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러닝

   
배리 오라일리 (지은이), 박영준 (옮긴이)
ǻ
위즈덤하우스
   
19000
2023�� 02��



■ 책 소개


파괴적 변화의 시대, 개인과 조직의 새로운 성공 공식
당신은 ‘언러닝’ 능력을 가졌는가?

혁신의 속도가 빨라지며 세계가 매일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한때 유용했던 지식이 급속도로 쓸모없어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에 적응하는 대신 기존의 사고와 행동 패턴에 스스로를 가둔다. 한때는 성공적이었던 전략이 지금의 몰락을 초래하는, 이른바 ‘성공의 역설’이다. 이를 돌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새로운 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쓸모없고, 시대에 뒤처지고, 발전을 가로막는 낡은 지식을 먼저 ‘비우고 버리는’ 과정이 필요하다. 즉, ‘언러닝’을 배워야 한다. ‘낡은 지식을 버린다’는 뜻의 언러닝은 새로운 시대의 성공 공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언러닝은 ‘학습’을 의미하는 러닝(learning)에 부정을 뜻하는 접두사(un)가 더해진 말로, 새롭고 더 나은 방법을 도입하기 위해 기존에 알던 사고방식이나 행동 양식을 고의적으로 잊거나 폐기하는 일을 뜻한다. 전 세계적으로 경영, 교육, 예술 등 분야를 막론하고 각계에서 언러닝의 힘을 주목하고 있지만, 대체로 구호에 그칠 뿐 그 개념과 방법론을 제대로 정리한 책이 없었다.

세계 최고의 혁신 창업가 양성 전문 대학 싱귤래리티대학 교수이자 수석 고문 배리 오라일리는 피터 센게의 ‘학습조직’ 이론과 BJ 포그의 ‘행동설계’ 방법론 등을 종합하여 개인과 조직을 위한 효과적인 ‘언러닝’ 프레임워크를 제공한다. 언러닝에 대해 체계적인 이론과 실천법을 제공하는 최초이자 유일한 책으로서 미국에서도 많은 직장인과 리더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 저자 배리 오라일리
벤처기업의 설립과 성장을 돕는 노바디 스튜디오(Nobody Studios)의 공동설립자 겸 최고 인큐베이션 책임자이며, 기업 임원과 리더 들을 위한 경영자 코칭 프로그램 이그젝캠프(ExecCamp)의 설립자다. 실리콘밸리의 싱귤래리티 대학교에서 수석 고문 겸 교수진으로 참여하고 있다. 비즈니스 조언자, 기업가, 연설자로 활발히 활동 중이며 그동안 비즈니스 모델 혁신, 제품 개발, 조직 설계, 기업문화 혁신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했다. 〈이코노미스트〉, 〈스트래티지+비즈니스〉,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 등에 기고하고 있으며, 에릭 리스와 린 시리즈 일환으로 함께 쓴 《린 엔터프라이즈(Lean Enterprise)》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의해 ‘미래의 CEO 및 비즈니스 리더들의 필독서’로 선정되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배리 오라일리는 스타트업에서부터 〈포천〉 500 기업에 이르기까지 세계의 변혁을 이끄는 수많은 혁신가들과 함께 일하며, 그들이 과거의 성공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혁신할 수 있도록 언러닝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역자 박영준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후 외국계 기업과 국내기업에서 일했다. 현재 바른번역 소속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경제경영, 자기계발, 첨단기술, 국제정치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번역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컨버전스 2030》, 《세상 모든 창업가가 묻고 싶은 질문들》, 《포춘으로 읽는 워런 버핏의 투자 철학》, 《훌륭한 관리자의 평범한 습관들》, 《CEO의 일》 등이 있다.

■ 차례
들어가며 | 언러닝의 놀라운 힘

1부. 비우고 내려놓는 언러닝의 힘

1장. 왜 언러닝인가?
2장. 어떻게 언러닝할 것인가
3장. 언러닝의 방해물을 언러닝하라
4장. 언러닝 사이클 1단계: 비움학습
5장. 언러닝 사이클 2단계: 재학습
6장. 언러닝 사이클 3단계: 전환

2부. 언러닝으로 개인과 조직을 혁신하는 법

7장. 언러닝 경영
8장. 고객과 함께하는 언러닝
9장. 구성원과 조직의 언러닝
10장. 언러닝 인센티브
11장. 언러닝을 통한 비즈니스와 제품의 혁신

나가며
감사의 말

 




언러닝


들어가며 _ 언러닝의 놀라운 힘

세계가 진화하면 변화한 환경에 맞는 새로운 표준이 등장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에 적응하는 대신 기존의 사고와 행동 양식에 스스로를 가둔다. 그들 대부분은 새로운 현실이 코앞에 닥칠 때까지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이것이 바로 성공의 역설이다. 과거에는 당신이 특정한 방식으로 성공했다 하더라도, 그 방식이 미래에 또다시 성공을 가져다주지 못하리라는 점은 거의 확실하다. 핵심은 그런 신호를 조기에 인지하고 너무 늦기 전에 돌파구를 찾아내는 것이다. 한때는 성공적이었던 전략이 당신의 몰락을 초래할 수 있다. 당신은 과거에 사로잡히지 말고 새로운 환경에 스스로를 맞추고 적응시켜야 한다.


그 방법은 무엇일까?


나는 그동안 고성과자들이 더 훌륭한 실적을 낼 수 있도록 돕는 과정에서 중대한 방해물 하나를 빈번하게 목격했다. 그것은 새로운 문물을 학습하는 능력이 아니라, 반대로 한때 효과적이었지만 현재에는 맞지 않는 사고방식, 행동, 방법론 등을 비우거나 내려놓는 언러닝(unlearning)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유능한 사람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나 영감을 끊임없이 찾아 나선다. 하지만 진정한 혁신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먼저 당신의 성과와 잠재력을 제한하는 낡은 모델, 사고방식, 행동 등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이 책에서 나는 모든 산업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언러닝 사이클을 통해 새로운 마음가짐과 조직을 이끄는 방식을 체득하도록 돕고자 한다. 우리가 더 많은 것을 배우기는 어렵지 않다. 진정으로 어려운 대목은 무엇을 비우고, 무엇을 멈추고, 무엇을 버릴지 아는 것이다. 앞으로 이 책에서 다룰 핵심 내용이 바로 그것이다. 비범한 개인들은 우연이나 행운 덕분이 아니라 언러닝 시스템을 지속적이고 일상적으로 적용함으로써(때로는 의도적으로, 종종 무의식적으로) 성공을 거둔다. 나는 이런 놀라운 능력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다.


내가 정의하는 언러닝이란 ‘과거에는 효과적이었으나 현재의 성공에 제약을 가하는 사고방식과 행동 양식을 포기하고 벗어나, 새로운 마음가짐과 행동을 구성하는 프로세스’를 의미한다. 이는 지식이나 경험을 모두 망각하거나 폐기하는 일이 아니라, 시대에 뒤처진 정보를 의도적으로 내려놓는 한편, 효과적인 의사결정이나 행동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정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일을 뜻한다.


그토록 중요한 단계임에도 언러닝은 학습 과정에서 종종 간과된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 어렵다는 사실에 동의하는 사람은 많지만, 기존의 지식과 노하우가 우리의 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사람은 드물다. 모든 학습이 의심의 여지없이 유익한 것만은 아니다. 우리는 틀린 지식을 배우거나. 나쁜 습관을 익히거나, 한때는 유용했지만 더 이상 쓸모없어진 아이디어를 접할 수 있다. 익숙한 사고방식과 행동을 비워내는 것은 새로운 지식을 처음부터 학습하는 일에 비해 더 어려울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는 언러닝의 의미가 무엇이고, 우리가 왜 언러닝을 도입해야 하며, 개인·팀·조직을 위해 언러닝의 막강한 능력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포함한 언러닝의 실천 방법을 상세하게 살펴볼 예정이다. 과거에 자신이 이미 언러닝을 경험했다고 느끼는 사람은 이 책을 통해 언러닝을 의도적으로 수행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언러닝을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실천하는 방법을 차근차근 익히게 될 것이다.



비우고 내려놓는 언러닝의 힘

어떻게 언러닝할 것인가

대부분의 리더는 급변하는 시장에 신속하게 대응하려면 비즈니스 방식에 끊임없이 변화를 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과거의 방식을 벗어나 새로운 전략을 도입하기 어려워하는 이유는 조직을 이끄는 리더들의 사고방식이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경직되고 굳어지기 때문이다. 그들은 오직 일상적인 경영 활동을 통해 얻은 정보나 편견을 바탕으로 주위 세계를 바라보는 근시안적인 시각에 사로잡힌다.


리더들은 빠르게 성과를 내야 한다는 중압감 탓에 비즈니스의 결과물을 찬찬히 되돌아보고 반성할 기회가 없다. 사업 계획은 숱한 문제에 발목 잡히고, 잦은 문맥 전환(context switching, 원래는 소프트웨어 개발 용어로, 여러 업무를 번갈아 처리하는 과정에서 주의가 산만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현상―옮긴이)이 통제 불가능한 간접비용을 유발한다. 그들 대부분은 생각에 몰두할 시간, 즉 문제를 깊이 숙고하고 잠재적인 대안을 모색할 틈이 없다. 그런 탓에 오직 단기적인 목표나 일시적인 해결책에만 매달림으로써, 궁극적으로 더 원대한 비전과 중차대한 문제를 놓친다. 이들은 효율성을 제한하고 항상 여유 없이 아슬아슬한 쳇바퀴 속으로 비즈니스를 몰아넣는 자신의 행동이나 사고방식을 자각하는 데(그리고 더 중요한 언러닝을 하는 데) 실패한다. 하지만 그들은 이런 과정을 모두 발전이라고 착각한다.


장담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리더들은 업무에서 잠시 벗어날 시간이 나면 외부의 혁신 회의, 주말 워크숍, 또는 국제적 명성을 지닌 대학교, 경영대학원, 협회 같은 곳에서 한 주간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가한다. 그리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사업 계획을 잔뜩 들고 일터로 돌아온다. 하지만 대부분 업무에 복귀하자마자 눈앞의 현실에 짓눌려 이전의 조건반사적이고 익숙한 행동과 사고방식으로 금세 되돌아간다.


그런 의미에서 기업들이 교육·개발에 쏟아붓는 노력이 거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실패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최근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린 기사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은 구성원 교육에 엄청난 돈을 쓴다. 2015년 기준으로 이 금액은 미국 내에서만 1600억 달러, 세계적으로 3560억 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참석자 중에서 훈련이 비즈니스 결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 사람은 네 명 중 한 명에 불과했다. 이 기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대부분의 학습이 더 나은 조직적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과거의 습관으로 금방 회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러닝은 다르다. 이것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이다. 즉 미래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과거를 내려놓고 현재에 적응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려면 우리가 과거에 무엇을 했든 현재에는 그 행동이나 전략이 더 이상 유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먼저 인정해야 한다.


당신이 현재 진행 중인 일이 더 이상 효과가 없고, 그것을 내려놓아야 하며, 발전을 위해 특정한 행동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 사실 혁신의 첫 번째 단계는 언러닝을 실천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탁월한 성과를 달성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바라는 목표나 결과물(그곳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실천사항)이 무엇인지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비움학습, 재학습, 전환으로 이어지는 언러닝 사이클

언러닝 시스템은 세 단계의 접근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나는 여기에 언러닝 사이클(Cycle of Unlearning)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시스템은 내가 다년간 수많은 임직원, 팀을 코칭하는 과정에서 개발했다. 나는 고성과자들이 이 시스템을 얼마나 자연스럽게(심지어 무의식적으로) 활용하는지, 당신이 이를 어떻게 활용해 자신의 역량과 기질을 개발함으로써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제시하려 한다.


1단계: 비움학습(unlearn)

언러닝은 말만 앞세워서 되지 않는다. 행동이 따라야 한다. 무엇보다 언러닝의 이유와 대상을 명료하게 설정함으로써 분명한 목표를 수립해야 한다. 당신이 언러닝을 실천하고자 하는 이유는 정확히 무엇인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언러닝하려고 하는가?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먼저 본인이 성취하기를 원하는 포부나 결과물을 분명히 명시해야(즉 이를 수치화하고 결과를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아인슈타인은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남겼다. “문제를 만들었을 때와 똑같은 사고방식으로는 그 문제를 풀지 못한다.” 그건 언러닝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에게는 용기와 호기심과 아울러, 무엇을 비워내야 할지 명확히 규정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재학습이라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2단계: 재학습(relearn)

언러닝 사이클의 첫 단계는 혁신의 필요성 자체를 인지하는 것이다. 나아가 언러닝에 대한 자신감과 능력, 모멘텀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두 번째 단계인 의도적 재학습의 과정에 도달해야 한다.


재학습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도전을 극복해야 한다. 첫째, 자신의 내재적 신념과 맞지 않는 정보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이에 대해 열린 자세를 취해야 한다. 그 정보들은 당신이 지금껏 들어왔거나 교육받았던 내용과 상충할 수 있다. 둘째, 학습하는 법을 다시 익혀야 한다. 셋째, 기존의 안전지대를 벗어난 의미 있는(종종 도전적인) 공간에서 재학습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다시 말해 당신은 더 좋은 정보를 입수하고,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보고, 느끼고, 듣고, 대응하고, 행동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재학습이란 의도적이고, 실용적이고, 경험적인 학습을 통해 실험할 수 있는 공간(불확실성에 대처할 수 있는 공간)을 창조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3단계: 전환(breakthrough)

당신이 C레벨의 고위급 임원이든 현장에서 일하는 일선 노동자든 새로운 정보, 네트워크, 시스템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재학습하는 법을 배웠다면, 이제 당신을 경쟁에서 앞서게 해줄 전환적 사고방식을 개발할 때가 되었다. 비움학습과 재학습의 결과물인 전환은 언러닝 사이클의 처음 두 단계를 통해 얻어낸 새로운 정보와 통찰을 의미한다. 이 정보와 통찰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이유는 당신의 행동, 관점, 사고방식에 유용한 정보와 지침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내가 인터뷰한 임원이나 리더 중에 이런 말로 대화를 시작한 사람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고방식을 바꾸는 겁니다.” 그들은 구성원들에게 다르게 생각하라고 말하면 그들이 다르게 행동할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그런 사고방식 자체가 재학습이 필요한 오류다. 다르게 생각하기 위해서는 먼저 다르게 행동해야 한다. 당신이 다르게 행동하는 순간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경험하기 시작하고, 그 관점이 당신의 생각에 충격을 가할 것이다. 행동을 변화시킴으로써 새로운 관점을 얻고 사고방식을 바꾸는 경험을 해본 사람은, 열린 자세로 더 자주 자신의 행동을 언러닝할 수 있다. 정보와 통찰은 바로 이런 결과를 유발하는 촉진제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그렇게 성취한 전환은 재학습을 통해 얻은 교훈을 되돌아볼 기회를 제공하고 나아가 더 크고 원대한 도전에 맞설 디딤판이 되어줄 것이다.


언러닝의 방해물을 언러닝하라

전략적 변곡점을 기회로 삼는 법

당신 자신이나 당신의 조직에 위기가 닥치기 전에 미리 언러닝 사이클을 도입하는 것이 위기가 발생한 후에 이를 활용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 방법이다. 그럼에도 많은 리더와 조직은 여전히 위기 상황에 빠지고 이를 벗어날 방법을 찾느라 고심한다.


기업에 닥친 실존적 위협의 사례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는 앤디 그로브(Andy Grove)가 인텔을 이끌 때의 일화다. 그로브는 당시 인텔의 주력사업이었던 메모리칩이 점점 소비재 상품화되면서 이 비즈니스가 사양길로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간파했다. 인텔에 닥친 실존적 위협을 감지한 그는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제조하는 사업으로 회사의 전략적 중심축을 옮기기로 결정했다. 인텔은 당시 이 분야에서 60퍼센트의 시장점유율을 자랑하던 일본의 경쟁업체들로부터 시장을 빼앗기 시작해서 결국 산업 전체를 지배하기에 이르렀다.


그로브는 이 의사결정을 내리기까지의 과정을 이렇게 묘사했다.


창문 밖으로 멀리 그레이트 아메리카 공원의 페리스 관람차가 돌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몸을 돌려 창업자 고든 무어(Gordon Moore)에게 이렇게 물었다. “우리가 이사회에서 쫓겨나고 새 CEO가 온다고 가정해보죠. 그 사람은 어떻게 할 것 같나요?” 고든은 주저 없이 대답했다. “메모리 사업에서 손을 떼겠지요.” 나는 잠시 말을 멈추고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 이렇게 물었다. “그렇다면 당신과 내가 잠시 저 문을 나갔다 돌아오면서 그렇게 할 수는 없을까요?”


두 사람은 정말 그렇게 했다. 최고의 리더들이라고 모든 답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대신 그들은 더 나은 질문을 한다. 훌륭한 질문(또는 내가 언러닝의 힌트라고 명명한 질문)은 훌륭한 대답을 이끌어내는 법이다.


앤디 그로브는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도록 강요하는 일련의 사건을 전략적 변곡점(strategic inflection point)이라고 부르면서, 인텔이 당시의 어려움을 딛고 일어날 수 있었던 비결은 새로운 기술, 정부 규정의 변경, 고객 가치 및 특성의 변화 등 다양한 요인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the Paranoid Survive)》에서 이 용어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전략적 변곡점이란 특정 기업의 근본적인 토대에 곧 변화가 닥칠 시점을 의미한다. 이 변화는 그 기업이 최고의 위치로 올라설 기회일 수도 있고 몰락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일 수도 있다.


전략적 변곡점의 개념은 조직뿐만이 아니라 개인에게도 적용된다. 사람들은 삶을 살아가면서 때로 결정적인 순간에 직면한다. 그 순간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본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고 익숙하지도 않은 능력을 쌓아야 한다. 성공의 문을 여는 핵심 열쇠는 이 변곡점을 인정하고, 과감하게 행동을 취하고, 언러닝을 실천할 수 있는 용기와 겸손함,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혁신의 속도가 가속화될수록 변곡점의 빈도수도 증가한다. 따라서 앞으로 당신에게도 변곡점이 영향을 미칠 것이냐 하는 것은 이미 질문거리가 되지 못한다. 문제는 그 시기가 언제냐는 것이다. 당신 앞에 놓인 두 가지 선택지는 변곡점이 찾아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내거나, 아니면 의도적으로 자신을 언러닝하고 진보와 성장에 필요한 새로운 시스템을 익힘으로써 스스로 변곡점을 창조하는 것이다.



언러닝으로 개인과 조직을 혁신하는 법

고객과 함께하는 언러닝

우리가 비즈니스를 할 때 수행하는 모든 업무는 궁극적으로 고객을 위한 일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눈앞의 일에만 매달리다 고객들을 망각하고 그들의 욕구나 필요를 돌아보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특히 불평 한마디 없이 우리에게 조용히 돈만 보내주는 고객들은 더욱 그렇게 대한다. 우리는 고객들의 존재를 당연시하고, 어떻게 하면 그들을 기쁘게 해서 우리의 열광적인 팬이나 최고의 영업 팀으로 만들지 생각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기업은 고객과 소통하고 그들에게 피드백을 얻는 작업을 제품 개발의 맨 마지막 순서로 미뤄둔다.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 또는 프로세스를 설계하고, 제작하고, 출시하는 데 엄청난 시간과 돈을 쏟은 뒤에야 비로소 고객의 의견을 묻는다. 이는 고객들에게 피드백을 구하기에는 최악의 시기다. 때가 너무도 늦어버렸기 때문이다.


우리는 고객들과 교류하고, 협력하고, 창조하는 방법을 비움학습하고, 고객들과 상호작용하고, 관계를 강화하고, 그들을 활용하는 방안을 재학습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혁신과 전환점에 도달해야 한다. 이동통신 기업 T­­-모바일(T-Mobile)의 CEO 존 레저(John Legere)만큼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리더도 없을 것이다. 레저가 이 회사의 CEO로 처음 부임한 2012년, 그는 사무실에 앉아 부하직원들이나 시장 분석가의 장황한 프레젠테이션을 들으며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 대신 팔을 걷어붙이고 직접 정보를 찾아 나섰다. 그는 고객들의 서비스 상담 전화를 청취할 수 있는 특별 전화선 하나를 자신의 사무실에 설치해서 하루에 세 시간씩 직접 통화 내용을 듣고, 소비자들이 T-모바일의 서비스를 사용할 때 마주치는 어려움이나 문제점이 무엇인지 파악했다. 레저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그 전화를 지금도 듣고 있습니다. 특히 내가 처음 이 자리에 부임했을 때 그 전화는 고객들의 고충에 대해 내게 큰 통찰을 제공했어요.”


그는 이런 방식으로 고객들의 직접적인 피드백을 여과 없이 수집할 수 있는 통로를 개설했고, 그렇게 얻은 피드백은 레저와 T-모바일 직원들 모두에게 고객 경험 개선과 제품 및 서비스 혁신에 필요한 언러닝과 재학습의 지침으로 활용됐다. 레저는 T-모바일의 제품 및 서비스와 함께 매일 숨 쉬고 살아가는 고객들로부터 자사 제품의 장단점에 대한 순수한 통찰을 얻은 것이다.


또 그는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소셜 미디어(레저는 현재 수백만 명의 트위터 팔로워를 보유 중이다)를 통해서도 실시간에 가깝게 고객들의 피드백을 얻고 있으며, 그들에게 어떤 피드백을 받든 즉시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 레저는 어느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나는 우리 회사의 고객이든 다른 회사의 고객이든 모든 사람과 신속하고 꾸준한 접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야 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그건 대단히 훌륭한 피드백입니다.” 레저에 따르면 어떤 사람이 그에게 개인적으로 메시지를 보낼 경우 항상 이에 답한다.


기업의 임원 중에 고객과 직접 대화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실 그런 생각만으로도 공포감을 느끼는 리더가 적지 않다. 대신 그들은 조직 내에서 권력을 휘두르기를 좋아하고, 큰 책상 뒤에 숨어 자기가 이 산업 분야에서 오랜 시간을 일했기 때문에 비즈니스를 가장 잘 안다고 큰소리친다. 그들은 투명성과 취약성이 부족하고, 회사가 수행한 전략이 어떤 결과물을 도출했는지에 대해서도 호기심을 보이지 않는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들이 피드백을 얻는 일을 극구 피하는 대상이 애초에 회사가 제품과 서비스를 디자인할 때 염두에 두었던 바로 그 목표 고객들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기꺼이 귀를 기울일 의지만 있다면 고객들에게 배울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성공을 바라는 사람은 고객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 현대의 놀라운 기술적 발전은 우리에게 고객의 조언을 신속하게 얻어내고, 과감하게 행동을 취하고, 기존의 방법론을 긍정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길을 다양하게 제시한다. 가장 효과적인 피드백은 현실에서 나오며, 고객들이 말하는 현실은 그 어떤 내부 구성원의 의견보다 훨씬 생생하다.


진실은 회사 밖에 있다

고객이 겪는 문제 자체는 거의 변하지 않지만, 당신이 고객으로부터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술(직접적인 대화, 전화 통화, 소셜 미디어 그리고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같은 기업들이 사용 중인 데이터 분석 플랫폼 등)은 항상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리더들이 낡은 신념과 비즈니스 전략을 언러닝하고 고객과의 사이에 견고하고 신속한 피드백 고리를 구축할 수 있게 해준다. 그 결과 리더들은 새로운 행동방식을 재학습하고, 경로를 수정하고, 더 훌륭한 품질의 제품 및 서비스를 개발함으로써 혁신적인 방식과 실시간에 가까운 속도로 고객 만족도를 끌어올리는 전환점에 도달할 수 있다.


레저가 고객들의 문제를 개인적으로 파악하고, 처리하고, 해결한 방식은 매우 흥미롭다. 그는 고객이 직면한 문제점을 직접 인지한 뒤에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가 지속적인 혁신과 개선의 대상이며, 언러닝 사이클에 지침을 제공하는 가장 훌륭한 정보의 원천은 바로 고객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한 취약성 앞에 스스로를 과감히 노출시키고 고객의 직접적인 피드백을 열린 자세로 받아들였으며, 남다른 방식으로 그 피드백에 대응했다. 덕분에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에 대해 가공되거나 여과되지 않은 생생한 정보를 입수했고, 그 정보를 언러닝 사이클에 투입해서 과거의 성공을 내려놓고 비범한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다.


그의 행보는 전통적인 기업의 운영 메커니즘이나 경영진의 행동방식과 매우 다르다. 이 리더들은 책상만 지키고 앉아 구성원들에게 산더미 같은 업무를 떠넘기는 식으로 일하지 않고, 스스로 결단력 있게 행동하고 직접 문제를 해결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경쟁자들을 제치고 저 멀리 앞서갈 수 있었다.



나가며

변화를 주도하려면 먼저 자기 자신을 바꿔라

반대론자들은 도전의 크기, 사람들이 결코 바뀌지 않을 거라는 믿음,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는 방해물 등을 언급하며 언러닝이 절대 불가능하다고 말할 것이다. 그들은 언러닝이 효과가 없는 이유를 끝없이 제시하거나, 예전에도 언러닝을 이미 시도해봤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이런 방해물들을 기회로 바꿔야 한다. 그 모두를 언러닝 사이클의 대상으로 삼아 전환을 이루라.


새로운 행동방식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먼저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구성원들에게 다르게 생각하라고 말하면 그들이 다르게 행동하리라는 것이다. 이것만큼 잘못된 믿음은 없다.


언러닝은 말이 아니라 행동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 말은 크게 생각하되 작은 발걸음을 통해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또 우리가 솔선수범해서 스스로를 언러닝하고, 다른 조직 구성원들도 우리의 변화된 행동방식을 따르도록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변화를 거부하는 사람들의 반발도 문제지만, 언러닝을 가로막는 가장 심각한 장벽은 조직의 낡은 문화, 리더십, 전략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행동을 고치려고 시도하기 전에 먼저 자기 자신을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리더가 구성원에게 바라는 행동방식을 스스로 모범을 보이면, 조만간 구성원들도 따르게 될 것이다.


우리가 기존의 행위를 언러닝함으로써 새롭게 구축한 행동방식은 세계를 관찰하고, 경험하고, 바라보는 방식을 바꾼다. 우리가 새로운 관점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경험하면,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말만으로는 바꿀 수 없다. 우리는 변화를 직접 경험하고, 믿고, 느껴야 한다.


기억하라. 언러닝이란 과거에 효과가 있었지만 현재는 우리의 성공을 가로막는 의식구조와 행동방식을 내려놓는 작업을 의미한다. 이는 그동안 축적한 지식이나 경험을 영영 잊어버리고, 삭제하고,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유효기간이 지난 정보를 포기하고 대신 효과적인 의사결정 및 행동에 지침을 제공할 새로운 정보를 의식적으로 받아들이는 행위다.



* * *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