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하고 거칠고 폭력적이었던 춘추전국시대는 수많은 나라들이 흥망성쇠를 거듭하고, 모든 것이경쟁했던 혼란의 시대였지만 동시에 가장 창의적이었던 실험의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많은 시기였다. 이 시기의 이야기를 통해 21세기춘추전국시대를 평정할 리더십의 본질을 파헤쳤다. 그리고 예전이나 오늘날이나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며, 리더는 언제나 이것을 명심해야 한다고조언한다. 또한 어제의 자신과 경쟁하는 자기경영 리더십을 시작으로 다른 사람을 섬김으로써 리더로 다듬어지고, 내 사람을 얻어, 이들을 이끌고혁신을 거듭하여, 정당한 이익으로 오래 번창하는 5단계 인간경영 리더십을 알려준다.
■ 저자 구본형
인문학과 경영학을 접목시켜온 우리시대의 대표적 경영전문가이며 현재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소장이다. IBM에서 20년간 근무하면서 변화경영의 실무를 총괄했으며, 특히 IBM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볼드리지 평가관으로 6년간 조직의 경영을 진단하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가 하는 일은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사람을 돕는일’이다. 그는 사람의 힘을 믿는다. 세상이 만들어 주는 대로 사는 것을 거부하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위하여 자신이 가진 작은 힘을 마음껏 쓰고가는 것이 자기혁명의 핵심이라고 믿고 있다. 그의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불꽃처럼 살다 간 극적인 인물들이 어떤 순간에 평범함 속에서 자신을일으켜 비범한 인물로 전환하게 되었는지를 연구하는 것이다. 저서로는 『익숙한 것과의 결별』『낯선 곳에서의 아침』『떠남과 만남』『그대, 스스로를고용하라』『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일상의 황홀』『코리아니티 경영』『공익을 경영하라』등이 있다.
*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
■ 차례
책을 펴내며
프롤로그 ― 미래를 이끄는사람은 과거를 창조적으로 활용한다
1장 먼저 어제의 자신과 경쟁하다 ― 자기경영리더십
사람에게 기대어 공을 이룬다
가냘픈 어깨에 무거운 짐을 얹지 마라
월계관을 쓰고도 다음날 훈련에나서라
"감정의 끈"을 놓치면 관계가 무너진다
내 이름을 크게 부르게 하라
독하고 모진 마음으로 새로운 아침을 맞지마라
2장 다른 사람의 성공을 통해 리더로 다듬어지다 ― 섬김의리더십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온 힘을 다하라
벼랑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름을 얻고, 충돌을 피해 동지를얻다
쓰임을 받으면 힘을 다하고, 잊히면 숨는다
3장 드디어 내 사람을 얻다 ― 인재경영 리더십
이런사람은 절대 쓰지 마라
어떤 사람을 믿을 수 있을까?
일생에 단 한 번 만날 수 있는 사람을 놓치지 마라
몸을 낮추지 못하면마음을 잡을 수 없다
먼저 두각을 나타내 따르게 하라
곧은 나무가 곧은 나무를 부르고, 좋은 사람이 좋은 사람을부른다
복종시키되 굴욕을 느끼게 하지 마라
4장 사람을 이끌고 혁신을 거듭하다 ― 변화경영 리더십
믿게 한 후에야 비로소 바꿀 수 있다
모순과 상생하라
많은 사람이 가는 길에는 이익이 없다
물건을 팔지마라. 그 대신 새로운 개념을 팔아라
익히지 못하면 배움이 정신의 일부가 되지 못한다
저항의 목은 단번에 쳐라. 그래야 피를 줄일 수있다
5장 정당한 이익으로 오래 번창하다 ― 윤리경영리더십
창랑의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물이 흐리면 발을 씻으리
이익,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
좋은 사람들은영혼이 있는 리더를 선택한다
에필로그 ― 사람에게서 구하라
부록 ― 리더십인물사전
사람에게서 구하라
1장 먼저 어제의 자신과 경쟁하다 ― 자기경영 리더십
월계관을 쓰고도 다음날 훈련에 나서라
힘없는 리더는 종이호랑이다. 그는 누구에게도 영향력을 미칠 수 없다. 힘은 리더십의 핵심에 있다. 리더십에서 사용하는 힘이란 생각 속의 의도를 현실로 데려오는 것이며, 계속 머물게 하는 에너지다. 리더십의 핵심은 결국 그 힘이 어디서 오며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의 문제인 것이다. 잘못된 리더십은 또한 이 힘을 잘못 사용하는 것이다. 힘은 가장 필요한 것이지만 가장 남용되는 것이기도 했다. 리더십이란 힘을 선용하는 것이다. 리더십은 리더와 추종자 사이의 힘의 상호 작용이다. 나는 힘의 가장 큰 물줄기 중의 하나가 바로 배움에 있다고 믿는다. "정보와 지식의 사회 속에 살고 있다"는 뜻은 정보와 지식이 사회의 가장 중요한 핵심적 에너지가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배우고 익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얻은 기량을 어떻게 활용하는가 하는 문제 역시 매우 중요하다. 배움과 활용에 관련해 그 정신적 자세에 대한 이야기가 『장자』의 달생편에 실려 있다. 안연이 어느 날 배를 타고 강을 건너게 되었다. 그 배의 사공이 노를 젓는데 몸놀림이 가히 신의 경지에 달한 듯 보였다. 안연이 물었다. "배 젓는 법을 배울 수 있겠는가?" 사공이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수영을 잘하는 사람은 몇 번 저어 보면 금방 배웁니다. 잠수에 능한 사람은 배 같은 것을 본 적이 없더라도 금방 저을 수 있습니다."
안연은 그 이유가 납득되지 않아 스승인 공자에게 물었다. 공자가 대답했다. "수영을 잘 하는 사람이 배를 저을 수 있는 이유는 물을 의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에 빠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에 오로지 배 젓는 일에만 전념하게 된다. 잠수를 할 수 있으면 배가 뒤집히더라도 결코 당황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에게는 못이 언덕과 같다. 배가 엎어져도 마치 수레가 뒤로 물러나는 것처럼 여길 뿐이다. 엎어져도, 뒤로 물러나도, 온갖 위험에 닥쳐도 그것들이 마음을 어지럽히지 않는다. 그러니 마음의 여유가 있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배우는 사람의 정신적 태도가 배움의 과정과 기량의 활용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도와줄 사람도 별로 없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를 경우, 스스로 실수를 전제로 한 여러 가지 "기업가적 모색과 실험"을 시도해볼 수 있다. 이때 우리는 실험정신이라는 정신적 유연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 수영과 잠수의 능력이 배를 잘 저을 수 있도록 훌륭한 정신적 토양을 제공하듯이 실험과 모색을 즐기는 정신적 유연성이 배움의 성과를 극대화한다. 바로 이 자세가 리더로 하여금 단지 한 분야의 기술자를 넘어 배움의 범용성을 터득하도록 도와준다. 즉 기술을 넘어 자신을 믿는 자신감으로 확장되고,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윽고 배움의 본질에 접근하게 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한 경영두뇌들이 모여 있는 것으로 유명한 매킨지는 이 분야에서 가장 오래된 회사도 아니고 가장 큰 회사도 아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스스로 최정예의 리더들을 키워내는 것을 가장 중요한 조직의 특징으로 꼽는다. 톰 피터스 같은 경영 관련 작가를 배출하기도 했고, IBM을 살려낸 루 거스너도 한때 이 회사에 다녔다. 그들은 매킨지 안에서 근무하든 매킨지를 떠나든, 들어올 때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어 떠나는 것을 발전이라고 생각하는 조직이다. 이것이 매킨지의 힘이다. 어떤 산업 분야든 훌륭한 인재를 키워낸다는 것은 그 조직이 사회에 기여하는 가장 크고 아름다운 일 중의 하나다. 그 훌륭한 인재가 그 조직을 위해 일하든, 나와서 그 조직 밖에서 일하든 훌륭한 비즈니스 리더로서 사회에 참여하고 공헌할 수 있다는 것은 그 기업의 자랑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이런 정신적 유연성이 사회가 하나의 인재를 키워내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때로는 경험이 많은 선배 전문가로부터 배우고, 때로는 홀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안은 채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보는 이 두 가지 접근법이 상호 보완적으로 한 사람을 전문적인 비즈니스 리더로 만들어가는 기본 방향인 것이다. 훌륭한 인재들은 배움에 있어 대개 이 두 가지의 접근법을 따른다.
2장 다른 사람의 성공을 통해 리더로 다듬어지다 ― 섬김의 리더십
벼랑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름을 얻고, 충돌을 피해 동지를 얻다
옛날에 변화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우연히 진귀한 옥돌을 발견했고 왕에게 바쳤다. 그러나 옥을 감정하는 사람이 돌이라고 하자 왕은 화가 나 변화의 왼쪽 발을 잘라버렸다. 다음 왕이 즉위하자 변화는 또 옥을 가져다 바쳤으나 이번에도 돌이라는 감정을 받았고 왕은 변화의 오른쪽 발을 잘라버렸다. 그 다음 왕이 즉위하자 변화는 초산 아래서 옥돌을 껴안고 피눈물을 흘렸다. 왕이 이 소식을 듣고 까닭을 물었더니 변화는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발이 잘려 슬퍼하는 것이 아닙니다. 천하의 보옥을 돌이라 하고, 정직한 선비를 거짓말을 했다 하여 벌을 준 것이 슬프기 때문입니다." 왕은 그 옥을 가져다가 다듬어서 보옥을 만들었다. 그 보옥이 이름이 바로 "화씨벽"이다.
세월이 흘러 조나라의 혜문왕이 화씨벽의 주인이 되었다. 당시 강력한 진나라가 이 소문을 듣고 서신을 보내 진나라의 성 15개와 화씨벽을 바꾸자고 제안했다. 바꾸자니 진나라가 약속을 어기고 성을 줄 것 같지 않고, 안 주자니 군사를 보내 쳐들어올까 두려웠다. 왕과 대신은 여러 날을 상의했다. 답이 없자 환관의 우두머리가 자신의 가신인 인상여라는 사람을 추천했다. 인상여가 묘책을 내놓았다.
"진나라는 강하고 우리는 약하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진나라가 성을 내주는 조건으로 화씨벽을 달라고 했으니, 우리가 거절하면 잘못은 우리에게 있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가 화씨벽을 주었는데 그들이 15개의 성을 넘겨 주지 않는다면 잘못은 진나라에 있게 됩니다. 차라리 요구를 받아들여 잘못이 진나라에 있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신으로 간 인상여는 진나라 왕을 만나 화씨벽을 건네주었다. 진나라 왕은 비빈들에게 화씨벽을 돌려 보이며 즐거워했다. 인상여가 가만히 눈치를 보니 화씨벽만 탐낼 뿐 성을 줄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그는 화씨벽에는 작은 흠이 있다면서 그걸 알려드리겠다고 하고 진나라 왕에게서 화씨벽을 다시 넘겨 받았다. 인상여는 화를 내며 진나라 왕에게 말했다.
"대신들이 모두 진나라가 화씨벽만 가져가고 성은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을 때 저는 백성의 사귐에도 신의가 있는 법인데 나라와 나라의 사귐에 어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냐고 설득했습니다. 우리 왕께서는 닷새 동안 목욕재계하고 저를 보내 화씨벽을 전하라 하며 정성을 다했는데 대왕께서는 저를 하찮게 여기고, 화씨벽을 비빈들에게 돌려보이며 저를 희롱했습니다. 성을 주실 생각도 없으십니다.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저를 협박한다면 제 머리와 화씨벽은 기둥에 부딪혀 산산이 깨지고 말 것입니다."
진나라 왕은 화씨벽이 깨질까봐 일단 사과하였다. 인상여는 진나라 왕도 닷새를 재계하고 옥을 받으라고 했다. 진나라 왕은 그러기로 약속하고 인상여를 영빈관에 머물게 했다. 인상여는 이때 몰래 사람을 시켜 조나라로 화씨벽을 보내버렸다. 나중에 인상여는 진나라 왕에게 먼저 15개의 성을 주면 화씨벽을 보내겠다고 하였으나 진나라 왕은 그렇게 하지 않았고 이 거래는 아예 없던 일이 되었다. 인상여는 조나라로 돌아와 상대부가 되었다.
이 일로 진나라는 망신을 당하고 인상여는 유명해졌다. 인상여는 죽음을 삶 속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삶을 얻은 매우 특별한 사람이다. 훌륭한 리더들은 종종 자신을 벼랑 끝에 세운다. 그리고 그곳에서 뛰어내린다. 모든 사람이 다 벼랑 끝에서 하늘로 날아오르는 데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벼랑 끝에서 뛰어내리지 않고 하늘을 나는 새는 없다.
조나라에는 유명한 장군 염파가 있었다. 인상여가 떠오르는 별로서 상승가도를 달려 염파보다 지위가 높아지게 되자 염파는 불쾌해졌다. 인상여는 염파와 마주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조회가 있을 때는 병을 핑계대고 그와 다투지 않았고, 거리에서 염파의 수레를 보면 피했다. 인상여의 가신들은 그가 염파를 피해 달아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 참을 수 없다고 분개했다. 그때 인상여가 웃으며 말했다.
"그대들은 염 장군과 진나라 왕 중에 누가 더 무섭소? 나는 진나라 왕의 궁에서도 그를 꾸짖어 신하들을 부끄럽게 만들었소. 내가 아무리 어리석기로서니 염 장군을 무서워하겠소? 진나라가 우리를 침범하지 못하는 이유는 나와 염 장군이 있기 때문이오. 우리 둘이 싸우면 둘 다 살지 못할 것이오. 내가 염파를 피하는 이유는 나라의 위급함을 먼저 생각했기 때문이오."
염파는 이 말을 전해 듣고 웃옷을 벗고 가시채찍을 등에 짊어진 채 인상여의 문 앞에 이르러 사죄했다. 이것이 염파의 위대한 점이다. 그 후 두 사람은 유명한 문경지교의 주인공들이 되었다. 상대를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는 우정을 나누게 된 것이다.
경영의 세계도 예외는 아니다. 능력이 많고 성취욕이 강한 재능 있는 사람들끼리는 싸우기 마련이다. 건설적 경쟁이면 좋지만, 심심찮게 어두운 정치적 파워게임이 몰상식하게 자행되기도 한다. 그러나 좋은 리더들은 파괴적 싸움을 피한다. 인상여가 염파를 피하듯 두 사람의 충돌을 현명하게 회피한다. 그리고 진심을 알려 훌륭한 파트너로 성장한다.
3장 드디어 내 사람을 얻다 ― 인재경영 리더십
몸을 낮추지 못하면 마음을 잡을 수 없다
전국시대에 왕은 아니지만 왕보다 더 존경 받았던 위대한 사람 네 명이 있었다. 이 가운데서도 가장 뛰어난 인물이 위나라의 신릉군 무기다. 그는 겸손을 통해 사람을 매혹하고, 네트워크를 통해 당시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막강한 인물이 된 사람이다. 어디를 가더라도 그의 사람이 포진해 있었고, 다투어 그와 사귀고자 하는 인물들이 3,000명이나 되었다고 한다.
어느 날 무기가 위나라 왕과 바둑을 두고 있었다. 그때 북쪽의 변방에서는 봉화가 오르고, 조나라 군대가 쳐들어오는데 막 국경을 넘어서려 하고 있다는 급한 전갈이 보고되었다. 왕이 놀라 대신을 모아 대책을 강구하려 하자, 무기가 왕을 말리며 말했다. "조나라 왕은 사냥을 하려는 것이지 침략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다시 바둑을 두었다. 그러나 왕은 걱정이 되어 바둑에 마음을 둘 수 없었다. 잠시 후 다시 북쪽에서 전갈이 왔다. 조나라 왕이 사냥을 한 것이지 침략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위나라 왕이 놀라 그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무기에게 물었다. 무기가 대답했다. "제 빈객 중에 조나라 왕의 은밀한 일까지 정탐할 수 있는 자가 있습니다. 그는 조나라 왕의 일거수일투족까지 제게 알려줍니다." 위나라 왕이 이 말을 듣고 무기의 능력을 두려워하여 그에게 나라의 일을 맡기려 하지 않았다.
첫 번째 교훈은 무기가 탁월한 인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으며, 힘은 그를 따르는 사람들로부터 나온다는 것이다. 두 번째 교훈은 이 세상에는 위나라 왕 같은 리더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그가 졸렬하기 때문이 아니다. 자신보다 두려운 능력을 가진 부하를 기용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언제 자신의 자리를 차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능력이 과한 사람은 아주 어렵고 위태로운 상황이 닥쳐야 비로소 쓰임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어느 날 무기는 훌륭한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듣고 그를 찾아갔다. 성문을 지키는 보잘것없는 가난한 사람, 후영이었다. 무기는 그를 빈객으로 모시고 많은 선물을 보냈으나 후영은 까딱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무기는 후영을 상석에 앉히고 집으로 돌아가 손님을 맞아야 하는데도 시장에 들러 후영이 주해와 이야기하는 동안 기다려주었다. 그동안 무기의 낯빛은 겸손했다. 이리하여 후영은 무기의 상객이 되었다. 그리고 주해를 추천해주었다.
이 이야기의 교훈 역시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무기의 리더십의 핵심은 겸손이라는 점이다. 두 번째 교훈은 그가 사람을 찾아내는 방식에 있다. 늘 귀를 열러놓아 좋은 사람이 있다고 하면 그 사람을 찾아가 예를 다해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었다.
진나라가 조나라를 침략하자 조나라는 위나라에게 구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진나라가 위나라를 위협하자 위나라 왕은 겁을 먹고 좀처럼 도와주려고 하지 않았다. 무기의 여동생이 조나라 평원군의 아내였기 때문에 조나라는 무기가 힘을 써주지 않음을 서운해했다. 무기는 의리를 지키기 위해 빈객들을 모아 수레 백 대에 태우고 조나라와 함께 싸우다 죽기로 결심했으나 후영의 반응은 심드렁했다. 후영이 조언했다. "위왕이 가장 아끼는 여인은 여희입니다. 당신은 여희에게 은혜를 베풀어 그녀의 아버지의 원수를 갚아주었습니다. 여희에게 부탁해 병부를 훔치게 하십시오. 그리고 위나라 장군 진비의 군사 10만 명을 빼앗아 조나라를 도우십시오."
이렇게 해서 위기에서 벗어난 조나라 왕은 무기에게 두 번 절하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 이야기의 교훈 역시 두 가지다. 몸을 굽혀 사람을 구하고 그들의 마음을 얻는 것은 언젠가 그들을 쓰기 위함이다. 사람은 한번 은혜를 입으면 갚아야 한다. 그러나 자유롭고 싶은 사람은 다른 누군가의 은혜를 받아서는 안 된다. 자신의 자유를 빼앗기기 쉽다. 도움을 받고 갚지 못하면 의리 없는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리더십 이론의 대가인 워렌 베니스는 리더가 스스로를 낮추고 "그들에게 기대어 함께 공을 이루려는 정신적 자세"를 "협력자 정신"이라고 부른다. 진정한 의미의 "협력자 정신"이 조직 내의 인물들 상호 간의 신뢰 속에 작동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원칙을 지켜야 한다.
첫째는 스스로 한 분야에서 비전을 가진 뛰어난 실력자가 되어야 한다. 만약 주위에 뛰어난 사람을 불러들이고 싶다면, 먼저 스스로 자신을 구해 훌륭한 성공 사례가 되어야 한다. 둘째는 함께 경영해야 한다. 인텔의 크레이그 배럿은 앤드루 그로브를 도와 인텔의 위기를 구하고 성공과 번영의 길을 이끄는 인물이다. 그는 "나는 인텔을 경영하지 않는다. 나는 그저 목표를 중심으로 사람을 모으고, 그들 모두가 목표를 향해 전진할 수 있도록 도와줄 뿐이다." 셋째는 모든 직급의 직원들과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넷째는 건강한 협력자들은 "건강한 자아상"을 가져야 한다. 1등이 되고 이기는 것이 중요한 사회에서 다른 사람을 돕고 협력한다는 그림자 속의 빛남에 대한 특별한 자긍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4장 사람을 이끌고 혁신을 거듭하다 ― 변화경영 리더십
믿게 한 후에야 비로소 바꿀 수 있다
콜린 파월은 자메이카 이민 2세로 1937년 뉴욕 할렘 가에서 태어났다. 그는 합참의장을 거쳐 국무장관이 되었다. 파월이 국무장관으로 취임한 직후 지인에게 보낸 편지 가운데 하나가 공개되었다. "모두들 내가 국무부 조직의 판을 다시 짜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나는 이 사람들이 내 편이 되기를 기다릴 것입니다. 그들의 나의 리더십을 믿을 때까지 재조직을 감행하지 않을 것입니다."
변화는 가장 어려운 일 중의 하나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없이는 함께 가기 어렵다. 신뢰는 설득의 기본이다. 나를 믿지 않는 사람이 진심으로 나를 따르기는 어리석은 일이다. 경영의 첫째는 사람이고, 사람은 함께 일할 수 있어야 하며, 협력의 바탕은 믿음이다.
‘뉴 유나이티드 모터 매뉴팩처링(NUMMI)’이라는 이름을 가진 기업이 있다. 지금은 미국 최고의 생산성을 자랑하며 가장 성공한 자동차 공장 중의 하나다. 한때 GM의 캘리포니아 공장이었던 이곳은 당시 GM의 사업장 가운데 생산성과 품질 면에서 최하위였다. 직원들의 고의적 결근은 20%에 달했고, 태업, 파업, 사보타지가 만연했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간부들은 신변의 위협을 느낀 총기를 휴대해야 할 정도였다. 1982년 공장은 폐쇄되었다. 그리고 이듬해 GM과 도요타는 합작 투자를 통해 다시 이 공장을 가동시켰다. GM에서 해고된 대부분의 직원이 다시 복직했고, 당시의 노사 협상위원회도 그대로 유지되었다. 새로운 비전과 목표에 동의하고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그들의 힘이 필요했다.
새로운 노사협약서는 새로운 관계를 규정하고 있었다. "노사 양측은 혁신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하고, 전통적인 적대 관계를 청산하며, 상호 신뢰와 신의의 정신을 목적으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 과거의 협약서에는 회사 측은 24시간 전에 통보만 하면 직원을 해고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새 NUMMI는 기본적으로 무해고 원칙을 도입했다. 이 정책은 기업의 장기적 미래가 위협받지 않는 이상, 누구도 정리 해고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약속이다.
그 후 NUMMI는 4번의 위기를 겪었다. 1998년에는 매출 감소로 생산량을 40% 정도 줄여야 했다. 회사는 조업을 단축하고 휴가를 적극 권장했다. 그리고 생산 팀워크 문제 해결 등의 재교육을 실시하고 특별 개선 프로젝트를 만들어 직원들을 참여하게 했다. 위기는 지나갔고 누구도 해고되지 않았다. 여론 조사에 따르면 직원 중 80% 이상이 NUMMI의 최고 장점은 일자리를 보장해준다는 회사의 방침이라고 응답했다.
NUMMI에서는 1년을 근무한 후 원한다면 다른 팀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요청할 수 있다. 직원들은 몇 명의 팀으로 나뉘어 스스로 계획하고, 스스로 관리해가며, 목표를 달성했다. 그리고 그들은 끊임없이 개선해 나갔다. 실제로 NUMMI에서는 근무 시간에 늦게 오거나, 해야 할 필수 과정을 빼먹거나, 함께 지켜야 할 규칙을 어기게 되면 팀장에게 불려가 야단을 맞는 것이 아니라, 대신 동료들이 한번도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누군가 근무 시간에 늦으면 동료가 나서서 부탁한다. "급한 일이라면 사전에 말해라. 그러면 우리가 해줄 수 있다. 그러나 아무 말도 없이 늦으면 모두에게 피해를 준다. 그러지 말아라." 이런 부탁을 동료에게서 받으면 누구도 늦을 수 없다.
과거 GM에서 근무했던 똑같은 이 사람들이 어떻게 NUMMI에서는 이렇게 달라질 수 있었을까? 신뢰와 믿음은 그것을 지키려는 노력 없이는 얻을 수 없는 보물이다. 그리고 혁신과 개혁은 믿음과 신뢰 없이는 오래가기도 어렵고, 현장에서 작동되지도 않는다.
5장 정당한 이익으로 오래 번창하다 ― 윤리경영 리더십
창랑의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물이 흐리면 발을 씻으리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 가운데 한 명인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워렌 버핏이 보험 부정거래와 관련해 사정 당국의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세계 2위의 거부이기 때문이 아니라 정직하고 주주를 중시하는 경영으로 기업인은 물론 일반인으로부터 폭넓게 존경받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미국인들의 상실감이 컸다.
연방 법무부와 뉴욕 주 검찰, 증권 규제 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 조사관들이 버핏 회장을 상대로 조사한 내용의 핵심은 버크셔 해서웨이 계열 재보험사인 제너럴 리와 세계 최대 보험업체인 AIG의 재보험상품 변칙거래를 버핏 회장이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여부였다. 그가 부당거래를 주도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내용을 알면서 사전에 이를 막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면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게 되었다.
지난 2000년 4/4분기와 2001년 1/4분기에 AIG는 제너럴 리와의 한정 보험상품 거래를 통해 보험료로 5억 달러를 받았는데, 손실위험이 거의 없는 이 돈은 부채로 기재돼야 했지만 AIG는 이를 매출로 기재함으로써 재무실적을 부풀린 혐의를 받고 있었다. 제너럴 리는 AIG와 공모해 이와 같은 변칙적인 장부 처리를 도왔다는 의혹을 사고 있었고, 조사 과정에서 AIG는 이미 제너럴 리와의 거래가 부적절했음을 시인한 바 있다.
버핏 회장은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2005년 1월 사내에 배포한 메모를 통해 "버크셔는 돈을 잃을 여유는 있어도, 명성을 잃을 여유는 없다"면서 "우리는 이런 명성의 보호자이며 궁극적으로는 우리에게 합당한 명성을 되찾게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그러나 뉴욕 금융계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았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버핏 회장 측이 2월부터 사정 당국에 적극 협조하여 부정거래 자료를 제출한 것이 모리스 그린버그 AIG 회장 몰락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보도했다. 버핏 회장이 자신에 대한 부정거래 혐의를 줄이기 위해 수십 년간 우정을 쌓아온 그린버그 전 회장의 불법 거래 연루 사실을 부각시켰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결국 AIG가 16억 4,500만 달러의 합의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이 사건과 관련해 모리스 그린버그 AIG 회장은 사임했다. 그는 분식회계 스캔들로 불명예스럽게 퇴진하고 말았다.
워렌 버핏은 이 사건으로 자신의 명성에 오점을 남길 뻔했다. AIG 회계부정과 관련된 스캔들에 휩싸인 지 약 1년 반이 지난 2006년 6월, 워렌 버핏은 자신이 가진 재산의 85%에 해당하는 약 370억 달러 정도의 재산을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 등 5개 자선단체에 기증한다고 발표했다. 매년 7월 전체 기부금의 5%씩 순차적으로 그가 정한 자선단체에 기부될 예정이다.
이 결심을 하게 된 이유를 묻는 한 TV 인터뷰에서 버핏은 "시장경제는 가난한 사람에게는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장경제는 극단적 빈부의 차이를 만들어냈고, 이 메커니즘에서 성공한 자기 같은 사람은 결국 자신을 성공하게 만들어준 사회에 자신이 번 돈을 기부하는 "비시장경제적" 방식을 취할 수밖에 없다는 말일 것이다.
윤리경영의 최소한의 한계는 법의 선이다. 이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 그곳이 마지노선이다. 그러나 범법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윤리적인 경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윤리경영이란 법 이상의 것으로, 기업의 사회적 의무와 역할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맹자는 이렇게 말했다.
어린아이들이 부르는 노래 중에 "창랑의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발을 씻으리"라는 것이 있다. 공자가 이 노래를 듣고, "자네들 저 노래를 들어보게. 물이 맑을 때는 갓끈을 씻지만 흐리면 발을 씻게 되는 것이네. 물 스스로 그렇게 만든 것이지" 하였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람도 모름지기 스스로를 모욕한 연후에야 남이 자기를 모욕할 수 있는 법이며, 한 집안의 경우도 스스로를 파멸시킨 연후에야 남이 파멸시킬 수 있는 법이고, 한 나라도 스스로를 짓밟은 연후에야 다른 나라가 짓밟을 수 있는 법이다.
?
맹자의 철학을 빌려 기업에 빗대 말한다면, "한 기업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스스로를 파멸시킨 연후에야, 다른 기업이나 사법 기관이 파멸시킬 수 있는 것이다." 스스로 불러들인 재앙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윤리경영이란 경영자로서 자신이 선택한 길에 대한 자기 약속이며, 사회에 대한 자기 책임의 엄격함이며, 자신의 삶에 대한 정신적 자세다. 그것이 무너지면 더러운 물이 되어 사람들이 발을 씻을 것이고, 그것을 지키면 깨끗한 물이 되어 사람들이 우러러 갓끈을 씻을 것이다. 물 스스로 그렇게 하듯, 기업가와 경영자 스스로 그렇게 되는 것이다.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