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가 바라보는 ‘진보 세력이 미국에게 준 것들’
최근 수십 년 동안 미국의 진보 세력의 가치는 교육, 미디어, 문화, 심...



  • 보수가 바라보는 ‘진보 세력이 미국에게 준 것들’

    최근 수십 년 동안 미국의 진보 세력의 가치는 교육, 미디어, 문화, 심지어 금융에 있어서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 결과는 미국에게 어떠한 것을 가져왔을까? 미국에게 어떤 의미를 형성했을까?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인가?

    미국 역사를 보면 사회가 극단적으로 분열된 세 번의 시기가 있었다. 그리고 현재 미국은 안타깝게도 다시 분열된 사회가 되었다. 사람들의 보편적인 인지와 상관없이 미국은 현재 분열되어 있고, 더군다나 미국과 세계의 미래를 위한 결정적 투쟁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다. 따라서 미국이 이제 내릴 최종 결정은 적어도 금세기 말까지 미국이라는 나라의 정체성을 정의할 것이 분명하다.

    1950년대 초반부터 지배적이었던 전후 미국의 합의, 즉 아메리칸 컨센서스(American Consensus)는 널리 공유된 가치와 원칙, 대다수 미국인들이 바라는 사회의 모습에 대한 공통의 비전에 기반하고 있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에 이러한 아메리칸 컨센서스는 초기의 모습과는 다소 변질된 형태가 되어, 현재 조정과 의문을 두고 맹렬한 사회적 논쟁이 진행 중이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미국은 진보와 보수라는 두 가지 측면의 비전과 그 비전이 실현된 결과를 두고 냉정한 평가를 내려야 한다. 그리고 비교를 통해 새로운 아메리칸 컨센서스를 도출해내야 할 것이다. 현재 미국 내 진보가 추구하는 길을 선택하면 미래의 미국은 보수가 추구하는 방향과 크게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다. 이유는 두 가치가 서로 양립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가치로 바라볼 때, 우리는 똑같은 현실 세계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볼 수밖에 없다. 즉, 세계관의 차이로 인해 미국의 진보와 보수는 상당히 다른 사회를 서로 만들고자 한다.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 테드 크루즈(Ted Cruz)와 같은 진보와 보수를 상징하는 사상가들은 각자의 세계관에 대한 장점에 대해 길게 토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서로 다른 세계관의 의미는 지난 250년 동안 미국에서 발생한 다양한 실제 실험을 살펴보면 훨씬 더 명확해진다.

    다만 이것 하나는 명확하다. 진보와 보수의 투쟁이 필연적으로 우리 세계에 대한 궁극적 질문을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 사이의 싸움으로 귀결된다는 보장은 없다. 확실한 점은 진보는 그들이 프랑스 혁명가든, 볼셰비키 위원이든, 안티파(급좌파) 회원이든 상관없이 기본적으로 일반 대중들 속에서 살아가는, 즉 세속적 인본주의적 세계관을 수용한다는 것이다. 이 세계관은 칼 세이건의 격언을 담고 있다.

    “물질적 우주가 ‘존재하는 모든 것’이다. 과거에도 그랬고 미래도 그러할 것이다.”

    이러한 세계에서 ‘특별한 인간은 없고, 모든 인간의 삶은 특별하지 않고’, ‘반드시 옳고 그름이란 없으며’, ‘돌연변이와 자연 선택의 다윈적 메커니즘이 인류와 관련된 모든 것을 결정한다’. 

    반면, 적어도 서구에서의 보수는 이러한 세속적 인본주의적 세계관과 다르다. 서구 보수는 대부분 그 사상의 뿌리가 유대-기독교적 세계관에서 나왔고, 현재도 이를 수용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유대-기독교 세계관의 렌즈를 통해 이해되는 우주는 목적을 가지고 창조되었으며 인간의 결정은 일련의 원칙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보수의 입장에서 ‘자유로운 시장경제’와 ‘안정된 사회’에는 살인, 절도, 거짓말은 용납할 수 없는 일상생활의 금기이다.

    복음주의 작가이자 라디오 진행자인 에릭 메택시스(Eric Metaxas)는 “만약 존재하는 것이 모두 물질이라면 그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말대로 세속적 인본주의적 세계관에 의하면 인간의 삶은 동물이나 식물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대사하고 재생산하고 사라지는 짧은 간격’일 뿐이다. 따라서 그 짧은 간격 동안 즐거운 경험을 최대화하는 것이 암묵적으로 해야 할 전부일 것이다.

    이러한 세속적 인본주의적 세계관이 규정이나 법률의 형태로 구현되었을 때 그 결과는 상당했다. 고유한 정통적인 도덕이 없기에 진보 성향의 정부는 매번 개별적인 목적에 부합하는 도덕을 새로 정의 내리려 했다. 심한 경우, 진보 정부는 유대-기독교적 맥락에서 가족이 수행해왔던 역할을 인수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결과적으로 국가가 ‘전능한 권력’이 되고, 국가를 통제하는 사람들이 사람들의 삶의 모든 측면을 통제하고자 한다. 이것을 가장 좋아한 사람이 스탈린과 마오쩌둥이었다. 그리고 진보가 보수적인 서구 사회를 인수하는 것을 구상한 안토니오 그람시와 같은 사회주의 지식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오늘날 소위 서구 사회는 지난 100년을 보내며 그람시의 비전인 '제도를 통한 긴 행진'이 진행되어 온 것 같다. 그 결과 거의 모든 서구 국가에서 세속적 인본주의적 세계관이 교육, 언론, 문화뿐만 아니라 금융 기관까지 장악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묻고 싶다. 이러한 세속적 인본주의적 세계관이 세상을 훨씬 더 낫게 만들었는가?

    경찰에 자금을 지원하여 조직적 인종차별에 맞서겠다는 계획은 성과보다는 오히려 더 거대한 통제 정부를 만들었고, 두 개의 생물학적 성을 다양한 젠더로 재정의하는 정책은 적어도 기독교에 기반하고 있는 사회에 깊은 균열을 냈다. 1940년의 프랑스 장군들이 제1차 세계 대전의 전술을 완성함으로써 독일군을 물리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처럼, 이제는 기득권층의 한 세력이 된 소위 진보 정치인들은 너무나 쉽게 공격받고 부숴질 수 있는 제도만 양산해냈을 뿐이다.

    진보가 비록 제한적이긴 하지만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은 보수라는 잘 무너지지 않는 사회적 기반 위에서 유효한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기반이 흔들릴 때, 진보의 성과도 함께 멈추게 된다.

    예를 들어, 펜타곤은 근래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중국이나 러시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이러한 현실을 만든 여러 요인 중에는 미국 국민들 중 ‘군대에 대한 상당한 신뢰와 자신감’을 느끼는 비율이 지난 3년 동안 70%에서 45%로 떨어졌다는 사실도 분명히 포함된다.

    한편 세속적 인본주의적 세계관을 지닌 미국의 진보는 밀집된 대도시를 선호하는 경향을 갖고 있다. 이것은 블루 라인, 즉 민주당을 지지하는 지지층이 밀집된 지역과의 연대로도 볼 수 있다. 이들은 미국의 첨단 경제 미래는 슈퍼스타 기업이 슈퍼스타 직원을 채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를 제공하는 밀집된 도시 지역에서 형성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실은 이와 다르다. 미국 내 진보의 관심과 지원이 계속해서 빽빽한 도시 중심부를 향하고 있지만, 현실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을 포함한 나머지 고소득 국가에서 대도심보다는 교외와 교외 지역에서 엄청난 성장이 이루어졌다.

    지난 10년 동안 미국 대도시 인구 증가의 90% 이상과 일자리 증가의 80% 이상이 모두 중심보다는 주변부에서 발생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교외보다 도심 지역에서 훨씬 더 느리게 회복되면서 이러한 경향은 더 강화되는 추세다. 더군다나 진보가 소중하게 여기는 대도심은 오히려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범죄와 씨름하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미국의 12개 도시에서 발생한 기록적인 살인 사건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지만 미국의 진보가 더 고심해야 할 부분은 따로 있다. 바로 교육이다.

    교육에 있어서 진보가 무조건 나쁘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제도적 헤게모니의 정점에는 교육이 있고, 교육은 가장 오래 지속되는 영향력을 가질 가능성이 높은 곳이기 때문에 균형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미국 대학을 보면, 진보적인 교육 위원회의 힘이 훨씬 강력해지고 있다. 미국 대학 내 진보 성향이 높아지면서 보수는 거의 멸종을 향해 가고 있다. 미국 내 유권자를 진보와 보수로 보면 약 5대 5를 유지하는 반면, 대학 내 진보와 보수의 격차는 70대 1, 심하면 132대 1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인문학과 사회과학 분야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고, 미국 대학의 인문계열 학과는 사실상 정치화되었다. 이에 미국 내 대학이 균형을 잃은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균형이 무너진 대학 내에서, 소위 세속적 인본주의적 세계관을 지닌 전통 진보조차도, 기부금으로 막대한 이익을 내고 대부분의 직원에게 심각하게 낮은 급여를 지급하면서 진보의 가치를 부르짖는 일은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이는 특정한 사례라기보다는, 도덕이나 원칙이 어떤 합리성을 내세운 편의에 의해 정의될 때 나타날 수 있는 현상임을 부인할 수 없다.

    소위 진보의 가치에 따르면 대학생 등록 수는 늘어나야 한다. 그러나 통계적으로도 대학생 등록 ​​수는 2009년부터 2019년까지 10년 동안 5% 감소했고 2019년 이후 추가로 6.5% 감소한 상황이다.

    이러한 진보 일방의 현상이 대학에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다. 공교육 전반에 대한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이에 현재 진보주의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해고’되거나 위협을 받은 많은 교사들이 법정투쟁을 진행 중이고, 학부모와 동문들로부터도 상당한 비판이 일어나고 있다.

    현재 공교육에 대해 신뢰한다고 응답하는 비율은 미국인 3명 중 1명에 불과하다. 특히 공립학교에 대한 문제는 매우 현실적인 것이기도 하다. 미국 내 공립학교의 초기 교육 목표는 분명히 장점을 갖고 있었지만, 진보의 가치가 이러한 목표를 변경하면서 여러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진보는 시험과 평가는 덜 강조한다.

    예를 들어, 샌디에이고 통합 교육구는 시험을 치거나, 제시간에 과제를 제출하거나, 출석하는 것과 같은 의무를 분주하게 없애고 있다. 교육구는 이러한 모든 요구 사항이 본질적으로 ‘인종 차별적’이라고 주장한다.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49위에 랭크된 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그러나 상황은 더 나빠질 수 있다. 오레곤주는 졸업하기 위해 더 이상 입증 가능한 능력 증명을 요구하지 않는다. 다행히도 이러한 방식은 마침내 일부 지역에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균형이 무너진 것은 언론 환경도 마찬가지다. 언론 권력의 다수가 진보에 무게를 둠으로써 편향된 보도와 뉴스가 생산될 확률이 높아졌다.

    결론은 현재 미국 사회는 보수와 진보의 분열로 인해 1950년대 아메리칸 컨센서스의 시대가 거의 종말을 맞았고 현재 진보가 불균형적으로 사회에 큰 영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진영이 대부분의 제도를 사실상 통제하고, 문화를 지배할 때, 그것을 성공한 국가라 할 수 있을까. 이에 우리는 향후 미국의 미래에 대해 다음과 같은 예측을 내린다.

    첫째,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시작과 끝은 미국 내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더욱 도드라지게 할 것이다.

    코로나를 대처하는 방식에 있어 진보와 보수는 서로 다른 방식을 채택했고,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을 앞당겼다. 팬데믹에 대한 두려움을 키우고, 강력한 제한을 사용한 결과가 어떤 사회적 형태로 구현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적어도 미국 내에서 이러한 방식에 대한 거부감은 분명히 상당히 존재한다. 앞으로 코로나 재확산, 변이 등장, 대유행의 결과에 따라 이러한 거부감은 바이든 행정부를 강력하게 압박하고, 2024년과 2025년에 주목할 만한 새로운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미국 내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더욱 거세질 것 같다.

    둘째, 2022년과 2024년에 미국의 미래는 진보 아젠다인 ‘그레이트 리셋(Great Reset)’과 보수 아젠다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 대한 판단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은 현재 ‘그레이트 리셋’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조사기관 라스무센(Rasmussen)에 따르면, 미국 유권자 중 29%만이 이를 찬성하고, 53%는 반대를 하고 있다. 그리고 유권자의 53%는 유엔, 세계경제포럼, 국제통화기금(IMF)과 같은 국제기구가 미국 기업을 규율하는 규정을 만드는 데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45%가 기업의 최우선 순위가 개별 소비자에게 가장 저렴한 가격에 고품질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단 9%만이 기후 변화를 막으려는 노력이 기업의 최우선 순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내에서 사회 정의를 추구하기 위해 비즈니스 자원을 사용하는 것이 최우선 순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중은 단 1%에 불과하다.

    셋째, 2022년 미국 총선 결과가 보수와 진보의 갈등에 큰 전환점이 될 것이다.

    선거 결과는 예측할 수 없지만, 공화당이 승리하는 경우 민주당과 바이든이 내세운 여러 정책과 규제는 큰 반발에 직면할 것이다. 2023년부터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의 진보 의제를 마비시키기 위해 노력할 뿐만 아니라, 행정부를 비롯하여 기업, NGO, 부패한 의회 의원에 대해 의회의 완전한 수사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아젠다를 설정하기 위한 단계로 가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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