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 결정의 조건

   
도널드 설 외(역:위대선)
ǻ
와이즈베리
   
15000
2016�� 04��



■ 책 소개

 

복잡한 문제일수록 단순한 의사결정 프레임이 필요하다!
MIT 경영대학원, 스탠퍼드대학에서 연구한 제1의 성공 습관

 

이 책은 우리가 집안에서, 일터에서, 사회에서 복잡한 문제에 당면했을 때, 더 빠르게, 더 효과적으로 결정하고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 즉 복잡한 세상에 대응할 단순하고 효과적인 의사결정 프레임을 만드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의 공동저자인 MIT 슬론 경영대학원 교수 도널드 설과 스탠퍼드대 교수 캐슬린 M. 아이젠하트는 복잡한 문제에 대응하는 간결한 의사결정 프레임을 ‘단순한 규칙(simple rules)’이라고 명명한다. 이들이 ‘단순한 규칙’ 문제에 파고든 것은 1990년대 후반 인터넷 발달로 인해 복잡성과 씨름하게 된 회사들 중 어떤 조직이 성공했는가를 연구하면서부터다. 이들은 연구를 통해 ‘가장 큰 성공을 거둔 회사들은 기술‧경쟁‧시장의 복잡성에 복잡한 해결책으로 대응하려 하지 않고, 중요 절차(예를 들어, 신제품 개발이나 잠재고객의 우선순위 결정)를 파악한 후 단순한 규칙으로 이를 관리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리고 이 연구 결과를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발표하여 경영계에 엄청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저자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경영 네트워크로 꼽히는 YPO(젊은경영인협회) 회원사들에 이런 규칙을 도입하고 검증하는 과정을 통해 그 효과를 입증해 보였다. 그리고 탐구 범위를 넓혀 다이어트, 운동, 투자, 불면증 관리 같은 개인의 일상적 문제를 비롯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설정, 세법 체계를 비롯한 사법체계의 운용방식, 멸종위기에 빠진 해양생물 보호 등 긴요한 사회적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검증한 ‘단순한 규칙’의 효용성과 활용 방법을 이 책에 집대성했다.

 

■ 저자
도널드 설

MIT 슬론 경영대학원(Sloan School of Management) 교수. 런던경영대학원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최고경영자 과정 주임 교수직을 맡기도 했다. 하버드대학교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모교에서 경영학을 가르쳤다. 학계로 오기 전에는 매킨지에서 경영컨설턴트로, 사모투자전문회사 클레이튼 두빌리어 앤 라이스(Clayton Dubilier & Rice)에서 투자자문가로 일하기도 했다.

 

이런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 첨예한 지식으로 그는 격동하는 시장에서의 경영 전략 및 실행에 관한 국제적 전문가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이코노미스트>와 <포천>은 그를 ‘떠오르는 차세대 경영 구루’로 꼽기도 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를 비롯한 유명 저널지에 수백 편의 논문 및 에세이를 기고하는 등 왕성한 연구와 기고 활동을 하고 있다. 잘나가던 기업들이 몰락하는 이유를 밝힌 ‘활동적 타성’ 이론은 <이코노미스트>로부터 “지난 반세기 동안 기업 경영의 틀을 다진 이론”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저서로는 《기업혁신의 법칙》《기업 문화와 조직 변화》(공저) 《혼돈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등이 있다.

 

캐슬린 M. 아이젠하트(Kathleen M. Eisenhardt)
스탠퍼드대학교 공과대학의 S. W. 애셔먼 의학박사(S. W. Ascherman M. D.) 기념교수이자 스탠퍼드 기술벤처 프로그램(Stanford Technology Ventures Program) 공동이사. 프랑스 인시아드경영대학원의 특훈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전략 및 조직이며, 기술 기반 기업과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산업에 대한 연구를 중점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지난 25년 동안 전략 및 조직 연구에 관해 가장 많이 인용된 연구자로 이름을 올렸으며,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등 유명 저널지에 활발하게 기고하고 있다. 최근에는 새로운 시장 및 생태계에서 사용되는 휴리스틱, 기타 인지적 전략, 전략적 상호작용을 연구하고 있다.

 

전 구글 이사 쇼나 브라운(Shona Brown)과 《가장자리에서 벌어지는 경쟁(Competing on the Edge)》을 공동저술했다. 이 책은 경영 지식 발전에 큰 기여를 한 도서에 수여되는 조지 테리 도서상(George R. Terry Bookaward)을 수상했다.

 

■ 역자 위대선
서울대학교 경제학부를 졸업한 후 공인회계사로서 EY한영에서 기업인수합병 업무를, 한국정책금융공사에서 기업금융 업무를 수행했다. 현재 한국산업은행 M&A실에 재직 중이며, 글밥 아카데미 수료 후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번역한 도서로는 《공유경제는 어떻게 비즈니스가 되는가(The Business of Sharing)》《더 초이스(Quest for Security)》(공역)가 있다.

 

■ 차례
들어가는 글
단순한 규칙의 힘
복잡성을 탐구하다
복잡한 세상에 대응하기 위한 단순한 규칙
복잡성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 아니다

 

Chapter 01_왜 단순한 규칙이 효과적일까?
기회를 잡게 해주는 단순한 규칙
더 좋은 판단을 돕는 단순한 규칙
효율적인 집단행동을 이끌어내는 단순한 규칙

 

Chapter 02_결정을 더 잘 하려면
경계선 규칙, 가장 유망한 대안을 신속하게 선택하는 기준
우선순위 규칙, 한정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지침
중지 규칙, ‘고냐 스톱이냐’의 현명한 제한선

 

Chapter 03_일을 더 잘하려면
방법 규칙, 작업에 명쾌한 지침과 재량을 동시에 부여하는 틀
행동 조율 규칙, 다양한 구성원이 함께 일하기 위한 조건
시기 선택 규칙, 무엇을 ‘언제’ 해야 할지 알려주는 지침

 

Chapter 04_단순한 규칙은 어디에서 왔을까?
자연선택
자신의 경험에서 도출하기
타인의 경험에서 끌어오기
과학적 근거를 정제하기
협상을 통한 합의

 

Chapter 05_단순한 전략규칙
행동하며 단순한 규칙 배우기
계기판을 움직일 요소 찾기
병목 찾아내기
단순한 규칙 만들기

 

Chapter 06_개인 상황에 적용하기
자신의 계기판을 움직일 요소를 확정한다
올바른 병목 찾기
자신에게 맞는 단순한 규칙 만들기
사람을 끄는 단순한 규칙
우울증을 관리하는 규칙 만들기
친구를 사귀고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규칙

 

Chapter 07_규칙 개선하기
더 나은 단순한 규칙을 위해
단순한 규칙을 개선하는 방법
돌이켜볼 시간
또 다른 일을 해 더 빠르게 학습하기
다중작업을 통한 학습

 

Chapter 08_규칙 파괴하기
비전을 바꾸고, 규칙을 바꾸다
옛 규칙에 사로잡힐 경우의 문제
병목을 바꾸고 규칙을 다시 쓴다

 

결론
장벽을 넘어 단순함으로
자유를 선사하는 규칙

 

감사의 말

찾아보기




심플, 결정의 조건


왜 단순한 규칙이 효과적일까?

더 좋은 판단을 돕는 단순한 규칙

단순한 규칙을 적용하면 복잡한 방법을 쓸 때보다 적은 노력을 들이고도 합리적인 수준에서 신속하고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시간이 충분하지 않거나 정보가 거의 없는 경우 이 같은 주먹구구식 방식을 사용하면 궁지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단순한 규칙이 좋은 효과를 내는 것은 판단을 내리기 위한 핵심적 측면에만 집중하고 지엽적인 사항은 무시하기 때문이다. 단순한 규칙을 사용하면 판단할 때마다 모든 측면을 다시 생각하느라 멈추는 일 없이 빠르게 일할 수 있다.


주먹구구 방식은 심사숙고해 결정할 만한 시간과 정보가 없을 때 쓰는 질 낮은 의사결정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실제로 주먹구구라는 단어는 다소 거칠면서 실용적인 어림짐작 방식을 가리킨다. 주먹구구 방식은 어디에나 적용할 수 있다. 부모는 "두 살짜리 자녀가 말썽을 피우기 시작해도 절대 져주지 않는다"는 규칙을 쓰기도 한다.


단순한 규칙은 신경을 많이 쓰지 않아도 되는 빠르고 쉬운 지름길일 뿐만 아니라, 놀랍도록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언뜻 생각하면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단순한 규칙은 판단을 내리는데 쓸 시간과 정보가 충분한 상황에서도 정보를 많이 사용해 세밀하게 분석하는 접근법보다 좋은 성과를 낸다. 특히 인과관계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을 때, 중요한 변수들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을 때, 매우 중요한 요소가 소수일 때,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있는 일 사이에 간극이 있을 때 더욱 그렇다.


사람들은 최상의 판단을 내리려면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요소를 고려하고, 각각의 상대적 중요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모든 요소를 고려하려고 들었다가는 자칫 지엽적인 변수를 과대평가하고 중요한 변수를 간과하기 쉽다.


단순한 규칙은 사람들의 행동을 유발할 뿐 아니라 한번 결정한 후 중도에 포기하지 않게 돕기도 한다. 중도 포기가 매우 쉬운 전형적 사례로 다이어트가 있다. 한 연구에서 단순한 다이어트 계획과 복잡한 다이어트 계획의 지속력 및 감량한 체중을 비교했다. 둘 중 어떤 계획을 사용하든 일단 다이어트를 하면 체중이 줄었지만, 단순한 다이어트 계획은 지킬 가능성이, 복잡한 계획은 포기할 가능성이 높았다. 지치고 스트레스를 받거나 인지능력이 저하됐을 때 단순함은 더욱 중요해진다.



결정을 더 잘 하려면

중지 규칙, 고냐 스톱이냐의 현명한 제한선

짝을 찾는 귀뚜라미 암컷은 연애하는 존재라면 누구나 겪는 보편적 딜레마에 맞닥뜨리게 된다. 언제 탐색을 멈추고 지금 짝에게 정착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한 수컷에게 정착해도, 아니면 계속 수컷들과 놀아나도 각각 장단점이 잇다. 귀뚜라미 암컷의 관점에서 볼 때 천생연분을 찾으려면 시간과 힘이 들 뿐 아니라, 지나치게 오래 찾아 헤매다 보면 최고의 선택을 날려버릴 위험도 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참았더라면 더 좋은 짝을 만났을 텐데 지나치게 빨리 중단했다가 그보다 못한 짝에게 정착해버릴 가능성도 있다.


귀뚜라미가 언제까지 짝을 찾아 헤맬 것인지 결정하는 과정은 일반적 문제의 한 전형이다. 여러 대안이 (한꺼번에 제시되지 않고) 하나하나 제시되는 경우에는 언제 탐색을 그만두고 선택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생긴다. 채용 후보자들을 면접하는 고용주나 마음에 쏙 드는 노래를 찾아 라디오 주파수를 바꾸는 운전자, 신발을 사러 돌아다니는 중고등학생을 생각해보자. 언제 탐색을 멈출지 결정하는 것은 골치 아픈 문제다. 탐색을 계속하면 시간과 노력뿐만 아니라 기회까지 소모된다.


투자자에게는 이 고냐 스톱이냐 하는 판단이 특히 중요하다. 투자자는 자기 자산을 팔 시점을 판단할 지침을 중지 규칙에서 얻는다. 주식을 팔기에 가장 좋은 때를 아는 능력이 가장 유용했던 시점으로 세계 대공황 직전을 꼽을 수 있다. 흔히 떠올리는 월스트리트의 금융업자들이 줄지어 창문 너머로 몸을 던져 자살했다는 얘기는 도시전설에서나 들을법한 말이지만, 당시 시장 상황이 금융업자뿐만 아니라 미국 전체에 절망을 퍼뜨렸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1929년 시장이 붕괴하고 남은 폐허에서 한 은행가가 누구보다 힘차게 일어섰다. 프랑스 와인상의 아들인 제럴드 로브(Gerald Loeb)는 1929넌 시장이 붕괴하기 전에 이를 예감하고 고객들이 주식시장에서 큰 손실을 보지 않도록 도왔다. 로브가 쓴 책 목숨을 걸고 투자하라(The Battle for Investment Survival)의 1935년 초판은 25만 부가 넘게 팔렸고, 포브스(Forbes)는 그를 "월스트리트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사람"이라고 불렀다.


로브의 투자 전략에 포함된 비밀병기는 "처음 투자했을 때보다 가치가 10% 내려가면 손절매한다"는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중지 규칙이다. 이 규칙을 따르는 투자자는 오랫동안 수익을 내지 못하는 종목에 집착하지 않는다. 로브는 "주가가 떨어질 때 반드시 다시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대단히 큰 착각이다... 내가 배운 것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단 하나만 꼽으라면 손절매야말로 성공 투자의 첫 번째 열쇠라고 주저 없이 대답했을 것이다"라고 썼다.



일을 더 잘하려면

방법 규칙, 작업에 명쾌한 지침과 재량을 동시에 부여하는 틀

방법 규칙은 압박감이 굉장히 크고 시간이 심각하게 제한될 때 특히 유용하다. 미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산불 사건인 맨 협곡(Mann Gulch)의 비극을 생각해보자. 1949년 8월 5일 일상적 수준으로 판단된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산림청 소속 젊은 삼림소방대원 15명이 낙하산을 펼쳐 몬태나 주 헬레나 국유림(Helena National Forest) 외곽으로 하강했다. 소방대원들은 안전을 위해 불이 난 경사면 반대쪽인 협곡 북쪽에 내렸다. 그런데 착륙 직후 갑자기 거센 바람이 불어 산불을 부채질하자 불길이 골짜기를 넘어 옮겨 붙었다. 산불은 순식간에 30미터 높이로 치솟아 섭씨 300도에 가까운 열기를 내며 시속 20킬로미터로 빠르게 번졌다.


숙달된 팀장인 와그너 다지(R Wagner Dodge)는 발을 멈추고 맞불을 놓아 탈 것을 없애 다가오는 불길이 옮겨붙지 못하게 한 뒤 다른 팀원들에게 자기처럼 타버린 풀밭 위에 엎드리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경험 없는 팀원들은 격렬한 기세로 다가오는 불기둥을 보고 당황해서 계속 뛰었다. 물론 공기에서 산소를 앗아가고 폐를 그을리는 불길보다 빨리 달릴 순 없었다. 그 결과, 다지와 두 명의 소방대원을 제외하고는 모든 소방대원이 즉사하거나 치명상을 입었다. 큰 피해를 입힌 것으로 역사상 손꼽히는 맨 협곡 산불은 소방대원 450명이 5일 동안 투입된 후에야 진화됐다.


맨 협곡 산불이 일어난 당시, 미국 산림청에는 통제를 벗어난 불에 대처하는 네 가지 단순한 방법 규칙이 있었다.


1. 가능하다면 산불이 진행하는 방향에 맞불을 놓는다.

2. 불에 탈 재료가 적은 곳으로 간다.

3. 다가오는 산불을 마주하고, 이를 진화하려고 노력한다.

4. 불길이 다가오는 방향을 예상하고 대응한다.


다지 팀장은 불기둥에 맞닥뜨렸을 때 이 방법 규칙을 그대로 따랐다. 이후 진행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된 재난 원인은 위험한 불길을 다룰 때 지켜야 할 소방대 방법 규칙에 익숙하지 못한 대원들에게 있었다. 대원들은 어렸다. 대부분 10대 또는 20대 초반이었고, 여름에만 소방관 일을 했다.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생각할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 처하자 이들은 방법 규칙을 숙지하지 못한 대가를 목숨으로 치렀다.



단순한 규칙은 어디에서 왔을까?

자신의 경험에서 도출하기

단순한 규칙의 또 다른 원천인 가치관은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된다. 개인적 가치관은 무엇이 올바른지, 더 나아가 무엇을 반드시 해야 하는지 정한다. 예를 들어, 애플의 제품 디자인은 오랫동안 스티브 잡스의 개인적 미의식이 반영된 규칙에 따라 깔끔하고 직관적이어야 했다. 에너지 절약에 가치를 두는 사람은 에너지를 많이 들여 생산해야 하는 화학비료를 멀리 하고 운송비를 절약하기 위해 그 지역에서 난 유기농 농산물만 구입한다는 규칙을 채택한다.


경험에서 자기 나름대로 단순한 규칙을 끌어내는 경우도 흔하다. 이 행동에도 일리가 있다. 자기 경험에 의존할 경우 적절한 규칙을 만들어내기도, 이 규칙이 무엇에서 기원하며 왜 중요한지 이해하기도 쉽다. 자신에게 중요한 가치를 바탕으로 규칙을 직접 만들면 주인의식을 더욱 강하게 느끼기 마련이다. 자기 자신의 가치관을 반영해 직접 고안한 규칙은 다른 사람이 부여한 규칙보다 실제로 활용할 확률이 높다. 게다가 시간을 들여 자기 경험을 반영하고 이를 규칙으로 만들어낼 정도라면, 자신에게 매우 중요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인 경우가 많다. 정말 중요한 무언가를 더욱 잘해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면 사람들은 분명 이 규칙을 사용할 것이다.


레슬리 펄로(Leslie Perlow)는 미시건대학 교수로 재직할 때 포천 선정 500대 기업인 한 회사에서 신형 레이저프린터를 설계하는 팀원 45명을 연구 조사했다. 프린터 가격은 기존 제품의 10분의 1로 책정돼 생산비 절감의 압박을 받는 데다, 고위 경영진이 넉넉하던 4년 일정을 불과 9개월로 대폭 줄이는 바람에 일이 더욱 어려워졌다. 이 신제품은 적자를 보던 해당 부서를 구원해줄 기대주였다.


이 프린터를 개발하기 위해선 기술자들이 각자 맡은 부분을 설계하기 위해 오랫동안 방해받지 않고 일할 시간이 필요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전체 계획을 조정하기 위해 서로 대화를 해야 했다. 그런데 계획이 지속적으로 중단되고 개인 작업이 지연됐으며, 몇몇 기술자는 일정을 맞추기 위해 야근과 주말근무까지 하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는 정도를 넘어 기진맥진할 지경이었다.


펄로는 기술자들이 빡빡한 일정 속에서 개인 작업과 협력 작업의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하는 와중에 악순환이 발생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녀는 자신의 경험에 근거해 개인 작업에 사용할 조용한 시간을 확립하는 단순한 규칙을 채택하라고 팀에게 제안했다. 화요일, 목요일, 금요일 아침은 조용한 시간이다. 이 규칙 덕분에 기술자들은 해당 시간에 방해받지 않고 집중하게 됐을 뿐 아니라 주중 나머지 시간을 협동하는 데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조용한 시간 규칙이 도입된 후 기술자 중 3분의 2는 생산성이 향상됐다고 답했다. 일정이 굉장히 빡빡했지만 프린터는 기일에 맞춰 출시됐다.



단순한 전략규칙

단순한 규칙 만들기

규칙을 만들 때 상의하달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큰 실수다. 자기 직관에만 의지하는 지도자는 최근에 일어난 사건들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개인적 편견에 쉽게 빠지며, 선입견과 일치하지 않는 자료를 무시하게 마련이다. 그보다는 인원이 4~8명 정도 되는 팀을 구성하고 체계적인 절차를 거쳐 구성원들의 다양한 통찰과 시각을 활용하는 편이 낫다. 단순한 규칙을 만들 드림팀에는 이를 일상적으로 사용할 사람이 포함되어야 한다.


규칙을 사용할 사람이 직접 만들게 하면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우선 이들은 현장의 상황을 가장 잘 알기 때문에 경험을 바탕으로 쓸 만한 규칙으로 만들어내기에 가장 좋은 위치에 있다. 규칙에 의거해 결정을 내릴 사람이 바로 자신이므로 이들은 지침과 재량 사이에서 적당히 균형을 잡고, 지나치게 모호하거나 제약이 많은 규칙을 피할 수 있다. 또한 경영학 용어가 아니라 자기에게 적합한 말을 사용해 규칙을 표현할 수 있다.


사용할 사람이 절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최종 규칙에 동의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절차에 참여하지 않은 동료에게 규칙과 그 근거를 설명하기도 쉽다. 또한 처음에 만들어낸 규칙을 엄밀하게 시험한 후 발견된 사항을 반영해 수정하는 절차는 필수다. 안타깝게도 이 중요한 단계를 건너뛰는 관리자가 많다.


회사의 전략이 어디에 있는가? 책장에 고이 모셔져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는 경우가 지나치게 많다. 일상적으로 내려야 할 중요한 결정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전략은 전략이 아니라 그냥 인쇄된 보고서일 뿐이다. 필자들이 볼 때, 전략은 한 조직의 가장 중요한 활동에 지침을 주는 단순한 규칙에 있다. 직원들이 현장에서 판단을 내리고, 큰 그림에서 눈을 떼지 않으면서도 예상치 못한 기회를 잡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단순한 규칙이다.


단순한 규칙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이 규칙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절차다. 예를 들어, 여러 부서의 직원들이 참여하면 토론 과정에 다양한 관점이 포함되고, 가치를 창출하는 데 중요한 이해가 공유되며, 단순한 규칙이 더 많은 지지를 얻게 된다. 먼저 시간을 들여 계기판을 극적으로 움직이는 요소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나면 단순한 규칙이 가장 큰 효과를 낼 곳에 적용될 가능성이 극적으로 상승한다.



개인 상황에 적용하기

자신의 계기판을 움직일 요소를 확정한다

인생의 의미를 추상적 관점에서 묘사하기는 매우 힘들다. 그렇지만 실질적으로 개인의 가치를 확고히 더해줄 영역을 찾아내는 것 정도는 해볼 만한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 삶에서 어떤 점을 개선하고 싶은지 명확하게 알고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몇 가지 기술을 사용하면 단순한 규칙으로 가장 크게 이익을 낼 수 있는 영역이 무엇인지 분석할 수 있다.


전략적 개선이 가능한 원천은 두 가지다. 예컨대 자녀와 시간을 보내거나 공동체에 도움을 주는 등 삶에 가치를 더하는 행동을 해서 위족 계기판의 숫자를 바꿀 수 있다. 이런 행동을 늘리면 편안함, 행복, 자긍심이 향상된다. 또한 돈 걱정이나 허약한 몸같이 인생을 최대한 활용하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자 문제가 되는 부분을 나타내는 아래쪽 계기판 숫자를 낮춤으로써 개인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이처럼 인생의 부정적 측면을 줄이면 압박감, 불안, 공포를 덜 수 있다. 개인적 가치는 자신에게 큰 행복을 가져다주는 행동과 인생을 최대한 즐기지 못하게 막는 행동 사이의 격차라고 할 수 있다.


자기 삶에서 개선해야 할 전략적 부분을 선정하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이 다이어트나 데이트, 일과 생활의 균형 잡기나 부자 되기, 사회생활에서 얻는 성취나 자신을 돌아볼 시간 확보 등 다양한 일들을 매우 쉽게 꼽아낸다. 이러한 선택지의 공통점은, 선택했을 때 오랫동안 행복을 상당히 증진시키거나 스트레스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는 의미에서 "아하!"와 같은 감탄사를 자아낸다는 것이다. 출발점을 정하는 데는 아래와 같은 질문이 도움을 줄 것이다.


-삶의 어떤 면을 가장 개선하고 싶은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세 가지는 무엇인가?

-어떤 행동을 할 때 가장 행복하고 편안하다는 느낌이 드는가? 어떻게 해야 이런 행동에 더 시간을 쏟을 수 있는가?

-어떤 경우에 가장 두렵고 압박감을 느끼며 불안한가? 이런 일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5년 전을 떠올렸을 때, 바꾸지 않아서 후회되는 일은 무엇인가? 임종을 맞는 자리에서 인생을 돌이켜보면 무엇을 후회하게 될 것 같은가?

-친한 친구, 배우자, 사랑하는 사람은 나에 대한 이러한 질문에 뭐라고 답할 것 같은가?(이 사람들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도 좋다)


단순한 규칙을 적용하기에 적당한 영역이 있고 그렇지 않은 영역이 있으므로, 개선해야 할 영역은 여러 개 나열해보는 것이 좋다. 보통 세 가지에서 다섯 가지 정도면 시작하기에 충분하다. 이렇게 해서 나온 초안에는 가족, 재산, 건강 등 매우 일반적인 가치가 나열되어 있을 것이다. 그것도 시작점으로 나쁘지 않지만, 이 단계에서는 자신이 달성하려는 것을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쓰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식생활을 개선한다는 10킬로그램 감량한다로, 건강해진다는 식이요법으로 혈당을 조절한다로 고친다. 이렇게 만들어낸 목표는 십중팔구 서로 매우 다르기 때문에 단순한 규칙도 서로 다르게 만들어야 한다.



규칙 개선하기

단순한 규칙을 개선하는 방법

캐슬린과 노스캐롤라이나대학 교수 크리스 빙엄(Chris Bingham)은 단순한 규칙을 개선할 때 확연하게 눈에 띄는 패턴이 있을지 궁금했다. 이들은 기업가들로 구성된 12개 팀이 국제화 과정에서 (즉, 다른 국가에서 새로운 회사를 경영하면서) 얻은 경험으로부터 무엇을 배웠는지 꼼꼼하게 추적했다. 이들 팀이 직면한 문제는 특정 국가에서 배운 것을 일반화해 다른 국가에서 경영할 때도 적용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각 팀의 기업가들은 서로 매우 다른 국가 세 곳에서 왔다.


크리스와 캐슬린은 이들이 처음에 사용하는 단순한 규칙은 질이 좋지 않거나 명시된 규칙 자체가 없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처음에 기업가들은 효과적인 단순한 규칙을 만들어낼 만한 정보와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 처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필요한 규칙을 의식적으로 인지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노벨상을 수상한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이 "빠른 생각(fast thinking)"이라고 부른 사고 과정을 거친다. 즉 대표성(흔한 것을 선택하라)과 입수 가능성(처음 생각나는 것을 선택하라)같이 인지하기 쉽고 누구나 타고나는 휴리스틱을 활용하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크리스와 캐슬린은 사람들이 처음에 사용한 단순한 규칙을 개선하는 방법을 관찰하고 특징을 발견해냈다. 기업가 팀이 정기적으로 모여 자기 회사가 낸 실적에 대해 토의하다 보면 팀원들은 자기 규칙을 더욱 전략적이고(즉, 정밀하고 성공과 밀접하게 연관되도록) 추상적으로(즉, 여러 상황에 적용할 수 있게) 만들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는 사람들이 단순한 규칙을 추가했다가 다시 전체 개수를 줄인 후 이를 계속 적은 수로 유지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 과정에 단순화 주기라고 이름 붙였다. 단순화 주기를 활용하는 사람들은 조건이 변하면 규칙을 갱신하는 한편, 적은 수의 규칙을 유지해 집중력과 융통성을 유지한다. 그 사례로 주로 상점 계산대 앞에 배치되는 제품을 소매점에 공급하는 핀란드 회사가 있었다. 이 회사는 본격적으로 해외에 진출하기 전, 빠르게 자리를 잡기 위해 기업 인수를 해외 진출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규칙을 사용했다. 하지만 결국 기업 인수가 어디서나 통하는 방법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인수 관련 규칙을 없애고 진출 대상 국가와 판매 대상 제품을 선택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규칙 파괴하기

옛 규칙에 사로잡힐 경우의 문제

남극은 20세기 초입까지 탐사되지 않은 상태로 남은 마지막 거대한 변경이었다. 아직 대륙 깊숙이 파고들어간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남극점은 육지 탐험가들이 노리는 궁극의 포상이 됐다. 1911년에서 1912년 사이 남극에 여름이 왔을 때 로버트 스콧(Robert Scott)은 영국의 테라 노바(Terra Nova) 탐험대를 이끌고 로알 아문센(Roald Amundsen)이 이끄는 노르웨이 팀에 맞서 남극점을 최초로 정복하기 위해 전설적인 경주를 펼쳤다.


도박사라면 스콧이 이길 거라는 데 돈을 걸었을 것이다. 스콧은 아문센보다 돈이 많고, 탐험에 개, 조랑말, 스키뿐만 아니라 당시 최첨단이던 설상차까지 확보하고 탐험에 나섰다. 게다가 탐험 경로 중 일부를 이미 밟아본 경험까지 있었다. 하지만 스콧은 승리와 목숨 모두를 잃었다. 그와 탐험대원들은 아문센의 팀이 남극점에 도달한지 몇 주가 지난 후에야 목표 지점에 도달했고, 돌아오는 길에 사망했다. 이처럼 예상치 못한 차이를 만든 것은 무엇일까?


아문센이 지닌 최대 이점은 바다에서 쌓은 경험에 기초한 사고방식을 육지에 적합하게 바꾸고, 육상 극지 탐험에 대해 배우며, 단순한 규칙을 새로 만들려고 한 의지였다. 괴혈병을 피하려면 신선한 고기를 먹어라같이 영양 섭취를 관장하거나 개가 따라갈 수 있도록 한 명이 스키를 타고 앞장선다같이 개를 다루는 등의 방법 규칙을 만들었다. 남극점까지의 길을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전진과 휴식 사이에 균형을 잡기 위해 하루 전진 거리를 일정하게 설정하거나, 개가 기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매 시간 쉰다는 등 시기 선택 규칙도 추가했다.


반면 스콧은 말 그대로 명령에 대한 복종과 계급에 대한 무조건적 경의의 기본이 되는 위계질서에 익숙했다. 이러한 규칙은 소규모 팀을 이뤄 구성원끼리 서로 친밀하게 일하고 정보를 교환하면서 새로운 환경에 부딪혀야 하는 남극 탐험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또한 스콧은 영국 선원은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영국 해군 정신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러한 허세를 지닌 사람답게 스콧은 세심한 준비를 무시하고 즉흥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경향이 있었다. 스콧과 팀원들은 눈 위에서 탐험에 대비한 연습을 할 만한 시간이 충분했던 겨울 한 철 내내 축구나 과학에 대해 토론하고 남극 신문을 만드느라 바빴다.


영국 사회가 전반적으로 그랬듯, 스콧도 영웅의 조건은 역경이나 자기희생과 밀접하게 결부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스콧은 식량과 장비를 가득 실어 무거운 썰매를 개 같은 동물이 아니라 사람이 직접 끌고 눈을 밟으며 걸어가는 고된 노동을 찬미했다. 그런 탓에 몸이 힘들어지고 이동 속도가 지나치게 느려졌으며, 결국 패배를 자초했다.


스콧은 잘못 행동했다. 앞으로 계속될지도 모르는 물 부족 사태나 가로질러 가야 할 낯선 지형같이 대규모 혼란에 직면할 경우, 핵심은 변화가 일어났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피상적인 수준을 넘어 그 의미를 훨씬 깊게 탐구하며, 옛 규칙을 버리고 새로운 규칙을 빠르게 옮겨 타는 데 있다. 그런데 큰 변화가 다가올 때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것이 그다지 현명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스스로 혼란이 되어, 앞장서서 다른 모든 사람의 규칙을 파괴하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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