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을 통해 남을 설득하는 능력은 리더에게 특히 도움이 된다. 사기를 북돋아 팀워크를강화하고 문제점을 찾아내며, 해결책을 찾아내는 데 유용하다. 저자들은 누구나 좋은 스토리텔러가 될 수 있고, 그럼으로써 우리의 일상이 조금은 더나아질 것이라는 믿음 아래, 스토리텔링의 제조공정을 명료하게 제시하면서 그 과학적 근거도 제시한다.
이야기에 담긴 "열정" → 청중을 이끌어 자신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볼 수 있게 해주는"영웅" → 영웅이 반드시 맞서 싸워야 하는 "악당" → 영웅을 성장하게 만드는 "깨달음" → 모든 과정을 거친 후 반드시 뒤따르는 영웅과세상의 "변화" 등 5단계의 스토리텔링 제조 공정을 마케팅과 세일즈 관련 사례와 함께 설명하였다.
■ 저자
리처드 맥스웰 - 영화ㆍ텔레비전 시나리오작가이자 제작자로서 25년간 쌓아온 경력을 바탕으로 경영 커뮤니케이션 전략 컨설팅 회사 퍼스트 보이스(First Voic)를 설립했다. 장편영화<도전The Challenge>, <악령의 관The Serpent and the Rainbow>, <중국의그림자The Shadow of China>를 제작했으며, 할리우드의 유명 제작사뿐 아니라 독립 제작자들의 영화제작 과정에 참여해 작가들의대본 수정을 돕는 스크립트 컨설턴트로도 활약하고 있다. 현재 캘리포니아 퍼시픽 팰리세이즈에서 아내 크리스틴과 함께 살고 있다.
로버트 딕먼 - 퍼스트 보이스의 수석 코치로 기업커뮤니케이션, 상품 디자인, 브랜드 이미지 구축과 관련된 스토리텔링 전략을 지도하고 있다. 일본 미시마 류타쿠지 불교 수도원에서 승려를지냈으며, 이후 배우생활을 거쳐 아카데미 영화상 수상자들에게 연기와 대화를 지도하기도 했다.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에서 아내 에이미와 딸 라일리와함께 살고 있다.
■ 역자 전행선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2007년 초반까지 영상 번역가로 활동하며 케이블 TV 디스커버리 채널 ‘호기심 해결사’ 외 80여 편, 디즈니 채널 ‘디즈니 동물 왕국’ 외120여 편, 그 외 요리 채널 및 여행 채널 프로그램 40여 편을 번역했다. 지금은 출판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 차례
추천의 글
1장 누구에게나 있는이야기 본능
2장 이야기는 열정으로부터 시작된다
3장 스토리를 파는 기업들
4장 매혹하는 영웅의 조건
5장 강한팀을 만드는 공동의 이야기
6장 잊을 수 없는 이야기의 비밀, 기억과 감정
7장 이야기를 살아 숨쉬게 하는 악당
8장마법과 같은 깨달음의 순간
9장 이야기의 완성, 변화
5가지만 알면 나도 스토리텔링 전문가
* 모든 이야기에는 다섯 가지 요소가 있다
① 열정 또는 에너지 - 이야기를 할 때 늘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어야 하는 요소
② 영웅 - 이야기에 관점을 주고, 청중이 이야기 속으로 들어갈 수 있게끔 도와주는 요소
③ 악당 - 영웅이 극복할 수 있는 장애를 만들어내는 요소. 이 장애 때문에 겪게 되는 고난의 이야기에서 감정을 분출시키고, 우리가 이야기 속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해줄 뿐 아니라 이야기가 우리의 일부가 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④ 깨달음의 순간 - 그 자신을 드러내어 우리가 이야기를 통해 뭔가 배울 수 있게 해주고, 그럼으로써 성공할 수 있게 해주는 요소
⑤ 변화 - 우리가 영웅을 등장시켜서 마침내 이룩한 결과, 장애를 극복하고 원하던 것을 찾아냄으로써 모든 것이 달라지고 더 나아지게 된다. 사람들은 행복한 결말을 좋아한다. 그 때문에 우리는 모두에게 이야기를 전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야기는 곳곳에 널려 있다. 둘러보기만 하면 된다. 관심을 끄는 것이면 무엇이든 그 안에는 이야기가 들어 있다. 만약 그것이 인간이 만든 물건이라면, 그 이야기는 분명히 의도적으로 그곳에 놓인 것이다. 편히 즐겨라. 만약 자연 속에 있는 것이라면, 그것이 품고 있는 이야기는 그것을 발견하는 사람의 몫이다. 당신이 그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세상을 선명한 빛으로 반짝이는, 신선하게 드러나는 어떤 것으로 보게 되면 영감을 얻을 수 있다. 또한 그것은 고수익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스토리를 파는 기업들
우리가 좋은 이야기로 분류하는 이야기의 중심에는 그것을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놀라움의 요소가 있다. 사람들은 수수께끼를 좋아한다. 그러니 호기심을 이용하면 상대를 완전히 사로잡을 수 있다. 짧으면서 빠르게 번져나가는, 전염성이 강한 이야기들이 대부분 놀라움을 안겨주는 농담이라는 사실도 이 주장을 뒷받침한다.
고전적인 한 줄짜리 유머의 대가인 헤니 영맨의 “제 아내 좀 데려가 주세요… 제발요!” 라는 문장을 살펴보자. 이것은 네 단어로 구성된 짧은 문장이지만 영맨이 직접 말하는 것을 단 한 번이라도 듣게 되면 결코 잊을 수가 없다. 그는 “제 아내를 데려 가세요…” 라는 부분을 평범한 코미디 대사처럼 빠르게 말한다. 그러고 나서 단번에 음색을 바꾸고 매우 처량한 목소리로 “제발요!”를 외쳐서 청중을 놀라게 한다. 아내의 바가지에서 놓여나려고 매우 애절하게 간청하는 것이다. 바로 그 순간 우리 내면의 이야기 본능이 반응해, 왜 그가 아내를 없애버리고 싶어 하는지 그 이유를 즉각 상상해보게 되는 것이다. 고심할 필요도 없다. 그저 스치듯 떠오르는 몇 가지 생각이면 된다. 하지만 그런 반응을 끌어냄으로써 그는 우리를 수동적인 청중에서 능동적인 참여자로 바꾼다.
따라서 우리는 보통 코미디 클럽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관객들과 마찬가지로 박장대소를 한다. 우리는 그의 농담을 이해했음을 표현하고 수수께끼를 풀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놀람과 해결은 빠르게, 그리고 동시에 오기 때문에 뒤따르는 결과가 더 만족스러워진다. 인터넷 시대에 대단한 농담은 시간이 흘러도 정곡을 찌르는 핵심 메시지를 그대로 간직한 채 새로운 유행에 따라 진화해가면서 여전히 웃음을 준다.
성공적인 대기업에서 이야기를 주요 동기부여 장치로 이용하는 이유가 바로, 아무 기대도 없던 사람들을 박장대소하게 만들고 그들로 하여금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찾게 만드는 이야기의 힘 때문이다. 고급 호텔 체인이 바로 그러한 기업의 예이다. 호텔에 투숙하면 그곳이 모텔 식스(미국의 체인 숙박업소-옮긴이)이든 리츠칼튼 호텔이든, 우리가 제공받을 수 있는 기본적인 서비스 내용은 똑같다. 하지만 우리는 리츠칼튼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한다. 이유를 들자면 수도 없지만 그 중 한 가지를 꼽자면 리츠칼튼이 우리를 제대로 대접하기 때문이다.
리츠칼튼 체인은 미국 상무부(United States Department of Commerce)가 수여하는 영예로운 말콤 볼드리지 품질상을 두 번이나 받았다. 호텔 업계에서 말콤 볼드리지 상을 받은 것은 리츠칼튼이 유일하다. 그것은 이 호텔이 고객으로 하여금 가족 구성원이 된 것처럼 느끼게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이유는 리츠칼튼 호텔 체인이 지금까지는 업계 최고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뉴욕의 리츠칼튼에서 마티니를 주문하면서 젓지 말고 가져다 달라고 요구한다면, 베이징에 있는 리츠칼튼에 투숙할 경우 그곳 바텐더도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다섯 개 대륙에 퍼져있는 63개 호텔의 3만 명 이상 되는 직원 모두가 이렇게 사소한 사항까지 기억하고 자료로 남겨서 다른 직원들까지 모두 공유하게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직원 모두에게 기업문화를 전파하고자 리츠칼튼은 하나의 이야기를 이용하는데, 인사부의 수석 부사장 수 스티븐슨은 이것을 ‘와우 이야기’라고 부른다.
일주일에 세 번씩 교대시간 전에 열리는 현장 회의는 와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다. 이 이야기는 전 세계 체인점 어딘가에 근무하는 직원 중 한 명이 손님의 특별한 요구를 충족시키고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 내용이다. 모든 와우 이야기는 본사에 제출되고, 그 중 가장 잘 쓴 것을 채택해 전 지점에 보내서 브리핑을 하게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매주 월, 수, 금요일에 전 세계 직원들이 같은 이야기를 읽고 토론하게 되는 것이다. 이 방법은 고객에게 어떻게 행동하라고 지시하지 않고도 직원들의 행동 방식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강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만약 당신이 리츠칼튼의 직원이고 일일 브리핑에서 얽힐 이야기로 당신의 와우 이야기가 채택된다면, 그 명예는 실로 대단할 것이다. 백 달러의 상금보다 중요한 것은 어깨에 힘을 주고 다닐 구실이 생긴다는 점이다. 전 세계의 동료가 부러워할 테니 말이다. 와우 이야기로 선정된 이야기를 하나 토론하고 나면 다른 지역 호텔에서 보고된 이야기들도 자연스럽게 마음에 각인된다. 이것은 마치 대학 기숙사에서 벌어지는 자유토론과 비슷해서 직원들로 하여금 서로 더 잘하려고 노력하게 만든다. 또한 이 방식은 직원들이 리츠칼튼을 리츠칼튼답게 만드는 행동을 할 때 보상을 함으로써 그런 행동을 강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와 이야기의 긍정적 순환을 촉진한다.
- 기업의 스토리텔링이 왜 필요한가
이야기는 전염성이 강하다. 아무리 큰 기업 내에서라도 매우 빠르게 퍼져 나간다. 누구나 잡담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신나는 일이다. 당신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이야기는 가변성이 있다. 당신이 단기간의 디자인 프로젝트를 수행해 나갈 작은 디자인 팀에 소속되어 있든, 거대기업의 다년간 이어지는 프로젝트의 일원이든 간에 상황에 꼭 맞는 이야기를 찾아내는 것이 성공의 열쇠이다.
이야기는 사람들을 결속시켜 진정한 팀 충성도를 확립한다. 만약 당신이 리츠칼튼의 직원들처럼 긴밀한 유대감을 형성하고 자주 모이는 팀에 속해 있다면 이야기의 역할은 중요하다. 하지만 직원들이 전 세계 각지에 퍼져있다면 이야기의 역할은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강한 팀을 만드는 공동의 이야기
해병대를 하나의 브랜드로 정의하자면 어느 정도의 위험은 감수해야 함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충성, 헌신, 희생이라는 강렬한 정서를 통해 해병대는 그들의 봉사가 어떠한 상업적 제품보다도 훨씬 더 가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그리고 우리의 관점에서 보자면 그러한 사실이 해병대 이야기를 훨씬 더 흥미로운 것으로 탈바꿈시킨다. 미국 내 동일한 인구집단―국가에 봉사하고자 하는 젊은 남녀 집단―이 지원하는 다른 세 개의 군대인 육, 해, 공군과 경쟁한다는 점에서 보면 해병대는 엄연히 하나의 브랜드다. 네 개의 군대 모두 원하는 ‘고객’을 찾아 끌어들이고자 나름의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해병대가 이 마케팅에 가장 능하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그 비법을 알아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 물론 탁월한 브랜드라고 해서 해병대가 우리에게 브랜드란 무엇이고 어떻게 그것을 만들어내는지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의 어느 부대든 상관없으니 해병 장교의 사무실에 들어가 보라. 그러면 벽을 온통 장식하고 있는 역사적 유물들에 둘러싸이게 될 것이다. 베트남전 때부터 전해 내려온 부대 상징이 그려진 깃발, 한국전쟁에서의 공로를 보여주는 군 장비, 2차 대전 당시 태평양을 가로질러 나아갔던 아일랜드 호핑(당시 태평양전쟁에서 이용된 중요한 군사작전, 중무장으로 요새화된 섬은 피하고 전략적으로 중요하지만 덜 무장한 섬과 섬 사이를 진군해 많은 희생을 치르지 않고 목적지인 일본 본토로 나아갔던 전략-옮긴이)과 관련된 물품들뿐 아니라 장교 자신이 세계를 돌아다니며 수집한 개인 소장품 같은 것들로 가득할 것이다. 이것은 의식적인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다.
한 해병이 장교의 집무실에 들어가 책상 앞에서 차려 자세를 취하면, 그는 장교와 자기 자신을 연결하는 확실한 물증에 둘러싸이게 된다. 그러면 계급과는 상관없이 두 사람은 동등해진다. 두 사람 모두 해병이고, 그 무엇에도 앞서는 무사의 전통 안에 속해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벽에 걸린 모든 것이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그렇게 공유된 이야기는 아침에 군복을 차려 입는 순간부터 모든 해병과 함께 한다. 해병대라는 브랜드의 상징인 해병대 군복의 모든 요소는 과거의 영웅적 사건과 관련이 있다. 상병의 군복 바지를 타고 내려가는 붉은 색 줄무늬는 미 해병대 노래에도 등장하는 유명한 ‘몬테주마의 전당’, 즉 차풀테펙(Chapultepec) 전투에서 뿌려진 피를 기리는 상징이다. 해병 모집 광고에서 볼 수 있는 상아 손잡이가 달린 맘루크 왕조의 칼은 트리폴리 해안에서 야만적인 해적을 상대로 싸웠던 맹렬한 전투의 상징이다. 아무 해병에게라도 이오지마나 장진호, 케산 전투에 대해 물어본다면 대답하는 목소리의 어조가 바뀔 것이다. 위에 나열한 전투의 승리는 역사적 사실일 뿐이다. 하지만 그들의 대답에서 풍겨 나오는 미묘한 감정―해병들이 공유하고 있는 희생 정신, 용기, 소속감에서 느끼는 자긍심―이 바로 해병대 신화를 만들어간다.
우리의 요점은 이것이다. 워런 버핏이나 샌더스처럼 솜씨 좋게 이야기를 시작해서 고객을 그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기업의 영웅도 중요하지만, 당신의 팀 전체가 능동적으로 참여해서 구현해 낼 수 있는 공동의 이야기를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 흔한 몇 마디 말에 지나지 않는 이야기는 한 번 입에 오르는 동안만 유효하다. 하지만 실제로 당신과 당신의 팀이 날마다 실험해 보고 구체화해 물리적으로 만들어낸 이야기는 하나의 생활 방식이 되어 브랜드를 만들어낸다. 사실 그런 이야기를 찾아내는 것이 브랜드를 만들어 내고자 할 때 실제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이다. 나머지는 화려한 광고를 내보내고 마음 속으로 간절히 소망하기만 하면 된다.
다른 사람들도 바로 그런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 할리데이비슨이나, 나이키, 애플, 스타벅스가 성공적인 브랜드로 성장한 이유는 바로 그들의 판매 직원들이 브랜드를 대단하게 보이게끔 포장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이 되면 이야기는 텔레파시를 주고받는 것처럼 재빠르게 퍼져 나가는데, 그 이유는 이야기가 구체화되면 놀랄 만큼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러한 브랜드에 소속되고 싶어 한다. 그래서 해병대는 지원 기준을 낮추지 않고도 신병 모집 목표를 계속해서 달성할 수 있다.
매주 목요일 아침이면 10시가 되기 조금 전부터 샌디에이고에 있는 미 해병대 사병모집 본부의 연병장 남쪽 끝에 민간인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미국 전역의 크고 작은 도시에서 자석에 이끌리듯 찾아온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은 방금 신병훈련소에 지원을 마치고 ‘독수리, 지구, 닻’ 의식을 치르려고 대기하는 젊은 해병 지원자들의 가족과 친구들이다. 부대 지휘관이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다.”라고 말하는 순간은 신병과 그들의 교관만이 공유할 수 있는 지극히 사적인 순간이다. 하지만 뛰어난 마케팅 담당자들처럼 해병도 브랜드의 힘이라는 것이 그 브랜드가 보유하고 있는 이야기의 파급 효과에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신병의 가족을 초대한 것이다. 한 해병대 하사관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는 해병을 모집하지만 입대는 가족 모두가 합니다.” 그들은 모습을 드러내기도 전에 빠르고 율동적인 구령과 콘크리트 바닥을 울리는 완벽하게 일치된 군화 발소리로 자신들의 존재를 알린다.
해병대의 핵심가치는 신뢰와 동등함 그리고 정직 위에 서 있다. 그것은 도덕적으로 매우 깊이 있는 핵심가치다. 한 해병 하사관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도덕성이란 아침에 일어나서 자신이 맡은 일을 함으로써 다른 누군가 자신을 대신해 그 일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책임지는 행위를 말합니다.” 이것은 새겨들어야 할 만큼 근사한 말이다. 해병에게 도덕성이란 공동의 목표를 향해 헌신할 수 있도록 서로를 동등하게 느끼게 해주는, 그럼으로써 모두가 진정한 영웅이 될 수 있도록 해주는 능력이다.
인간이 밀림에서 가장 거칠고 강한 동물이라서 먹이 사슬의 맨 위에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당신의 회사나 팀도 그 영향력만 광고한다고 해서 큰 계약 건을 따낼 수는 없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결속하고 협력하는 능력이다. 계산만 잘한다고 해서 다 되는 것은 아니다. 군대도 이와 마찬가지로 덩치만 크다고 해서 늘 이기는 것은 아니다. 만약 그랬더라면 전 세계 인구는 지금 러시아 말을 하고 있을 것이다. 대개는 모두가 한 몸인 것처럼 싸우고 공격을 조율할 수 있는 군대가 승리를 거둔다. 비즈니스에서도 그 원리는 다르지 않다. 하나의 이야기에 당신의 팀 전원이 참여하여 모두 자신의 이야기인 것처럼 말하고 그것을 지속적으로 변화시켜 새로움과 상관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이 세상에서 가장 대단하고 멋진 이야기도 그다지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이야기를 살아 숨쉬게 하는 악당
미국에서 인기 있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인 병원드라마 <하우스>. 휴 로리가 의사 그레고리 하우스로 분해 명석하지만 비참할 정도로 염세적인 의료계의 셜록 홈즈를 연기한다. 오늘날 미국인들이 직장에서 겪는 감정적인 일상을 실로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 작품에서 주인공의 상사인 병원장 커디 박사는 그에게 이렇게 말한다. “아, 나도 이 상황을 알아요. 지금부터 당신이 내 인생을 엉망으로 만들 테고 그러면 나도 당신의 삶을 망쳐놓으려고 무슨 짓이든 하겠죠. 재미있을 거예요. 보나 마나 내가 이길 테니까요. 내가 유리하거든요. 당신 인생은 이미 비참하니까!”
하우스는 끊임없이 고통스러워한다. 의료사고로 한쪽 다리를 절게 되었고, 그 때문에 고등학생들이 질겅질겅 껌을 씹는 것처럼 늘 진통제를 입에 달고 살아야 한다. 그가 세상을 보는 관점은 이렇다. “인간은 다 거짓말을 한다. 한 가지 차이점은 무엇에 관한 거짓말인가이다.” 하지만 그는 드라마의 주인공이다! 실제로 우리는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영웅에게는 어느 정도 결점이 있어야 듣는 사람이 유대감을 느끼기 쉽다고 이야기해왔다. 하지만 그레고리 하우스는 그 원칙을 너무 과하게 밀고 나간다. 그럼에도 이 설정은 효과가 있다. 바로 드라마라는 특성과 거기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특이성 때문이다.
<하우스>가 성공 가도를 달리는 한 가지 이유는 하우스의 행동이 아무리 악할지라도 그가 대적해서 싸우고 있는 악당들의 행위보다는 덜 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하우스를 용서하고 그의 편에 설 수밖에 없다. 매주 하우스는 비열하고 사악한 질병에 맞서 싸운다. 이 질병은 대개 매력적인 사람을 노린다. 게다가 치명적이기까지 해서 보통 병세가 빠르게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매주 하우스의 환자가 될 사람이 증상을 갖고 나타나는 첫 장면에서 그 회 방영 분의 악당을 만난다. 다시 말해 악당으로 분한 질병을 만나는 것이다. 일단 적을 만나면 하우스의 모든 인간적 결점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와 합세해 숭고한 싸움을 시작한다. 이것이 바로 잘 설정된 악당이 하는 일이다. 청중이 이야기에 감정적으로 말려들게 하는 것이다.
악당은 영웅이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는데, 우리가 악한을 이해한다면 이야기도 이해하게 된다. 소설에서는 보통 악당이 인간으로 등장한다. 사람들이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다른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우스>는 악당이 꼭 사람일 필요는 없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이 의사라면 악당은 질병이 되는 것이다. 주인공이 타이타닉에 승선했다면 악당은 가라앉는 배가 된다. 하지만 악당은 반드시 영웅이 행동하게끔 자극해야 하고, 또 고통 받게 해야만 한다. 고통을 극복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하고 그 에너지는 우리가 싸울지 도망칠지 망설이는 순간에 발산된다. 그 순간에는 아드레날린도 분출되므로 이는 감정적인 과정이 될 것이다. 우리는 악한이 ‘물’이란 원소에 상응한다고 생각한다. 제 역할을 하는 악당 없이는 이야기의 유동성이나 활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야기의 감정을 분출시키는 악당과 영웅 사이의 상호작용도 악당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므로, 어떤 면에서 보면 악당이 이야기의 중심이라 할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악당은 이야기하는 사람이 가장 쉽게 조종할 수 있는 요소다. 비즈니스 스토리텔링에서는 보통 당신의 열정이나 동기가 기정사실화 돼 있다. 당신과 당신의 회사 또는 당신의 팀이 바로 당신 자신을 나타낸다. 당신은 팀을 대표할 수도 있고 이상적인 기업의 얼굴을 선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신이 그 모든 것이 다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그러려고 해서도 안 된다. 당신만이 당신 자신이 하려는 일을 통제할 수 있다. 당신 스스로 목적을 설정하고, 어떤 장애가 목적에 도달하는 것을 막는지도 결정한다. 그 장애를 어떻게 정의하는지, 당신과 당신의 팀이 얼마나 깊이 있게 그 장애를 이해하고 있는지에 당신이 성공할지 실패할지가 달려있다.
‘올바른 적’을 선택하면 절반은 승리한 것이다. 하지만 잘못 선택하면, 혹은 아예 선택도 집중도 하지 못한다면 당신과 팀의 이야기는 어쩔 수 없이 실패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이다. 그러니 조심해야 한다. 악당은 이야기의 감정을 촉발시키는 대상이고, 사랑에 빠진 십대라면 다 알고 있듯이 감정은 쉽게 통제 불능상태로 빠지는 양날의 검과 같다.
통찰력이 섬광처럼 번쩍이는 때, 즉 하우스가 병명을 알아내는 순간은 보통 그가 줄거리 조각을 찾아 맞추기라도 하는 것처럼 머릿속의 모든 정보를 훑어내려 갈 때 찾아온다. 그는 자신의 병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짚고 다니는 지팡이를 빙빙 돌리면서 환자의 증상을 적어 놓은 칠판을 노려본다. 이것은 휴 로리가 얼마나 훌륭한 배우인지를 잘 보여주는 장면으로, 그가 정말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곰곰이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그는 말 그대로 정보를 자신 안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짜 맞추려고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이야기를 내면화하도록 도와주는 악당의 중요한 역할이다.
우리가 이야기까지 다가가는 길을 터주는 것은 영웅이지만, 이야기를 받아들여 우리 자신의 것으로 만들도록 하는 것은 바로 악당이다. 때로 해답은 눈에 거의 띄지도 않는 환자의 사소한 행동이나 아무 생각없이 엿듣게 된 중요치 않은 대화 안에 숨어 있다. 하지만 해답을 찾는 순간은 늘 영감이 넘친다. 그러고 나면 치료는 신속하게 진행되고 변신이 마무리된다. 이제 건강해진 환자는 병원을 걸어 나가고 하우스는 또 다시 자신만의 악마와 싸우며 그의 재능을 요하는 다음 회가 될 때까지 홀로 남게 된다. 열정, 영웅, 위대한 악당, 깨달음의 순간, 이 모든 것이 지나가면 환자는 건강한 사람으로 변신한다.
이야기의 완성, 변화
이야기는 진공 상태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늘 상황 속에서 생겨난다. 만약 당신이 이야기의 상황을 이해한다면 목표로 하는 변화를 획득하기가 훨씬 쉬워질 것이다. 오늘날 가장 창의적이라고 평가받는 몇몇 비즈니스 스토리텔링은 광고업계에서 만든 것이 아니다. 광고업계에서 만든 것은 기껏해야 우리를 상점까지 이끌 뿐이다. 하지만 상점의 디자이너들이 직접 만들어낸 공간은 우리로 하여금 물건을 사게 만든다. 어느 누구도 이런 공간을 건축가 론 폼페이보다 더 잘 만들 수는 없다. 그의 디자인 팀이 바로 어반아웃피터스(Urban Outfitters)와 안트로폴로기(Anthropologie)의 성공 뒤에 있는 사람들이다.
일반적인 미국 대형몰의 상점은 연간 평방피트 당 330달러의 매출을 올린다. 안트로폴로기 상점은 동일 면적의 연간 매출액이 800달러다. 이러한 차이를 만들어 내는 가장 큰 이유는 안트로폴로기를 찾는 여성 고객이 경쟁사의 체인 상점을 찾는 고객들보다 훨씬 자주 가게에 들르고, 또 머무는 시간도 훨씬 길기 때문이다. 론이 당당하게 밝히는 목표는 안트로폴로기를 찾는 고객들이 ‘변신의 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그는 이 목표를 이루고자 문화(Culture), 상업(Commerce), 공동체(Community)의 ‘3C를 강조한다. 3C 중 공동체는 안트로폴로기가 가장 강조하는 요소다. 하지만 그 이름이 함축하듯이(’안트로폴로기‘는 독일어로 인간학과 인류학을 의미한다-옮긴이) 안트로폴로기의 기업 이야기는 문화의 이해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우리의 문화는 산업경제에서 후기 산업경제로 이동하는 중이다. 다시 말해 물건을 사는 경제에서 경험, 즉 이야기라는 형태로 우리 내부에 담아두는 경험을 사는 경제로 이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얼마 전만 하더라도 값비싼 시계를 차고 파티에 등장하면 금방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려면 브라질에 있는 친환경 휴양지로 휴가를 다녀온 이야기를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론과 안트로폴로기는 사람들의 구매패턴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변화가 바로 우리의 미래 또한 암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안트로폴로기의 2005년 수익은 5억 달러 이상이었고, 이것은 2004년의 수익 3억 5천 달러를 훨씬 웃도는 액수였다. 또한 론이 디자인을 맡고 있는 모회사인 어반아웃피터스의 주식 가격은 2000년 주당 4달러 40센트에서 2005년 27달러 50센트로 올라갔다. 따라서 현재 기업의 가치는 40억 달러가 넘는다. 사람들이 자신의 쇼핑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창조해 내는 것은 고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사업 전략이다.
창의적인 건축가인 론은 80개가 넘는 안트로폴로기 매장을 모두 다르게 디자인하는 데 상당히 심혈을 기울인다. 그는 매장을 찾는 각각의 고객이 자신만의 고유한 경험을 하고 가길 원한다. LA에 있는 고품격 대형몰 그로브 안에 있는 안트로폴로기 매장으로 걸어 들어갈 때면 그 공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첫인상이 있다. 자유, 확 트인 공간 그리고 ‘정말로 넓은 공간’이라는 느낌이다. 론의 디자인은 고객의 관심을 천장으로 이끈다. 천장을 올려다보면 한없이 높다. 그러면 당신의 걸음은 느려지고, 척추는 곧게 펴지고, 키는 더 커진다. 천장을 바라보며 편안한 마음으로 깊게 숨을 들이마신다. 뒤를 이어 매장에 들어섰던 사람들도 거의 다 그렇게 하고 있었다. 그들이 올려다보고 있던 것은 중동 지역의 이슬람성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거대한 원형 샹들리에였는데, 안트로폴로기라는 상점의 이름과 잘 어울렸다.
그로브 매장에 있는 샹들리에는 중심에서 뻗어 나온 5개의 구체(유리로 만들어진 이 다섯 개의 구체를 이곳에서는 전기를 이용해 불을 밝혀 놓았지만, 원래 이슬람성원에서는 둥근 접시 위에 기름을 부어 태우던 것이었다)가 링 모양으로 바닥에서 6미터 높이에 달려 있다. 론은 불의 요소를 드러냄으로써 안트로폴로기라는 이야기를 고객에게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상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치는 요소로 ‘불’은 언제나 그렇듯이 당신에게 동기를 부여한다. 중심에서 뻗어 나온 샹들리에의 원형 패턴은 당신이 그 주변을 돌게끔 유도한다. 이미 정해진 판매 영역으로 끌어당기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시간을 두고 천천히 가게 안을 돌아다니며 탐색할 수 있도록 시각적 언어를 제시하는 것이다. 안트로폴로기 매장에 들어서면 모두가 그렇게 한다. 한 명의 고객이 매장 안에서 머무르는 시간은 평균 75분이나 된다(대형 상가 안의 일반적인 상점에서 고객이 머무르는 시간은 평균 22분 정도다).
안트로폴로기는 한 번도 광고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다. 사실 그럴 필요도 없다. 다른 이야기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안트로폴로기의 고객들은 자신들의 발견을 자랑스러워하고 그들이 배운 것을 친구와 공유하고 싶어 한다. 안트로폴로기 매장을 다녀간 여성 고객이 그날 매장에서 발견한 것을 사진으로 찍어 자신의 웹사이트나 블로그에 올리거나, 휴대전화를 이용해 그 사진을 친구에게 보내는 것―이 때 몇 마디 인상적인 메시지를 찍어 보내는 것도 잊지 않는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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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품, 다시 말해 진정한 가치를 지닌 상품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는 것처럼 디지털 매체에 잘 어울리도록 극히 짜임새 있게 디자인된 안트로폴로기 매장을 돌아보는 것에도 우리를 잡아끄는 무언가가 있다. 구글처럼, 안트로폴로기는 원하는 것을 찾아다니며 재미도 느끼고 다른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이다.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