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잉 솔로: 싱글턴이 온다

Going Solo

   
에릭 클라이넨버그(역자: 안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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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퀘스트
   
16000
2013�� 01��



■ 책 소개
집과 인간관계, 공동체의 패러다임 전환이필요하다!

1인가구 급증은 21세기 들어베이비붐 이후 가장 큰 인구 변동이다. 책은 뜻밖의 통계와 1차 자료를 제시하고 혼자 사는 사람들의 생생한 초상화를 그려내며, 전통적 상식과고정관념에 반박하면서 혼자 살기가 현대 도시인들의 경험을 어떻게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준다.
유비쿼터스 미디어와 초연결성(hyper-connectivity)의 세계에서 혼자살기는 자아를 발견하고 좋은 친구들과 함께하는 기쁨을 아는 통로이기도 하다. 그들의 생활상과 욕망과 미래가 그려내는 지형도가 곧 우리가 살아갈세상이다. 이들이 사는 세상에서 곧 우리가 사는 세상, 앞으로 살아갈 세상이 보인다.

■ 저자 에릭 클라이넨버그
뉴욕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이자「대중문화(Public Culture)」와 「디지털 시대의 문화생산(Cultural Production in a Digital Age)」의편집장을 맡고 있다. 

클라이넨버그의 첫 저서인『시카고의 폭염(Heat Wave)』은 「시카고 트리뷴」에서 ‘올해의 우수도서’로 선정되는 것을 비롯해 학계와 출판계에서 6차례에 걸쳐 상을받았으며, 말콤 글래드웰이 「뉴요커」지 칼럼을 통해 “치밀하고 절묘한 사회의 초상”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시카고의 폭염』은CNN과 NPR에 소개된 바 있으며, 「뉴욕타임스」와 「롤링스톤」 등에도 관련 기사가 실렸다. 현재 책에 기반을 둔 장편 다큐멘터리가 제작되고있다. 두 번째 책 『전파전쟁(Fighting for Air)』은 “정치적으로 열정적이며 지적으로 진지하다”는 찬사와 더불어 “좋은 라디오방송과 정확한 보도와 자주적인 공공의 이익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궁금한 모든 이들의 필독서”로 평가받았으며, 저자가 미 의회 연방통신위원회에서직접 연구 결과를 검증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타임」「월스트리트저널」「롤링스톤」「워싱턴포스트」「가디언」「르몽드디플로마티크」「슬레이트」 등 여러 대중 매체에기고하고 있다. 

■ 역자안진이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대학원에서 미술이론을 전공했고,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영혼의 순례자 반 고흐』『헤르만 헤르츠버거의 건축 수업』『아름다운 지구인 플래닛워커』『지식의 역습』『페리고르의 중매쟁이』등이있다.

■차례
추천의 글 - 1인가구, 인류의 새로운 실험

들어가는 글 - 싱글턴 사회(The Singleton Society) 
1장 혼자 산다는 것(GoingSolo)
2장 혼자 사는 능력(The Capacity to Live Alone) 
3장 갈라서기(Separating) 
4장나를 보호하라(Protecting the Self) 
5장 따로 또 같이(Together Alone) 
6장 혼자 나이들기(Aging Alone) 
7장 혼자 살기의 재구성(Redesigning Solo Life) 
맺는 글 - 싱글턴 사회의미래(Future of Singleton Society) 

연구와 분석 방법론 | 주석 | 참고문헌 | 찾아보기





고잉 솔로: 싱글턴이 온다


들어가는 글 - 싱글턴 사회(The Singleton Society)

인류가 집단생활에 이끌린다는 사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는 가족의 형성이다.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사회생활과 경제생활의 기본 단위는 개인이 아닌 가족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난 반세기 동안 인류는 굉장한 사회적 실험에 돌입했다. 역사상 최초로 수많은 사람이 연령과 장소, 정치적 신념과 무관하게 ‘싱글턴(singleton)‘으로서 정착하기 시작한 것이다(이 책에서 ‘싱글턴‘이라는 용어는 혼자 사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독신‘인 사람들은 혼자 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어떤 독신자들은 애인이나 룸메이트 또는 자녀와 함께 산다. 그러므로 독신자라고 해서 모두 싱글턴은 아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다수 사람들은 젊어서 결혼하고 죽을 때가 되어서야 헤어졌다. 만일 배우자가 일찍 죽으면 다시 결혼했다. 죽음이 늦게 찾아오면 가족과 합치거나 자녀들을 불러들여 함께 살았다. 요즘 우리는 결혼을 늦게 한다. 우리는 이혼을 하고 나서도 몇 년 또는 몇 십 년 동안 혼자 산다. 배우자가 먼저 세상을 떠나더라도 우리는 다른 사람의 집에, 심지어, 자녀의 집에도 들어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일생 동안 우리는 생활방식을 여러 번 바꾼다. 혼자였다가 함께가 되고, 함께였다가 다시 혼자가 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혼자 사는 시기를 좀 더 안정적인 시기, 즉 짝을 만나 함께 살거나 요양원에 입주하기 전에 거치는 과도적인 단계로 간주해도 무방했다. 지금은 그 말이 맞지 않다. 21세기 들어 최초로 미국 성인들 가운데 다수가 독신이고, 성인이 되고 나서 결혼한 상태로 지내는 시간보다 결혼하지 않고 보내는 시간이 더 많으며, 그 시간의 상당 부분은 혼자 살면서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변화에 적응하고 있다. 우리는 혼자 사는 법을 배우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생활방식을 창조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성인들 가운데 50퍼센트 이상이 독신이고 성인 7명 중 1명꼴인 3,100만 명이 혼자 산다. 미국의 1인가구는 전체 가구의 28퍼센트를 넘어섰는데, 이는 가장 흔한 거주형태인 아이 없는 부부만큼이나 1인가구가 많아졌다는 뜻이다. 이제 핵가족·확대가족·동거·그룹홈보다 1인가구가 더 많다. 그리고 놀랍게도 1인가구는 가장 안정적인 가구 유형 중 하나가 되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5년 동안 현재의 생활방식을 그대로 유지할 확률은 아이 없는 부부 다음으로 높게 나타났다. 오늘날 혼자 사는 사람들은 이전 세대의 선배들과는 달리 전국 각지에 분포하며 주로 대도시에 모여 있다.


혼자 살기의 급증은 사회적 경험에 변화를 일으킨다. 혼자 살기는 우리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가장 가까운 관계들을 이해하는 방식을 바꿔놓는다. 혼자 살기는 우리가 도시를 형성하고 경제를 발전시키는 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혼자 살기는 우리가 성인이 되는 방식, 우리가 나이들고 죽음을 맞이하는 방식에 변화를 일으킨다. 오늘날 혼자 살기는 우리가 어떤 사람이든, 다른 사람과 함께 살고 있든 아니든 간에 거의 모든 사회집단 및 가족과 관련이 있다.


그리고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 중 누구라도 언젠가 혼자 살게 될 수 있으니, 혼자 사는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건강하고 행복하고 활발한 사교활동을 즐기도록 만들면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 그리고 이것은 우리가 힘을 합쳐야만 해결 가능한 문제라는 것.



혼자 사는 능력(The Capacity to Live Alone)

성인이 되기도 전에 혼자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따라서 혼자 살기를 선택하는 사람들은 머지않아 혼자 잘살려면 배울 것이 많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아무리 신이 나서 달려든다 해도 혼자 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혼자 사는 사람은 자기 자신과 강렬하고 직접적인 대면을 해야만 하고, 평소와 다른 상황에 처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사람들은 혼자 사는 능력을 습득하는 것이 지극히 사적인 체험이라고 생각하지만, 나의 인터뷰에 따르면 그 체험에도 공통적인 요소들이 분명 있었다. 오늘날 젊은 독신자들은 혼자 사는 것이 사회적 실패가 아닌 성공의 표지이며 개성의 발현이라는 쪽으로 시각을 바꾸고 있다. 그들은 혼자 살기를 자신의 개인적 성장, 무엇보다 직업적 성장을 위한 시간 투자의 방편으로 이용한다. 그들은 그런 식의 자신에 대한 투자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종종 혼자 사는 것을 사회적 고립과 연관짓지만, 대다수 성인들에게 진실은 그 반대다. 왕성한 사교활동을 하고 디지털 미디어를 활발하게 이용하기 때문에 혼자 사는 사람이 훨씬 바쁜 경우가 많다. 시장조사기관 패키지드 팩츠(Packaged Facts)에서 내놓은 『미국의 싱글들: 새로운 핵가족(Singles in the U.S.: The New Nuclear Family)』이라는 보고서가 이 점을 입증해 준다. 그들은 레스토랑에서 외식을 더 자주 하고, 음악이나 미술 강좌를 더 많이 듣고, 공적인 행사에 더 자주 참석하고, 친구들과 쇼핑도 더 자주 다녔다.


하지만 혼자 사는 독신자들이 30대 중후반이 되면 왜 나는 아직 짝을 찾지 못했는가, 만일 짝을 찾았다면 더 행복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혼자 사는 30대와 40대 여성들은 사회적 압력을 훨씬 많이 받는다. 자신이 원해서 독신으로 살든 어쩌다 그렇게 되었든 간에, 우리가 인터뷰한 여성들의 대부분은 20대가 지나니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반려자를 찾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일이 인생에서 꼭 필요한가? 필요하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친구, 가족, 그리고 최근에 알게 된 사람들까지도 그들이 아직 혼자라는 점에 관심을 기울인다. 누구와 어떤 대화를 나누더라도 만나는 사람이 있냐고 묻거나, 적당한 총각을 추천하거나, 다른 모든 일을 부차적인 것으로 취급하는 사람들이 꼭 있다. 혼자 사는 여성들은 늘 이런 일들을 겪는다. 그리고 거의 모든 여성은 그런 질문을 받으면 낙인찍히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우리가 인터뷰한 사람들 가운데 가장 자신만만하고 성공적인 독신여성들조차도 자신이 올바른 선택을 했는가에 의문을 감추지 않았다.


진실을 말하자면 혼자 살기에 따르는 고통을 줄인다는 것은 삶의 고통을 줄인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독신 남녀들은 흔히 고독·후회·실패에 대한 두려움·앞날에 대한 걱정 등의 감정을 경험한다. 하지만 혼자 사는 사람들이 하는 말처럼, 결혼한 사람들이나 아이를 기르는 사람들이나 친구 또는 가족과 함께 사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고충이 적은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들 역시 외로움을 느낀다.


우리가 인터뷰한 젊은 성인들은 독신생활의 어려움에 대해 거리낌 없이 털어놓았다. 하지만 혼자 살면서 부딪치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그들의 진지한 노력은 생산적이었고 종종 성공을 거두었다. 젊은 성인들은 동반자 없이도 잘사는 법을 배울 수 있고 또 배우고 있다.



따로 또 같이(Together Alone)

일반적으로 사람들 개개인의 정체성을 따질 때 결혼이나 동거 여부가 굳이 포함될 이유는 없다. 하지만 현실세계에서 혼자 사는 사람들은 남들(친구나 가족, 그리고 혼자 사는 사람들의 필요와 관심사에 맞춰 특별한 상품을 만들기 시작한 여러 기업들)이 자신을 그런 식으로 정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들 중 적지 않은 사람이 자신이 사적으로나 공적으로 불공정한 대우를 받는다고 느끼고 있으며, 집단을 이루는 편이 유리하겠다고 마음먹는 사람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독특한 싱글‘과 같은 단체에 가입한 사람들은 사회적 인정과 정당성과 공동체를 추구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더 많은 것을 원한다. 건강보험·주택·사회보장에 대한 권리 향상, 공정한 세금제도, 직장에서의 차별 철폐, 독신자들의 의사를 대변하는 정치, 사회적 발언권의 증대 등이다. 어떤 집단이든 이런 것들을 쉽게 얻을 수는 없다. 특히 ‘독신자들‘처럼 구성이 다양한 집단에서는 더욱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자신을 선각자로 여기고 열심히 노력하는 진취적인 독신자들은 부족하지 않다.


‘결혼의 대안들(Alternatives to Marriage Project, AtMP)‘이라는 단체의 사무국장인 니키 크리스트는 40대 초반의 아프리카계 유대인이다. "우리가 원하는 건, 사회가 결혼이라는 제도 밖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인식하고 그런 이들을 지원하는 법률을 만들어달라는 겁니다." AtMP는 동성애자와 이성애자의 동거관계, 편부모 가정 등 다양한 방식으로 생활하는 독신자들을 대변한다.


AtMP와 같은 단체들이 독신자들을 정치적 집단으로 조직하려고 고심하는 반면,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기업들은 혼자 쇼핑하는 사람들을 급성장하는 소비자 집단으로 묶기가 어렵지 않다고 여긴다. 기업들이 이 일에 나서는 데는 실질적인 동기가 있다. 독신자들(혼자 살지 않는 사람도 포함)이 매년 지출하는 금액은 1조 6,000억 달러로 전체 소비자 지출의 35퍼센트를 웃돈다.


시장조사기관 패키지드 팩츠에서는 다양한 미혼 성인들의 생활방식과 소비패턴을 비교해 『미국의 독신자들: 새로운 핵가족』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혼 성인들은 미디어와 광고에 자주 등장하지만 대개는 일정한 전형에 따라 묘사된다. 클럽과 고급 레스토랑에서 저녁시간을 보내는 젊고 화려한 직장인, 또는 그와 반대로 집에서 홀로 생활하는 외로운 노인이 대표적인 전형이다. 패키지드 팩츠는 이런 전형들이 광고주들이 끌어들이기를 원하는 바로 그 소비자들을 질리게 한다고 지적한다. "독신자들이 갈수록 미혼인 자신의 상태를 일시적이고 부정적인 상황으로 여기지 않고 하나의 선택으로 여긴다는 점을 마케팅 담당자들이 지적해야 한다."


2007년 싱글에디션닷컴을 만든 셰리 랭버트는 독신자 대상 마케팅에 관심 있는 기업을 찾는 일에 뛰어들었다. 이윽고 랭버트는 문제점을 발견했다. 광고주들은 독신자가 자기 자신의 모습에 만족한다는 생각은 못하고 언제나 미래의 희망을 담은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 랭버트는 이렇게 말했다. "더 이상 독신이라고 부끄러워할 이유도 없어요. 자기가 독신생활에 만족만 하면 됩니다." 그녀는 광고주들이 이 점을 깨달으면 급성장하는 시장에 바로 접근할 수 있을 거라고 주장한다. 광고주의 처지에서 본다면 오랫동안 독신으로 지낼 확률이 높은 사람들은 의류·여행·자동차·주택 등의 주요 상품을 구입할 고객들이다.



혼자 나이 들기(Aging Alone)

수십 년 전부터 선진국에서는 혼자 나이 드는 사람의 수와 비율이 수직 상승했다. 1950년에는 65세 이상의 미국인 10명 중 1명만이 혼자 살았던 반면 지금은 3명 중 1명이 혼자 산다는 사실, 그리고 75세 이상 노인들의 경우 혼자 사는 사람의 비율이 훨씬 높다는 사실을 고려해 보라. 유럽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일본의 경우 2010년에 65세 이상 남성 10명 중 1명과 여성 5명 중 1명이 혼자 살았다. 일본 정부는 다음 20년 동안 그 수가 ‘급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인도·중국·한국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인구통계학자들은 이미 독거노인의 증가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 시작했다.


이 새로운 현상은 반드시 걱정할 일만은 아니다. 독거노인 증가의 숨은 원동력인 혁명적 수명연장은 인류역사상 가장 빛나는 업적으로 손꼽히는 일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인류의 위대한 업적들은 대부분 가장 어려운 과제를 함께 안겨준다(산업화·핵에너지·자동차를 생각해 보라). 그리고 평균수명 연장은 절대선이 아니다. 문제점 중 하나는 개인적 차원에서 우리의 수명이 고르게 연장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혼자 노년기를 보내려면 그전과 다른 생활방식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기력이 감퇴하면서 젊을 때는 간단하고 평범하게 여겼던 일들(병원에 가거나, 여가시간을 알차게 보내거나, 체력을 관리하는 일)이 만만치 않은 과제로 바뀌기 때문이다. 고립되어 혼자 사는 노인들이 병에 걸리거나 위기가 닥쳤을 때 타격을 쉽게 받을 뿐 아니라 일상적인 생활의 질까지 급속도로 떨어지곤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녀가 없는 것, 자녀와 멀리 떨어져 사는 것, 병을 앓는 것(특히 병 때문에 집에만 있는 것),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것, 그리고 가난도 위험요인이 된다. 혼자 사는 노인에게 가난은 거의 모든 위험에 직면할 확률을 높인다. 커먼웰스 재단(Commonwealth Fund)의 독거노인위원회가 내놓은 권위 있는 보고서에 따르면, 혼자 사는 빈곤선 이하의 노인들 3명 중 1명은 친구나 이웃을 2주일에 한 번도 만나지 않으며 5명 중 1명은 친구와 전화통화도 하지 않는다.


뉴욕 시에는 백만 명 가까운 노인이 살고 있으며(뉴욕의 노인 인구만도 미국 9대 지자체 소재지를 제외한 웬만한 지자체 소재지의 전체 인구를 초과한다), 노인 외에 혼자 사는 시민도 수십만에 달한다. 물론 뉴욕은 부유한 도시이지만 경기가 둔화되면 시 당국이 공공 프로그램의 재정 마련에 진땀을 흘리게 되고, 고통스러운 예산 삭감이 단행된다.


‘식사배달 서비스‘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공공 프로그램 중 하나다. 하지만 2004년 뉴욕 시에는 비용 절감을 위해 브롱크스에서 배달 프로그램을 전담했던 16개 비영리 노인센터와의 계약을 종료하고 더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한 3개 대기업으로 이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효율을 높이기 위해 단순한 조치 하나가 취해졌다. 날마다 따끈따끈한 식사를 배달하는 방식 대신 일주일에 한두 번은 냉동식품을 배달하기로 한 것이다.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도 사람들이 따뜻한 식사를 받지 못하면 기분이 상하리라는 점은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알지 못했던 것은 식사배달 프로그램이 음식뿐 아니라 사람과의 접촉 기회를 주고 노인들의 안부를 확인하는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며, 시의 정책이 변하면서 뉴욕에서 가장 취약한 주민들이 다른 사람과 얼굴을 맞댈 귀중한 기회를 빼앗기리라는 사실이었다.


브롱크스의 여러 단체들은 시범 프로그램이 지역사회 노인들의 고립을 심화시킨다고 비판했지만, 2008년 봄 시에서는 다수 주민들에게 날마다 따뜻한 식사를 배달하던 종전 방식을 폐지하고 5개 자치구 모두에서 냉동식품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뉴욕 시 노인센터 및 서비스 협의회의 정책담당관인 바비 색먼은 주정부에 "뉴욕 시를 전국의 모범으로 만들어준 오랜 전통을 가진 동네단위 노인 서비스를 보호하고 수호하기 위해" 옳은 결정을 내리라고 촉구했다. "허약한 노인들에게 가정식 식사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 분들은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지역 노인센터에 나가기도 힘들거든요. 8, 90세 노인들에게는 누군가가 날마다 현관문을 두드리는 일이 꼭 필요합니다."


주위를 돌아보면 우리의 부모든 조부모든 이웃이든 친구든 간에 혼자 생활하고 있으며 특별한 돌봄이나 사람의 방문이 필요한 사람들이 어디나 있다. 그리고 우리가 어떤 사람이든, 돈이 얼마나 많든, 지금 어디에서 어떻게 살든 간에 언젠가는 우리의 일이 될지도 모른다. 우리가 사랑하는 누군가가, 또는 우리 자신이 현관문 두드리는 소리를 간절히 기다리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혼자 살기의 재구성(Redesigning Solo Life)

1인가구의 급증 자체가 사회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1인가구의 급증은 극적인 사회 변동으로서 이미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으며 해결책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 여기서 심각한 문제란 노인과 약자들의 사회적 고립, 가난한 사람과 병자들의 고립, 혼자 살면 아이가 없고 불행하고 외로울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들의 불안한 마음을 가리킨다.


만일 우리가 가정적 결합을 촉진하는 무익한 캠페인에 에너지를 적게 투입하고, 이미 혼자 사는 사람들이 더 잘살도록(더 건강하고, 더 행복하고, 사교활동도 활발하게 하도록) 돕는 데 집중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예를 들면 우리의 대도시 공간을 재설계하여 그 안에서 생활하고 일하는 사람들의 필요에 잘 맞도록 개조하는 방안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 우리가 ‘집‘이라고 부르는 공간들을 노동하는 성인이 대부분이고 어디서나 독신자를 볼 수 있는 새로운 도시에 적합한 방향으로 재구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는 혼자 사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처지가 열악한 빈민들과 병약한 노인들에게 더욱 시급한 문제다.


사람들이 혼자 사는 장소를 재구성하는 작업은 1인가구 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여러 가지 방법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또 하나의 방법은 우리 주위의 물질적 환경을 개선하고 고립의 위험이 높은 사람들을 사회적 지원 네트워크에 연결해 주는 새로운 환경을 설계하는 것이다. 물론 지금도 우리는 이 작업을 상당히 효과적으로 해내고 있다.


우리가 가장 원하는 것은 자율성을 보장하면서도 진짜 사람과 접촉할 통로가 제공되고 각종 서비스와 편의시설에 접근 가능한 ‘집‘이다.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저렴한 주택이 부족한 이유는 우리의 도시공간이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해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혼자 사는 사람들의 요구에 맞게 도시공간을 재구성하지도 못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의 요구에 맞는 도시공간은 어떤 것일까? 단독주택이 아니라 아파트 건물에 빽빽하게 배치된 주거공간, 걷기 좋고 인구밀도가 높은 동네들,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 매력적인 공공장소, 주민들이 만날 수 있는 식당과 술집과 카페, 잘 갖춰진 대중교통, 이런 것들은 어떤 유형의 가정에나 다 필요하지만 혼자 사는 사람에게 특히 중요한 조건이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해당 지역의 사교생활과 관련된 시설들을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도심지의 쾌적성은 친환경적 도시가 되기 위한 핵심 요건이기도 하다. 미국 전역의 도시계획 전문가와 개발업자들은 혼자 사는 시민이 유례없이 많은 현실에 발맞추어 더 나은 주거시설과 편의시설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일부 도시에서는 공무원들이 지역 문화와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도시경제학자 리처드 플로리다가 "창조적 계층"이라고 명명한 독신 전문직 종사자들 집단을 끌어들이려고 각별한 노력을 기울인다. 유럽·일본·오스트레일리아의 몇몇 도시들은 더 큰 발전을 보여주었다. 전체 가구의 3분의 2가 1인가구인 스톡홀름에서는 공적 보조금이 투입되는 도심지 공영주택이 넉넉히 공급되고 지역사회의 공동체 생활이 풍부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혼자 살아도 큰 비용이 들지 않고 활발한 사교생활이 가능하다. 도쿄·파리·시드니·런던은 훌륭한 대중교통 체계를 제공하면서 소규모 아파트 공급을 늘리고 있다. 이런 아파트는 대부분 싱글턴 사회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집단인 젊은 직장인들을 위한 임대주택과 분양 아파트 형식을 취한다.



맺는말 - 싱글턴 사회의 미래(Future of Singleton Society)

전체 가구의 47퍼센트가 1인으로 구성된 스웨덴(미국의 경우 28퍼센트)이나, 전체 주거시설의 무려 60퍼센트를 혼자 사는 사람이 점유하는 스톡홀름을 생각해 보자. 미국과 마찬가지로 스웨덴도 개인주의와 자립을 강조하는 뿌리 깊은 문화적 전통을 보유한 나라다. 하지만 스웨덴 사람들이 오늘날 어떻게, 왜 혼자 살고 있는가를 알아보려고 내가 그곳에 갔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원자화나 사회적 고립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 강화를 위한 국가 차원의 지속적인 노력이었다.


도시가 사람들로 북적이는 광경보다 더 놀라웠던 것은 아름답고 실용적인 주거용 건물들이 빽빽이 들어찬 모습이었다. 스톡홀름에는 독신자들의 공동생활을 촉진하기 위해 제2차 세계대전 전에 특별히 설계된 주택단지들과, 특별한 멋은 없지만 질 좋은 주거공간을 충분히 공급하기 위해 전후에 세워진 고층건물들이 가득했다. 이 건물들은 수익으로만 성공 여부를 따지는 상업적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세운 것이 아니라 혼자 사는 사람들을 포함한 특정 인구집단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설계된 것이다.


혼자 사는 사람의 비율이 높은 다른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스웨덴에서 혼자 산다는 것은 단순히 괜찮은 상태가 아니라 사람들이 인정하고, 소중히 여기고, 때로는 목표로 삼기도 하는 상태가 되었다. 젊은이들은 자기 집으로 이사하는 것이 성인이 되기 위한 필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혼자 살아보는 경험이 자신을 성숙하고 자립적인 존재로 만들어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중년 성인들은 이혼이나 별거 후에 자율성과 통제감을 회복하기 위해 혼자 사는 기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노인들은 혼자 살아야 자신의 존엄성과 인격과 자율성을 유지하고 앞으로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독신자들과 그 주변 사람들에게 함께 사는 것이 더 낫다고 도덕적으로 설득해야 한다는 사회개혁론자들의 환상에 영합하는 대신, 1인가구가 현대사회의 본질적 특성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혼자 사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일에 더 공을 들인다면 어떻게 될까? 늙고 병약하고 가난한 독신자들이 외롭게 살면서 충분한 돌봄을 받지 못하는 현실, 사교활동에 참여하고 싶지만 친구들과 연락이 끊긴 데다 새로운 친구들을 어디서 어떻게 사귈지 모르는 고립된 사람들, 아이를 원하지만 가임기가 끝나가는 독신여성들의 불안과 스트레스, 실직 상태인데 배우자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경제적 불안정, 이런 것들은 ‘공동체의 죽음! 시민사회의 붕괴!‘처럼 확실히 측정되지 않는 막연하고 희미한 외침이 아니라 실제적인 문제들이며 훌륭한 해법도 있다.


궁극적인 문제는 우리 중 얼마나 많은 사람이 혼자 사느냐가 아니라 이렇게 많은 사회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혼자 산다는 사실을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냐다. 이 특별한 사회적 변동에서 비롯된 문제 혹은 기회에 어느 사회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논하기는 아직 이르다. 인류의 혼자 살기 실험은 아직 초기 단계이며, 우리는 혼자 살기가 우리의 삶에, 가족과 공동체와 도시와 국가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를 이제 막 이해하기 시작했다.


혼자 살기가 우리의 개인성을 다시 확인하는 유일한 방법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과도한 네트워크와 상상을 초월하는 활동 속에서 주 7일, 하루 24시간 쉼 없이 움직이는 현대인들의 입장에서 자기만의 공간을 가지는 일은 고독이나 고립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적 휴식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도록 해준다. 우리가 그 사용법을 익히기만 하면 고독은 우리 각자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해준다. 고독은 우리가 어떻게 하면 함께 잘살 수 있을까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에 불을 붙인다. 우리가 어떤 사람이든, 지금 당장 어떻게 살고 있든 간에 함께 잘사는 일이야말로 우리에게 가장 절박한 욕구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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