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변화와 혁신을 버리고 그자리에 사람을 세워라!
우리나라는 현재 G7 진입을위한 국가발전의 변곡점에 서 있다. 한국인의 경영 방식도 오랜 세월과 다양한 문화 속에서 끊임없는 무한한 변신을 시도해왔지만 역시 이 사회에서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저자는 직장인이라면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들어온 변화와 혁신이라는 두 글자를 버리고 이젠 그 자리에 ‘사람’을 세우라고 주장한다. 또한 우리가 세계 최고의 창조적기량을 발휘해온 영역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이젠 ‘경영 한류’를 일으켜야 한다는 것을 주문하고 있다. 특히 이 책은 가슴 떨리는 미래를 준비해가는모든 직장인들, 그 중에서도 자신만의 인생의 보물찾기에 나선 이들을 도와줄 팁을 제공하고 성공시킬 핵심 개념들을 다루고 있다.
■ 저자 이동규
저자는 기업과 기관의 경영진단, 평가에 관한 한 국내 정상급 전문가라 불리고 있다. 특히 경제, 산업, 기술, 금융 등한국 사회 전반에 걸친 폭넓은 이해와 기업경영 시스템에 대한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문제의 핵심을 쉽고도 예리하게 전달하는 그의 촌철살인강의는 모든 청중을 매료시키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연세대와 홍익대에서 경영학 석,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한국품질경영학회 부회장, 철도공사(KR) 발전자문위원,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 국가광역발전사업 평가위원 등을 맡고 있다. KT, 삼성, LG등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경영, 정책 자문교수를 역임하였으며, 행자부 정부혁신관리위원, 기획예산처 정책자문위원을 거쳐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정부경영평가단 팀장으로 활동하였다.
주요저서(공저)로는 『경영품질의 세계 기준 - 말콤볼드리지』『경영품질의 베스트 프랙티스』『서비스경영』『말콤볼드리지 성공법칙』『글로벌 품질경영』 등이있다.
■ 차례
프롤로그 - 내 인생의 보물찾기
I부 People 1st - 즐거움을 경영하라
01창조경영의 시대 - 창조성을 자극하라
02 생각의 물구나무 서기
03 경영을 재미있게 하라
04 이젠 창조적 혁신이다
05 CQ를 높여라
06 핵심 인재는 없다, 인재가 핵심이다
07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다
08 만족한 직원이 만족한고객을 만든다
09 내 회사와 결혼하기 - GWP의 비밀
10 People 1st
11 기업에도 영혼이 있다
II부 최고의 전략 - 이긴 다음에싸워라
01 포기한 자만이 집중할 수 있다
02 평가의 기술
03 사회적 책임은 전략이다
04단순한 것이 아름답다
05 전략적 사고 - ‘오히려’를 생각하라
06 이기는 자가 강하다
07 운칠기삼(運七技三) -당신은 행운아입니까
08 머피가 샐리를 만났을 때
09 세 마리 토끼를 잡아라
III부 들어야 할 3가지 소리 - 리더십의 비밀
01리더십은 가르칠 수 없다
02 경영은 한국 야구처럼 하라
03 들어야 할 3가지 소리 - Three Voices
04CEO의 4가지 역할
05 비전은 꿈이 아니다
06 장사꾼과 경영자
07 경영의 한류(韓流)를 만들자
08 전문가는누구인가 - T자형 인재를 길러라
09 옳은 말을 기분 좋게 하라
10 칸막이를 치워라
11 성공의 함정
12어깨에 힘을 빼라
13 설득의 기술
14 위대한 조련사
IV부 잘나갈 때 혁신하라 - 시스템인가 문화인가
01 지금 혁신 중입니다 - 즐거운 혁신,지겨운 혁신
02 펭귄과 공작새
03 1등의 고민
04 서비스는 친절이 아니다
05 고객의 기대를 높이지 마라
06 러브마크 - 고객과의 러브스토리를 써라
07 Your Business is My Business - 상생 바이러스를 전파하라
08 송무백열(松茂栢悅) - 사촌이 땅을 사야 나도 잘된다
09 배고픔을 즐겨라
10 러닝머신이 되어라
11 인생은3모작이다 - 내 마음의 보물찾기
V부10년 후의 한국
01 품질한국(Q-Korea)의 길
02 ‘예산품(藝産品)’을 만들자
03 C-비즈니스시대
04 신 성장엔진을 찾아라 - Hard에서 Smart로
05 겨울철 등산-불황의 경영학
06 경영의 올림픽
07 G선상의 경영학
08 한국의 전화위복(錢禍爲福)
09 스토리를 팔아라
10 아바타 감상법
11 최고의리콜은 정직이다
12 스마트 목장의 결투 - 베끼지 말고 훔쳐라
13 제조와 서비스의 결혼
14 아이디어의 화개장터 -미소 기업(Micro Business)을 창조하자
15 기업가정신을 살려야 한다
한국인의 경영코드
I부 People 1st - 즐거움을 경영하라 창조경영의 시대 - 창조성을 자극하라최근 ‘창조경영’이 새로운 화두로 등장했다. 현재 한국의 경제 위상이 중국과 일본의 사이에 낀 샌드위치라고 보도된 이후, 새로운 도약을 위한 창조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창조성이란 사실 추상적인 개념이긴 하나 중국과 일본이 못 만드는 것을 만들어내야만 우리의 살길이 생긴다는 엄연한 현실을 생각할 때 그냥 지나칠 일은 결코 아니다.
지구상 수많은 민족 중에서 가장 창조성이 뛰어난 민족이 바로 한국인이다. 이는 우리만 주장하는 게 아니라 전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사례와 함께 많은 외국인들의 입을 통해 입증된 사실이다.
이러한 경향은 소위 ‘한류(Korean Wave)’의 유행과 함께 더욱 확산되고 있다. 지구촌 곳곳에서 한국 문화를 배우자는 열기가 확산되면서 이제는 전 세계에 100개의 세종학당을 지어 한글 등 우리 문화 콘텐츠를 보급할 계획이 발표되기에 이르렀다. 사실 경제 전망은 밝지 않지만, 크게 보면 현재 우리 민족은 단군 이래 최고의 전성기가 아닐 수 없다.
국내 한 저명한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는 매 학기 초 학생들을 나누어 조를 편성하고 각 조마다 일정한 수의 레고 블록을 나눠준다고 한다. 각 조에서 한 명씩 나오게 한 다음 자신이 정한 모형을 보여주고 이를 만들게 한 후 가장 근사하게 만든 조에게 상을 준다.
그 교수는 이와 같은 커뮤니케이션 경영 게임을 오래전부터 해왔는데, 흥미롭게도 대개 한두 조에서는 자신이 제시한 답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답을 제출한다고 한다. 이해가 안 되어 해당 학생들에게 물어보자, 그들은 “우리 조가 1등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고 그렇다면 우리 조가 원하는 형태를 만들자”고 했다는 것이다. 그 교수는 이런 게임을 수많은 나라에서 해보았는데 그 어느 나라에서도 이런 경우는 없었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스승에 대한 도전이나 명령 위반을 떠올릴 수는 없다. 교수의 지시를 해석한 기분 좋은 반란으로 볼 수도 있겠으나 경영학적 관점에서 보면 그야말로 차별화 전략의 진수인 셈이다. 바로 이것이야말로 한국인만의 유전자적 원형이자, 무역 규모 1억 달러를 달성한 지 불과 반세기도 안 되는 기간 동안에 수천 배 성장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비밀의 열쇠가 아닐 수 없다.
창조성은 호기심에서 시작되어 상상력을 통해 구체화되며 교육을 통해 길러진다. 문제는 우리의 닫힌 사고와 제도, 이념 등 우리의 창조성을 가로막은 최대의 적은 바로 우리 자신이란 사실이다. 둘러보면 경제, 사회, 문화 각 분야에서 우리의 원천적 창조성을 스스로 옭아매는 어리석음을 수없이 목격할 수 있다. 이걸 보고 다른 나라 사람들은 속으로 역시 하늘은 공평하다고 할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우리는 수많은 분야에서 ‘세계 최고’를 너무나 많이 내세우고 있다. 작은 나라의 콤플렉스인지 모르겠으나 ‘세계 최대’라는 구호도 자주 등장한다. 도전적 자세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고라는 것도, 영원히 기록되고 유지되는 것은 바로 ‘최초(最初)’이다. 최초의 생각, 최초의 시스템으로 최초의 물건과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창조적 지혜의 발현이며 중국, 일본, 러시아, 그리고 미국이라는 강대국들에 둘러싸여 질식사할 수도 있는 좁은 한반도에 조물주가 허락한 창조적 DNA의 본질이 아닐까?
CQ를 높여라학습조직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현재 조직의 IQ를 높이는 것은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엄청난 변화의 시대에 진정한 경쟁력의 원천은 역시 종업원의 저력을 극대화하는 길에 있다. 그 비결은 이른바 ‘의사 소통지수’, 즉 CQ를 높이는 데 있다. 이는 CRM(고객관계관리), ERP(전사적 자원관리), BSC(균형성과평가제도) 등 각종 첨단 경영관리 비법으로 무장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조직의 주인은 사람이지, 시스템이 아니다. 문화적 접근이 아닌 그러한 시스템적 강화는 오히려 시스템의 노예를 만들어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수준을 더욱 저하시키기도 한다. 첨단 미사일이 속속 도입되고 있는 군부대 내에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것을 생각해보라.
하나같이 똑같은 형태로 구워낸 벽돌로 이루어진 조직에서 발상의 전환과 창조성을 기대하기란 불가능하다. 더욱이 일사불란을 강조하는 군대 같은 조직문화로는 거세게 밀려드는 글로벌 전쟁을 치를 수 없다. 사실 우리 사회 속엔 은연중 자신과 다른 행동양식에 대한 근본적 배타심이 숨어있다. 아무리 수출을 많이 해도 우리 스스로가 선진국 되기는 멀었다고 자조하는 이유 중 핵심은 바로 우리 사회 안에 똬리를 틀고 있는 ‘다름’에 대한 거부감이며 ‘다양성’에 대한 몰이해다. ‘다르다’와 ‘틀리다’는 다른 것이며, 이 세상에서 다양한 것만큼 강한 것은 없다. 우리가 바라는 선진화의 핵심이 바로 이것이다.
나와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곳에서 즐거움이 자랄 수 없으며, 즐거움이 사라진 곳에서 창조는커녕 생산성이 오를 리 없다. 국내 대부분의 조직에서 자주 들리는 “중이 절이 싫으면 떠나라” 또는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말들은 그 싹을 밑동부터 자르는 일종의 폭력이다. 이젠 엄숙한 상사, 지겨운 회의, 단조로운 일상 업무 등 ‘고통의 우상숭배’ 라고까지 불리는 한국인만의 고질병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결국 조직원을 존중하고 마음으로 인정할 때 즐거운 직장이 이루어지며, 즐거운 마음이 들어야 머리도 돌고 창의성도 나오는 법이다. 우리에게 침묵은 더 이상 금이 아니며, 소통은 서로 닫혀 있던 무한대의 가능성을 여는 비밀의 열쇠다. 따라서 조직의 CQ(의사소통지수)를 높이는 일이야말로 그 어떤 혁신보다 중요한 테마가 아닐 수 없다. 일전에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세계 굴지의 전자업체인 휴렛팩커드를 방문한 적이 있다. 기나긴 공장 복도에 유일하게 쓰여 있던 문구는 바로 ‘Communication! Communication! Communication!’ 이었다.
경영을 재미있게 하라 현대 직장인들은 대부분 그 어떤 활동보다 직장에서 일을 하며 보내는 시간이 많지만, 삶의 의미와 보람을 자기의 일에서 찾는 경우는 드물어 보인다. 반복되는 일상의 과제, 따분한 일, 근엄한 상사, 딱딱하기만 한 회의 등 조직에서의 생활은 한마디로 재미있는 것과는 동떨어져 있다. 심지어 어떤 이는 직장에서 재미는 금기 사항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제까지 대부분 사람들은 조직의 분위기상 일이 끝난 뒤 회식 자리에나 가야 겨우 재미를 맛볼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흔히 똑똑하다고 하는 부모들도 아이들에게는 “공부할 때 공부하고 놀 때 확실히 놀아라”라고 말하는 광경을 우리는 종종 보곤 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공부와 놀이가 서로 완전히 반대되는 것이라고 인식하게 된다. 그리하여 공부는 어느덧 지겨운 일이 되고 놀이는 언제나 즐거운 일이 된다. 유아반에서 즐기던 수학놀이는 초등학교에 가면 ‘놀이’라는 글자가 슬그머니 빠져버리고 골치 아픈 수학으로 변신한다.
‘공부(工夫)’를 중국어로 옮기면 ‘쿵푸’다. 즉, 공부의 핵심은 책을 보는 게 아니라 자신을 수련하는 것이다. 자연과 인생을 배우고 익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스스로 즐겁게 행하는 것이다. 역시 가장 좋은 공부는 노는 것이다. 화엄경의 불이사상(不二思想)처럼 공부와 놀이 역시 둘이 아니며 일과 재미도 둘이 아니다.
최근 경영 현장의 화두는 펀 경영(Fun Management)이다. 펀 경영이란 한마디로 즐겁게 일하자는 뜻이다. 그런데 펀 경영을 두고 무슨 이벤트 개최나 오락 프로그램, 놀이 문화 등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어떤 이는 이를 유머 경영이라고 하는데, 유머는 물론 즐거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지만 펀 경영이 곧 유머 경영은 아니다. 펀 경영은 기업과 구성원, 그리고 고객 모두를 즐겁고 신뢰하게 만들어 조직의 성과와 가치 창출을 극대화시키고자 하는 현대 기업 경영의 기본 철학이자 핵심 전략이라 할 수 있다.
『펀 워크』의 저자 레슬리 여키스는 이러한 오해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일과 재미를 구분하는 시각에 있다고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산업화 이후 일의 강도가 높아지고 전문성이 강조되자 노동과 재미가 서로 다른 분야로 여겨져 왔는데, 펀 경영은 이 2가지 요소를 다시 합쳐 일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이 매년 선정하는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의 기준이 신뢰, 자부심, 즐거움이라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제 재미는 현대 경영의 핵심 키워드가 되고 있다. 전통적인 직업관 역시 변화하고 있다. 특히 G세대로 상징되는 작금의 신세대들은 직장 선택 시 단지 연봉이나 회사의 지명도만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직장 분위기 역시 중요하게 따진다. 그들에게 직장의 일이란 오락이나 장난과는 결코 다른 것으로, 한마디로 말하면 ‘힘든 재미’라고 할 수 있다.
지난 9·11 테러 당시에도 고객이 줄지 않았다고 해서 유명해진 미국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철저한 저가 전략과 탁월한 운항 시스템으로 100퍼센트 가까운 정시 도착률과 최고의 고객만족도를 실현하고 있다. “우리는 사람을 채용하지, 이력서를 채용하지는 않습니다”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이 회사의 인재 발굴과 채용 기준은 단연 ‘재미’다. 인생에서 즐거움을 모르면 일도 즐길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의 경영 방식은 한마디로 파격이다. 이 비행사는 400대가 넘는 전체 비행기 모두가 보잉 737이다. 보딩패스도 없고 식사도 주지 않는다. 안전 규정을 시로 만들어 낭독하고 산소마스크가 떨어지면 25센트를 내고 마스크를 쓰라는 방송도 한다. 때론 기내 승무원들이 트렁크 속에서 나와 승객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등 일반 회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재미를 제공하기도 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이러한 펀 경영 원리를 적극 도입하여 직장의 분위기를 유쾌하고 즐거운 분위기로 적극 바꿔나가고 있다. 상당수 유수 기업의 CEO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펀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자율복장 출근, 칭찬하기 운동, 멘토나 후견인 제도, 가족과 함께하는 체험놀이 등을 통해 직원들의 마인드를 밝게 만들고, 일터의 분위기를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재미있는 일터’로 바꿔나가고 있다.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다원래 일본이란 나라는 현장 기술에 뛰어난 특성을 보여왔다. ‘이(理)보다 공(工), 공보다 술(術)’이란 말은 일본 기업의 특성을 잘 드러낸다. 일본 기업은 서구에서 새로운 개념이 만들어지면 이를 응용하여 전혀 다른 물건으로 개량해내는 부분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해왔다. 방송용 카메라를 가정용 캠코더로 만들어낸 것이나, 군용 위성 안테나의 소재였던 형상기억합금(SMA)을 여성용 브래지어에 적용하여 히트를 친 것도 일본 기업이었다. 따라서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엔지니어를 보유한 엔지니어링 강국이 되었다.
반면 미국은 상대적으로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전통을 보여왔다. 당연히 지난 하드웨어 중심의 공업화 시대의 승자는 일본이었다. 그러나 창의성이 중시되는 소프트웨어 정보화 시대에 이르러 운명이 뒤바뀌었다. 전 세계적 주목을 끈 애플의 아이패드 출시와 도요타 리콜 사태는 이러한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다.
최근 우리의 대표 기업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이, 그것도 IT 강국으로 자부하던 한국에서 아이폰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이것은 성능의 차이가 아니라 생각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국에서 오래 살다 온 어느 학생에게 한국과 미국의 차이를 묻자, 미국은 길을 내고 집을 짓는데 우리는 집을 짓고 난 후 길을 낸다고 말했다. 이러한 차이는 제품개발에도 그대로 이어져 한국은 고급휴대전화를 만들고 나서 이를 이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은 다음에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오늘날 애플이 보유한 아이튠즈(iTunes)와 앱스터(Appster)는 전세계 젊은이들의 거대한 소프트웨어 놀이마당이다. 국산 제품이 성능이나 디자인이 탁월한데도 불구하고 아이폰의 적수가 되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다.
일본 산업계가 직면한 침체의 한 원인으로 언급되고 있는 ‘갈라파고스 증후군’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소니는 두께 9.9밀리미터의 최첨단 LED TV를 내놨지만 비용, 소비자 편의성 등 고객 측면에서 접근한 삼성전자 제품에 시장을 빼앗겼다. 더욱이 기술력을 중시하는 경향 때문에 개발 비용이 높아져 판매 가격은 계속 올라갔으나, 경기침체에 저가 제품을 선호하는 국제적 소비 트렌드에 역행한 결과 제품의 경쟁력이 떨어진 것이다.
1937년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바 있는 도요타 리콜사태도 그 본질로 들어가 보면 기술의 문제가 아닌 매니지먼트의 문제임을 알 수 있다. TQC의 종주국임을 자부해온 일본의 품질 유지와 비용절감의 밸런스는 이미 깨져버렸다. 더욱이 130조 원에 달하는 공룡 기업의 내부 통풍성이 원활할 리 없다. 이번에도 3년 전부터 미국 소비자들이 제기해온 불만을 번번이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No라고 말할 수 없는, 소위 대기업병의 전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인간을 생각하지 않는 기술력은 성공할 수 없으며, 고객을 망각하거나 무시하는 기업은 존재할 수 없다는 진리 앞에 다시 한 번 겸손해져야 함을 느끼게 해준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이 세상에 완벽한 제품은 없다. 어차피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결국 품질 중에는 사람의 품질이 가장 중요하며, 최고의 하이테크는 쉽고 편리하고 재미있는 것임에 다름 아니다.
II부 최고의 전략 - 이긴 다음에 싸워라 이기는 자가 강하다 ‘나무를 사지 말고 산을 사라.’ 이는 일본 황궁을 건축하는 대목수(大木手)의 이야기다. 일반적인 목수는 필요한 나무만 골라 사지만, 대목수는 크건 작건, 곧건 굽건 모든 나무가 나름대로 각자 쓰임새가 있기 때문에 산 전체를 산다는 것이다. 일단은 곧게 쭉 뻗은 나무만을 골라 집을 짓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왕궁을 건설하는 일은 곧은 나무들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 형태의 나무들이 모두 필요하며 그 나무들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훌륭한 건축물이 된다.
사실 일본은 메이지유신 이전부터 목수를 정부에서 직접 관리하며 관직을 주었을 정도로 나무를 중요시했던 나라다. 법륭사(法隆寺)를 맡으며 목수들 중 최고 단계인 궁대공(宮大工)에 오른 니시오카 츠네카즈는 생전에 “나무는 대자연이 길러낸 생명입니다. 수천 년 동안 산에서 삶을 영위해온 그 생명을 건물에서 되살리는 것이 우리들 목수의 사명입니다”라고 했다. 그가 지금까지 일본 최고의 도편수라는 칭호를 유지해온 것은 자신이 목수 이전에 불과 100년도 못 사는 인간이라는 존재임을 인식하고 자연을 대했던 겸손한 자세 때문이었다. 동양의 마키아벨리라 불리는 한비자는 일찍이 “태산(泰山)은 흙과 돌의 좋고 나쁨을 가리지 않고 다 받아들였기 때문에 그 높음을 이룬 것이다”라고 갈파한 바 있다.
조직의 원리도 마찬가지다. 조직 구성에 있어 가장 위험한 발상은 순수혈통주의다. 특히 내 마음에 쏙 드는 사람들로만 구성된 조직은 어느 정도 이상의 성장을 넘지 못한다는 것이 상식이다. 무엇보다 큰 힘은 역시 다양성에서 나온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과거 소니 캠코더의 최고 히트작을 기록한 ‘TR-55’는 불량사원 서클의 리더인 이시이 부장이 주도한 팀에 의해 이루어졌다. 도쿄대학 출신으로 회사 내 대표적인 불만 세력에게 신제품 개발을 맡겼던 것이 대박이 난 것이다.
과거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이산>의 한 장면을 보자. 화완옹주를 우두머리로 한 역모 세력을 밝혀낸 영조는 세손에게 이렇게 말했다. “정치란 임금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임금 곁엔 뜻을 달리하는 이들이 있어야 한다. 허나 그 곁엔 반드시 임금을 지키고 보위할 자도 있어야 하지. 허니 넌 이제부터 저들과 맞설 네 사람을 만들어야 한다. 잊지 말거라. 네 흉을 잡는 자들을 곁에 두거라. 또 그 곁엔 반드시 네게 길을 보여주는 자들을 심어야 한다. 알겠느냐?”
“이기는 자가 강하다는 걸 깨달았다.” 지난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 야구에 연거푸 고배를 마시며 노 메달의 수모를 안고 귀국길에 오르던 일본 야구대표팀 호시노 감독이 한 말이다. 원래 ‘강한 자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기는 자가 강하다’라는 말은 마케팅의 영원한 명제다. 이와 관련하여 비즈니스 리엔지니어링(BPR) 개념의 창시자인 마이클 해머는 “기업의 장기적인 성공을 가져다주는 것은 상품이 아니라 프로세스다”라고 했다. 실제 시장에서 승부는 최종 상품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것을 가능케 하는 프로세스에 의해 결정 난다는 의미다. 하수는 ‘결과’를 챙기고 고수는 ‘과정’을 챙긴다고나 할까.
한편 면도기 하면 누구나 우선 질레트(Gillette)를 연상하게 된다. 그런데 국내의 도루코가 다중날 경쟁에 돌입한 세계 면도기시장에서 세계 최초로 6중날 면도기인 페이스 시리즈를 출시했다. 지금까지는 질레트의 5중날 면도기가 세계에서 가장 날이 많은 면도기였다. 이는 연구원 전체가 수년간 면도를 집에서 하지 않고 회사에서 하는 등 갖은 고생 끝에 얻은 성과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면도날의 연마와 코팅 기술 등 각종 첨단기술이 녹아 있는 시스템적 산물이라는 것이다.
전 세계가 동시에 복합 불황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우리 경제도 여기저기 파열음과 마찰음이 들려오고 있다. 그렇다고 탄식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그림자가 있는 곳에는 반드시 밝은 빛이 비친다”고 했다. 이럴 때일수록 기본을 튼튼히 하고 이기는 훈련을 강화해나가야 할 것이다. 사실 언제 우리가 어렵지 않았던 적이 있었던가?
III부 들어야 할 3가지 소리 - 리더십의 비밀 들어야 할 3가지 소리 - Three Voices ‘모든 리더(leader)는 리더(reader)다’라는 말이 있다. 엄청난 변화를 따라가기 위한 지속적 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일 것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바로 듣기(listening)다. 과학적 연구에 따르면 우리 인간은 깨어 있는 시간의 70퍼센트 정도를 타인이나 외부와의 커뮤니케이션, 즉 의사소통에 사용하고 있다. 전체 의사소통의 비중을 보면 무엇보다 듣기가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 35퍼센트가 말하기이고 그 다음으로 쓰기와 읽기 순이라고 한다.
옛날 군왕이 알아야 할 국가 경영의 원리와 반드시 행해야 할 핵심 사항 등에 관한 내용을 가리켜 성학(聖學)이라고 한다. 현대판 기업 경영의 사장학(社長學)인 셈이다. 여기서 ‘성(聖)’이란 글자는 바로 제왕을 나타내는 말이다. 글자를 풀어보면 임금은 입(口)보다 귀(耳)를 우선해야 한다는 뜻이다. 결국 리더는 말하는 것보다는 주위의 이야기를 듣고 사정을 헤아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말이다.
기업 경영은 종종 버스 운전에 비유된다. 우리네 인생처럼 기업 경영도 그 목표 지점인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는 버스 여행에 다름 아닌 것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운전사의 역할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운전사는 바로 CEO를 비롯한 경영진이다. 아무리 그 버스가 최고급 첨단으로 설계되었다고 해도 운전사가 무면허이거나 음주운전, 난폭운전을 한다면 그 버스의 운명은 뻔하다.
한편 기업의 종업원은 버스의 엔진, 즉 조직의 역량에 해당되며, 고객과 시장 정보는 연료에 해당한다. 주행거리에 따라 연료를 계속 주입해야 하듯이 고객과 시장에 관한 정보는 계속 새롭게 공급되어야 한다. 또한 목적지까지 가기 위한 정교한 지도는 기업의 전략에 해당하며 가는 경로는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에 해당한다. 자격 있는 운전사라면 이러한 요소를 모두 갖추고 승객을 빠르고도 안전하게 모셔야 한다.
여행에서 선택한 목적지(전략 목표)까지 확실하게, 그것도 경쟁사 버스보다 늦지 않게 도착하기 위해서는 운전대를 잡은 사람이 반드시 들어야 할 목소리(voice)가 있다. 그것은 바로 고객의 소리(VOC), 직원의 소리(VOE), 그리고 업무 프로세스의 소리(VOP)다.
첫째, 기업 경영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고객들이 원하는 바를 바로바로 파악하는 일이다. 이제 웬만한 기업치고 고객만족도 조사를 안 하는 곳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이러한 고객의 소리는 해당 기업에 중요한 경영 정보이자 자산이 되고 있다. 자사 제품(서비스)에 대한 호감, 칭찬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그와 관련한 불만 제기 또한 소중한 것으로서 고객의 문제 제기가 아니어도 따로 비용을 들여 조사를 해야 한다. 이제 불만, 불평 고객은 부분적으로는 직원의 역할도 하는 회사의 중요한 자산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만족한 고객은 우리의 적이다’라는 말은 이를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고객만족에 대한 전문 연구기관인 미국 TARP 조사에 따르면, 불만 고객의 단 4퍼센트만이 자신의 불만을 제기한다고 한다.
빙산처럼 수면에 나타나지 않는 나머지 문제점들을 끈질기게 파고들고 해결해나갈 때 진정한 고객만족 경영(Total Customer Satisfaction)에 다가갈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은 온라인, 오프라인 할 것 없이 모든 채널을 동원하여 이러한 고객의 니즈와 불만 등을 리얼타임으로 수집하고 분석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것이 마케팅의 기본이다. CRM 등 각종 마케팅 시스템에 의해 분석, 파악된 고객의 소리는 경영 목표 설정에서부터 신제품 개발, 내부 프로세스 혁신에 이르기까지 경영 활동의 생생한 근거이자 밑거름 역할을 할 것이다.
둘째, 기업은 직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직원은 ‘최초의 시장’으로서 고객보다 그 조직의 내부 사정에 밝다. 기업의 최고 자산인 직원들의 의사와 요구는 직원 만족도 조사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파악되어야 하며 그 결과를 경영에 반영해야 한다. 내부 고객으로서 직원의 불만족은 바로 외부 고객의 불만족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기업은 프로세스의 소리에 집중해야 한다.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한 업무 흐름이자 작업 체계인 프로세스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혁신하고자 하는 노력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그동안 국내 기업 현장에서 가장 인기를 끌었던 혁신 기법인 식스시그마도 이러한 업무 프로세스의 획기적 개선을 겨냥한 것이다. 요컨대 조직의 내부 프로세스에 귀를 기울여 일하는 방식을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가지 않는다면 그 조직의 경쟁력은 순식간에 저하되고 만다.
이러한 3가지 소리는 따로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사실 경영이란 이 소리들을 어떻게 파악하고 그 진실을 이해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경영자들이 이 3가지 소리만 제대로 듣는다면 일단 안전운전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러한 소리를 지속적으로, 그리고 제대로 듣고자 하는 조직의 마음 자세다. 높은 성과를 실현한 CEO들의 공통적 특징을 보면 그들은 항상 부하직원의 충고를 구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특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경청이야말로 두 귀로 남을 설득하는 기술이다. 우리가 귀는 2개, 입은 하나인 이유 역시 듣는 일이 중요하다는 조물주의 뜻이리라.
IV부 잘나갈 때 혁신하라 - 시스템인가 문화인가 지금 혁신 중입니다- 즐거운 혁신, 지겨운 혁신 ‘혁신은 위험하다. 그러나 혁신하지 않는 것은 더 위험하다’고 한다. 지난 참여정부 이래 대한민국은 정부, 공공, 민간을 막론하고 혁신 전문 공화국이 되었다. LG에 가면 ‘5퍼센트는 불가능해도 30퍼센트는 가능하다’고 쓰여 있다. 오늘날 LG는 발상의 전환과 정보통신기술의 활용을 믹스하여 혁신적 사고를 전파하는 동시에 시스템 지원을 통해 세계적인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런 민간사업이야 혁신하지 않으면 바로 시장에서 도태되기 때문에 누가 시키고 말고 할 것도 아니다. 연공서열의 타파, 성과급제 실시, 팀제 도입, 외부 전문가 수혈, 성과 평가 시스템 도입, 각종 프로세스 개선 활동 등 사기업에서는 이미 이골이 난 제도이지만 정부 및 공공부문의 혁신에서는 상당한 효과를 본 것도 사실이다.
혁신의 혁(革)은 원래 ‘가죽’을 뜻하는 말이다. 옛날에 책을 가죽으로 싸서 보다가 닳아 해지면 다시 커버 가죽을 바꾼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영어에서도 혁신(innovation)의 어원을 살펴보면 라틴어의 ‘nova’가 오늘날의 ‘new’로 바뀌어 새롭게 한다는 뜻이 되었다. 그런데 이와 같이 매우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혁신의 뉘앙스가 우리나라에서는 이상하게 구조조정(restructuring)과 동의어 정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리고 구조조정 또한 곧 인원 정리로 알아듣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사람은 자연인이고 기업은 법인이다. 여름이 오면 당연히 반소매 옷을 꺼내 입어야 하는 것처럼 기업도 세상의 변화에 맞게 대처해야 한다. 겨울에 입던 코트를 계속 입고 다닐 수는 없기 때문이다. 개인이야 땀 좀 흘리면 되겠지만 전장과 다름없는 기업 현장에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것은 곧 도산을 의미한다. 기업 경영의 3요소는 결국 사람, 시간, 돈이다. 사람은 갑자기 똑똑해지지 않는다. 시간을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돈도 펑펑 쓸 수 없다. 따라서 이 변화의 시대를 맞아 조직이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 즉 업무 프로세스 개선이 될 수밖에 없다.
많은 경우, 혁신이라 하면 우선 직원들의 낡은 사고를 뜯어고쳐야 한다며 대대적인 마인드 교육부터 시키는 것을 볼 수 있다. 과학적으로 밝혀진 사실이지만 인간은 30세 정도 되면 거의 바뀌지 않는다고 한다. 나름대로 인생관과 습관이 고정된 사람들을 모아 혁신 기법 강의를 몇 번 듣게 한다거나 지옥훈련을 한다고 해서 바뀌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자신에게 정말 도움이 되고 반드시 필요할 때만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따라서 리더가 비전과 목표를 분명히 정립하여 조직원들로 하여금 미래의 꿈과 함께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케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사람의 마인드가 바뀌어야 조직이 바뀌는 게 아니라, 시스템이 변해야 사람이 바뀐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기업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문화라고 하지만 그 문화를 만드는 건 시스템이다, 최근 경영혁신 추진 과정에서 조직 내 각종 시스템을 구축할 때 가장 중요한 것도 바로 성과 평가 시스템의 구축 여부다. 기존의 주먹구구식으로 해온 성과 평가를 과학적, 체계적인 평가 시스템으로 바꾸는 것만큼 인간의 행동 양식을 바꿀 수 있는 강력한 무기도 없다. 결국 혁신이란 평가의 문제로 귀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성과 평가 시스템의 구조와 운영상 공정성이다. 지난 몇 년간 우리나라엔 ‘균형성과평가표(Balanced Scorecard, BSC)’라 불리는 성과 평가 방식의 도입이 무슨 유행병처럼 번졌었다. BSC가 매우 진보된 방식인 것은 사실이지만 회사의 업종, 규모, 시장 내 위치, 조직문화 등 각자의 사정에 맞는 방식을 고려하는 게 현명한 길이라 생각된다.
혁신은 반드시 필요하고 지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혁신이란 업무가 따로 있는 건 아니다. 결국 혁신을 통해 본업을 잘하고 성과를 높이자는 것이다. 평가란 작업의 의미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혁신 증후군’이라고나 할까. 혁신이란 게 무슨 정답이 있는 것처럼, 또는 각자의 본업보다 중요한 게 혁신 업무인 것처럼, 그리고 평가를 잘 받는 게 마치 혁신을 성공시킨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현실이 문제다. 혁신이란 세상을 보고 각자의 느낌을 담아 표현하는 경영의 사생대회와 같다. 도요타의 혁신과 현대의 혁신이 같을 수 없으며, 같아서도 안 된다. 기업마다 타고난 사주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혁신에 정답은 없다. 혁신은 유행병이 아니며 평가가 목표인 것은 더욱 아니다. 어차피 혁신이란 변화에 대한 적응 과정이며, 그 결과에 대한 최종 평가는 평가위원이 아니라 시장의 고객이 될 것이다.
불과 몇 십 년 전 우리나라 1인당 GDP 수준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다는 아프리카 국가들보다도 못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나이키를 신고 아이팟을 들으며 휴대전화 게임에 빠져 있는 신세대들은 말할 여지도 없다. 명품 매장이 붐비고 외제차가 즐비한 서울 시내를 걷다 보면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이 모든 풍요는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이룩된 것이다.
돌이켜 보면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비전은 전쟁 후 폐허 속의 암울한 1960년대가 가고 희망의 1970년대가 다가왔을 때 만들어졌다. 경영 슬로건은 ‘잘살아보세’였다. 실로 누구나 알아듣기 쉽고 명쾌한 구호가 아닐 수 없다. 당시 사장인 박정희는 1인당 소득 100달러, 수출 1억 달러에 불과한 회사를 10년 후 100배 성장시키겠다고 구체적인 비전을 선언했다. 그러나 이를 믿는 사람은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없었다. 당시로선 지구상 어떤 나라의 성장률을 갖다 대도 견적이 안 나오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라 전체가 목표 달성을 위해 한마음으로 뛰었다. 이쑤시개에서 운동화까지 팔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내다 팔았다. 1977년 12월 22일 오후 4시, 수출액이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 당시 국무위원들은 너나없이 얼싸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도저히 불가능해 보였던 목표를, 그것도 몇 년이나 앞당겨 달성해버린 것이다. 이를 두고 외신은 ‘한강의 기적’이라 불렀다. 그로부터 30여 년이 지난 2011년 말 우리는 수출 5000억 달러를 넘겨 G7 국가인 영국과 이탈리아를 제치고 세계 7위의 위업을 달성했다. 따지고 보면 반세기도 채 안 되는 기간에 매출액이 5000배 증가한 셈이다. 일찍이 피터 드러커 교수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인류가 이룩한 성과 중 가장 놀라운 것은 한국이라고 한 바 있다. 일본 아키하바라에서 사온 전자제품을 밤새 분해해 역조립하면서 기술을 익혀 만든 전자제품은 이제 소니와 마쓰시타를 능가하고 있다. 해외여행 후 김포공항에 너도나도 줄줄이 들고 왔던 코끼리 밥통도 더 이상 볼 수 없다. 불량의 대명사로 불리던 현대가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최우수 평가를 받아내고 있다.
1970년대 당시 설정한 국가적 벤치마크는 놀랍게도 우리보다 10배 잘사는 필리핀이었다. 그러나 지금 필리핀은 하루에 1달러로 먹고사는 가구 수가 30퍼센트에 달할 정도로 경제 빈국이 되었다. 이미 국내 1위 그룹인 삼성그룹 매출이 필리핀 GDP 규모를 넘은 지 오래다. 국내 4대 그룹을 합하면 덴마크, 노르웨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넘어선다. 선진국 여부를 가리는 중요 기준이자 전 세계 핵심 산업인 철강, 자동차, 반도체, 전자, 조선, 석유화학 업종에서도 우리 기업들의 상당수가 최상위권에 진입하고 있다. 실로 자랑스러운 한국인이 아닐 수 없다.
여기서 만약 “2020년 한국이 독일을 추월하고 2025년에는 세계 3위 경제 대국이 된다”고 한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평소 자신의 조국을 우습게만 보아온 사람들은 무슨 꿈같은 소리냐고 하겠지만 이것은 골드만삭스의 보고서에서 나온 말이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2005년 이래 미래 30년간(2010~2050)의 세계 경제지도 변화를 연구하여 보고서를 발표해오고 있다. 구체적으로 2010년 초 발표한 미래의 세계 경제지도에서는 한국의 경제 규모(GDP)가 2025년 세계 9위로 올라설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 중국, 일본, 독일, 인도, 영국, 프랑스, 러시아 다음이다. 또한 2050년엔 중국이 미국을 2위로 밀어내고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의 자리를 차지하며, 한국은 인도, 일본, 브라질, 멕시코, 러시아, 독일, 영국, 프랑스,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에 이어 13번째가 된다고 전망했다.
놀라운 것은 1인당 소득에 대한 전망이다. 2020년 한국의 1인당 소득은 세계 4위, 2025년엔 5만 달러를 넘어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가 되고, 2050년엔 8만 1462달러로 미국에 이어 세계 No.2가 된다는 것이다. 결국 경제 규모는 브릭스, 즉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에 뒤지겠지만 생활수준만큼은 현재의 G7 국가들을 모두 제치고 세계 최고가 된다는 것이다.
포스코, 삼성전자, SK텔레콤이 지난 50년 동안 우리의 밥그릇이었다면 앞으로 50년은 무엇이 우리를 먹여 살릴까?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기업 CEO들의 고민은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역시 10년 후 우리들의 먹을거리 걱정이 가장 문제인 셈이다. 이미 국내 주요 그룹의 신사업 개발 부서가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다. 생명공학, 신에너지, 환경, 항공우주 등 새로운 입시 과목의 출제 경향과 기출 문제 파악을 위해서다.
우리는 이제까지 성실, 근면, 노력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고 살아왔다. 그러나 세계 최강국으로 가기 위해선 아직 부족하다. 부지런한 손발을 밑천으로 살아온 우리지만 이제는 영리한 두뇌와 감동을 주는 마음으로 승부해야 한다. 한마디로 지혜와 정성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향후 키워드가 ‘열심히(hard)’가 아니라 ‘스마트(smart)’가 되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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