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가격 하락 - 재앙인가 축복인가
2014년 중반 배럴당 평균 100달러였던 원유가가 2016년 2월 기준...




  • 2014년 중반 배럴당 평균 100달러였던 원유가가 2016년 2월 기준 평균 30달러로 추락했고, 2019년 3월 기준 50달러와 60달러대에 머무르며 소폭의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고 있다. 유가가 하락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경제적 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는 유가 하락의 원인은 무엇이며, 어떤 파급 효과가 있을까? 저유가 시대가 인류의 미래에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지 분석해 보자.


    디미국의 셰일가스shale 개발로 인한 에너지 혁명과 그에 의해 초래된 석유, 가솔린, 천연가스 가격의 하락 덕택에, 소비자 총 지출 중 ‘에너지 상품 및 서비스’ 항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12월 기준 3.92%로 하락했다.


    이것은 1959년의 미국 상무부 경제분석국BEA 공식 데이터보다도 낮은 점유율이다. 그리고 석유 가격이 계속 하락하면서 2016년 1~2월의 소비자 지출 중 에너지 항목 비중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거의 대부분의 경제 논평가들이 말하는 것처럼 이는 파산, 주식시장 붕괴, 디플레이션, 정치적 혼란을 몰고 올 나쁜 징조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그건 생산자의 관점에서 해석하기 때문이며, 생계비의 절감을 누리고 있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다를 수 있다.


    분명히 지속적인 유가油價 하락은 석유 자원을 소유한 이들의 부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러 전문가들은 이 붕괴를 ‘오일마겟돈Oilmegeddon(석유Oil와 아마겟돈Armageddon의 합성어)’이라고 평할 정도다. 그만큼 하락 폭은 엄청나고 특정 기업과 일부 국가들에게 실질적인 위협이 된다. 단기적으로는 세계적으로 엄청난 부의 붕괴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2014년 중반에 원유 가격은 배럴당 평균 100달러 정도였다. 2016년 2월말 기준으로는 30달러 수준으로 하락했다. 거의 70%의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석유 매장량의 가치 감소를 고려할 때, 단지 18개월 만에 전 세계 장부상 자산에서 100조 달러가 넘는 금액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보자. 전 세계 석유 매장량의 총 가치가 100조 달러 정도가 줄어들면, 이런 순 자산의 증발로 야기된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국부펀드가 증권을 청산함에 따라 주식 및 채권 시장이 하락세에 접어든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를 전부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2014년 중반 이래 석유 가격의 하락으로 인해 이미 2조 달러가 넘는 금액이 원유 생산자로부터 원유 소비자에게 이전되었다. 그리고 이는 대차대조표 상의 숫자가 바뀌는 것에 그치지 않고 손익계산서와 현금흐름표 자체에 실제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한다. 이 영향은 실제로 거대하고 광범위하게 미칠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석유는 사회가 의존하는 가장 광범위하고 필수적인 원자재다. 즉 우리의 일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 매년 생산되는 석유의 가치는 천연가스, 석탄, 철광석, 밀, 구리, 면의 가치를 모두 더한 것보다도 크다. 석유가 없다면 모든 산업이 붕괴한다. 특히 농업이 1순위가 될 것이다. 유가 인하로 인해 우리는 더 싸게 여행하고 먹고 입을 수 있고, 다른 곳에 돈을 쓸 수 있으며, 이는 곧 새로운 일자리의 창출로 이어진다.


    따라서 낮은 유가가 경제 악화의 중대한 원인이 아니라 단지 약화된 국제 경제의 한 증상에 지나지 않음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촉발한 가격 전쟁으로 인해 몇몇 석유 생산 및 탐사 회사는 폐업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설명하겠지만, 공급자의 곤란은 중기적 관점에서는 부분적인 유가 반등을 야기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 의미는 낮아진 에너지 가격이 OECD 국가들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생활수준을 높여준다는 점이다. 이런 생활수준의 향상 효과는 일시적이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OPEC과 러시아의 석유 부호들이 잡고 있던 통제권이 미국으로 되돌아가는 기술적 패러다임 전환의 부산물이기 때문이다.

    이 패러다임 전환의 주요한 기반은 셰일가스 혁명이다. 처음에는 셰일가스를 위해 개발되었으나 후에 석유 시추에 적용된 수평 드릴링과 향상된 수압 파쇄 기술의 결합 덕에 노스다코타North Dakoda와 텍사스 지역에서 석유가 흘러넘쳤다.


    이로 인해 30년 동안 생산량의 50%가 감소한 미국이 산유국 중 1위의 자리를 되찾게 됐다. 이는 근대 이후 가장 중대한 혁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로베르토 아길레라Roberto Aguilera와 마리안 라데츠키Marian Radetzki는 저서 <<석유의 가격The Price of Oil>>을 통해 셰일 혁명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고 예측했다. 비록 현재의 낮은 유가 때문에 여러 생산자와 탐사자 들이 파산하고 있고 비가동 상태의 굴착기도 많지만, 실제 생산량은 아주 적당한 수준으로 하락했을 뿐이다.


    이는 석유 추출 기술이 급속히 향상되고 비용이 빠르게 감소하기 때문이다. 일부 미국 생산자들은 배럴당 30달러 이하로 생산이 가능하고 몇몇의 경우엔 20달러도 가능하다. 매년 더 적은 굴착기로 오히려 더 많은 석유가 생산되고 있으며, 여러 혁신적 기술들은 그 발명자보다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고 있다.


    이 새로운 기술 기반의 패러다임 덕분에 지금의 셰일 산업이 미래의 석유 가격까지 억제하는 효과를 가진 것이다. 아길레라와 라데츠키가 주장하는 것처럼, 미국의 셰일 산업은 아직 초창기일 뿐이고 그 외의 다른 혁명도 진행 중이다. 비용만 적당히 맞출 수 있다면 셰일가스 덕분에 발달한 새로운 기술로 기존의 유전도 재시추가 가능하며, 이러면 완전히 고갈됐다고 여겨졌던 곳이 새로운 공급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그들은 또한 호주, 아르헨티나, 중국, 멕시코 같은 나라들도 미국의 셰일 산업에서 시작된 기술 혁명에 동참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아길레라와 라데츠키는 정치적 소요만 없다면 석유 가격은 2035년까지 배럴당 약 40~60달러 선의 저유가를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을 내놓는다. 이는 국제에너지기구와 미국 에너지정보국이 2035년의 석유 가격을 각각 128달러와 130달러로 예측한 것과는 극명히 대비된다.


    왜 유가는 그렇게 변덕스럽게 변하는 것일까? 아길레라와 라데츠키는 석유 고갈이 유가를 결정하는 주요한 요소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비록 현재 북해North Sea처럼 고갈되었음이 분명한 유전들이 있어도 말이다. 가격을 고정시키고자 하는 OPEC의 개입마저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마찬가지다. 다른 원자재에 비해 석유 가격이 훨씬 빠르고 변덕스럽게 오르는 원인은 자원에 대한 지정학적 통제권의 변화였다.


    석유 산업을 국유화하려는 움직임은 1960년대에 시작되었다. 현재 석유 매장량의 약 90%를 국유 기업이 보유하고 있다. 보유한 매장량의 측면에서만 보면, 미국과 영국의 석유 대기업인 엑손모빌ExxonMobil과 BP는 사우디아라비아, 베네수엘라,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나이지리아, 러시아 정부가 관할하는 기업에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다.


    식민지 시대 이후 국유화는 자원에 기반하는 여러 산업에 영향을 미쳤다. 광물과 금속 관련 기업은 고유한 비효율성이 드러나면서 1990년대에 사유화되었지만, 석유 회사에서는 그런 사유화가 발생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대부분의 석유는 정치인들이 쥐고 흔드는 기업에 의해 생산되는데, 이런 기업들은 혁신과 생산성에 대한 동기 부여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덕분에 사적 자금과 토지를 소유한 새로운 기업가들이 진입할 여지가 충분하다.


    첫째, 석유의 수요와 공급에 있어 상대적으로 아주 작은 변화만으로도 가격에 지속적으로 거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는 지난 세월의 가격 행태를 분석해 보면 드러난다. 미국 에너지정보국에 따르면 2013년 원유 공급과 수요는 평균 수요가 평균 공급을 단지 0.1% 초과했을 뿐 거의 균형이 맞았다. 2014년과 2015년에는 이 균형이 변화되어 2년간 약간의 과잉 공급이 일어났는데, 결국 심각한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2014년의 경우 평균 0.9%의 과잉 공급이 46%의 원유 가격 급락을 낳았고, 2015년에는 2.1% 과잉 공급으로 인해 가격이 32% 하락되어 2년간 총 63% 하락으로 귀결됐다.


    둘째, 석유 가격은 앞으로 상당히 오를 수도 있다. 일부는 가격이 배럴당 20달러, 심지어 10달러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다. 어떤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무엇이 가장 개연성이 있는지 결정해야 할 것이다.


    셋째, 낮은 유가에 의해 형성된 수요가 가격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지난 15년간 OECD 선진국의 석유 수요는 약간 감소한 반면, 개발도상국에서는 일일 석유 수요가 2,000만 배럴이나 증가했다. 2015년 전 세계의 일일 석유 소비량은 9,450만 배럴에 달했다.


    넷째, 가격이 하락세를 멈춘다 해도, 지정학적 긴장 상태가 공급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베네수엘라, 나이지리아, 리비아, 알제리 등은 모두 혼란 상태에 빠질 수 있고, 잠정적으로 석유 수출을 중단할 수 있다. 이는 시장의 공급 과잉을 곧바로 공급 부족 상태로 바꿀 수 있으며, 실적 하락보다는 실적 상승을 낳게 될 가능성을 훨씬 크게 만든다.


    다섯째, 석유 가격에 반전이 일어나면, 현재 석유와 석유 관련 주식의 하락을 예상하고 매도 포지션을 취하고 있는 대규모의 투자자들이 가격 반등에 따르는 손실을 줄이기 위해 재매입에 나서는 거대한 “쇼트 스퀴즈Short Squeeze”가 발생할 수 있다.


    OPEC의 생산 축소, 석유 기업의 지속적 생산 감축, 지정학적 요인들, 투자 정서의 변화 등으로 인해 석유 가격이 갑자기 급격하게 뛰어오를 수 있는 것이다.


    여섯째, 오늘날처럼 유가는 배럴당 60달러 수준으로 유지되겠지만, 2035년까지는 배럴당 70달러 이상으로 오르지 않을 것이다.


    미국 에너지 혁명의 기술이 석유 산업의 판도를 완전히 변화시켰다. 석유 가격이 배럴당 50달러 이상으로 오른다면, 신규 셰일가스 추출량과 기존 유정에서 복원된 석유가 시장에 풀릴 것이다. OPEC의 국영 기업들과는 달리 이 미국의 셰일 기업들은 생산량을 계속 끌어올릴 것이고, 결국 소비자에게 경제적인 이득이 돌아갈 것이다.


    일곱째, 에너지 가격의 붕괴 현상은 재앙의 전조가 아니라, 전례 없는 전 세계적 풍요에 공헌할 새로운 기술-경제 혁명의 시초로 봐야 한다.


    에너지 혁명으로 인해 미국에서 2035년까지 2,100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길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이 일자리 중 약 200만 개만이 에너지 산업 내에 생성될 것이며, 그 외는 모두 간접 산업에서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는 1인당 소득을 올릴 뿐 아니라 노동 참여율을 회복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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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ferences List :
    1. Ride the Wave: How 12 Technologies Will Change the World and Make You Rich by Fred Rogers and Richard Lalich is published by Crucial Trends Press. ⓒ 2013 Crucial Trends Press. All rights reserved.


    2. The Price of Oil by Roberto F. Aguilera and Marian Radetzki is published by Cambridge University Press. ⓒ 2016 Roberto F. Aguilera and Marian Radetzki. All rights reserved.


    3. Business Standard, February 16, 2016, “Saudi Arabia, Russia to Freeze Oil Output.” ⓒ 2016 Business Standard Private Ltd. All rights reserved.
    http://www.business-standard.com/article/international/saudi-arabia-russia-to-freeze-oil-output-116021601355_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