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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체기를 맞은 세계화, 과연 계속될까
세계화는 디지털 기술-경제 혁명이 시작되었음을 보여주는 의미심장한 제도적...




  • 세계화는 디지털 기술-경제 혁명이 시작되었음을 보여주는 의미심장한 제도적 발전이었다. 사상 처음으로 정보기술은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함께 어울리고 협력하고 소통하는 일을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닷컴 버블의 붕괴와 함께 시작된 혁명의 과도기 단계를 거치면서 세계화는 사실상 서서히 멈추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며,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될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세계화의 역사적 과정과 그 원동력을 살펴봐야 한다.


    ‘A.T.커니 글로벌 비즈니스 정책 협의회’는 가용한 데이터를 검토한 끝에 지난 세계화를 세 가지 단계로 구분했다. 세계적인 경제 상호작용은 분명 오래 전부터 이루어져 왔지만, “상품, 서비스, 자본, 인력의 국경을 초월한 이동”으로 정의되는 세계화 물결은 사실 1990년대 초 냉전 종식과 함께 시작되었다. 구舊소련 연방과 중국이 경제 자유화를 실시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경제 시스템에 통합되면서 세계화가 강력히 추진된 것이다.


    수십 년 동안 독립 분할되어 왔던 세계 경제의 통합이 가속화되었고, 이후 국제 무역은 85% 증가했고, 외국인 직접투자는 놀랍게도 580%나 급증했다. 1989년에서 2000년까지의 이 시기가 ‘세계화 1.0Globalization 1.0’에 해당된다.


    또 2001년부터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직전까지의 시기를 ‘세계화 2.0Globalization 2.0’이라고 한다. 이 단계에서 상품, 서비스, 자본, 인력의 국경을 초월한 이동은 끝없는 상승 궤적을 보였다. 그리고 2000년 미국 닷컴 기업들의 몰락, 2001년 9·11 테러로 인해 세계화는 일시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후 브릭스BRICS 국가들의 강력한 성장과 국제적 통합의 결과로 세계화는 빠른 반등세를 보였고, 다른 많은 소규모 신흥 시장Emerging Market은 세계화를 이끄는 새로운 엔진에 무한정 연료를 제공할 것처럼 보였다.


    2007~2008년의 기간 동안, 세계 무역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사상 최고치인 64.3%를 기록했으며, 외국인 직접투자에 유입되는 자금은 2조 2,000억 달러를 넘었다. 2005년과 2006년, 국제 증권 투자액은 과거 평균을 훌쩍 넘어 전 세계 GDP의 약 2%를 차지했다. 2007년은 여러 면에서 세계화가 절정에 이른 시기였지만, 당시 정점에 이른 무수한 경제 및 금융 지표가 이어진 금융위기로 인해 붕괴되었다.


    2008년과 2009년의 세계적 금융위기와 불황은 이전의 위기들보다 세계화에 심각한 타격을 안겼다. 미국 금융 부문을 거의 붕괴시키고 전 세계 금융 및 주택 시장에 연쇄 파장을 일으킨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세계 경제의 생산성뿐 아니라 세계화에 필수적인 국가 간의 경제적 연계에 해악을 끼쳤다. 그 결과 세계화의 모든 주요 경제지표는 절대 수치뿐 아니라 세계 GDP 점유율 면에서도 모두 하락했다.


    2009년 정체기를 보인 후, 2010년 세계 경제는 신흥 국가들, 특히 중국의 경제력 덕을 톡톡히 본 덕분에 성장세를 회복했다. 신흥국가들은 선진국에 비해 세계 금융위기의 영향을 덜 받았다. 2009년 이들 국가는 전반적으로 3%의 긍정적인 GDP 성장률을 유지한 반면, 선진국들은 3%가 줄었다. 비록 신흥 국가들이 수출품의 수요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자본 회전이 둔화되었지만, 이들은 대체로 선진국의 경제 혼란으로부터 자국을 분리시키고 서로 무역 거래와 투자를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7년이 지난 뒤, 수많은 신흥 시장의 성장 모델에서 극심한 균열이 보이기 시작하고 있으며, 이들 국가의 2015년 GDP 성장률은 2009년 이후 최저치로 하락했다.


    대다수 선진국의 계속되는 저성장 기조와 함께 신흥 시장마저 성장이 둔화되었다는 사실은, 세계 경제가 바닥을 쳤던 2009년에 이미 세계화의 행진이 멈췄고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는 점을 입증한다. 그 요인 중 한 가지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등 몇몇 지역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경제가 이미 세계화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구소련 연방을 비롯해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사이에서 갈등했던 나라들이 성장의 잠재력으로 활약했던 1990년대, 또 브릭스가 두 번째 세계화 물결을 이끌었던 2000년대와는 대조적인 양상이다.


    2009년 이후 세계적인 정체기 동안, 실질 세계 경제 성장률은 약 2%로 둔화되었다. 3%에 가까웠던 세계화 1.0, 2.0 단계와 비교했을 때 바람직하지 않다. 그리고 이런 의문을 낳는다.


    “세계화가 멈춘 뒤에는 어떻게 될까?”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까?”


    2009년 이후 지긋지긋하게 지속된 세계적 정체는 몇몇 중요한 면에서 세계화 1.0 및 세계화 2.0 단계와는 사뭇 다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지금의 세계 경제 질서는 전 세계 기업 환경을 재구성하는 5가지 새로운 동력들로 뒷받침되고 있다. 이 새로운 동력들 중 두 가지는 이전 세계화 기간 동안 발생한 발전의 결과이며, 지금 겪고 있는 정체 현상의 초석이기도 하다. 나머지 세 가지는 이번 위기 이후 발생한 독립적인 동력으로, 글로벌 기업들에게 적용되는 새로운 법칙이라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새로운 동력은 풍족함의 향상이다. 신흥 시장과 프런티어 시장Frontier Market(신흥 시장보다 개발이 덜 된 국가들)에 속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글로벌 인력에 포함되었고, 이들 국가의 가계는 급격하게 풍족해졌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1990년 이후 신흥 국가와 프런티어 국가의 구매력 평가지수에 의거한 1인당 소득은 300% 이상 증가했다. 그 결과 구매력 평가지수 기준으로 봤을 때 신흥 시장 및 프런티어 시장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36%에서 현재 57% 이상으로 늘어났다. 개인 소비 역시 신흥 시장에서 급격히 증가했다. 국제 정치·경제 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conomist Intelligence Unit의 통계에 따르면, 1995년 신흥 시장의 개인 소비가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불과했지만, 2015년에는 30%에 육박했다.


    신흥 시장에서 높아진 풍족함은, 역설적으로 국제 무역의 감소를 낳을 수 있다. 예전의 저임금 제조국 중 다수가 경제적으로 발전하고 소득수준이 높아졌으며, 임금 역시 상승했다. 이런 시장에서 인건비가 상승하면 점차 생산 시설을 자국과 가까운 곳으로 이전하게 된다. 미국의 ‘리쇼어링re-shoring’ 현상이 이미 그러한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자국 시장 내에서 생산이 증가하면 상품의 국제 무역이 감소할 것이다. 더구나 신흥 시장에서 증가하는 풍족함은, 경제적 이유로 발생하는 국제적 인구 이동의 감소 요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특히 지금처럼 주요 선진국의 경제적 전망이 불투명한 거시적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한편으로 신흥 시장의 풍족함은 국제 관광산업의 핵심 요인이기도 하다. 특히 중국은 관광산업의 수요 증가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2012년에는 국제 관광산업에서 미국을 제치고 최고 소비국에 올라섰다.


    두 번째 동력은 지식 경제Knowledge Economy의 부흥이다. 최근의 기술 발전 덕에 다음과 같은 지식기반 자본의 중요성이 훨씬 높아졌다.


    ▶ 데이터베이스 및 소프트웨어 등의 전산화된 정보


    ▶ 저작권, 연구개발R&D, 특허와 같은 혁신 자산


    ▶ 경영 노하우 및 브랜드 구축 등의 경제적 역량


    지식 경제는 대량생산 경제가 정점에 이르렀던 1971년에 이미 시작된 디지털 기술-경제 혁명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기술 및 인적 자본의 혁신과 성장이 주도한 지식 경제는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 주목을 받았다. OECD 국가에서 지식기반 자본 투자가 1997년에 처음으로 물적 자본(기계와 운송수단)에 대한 투자를 넘어섰으며, 이후 더욱 높은 비율로 증가해왔다.


    흥미롭게도 지식 경제의 부흥이 오히려 국제 상품 무역을 감소시킨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보다 정교해진 산업용 로봇은 저임금 시장에 상품 생산을 아웃소싱해야 할 필요를 감소시켰다. 생산 공장이 어디에 있든 공장 가동에 많은 인력이 필요치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적층가공 또는 3D 프린팅의 급증 때문에 기업들이 굳이 해외에 생산 시설을 둬야 할 이유가 없어지고 있다. 기술이 발전하고 비용이 절감되면서 이러한 트렌드는 심화될 것이다. 아마존과 UPS 같은 기업들은 개인 맞춤형 상품의 신속한 배달을 원하는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3D 프린팅 기술의 적용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국제 서비스 무역의 경우엔 지식 경제 덕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보기술의 발전, 특히 인터넷의 활용 덕에 최근 B2B 서비스 거래가 성장할 수 있었으며, 중소기업들도 폭넓게 아웃소싱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세 번째 동력은 지속되는 거시경제의 침체 현상이다. IMF, 세계은행, G20은 최근까지도 세계 경제의 성장과 번영에 대한 장기적 전망에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대다수 주요 선진국들이 계속해서 기대 이하의 실적을 내고 있으며, 신흥 시장의 약점과 변동성에 대한 위험도 커지고 있다. 특히 중국의 성장세 둔화, 유럽의 부진한 회복세가 세계 경제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실정이다. 다음의 사실들을 살펴보자.


    ▶ 중국의 거시경제적 성과는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세계에서 가장 빈곤한 국가 중 하나였던 중국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세계 경제 역사상 그 어떤 국가보다 빠르게 발전해 왔다.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으나 2000년부터 2010년까지 매년 평균적으로 10%의 경제 성장을 이루는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변모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 몇 년 사이 중국 경제는 둔화되었고,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은 중국의 경제 성장이 향후 평균 6%에 그칠 것이라 예측한다. 이는 세계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으며, 중국의 정책 결정권자들에게 경제 활성화에 대한 압력이 가해졌다. 하지만 최근 중국 주식시장의 불안정과 정부의 개입 실패는 중국 정부의 성과 통제 지배력에 의구심을 갖게 만들었다. 중국의 경제 성장이 6% 정도로 안정되느냐 더 하락하느냐와는 상관없이, 세계 경제가 이 저성장 기조에 영향을 받을 것이란 사실은 분명하다.


    ▶ 이와는 대조적으로, 미국은 셰일가스 호황, 소비자 수요 증가, 금융 안정성 향상 등 다수의 요인에 힘입어 마침내 경제 부활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탄탄한 경제 요인들 덕분에,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은 미국의 경제 성장이 향후 3년간 평균 2.4%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렇게 상대적으로 활발한 성과가 비즈니스의 기회도 창출할 것이다. 예를 들면 미국 소비자들이 국가 경제 회복에 확신을 가지면서 그간 억눌렸던 내구성 상품과 고가 소비재에 대한 수요가 고개를 들 수 있다. 이에 더하여 달러 강세로 인해 저렴해진 수입 비용과 국내 에너지 비용 덕에 미국에서 사업하기 더 좋은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다.


    ▶ 세계 최대의 경제 블록인 유럽연합EU의 경제성과는 세계 경제 환경에 상당히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2009년 시작된 국가부채 위기는 아직 완전하게 해결되지 않았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트 유닛은 EU의 경제 성장이 향후 3년 동안 평균 1.8%에 그칠 것으로 예측한다. 높은 실업률은 EU의 안정성과 경쟁력을 저해하는 가장 심각한 위협 요소 중 하나다. IMF는 2015년 프랑스의 실업률을 10.2%, 그리스와 스페인은 각각 26.8%와 21.8%로 추정했다. 이런 저성장 저고용 환경은 유럽인들의 소비 의욕과 소비 수준을 감소시키고 유럽 시장의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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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듯 세계 최대의 세 경제 주체들을 둘러싼 다양한 성장 전망과 엇갈리는 예측은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을 끊임없이 부채질하고 있다. 2015~2020년 동안의 연간 세계 경제 성장률은 대략 2% 이하일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선진국에서 세금 및 규제 정책의 극적인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경제 및 금융 분야의 퇴보와 심각한 불균형 탓에 앞의 전망은 더욱 축소될 수 있다. 그 결과 세계 경제가 과연 다시 강력하고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일 수 있을지에 대한 논쟁이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다.


    신흥 시장과 프런티어 시장 역시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2015년 6월 내놓은 ‘세계경제전망Global Economic Prospects’을 통해 세계은행은 세계 경제 성장에 대한 신흥 시장과 프런티어 시장의 기여도가 2011~2014년 기간 동안 정점에 달했으며, 이제 이들 시장도 생산가능 인구, 생산성, 투자가 약화되며 앞으로 수년 동안 “구조적 둔화”를 맞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렇게 특별한 관심을 두게 되는 이유는, 신흥 시장이 세계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 안정화에 도움을 줬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이들 시장이 세계 비즈니스의 성장에 새롭고 지속적인 원천이 될 것이라는 일반적인 통념이 자리 잡아 왔다. 하지만 혹독한 세계 경제 환경을 경험한 비즈니스 리더들은 보다 안전한 선진 시장에 투자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이런 경향이 2015년 A.T.커니의 ‘국가별 외국인 투자 신뢰지수’에 반영되어 있는데, 상위 25위 국가들 가운데 약 3/4은 신흥 국가가 아닌 선진국이었다.


    지속되는 침체와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최근 수년 동안 세계화가 정체된 주된 이유다. 외국인 직접투자가 저조한 첫 번째 이유는 거시경제 전망에 대한 확신의 부족이다. 해외 증권 투자에도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거시경제의 안전성에 대해 비즈니스 리더들이 우려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진국들이 세계 증권 투자에서 상당한 부분을 계속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은 그리 놀랍지 않다.


    네 번째 동력은 지정학적 대립으로의 회귀와 관련이 있다. 지정학적 긴장은 분쟁 지역의 시장뿐 아니라 이웃 국가들, 또한 세계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오늘날 주요 지정학적 분쟁 지역에는 러시아와 동유럽, 동아시아와 중동이 포함되어 있다.


    지정학의 회귀는 세계화에 복잡 미묘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편으로는 국가 간 무역과 투자 흐름을 감소시킬 것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국가 간 인구 흐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UN 난민고등판무관의 2015년 발표에 따르면 5년째 계속되고 있는 시리아 내전으로 인해 700만 명 이상의 국내 난민과 400만 명 이상의 국제 난민이 발생했다고 한다. 최근까지 시리아의 이웃 국가들이 이들 중 대부분을 수용해 왔는데, 수백만 명 이상이 레바논과 터키로 넘어갔다. 하지만 이런 이동은 유럽과 기타 지역으로 계속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관리 가능한 정도의 숫자로 이주하는 경제적 이민과 이러한 난민 유입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2015년 11월 파리 테러 이후, 무슬림 이주자 및 망명 신청자에 대한 극우파들의 정치적 반발로 인해 유럽과 영국에서의 이민자 문제는 더욱 복잡해졌다.


    다섯 번째 동력은 고조되는 국수주의와 보호무역주의다. 세계 경제가 확장되던 시기에 글로벌 공급망의 연계로 이익을 얻고자 했던 국가들이 주도한 시장 자유화와 경제 통합은, 경제 성장이 둔화되어 각국이 자국의 지역적 경제성과 개선에 골몰하는 시기를 맞아 또 다른 긴장감을 낳을 수 있다. 경제활동에 대해 국제적 장벽을 낮추자는 합의가 이뤄진 지 수십 년이 지난 지금, 나라마다 금융 규제, 인터넷 통제 정책, 이민 제한, 무역 장벽을 포함한 해외 활동의 장애물을 새롭게 마련할 가능성이 더 커지고 있는 추세다.


    세계 금융위기로부터 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많은 선진국들이 경제성장 침체, 실업률 증가, 소득 불균형 심화에 시달리고 있다. 선진국 정부들은 중산층의 수입을 높이고 일자리를 마련하는 일에 매달려 왔다. 특히 해외 노동자와 신기술과의 경쟁으로 일부 야기된 측면이 있는 소득 불균형 등에 대한 우려는 자국 우선주의 정치와 국수주의를 부채질했다. 이런 경제적, 사회적 문제가 유럽에서는 좌우익 급진 세력의 등장을, 미국에서는 양극화와 교착 상태를 불렀다.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에서 소위 ‘아웃사이더’나 비주류 후보자 및 정당의 인기가 높아지는 현상은, 사람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세계 경제 질서에 대한 대중들의 정서가 표출된 결과다.


    이러한 추세는 비단 선진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다국적 기업들은 러시아, 중국, 브라질, 터키 등 신흥 시장 소비자들 사이에서 서구 브랜드를 멀리하고 자국의 상표를 애용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국수주의의 심화도 이런 추세의 한 원인인데, 소비자들은 자국의 비즈니스와 브랜드를 지원하기 위해 국제적인 제품이나 서비스 대신 국내 대체 상품을 더 선호하게 된다. 때로 국내 브랜드가 신흥 시장 소비자들에게 보다 나은 가치 제안을 제공하기도 한다. 일례로, 중국의 전자 기업 샤오미Xiaomi는 2010년 설립 이래 빠르게 성장하여 2014년 중국에서 최대의 스마트폰 판매 기업이 되었다. 비록 샤오미는 애플의 마케팅 기법을 따라한다는 비판을 받아왔고 경쟁사인 에릭슨Ericsson으로부터 특허 침해로 고소를 당했지만, 외국 제품보다 저렴한 비용에 가치가 높은 대체품을 선보이면서 중국 내에서 계속 번창하고 있다.


    국수주의가 대두되면서 각국 정부는 다양한 거시경제적, 지정학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무역 규제와 외국인 투자 규제 강화, 통화 평가절하 등 보호무역 정책을 내놓고 있다. OECD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세계 금융위기 이후 G20 국가들은 수천 건의 새로운 무역 규제조치를 내놓았고, 이 중에서 불과 282건만이 이후 폐지되었다.


    국수주의 및 보호주의 정책과 태도는 세계화에 방해 요인이다. 이들은 국제 무역과 투자 흐름을 감소시키며, 해외 시장으로의 거래 확대와 소비자 선호 이동을 막는 각국의 정책들은 사업에 저해 요소가 된다. 또한 국수주의가 심각해지면 이민자들이 거부감을 느끼고 일부 국가에서는 차별과 폭력의 위험에까지 노출되어, 해외 이주에 대한 수요도 감소할 것이다. 이러한 추세를 고려해볼 때,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정치학자를 고용하고, 지정학적 브리핑으로 이사회를 시작하며, 전직 외교관, 비밀정보원, 군 지휘관들의 조언을 구하는 모습은 낯선 풍경이 아니다.


    이에 향후 세계화에 대해 우리는 다음과 같이 전망한다.


    첫째, 현재의 세계화 정체 현상은 계속 유지되겠지만 길게는 가지 못할 것이다.


    원래 ‘현상 유지’란 것이 본질적으로 불안정한 것이기에, 보다 안정적인 미래로 자연히 이동할 것이다.


    둘째, 제5차 기술-경제 혁명이 전개되면서 우리는 A.T.커니가 ‘세계화 3.0Globalization 3.0’라고 명명한 새로운 시대로 들어설 것이다.


    최근 <세계화에서 고립화로>라는 보고서에서, A.T. 커니 글로벌 비즈니스 정책 협의회는 경제 성장과 국수주의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가능한 4가지 선택적 미래를 제시했다.


    ▶ 가장 가능성이 높은 첫 번째 미래는 국가 간 통합이 새롭게 시작되는 ‘세계화 3.0’으로, 앞서 언급했던 여러 구조적 문제점들을 해결할 것이다.


    ▶ 두 번째는 ‘양극화Polarization’로 지정학적 긴장과 경제적 경쟁으로 지구촌 경제가 분할되었던 과거로의 회귀를 의미한다.


    ▶ ‘고립화Islandization’가 세 번째로 가능성이 높은 미래이며, 전 세계 주요 경제국가에서 국수주의가 지지를 얻게 되고, 극단적인 보호무역 정책으로 이어지면서 세계 경제 거래가 급격히 줄어드는 시나리오를 뜻한다.


    ▶ 네 번째 가능한 미래는 ‘공통화Commonization’로, 그 어느 때보다도 더 과거와 단절되는 미래다. 적층가공 기술과 공유 경제를 통해 새로운 세계적 기준이 등장할 것이며, 그와 함께 가까운 과거를 지배해 온 소비 자본주의가 쇠락할 것이다.


    셋째, 디지털 기술-경제 혁명이 지난 250년 동안 우리가 지켜봐 왔던 기술-경제 혁명의 패턴을 벗어나지 않는 한, 트렌드의 융합을 통해 세계화 3.0에 들어설 것이다.


    그 혁명은 다음과 같은 4가지 세계화 추진 요인을 촉발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 우선 미국, 중국, EU에서 소비자 수요가 강력한 성장세를 보이며 세계화 3.0이 시작될 것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뚜렷한 경제 회복세는 세금과 규제 변화로 유지될 것이며, 세계 최대 소비자 시장인 미국에서 (특히 밀레니엄 세대가 가정을 꾸리고 소비 지출을 늘리는 시기에 진입하면서) 상품과 소비재에 대한 세계적 수요를 창출할 것이다. 이와 동시에 중국 공산당도 앞으로 몇 년 간 대략 6%대의 저조하지만 안정적인 ‘뉴노멀new normal’ 성장세를 유지한다는 계획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을 성공적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베이징 역시 중국의 도시 중산층을 위한 수입 소비재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투자와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에서 소비 주도 경제로의 계획된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행하기 시작할 것이다. 또한 EU는 마침내 오랫동안 계속되어온 국가 부채 위기에서 벗어나 고급 제품과 서비스 수출, 수입 소비재의 수요를 통해 다시 세계 경제 성장의 동력이 될 것이다.


    ▶ 세계 최대 경제 주체 3곳이 약진하고 중국이 더 이상 “세계의 제조공장” 역할을 지속하기에는 인건비가 지나치게 상승했기 때문에, 다국적 기업들은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를 세계화의 다음 개척지로 여길 것이다. 나이지리아, 케냐, 에티오피아, 가나 등의 정부는 세계 공급망에 진입하기 위해 운송, 전력, 통신 기반시설에 대해 막대한 투자를 시작할 것이다. 이런 기반시설은 결국 아프리카가 서로 교류하고 잠재력이 엄청난 경제적 가능성을 드러낼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시장이 경제 성장을 누리고, 젊은 인력에게 더 좋은 취업 기회가 제공됨에 따라 아프리카의 신흥 중산층은 세계적인 소비 수요 증가와 세계화를 이끌 것이다.


    ▶ 새롭게 재편된 세계 성장과 지정학적 긴장의 감소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 논의된 새로운 무역 협정을 추진하는 데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다. 최근 실시된 여러 무역 협정의 주요 조항들이 새로운 글로벌 협정으로 통합될 것이다. WTO는 국제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고 서비스 무역을 자유화하는 일 외에도 상품의 무역 거래 장벽을 낮추는 등 중요한 이슈를 다루는 “21세기형 협정”을 보유하고 있다.


    ▶ 세계화 3.0의 마지막 요인은 정보통신 기술의 광범위하고 급속한 확산이다. 과거 정보기술의 향상, 특히 인터넷과 그로 인한 세계 상호 연결의 증대는 이전의 세계화를 가능하게 했으며, 특히 2차 세계화 시기에는 인터넷 사용자들이 2000년 4억 명에서 2008년 16억 명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세계화 2.0 시대에 시작된 수많은 사내 경영 관련 직군(회계, IT 지원, 고객 서비스)의 원활한 아웃소싱은, 정보기술 분야에서 이전보다 급격한 변화가 이루어지면서 세계화 3.0에서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2015년 전 세계 인구 중 온라인을 사용하지 않는 57%도 페이스북, 구글, 스페이스엑스와 같은 기업들이 개척한 무선 네트워크 기술 덕택에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런 신기술에는 고고도 기구High-altitude balloon, 드론, 우주기반 자산Space-based asset 등이 있다.


    넷째, 경쟁 환경이 더 심화되고 세계화 1.0, 2.0 시대에 비해 다양해지겠지만, 다국적 기업들은 세계화 3.0 시대에도 여전히 번성할 것이다.


    신흥 시장에 기반을 둔 거대 혁신 기업들은 세계 비즈니스 환경에 대대적인 지각 변동이 이루어지면서 해외로의 확장을 성공적으로 이뤄왔다. 하지만 비록 제품 생산의 중심이 다른 지역으로 옮겨갔다 하더라도(중국보다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로), 전반적인 세계 비즈니스 전략은 대체적으로 과거 세계화 2.0 시대와 다르지 않다. 신흥 시장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계속해서 증가하면서, 새롭게 성장하는 소비 시장에서의 기회도 많아졌다. 그리고 각국 정부도 점차 세계화되어가는 경제 환경에서 경쟁하기 위해 규제와 기준을 비슷하게 맞추려 노력해 왔기 때문에, 다국적 기업들의 규제 관련 비용도 상대적으로 낮아진 편이다.


    다섯째, 그럼에도 세계화 3.0과 제5차 기술-경제 혁명에 걸림돌이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공공정책 결정자들이 경제 제도의 진화에 대해 여러 올바른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이 세계화 3.0의 관건 중 하나다. 세계 경제의 전반적인 미래는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다음 두 가지는 분명하다.


    ▶ 첫 번째는 소비자, 유권자, 정책 결정자들이 지금 내리는 결정이 앞으로 펼쳐질 세계 경제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기업인들은 전 세계 주요 시장에서 세계 경제 질서의 신호를 나타내는 선행 지표를 주시해야 한다.


    ▶ 두 번째는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를 불확실한 상황에서 미래에 대비하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하고 다층적인 비즈니스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앞으로 몇 달, 몇 년 동안 전개될 다양한 요인들을 신중하게 관찰하는 기업이 미래를 앞서 나갈 수 있다.


    현재의 세계적 정체기가 끝나고 새로운 경제 질서가 들어서면, 조직의 통찰력과 민첩성이 새로운 환경에서 승패를 나누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 *

    References List :
    1. To access the report “Globalization to Islandization,” visit the A.T. Kearney website at:
    https://www.atkearney.com/documents/10192/7077649/From+Globalization+to+Islandization.pdf


    2. For more information about the A.T. Kearney Foreign Direct Investment Confidence Index®, visit their website at:
    https://www.atkearney.com/research-studies/foreign-direct-investment-confidence-index/2015/public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