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경영

   
장박원
ǻ
매경출판
   
14000
2015�� 03��





■ 책 소개


위대한 경영, 한 줄 우화로 시작하라!


놀라운 우화의 힘을 이용해 경영을 풀어낸 책이다. 잘 알려진 이솝우화에서부터 장자, 라퐁텐, 루미, 크르일로프 등 이름난 이야기꾼들의 흥미로운 우화들이 현대 경영 사례에 절묘하게 스며들었다. Part 1에서는 전략적인 경영의 길을 제시한다. 빠른 판단이 필요할 때, 잇속보다 윤리를 따르는 것이 이득인 이유, 갑과 을의 관계 등 전략적으로 숙지해야 할 경영의 기본을 다루고 있다. Part 2는 위기를 예방하고 대처하는 법을 다룬다. 여러 기업들의 실패·성공 사례가 흥미로운 우화와 어우러져 이해를 돕는다. Part 3은 ‘인간’을 다룬다. 직원, 비서, 참모 등 경영하면서 부딪히는 여러 인간 군상을 현명하게 대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Part 4는 ‘비즈니스는 생물이다’란 제목 그대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여러 가지 돌발적인 경영 환경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다룬다.


이제, 어려운 경영서를 읽으며 억지로 공부할 필요 없다. 가벼운 마음으로 이런 저런 우화들을 읽어나가다 보면, 자연스레 경영에 필요한 지혜의 곳간이 가득 채워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 저자 장박원
고려대 영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5년 매일경제신문사에 입사해 정치부, 국제부, MBN 정치경제부(파견), 유통경제부, 산업부, 부동산부, 증권부를 거쳐 2014년 11월부터 중소기업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15년 이상 여러 업종의 기업들을 출입하며 다양한 경영 사례를 취재했다. 딱딱한 경제와 산업 지식을 일반 독자들에게 알기 쉽게 전달하기 위해 인문학적 상상력을 가미한 집필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서로는 『현대자동차 왜 강한가』(2005)와 『대한민국 부동산 경제학』(2009), 『부동산 필수 지식』(2010), 『인문학, 주식시장을 이기다』(2012), 『새판을 짜다』(2013), 『춘추전국의 전략가들』(2014)이 있으며 역서로는 『진보의 진화』(1997), 『미국을 만든 비즈니스 영웅』(1997) 등이 있다.


■ 차례
Part 1 전략적 경영의 길
돌다리 두드리면 세월 다 간다 | 역발상 경영이 필요한 이유 | 윤리경영은 남는 장사 | 타이밍을 놓치면 망한다 | 낯선 곳에서 싸우면 진다 | 퍼스트 무버의 성공조건과 함정 | ‘을’에게 예의를 지켜야 하는 까닭 | 시장에 비밀메시지를 보내라 | 처음과 나중을 동시에 봐라 | 훈수만 두는 경영자의 한계 | 수익만 추구하는 것은 소탐대실 | 먼저 일어난 사람이 종을 쳐야 | 가지 않는 길을 가야 하는 이유 | 하늘에 돈을 쌓아 놓는 경영 | 완벽한 경영자에 대한 추억


Part 2 위기를 기회로 돌리는 힘
징후를 못 보면 장님과 다름없다 | 과욕과 자가당착의 비참한 결말 | 자기 확신과 무한 긍정의 함정 | 역량은 한 곳에 집중해야 | 파멸의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허풍경영 | 폭풍우가 몰아치면 모두 위험하다 | 가장 중요한 위험요소를 직시하라 | 부서 이기주의의 종말 |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해야 하나 | 최악의 어려움을 이겨내는 힘 | 적기를 놓친 오판의 대가 | 자의적 판단의 치명적 위험성 | 과욕과 부주의는 실패의 어머니 | 현명한 토끼는 세 개의 굴을 판다 | 진실을 회피하는 배경과 원인


Part 3 경영의 중심엔 인간이 있다
인간성을 이해하는 첫 단추 | 감언이설 속에 숨은 독을 찾자 | 한 송이 꽃보다 아름다운 꽃다발 | 실력을 미리 간파하는 혜안 | 호랑이 잡은 영웅이 파리를 잡다 | 한 방에 성과를 내는 인재 | 기업을 망하게 하는 내부의 적 | 조직을 해치는 문제의 직원 | 비서를 쓸 때 적용해야 할 기준 | 기본실력 없는 화합은 의미 없다 | 때로는 필요한 선한 거짓말 | 상반된 방향으로 힘쓰기 | 위험한 참모가 초래하는 해악 | 총수의 가신그룹은 양날의 칼 | 위대한 경영자의 반열에 오르는 길


Part 4 비즈니스는 생물이다
총수의 역린을 건들지 마라 | 신호만 보내도 움직이는 시장 | 비즈니스는 비즈니스일 뿐 | 연습과 실전의 크나큰 간극 | 깨어 있는 사람이 기회를 잡는다 | 외부환경은 종속변수에 불과하다 | 경영의 목적은 경영이 아니다 | 본질을 망각한 기업의 말로 | 순리에 따라 성장하는 기업 | 핵심역량은 먼 곳에 있지 않다 | 협력업체의 이중적 태도 이해하기 | 똑같은 사업은 양립할 수 없다 | 불통은 경영자의 최고 악덕 |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책임회피 | 불황을 극복하는 지혜  


 




우화경영


전략적 경영의 길

윤리경영은 남는 장사

2010년 말 LIG건설은 법정관리로 갈 가능성이 높은 상태에서 기업어음(CP)을 발행했다. LIG그룹이 뒤에 버티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해 수천억 원의 투자를 이끌었다. 이때 CP를 산 사람들은 LIG가 잘 알려진 그룹이라 계열사인 LIG건설이 부도날 확률은 거의 없는 줄 알았다. 그것이 패착이었다.


이듬해 LIG건설은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투자자들은 막대한 피해를 봤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타격을 입은 사람은 투자자뿐만이 아니었다. 그룹 설립자인 구자원 회장 부자는 사기성 CP를 발행한 대가로 사법처리됐다. 또 CP 투자자 피해 보상을 위해 주력 회사인 LIG손해보험 주식 전량을 매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LIG그룹은 해체될 운명에 놓였고 구 회장이 희망했던 금융그룹의 꿈도 무산됐다. 결국 윤리경영을 저버린 것이 부메랑이 돼 한 평생 정성을 들였던 사업을 접어야 하는 ‘웅덩이’에 빠진 셈이다. 그만큼 기업 경영에서 윤리가 중요한 요소가 됐음을 말해주는 사건이기도 하다. 구 회장은 옥중 서신에서 “(인생의 강물에서) 갑자기 큰 웅덩이를 만나 채우고 가야 하기에 어쩔 수 없었다”며 만시지탄(晩時之歎)에 빠지기도 했다. 이솝우화에는 윤리경영 실패로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교훈을 전하는 이야기들이 많다.


눈이 잘 보이지 않는 노파가 의사를 불렀다. 의사는 치료를 이유로 노파의 눈을 감게 한 뒤 집에 있는 가구를 하나씩 훔쳐갔다. 의사가 모든 가구를 거의 다 자신의 집으로 옮긴 다음 노파에게 진료비를 청구했다. 하지만 노파는 의료비 지불을 거부했다. 이에 의사는 노파를 판사 앞으로 끌고 갔다.


의사는 눈이 회복되면 진료비를 지불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노파는 눈이 전혀 좋아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어떻게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느냐는 판사와 의사의 질문에 노파는 이렇게 대답했다.


“전에는 집에 있는 가구들을 모두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것들을 하나도 볼 수가 없으니까 말입니다.”


우화는 정직하지 못하거나 은혜를 모르는 인간은 반드시 처벌을 받는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인간 세상에서 ‘권선징악’이 꼭 실현되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악한 행동을 하면 끝이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기업의 목적은 돈을 버는 일이다. 과거 절대 가난이 대다수의 삶을 지배했던 시기에는 무조건 돈을 많이 버는 기업이 최고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중진국 문턱을 넘어 선진국을 향해 가고 있고, 생활수준도 높아진 지금 사회에서는 파렴치한 방법으로 수익을 올리는 행위가 용납되지 않는다.


기업의 잘못된 선택으로 총수가 장기간 옥에 갇히고 그룹 자체가 해체됐다는 사실은, 기업의 선택 사항이 아닌 필수 요소로서 윤리경영이 필요함을 말해준다. 윤리경영이 곧 수익경영 또는 지속가능경영이 된 세상에서 기업은 돈 버는 방법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돌리는 힘

적기를 놓친 오판의 대가

2007년 6월 애플의 아이폰의 등장은 다른 기업에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했다. 휴대폰시장을 이끌었던 두 회사를 몰락시켰고, 만년 추격자에 불과했던 한 회사를 스타로 만들었던 것이다. 추락한 두 곳은 블랙베리와 노키아, 승리자는 삼성전자다.


세 회사는 기술력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 객관적인 상황에서는 삼성전자보다 노키아와 블랙베리가 우위에 있었다. 블랙베리는 기업용 스마트폰 분야의 개척자이자 시장지배자였고 노키아는 전체 휴대폰(피처폰)시장의 절대 강자였다. 삼성전자는 그럭저럭 잘 따라가고는 있었지만 앞으로 치고 나갈 만큼 폭발적인 힘을 보유하지 못했다.


아이폰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휴대폰시장 판도가 바뀌었다.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모바일시장의 무게중심이 이동했던 것이다. 노키아와 블랙베리, 삼성전자 등 휴대폰 제조사들은 혜성처럼 등장해 시장을 휩쓸고 있는 아이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이때 세 회사의 운명을 가른 것은 바로 타이밍이었다. 삼성전자는 고민을 빨리 접고 아이폰을 빠르게 추격하는 전략을 택했다. 블랙베리는 아이폰과 비슷한 형태의 제품을 발 빠르게 내놓았지만 여전히 확신을 갖지 못해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전력을 기울이지 않은 탓인지 블랙베리의 새로운 시도는 매번 막대한 비용만 날리고 실패했다. 노키아는 스마트폰시장 동향에 신경을 곤두세웠지만 빨리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며 시간만 허비했다.


블랙베리나 노키아가 타이밍을 놓친 이유는 많겠지만 기존 제품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이 너무 강했다는 게 가장 큰 패인이었다. 이른바 ‘성공의 함정’에 빠졌던 것이다. 이에 반해 삼성전자는 많은 수익을 안겨줬던 ‘애니콜’을 과감히 포기하고, 스마트폰 브랜드인 갤럭시 시리즈에 총력을 기울였다. 아이폰에 대한 추격 타이밍을 잡기 위해 삼성전자의 엔지니어들은 밤을 새우며 제품을 개발했고, 경영진도 다양한 마케팅을 시도할 수 있도록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는 그 후 스마트폰시장이 말해준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에서 애플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반면 노키아는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인수됐고 블랙베리는 극심한 경영난을 겪었다. 이처럼 사업 타이밍을 잡느냐, 잡지 못하느냐 하는 문제는 기업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조선 순조 때 조재삼이 다양한 자료를 모아 엮은 『송남잡식(松南雜識)』에는 ‘타이밍 경영학’의 본질을 깨우쳐주는 우화 한 편이 실려 있다. ‘송도의 참외장수’라는 이야기다.


송도에 참외장수가 있었다. 그는 주요 산지에서 참외를 사가지고 한양으로 왔다. 참외를 좋은 값에 팔기 위해서였다. 한양에 도착한 그는 시장에 이런 소문을 들었다.


“의주 쪽에서는 참외가 품귀 현상을 일으켜 값이 폭등하고 있다.”


참외장수는 욕심이 생겼다. 그는 한 푼이라도 더 많은 이익을 남기고 싶었다.

“그래, 의주로 가자. 그곳에 가면 더 큰 이익을 남길 수 있겠지.”


참외장수는 곧바로 의주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걸음을 재촉해 그는 의주에 도착했다. 의주 시장에 나가 보니 이번에는 또 이런 소문이 돌았다.


“개성에서 하루가 다르게 참외 값이 치솟고 있다.”


그는 또 개성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개성에 와 보니 정말로 참외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었다. 참외장수는 좋은 자리를 골라 참외가 든 등짐을 풀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낭패인가. 참외가 모두 썩어 있었던 것이다.


상품의 가치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바로 판매 타이밍이다. 가장 좋은 제품의 출시시기를 결정하는 요인에는 수요와 가격 외에 상품의 특징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어느 하나라도 정확하게 계산하지 않으면 타이밍을 잡기 쉽지 않다.


블랙베리와 노키아가 빠진 ‘성공의 함정’과 참외장수의 과욕은 ‘타이밍 경영학’의 최대 적이다. 판매시기를 놓친 참외장수는 지금도 최고경영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타이밍을 놓치면 모든 것을 잃는다.”


경영의 중심엔 인간이 있다

기업을 망하게 하는 내부의 적

2013년 12월 12일 한맥증권의 한 직원은 ‘코스피200’ 12월물 옵션을 어처구니없는 시장 가격으로 거래해 눈 깜빡할 사이에 무려 460억 원이 넘는 손실을 냈다. 단순한 주문 실수가 엄청난 사건으로 발전한 것이다. 이로 인해 한맥증권은 부실 금융사로 전락했고, 회생이 불가능한 상태로 빠졌다.


단순한 실수를 넘어 범죄 행위로 회사를 파산시킨 사례도 있다. 1995년 영국 베어링스 은행을 망하게 만들었던 닉 리슨이 주인공이다. 싱가포르 지점 직원이었던 그는 회사 몰래 선물 옵션을 거래하다가 적지 않은 회사 돈을 날렸다. 그러자 손실을 만회하려고 비밀계좌를 통해 한 번에 큰돈을 벌 수 있는 파생상품에 집중적으로 배팅했다. 투자 대상은 일본 닛케이주가지수 선물이었다. 그러나 1995년 1월 일본 고베 대지진으로 일본 증시가 폭락하자 천문학적 손실이 발생했다. 그의 잘못된 행우로 230여 년의 역사를 가진 베어링스는 파산했고 결국 ING에 매각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처럼 기업에는 내부의 적이 있다. 이들은 여러 가지 유형으로 회사에 해를 끼친다. 가장 소극적인 형태가 할 일을 하지 않거나 작은 실수를 반복해 전체 사업을 지연시켜 망치는 경우다. 이런 직원은 결정적인 순간에 큰 잘못을 저지를 가능성도 높다. 가장 적극적으로 해사(害社) 행위를 하는 직원은 닉 리슨처럼 경영진을 속이고 회사 돈을 횡령, 전용하는 사람이다. 겉으로는 잘 나타나지 않지만 유심히 관찰하면 발견할 수도 있다. 반드시 의심스런 이상 행동을 보이기 때문이다.


‘내부의 적’으로 활동하는 임직원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에 대한 우화로는 러시아 작가 크르일로프의 ‘목동’과 ‘다람쥐’가 있다. ‘목동’에는 닉 리슨 같이 얼굴을 숨긴 악당이 등장하고, ‘다람쥐’는 열심히 일하지만 결국 회사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직원을 풍자한다.


한 마을에 한 목동이 살았다. 그는 지주의 양을 키웠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갑자기 양들이 누군가에 의해 죽어갔다. 목동은 슬픔에 잠겼다. 주위 사람들은 목동을 불쌍하게 생각했다. 마을에 사나운 늑대가 나타나 양들 무리에 들어가 양을 한 마리씩 잡아먹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사람들은 늑대 감시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일은, 늑대는 나타나지 않았는데도 양들은 계속 없어졌고, 목동의 집 난로 위에는 양고기 수프와 죽이 떨어지는 날이 없었다는 것이다.


사실 목동은 먼 마을에서 요리사로 일하다가 이 마을로 오면서 양치기로 변신했다. 그가 살던 지역과 이곳의 음식은 비슷했다. 사람들은 늑대를 찾아 온 숲을 뒤졌지만 발자국조차 찾을 수 없었다. 늑대의 용맹성만 높게 평가받고 목동은 계속 양고기를 맛있게 먹었다.


여기에 나오는 목동은 선한 모습을 가장한 인간 늑대다. 회사 자금이나 영업 기밀을 빼돌리는 사람도 겉모습은 충성도가 강하고 착한 직원으로 보일 수 있다. 다음은 ‘다람쥐’라는 우화다.


어느 축제 날 마을 주민들이 지주의 저택 창가 밑에 모여 있었다. 주민들은 창가에 매달린 바퀴 위를 열심히 뛰고 있는 다람쥐를 보고 있었다. 저택 근처 자작나무에 앉아 있던 개똥지빠귀도 다람쥐를 보았다. 개똥지빠귀가 다람쥐에게 물었다. “어이, 친구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야?”


다람쥐가 대답했다. “나는 지금 하루 종일 일하고 있어. 지주님이 나를 급사로 지명하셨거든. 그래서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바삐 움직이는 거야. 숨 고를 시간도 없어.”


말을 마친 다람쥐는 다시 바퀴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던 개똥지빠귀가 날아가며 중얼거렸다. “그래, 네가 열심히 뛰어다니는 것은 알겠다. 똑같은 창가에서 말이지.”


여기 등장하는 다람쥐는 열심히 일하지만 회사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을 하는 직원과 다를 바 없다. 하루하루 맡은 업무에 충실하지만 실적과는 무관한 일을 한다는 얘기다. 목적의식 없는 직원들이 이 함정에 빠지기 쉽다. 경영자는 이런 직원을 적발해 제대로 된 업무를 맡길 의무가 있다.


경영자들은 예리한 눈을 가지고 회사 발전을 막는 내부의 적을 솎아낼 수 있어야 한다. 자금을 관리하거나 회사 이미지에 영향을 주는 부서 직원에 대해서는 한 사람 한 사람 성향을 정확하게 파악할 책임이 있다. 그리고 정신적,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직원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조취를 취해야 한다. 이는 기업의 가장 큰 위험 요소를 미리 제거하는 길이기도 하다.



비즈니스는 생물이다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책임회피

스티브 잡스나 이건희 회장처럼 완벽을 추구하는 경영자들이 있는가 하면 대충 일을 처리하다가 기업을 부실하게 만든 사례도 흔하다. 상당수의 공기업 사장과 무분별하게 돈을 끌어 쓰다가 망한 회사의 경영자들이 이런 유형에 속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임기 중에 드러나는 단기 실적에만 신경 쓰고 장기적인 계획이나 비전을 소홀히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당장 성과가 드러나는 사업에는 혼신의 힘을 기울이면서도 5년, 10년 후 큰 결실을 맺을 수 있는 사안은 경시하는 것이다. 또 구조조정과 비용절감 같이 임직원의 희생을 강요하는 일은 자신의 인기에 나쁜 영향을 미칠까봐 꺼린다. 더 큰 문제는 치명적인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규모 투자를 무모하게 감행하는 잘못을 범한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석유공사와 가스공사 등 공기업의 부실한 해외 자원개발 사례가 대표적이다.


2014년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이 지적한 바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캐나다 에너지업체 하베스트를 졸속 인수했다. 그 당시 이 회사의 부채비율은 2,000%에 달했다. 그럼에도 경영권 프리미엄과 부채상환 조건을 달아 비싼 값에 사들였다. 석유공사는 하베스트 매입 이후 계속 고전하다가 정권이 바뀐 뒤 헐값에 매각해 엄청난 손해를 봤다고 여야 의원들은 지적했다.


가스공사 역시 비슷한 잘못을 범했다. 가스공사는 가스 가격 하락을 예상하지 못하고 공격적으로 해외 자원개발에 나섰다가 큰 손실을 본 것이 구설수에 올랐다. 하지만 이런 막대한 손해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경영자는 없었다. 손실 이유에 대해서도 대부분 ‘그때는 현실적 여건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명나라 작가인 강영과가 쓴 ‘설도소설(雪濤小說)’에는 책임을 전가하는 인물을 풍자한 우화가 있다. 자신의 무능과 잘못을 남에게 전가하는 외과 의사가 주인공이다.


스스로 훌륭한 의사라고 자랑하는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전쟁터에서 화살을 맞아 거의 죽게 된 장수가 그를 급하게 찾아와 치료해 달라고 청했다. 그곳에 올 때까지 장수의 몸에는 화살이 꽂혀 있었다. 이를 확인한 의사는 자신 있게 말했다.


“이 정도 상처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곧 고쳐 줄 테니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시오.”


의사는 즉시 큰 가위를 꺼내 몸 밖에 나와 있는 화살을 싹둑 잘랐다.


“자, 이제 치료를 끝냈으니 가보시오.”


의사는 가위를 챙긴 후에 물러나려고 했다. 어이없는 표정으로 장수가 따졌다.


“아니, 몸에 박힌 화살을 밖에서 자르는 것쯤이야 누군들 못하겠소? 어서 살 속에 있는 화살촉을 제거해야 할 것 아니오?”


그러자 의사가 고개를 저의며 대답했다.


“그것은 내과 의사가 알아서 할 일이지 내 영역이 아니오. 외과 의사인 내게 내과 치료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지요.”


기업이 부실해지는 이유는 매우 많다. 환율과 원자재 가격 변동, 시장의 흐름 변화와 신기술 개발, 천재지변 같은 불가항력적인 사고 등 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다.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원인은 최고경영자에게 있다. 그 밖의 요인은 종속 변수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화재나 공장 침수 같은 불의의 사고가 일어나도 최고경영자가 위기 경영을 잘한다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수요 급감이나 신기술로 인한 시장 변화도 경영자가 잘 대응하면 오히려 회사를 성장시키는 기회로 반전시킬 수 있다.


반면 경영자가 부실하고 무책임하면 아무리 여건이 좋고 자산이 많아도 회사가 기우는 것은 시간문제다. 수많은 기업의 2, 3세 경영자들이 준비가 안 된 상태로 경영권을 물려받아 결국 문을 닫게 만드는 사례가 얼마나 많았는가.


‘설도소설’의 외과 의사처럼 어려운 일은 이런저런 핑계로 남에게 전가하고, 자신은 쉬운 일만 골라서 하려는 경영자는 기업을 제대로 이끌 수 없다. 언젠가는 그 무책임이 부메랑이 돼 돌아와 기업을 파탄으로 몰고 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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