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심하게 퍼져 있는 망상은 헤일로 이펙트(Halo Effect) 즉, ‘후광 효과’다.기업의 매출과 이익이 치솟으면, 사람들은 그 기업이 ‘뛰어난 전략과 비전적인 리더, 유능한 직원 그리고 탁월한 기업 문화를 지녔다’고 쉽게결론짓는다. 반대로 실적이 추락하면, ‘전략이 잘못되었고 리더가 오만하며 직원들이 현실에 안주하고 기업 문화가 정체되었다’고 결론 내린다.실제로 변한 것은 거의 없지만 기업 실적이 후광을 조성하여 전략과 리더십, 직원과 기업 문화 등에 관한 우리의 인식 체계를 변질시켜 버리는것이다.
‘후광 효과’를 포함한 이 9가지 망상은 성공 비결 혹은 위대함에 이르는 길을 찾아냈다는베스트셀러 경영 서적들뿐만 아니라 언론 기사 및 학문적 연구에도 두루 영향을 미친다. 그런 책들은 엄밀한 사고를 바탕으로 한다고 주장하지만,대체로 스토리텔링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경영자들에게 격려와 위안을 제공하지만, 비즈니스 성공의 본질을 호도하기도 한다.
이 책은 비즈니스에 관한 그릇된 사고를 바로잡고, 기업 성패의 원동력을 정확히 파악하도록돕는다. 소위 비즈니스의 전문가라 하는 사람들이 왜 실수를 저지르거나 일을 그르치게 하는지를 9가지 치명적 망상을 통해 설명한 뒤, 그러한망상으로부터 벗어나 성공에 이르는 보다 현실적인 방법을 알려줄 것이다.
이 책은 도발적이고 기발하며 인습 타파적이고 전문 용어도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무척진지하다. 사업계의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독자들의 핵심 관심 사항에 대해 냉정하게 그리고 직설적으로 논의를 전개한다. 이 책은 비즈니스의‘허구’와 ‘진실’을 구분하려는 경영자들의 필독서다. 우리의 생각이 기존 경영서적들의 전통적 사고방식에 중독된 상황에서 우리의 사고 체계를중화하는 해독제 역할을 할 것이다.
■ 저자 필 로젠츠바이크
스위스 로잔에위치한 국제경영개발원(IMD, International Institute for Management Development)의 교수로, 주요다국적 기업들과 함께 전략 및 조직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대학교와 산타바바라대학교에서 경제학을, UCLA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뒤휴렛패커드에서 6년 간 근무했으며, 필라델피아로 옮겨 1990년에 펜실베이니아대학교 경영대학원(워튼 스쿨)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후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6년 동안 교수로 재직하다가 1996년에 IMD에 합류했다.
■ 역자 이주형
부산대학교 대학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MIT에서 MBA를 취득했다.SK텔레콤, KISDI(통신정책연구원), KDI(한국개발연구원)에 재직했으며, 현재 경제경영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Full Frontal PR』『판매의 원리』『버블의 기원』『투자의 심리학』『실수에서 배우는 성공비결』『고객옹호마케팅』『86% 시장에도전하라』『리얼 딜』 등이 있다.
■ 차례
감사의 글
PROLOGUE_비즈니스의 ‘허구’와 ‘진실’을 구별해주는 혁신의지침서
CHAPTER 1_우리의 지식은 얼마나보잘것없는가?
WH스미스의 ‘표류’, 노키아의 ‘확장’/모든 비즈니스 질문의 모태/비즈니스는 과학적 연구 대상인가?/과학과의사과학 그리고 코코넛 헤드셋
CHAPTER 2_시스코 스토리
영광스러운시절의 실리콘밸리/시스코의 성공에 대한 설명/최정상에서의 시스코/「포춘」의 의견 번복/시스코의 봄날
CHAPTER 3_ABB의 흥망성쇠
ABB의성공에 대한 설명/올림포스에 오른 ABB/탈선, 1997년 이후의 ABB/거울나라의 ABB
CHAPTER 4_난무하는 후광효과
비즈니스세계의 후광효과/사람에 관한, 사람을 위한 후광효과/리더에 관한 후광효과/의견조사에서 나타나는 후광효과/망상 1:후광효과
CHAPTER 5_연구가 돌파구를제공하는가?
고객지향도의 후광/기업문화의 후광/망상 2: 상관관계와 인과관계의 망상/망상 3: 단독 요인의망상
CHAPTER 6_스타 기업의후광
<초우량 기업의 조건>이 제시한 최고 기업의 8가지 특성/후광에 덧붙여진 2가지 망상/ 망상 4: 반쪽진실의 망상/엘도라도 기업의 탐색/지속적이고 위대한 기업을 창출하는 불멸의 원칙들/지속적으로 성공할까? 속단은 금물!/망상 5: 철저한 연구의망상/망상 6: 지속적 성공의 망상
CHAPTER 7_망상의 늪
망상 7:절대적 성과의 망상/『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 내재된 망상들/망상 8: 그릇된 해석의 망상/망상 9: 성공 원리의망상
CHAPTER 8_스토리와 과학 그리고흥행작
식지 않는 열풍/학문적으로 훌륭한 연구는 이야기로서는 형편없는가?/만족스러운 스토리? 위험한 망상?/레고 사례재검토
CHAPTER 9_무엇이 고성과를유도하는가?
전략적 선택이 수반한 위험/실행의 불확실성
CHAPTER 10_코코넛 헤드셋에 미혹되지 않는경영
로버트 루빈, 확률관리/앤디 그로브와 신기술 게임/로지텍의 선택
EPILOGUE_망상중독의 해독제
부록/참고문헌/찾아보기
헤일로 이펙트
우리의 지식은 얼마나 보잘것없는가?
WH스미스의 표류, 노키아의 확장
곤경에 빠진 신문 및 자비 소매체인점 WH스미스를 살펴보자. WH스미스는 100여 년 전에 런던에서 신문 배급업으로 사업을 시작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신문 및 잡지, 서적을 판매하는 곳으로 변신했다. 그것은 하나도 이상할 게 없었다.「뉴욕타임스」는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WH스미스가 서적 및 정기간행물의 판매에서 벗어나 음악과 사무용품, 문구류 및 선물을 가판대에 추가하며 품목을 다양화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였다. 하지만 회사가 핵심 상품에서 벗어나 표류하자 애널리스트들은 경쟁에 취약한 상황을 자초했다고 논평했다."
표류(drifting)라는 용어에 주목해 보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WH스미스는 사업을 확장하거나 다양화한 것이 아니라 표류했다. 헤리티지 영어사전은 표류를 목적 없이 이곳저곳으로 움직이는 것, 공기 혹은 조수에 의해 떠다니는 것, 정해진 경로에서 벗어나 방황하는 것, 길을 잃고 헤매는 것 등으로 정의한다. WH스미스가 표류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음악 및 사무용품의 판매가 본업을 벗어나 방황하는 증거라 할 수 있는가? WH스미스가 아무런 목적 없이 문구류 및 선물용품을 추가했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WH스미스는 출판업에 뛰어들지 않았다. 신선 식품이나 주류를 팔려고도 하지 않았다. 전자용품처럼 세일즈맨의 설명이 필요하거나 반품 가능성이 있는 품목을 추가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단지 회전률이 빠른 소비재를 몇 가지 추가했을 뿐이다. 선반에 전시하는 품목을 확대했을 따름이다. 그런데 그것은 WH스미스가 당연히 취해야 할 행동이 아니었을까? 기존의 역량을 활용하고 핵심 고객들에게 소구력이 있는 인접 영역으로 뻗어나가는 행동 말이다. WH스미스의 딜레마는 전형적인 포맷 확장(format expansion)의 문제인 듯하다. 대형 점포 및 슈퍼마켓이 각기 포맷을 확장해 WH스미스의 판매 품목을 추가했을 때, WH스미스는 손놓고 앉아서 당하기만 해야 했을까 아니면 자사의 포맷을 확장하며 맞대응 해야 했을까?
그러한 상황에서는 음악 및 사무용품을 추가하는 방향이 최선의 대응책이었을 것이다. WH스미스가 이런저런 이유로 새로운 포맷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월마트나 세이프웨이의 구매력을 감당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WH스미스가 표류했다는 주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포맷 확장의 문제가 발생한 경우 탁월한 전략을 찾을 수 있는지 살펴보자. 노키아는 1990년대 중반 이후 휴대전화 시장의 리더 자리를 차지했고, 우수한 기술과 맵시 있는 디자인, 기민한 브랜드를 앞세워 세계 최대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했다. 하지만 2004년경 이 핀란드 회사는 더 강력한 경쟁자들, 저렴한 비용을 내세운 아시아 경쟁자들의 열기를 느끼기 시작했다. 노키아는 큰 압박을 받게 되었다. 노키아는 어떻게 돌파구를 찾으려 했을까? 핵심 사업에 대한 집중도를 배가하고 휴대전화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렸을까?
전혀 그렇지 않았다.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노키아는 모바일 게임과 영상 및 음악 그리고 좀 더 복잡한 기업용 무선 시스템으로 사업을 확장하려 했다. 이들 신규 사업은 성장 전망이 밝고 고이윤을 보장하지만, 휴대전화 디자인 및 제조라는 노키아의 핵심 사업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도 「비즈니스위크」는 왜 노키아가 길을 잃었다거나 표류한다고 말하지 않았을까? 왜냐하면 당시에는 노키아가 성공할지 실패할지 아무도 몰랐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즈니스위크」는 확장하다(expand)라는 중립적이고 멋진 용어를 선택했다.
노키아가 성공적으로 변신하게 되면 기민한 전략 및 영리한 경영이었다는 칭송을 받을 것이다. 물론 노키아가 실패하면 기자들은 잘 모르는 영역으로 진출하는 실수를 범했다고 비판할 것이다. 회사가 길을 잃었다거나 표류했다고 말이다. 반면 시장점유율이 붕괴되고 이윤이 급속히 축소되는데도 노키아가 휴대전화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면, 우리는 그들이 현실에 안주하고 내부지향적이며 보수적이라는 기사를 읽게 될 것이다. 결국 기사는 이렇게 나왔다. "노키아가 실패한 것은 조금도 이상할 게 없다. 그들은 시장 변동에 대응하지 못했고 세월에 따라 변신하지도 않았다."
위의 이야기는 비즈니스 세계의 근원적인 질문, "무엇이 고성과를 유도하는가?"라는 질문의 변형이다. 이는 모든 비즈니스 질문의 모태이고, 월스트리트가 찾는 성배이기도 하다. 왜 어떤 기업은 획기적인 성공을 거두어 주주들을 백만장자로 만들고, 어떤 기업은 그럭저럭 사업을 영위해 적당한 이익을 획득하지만 결코 열광적인 지지를 얻지 못하며, 또 어떤 기업은 망해버릴까? 문제는 어떤 기업이 성공하고 어떤 기업이 실패하는 이유를 정확히 알기 어려울 때가 많다는 데 있다.
그러나 이는 중대한 문제를 야기한다. 기업 실적을 유도하는 요인을 정확히 끄집어내기 어렵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노력이 부족해서는 절대 아니다. 경영대학원 및 연구소 그리고 컨설팅회사의 아주 똑똑하고 근면한 사람들이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며 그 답을 찾아왔다. 그렇다면 기업 실적에 관한 설명들이 흔히 상투적인 용어 및 단순한 문구로 치장되는 이유는 왜일까?
비즈니스는 과학적 연구의 대상인가?
리처드 파인만은 "과학은 이것을 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라는 형태의 질문에 답을 구하려는 방식"으로 정의했다. 이러한 정의에 따라 "무엇이 지속적인 이익 성장을 가져다줄까?"라고 묻는 것이 과학적 질문이다. 그렇다면 기업이 이것 혹은 저것을 하면 수익이나 이익 혹은 주가가 어떻게 될까? 이 과학적인 질문에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파인만은 이렇게 설명했다. "그 기법은 기본적으로 해보는 것이다. 그런 다음 경험을 통해 많은 정보를 모은다." 과학의 두드러진 특성은 치밀하게 구성된 실험실에서 실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험실이 아니라 아주 복잡한 현실 세계에서 사건이 진행되는 비즈니스 세계의 경우는 어떨까? 비즈니스 질문은 과학적 탐구의 대상이 될까? 대체로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가령 상품을 수퍼마켓의 어디에 진열할지, 가격 변화가 판매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또는 특별 판촉의 효과가 어떨지 알고 싶다고 하자. 어떻게 하면 될까? 여러 상점에서 시험해 보고 결과를 비교하면 된다. 하지만 사업상의 다른 질문들은 이와 같은 실험에 적합하지 않다. 인수 기업을 관리할 최선의 방법을 알고 싶은가? 우리는 100개 기업을 인수해 50개 기업은 이런 방식으로 관리하고, 50개 기업은 다른 방식으로 관리해 결과를 검토할 방안이 없다. 우리는 그런 형태의 실험을 행할 수 없다.
과학과 의사과학 그리고 코코넛 헤드셋
100개 기업을 인수해 실험을 할 수는 없지만, 과거의 기업 인수 사례를 조사해 패턴을 살펴볼 수는 있다. 실제로 기업 실적에 관한 사회과학적 연구 가운데에 아주 뛰어난 결과물이 많다. 하지만 이들 연구는 대체로 명확한 행동 지침을 제공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무척 세심하게 연구되고 결과물의 해석에도 매우 신중하기 때문이다.
경영자들은 대체로 데이터의 타당성이나 조사방법론 및 통계 모델 그리고 확률에 관한 세세한 논의를 끝까지 읽으려 하지 않는다. 그들은 단정적이고 명확한 행동 지침을 제공하는 설명을 선호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이야기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이나 경험을 의미 있게 만들려는 방식이다. 훌륭한 이야기는 사실을 얼마나 책임 있게 전달했는지가 아니라 사건을 만족스럽게 설명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 WH스미스에 관한 언론의 설명은 이야기로서는 훌륭하다. 하지만 일부 이야기들은 능청맞게 과학인 것처럼 포장하기도 한다. 그들은 과학의 형식을 취하고 과학의 요건을 갖췄다고 주장하지만, 과학의 엄격성 및 논리를 결여하고 있다.
그것들을 의사과학(pseudoscience, 사이비과학)이라 부르는 편이 낫다. 리처드 파인만은 카고컬트(Cargo Cult, 화물 숭배)과학이라는 아주 인상적인 문구를 사용했다. 카고컬트과학이 아무런 효용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관제사 복장에 코코넛 헤드셋을 쓰고 활주로 곁에서 끈기 있게 기다리는 사람들은 만족감을 얻기도 한다. 그들은 좀 더 나은 미래를 기다리는 희망 속에서 살 수 있고, 믿고 의지할 무언가를 가진 것에 만족할 수도 있으며, 초자연적인 힘에 다가갔다는 느낌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다. 하나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것은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지 못한다. 비즈니스 세계에는 카고컬트과학이 난무한다. 엄격한 과학적 조사 방법을 따랐다고 주장하지만, 이야기 수준에 불과한 서적과 논문이 매우 많다.
기업의 성공을 가로막는 9가지 망상
비즈니스에서는 플러그앤플레이(plug and play, 장착만 하면 자동적으로 작동하는 시스템)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다른 기업에서 잘 작동되는 것을 따라서 한다고 성공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아직도 그렇게 믿는 사람들은 비즈니스 세계에 존재하는 아래의 9가지 망상 중 적어도 1개 이상에 빠져 있는 것이다.
- 망상 1 후광 효과의 망상 : 기업의 전반적인 실적을 보고 해당 기업의 문화와 리더십 및 가치 등을 추론하는 현상. 실제로 우리가 흔히 기업 실적의 원인 요인이라고 믿는 것들은 대체로 과거의 실적을 바탕으로 추론한 것에 불과하다.
- 망상 2 상관관계와 인과관계의 망상 : 두 가지 사건이 상관관계를 지니더라도 어느 것이 요인인지 모를 수 있다. 직원 만족이 높은 실적을 이끌어낼까? 사례 연구에 따르면 그 반대의 논리가 타당하다. 즉, 기업 성공이 종업원 만족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 망상 3 단독 요인의 망상 : 하나의 특정 요인, 예컨대 강력한 기업 문화나 고객 집중 혹은 훌륭한 리더십이 실적 향상을 유발한다고 제시하는 연구 결과가 많다. 하지만 이들 요인은 대체로 깊은 상관관계를 지니므로, 한 가지 요인의 효과는 연구 결과에서 제시하는 것처럼 크지 않다.
- 망상 4 반쪽 진실의 망상 : 성공한 기업들을 선택하여 그들의 공통점을 찾는 방식으로는 결코 성공 요인을 추출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성공한 기업들과 그렇지 못한 기업들을 비교할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 망상 5 철저한 연구의 망상 : 성공한 기업들을 철저히 연구한다면 그 성공 뒤에 숨겨진 요인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데이터의 질이 좋지 않으면, 데이터를 아무리 많이 수집하고 연구 방법이 아무리 정교하더라도 아무 소용이 없다.
- 망상 6 지속적 성공의 망상 : 고성장 기업들도 시간의 경과와 더불어 대부분 퇴보한다. 지속적 성공의 청사진은 매력적이지만 현실적이지 않다.
- 망상 7 절대적 성과의 망상 : 기업 실적은 절대적이 아니라 상대적이다. 실적을 향상시킨 기업이 경쟁자들에게 더욱 뒤 처지기도 한다.
- 망상 8 그릇된 해석의 망상 : 성공한 기업이 대체로 고도의 집중 전략을 추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전략이 성공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 망상 9 성공 원리의 망상 : 기업 실적은 불변의 자연법칙을 따르지 않으며 과학처럼 정밀하게 예측되지도 않는다. 그것은 확실성 및 질서를 원하는 우리의 소망을 충족시켜주지 못한다.
연구가 돌파구를 제공하는가?
고객지향도의 후광
워싱턴대학교의 존 나버(John Narver)와 콜로라도대학교의 스탠리 슬레이터(Stanley Slater) 교수는 고객지향도와 기업 실적 사이의 관계를 연구했다. 그들은 실적을 단위 사업의 수익성으로 정의했다. 거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고객지향도를 측정하기 위해 그들은 경영자들에게 자기 회사를 6가지 기준, 즉 전반적인 고객 헌신, 고객가치 창조, 고객 욕구의 이해, 고객만족 목표의 설정, 고객만족도 측정, 애프터서비스 제공의 측면에서 평가하게 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통계적 검증을 실시한 결과, 그들은 실적 및 고객지향도 사이에 아주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발견했다. 그것은 전혀 이상할 게 없다. 후광 효과가 자료에 내재된 상황에서 충분히 예견되는 결과다. 고객지향적 태도가 높은 실적을 초래하는지 검증할 때 우리가 반드시 피해야 할 것은 경영자들에게 "당신의 회사는 얼마나 고객지향적입니까?"라고 묻는 것이다. 이는 실적에 근거한 추론을 유도할 공산이 크다.
타당한 결과를 도출하려면 어떻게든 실적과 독립적인 측정치를 찾아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고객지향적 태도가 높은 실적으로 초래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가 주의 깊게 측정하면 그러한 관계를 발견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조사 대상자의 응답이 후광 효과로 좌우된다면 그런 의견조사는 실시하지 말아야 한다.
기업문화의 후광
기업 문화는 기업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으로 간주된다. 기업 문화가 실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가설을 증명하려면 다수 기업에 관해 자료를 모으고 일정한 패턴을 찾아야 한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존 코터(John Kotter)와 제임스 헤스켓(James Heskett) 교수가 바로 그런 작업을 수행했다. 그들의 연구 결과는 1992년에 『기업문화와 실적』이라는 책으로 출판되었다. 코터와 헤스켓 교수는 강력한 기업 문화를 "거의 모든 경영자가 일련의 일관된 가치 체계 및 사업수행 방식을 공유하는 문화"로 정의했다.
이들 기업은 "내부의 결속을 다지고, 하나의 공동 목표에 매진하게 하고, 높은 동기를 부여하며, 공식적인 규칙이나 관료적 제도 없이 행동의 일관성을 도모하게 하는 하나의 스타일 및 행동방식"을 지녔다고 여겼다. 이것이 핵심이다. 강력한 문화를 지닌 기업은 잡다한 규칙이나 공식적인 절차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직원들이 기본적인 가치 및 업무처리 방식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그런 대로 좋다.
코터와 헤스켓은 먼저 강력한 문화가 높은 실적을 유도하는지 조사했다. 그들은 문화의 강도를 어떻게 측정했을까? 그들은 경영자들에게 자사의 기업 문화를 1에서 5까지의 척도로 평가하게 했다. 이상한 일도 아니지만 그들은 문화의 강도 및 실적 사이에 정의 상관관계가 있음을 발견했다. 그것은 후광 효과가 개입된 상황에서 충분히 예견되는 결과다. 그들은 설문지와 함께 보낸 편지에서 응답자들에게 이렇게 부탁했다. "동봉한 서류에 명시된 기업을 1에서 5까지의 척도로 평가해 주십시오. 강력한 기업 문화를 지녔다고 생각되면 1을 주십시오. 해당 기업의 최근 행동방식에만 집착해 평가하지 마십시오." 마지막 문구의 주의 사항은 실적에 근거한 추론 가능성을 인식한 것이지만, 그것으로 후광 효과의 경향을 배제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며 그들은 그것을 검증하지 않았다.
그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아무리 강력한 문화를 가졌더라도 그것이 경쟁 환경에 적합하지 않으면 높은 실적을 낼 수 없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그들은 두 번째 가설, 즉 기업 문화가 환경에 적합해야 한다는 가설을 검증했다. 마찬가지로 응답자들에게 자사를 평가하게끔 했는데, 이번에는 1에서 7까지의 점수를 부여하도록 했다. 다시 한 번 그들은 높은 실적을 올리는 기업은 환경에 적합한 기업 문화를 가진 반면, 실적이 부진한 기업은 환경에 적합하지 않은 문화를 지녔음을 밝혀냈다.
그런 다음 코터와 헤스켓은 한 단계 더 나아갔다. 강력한 기업 문화가 좋다면 환경에 적합한 문화는 더욱 좋고, 시간에 따라 환경에 적응하는 문화는 최상일 것이다. 그런데 문화의 적응성을 어떻게 측정해야 할까? 이상적인 방법은 후광 효과를 배제한 측정 방법을 사용해 기업 문화를 여러 해에 걸쳐 연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방법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코터와 헤스켓은 문화적 적응성이 2가지 요인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다.
첫째는 리더십이다. 그들은 강력한 문화를 지닌 기업이 환경 변화에 좀 더 잘 적응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응답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7점 척도로 대답하게 했다. 응답자들은 사업 성공을 훌륭한 리더십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두 번째는 고객 집중을 측정한 것이었다. 하지만 경영자들에게 자사의 고객집중도를 평가하게 하는 것은 후광을 집적할 가능성이 짙다. 이 연구는 고객집중도를 독립적으로 측정하지 못했으므로 고객집중이 문화적 적응성을 높이고 그것이 높은 실적을 유도한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고성과 기업의 직원이 자사의 고객집중도가 높다고 추론한 것인지 명확히 알 수 없다. 후광 효과를 감안하면 전자보다는 후자일 가능성이 더 크다.
기본적인 논리 및 데이터의 결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기업 문화가 실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연구에 내재된 결함을 감안하면 확실히 알지는 못한다. "당신의 기업은 고객지향적입니까?"라는 질문을 통해 이런 기업들을 찾아내지는 못한다. 그것은 자기 보고와 기업 실적에서 유추된 후광을 수집할 뿐이다. 고객지향성을 측정하려면 실적과 무관한 측정치를 찾아야 한다.
망상의 늪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 내재된 망상들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의 저자 가운데 한 명인 짐 콜린스는 기업 실적에 관한 새로운 연구를 개시했다.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은 대체로 성공한 기업들을 조사한 반면(적어도 연구가 끝날 때까지는 그랬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어정쩡한 상황에 있고, 꽤 잘하긴 하지만 대단한 성공을 거두지는 못한다. 콜린스의 다음 프로젝트는 바로 이것을 다루었다. 그는 평범한 기업이 어떻게 탁월한 실적으로 올리는 기업으로 변모할 수 있는지 의문을 가졌다. 일부 기업은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하는데, 다른 기업들은 그러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그의 목표는 15년 동안 급성장 이후의 일을 예견하는 것이 아니라 15년 동안 놀라운 성과를 거두게 된 요인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것이었다. 콜린스를 비롯한 그의 연구팀은 대규모 표본 작업을 시작했다. 그들은 1965년부터 1995년까지 「포춘」 500명단에 올랐던 1,435개 기업 모두를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그들이 조사한 기업들 가운데 오직 11개 기업만 엄격한 기준을 통과했는데, 100개 중 하나에도 못 미치는 꼴이다. 일부 기업은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지만 상당수는 그렇지 않다. 그들은 당시에 선망의 대상이었던 기업이 아니라 소매업과 철강업, 소비재 및 금융 서비스업계의 그렇고 그런 기업들이었다.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 변천하는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콜린스를 비롯한 그의 연구팀은 거의 5년 동안 열심히 작업했다. 그들은 수십 권의 책을 읽고, 6,000개 이상의 논문을 검토하며, 수십 차례의 인터뷰를 실시했다. 수집한 자료는 수많은 상자와 캐비닛을 빼곡 채웠고, 모두 3억 8,400만 바이트에 달했다. 데이터의 질과 관련해 일부 자료는 후광 효과가 배제된 듯하다. 하지만 그 외의 자료들은 문제의 소지가 많다. 상당수의 자료가 잡지나 신문기사에서 추출되었는데, 그것들은 후광으로 물들었다.
콜린스와 그의 연구팀은 평균적인 실적을 올리는 15년 동안을 축적 단계(Buildup phase)로 기술하는데, 강인하지만 겸손한 리더십(레벨 5 리더십이라 칭함)과 올바른 인재의 영입(우선 올바른 사람을 찾고, 다음에 무엇을 할지 결정) 그리고 과감한 현실 직시(험난한 사실에 직면) 등의 특성을 지닌다. 그런 다음 요란한 팡파르도 없이, 때로는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한때 좋은 기업은 전환점을 거쳐 대약진 단계(Breakthrough phase)로 돌입하는데, 자기 강화의 선순환 소용돌이를 타고 올라 빠른 속도로 위대함의 권좌에 오른다. 대약진 단계는 집중(고슴도치 개념) 및 실행(규율의 문화), 기술을 활용해 진보를 가속화(기술 가속기)하는 단계다. 그러면 변천은 완성되고, 좋은 기업은 이제 위대한 기업이 된다.
하지만 이전의 연구들과 마찬가지로 후광의 존재가 연구 결과에 의문을 품게 한다. 겸손한 리더십 및 탁월한 인력이 성공을 유도하는가? 성공한 기업들은 탁월한 리더십과 우수한 인재, 일관성 및 용기를 지닌 것으로 기술되는가? 데이터 수집 방법에 문제가 있고 실적을 바탕으로 추론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후자의 경우가 맞는 듯하다. 콜린스는 일부 기업은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하고, 나머지 기업은 그러지 못한 이유를 설명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 그는 아무것도 설명하지 못했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는 대약진을 이룬 기업들과 그러지 못한 기업들에 대해 기존의 내용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에 불과하다.
콜린스는 책의 서두에서 독자들로 하여금 정직하게 "잔인한 현실을 직시하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펴봐야 할 잔일한 현실을 짚어보자. 실적을 바탕으로 조사 대상 기업들을 선정하고, 회고적 인터뷰를 통해 자료를 수집하며, 비즈니스 언론의 기사를 모은다 해도, 일부 좋은 기업이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하게 된 요인들을 찾아낼 수 없다. 단지 위대한 기업에서 뿜어져 나오는 후광만을 볼뿐이다.
하지만 누구도 이러한 결점을 세밀하게 보지 못한 듯하다. 왜냐하면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는 아주 고무적인 메시지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즉 당신도 좋은 기업을 위대한 기업으로 변모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콜린스는 이 점을 명확하게 언급했다. "위대함은 환경의 문제가 아니다. 이 책에서 밝힌 대로, 위대함은 대체로 의식적인 선택의 문제다." 이는 아주 매력적인 이야기다. 사람들은 각고의 노력이 보상을 받을 것이고, 기다리는 자에게 멋진 일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믿고 싶어한다. 콜린스가 말한 것도 바로 그것이었다. 비전과 겸손함을 지니고, 직원들을 배려하며, 일관되게 집중한다면 당신의 기업도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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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11개의 위대한 기업을 면밀하게 조사하면, 그들은 전환점에 도달하기 전 15년 동안 실제로 시장수익률을 약간 하회하는 실적을 올렸다. 이것이 제시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콜린스라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현재 양호한 실적을 거두지 못하더라도 걱정할 필요 없다. 당신도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