진다면 천만 기업들이 다 떠들어댈 것이다. 단지 점포의 분위기가 친절하다고 쉽게 감동을 받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친절은 고객이 장사꾼에게 당연하게 받아야 할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단골을 잡는 확실한 방법은 자기 일에 충실하는 것이다. 언제나 열성을 다하고 있으면 고객을 찾지 않아도 고객이 자기 발로 걸어 들어오게 된다. 고객이 스스로 찾아오게 만든다는 것은 자기 점포의 단골손님에게 특별히 부탁하지 않아도 그 손님이 다른 손님에게 소개를 해 확산을 거듭한다는 뜻이다. 새로 손님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단골을 더욱 소중하게 지켜나가는 것 또한 중요하다.
좋은 물건인데 가격이 적당하고 고장도 나지 않으며 광고나 설명서에 있는 대로 효과가 있으면 고객은 일단 만족한다. 이때 내가 파는 물건은 ‘믿을 만하다’는 신뢰를 심어야 한다. 여기에도 물건을 파는 사람의 인상이 추가된다. 즉, 고객은 신색(身色)이 좋고 인심 좋아 보이는 점포나 점원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바로 호감을 갖는 것에서 고객만족은 시작된다. 그렇다면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고객이 어떻게 느낄까?’의 문제이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지에 대한 고민이어야 한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자동차, 냉장고, 오디오와 같은 고가품의 구매 결정 시에 여러 가지 조건과 성능을 비교하고 의견 선도자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하면서 신중히 구매 결정을 하는 제품을 ‘고관여(High Involvement)’ 제품이라고 한다. 이와 반대로 껌이나 치약 등과 같이 일용품이거나 저가품으로 소비자가 구매결정 과정에 많은 노력이나 시간을 들이지 않고 쉽게 구매하는 제품을 ‘저관여(Low Involvement)’ 제품이라 한다.”
이런 기준 위에서 보면 당연히 두부나 콩나물 등의 찬거리는 주부들에게 저관여 제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심 좋고, 믿을 만한 두부 장수에게 줄곧 찬거리를 대어 먹는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두부장수가 등장했을 경우다. 셈이 푼푼해 덤이라도 잘 주고, “우리 두부는 순국산으로 만듭니다.”라며 두부의 품질을 어필할 때는 주부는 ‘어느 장수에게서 찬거리를 들여놓을까?’ 고민에 빠지게 된다. 10년을 대어 먹는 단골이라고 해도 소비자인 주부는 냉정해지기 시작한다. 그렇게 해서 다른 경쟁자인 두부장수는 ‘100퍼센트 순국산’을 콘셉트로 소비자의 저관여 제품을 고관여 제품화해서 단골을 새로 확보하게 된다. 따라서 시장에서 우위를 잡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구매관여도를 높이는 전략으로 수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품 자체가 고관여 혹은 저관여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머리가 그렇게 믿고 있는 것이다. 그 소비자의 머리를 움직이게 해야 당신은 훌륭한 상인이 될 수 있다.
단골을 만들기 위해서는 뛰어난 기능적 가치 제공, 고객과의 정서적 관계 구축, 고객의 지속적인 거래에 대한 부가적인 보상 제공의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 자기 자식의 이름까지 기억해주는 피자집이라면 고객은 세심하게 신경써주는 점포에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자기도 깜빡 잊어버리는 부인의 생일까지 기억해주고 회원 특별할인을 해주겠다는 레스토랑 등이 있는데, 이들은 잘되는 점포의 모습이다. 서로 좋은 발상, 즉 상생의 관계인 것이다. 상생의 관계는 기업과 고객 두 이해 당사자 간의 근본적인 관계 변화를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단골은 서로 이익을 보기 때문에 좋은 관계가 유지된다. 자신의 이익만을 먼저 추구하고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서로 탐색하고 계산하고 흥정하는 일도 없다.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통해 모두 이익을 보는 것이다.
이러한 관계는 과연 누가 먼저 시작해야 할까? 두말할 필요도 없이 당신이다. 고객에게 당신에 대한 사적인 감정은 서푼어치도 없다. 먼저 고객에게 최대한의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그 가치는 ‘다른 곳에 가봐야 이만한 것을 절대 구할 수 없을’ 정도로 특별한 것이어야 한다. 더구나 단골은 당신의 지지자이자 후원자로서 다른 손님을 소개해준다. 이것이 당신이 장사를 잘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단골을 붙드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자주 쓰는 것이 덤(이것을 고객보상제도라고 해도 좋다)을 주는 것이다. 더구나 값을 깎아 주거나 아니면 사은품, 심지어 1년 동안 쓴 돈 가운데 1~2퍼센트 정도를 되돌려주는 방법 등도 많이 쓴다. 간접적인 것으로는 회원에게 국한된 특별한 서비스나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덤을 주는 데는 일정한 법칙이 있다. 고객은 늘 새로운 것을 바라고 있다. 따라서 덤은 고객이 실제적 필요성을 느낄 수 있게 정기적으로 주어져야 한다. 또한 덤을 주기 위해 고객이 어떤 특별한 노력이 있도록 요구해서도 안 된다. 더욱이 덤은 일상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물건을 흥정하는 가운데 덤을 줘야 한다. 덤을 주면서 생색을 내거나 까다롭게 하면 단골은 냉담해진다. 덤은 ‘물건을 많이 사는 고객에게 더 싸게 파는 불평등한 상술’이라고 한다. 많이 사기 때문에 덤을 하나씩 끼워준다. 구매실적에 따라 누진제를 실시해 일정한 할인율을 적용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덤도 쓸모없는 하치를 끼워준다면 공연한 불평을 살 수 있다. 따라서 덤이라도 꼭 단골에게 필요한 것을 산정해 주어야 한다.
부의 습관 7 남이 흉내내지 못하는 특별함을 팔아라
떠돌이 약장수에게 장사를 배우다
첫째, 사람이 모이는 곳에 고객이 있다. 시장이란 사람이 모이고, 흥정이 있고, 단골이 있는 곳이다. 장돌뱅이는 이처럼 시장이나 가정 등 수요와 욕구가 존재하는 곳을 찾아내려고 노력한다. 수요자는 나이나, 교양 정도, 경력, 사고방식이 전부 다르다. 그 손님에게 알맞은 내용으로 이야기하지 않으면 마이동풍이 될 수 있다. 같은 상품을 설명하는 데도 상대에 따라 내용을 바꾸고 이야기의 진행을 다르게 해야 한다.
둘째, 고객의 니즈를 해결해주면 간단하다. 지금에야 별것도 아닌 축음기이지만 천석지기나 읍내 양조장 주인 정도가 아니면 듣도 보지도 못한 시절에 떠돌이 약장수는 시골 주민의 소리통 구실을 단단히 해주었다. ‘이 강산 낙화유수, 홍콩의 밤거리’ 등의 유행가가 저잣거리에 울려퍼지면 시골 아낙의 마음마저 싱숭생숭해졌다.
시장에 나온 모든 장꾼들이 장돌뱅이가 파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면에서 판매란 장돌뱅이가 권하는 물건을 구매할 임자의 보물찾기와 같다. 장사란 가능한 한 재빨리 장돌뱅이의 물건에 흥미를 갖고 있는 살 임자(유효수요)를 찾아내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리고는 살 임자가 될 만한 손님에게 흥미를 끌어내야 한다. 만약 흥미를 끌어내지 못한다면 장돌뱅이의 모든 노력은 헛총질로 끝나버리게 된다. 고객의 심리를 분석해보면 주의, 흥미, 관심의 순서로 심리가 변화하고 최종적으로는 결의(계약)에 이른다.
약장수는 상품을 팔기 위해서는 주의를 끌어들인 후 그것을 오래 지속시켜 흥미와 관심으로 진전시키고 있다. “자,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갑니다. 머리에는 기계독, 콧구멍에 축농증, 볼딱지엔 여드름, 목구멍에는 연주창, 젖가슴에는 유종, 배꼽 근처에는 도장부스럼, 사타구니에 종창, 똥구멍에 치질, 죄다 할 것 없이 이 고약, 딱 세 번만 문지르면 게딱지 같던 부스럼이 하룻밤 사이에 백옥 같은 살결로 둔갑을 한다 이거요. 사면 팔고 안 사면 안 팔고.” 약장수의 입장에 장꾼들은 넋을 잃고 있는데 약장수는 거기다 한 술 더 떠 ‘안 사도 그만’이라고 오금을 박았으니, 날이면 날마다 오는 약장수가 아닌 터에 순박한 시골 아낙네는 속고쟁이에 깊이 간직했던 쌈짓돈을 저도 모르게 꺼내게 된다.
좋은 제품을 적절하거나 저렴한 값으로 내놓는다고 판매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자신의 제품이 다른 제품과 달리 어떠한 특성이 있으며 고객의 특별한 니즈에 부응한다는 점을 기술적으로 되풀이해서 전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양의 축적은 질적 변화를 가져온다. 한 번 들은 것보다 두 번, 세 번 들으면 사고 싶은 욕망이 강해지게 된다. 게다가 손님은 상품 그 자체를 사는 것이 아니라 상품의 효용이나 편리함을 산다. 당시의 풍속이야 벼 베고 목욕하면 이듬해에 모를 찔 때나 몸을 닦고 다문다문 백때떨이를 하는 것이 전부였기 때문에 자연 이름 모를 피부병도 많았다. 시골 아낙의 쌈짓돈을 꺼낸다는 것은 약장수의 입담이 아니더라도 그 상품의 효용이나 편리함이 자신을 충족시켜 주기 때문일 것이다. 고객은 상품 지식에 대해서는 장돌뱅이보다 풋내기이다. 이때 어떠한 점이 편리한지, 어떤 구실을 하는지 그것을 해결해주는 것이 바로 무면허 약사인 떠돌이 약장수였다.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