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새로운 컨센서스 전투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했던 ‘미국을 더 위대하게’ 의제는 바이든 행정부의 ...



  • 미국 내 새로운 컨센서스 전투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했던 ‘미국을 더 위대하게’ 의제는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미국은 여전히 공화당과 민주당이 범국민적 컨센서스를 두고 전투를 벌이는 중이다. 향후 미국의 정치, 경제, 문화를 주도할 새로운 컨센서스는 어떻게 전개될까?

    민족으로 구성된 중국, 프랑스, 일본과 달리 미국은 공유되는 혹은 공통의 유전적 성질, 종교, 언어가 아닌 범국민적 합의, 즉 범국민적 컨센서스로 정의되는 국가이다. 그리고 이에 기반하는 독특한 건국 원칙과 특별한 천연 자원이 결합되어 미국은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가장 강력한 국가가 될 수 있었다.

    다만 미국은 건국 이후 제한된 기간 동안에만 최적의 기능을 발휘하는 데 필요한 일종의 통일된 ‘범국민적 컨센서스’를 유지할 수 있었다. 역사는 이러한 ‘컨센서스의 간격’ 각각이 단 4세대 후에 ‘갱신 위기’로 끝난다는 것을 보여준다. 2021년이 끝나갈 무렵, 미국은 이와 연관된 위기에 빠져 있다.

    소위 금융, 미디어, 관리 분야의 전문가로 불리는 수많은 사람들은 이 현재의 갈등에 경악하고 이미 존재하는 것을 부정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 갈등은 90년대 초반부터 예상된 것으로, 사실 오늘날의 정치적 투쟁과 사회적 혼란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왜 세계 유일 초강대국의 단단한 이음새가 풀어지는 것처럼 보일까? 점점 더 많은 미국인들이 뉴딜에 기초하고 40~50년대에 정제된 국가의 ‘전후’ 합의가 21세기에 부적절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증거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아메리칸 드림’에서 배제되었다고 느낀다는 것에 있다.

    이러한 긴급한 현실에 대응하여 두 가지 대안적이며 양립할 수 없는 솔루션이 대중의 관심을 받았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도널드 J. 트럼프(Donald J. Trump)와 스티븐 K. 배넌(Stephen K. Bannon)이 옹호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MAGA)’ 의제는 분명 오른쪽 대부분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이 의제는 포퓰리즘적 국가주의와 전통적인 유대-기독교 가치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다.

    그 반대쪽에서는 원래 녹색당이 공식화하고 버니 샌더스와 알렉산드라 오카시오-코르테즈(Alexandra Ocasio-Cortez, AOC)가 옹호한 그린 뉴딜이 있는데, 이는 주로 사회주의에 기반하여 사회, 환경,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포괄적인 프로그램을 포함하고 있다.

    적어도 2016년 이후로, 이 두 가지 양립할 수 없는 비전은 국가에서 우선적으로 놓아야 할 것들을 두고 대립해왔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옹호자들은 입법부와 사법부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감세, 규제 완화, 강경한 외교 정책은 적어도 2020년 초 코로나 팬데믹이 닥치기 전까지 긍정적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트럼프와 배넌, 그리고 이에 동조하는 많은 사람들이 구상한 포괄적 구조적 변화는 결코 나타나지 않았다.

    2021년 1월 이후로 민주당은 행정부와 입법부를 미약하게 통제했고 공화당 지명자는 사법부를 장악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충실한 지지자들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는 샌더스, 알렉산드라 오카시오-코르테즈 등을 포함하는 지지자들이 미국에 대한 포괄적 구조적 변화를 신속하게 달성하기를 원하고 있다. 그중 가장 열성적인 왼쪽은 2020년 대선 승리를 이념적 명령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 열성 지자들에게 2021년 3분기와 4분기는 그린 뉴딜 의제를 진전시키기 위한 결정적인 ‘선택의 분기점’을 의미한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은 현재 큰 변곡점에 서 있고, 향후 5년은 미국에게 남북 전쟁 이후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 사실들을 상기해 보자.

    21년 7월 이후, 미국은 각종 위기에 직면하면서 행정부의 번영에 대한 약속과 관련하여 대중적 신뢰를 잃고 있다. 소비자 물가 측면에서 볼 때, 인플레이션의 폭발적 상승 대부분은 잘못 이끌어진, 순진한 정책 결정으로 쉽게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팬데믹 전선에서 유권자들은 정부의 백신 의무화와 이에 관련한 폐쇄 조치에 대해 큰 좌절감을 느꼈다. 외교 정책에서는 아프가니스탄의 참패가 있다. 이는 베트남 전쟁 이후 가장 큰 미국의 실패가 되었다. 그리고 트럼프 시대의 이민 정책이 역전되었는데, 이는 남부 국경에 전례 없는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당연한 일이지만 현재 조 바이든 행정부 지지율은 하락하고 있으며, 특히 중요한 무소속 유권자들 사이에서 계속 급락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회 내 진보파는 미국 역사상 가장 급진적인 지출 프로그램에 착수하고 있다. 다만 어느 양쪽도 과반을 채우지 못한 상황에서 이러한 지출 프로그램은 끝없는 협상의 고리에 갇힌 형국이다.

    결과적으로, 백악관은 현재 혼란에 빠졌고, 추진하는 모든 법안에 대해 격렬한 전투가 미국 내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는 분단된 하원과 상원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정치뿐만 아니라, 이분화되고 파편화된 미디어도 마찬가지다. 미디어를 보면 현재 미국 사회의 분열이 얼마나 심각한지, 그리고 미디어로 인해 그 분열이 더 심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투자자와 소비자는 이러한 현실을 이전에도 목도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과거와 차이가 있다. 그린 뉴딜 제안이 어떻게 제시되든 간에 비즈니스 세계에 있어 그것이 부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4년 전, 투자자들은 비즈니스 친화적인 변화와 더불어 소득 및 세제 개혁에 대한 진전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완전히 반대다. 2017년에 이미 수명이 다한 ‘미국 기업에 대한 전쟁’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다만, 변화를 과도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의 반발은 공화당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즉, 그린 뉴딜 제안과 차별화되는 새로운 의제가 형성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오바마 대통령 이후 후퇴했다고 느끼는 진보파들이 현재 다시 찾아온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고자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론을 미리 말하자면, ‘미국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려는’ 의제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하려는’ 의제는 이제 본격적인 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여 우리는 향후 미국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몇 가지 상황을 예측해본다.

    첫째, ‘미국 재건 법안(Build Back Better)’을 필두로 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컨센서스 장악은 좌절될 확률이 높다.

    2023년도 회계 예산안에서 미국 재건 법안이 ‘협상의 불확실성’으로 빠진 것과 같이, 그린 뉴딜 의제의 추진력은 계속 약화되어 그 성공 가능성이 크게 낮아질 확률이 크다. 더군다나 현재 계류 중인 다른 많은 법안이나 행정 조치 등도 사법적 장애물에 직면해 있어, 그린 뉴딜 제안이 미국을 상징하는 하나의 새로운 컨센서스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편 정치적 지배력을 위한 또 하나의 전쟁은 앞으로 수년 간 더 지속될 것이다. 

    둘째, 보수주의적인 NGO들이 주도하는 각종 소송으로 인해, 바이든 행정부의 행정 조치는 점점 더 많은 방해를 받게 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진보파 NGO들이 활용했던 모델을 똑같이 활용하여, 트럼프를 지지했던 보수파 NGO들이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각종 정책에 대한 소송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의 사법적 특성을 이용하는 이러한 활동들로 인해, 이들이 제시하는 문제가 최소한 법적 소지와 근거를 갖출 경우, 정책이나 행정 명령이 폐지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법적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더군다나 현재 미국 대법원은 보수와 진보 비율이 6:3으로 보수성향이 더 짙다.

    셋째, 공화당이 2022년에 의회 권력을 장악하는 경우, 바이든 행정부의 그린 뉴딜 제안은 대부분 동결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인기가 하락하면 1994년, 2008년, 2010년과 유사한 형태, 즉 공화당이 하원과 상원에서 모두 승리하는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 2020년 인구 조사는 6개의 의석을 민주당 주에서 공화당 주로 재배정했고, 공화당이 다수가 되면 해당 모든 주와 그 이상에서 선거구 재조정을 통제할 수 있다. 하원의 민주당 우세는 5석에 불과하며, 첫 중간 선거에서 집권당이 20석 이상을 잃는 역사적 경향은 차치하더라도, 하원을 공화당이 장악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더 높다.

    상원에서 애리조나와 조지아의 민주당은 최근 해당 주의 선거법 개혁에 비추어 특히 입지가 더 취약해진 반면, 뉴햄프셔와 네바다의 공화당 후보는 이들 주에서도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 현직 공화당 상원의원은 재선에 성공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지는 않을 것 같다. 

    넷째, 공화당은 2022년 주 입법부와 주지사에 대한 통제력을 높일 것이다.

    현재 추세는 공화당이 위스콘신, 캔자스, 네바다, 뉴멕시코, 펜실베이니아, 메인, 미시간 및 켄터키에서 유리한 형국이다. 버지니아와 미네소타의 승자는 확정적이지 않다. 이들 대부분의 주에서 2022년 선거까지 다수를 확보한 정당이 2024년 선거를 앞두고 대통령 선거에 유리한 고지를 점유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바이든 대통령의 성과에 달려 있는데, 현재로서 바이든이 눈에 띄게 달성할 성과는 없어 보인다. 미중 분쟁의 미증유의 상황, 아프간 철군에 따른 미국의 패배 등 여론도 좋지 않다. 이로 인해 2024년 대선의 역동성은 2020년보다는 2016년과 더 유사할 것 같다.

    다섯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의제의 부활은 관할권 경쟁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데 달려있을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미국의 범국민적 컨센서스와 그린 뉴딜은 50개 주에 단일 연방 정부에 대한 암묵적 지지를 근본으로 한다. 대중 매체와 대중 시장을 통한 대량 생산 혁명은 이 일체형 모델을 선호했다. 그러나 1980년대의 디지털 패러다임이 등장한 이후로 주와 지역 간의 관할권 경쟁이 등장했다. 오리건, 뉴욕, 캘리포니아의 다수에게 이해될 수 있는 아이디어는 조지아, 플로리다, 텍사스의 다수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에 일체형 모델이 아닌 각 주가 자체 인구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진화하는 새로운 컨센서스의 도출이 요구될 때, 그린 뉴딜보다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의제가 더 미국의 상황에 부합하는 면이 있다. 10번째 수정법안을 존중하는 개입이 적은 작은 연방 정부를 특징으로 하는 이 새로운 컨센서스가 50개 주 전체에서 광범위한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Resource:
    1. FiveThirtyEight.com. October 25, 2021. FiveThirtyEight. How (Un)popular is Joe Biden.

    2. National Review. September 29, 2021. THE EDITORS. Malarkey, in Trillions.

    3. National Review. October 27, 2012. CHARLES C. W. COOKE. Bernie Sanders Can’t Count to 52.

    4. Trends. February 15, 2019. The Trends Editors. The “Green New Deal” A “Serious” Alternative to MAGA.

    5. Trends. August 31, 2021. The Trends Editors. Attack of the Woke M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