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 재발견
 
지은이 : 제러미 애덤 스미스 외
출판사 : 현대지성
출판일 : 2022년 01월




  • “감사하면 좋은 일이 일어난다”라는 뻔한 주장에 머무르지 않고, 그 유익과 선물을 누리려면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 뇌과학과 심리학, 사회학에 기반한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 검증한 “감사의 기술”로 우리를 안내합니다.


    감사의 재발견


    왜 다시 감사인가?

    감사의 새로운 정의

    “고마워요”처럼 간단하고 점잖고 뒤탈 없는 말도 드물다. 그런데 모두가 이렇게 생각할까? 2015년 『뉴욕타임스』오피니언 칼럼에서 베스트셀러 작가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감사가 불공정한 사회 질서 유지를 위한 공모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는 비단 에런라이크만의 생각이 아니다. 감사해야 한다는 단순하기 그지없는 발상이 사회 일각에서는 놀랄 만큼 큰 적개심을 불러일으킨다.


    감사에는 다양한 차원이 있다. 고로 우리는 감사를 그저 이론이 아니라 현실적 문제로 이해해야 한다. 즉, 현실을 사는 사람들이 의미와 목적이 있는 삶을 일구는 과정에서 어떻게 감사를 경험하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감사를 이해하지 못하면 우리 자신이나 삶 자체도 이해할 수 없다. 그만큼 감사는 근원적이고 기초적이다.


    감사를 단지 사회적 의미라고 느끼는 사람도 있다.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선물을 준 할머니에게 억지로 감사했던 때를 기억해보라. 또 감사가 심각한 문제를 가리는 데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회적 불평등 때문에 에런라이크는 사회적 약자에게는 감사가 부적절할 뿐 아니라 권력을 빼앗기는 정서이자 행동이라고 말했다.


    감사가 단순하고 뻔하다고?

    그러나 감사에 대해 더 심층적으로 파고들면 이 모든 관점이 진실이 아님이 드러난다. 감사는 우리 모두 자급자족할 수 없으며, 서로를 필요로 하는 존재임을 깨닫게 한다. 감사는 각자도생하려는 사람들의 유대를 강화하고 우리 모두 주변에 빚진 존재임을 일깨어 오히려 불공정을 해소한다.


    감사는 인간 내면에 깊이 뿌리내린 여러 심리적 성향을 정면으로 거스른다. 그중 하나가 ‘자기중심적 편향’이다. 잘되면 내 탓, 안되면 남 탓 또는 상황 탓하는 그 성향 말이다. 또한 감사는 환경을 통제하고픈 욕구와도 충돌한다. 마지막으로 감사는 콩 심은 데 콩 난다는 ‘공평한 세상’ 가설과도 모순을 빚는다. 선한 사람은 흥하고 나쁜 사람은 망한다지만, 어디 인생이 늘 그렇게 흘러가던가? 때로는 선한 사람이 망하고 나쁜 사람이 흥하기도 한다.


    감사의 속뜻은 겸손이다. 타인의 기여 없이는 오늘의 성취도, 나도 없다. 가족과 친구, 일면식도 없는 타인, 선조들의 수고로 우리 삶은 얼마나 더 수월해졌는가? 더 자유로워지고 편해졌는가? 일일이 꼽기 어려울 정도다. 그래서 우리는 수십 년간 감사를 외면했고, 그 결과 오히려 감사가 건강, 행복, 사회적 관계에 얼마나 강력하게 기여하는지를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다. 감사의 사회적 유익이 중요한 이유는 감사가 사회적 정서이기 때문이다. 감사하려면 우리가 어떻게 타인의 지지와 인정을 받았는지 깨달아야 하기 때문에 감사는 사회적 관계를 강화한다.


    감사할 때 우리 뇌는 어떻게 반응할까?

    신경과학자인 필자가 감사를 공부한 초기에 주로 접한 자료는 감사의 중요성을 강조한 철학 논문, 종교적 권면, 감사가 수면이나 인관관계 질병 예방, 운동 동기 부여, 행복감 등에 미치는 유익 등을 다룬 연구가 대부분이었다.


    “뇌 활동을 들여다보면 감사의 지대한 유익을 더 많이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한 가지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며 감사의 신경생물학적 측면을 파고들었다. 알다시피 몸 건강과 정신 건강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감사 실천은 뇌에 구조적 변화를 가져온다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쇼아재단 시각역사연구소’는 홀로코스트 생존자 증언 동영상을 세계 최대 규모로 소장하고 있다. 많은 영상이 이 막힌 이타성과 베풂의 스토리가 가득하다. 필자가 이끈 학부생 팀은 수백 시간에 달하는 생존자 증언 영상을 시청하며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은 생존자의 사연을 추려냈다.


    시나리오는 “한겨울에 죽음의 행군을 하는 당신에게 동료 죄수가 따듯한 코트를 건넨다”처럼 2인칭 시점으로 작성했다. 우리는 참가자들에게 최대한 등장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그 상황에서 어떤 감정을 느꼈을지 상상해달라고 요청했다. 자신이라면 어떤 감정이었을지 참가자들이 상고하는 동안 우리는 현대 뇌 영상 기법인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그들의 뇌 활동을 측정했다.


    마지막으로 시나리오 속 상황을 상상하며 얼마나 감사했는지 물었고, 그들이 매긴 감사 점수와 그때 그들의 뇌 활동 사이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물론, 실제 경험과 상상이 동일한 감정을 유발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참가자들 중 압도적 다수가 이 과제에 깊이 몰입했으며 상상 속에서 경험한 선행에도 큰 감사를 느꼈다고 보고했다.


    조사 결과 참가자가 감사의 감정을 느낄 때 뇌 (좌우 반구가 만나는) 내측 전전두엽피질의 특정 영역이 활성화되었다. 이 영역은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안도감을 느끼는 기능과 관련 있다. 아울러 이 영역은 우리가 사회 활동에서 즐거움을 경험할 때 불이 켜지는 신경망의 일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친밀한 사람과 신체 접촉을 했을 때나 통증이 완화될 때 활성화되는 뇌의 뮤-오피오이드(마약성) 신경망과도 많은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


    즉, 이 데이터는 감사가 사회적 유대 및 스트레스 완화와 관련 있는 뇌 신경망에 의존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감사 정서가 건강에 어떤 유익을 끼치는지 부분적으로 설명해준다. 감사하면서 타인이 제공한 도움을 인정하면 몸 상태가 느긋해지고 스트레스 수치도 낮아진다.



    감사하면 무엇이 달라질까?

    감사가 우리에게 유익한 이유

    기분이 좋아진다

    여러 학자들은 감사 실천이 행복감과 삶의 만족감을 증진하는 가장 신뢰할 만한 방법 중 하나임을 입증했다. 또는 감사는 낙관성, 기쁨, 쾌감, 열정 등 다른 긍정적 정서도 끌어올렸다.


    우리는 좋은 것에 쉽게 익숙해진다. 그래서 아무리 사소할지라도 좋은 것을 인정하기 위한 수고를 기울여야 한다. 감사할 때 우리는 긍정적 경험을 음미하고 덜 당연하게 여긴다. 감사 일기는 이를 독려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 중 하나다.


    감사 실천이 삶의 무게로 힘겨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있다. 연구자들은 그들을 임의의 세 집단에 배정해 심리 상담을 받게 했다. 첫 번째 집단은 3주간 매주 다른 사람에게 감사 편지를 쓰라는 과제를 받았다. 두 번째 집단은 부정적 경험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그 감정을 글로 기록하라는 과제로 받았다. 세 번째 집단은 어떤 글쓰기 활동도 하지 않았다.


    결과는 어땠을까? 감사 편지를 쓴 이들은 4주차 12주차에 다른 집단보다 월등히 양호한 정신 건강 상태를 보고했다. 삶의 만족도가 높아졌으며 불안과 우울 증상이 줄어들었고 관계와 삶 전반에서 대처 능력이 향상되었다. 이는 감사 글쓰기가 단지 건강하고 사회 적응력이 좋은 개인뿐 아니라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도 유익함을 시사한다. 심리 상담과 감사 실천을 병행하면 짧은 기간일지라도 상담만 받는 것보다 더 유익했다. 다른 연구 역시 감사가 심리 치료에 도움이 되며 우울감 감소 효과가 있다는 발상을 뒷받침한다. 


    감사로 쌓는 협업의 탑

    우리는 한 실험에서 참가자들에게 세 명의 다른 참가자(실은 연구팀에 속한 진행자)와 컴퓨터 공놀이 게임을 할 것이라고 알렸다. 참가자들은 다른 선수들과 대면한 후 그들을 얼마나 귀하게 여기는지를 측정하는 설문조사에 응했다. 우리가 테스트한 측정 기준은 ‘복지희생률’ 즉 ‘다른 사람의 복지를 위해 자신의 복지를 어느 정도 희생할 의향이 있는가’였다.


    공놀이 게임이 시작되었다. 이 컴퓨터 게임은 참가자가 ‘은행장’으로 지정된 선수에게 공을 패스할 때마다 50센트를 받는 구조였다. 말할 필요도 없이 참가자들은 가능하면 공을 은행장에게 패스해 수익을 얻고자 했다.


    그런데 어떤 게임에서는 은행장이 참가자에게 전혀 공을 패스하지 않고 참가자를 게임에서 소외시켰다. 몇 라운드 동안 다른 선수들과 은행장이 자기들끼리만 공을 주고받다가 반전이 일어났다. 다른 선수 한 명이 참가자에게 공을 패스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득점을 위해 은행장에게 공을 패스하지 않고 참가자가 돈을 벌도록 해준 것이다. 즉, 이 선수는 자신을 희생하여 참가자를 도왔다.


    게임 후 참가자들은 다른 선수 각각을 얼마나 귀하게 여기는지 묻는 복지희생률 설문조사에 다시 응했다. 우리는 조사 과정에서 세 가지 중요한 패턴을 발견했다. 첫째, 우리가 예상한 대로 참가자들은 1차 게임 때 자신을 도운 선수를 귀하게 여겼다. 즉, 오직 자신을 도운 선수에 대한 복지희생률만 증가했고, 다른 선수들에 대한 복지희생률은 변동이 없거나 감소했다. 둘째, 복지희생률 ‘증가폭’으로 참가자가 도움 제공자에게 느끼는 감사를 예측할 수 있었다. 즉, 복지희생률의 ‘증가폭’이 클수록 도움에 대한 더 큰 감사의 감정을 보고했다.


    세 번째 발견은 협력과 관련 있다. 참가자들은 ‘독재자 게임’에서 자신을 돕지 않은 선수보다 자신을 도운 선수에게 훨씬 큰 비중의 돈을 배분했다. 그러나 감사와 달리 협력 행동은 복지희생률 증가폭이 아닌 ‘게임 후’ 복지희생률 수준(즉, 참가자들이 현재 도움 제공자의 복지를 얼마나 귀하게 여기는가)으로 예측할 수 있었다.


    여기에는 미묘하지만 중요한 차이가 있다. 감사는 복지희생률 ‘증가폭’, 즉, 긍정적 변화를 통해 예측할 수 있었다. 한편, ‘현재’ 복지희생률 값을 보면 감사 효과를 넘어 나눔 정도를 예측할 수 있었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감사를 표한다는 사실은 그들의 행동으로 말미암아 전보다 그들을 더 귀히 여긴다는 신호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그들을 더 귀하게 여길수록 향후 그들에게 유익을 제공할 가능성이 커진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어떤 사람이 호의를 베풀 때, 즉 모종의 유익을 줄 때 고마워한다. 감사는 우리가 도움 제공자를 ‘얼마나 더’ 귀히 여기는지 설명한다. 결국, 본질은 감사(그리고 이런 감정을 유발하는 심리적 체계)가 유망한 협력자, 즉 우리를 배려하고 미래에도 계속 배려한 사람을 간파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감사 표현이나 발언은 우리가 그들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으며 그들이 유익한 존재임을 인식하고 있기에 향후 보답할 수 있다는 신호를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우리가 누군가로부터 감사를 받을 때 우리 역시 동일한 메시지를 받는다. 감사 인사를 들으면 그들을 더 귀히 여기게 되고 그만큼 우리 행동이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더 신경 쓰게 된다. 이렇게 감사를 표현하는 것과 받는 것 둘 다 최초의 상호작용에서 시작하여 시간이 흐를수록 더 강력하고 협력적인 관계로 나아간다. 이 과정에서 호혜적 가치 또한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학교와 직장에서 감사하는 법

    학교에 감사 문화를 가꾸는 방법

    우리는 교육 현장에서 청소년에게 감사하는 힘을 길러줄 방법을 연구했고, 매우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 이 연구는 교육자들이 교실 현장에 도입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과 원칙을 제시한다. 그중 가장 많이 사용된 감사 강화 기법은 (성인과 청소년 모두) 감사 일기이다.


    감사 일기는 일단 쓰기가 쉽다. 어느 교과목이든 교사가 수업 전 학생들에게 감사거리를 작성하게 하면 된다. 왜 감사하는지 이유를 설명하게 하면 효과가 배가 된다. 작성한 내용을 교실 벽에 게시하면 미화 효과와 기억을 상기하는 효과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이런 실천이 반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사고의 폭을 넓히며 배움의 활력소가 된다는 탄탄한 과학적 증거도 있다.


    우리가 연구한 도 다른 실천은 감사 방문이다. 학생들이 제대로 감사를 표하지 않았던 도움 제공자에게 감사 편지를 쓰고 직접 만나 편지를 낭독한다. 그 후 학생들이 함께 방문이 어땠는지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게 했다. 초반에는 낮은 수준의 긍정적 정서를 보고한 학생들이 조사 직후 더 높은 감사와 긍정적 정서를 보고했다. 이러한 효과는 두 달 후까지 지속되었다.


    감사는 생존 기술이다

    난 성장기에 제대로 감사하거나 감사에 관해 성찰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내가 감사 인사를 깜빡 잊거나 미적거리면 어디선가 따귀가 날아들거나 허리띠로 엉덩이를 맞았다. 감사에 대한 일깨움은 주로 그렇게 완력과 강요로 이루어졌다. 어머니는 그녀가 내게 해준 모든 것에 감사하길 원하셨다.


    결과는 어땠을까? 점점 어떤 것도 요구하지 않게 되었다. 숙제를 도와달라고 하지 않았다. 자급자족형 인간이 되어갔다. 무언가를 요구하거나 적절한 감사 표현을 깜빡하면 고통스러운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생각이 내 속에 굳게 자리 잡았다.


    단순한 감사 인사와 진정한 감사는 다르다. 전자는 예의이자 교양이다. 누군가가 당신을 위해 무언가 해주었음을 수긍하는 것이다. 난 이런 인사가 왠지 겉치레처럼 느껴진다. 이것은 일종의 거래다. 진정한 감사는 내면과 외면 둘 다에 초점을 맞춘다. 당신을 향해 또는 당신을 위해 행한 무언가를 인정하고, 그 도움이나 경험을 제공한 사람이나 대상을 인정하고, 짧은 순간이라도 어떻게 당신의 삶이 나아졌는지를 깨달아야 진정한 감사다.


    난 감사가 사치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게 감사는 하나의 생존 기술이다. 좋은 것을 알아보고 인정하며 고마워할 줄 아는 능력은 뒷덜미나 발목을 잡는 무거운 것을 떨쳐버리는 데 도움이 된다. 세상 속 연결성을 볼 수 있는 능력은 위력적이다. 당신의 언행이 누군가에게 의미가 있으며, 당신이 누군가에게 가치 있는 존재임을 깨달을 때 협력과 관계를 소중히 여길 수 있다. 


    감사하는 직장 문화를 가꾸는 다섯 가지 방법

    2013년에 존 템플턴 재단이 미국인 2천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사람들이 가장 감사를 덜 느끼고 덜 표현하는 곳이 직장임이 드러났다. 그만큼 사람들의 직업 감사도가 낮다. 그렇다고 직장 내에서 감사를 주고받는 문화에 대한 갈망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응답자의 93퍼센트는 감사를 잘하는 상사가 성공 가능성이 더 크다고 답했으며, 감사가 상사에게 ‘약점’이 된다고 생각한 사람은 18퍼센트밖에 없었다. 직장인 대부분은 “감사해요”라는 말을 들을 때 직장 생활이 즐거워지고 동기 부여가 된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여기 알다가도 모를 흥미로운 반전이 있다. 거의 모든 응답자가 동료에게 감사 인사를 하면 “스스로 더 행복과 보람을 느낀다”라고 답했다. 그런데 조사 당일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한 사람은 10퍼센트에 불과했다. 놀랍게도 60퍼센트가 “직장에서는 절대 감사를 표하지 않으며 하더라도 일 년에 한 번 정도 한다”라고 답했다.


    템플턴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35퍼센트가 감사를 표현하면 ‘호구’가 된다고 생각했다. 상호의존성을 인정하는 것이 곧 스스로 연약함을 드러내는 처사라고 본 것이다. 결과적으로 감사를 모르는 문화가 깊이 뿌리내려 악순환을 일으키고, 이는 직장의 사기와 단합에 끔찍한 영향을 준다. 우리가 단지 월급 때문에 출근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돈벌이가 직장 생활의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우리는 존중과 성취감, 목적의식을 얻고자 일한다. 우리는 일에 혼신을 다하고 일은 정서에도 영향을 미친다.


    감사는 이런 동기 부여를 뒷받침하는 비금전적 방식이다. 단순한 감사 인사라도 된다. 돈 한 푼 안 들지만 감사 인사는 측정 가능한 순기능을 한다. 심리학자 애덤 그랜트와 프란체스카 지노는 네 번에 걸친 실험을 통해 상사로부터 감사 인사를 받았을 때 직장인이 느끼는 자기가치감과 자기효능감이 증가함을 발견했다. 때마다 감사를 표현하면 신뢰가 쌓여 향후 서로 도와줄 가능성이 커진다.


    꼭대기부터 시작하라

    첫 단추는 상사가 직원에게 감사 인사를 하는 것이다. 이야말로 직장 내 감사에 관한 연구에서 결과가 가장 뚜렷한 항목 중 하나다. 어떤 사람에게는 감사 표현이 안전하지 못한 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특히 감사하지 않는 전통을 가진 직장에서 그렇다). 감사를 회사의 표준으로 정립하는 일은 권력을 가진 윗사람이 공석이나 사석에서 명백하게, 일관되게, 진정성 있게 감사 인사를 하는 것에 달려 있다.


    이런 노력을 차차 정책으로 만들 수 있다. 아울러 감사를 평가와 회의에 녹일 수도 있다. 회의 중 5분을 할애하여 서로 감사하는 시간을 가지면 된다.


    감사받지 못한 사람에게 감사하라

    주목받지 못하는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을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모든 조직 층에 감사기반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행정 직원과 육체노동을 하는 직원들에게 공개적으로 감사를 표하면 사람들이 어떻게 조직이 돌아가는가에 더 관심을 가지고 이해도 깊어질 것이다. 이는 말할 필요도 없이 조직의 사기진작과 신뢰 증진으로 이어진다.


    워싱턴대학교의 라이언 페르 교수가 보는 성공적 감사 프로젝트의 관건은 일관성이다. 그는 “결국 관건은 감사를 조직 문화 중심에 두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가장 기본적으로 조직이 할 일은 직원을 잘 대우하는 것이다. 그다음에 조직원이 긍정성을 발견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양보다 질을 겨냥하라

    사람들에게 감사를 강요해봐야 소용없다. 이는 도리어 근본적으로 감사를 저해하는 권력 불균형을 강화하며, 사람들이 감사 표현을 가식처럼 느끼게 할 뿐이다. 핵심은 자발적으로, 자연스럽게 감사 표현이 피어날 시공간을 창출하는 것이다.


    당신은 어떻게 진정성을 전달하는가? 사소한 디테일이 결정적이다. 당신이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이나 행동이나 대상의 유익에 관해 감사하는 이유를 밝힐 때 스스로 느끼는 감사가 더 커진다(그리고 당신이 감사하는 척하는 게 아니라 진심이라는 것이 상대에게도 전달된다).


    아울러 우리는 사람들이 ‘어떻게’ 감사받길 원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폴랙은 감사를 사랑의 언어에 비유한다. 사람마다 인정의 언어가 다르다. 직장에는 다양한 소통 유형과 출신,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모여 있다. 우리가 할 일은 동료의 강점이 우리 자신의 강점과 다를 때도 그 강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풍성한 감사 기회를 마련하라

    모든 사람이 공개석상에서 감사받기를(또는 감사하기를) 즐기는 건 아니다. 낯가림이 있거나 겸손하여 자기를 드러내길 원치 않는 사람도 있다. 이 때문에 다양한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물은 감사를 북돋우는 또 다른 방식이다. 선물이 직장 내 인간관계와 상호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특히 비금전적 선물이 효과가 컸다). 혜택 제공도 좋은 감사 방식이 될 수 있다(특히 대상자가 낯을 가리는 성격일 경우 그렇다). 허드렛일을 대신 해주거나, 주차 공간을 빌려주거나, 휴가를 주는 것도 감사 표현이 된다. 이런 비금전적 선물은 직장 내 인간관계의 신뢰도를 높인다(이런 선물이 상호적이고 진정성이 있으며 이타적 동기로 주어진다는 조건을 충족한다면 말이다).


    감사 문화를 북돋우는 (까다로운) 방법이 또 하나 있다. 감사가 조직 내 갈등을 해소하는 데 긍정적으로 기여함으로써 조직과 직장 내 인간관계에 보탬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우선 감사의 출발점은 갈등을 중재할 책임을 맡은 사람이어야 한다. 상사가 회의 서두에 앙숙인 두 직원 각각에 대해 진심 어린 감사를 표하는 것이다. 아울러 중재 과정 내내 기회가 생길 때마다 적극적으로 갈등 당사자들에게 감사해야 한다. 이런 태도가 당장에는 가시적 결과를 내지 못해도 차차 긍정적 피드백 효과를 일으킨다.


    위기가 지나간 후 감사의 시간을 가지라

    감사 문화를 가꾸는 것은 직장 생활에 수반되는 변화, 갈등, 실패가 주는 스트레스에 대한 가장 좋은 방책일 수 있다. 감사는 재앙 너머로 눈길을 돌리게 하며 재앙의 긍정적 측면을 주목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이상적으로 감사는 손실을 잠재적 이득으로 재구성하는 도구다. 직장이 위태로운 지경에 있다면, 사태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획득하기 위한 회의를 소집해보라.


    과학은 우리가 직장에서 감사 기피증을 극복해야 한다고, 감사를 소통, 공감, 용서와 더불어 연마해야 할 하나의 직업적 기술로 봐야 한다고 가르친다. 누구나 감사하는 법을 배울 수 있고, 그 유익은 모두에게로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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