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공급망 확보와 중국의 전략
세계 경제가 기술과 인구의 변화로 인해 일대 변혁을 맞으면서 중국 또한 ...




  • 세계 경제가 기술과 인구의 변화로 인해 일대 변혁을 맞으면서 중국 또한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중국이 계속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과 혼란 속에 붕괴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예측이 맞물리고 있다. 그러나 지정학적 현실에 의거해 중국이 다른 노선을 택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새로운 중국 경제는 어떤 길로 나아갈 것인가?


    중국은 외부 내부에서 여러 문제에 직면해 있다. 우선 내부적인 문제를 살펴 보자.


    시진핑 주석은 점점 늘어나는 노동자 파업, 시위, 정리해고에 대해 여전히 고민을 하고 있다. 2015년 기준, 파업과 시위는 전년도에 비해 두 배 증가한 2,700건에 달했고, 2016년에는 총 6,000건이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동북부에 위치한 중국 최대 석탄회사에서 벌어진 미지급 임금에 대한 시위는 정치권에서 매우 우려하는 사태 중 하나였다.


    둘째, 베이징에 머물며 중국을 관찰했던 경제학자 마이클 페티스Michael Pettis에 따르면, 중국은 부채가 경제성장률보다 빠르게 증가하는 심각한 금융 긴장 상태에 있다. 중국 은행들은 대출을 연장해 부실을 덮는 조치를 계속해오고 있다. 실제로 중국의 그림자금융 시스템은 계속 커져왔고, 손실을 감추기 위해 재무제표에 나타나지 않는 부외거래 신탁상품을 이용해 왔다. 일부 분석가들은 중국의 부실 여신이 상당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셋째, 중국의 성장률은 여전히 높지만, 실질 GDP 성장률은 그보다 더 낮을 수 있다. 명목 성장률과 실질 성장률 둘 다를 보더라도 이는 중국에게는 불황에 해당한다.


    넷째, 중국 노동인구의 급격한 노령화도 중국의 고민거리다. 이러한 노령화는 이미 정점을 찍었고, 전체 생산 가능인구 대비 유소년 및 고령인구 비율이 증가하면서 내부 성장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장거리 레이스를 펼치는 중이기 때문에 여전히 5차 기술-경제 혁명의 전개 과정에서 나타날 전 세계적 번영을 누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다. 수세기 동안, 한 국가의 힘을 확장하는 가장 성공적인 전략은 타국의 영토를 정복해서 새로운 식민지를 만드는 것이었다. 로마제국부터 대영제국에 이르기까지 동일한 방식이 여러 번 사용되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덜 사용되었고 덜 알려진 전략 중에서 효율적인 방법이 있다.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가 1600년대에 증명했듯이, 전 세계를 공급망으로 삼으면 다른 국가를 정복하는 것보다도 빨리 경제 강국의 자리에 올라설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중국이 현재 지정학적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추구하고 있는 ‘눈에 띄지 않는’ 접근법이다.


    파라그 카나Parag Khanna는 <커넥토그라피Connectography>를 포함해 지정학에 관한 다수의 저작을 펴낸 작가다. 그는 민간 연구소 스트랫포닷컴Stratfor.com에 게재한 칼럼을 통해, “서양적 사고를 지배하는 법률과 국가에 기반을 둔 접근법과는 달리, 중국은 거의 전적으로 공급망이라는 렌즈를 통해서 세계를 바라본다”고 주장했다.


    그의 저술서에 따르면, 중국의 지정학적 전략은 대부분 상업적 공급망의 필요에 의해 형성되었다. 이 필요성은 중국의 지리적, 인구적 현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400년 전 네덜란드가 그랬던 것처럼 현재의 중국도 다른 나라들과 강력한 무역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자신들의 부와 안전을 도모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므로 중국이 거래를 설득하거나 압박할 수 있는 모든 국가들로부터 원자재를 수입하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미국이 주로 교역하는 국가가 52개인 반면, 중국은 두 배가 넘는 124개국과 교역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전 세계 국가를 동맹국과 적국으로 분리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중국은 모든 국가를 자신이 필요로 하는 자원과 자산의 공급자로 여긴다. 카나에 따르면 중국의 관점에서 각국의 효용은 다음과 같다.


    - 아르헨티나 : 대두大豆 공급원
    - 뉴질랜드 : 육류 공급원
    - 호주 : 철광석, 천연가스 공급원
    - 아프가니스탄 : 구리, 리튬 공급원
    - 잠비아 : 금속 공급원
    - 탄자니아 : 중국 상선의 연료 보급항


    자국 영토나 영해에 자원을 보유한 다른 국가들도, 중국이 무역 협정을 통해 그 자원을 꺼내 쓸 수 있다면 최종적인 결론은 마찬가지다. 중국은 5,000척이 넘는 상선들이 연료 급유를 할 수 있도록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에서 여러 항구들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파나마 운하 양끝의 입구를 운영하고 있는 것은 한 홍콩 기업이다. 중국은 전 세계에 특별경제구역SEZs. Special Economic Zones을 설정했다. 이 특별경제구역이 설치된 나라들에는 멕시코, 베네수엘라, 알제리, 이집트, 잠비아, 나이지리아, 에티오피아, 모리셔스Mauritius,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러시아가 있다. 이 특별경제구역 중 다수가 중국보다 노동력이 저렴한 곳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자국의 임금이 계속해서 상승하더라도 중국은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것보다 더 낮은 비용으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다른 국가들이 중국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에도 중국은 무조건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려 든다. 남중국해 사례를 보자. 중국이 경제를 살리기 위해 간절하게 필요로 하는 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곳이다. 남중국해 중 일부 지역은 주변 섬나라들의 영해인데도, 중국은 이 바다 아래에 천연가스 30조 세제곱미터와 원유 100억 배럴이 매장되어 있을 것이라는 추정에 관심이 크다. 이로 인해 주변국과의 갈등과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중국은 또한 북극과 남극 지역을 통과하는 무역 항로의 개설에도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빙하가 녹으면서 전보다 빠른 무역 항로가 가능하게 됐는데, 또 이 지역에 매장된 방대한 에너지 자원도 아직 주인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공급망 관리 리뷰Supply Chain Management Review>에 실린 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으로 향하는 가스 콘덴세이트gas condensate, 액화천연가스, 철광석, 석탄 등 원자재 상품들은 이미 이 항로를 통해 수송되고 있으며, 중국 정부는 소비재 상품도 이 항로를 통해 수출하길 원한다. 그래서 중국은 이 수송로에 위치한 국가에 대해 당근을 제시해왔다. 이 과정에서 과거에 이 지역에 식민지를 뒀고 현재도 일부 통치권을 행사하는 국가들과 마찰을 일으키기도 했다. 또한 중국은 남극에서의 원유 탐사를 금지한 ‘1961년 남극조약’을 무시하고, 원유 탐사 목적의 지질 조사를 수행하기 위해 뱃길을 만들 쇄빙선 원정대를 파견하기도 했다.


    중국이 이러한 행보를 계속 하는 이유는 다른 선택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제 성장에 빨간 불이 들어온 가운데, 중국은 초강대국 간의 경쟁이 더 이상 군비 경쟁으로만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체감하고 있다. 즉 필수품과 자원을 공급하는 다른 나라들과의 관계에서 승리하는 것이 경쟁에서 이기는 길이라는 점을 깨닫은 것이다. 또한 오늘날은 새로운 현실이 성립되었기 때문이다. 즉, 21세기 군비 경쟁은 무기가 아니라 연결성을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연결성을 강화하기 위해서 중국은 한때 소련 연방의 통치를 받았던 국가들의 기반시설 개선을 지원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설립을 주도했다. 고속도로, 철도, 송유관을 개선함으로써 이들 국가의 자원에 대해 더 효율적으로 접근하기 위함이다.


    미국의 경우 이러한 연결을 위한 전략은 중동의 적들을 제압하는 일에 비용이 우선적으로 투자되는 바람에 항상 빛을 보지 못하고 뒤로 밀렸다.


    이에 해외공급망 확보와 중국의 전략에 대해 우리는 다음과 같이 전망해 본다.


    첫째, 초강대국들 간의 패권 경쟁은 전쟁터가 아니라 공급망에서 벌어질 것이다. 군대로 전쟁을 치르는 대신, 각국은 자신의 번영에 필요한 경제 자원을 획득하기 위해 경쟁할 것이다.


    둘째, 중국의 투명성 부족으로 인해 미국은 공급망을 확충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스트랫포’가 지적했듯, 이란은 중국 정부의 관료주의적 지연 탓에 중국으로의 원유 수송 합의에서 발을 뺐던 사례가 있고, 이와 비슷하게 멕시코도 입찰 부정 의혹이 있는 중국 철도업체와의 계약을 취소한 바 있다.


    셋째, 투자자와 경영자는 중국 경제의 안정성을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월스트리트 데일리>는 보도를 통해 중국의 실질 GDP 성장률이 3%대에 그칠 확률이 크다고 분석한 바 있다.


    넷째, 전 세계 공급망을 통제하는 경제 전쟁에서 에너지 제품의 수출국 미국이 중국에 비해 전략적 우위를 더 높게 가질 확률이 크다.


    2015년에 미 의회는 에너지 수출 제한조치를 해제했는데, 아시아와 유럽 국가들은 이제 중동이 아니라 미국으로부터 원유와 천연가스를 수입할 수 있게 됐다. 미국은 해당 국가의 자원에 미국 기업이 접근할 수 있는 조건을 보장하는 나라에 원유를 수출하는 협정을 추진할 것이다. 이로 인해 세계 공급망에 대한 우위를 미국이 먼저 선점할 수도 있다. 최근 미중 무역 분쟁은 이를 더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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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ferences List :
    1. Wall Street Daily, April 1, 2016, “Is the Chinese Economic Miracle Over?” by Carl Delveld. ⓒ 2016 Wall Street Daily LLC. All rights reserved.
    http://www.wallstreetdaily.com/2016/04/01/china-economic-miracle/


    2. Connectography: Mapping the Future of Global Civilization by Parag Khanna is published by Random House, an imprint and division of Penguin Random House LLC. ⓒ 2016 Parag Khanna. All rights reserved.

    3. com, April 9, 2016, “Use It or Lose It: China’s Grand Strategy,” by Parag Khanna ⓒ 2016 Designtechnica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https://www.stratfor.com/weekly/use-it-or-lose-it-chinas-grand-strategy


    4. Trends Magazine, February 2016, “The Geopolitical Imperatives that Shape China’s Economy and Foreign Policy.” ⓒ 2016 AudioTech Inc. All rights reserved.
    http://www.audiotech.com/trends-magazine/the-geopolitical-imperatives-that-shape-chinas-economy-and-foreign-policy/


    5. Supply Chain Management Review, April 30, 2015, “China Expands Its Global Supply Chain Network,” by Patrick Burnson. ⓒ 2015 Peerless Media LLC, a Division of EH Publishing, Inc. All rights reserved.
    http://www.scmr.com/article/china_expands_its_global_supply_chain_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