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주도학습법
 
지은이 : 임현서
출판사 : 스튜디오오드리
출판일 : 2022년 03월




  • 공부나 일에 대한 원동력, 그것은 우리가 느끼는 위기의식에 있습니다. 데드라인에 임박해서야 책상 앞에 앉는 자신을 두고 수없이 자책해봤다면 이 이야기에 공감할 것입니다. 실질적으로 공부나 일을 많이 밀도 높게 할 수 있는 환경, ‘위기’를 이용하는 방법을 이야기합니다.


    위기주도학습법


    ‘공부법’에 의존하는 자의 최후

    공부를 많이 안 하는 게 제일 문제다

    우리에게 무엇이 가장 문제일까? 필자는 초·중·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을 거치는 동안 우수한 학생들을 많이 보았지만, 한편으로는 공부를 애초에 포기하거나 하다가 아예 때려치우는 이들도 많이 보았다. 이러한 다양한 집단의 사람들을 관찰하며 느낀 바가 하나 있다. 개인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학업성적이 우수한 집단은 공부에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한다는 것이다.


    공부에 왕도는 없다지만 이 한 가지 사실만은 들어맞는다. 같은 조건이라면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수록 장기적으로 봤을 때 더 좋은 성과가 나온다는 것 말이다. 수험 방법이나 학습 요령에 따라서 단기간의 효율이 달라질 수는 있지만, 공부를 안 하고서 방법만으로 잘할 수는 없다. 일정한 양의 시간을 투입하지 않고서 수험 방법이나 학습 요령을 이야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다시 우리의 문제로 돌아와서, 평균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절대적인 학습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학습 시간이란, 책상 앞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는 시간이나 필기하는 시간 등이 아니라 학습의 대상이 되는 여하의 내용을 인지적으로 받아들이고 숙지하며 사고하는 과정에 필요한 시간을 말한다.


    주변에 공부를 곧잘 하는 친구들을 떠올려보자. 그들이 공부를 더 많이 할 수밖에 없는 유전자를 지니고 태어났는지, 다른 이유가 있어서 공부를 더 많이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한 가지는 분명하다. 절대적으로 공부하는 시간이 평균인보다 더 많다는 것 말이다.


    내가 학습해야 할 내용을 받아들이고 사유하고 기억하는, 그 모든 정신작용에 절대적인 시간을 더 많이 투입하라는 것이다. 이 시간을 투입하지 않고 학습 내용을 익힐 수 있는 인간은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정신작용을 훈련하는 것이 결국에는 공부이기 때문에 이를 꾸준히 훈련한다면 결과적으로는 개별교과에 대한 이해는 물론 학습 능력도 발달하게 된다.


    우리는 평균에 해당할 확률이 높으므로 이 확률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해야 한다고, 주어진 환경을 개선해 평균을 띄어 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관점에서 공부를 잘하려면 이를 개선할 방법은 공부를 많이 하는 것이다.


    정신력과 의지에 기대서는 절대 공부를 잘할 수 없다

    마인드 컨트롤을 잘하는 것이 공부할 때 상당히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 배고픔도 잊고 공부에 열중하는 집념과 정신력으로 원하는 결과를 이뤄낸 성공 사례 역시 우리는 수도 없이 접해왔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 현혹되어 무작정 성공한 이들의 모습을 흉내 내려고 하는 것은 스트레칭조차 잘 못하는 초보자가 잘 단련된 기계체조 선수의 역동적인 동작을 보고 바로 따라 하려는 것과 같다.


    따라서 평균에 해당하는 사람일수록 이런 합격 수기를 따라 하기보다 공부의 필요조건인 절대적 시간 투입과 이를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다음 실천하게끔 행동을 설계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실력이 발달하는 과정에 주목하여야 한다. 필자는 이 일련의 과정을 이끌어주는 강력한 방법이 위기주도학습이라고 믿는다.


    개인의 성공담에 정신을 빼앗겨서는 안 되는 이유가 또 있다. 개인에게 주어진 다양한 환경적 변수가 개인의 행동 양식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인간의 인지적, 감정적 체험은 너무나 개별적이라 같은 현상을 두고도 각기 다른 해석과 감정적 반응을 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성공한 사람이 지닌 불굴의 의지를 본받고 싶어 하면서도 막상 따라 하려고 하면 쉽게 되지 않는 것이다.



    공부 환경의 문제 진단하는 법

    당신은 여전히 공부하지 않을 것이다

    잘 만든 기계는 부품이 돌아가는 데 필요한 연료나 동력을 제공해주면 잘 작동한다. 만약 고장이 나더라도 설계 방식을 알면 증상에 따라 짐작이 가는 부분을 뜯어고치면 된다. 반면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인간의 행동은 기계적으로 예측하기 어렵고 어떤 자극에 대한 반응이나 결과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완벽히 통제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는 자기 자신을 통제하려고 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어떤 측면에서 보면 주어진 자극에 대해 인간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특정한 의도로 설계된 환경에 놓인 인간을 둘러싸고 어떠한 현상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있을 때가 있다. 기계보다 변덕스럽고, 언제, 어디가 고장이 날지 예측할 수 없는 인간일지라도 상식이란 범주 내에서는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말이다.


    어떠한 자극을 주고 어떠한 환경을 조성하느냐에 따라서 어떠한 반응이 나타날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은 원하는 반응과 행동을 유도하는 데 필요한 자극과 환경을 설계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따라서 우리에게 주어지는 환경과 자극을 구조적으로 개선해, 원하는 방향으로 자신의 행동을 설계하는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실 공부보다 중요한 일들은 세상에 많다. 더 중요한 일을 찾는 것도 본인 팔자이고 재주이다. 그러나 그런 의미 있는 일을 찾지 못한 사람이라면 일단 공부를 하는 게 그나마 나쁘지 않은 차선책일 것이다. 그렇지만 공부가 재미없으니 안 하게 된다.


    공부보다 더 재미있고 매력적인 활동이 많으므로 인간은 공부가 아닌 다른 것에 매료되기 쉽다. 그래서 계속해서 욕망의 충돌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인간을 기계에 빗대어 본다면 욕망의 충돌에 취약하도록 설계된 셈이다.


    이러한 후회 앞에서 자신의 나약한 의지를 탓하는 사람이라면 좀 낫다. 보통은 변명거리를 찾거나 자기 합리화를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의 나약한 의지를 탓하는 사람도 다시금 의지를 불태워 오늘부터는 새로운 인간이 되겠노라고 선언하고 이 선언이 약발이 들어 그날 아침부터 얼마간 열심히 한다고 해도 결국에는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 똑같은 실수를 하고 똑같은 후회를 반복한다.


    예컨대 이런 사고방식으로 접근하면 결국 설계 자체를 다시 하는 것만이 답이 되고, 어떠한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불굴의 의지를 갖춘 인간으로 개조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개조는 나 자신을 평균이라는 범위 밖으로 끌어내야만 실현할 수 있다. 상상하기는 쉽지만, 평균에 해당하는 사람에게는 현실적인 답이 아닌 셈이다.


    공부 방해 요소는 단칼에 제거하라

    구조적 개선을 학습 과정에 적용하고자 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것은 공부에 방해되는 요소들을 제거하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듯 세상에는 공부보다 재미있는 것들이 참 많다. 누구나 재미없는 공부는 있기 마련이라 언제든 자신을 덮치는 유혹과 싸워야 한다.


    필자의 경우, 청소년 시절에 많이 겪었던 유혹은 음악이었다. 음악을 너무 좋아해서 학창 시절 온종일 이어폰을 귀에 꽂고 살았다. 그래서 안다. 음악을 듣는다는 그 자체가 음악에 정신이 팔린 것이라는 걸 말이다. 공부하다가 잠깐 짬이 나서 듣는 음악, 학교를 오가며 음미하는 음악에 귀 기울이는 것은 나름대로 감동이 있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음악에 정신이 팔리면 공부에 제대로 집중할 수 없었으니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MP3 플레이어를 없애버리는 것이었다. 가까운 고등학교 동창생들은 아는 이야기지만, MP3를 없애긴 했으나 음악은 듣고 싶으니 학교에서 친구들 MP3를 빌려다가 듣는 등 오만 진상을 다 부리고는 했다. 그런데 한두 번도 아니고 빌리는 것 자체가 불편하고 귀찮아져서 공부할 때 음악을 듣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음악을 꼭 들어야겠다는 강한 열망도 사그라들게 되었다.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온갖 일들을 다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으니 지금은 구하기도 힘든 MP3 플레이어만 가져다 버린다고 해서 음악의 유혹에 빠진 분들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손바닥 크기의 스마트폰 안에는 공부보다 재미있는 것들이 너무 많다.


    스마트폰이 공부를 방해하는 요소라면, 여기에 적용시킬 구조적 개선 역시 간단하다. 당연히 스마트폰을 없애버리는 것이다. 남의 일이라고 쉽게 말한다는 반발이 있을 수도 있지만, 서울대 로스쿨에 다니는 동안 실제로 이 방법을 택하는 가까운 지인들을 많이 목격하였다. 요즘 같은 세상에 공중전화가 있는 것도 아니니 스마트폰을 아예 쓰지 않는다는 게 사실상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타협한 것이 문자와 전화 기능 빼고는 사실상 다른 기능이 없는 피처폰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스마트폰은 없애지 못한다면 좀 더 세부적으로 구조적 개선을 실천할 수 있다. 가령 스마트폰에 설치된 특정 애플리케이션을 삭제해버리거나, 자주 이용하는 사이트 계정을 지워버리거나, 최소한 그 계정의 비밀번호를 바꿔버리는 방법이다. 이렇게 접근 경로를 차단하거나, 완전히 차단하지 않더라도 다시 접근하기 성가시게 해놓으면 돌아갈 생각을 하기보다는 쉽게 포기하게 된다. 인간은 게으른 동물이기 때문이다.


    구조적으로 방해 요소를 차단할 때 고려해야 할 것이 2가지 있다. 바로 돈과 시간이다. 이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관통하는 공동 조건이기도 하다. 공부의 방해 요소를 차단하는 구조적 개선의 과정에서도 돈과 시간이라는 요소를 활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쉽게 말해 내가 공부에 열중하고자 과감히 배수진을 쳐놨는데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던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 때, 돌아가는 데 들여야 하는 돈과 시간이 크면 클수록 다시 마음먹고 돌아가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물론 사람마다 삶의 여건에 따라 이 2가지 요소에 부여하는 의미가 다를 수는 있다. 그러나 둘 다 아낌없이 낭비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많지 않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둘 중에 하나라도 아쉽다면 이를 이용해 자신의 행동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는 구조적 개선을 실천해보라. 아마 큰 도움을 받을 것이다.



    환경과 멘탈을 지배하는 위기주도학습법

    위기는 집중력을 높이는 최고의 수단이다

    공부하는 행위는 현재 자신의 성취와 영달을 위해서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긴 하지만, 인간이 생물로서 생존하는 데 꼭 필요한 수면, 섭식, 주거 등의 기본적 생활환경이 갖추어진 여건에서는 공부 그 자체가 생존에 직접 관여하는 조건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공부를 못하면 이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말도 사실 비유적인 표현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 학업 성취도는 사회적, 제도적 환경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 단순히 생각해봐도 공교육을 제공하는 사회와 아이들을 방치하는 사회 사이에는 아이들의 학업 성취도와 지적 자원의 수준에 차이가 있지 않겠나. 이처럼 공부라는 것은 집단의 개념에서 살펴봤을 때 구조적 환경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우리는 여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반면 위기주도학습의 핵심은 이렇게 바꾸기 어려운 환경적 요소에 집착하기보다 공부하는 당사자가 느끼고 통제할 수 있는 환경 내에서 구조적 변화를 설계하고, 이를 통해 행동 방식의 구체적인 변화를 유도하라는 것이다. 이것이 그 무엇보다 가장 근원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습 행위를 강제하거나, 강제하지 못하더라도 지속해서 지적인 부하를 가하여 학습 능력의 신장을 유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사실 우리는 답을 알고 있다. 좀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아무리 하기 싫었던 일이라고 해도 자신의 목숨이 달린 일이라면 군말 없이 하게 될 것이다. 물론 극단적인 예라고 표현한 것처럼 공부 그 자체가 생존의 문제가 될 수는 없겠지만, 그것을 생존의 문제와 가까워지도록 결부시키는 데에 성공하는 순간 그렇지 않았던 때보다 그 무게감은 크게 차이가 날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공부와 생존의 문제를 어떻게 엮을 것인가, 바로 이것이다. 물론 이 둘을 있는 그대로 결부시키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거창한 ‘생존’이라는 단어보다 인간이 살면서 무조건 겪기 마련인, 그렇지만 겪을 때마다 탈출하려고 발버둥치기 마련인 위기 상황이나 위기감이라는 단어와 결부시키는 건 어떨까. 이는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때로는 업무를 할 때 이런 만선적인 위기감이 마음을 괴롭히고 삶을 불행하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이는 위기를 받아들이는 자세와 감정적 요인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그것은 개인의 나름의 행복론을 가지고 좀 더 폭넓게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위기감이 불편하고 괴로운 감정이라는 평가와 위기에서 탈출하려는 본능이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게끔 유도하는 강력한 촉매제라는 사실은 별개다.


    눈앞의 공부, 눈앞의 시험을 해치우는 데에 이처럼 위기감이 부여하는 동기는 강력하다. 위기 상황을 인식하고 이를 타개할 방법이 공부하는 것을 인지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나 자신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탈출하여 생존을 쟁취했던 인류의 진화가 남긴 본능을 드러내는 것과 같다. 그래서 이를 이용한 위기주도학습은 자연스럽고도 강력한 학습의 도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공부하지 않으면 손해 입을 상황을 만들어라

    위기주도학습법은 기본적으로 사람이 위기 상황에 빠졌을 때, 위기의식에 본능적으로 반응해 군더더기 없이 공부에 집중하고 의욕을 끌어올려 학습 성과의 기초가 되는 학습 의지를 구조적으로 증강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그런데 위기 상황이 닥쳐와도 스스로 천하태평이거나, 위기인 걸 알지만 열심히 안 하게 된다는 고충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있다.


    위기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위험한 고비나 시기’라는 의미이고, 위험이란 ‘해로움이나 손실이 생길 우려가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나에게 ‘위기’가 닥쳤다고 한다면, 그것은 나에게 해로움이나 소신이 생길 우려가 잇는 상태라고 정의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앞으로 무언가 잘못된다거나 내가 가진 무언가를 잃는다거나 빼앗길 염려가 있는 상태’인 것이다.


    행동경제학의 개념 중에는 손실 회피 심리라는 것이 있다. 이는 심리학자로서 처음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대니얼 카너먼과 인지심리학자인 아모스 트버스키가 실험을 통해 밝혀낸 이론으로, 인간은 불확실한 이익보다 확실한 손해에 대해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손실 회피 심리에서 추론할 수 있는 인간의 성향은, 이미 확정된 이익이 있다면 그 크기가 줄어드는 것(손실)을 끔찍하게 싫어한다는 것이다. 간단히 이야기하면 우리가 100만 원짜리 선물을 받았을 때 느끼는 기쁨보다 100만 원짜리 물건을 빼앗겼을 때 느끼는 슬픔이 더 크다는 것이다.


    획득 여부가 불확실한 이익에 대해서는 이것을 잃는다고 해도 딱히 손실이라고 느끼지 않기 때문에 이미 확정된 이익을 잃는 것보다 심리적 효과가 작다. 이를 학습에 대입해보면 학습 성과에 따라 정해지는 특정한 기회나 가능성을 잃는 것은 딱히 손실이라고 보기 어렵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미확정 상태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전문직을 얻고자 공부를 하는 사람이 학습 성과가 부진해 전문직을 얻지 못하는 것보다는, 이미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이 전문직 자격을 박탈당하는 것이 더 큰 심리적 상실감을 유발하게 된다.


    결국 위기주도학습법의 논지는 돌고 돌아 ‘공부를 안 하면 너무 큰 손해를 입을 만한’ 상황을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부하지 않았을 때 구조적으로 아무것도 손해 볼 것이 없다거나 공부를 잘하기 위하여 내가 가진 무언가를 걸어볼 결단을 하지 못한다면 사실상 위기주도학습법을 실행조차 할 수 없는 것과 같다.


    말로만 ‘위기’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 진짜 소중한 것이 망가지거나 사라진다는 인식이 없다면 위기는 찾아오지 않는다. 부지불식간에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자각하기 전까지 그것이 위기였는지 모를 수도 있다. 위기야말로 나의 공부 환경을 개선하고 학습 의욕을 지속적으로 높여줄 확실한 대안이다.



    위기주도학습을 실천할 때 명심해야 할 것

    나에게 맞는 위기 상황을 설계하라

    만약 지금까지의 내용을 읽고 ‘위기의식을 가져야 하는구나’라고 생각한다면 모든 것이 잘못 전달된 것이다. 위기주도학습법은 학습자가 능동적으로 위기의식을 가져야겠다고 다짐해서 공부하는 학습법이 절대 아니다. 오히려 그와 같은 학습자의 주관과 의지에 의존하여 정신 무장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할뿐더러, 유혹에 자주 흔들리는 평범한 사람, 즉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평균인에게는 더욱이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냉철한 가정을 바탕으로 현실적인 구조적 변화와 개선을 일으키라고 제안하는 학습법이다.


    위기주도학습법은 ‘공부를 하지 않으면 이미 가진 것을 상실할 수 있다’는 위험 또는 위기의식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도록 학습 과정마다 의도적으로 위기를 조성하여 이를 구조화하는 것이다. 학습자 스스로 자신이 설정한 구조적 환경에 따라 본능적으로 위기감과 조바심을 느끼고, 그에 기반해 다른 잡생각 없이 학습에 대한 적절한 압박감, 몰입감과 집중력을 자연스럽게 발휘하게 되는 것이 이른바 이 학습법의 핵심인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구조적 측면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적절한 실천도 할 수 없다. 요컨대 위기주도학습법은 학습자 개인이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욕을 유지하는데 불필요한 내적 갈등을 경험하지 않도록,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분명한 이유를 외부에 조성하여 스스로 의지적 요소의 갈등 없이 학습 행위에 집중하도록 마음의 길을 터주는 것에 가깝다.


    아무리 훌륭한 설계라도 포기하면 끝이다

    위기주도학습법은 평균에 해당하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낄 손실에 대한 위기감과 공포감을 스스로 활용하게끔 유도한다. 평범한 학습자라도 위기를 극복하고자 한다면 공부가 아닌 다른 것에 한눈팔지 않고 포기하고 싶지 않도록 유도하는 학습법이다.


    그런데 그렇게 공부에 집중하게끔 하고, 공부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개선의 노력을 한다고 한들, 학습자가 별안간 공부하지 않겠다고 포기해버린다면, 위기를 극복하지 않고 받아들이겠다고, 위기주도학습법을 따르지 않겠다고 포기해버린다면 사실 별다른 대책이 없다.


    위기주도학습법은 기본적으로 가상의 위기를 설정하기보다는 철저히 자신에게 언제든 닥칠 수 있는 현실적인 위기를 설계하여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로 인한 피해와 손실을 완전히 피할 수 없는 실전적인 방식을 지향하고 있다.


    어설프게 위기 속으로 뛰어들어 많은 정신적 부담을 안고 있다가 결국 그 부담에 못 이겨 포기해버린다거나, 현실이 된 위기를 감내할 것이라면 애초에 이 학습법에 도전하지 않는 것이 훨씬 나을 수도 있다. 위기에 맞서 싸우겠다는 결연함이 없다면 그 모든 것은 시작부터 실패라는 점을 진지하게 고려해야만 한다.


    세상에 그렇지 않은 일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특히 공부는 쉽게 포기하는 습관을 지닌 사람일수록 잘하기가 어렵다. 위기 상황에서 버텨내는 것도, 그 안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학습 시간을 확보해 스스로 요령을 찾아 나가는 것도, 학습 내용을 충분히 받아들이는 것도 모두 인내와 시간이 필요하다.


    중간중간 예상하지 못한 장애물에 부딪힐 수도 있고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는 막막함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기 전에 정말 막다른 곳인지,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 스스로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하는 게 아닌지, 이를 합리화하려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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