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누비는 자율주행 공유 자동차
한때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의 소재로 여겨졌던 자율주행 자동차가 우리 현...




  • 한때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의 소재로 여겨졌던 자율주행 자동차가 우리 현실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약 100년 전에 폭발적인 대중화의 길을 걸었던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공유화된 자율주행 차량의 도입은 사회와 경제를 관통하는 거대한 충격파를 양산하고 교통 정책, 보험, 환경 문제에 이르기까지 관련 생활양식과 산업 전반의 재편을 촉발할 것이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앞으로 열어 나갈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가 돈을 투자하는 다른 자산들과 비교했을 때, 자동차는 활용도가 낮은 편이다. 주로 피크 타임, 출퇴근 시간에 이용하고 하루 중 10% 이상 쓰는 경우가 드물다. 사실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에 자동차를 이용하는 시간이 1시간 미만이다.


    사람을 태울 수 있는 수용력도 충분히 사용되지 않는다. 자동차의 승차 정원을 꽉 채우는 경우가 드물고, 보통 운전자 한 사람만 타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출발해서 도착할 때까지, 편안히 마음대로 이동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그런 비효율을 감수한다.


    하지만 머지않아 카셰어링Car Sharing(차량 공유) 및 승차 공유와 같은 교통수단 공유 서비스와 자동차 자율주행 기술이 결합되면서 100년가량 이어져 온 비효율성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비교적 최근까지도 개인적인 카셰어링 및 카풀Carpool을 비롯한 교통수단 공유 서비스는 대개 정형화되지 않았고 즉흥적으로 이용되는 편이었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 조합의 형태로 운영되거나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차량 공유 모델이 등장했다.


    새로운 차량 공유 환경에서 사람들은 공유된 차량을 필요한 경우에만 예약하고 접근하여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서비스에 대한 가격은 주로 이용 시간 또는 주행 거리를 기준으로 책정된다. 전통적인 렌터카 서비스와 택시 중간쯤 위치해 있다고 할 수 있는 이런 비즈니스 모델은 꼭 소유하지 않아도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특히 도시 지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과 전용 앱 서비스의 등장에 힘입어 차량 공유 산업은 인기도 면에서나 서비스의 품질 면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였고, 현재 세계적으로 성공 사례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동시에 차량 공유 서비스는 기술적으로도 한층 정교해졌는데, 특히 앱 기반 맞춤형 서비스에서 두드러진 발전을 보였다. 이렇게 하여 택시와 비슷한 형태의 서비스가 제공될 수도 있고, 혹은 개인 간에 실시간으로 차량을 공유할 수 있는 P2P 형태로 나아갈 수도 있다. 앱 기반 차량 공유를 비롯한 승차 공유가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해당 분야에서 개척자 역할을 담당한 기업들은 수십억 달러의 시장 가치를 지니게 됐다.


    하지만 이 모든 서비스를 이용하더라도 결국은 운전자가 필요하다. 따라서 이 비즈니스 모델이 다음 단계로 어떻게 진화해 갈 것인지, 즉 자율주행 기술을 어떻게 채용할 것인지 살펴보는 게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자율주행 공유 차량이 세계 각 지역에 미칠 경제적 영향력을 측정하기 위해, OECD 산하 국제운송포럼은 여러 연구진으로 하여금 광범위한 조사를 수행하도록 했다.


    그들은 자율주행 공유 차량의 배치가 끼치는 영향을 다음의 5가지 상황 하에서 종합적으로 연구했다.


    ▶ 첫 번째로 미국 텍사스 오스틴 정도 규모의 도시에서 기존의 일반 차량들과 함께 자율주행 공유 자동차들을 조사했다.


    ▶ 두 번째로 싱가포르에서 개인 소유 차량을 모두 없애고 이를 자율주행 공유 차량으로 완전히 대체할 경우의 시나리오를 연구했다.


    ▶ 세 번째로 통행 실태 조사로부터 추출한 교통량 분포도를 토대로 하여 뉴저지에서 자율주행 택시의 운행이 어떻게 이뤄질지를 모델화했다. 이렇게 산출한 교통량은 실제 뉴저지 사람들이 매일 발생시키는 실제 교통량과 거의 일치한다.


    ▶ 네 번째로 뉴욕시에서 자율운행 택시의 승차 공유가 뉴욕시 전체의 택시 운행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영향력을 연구했다. 이를 위해 한 해 동안 도시 내 모든 택시의 상세한 출발지, 도착지, 운행 시간을 살펴보고, 이 교통량 중에서 공유될 수 있는 부분이 얼마인지를 조사했다. 그 이유는 차량 이용자들이 대개 동일한 지역에서 동일한 도착지로 동일한 시간 동안 이동하는 성향을 보이기 때문이었다.


    ▶ 다섯 번째로 각기 환경이 다른 세 지역에서 공유되고 자율 주행되면서 중점적으로 배치된 차량들의 이동 현황을 대상으로 삼았다. 이 세 지역은 각각 미국의 중간 규모의 도시인 미시건 주 앤 하버, 인구밀도가 낮은 교외 개발지역인 플로리다 주 밥콕 랜치, 그리고 인구밀도가 높은 대도시인 뉴욕 맨해튼이었다. 연구대상 지역의 교통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평균 주행 거리, 교통량 발생률(시간당 통행량 등), 이동 속도 등의 통행 실태 조사 데이터를 활용했다. 대기행렬, 네트워크, 시뮬레이션 모델을 조합해 통행 패턴과 차량 요구 수준을 계산해 냈다.


    이상의 연구들을 기반으로 하여, OECD 연구진은 약 56만 5,000명이 거주하며 85제곱킬로미터 내에서 매일 120만 건 정도의 통행량이 발생되는 포르투갈 리스본을 대상으로 전면적인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이 연구는 자율주행 공유 차량이 대규모로 도입되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변화를 파악하고자 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자율주행 자동차의 개념을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눴다.


    ▶ 택시봇TaxiBots | 동시에 여러 명의 승객이 이용(승차 공유 방식)


    ▶ 오토봇AutoVots | 승객 1명만 타고 내리기를 반복(차량 공유 방식)


    연구자들은 자율주행 차량의 전면적 도입이 차량 수, 통행량, 주차공간에 끼치는 영향을 출퇴근 피크 타임과 24시간 동안의 평균치, 둘로 나눠 살펴봤다.


    이 포괄적인 시뮬레이션 결과는 대단히 충격적이다.


    1. 10%의 차량만으로도 기존과 거의 동일한 통행 수요를 소화할 수 있다. 수용 가능 인원이 많은 대형 대중교통 수단과 택시봇을 같이 운행시키면 중간 규모의 유럽 도시에서는 약 90%의 자동차를 없앨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한 대중교통 수단 없이 1인승 오토봇을 이용할 경우에도 거의 80%의 차량이 필요 없었다.


    2. 자율주행 공유 차량의 시대가 오면 전체 자동차 통행량은 증가할 것이다. 택시봇 시스템을 대형 대중교통 수단과 병행 운영할 경우 현재의 주행 거리가 6% 증가될 것으로 예측되는데, 개인 차량과 택시뿐 아니라 버스가 제공했던 서비스 수요까지 대체할 것이기 때문이다. 오토봇 시스템을 사용하고 대형 대중교통 수단이 병행 운영되지 않는다면, 차량의 주행 거리는 거의 두 배로 증가한다. 이는 대중교통이 처리해 왔던 이동 수요가 전환되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3. 시스템을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교통 혼잡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진다. 대형 대중교통 수단과 병행 운용되는 택시봇 시스템은 현재 피크 타임 시 운행되는 차량 중 65%를 줄일 수 있다. 대형 대중교통 수단 없이 오토봇 시스템을 운영할 경우에도 여전히 23%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피크 타임 동안의 전체 차량 주행 거리는 현재보다 늘어날 것이다. ‘택시봇+대형 대중교통 병행’ 시나리오일 때는 그 증가분이 상대적으로 낮은 9%에 불과하지만, ‘오토봇+대형 대중교통 없음’의 경우라면 증가율은 무려 103%에 달한다. 기존 도로 상황을 고려한다면, 9% 증가는 감당할 수 있겠지만, 103%라면 그렇지 않을 것이다.


    4. 주차 공간의 수요가 감소하여 현재 주차장으로 이용되는 공유지와 사유지를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연구된 모든 시나리오 상에서 자율주행 차량의 도입으로 노상 주차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확보되는 여유 공간은 무려 축구장의 210배에 달하며, 리스본 같은 중간 규모 도시라면 도로변 공간의 약 20%에 해당하는 크기다. 뿐만 아니라, 도로 외 별도 주차 공간도 80% 정도를 줄일 수 있어, 보다 가치 있는 용도로 활용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5. 택시봇의 승차 공유 모델이 오토봇의 차량 공유 모델보다 더 많은 자동차를 대체할 수 있다. 동일한 이동 수요를 소화하는 데 있어 오토봇 모델이 더 많은 차량을 필요로 한다. 또한 오토봇 모델로 그 수요를 충족시키려면 이동 경로의 전환도 이뤄져야 한다.


    6. 대중교통 수단의 가용 여부가 자율주행 차량의 수요량에 영향을 미친다. 대형 대중교통 수단이 없을 경우, 그러한 수단이 함께 제공됐을 경우와 비교하면 택시봇과 오토봇이 각각 18%와 26% 더 필요하다. 대중교통 수단이 없으면 택시봇 시스템에서는 5,000대, 오토봇 시스템에서는 1만 2,000대의 차량 수요가 추가로 발생한다. 자동차 주행거리도 각각 13%와 24% 더 늘어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사실에 기반하여 앞으로 일어날 여덟가지를 예측해본다.


    첫째, 자율주행 공유 자동차로의 전환을 관리하는 데는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만약 주행 차량 중 절반만 자율주행 공유 차량으로 운행되고 나머지는 기존 차량이라면, 전체적인 자동차 통행량은 오히려 30~90% 가량 증가할 것이다. 대형 대중교통 수단을 병행 운영한다고 해도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 피크 타임만 보면, ‘택시봇+대형 대중교통 수단 병행’ 시나리오를 제외한 모든 경우에서 전체 차량 수요가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둘째, 자율주행 차량의 도입은 현재 우리가 아는 대중교통의 형태를 확 바꿔 놓을 것이다.


    중소도시 수준에서는 자율주행 공유 자동차가 전통적인 대중교통의 수요를 완전히 대체하리라 보면 된다.


    셋째, 자율주행 공유 자동차가 도시 내 이동성에 끼칠 영향은 어마어마할 것이며, 이는 교통수단의 배치 및 정책 선택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이 교통 정책은 차량의 유형과 규모, 대중교통과 공유 차량 간의 혼합 이용 문제뿐 아니라, 나아가 도시의 차량 통행량, 교통 정체, 배기가스 배출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넷째, 여유 공간이 제공하는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관리가 요구된다.


    공유 자동차의 도입은 도시 내에 상당한 여유 공간을 확보해 줄 것이다. 과거의 경험에 비춰 볼 때, 이런 여유 공간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사전 대책이 반드시 마련되어 시행돼야 한다. 이 공간들을 각각 구체적으로 배송 구역, 자전거 도로, 보행도로 확장 등 상업용이나 복지용 공간으로 지정, 할당하는 것도 관리 전략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별도 주차 공간에서 발생하는 여유 공간은 배송 센터처럼 도시 물류용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교통안전 부문은 분명 개선되겠지만, 환경 개선 여부는 자동차 기술에 달려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대규모 보급은 전체적인 차량 통행량을 증가시킬 수 있지만, 사고 발생횟수와 사고의 강도를 모두 감소시킬 가능성이 높다. 환경에 끼치는 영향은 운행거리 당 배출되는 배기가스와 연관되어 있기에, 보다 연비가 높고 보다 배기가스를 덜 배출하는 기술을 도입해야 환경 개선이 가능할 것이다. 개인 소유 차량이 하루 50분간 이용되고 30킬로미터를 주행하는 데 반해, 택시봇과 오토봇은 하루 이용시간이 12시간, 주행거리가 200킬로미터에 달한다. 많이 이용할수록 차량 수명은 짧아질 것이니, 차량 전반에 새로운 청정 기술을 빨리 도입해야 한다.


    여섯째,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창출된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차종과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


    차량 수요의 급격한 감소는 차량 제조업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다. 변화된 환경에 맞는 새로운 서비스가 발전하겠지만, 누가 그 서비스를 담당할 것인지, 또 어떻게 수익을 낼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이 분야의 개발 또는 시장 진입장벽의 유지라는 측면에서 볼 때, 규제와 재정과 관련된 관계당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를테면 혁신적인 차량 유지보수 프로그램도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일곱째, 대중교통과 택시 운영 방식, 도시 내 교통 통제 정책도 변화해야 한다.


    자율주행 공유 차량은 당장 택시 및 대중교통 수단과 경쟁관계에 놓이게 된다. 수용 인원이 적은 고품질의 대중교통 수단이 새롭게 등장한 셈이다. 따라서 심각한 고용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대중교통 운영자나 택시 회사가 이 새로운 서비스의 제공자로 나서지 말란 법은 없다. 다만 운영 규칙과 배치 방안을 포함한 교통 서비스 관리 체계가 적응기를 거쳐야 한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여덟째, 자율주행 공유 자동차와 개인 소유 차량을 혼합하여 운영하는 시스템은, 택시봇이나 오토봇만을 운영하는 것만큼의 이점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여전히 매력적인 모델이며, 이는 앞으로 20년 동안 지배적인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OECD가 조사한 모든 시나리오에서 전체 차량 통행량은 전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또한 4개의 피크 타임 시나리오 가운데 3가지 경우에서 차량 숫자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자율주행 자동차를 도입하면 교통 흐름이 개선되어 교통 정체를 어느 정도까지는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교통 정책이 자율주행 자동차만을 옹호하는 쪽으로 흘러간다면 교통량의 증가 때문에 여유 공간 활용과 교통 정체 해결이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합 운영 시나리오의 경우에도 추가적인 교통량만 조절한다면, 자율주행 공유 차량의 도입은 기존 대중교통 수단에 대한 저비용 고효율의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개인의 차량 보유율이 낮은 도시들을 비롯해 상업 단지, 대학 캠퍼스, 신도시, 도서 지역 등 한정된 공간이 자율주행 공유 자동차를 도입하기에 좋은 장소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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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ferences List :
    1. iBid.


    2. GizModo, April 29, 2015, "Self-Driving Taxibots Could Eliminate 9 Out of Every 10 Cars," by Bryan Lufkin. ⓒ 2015 The Gawker Media Group. All rights reserved.
    http://gizmodo.com/uber-could-one-day-be-replaced-by-taxibots-170052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