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능력자의 당당한 대화법

   
박현정
ǻ
갈매나무
   
14000
2015�� 03��





■ 책 소개


감정 노동에 지친 당신을 위한 대화법!


서비스 현장 직원들을 위한 맞춤형 대화의 기술을 소개한다. 직원 자신의 상황과 감정을 무시하지 않는 동시에 위축되지 않고 문제에 접근하는 응대 노하우를 다루고 있다. 지금까지 감정 노동은 고객의 소리에 집중하라고 강요했지만, 이 책은 고객과 직원이 서로에게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이제는 일방적인 공감이 아닌 양쪽 모두의 감정을 존중하는 서비스가 이뤄져야 한다. 오늘도 내일도 고된 업무 속에서 고객과 대면해야 하는 건 바로 직원들이다. 이 책은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고 자존감을 잃지 않는 고객 응대 방법들을 통해 그들에게 일시적인 위로 이상의 힘을 주고자 한다.


■ 저자 박현정
누군가 고객을 대하면서 얻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라고 주저 없이 말하는 저자 박현정. 그는 서비스 업계에서만 20년을 보냈다. 그렇게 쌓인 세월 동안 고객에 대한 이해는 어느덧 ‘사람’에 대한 이해에 이르렀다. 그 가운데 무조건 큰소리치는 고객, 감정만 앞세우는 고객,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고객 등 소위 ‘진상 고객’들의 이면에 있는 근본적인 감정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었다. 고객 역시 ‘인정받고 싶다, 대접받고 싶다’는 기본적인 욕구에서 벗어날 수 없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사람 때문에 상처받지만 사람 때문에 다시 힘을 얻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서비스&세일즈, 커뮤니케이션 코칭 전문 업체 ‘지음(智音)’에서 ‘지혜로운 소통’을 돕는 컨설턴트로 활약 중이다. 이 책 『서비스 능력자의 당당한 대화법』에서는 감정 능력을 발휘하여 고객과 더 친근하게 소통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또 다른 저서로는 『클레임과 트러블에서 자유로워지는 스마트한 고객 서비스』가 있다.


■ 차례
프롤로그 감정 노동에 지친 당신을 위한 대화법


제1부 가장 중요한 것은 감정 능력이다
당신은 얼마나 아픈가
모든 것은 여전히 내 탓일까?
감정 노동의 피해자 Vs. 서비스의 능력자
고객의 감정을 제대로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고객은 낭독이 아닌 ‘대화’를 원한다


제2부 감정 능력으로 고객을 사로잡는 서비스 대화법
서비스 능력자의 당당한 대화법 1 : 자존감이 먼저다
‘거절’이라는 다리를 건너는 법
나는 전문가다운가?
나보다 더 많이 아는 똑똑한 고객을 만났을 때
다짜고짜 큰소리부터 치는 고객과 대화하는 법


서비스 능력자의 당당한 대화법 2 : 감정을 민감하게 읽을 줄 알아야 한다
10년 전 스크립트를 버려라
실버 고객이 진짜로 원하는 것
고객의 시간은 시속 180킬로미터로 간다?
서비스 현장에서 직관보다 더 중요한 것


서비스 능력자의 당당한 대화법 3 : 관찰력이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이다
안 된다는 말보다 먼저 해야 하는 질문
“살 것 같긴 한데 사지는 않고, 마음만 답답해요.”
계속 화만 내는 고객 앞에서 기억해야 할 것들


서비스 능력자의 당당한 대화법 4 : 관계력이 나를 살린다
잘못하고 도리어 큰소리치는 고객을 팬으로 만드는 말
고객의 기억에 남는 것은 당신의 뒷모습이다
‘괜히’ 믿음이 가는 사람은 무엇이 다른가


서비스 능력자의 당당한 대화법 5 : 자기중심성은 본능이다
결과를 바꾸는 따뜻한 말 한마디
의심하고 불안해하는 고객에게 들려주어야 할 말
블랙컨슈머 앞에서는 정중하게 눈을 마주쳐라


서비스 능력자의 당당한 대화법 6 : 정보만으로 설득할 수 없다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언어
가장 위력적인 공감언어 사용법
고객이 납득할 만한 이유를 찾아주라


제3부 서비스 능력자는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
나의 감정을 잘 들여다봐야 한다
내가 좋아서, 신나서 하는 서비스의 힘
고객과 나의 자존심은 모두 소중하다


에필로그 나는 행복한 서비스 능력자입니다


 




서비스 능력자의 당당한 대화법


당신은 특별한 일을 하고 있어요

감정 노동의 피해자 VS 서비스의 능력자

의사는 무엇보다 회복하겠다는 환자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교사는 배우겠다는 학생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말을 한다. 나는 서비스 종사자들에게 말하고 싶다. ‘나는 감정 노동의 피해자’라는 피해 의식이 아닌, ‘나는 서비스의 능력자’라는 긍정적인 관점을 가지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감정 노동자들의 현실에 대한 사회적 조명은 관심으로 받아들이되, ‘감정 노동자’, ‘피해자’라는 의식 속에 갇혀버리지 말자는 말이다. 피해자라는 의식이 깔려 있다면 어떤 힐링 체험을 한다 해도 그때뿐이다. 상처가 끊이지 않고 덧나는 환자와 다를 것이 없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 가장 시급한 것은 ‘피해자 신분에서 탈피하는 것’이다. 변화심리학의 전문가 앤서니 라빈스는 저서 <네 안의 잠든 거인을 깨워라>에서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자기 정체성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이야기한다. 자신을 그저 ‘뚱뚱한 사람’이라고 정의하기보다 ‘활력 있고 건강하며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정의 하는 편이 자신을 위해 더 좋다는 것이다.


우리 또한 마찬가지이다. 스스로를 피해자라고 인식하는 순간 고객이 건네는 불평 한마디는 나에게 날아오는 비수가 되고, 자신도 모르게 그것을 방어해야 할 위치에 서게 된다. 이처럼 ‘지금 내가 있는 곳은 감정 노동의 현장이고 나는 어쩔 수 없는 피해자다’라는 인식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저 ‘재수 없는 저 고객 때문에, 나를 힘들게 하는 저 인간 때문에’하며 가해자인 고객을 탓하는 것밖에는 할 수 없다.


잘 보여야 한다는 강박

언젠가 한 위탁 급식 회사에서 서비스 커뮤니케이션 강의를 진행하기 위해 대상자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학습 대상자인 직원들은 고객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고민 중이었다. 고객들과 평소 어떻게 소통하느냐에 따라 다음 계약의 연장 여부가 달려 있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회사는 누구보다 그들의 역할을 강조하며 언행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할 것을 요구했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거기에서 생겼다. 고객에게 ‘잘해야 한다’, ‘잘 보여야 한다’는 강박에 가까운 그들의 저자제가 커뮤니케이션에 그대로 나타나면서, 부담스러울 정도로 과도한 친절과 유연하지 못한 대처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온 것이다.


한때 ‘나는 나다’, ‘나는 나를 좋아한다’와 같은 광고 카피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이 카피는 건강한 자존감을 표현하고 있어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에게 치료 자료로 활용되기도 했다. 그런데 건강한 자존감은 사람과의 관계에도 적용된다. 앞에 예로 든 위탁업체 직원들이 ‘우리들의 영양 관리로 고객들은 앞으로도 영양가 높은 양질의 요리를 먹을 수 있으니 서로 윈윈(Win Win)이다’라는 자신감을 갖고 고객을 대했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자심감은 갑과 을, 강자와 약자, 고용주와 고용인 같은 수직적 관계가 아닌 갑과 전문가, 강자와 능력자, 고용주와 프로라는 수평 관계에서 사고할 때 얻을 수 있다. 지금은 직업의 귀천이 사라지고 관점에 따른 전문성, 즐기는 태도가 차이를 만들어내는 시대이다. 일반적으로 변호사는 반복적인 판결 사례를 읽어나가는 지루한 업무를 하고, 교사도 같은 과목을 반복해서 가르치는 기계적인 노동을 견뎌낸다. 한편 변호사는 고집불통인 의뢰인을 설득해야 하고, 교사는 말 안 듣는 학생을 통제해야 하니 그만한 정신노동이 없다. 나아가 같은 판결 사례를 놓고도 다양한 해석을 찾아내며 고군분투하는 변호사가 있고, 같은 과목이라도 수준별, 개인별 편차를 고려한 교과 과정을 고민하는 교사가 있다. 이들은 노동이 그저 노동에 머무르지 않도록 태도를 달리하고 능력을 갖춘다. 자신의 일이 가진 정체성을 새롭게 인식해야 비로소 가능한 일이다.


인터콘티넨탈호텔의 김연준 총지배인은 서비스 종사자들의 업무에 대해 남다른 정체성을 보여준다. 그녀는 한 신문(조선일보)과의 인터뷰에서 “최대한 고객이 원하는 방식으로 일을 했을 뿐이며, 일에 있어서 내가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후배들의 앞길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녀 역시 진상 고객과의 실랑이로 지치고, 고객의 억지스럽고 부당한 요구에 화가 날 때가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만 해결의 여왕’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것은 서비스 현장에서 자신의 능력과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그것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피해자 신분에서 탈피하자</P>힐링 열풍이 지나간 이 시대에 이제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바로 힐링 그 이후이다. ‘그래, 치유됐어! 그런데 그 다음에는? 또 상처받고 또 힐링할까? 그 다음에도 또?’ 물론 언제까지 그럴 순 없다. 무엇보다 내가 주체가 되고, 적극적인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내 일에 대한 의미부터 달리 부여해야 한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또 다른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최근 우연히 읽었던 <Life is Simple>이란 글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었다. ‘Are you happy? 라는 질문에 Yes 라고 답변한다면, 그것에 대한 답은 Keep going(계속해)’ 이다. 계속 그렇게 하면 된다. 그 방법을 유지하면 된다. 그러나 ‘No라고 답변한다면, 답은 ’Change something (뭔가 바꿔라) ‘ 이다. 이때야말로 바꿔야 할 때라는 것이다. 질문을 우리의 상황에 맞춰 바꿔보자. ‘Are you ok?에 대한 대답이 ‘Yes라면 그대로 자신을 유지하자. 그러나 ’No라면 우리도 무언가 바꿔야 한다. 현재 상태가 불편하고 힘들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날로 까다로워지는 고객 앞에서 지금 나의 방법이 지극히 수동적일수도 있고,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습관적인 대처일 수도 있다. 지금까지 그저 요즘 고객은 너무 까다롭다며 무기력하게 고객만 탓했다면 한 번쯤은 스스로를 체크해보자. 나의 서비스 방식은 어떤가? 고객에 대한 편견은 없는가? 내가 가지고 있는 정보는 참신한가? 나의 방식이 잘못되어 고객과 부딪히고, 또 그 결과로 일이 계속 싫어지고 있지는 않은가? 내 일에 대하여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했다면, 그에 맞는 나만의 해결책을 찾아보자. 그 것이 힐링 이후 우리가 현장에서 서비스 능력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첫 단계이다.



나는 전문가다운가?

고객이 오해하게 만드는 상황

어느 인터뷰에서 한 주부는 이렇게 말했다. “물론 사람을 겉으로 보고 판단하면 안 되지만, 좀 지저분해 보이면 일단 신뢰가 안 가더라고요. 제대로 고쳤나 의심도 들고…….” 주부는 A/S를 받으려 해도 수리하는 분들을 집에 들이기가 껄끄러워 그냥 불편한 채로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텔레비전, 인터넷, 가전 설치 등이 편리해지면서 설치와 A/S 업무 역시 덩달아 바빠졌다. 그리하여 점심 먹을 시간까지 쪼개가며 현장을 누비는 직원들이 바로 A/S 기사들이다. 예전과는 다르게 신속 정확하게 처리하는 것은 기본이요, 응대까지 신경 쓰며 고객 평가에 민감해진 것도 그들을 찾는 고객이 부쩍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부지런히 달려간 현장에서 확실하게 설치를 하고도 별별 이유로 고객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안타깝다. 예를 들면 서비스 기사가 친절하긴 한데 이상한 냄새를 폴폴 풍겼다는 이유로 낮은 점수를 받는다거나, 차림새가 영 깔끔해 보이지 않아 설치를 정확히 했을지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평가를 듣게 되는 경우가 그렇다.


소개팅에서 만난 완벽한 그녀가 내 마음속에서 튕겨나가는 이유는 엉뚱하게도 ‘왕비듬’ 하나일 수도 있다. 마음에 쏙 든 넷북을 결국 사지 않은 이유는 반듯하지 않은 모서리 라인 하나 때문일 때도 있다. 이처럼 별것 아닌 것들이 결정적인 한 방이 되어 내 마음속에서 영영 작별을 고하는 이유들이 될진대, 하물며 온몸으로 느끼는 서비스는 어떨까?


평가 항목들은 서비스 기사의 신속성, 정확성, 친절성을 묻고 있는데, 자신에게 보인 서비스 기사의 이미지로 단순하게 호감도를 평가하는 고객도 엄연히 있다. 그러니 열심히 하고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거나, 핸드폰 액정에 써놓은 “고객 만족 100점을 위해 파이팅!” 이라는 모토와 달리 낙제점을 면치 못하는 서비스 기사도 있는 것이다.


결정적 한 방을 위해

야구 모자에 후드 티만 입던 여자 친구가 원피스라도 차려 입으면 남자친구의 입은 헤벌어진다. 평소에 추리닝만 입다가 어느 날 정장을 입고 나타난 아들의 뒤태에 엄마는 ‘저 녀석 어깨가 저리 넓었나?’ 감탄하며 흐뭇해한다.


제복 효과라는 것이 있다. 명찰에 ‘○○ 전문가’라는 표시가 있었을 때와 없었을 때, 고객의 반응에 여실히 차이가 나타나는 실험 결과를 본 적이 있다. 말하자면 친절한 미소, 상황에 맞는 멘트, 정확한 일처리 모두 중요하지만 전문가로서 보여야 할 세부적인 사항까지 신경 쓸 때 비로소 진정한 스타일이 완성되는 것이다.


실제로 어린아이가 있는 집에서 서비스 기사의 몸에 밴 담배 냄새가 컴플레인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좀 심한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남편까지 이 악물고 금연시키는 마당에 서비스 기사의 담배 냄새를 감내할 이유가 어디 있느냐며 항변하는 데는 할 말이 없다. 흡연 후에는 가글을 하거나 옷매무새나 손, 발, 머리 등 신체에 불쾌하게 느껴질 만한 것들은 없는지 체크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제복은 언제 빨았는지 모르게 더럽혀져 있고, 손에는 작업했을 때의 먼지 낀 상태 그대로라면 열심히 설치한 후에도 괜한 원성을 들을 수 있다. “제대로 한 거 맞아? 영 엉성해 보이더라니......” 하면서 앞의 사례에서처럼 팩스 문제까지 뒤집어 쓸 수 있는 것이 사람의 이미지가 미치는 영향력이다.


사람은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옷이나 모자 등 내가 선택하는 의복도 환경이다. 제복을 잘 갖춰 입으면 그만큼 마음이나 생각이 단정해진다는 것은 실험으로도, 경험으로도 이미 입증된 바 있다. 고집스런 장인 정신으로 프로페셔널하게 일처리를 하는 분들이 서툰 응대나 차림으로 컴플레인을 받는 것만큼 안타까운 일은 없다. 능력, 실력, 경험을 다 갖추고도 ‘전문가답지 않은 이미지’로 인해 낙제점을 받는 것은 너무나도 허탈하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능력, 실력, 경험을 갖추는 것은 물론이고 느낌과 이미지가 ‘전문가다운 모습’리는 점을 간과하지 말자. 결국 나의 이미지가 일에 대한 내공을 입증하는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는 것 역시 잊지 말자.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언어

고객 스스로가 해결하는 시대

미연 씨는 보일러 회사에 전화를 걸어 문제의 원인부터 꼼꼼히 짚어보기로 했다. 그 후 회사에 어떤 식으로 항의할 것인지 생각해보기로 했다.


“50만원 이면 수리비가 좀 비싸네요. 이런 고장의 원인은 뭔가요?”

“이런 문제는 집이 비어 있는 동안 보일러가 가동되지 않아 일어납니다.”

“저는 보일러를 가동하지 않은 적이 없는데 왜 그렇죠?”

“만약 입주하시기 전 장기간 작동이 되지 않았다면, 보일러가 추위에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이런 현상이 생길 수 있어요.”


그제서야 자신이 입주하기 전 아파트가 3년간 미분양 되었던 사실을 기억한 미연 씨는 꼼꼼히 원인을 기록하고, 본사 측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고장의 원인이 자신이 아니라 아파트를 오래 비워둔 회사 측에 있단 이야기를 차근차근 설명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입주자가 수리비용을 대는 것은 부당하며, 그렇게 될 경우 반드시 조치를 취하겠다고 엄포도 놓았다. 본사 직원은 잠시 확인한 후에 전화를 하겠다고 했고 통화는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이후 상황은 어떻게 됐을까? 예상대로 보일러 수리비는 아파트를 관리하는 회사 측에서 지불하게 되었고, 고객은 합당한 해결책을 얻게 되었다. 요즘 고객들은 이처럼 문제가 명확하게 파악되지 않으면 스스로 정보를 확인하고 처리에 나선다. 직원이나 상담원의 말에 의존하기보다는 자신이 먼저 정보를 수집하고 대처 방법을 마련해나간다. 그리하여 이제는 오히려 고객이 증거를 수집하고 자료를 모아 회사 측에 대안을 제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나의 역할은 어디까지인가

회사 게시판이나 SNS에 글을 올려 문제를 공론화시키려는 고객들은 반드시 그 전에 회사 측에 신호를 보내게 마련이다. 실상 몇 가지 사례만 보더라도 서비스 관련 문제는 접점에서의 안일한 대응이 원인인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경우 고객이 컴플레인을 제기할 때 일선에서 충분히 중재 역할을 하지 못했거나, 고객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일이 커질 때가 많다. 반면 접점의 직원들은 제시된 규정대로 안내했고 그것이 자신의 책임과 무관한 경우, ‘규정대로 안내했으면 된 거 아니야?’라는 생각을 하기 쉽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작은 징후들까지 체크할 수 있는 유일한 단계가 바로 고객 접점임을 인식해야 한다. 미연 씨의 사례에서도 직원이 일차적으로 정확히 사태를 파악했더라면 훨씬 빠르고 깔끔하게 문제가 마무리될 수 있었을 것이다. 이것은 직원이 자신의 역할을 어디까지로 생각했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자신의 역할을 회사 측과 입주민 사이의 중재자로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인식했느냐, 아니면 그냥 주어진 일에만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관리인으로 인식했느냐의 차이인 것이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

이 문제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다시 전화를 해온 회사 측 직원은 이런 말을 하며 통화를 마무리했다.

“본사에 말씀하셨던 관계로 저희가 보일러 비용을 지불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건 다른 입주민에게는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원래는 안 되는 건데 해드리는 거라서요. 부탁드립니다.”


밀실에서 해서는 안 될 요구를 한 것도 아니요, 남이 알아서는 안 되는 부당한 거래가 이뤄진 것도 아닌데, 엄청난 비밀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하는 직원의 태도에 미연 씨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이런 상황이라면 고객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꼼꼼히 따져 물어 50만 원의 손해를 무마시키고 그 원인까지 찾아냈는데, 마치 안 되는 일을 떼써서 되게 만든 ‘진상 고객’ 취급을 받는 느낌이 들 수 있다. 고객에 따라서는 직원의 이런 말로 인해 2차적인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원래 안 되는 일이라니요? 제가 부당한 걸 요구한 것도 아닌데 대체 무슨 말씀이세요?”라는 불만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방송사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큰 경기들을 앞두고 어떤 아나운서를 간판으로 내세워 중계할지 고민한다. 같은 상황이라도 어떻게 중계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180도 다르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사안에 따라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상대가 받아들이는 느낌은 전혀 다르다. 고객이 다른 입주민에게 이야기하지 않기를 당부하고 싶었다면, 다음과 같은 그 부분을 충분히 설득력 있게 표현할 수 있다.


“비용은 저희가 지불하는 것으로 하였습니다. 보증 기간은 지났지만 사안이 특별하여 비용 처리가 가능했습니다. 다만 이번 일로 다른 입주민들께서 원인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같은 처리를 요구할 소지가 있습니다. 이 점 이해하시고 다른 분들께는 말씀해주시지 않기를 부탁드립니다.”


여기에 덧붙여 “저희가 미리 꼼꼼히 확인해드렸어야 했는데, 오히려 이런 예외 사항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하면 완벽한 커뮤니케이션이 될 것이다. 고객 또한 뭔가 부당한 뒷거래를 한 느낌이 아닌, 자칫 놓칠 수 있었던 부분을 제대로 처리한 만족감에 뿌듯함을 느낄 것이다.


사실 위와 같은 문제는 결국 일선에 있는 직원의 선에서 얼마든지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결국 고객이 나서서 해결하게 하였고, 그 후에는 마치 입막음을 내건 은밀한 거래처럼 엉뚱하게 당부를 하는 바람에 고객을 황당하게 만들었다. 당신과 나만 안다는 것이 때로는 특별하게 느껴질 수 있을지 몰라도, 위와 같은 상황에서는 도리어 불쾌감을 주는 표현이 아닐 수 없다. 나아가 또 다른 컴플레인의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 요컨대 각각의 사안과 고객의 기대에 맞는 적절한 표현으로 신중하게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올바른 설득의 커뮤니케이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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