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모른다, 내가 잘하고 있다는걸
 
지은이 : 슈테파니 슈탈(역:김시형)
출판사 : 갈매나무
출판일 : 2021년 09월




  • 혹시 실수를 저지를지도 모른다는 끊임없는 두려움 때문에 과도하게 일에 매달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왜 나의 크고 작은 성취들을 마음껏 즐기지 못하고 늘 불안해하며 그것들을 깎아내리기 바쁜가. 저자는 마치 긴장한 어깨를 부드럽게 다독이는 것처럼 따스하게 말을 건넨다. 보람이나 뿌듯함을 즐길 여유를 거부하지 말라고, 더 많이 웃을 기회를 만들라고. 춤추고 싶을 때 추고, 산책하고 싶을 때 밖으로 나서며 스스로를 돌보고 보살펴주라고.


    나만 모른다, 내가 잘하고 있다는 걸


    진짜 약점과 가짜 약점 구별하기

    어떻게든 화목해야 한다는 강박에 대하여

    자기 불안이 있는 사람은 스스로가 불안해한다는 것을 잘 깨닫지 못하기도 하거니와, 자기 확신이 있는 이들에 비해 타인을 호의적으로 대하지 못한다. 열등감이 있는 탓에 남을 쉽게 불신하며 경쟁심에 곧잘 사로잡힌다. 하지만 자존감이 허약한 사람은 실제로 가장 중요한 약점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늘상 남에게 맞춰주는 것이 우선이고, 좋은 관계를 깨기 싫어 갈등을 기피하느라 도리어 솔직하지 못한 점, 자신을 사랑하는 능력이 적어서 주변 사람 역시 사랑하지 못한다는 점. 이것이 이들의 진짜 약점이다.


    한 사람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는 거의 그대로 남에게 전이된다. 항상 자신을 날선 비판의 눈초리로 보는 사람은 자신의 이런 저런 약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에 비해 남들의 약점부터 찾아내려는 경향이 있다. 마찬가지로 자기 불안이 있는 사람은 나름대로 강자라고 보이는 상대방에게 경외심을 갖지만 그만큼 상대방의 약점에 필요 이상으로 관심을 기울인다. 그렇게 남의 약점에 시선을 던 질 때면 이들은 더욱 쩨쩨하고 모질어진다. 자기 자신에게 관대한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스스로 만들어 낸 열등감 때문에 자신보다 우월하다고 판단되는 사람을 깎아내리며, 그래야만 그들과 동등해진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대하는 태도는 그대로 남에게 전이된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삶을 구성하고, 화목해야한다는 강박에 지배받는다. 알고 보면 그 성향은 모종의 공격 욕구와 묘하게 결합되어있다. 이들은 자신이 약점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외부에 숨기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어떻게든 상처받지 않겠다는 목표로 살아간다. 그러다 보니 이따금 남들에게 솔직하지 못한 상황도 벌어진다. 상대방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자신에 대해 밝히지 않으려 애쓰거나 필요할 경우 최소한에 한해서만 공개한다. 특히 조화로움에 대한 강박이 말과 행동을 통제하는 바람에 자연히 자기 입장을 표명하거나 견해를 밝히기 어려워한다.


    이들은 뭔가 불편하고 안 맞아도 곧이곧대로 말하지 않는다. 속으로 짜증을 삼키며 겉으로는 침착한 척한다. 주머니 속에서는 주먹을 불끈 쥐면서 얼굴에는 미소를 띤다. 자기 생각이 따로 있어도 함구하거나 한껏 에둘러서 표현한다. 특히 관계 안에서 자기 욕구나 소망, 견해를 피력할 경우 상대방과 대립각을 세우게 될지도 모른다고 예상되면 더욱 그렇다. 반면에 단순한 사실 관계를 논할 때나 자기 의견이 통용되는 상식과 거의 부딪힐 위험이 없다고 판단하면 편하게 입장을 토로하기도 한다.


    이런 소심한 태도 역시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남들과 정면으로 대결하면 자신이 제대로 방어하지 못할 거라는 불안감 때문에 나타난다. 불안한 이들은 끊임없이 자신이 열등한 위치에 놓일까 봐 전전긍긍한다. 상처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도 항상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다. 이 소심함 때문에 어느 정도 은폐와 차단이 일어난다. 내게 상담 받으러 온 이들과 얘기하다 보면, 제일 친한 친구에게 화가 나도 속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없다며 하소연하는 걸 듣곤 한다. 나는 그 친구가 지금의 대화를 듣는다고 가정하면 어떨 것 같냐고 묻는다. 그러면 내담자들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친구에게는 큰 충격일 거라고 답한다.


    자기 불안이 있다고 해서 성격이 더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스스로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 너무 커서 솔직하지 못한 태도가 습관이 된 것 뿐이다. 문제는 이렇게 화를 마음속에 담아두다 보면 결국에는 친구든 애인이든 관계가 적잖이 힘들어진다는 사실이다. 화를 표출하지 않고 쌓아놓기만 하면 그냥 스르르 녹아 없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냉담하고 딱딱한 분노로 굳어버린다. 이렇게 화석이 된 분노는 싸움도 사전 예고도 없이 관계를 뚝 단절시키거나, 상대방 입장에서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처럼 느껴질 만큼 갑작스런 분노로 터져 나온다. 전자든 후자든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하다. 차라리 평소에 입을 열고 이런 저런 오해를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훨씬 낫다. 이들의 조화로움에 대한 강박 덕분에 당장은 관계가 무사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돌이킬 수 없이 망가지는 일도 생겨난다.


    나는 심리 상담실을 찾은 사람들에게 그때그때 할 말을 꼭 하라고 권한다. 이것 말고는 상대방이 오해를 해명하거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도록 하여 관계를 다시 산뜻하게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달리 없기 때문이다. 한편, 욱하는 사람들은 조금 다른 태도를 보인다. 이들 역시 공격받고 모욕당한 기분을 쉽고 빠르게 느낀다. 다만 너무 성급하게 느끼는 것이 탈이다. 이들은 공격받았다고 여긴 순간, 속사포처럼 상대를 나무란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는 상대방은 어안이 벙벙해진다. 당연히 이런 성향 역시 관계 유지에는 도움이 안 된다.


    이렇게 욱하는 유형도 사실은 자신의 속내를 솔직하게 표현할 줄 모른다. 그래서 비교적 부담이 덜한 사소한 일에 버럭 화를 내는 것이다. 이들은 솔직하게 속마음을 말했다가 금방 상처받을까봐 불안해한다. 이 점은 갈등을 피하는 평화주의자들이나 욱하는 유형이나 마찬가지다. 겉보기엔 강해 보이는 이들도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충분히 의식하며, 누구보다 본인이 그것을 제일 괴로워한다. 나를 찾아온 내담자 가운데 충동적이고 욱하는 태도를 조절하고 싶어서 온 이들의 비율이 상당할 정도다.



    그냥 마음 놓고 불안해하기

    “그래, 내가 지금 이렇구나”

    자존감이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의 결정적 차이는 약점까지도 자신의 모습으로 받아들이는지, 아니면 결코 닿을 수 없는 이상형만 좇는지에 달렸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특히 이상적인 자아의 모습과 실제 자아를 끊임없이 비교하고, 자신이 설정한 목표를 채우지 못해 참담한 기분에 빠진다. 자기 불안이 있는 사람들은 흔히 자기가 더 예쁘고, 똑똑하고, 재치 있고, 어느 모로 보나 능력이 넘쳐나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인생에서 정말로 중요한 건 그런 것들이 아니다. 설령 그렇다 한들 최소한 어떤 조건에서만 한정적으로 중요할 뿐이다. 외모가 출중하고 재능이 많은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단점과 약점 등 모 든 걸 포함해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자기 불안을 가진 이들이 보통 가장 격하게 자책하는 점이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자신이 불안하다는 사실’이다. 나 또한 내담자들과 심리 치료를 진행하다 보면, 자신의 불안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치유를 위한 중요한 첫 걸음이라는 사실을 거듭 확인하게 된다. 따라서 제일 먼저 할 일은 당신의 불안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불안한가? 그렇다면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자. “그래, 내가 지금 이렇구나.”


    이제 자신과 싸우는 일은 그만두자. 그냥 마음 놓고 불안해하자. 불안하다는 사실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그저 지금까지 당신 혹은 당신 안에 사는 내면 아이가 유년기에 절망적인 경험을 여러 번 겪어 서 그렇게 불안해진 것뿐이다. 이제는 그런 자신을 좀 이해해줄 때가 됐다.


    몸을 통해 마음을 건강하게 변화시키는 방법

    서양 문화에서는 몸과 마음을 구분해서 말하고, 심신상관의학에서도 ‘심리 상태가 몸으로 나타난다’는 식으로 두 영역을 분리해서 다룬다. 하지만 몸과 마음의 증상을 따로 나누지 않는 문화도 있다. 나를 찾아온 아시아계 여성이 연애 문제로 힘들어하면서 심장이 타는 듯 아프다고 말했다. 그녀가 성장한 문화에서는 몸과 마음을 원래부터 하나로 보는 것 같았다. 실제로 최근에는 몸에 일어나는 통증이나 마음에 오는 고통 모두 뇌의 동일한 고통 중추를 활성화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인간의 뇌가 몸의 고통과 마음의 고통을 굳이 구분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굳이 연구 결과를 빌지 않아도 우리 역시 몸이 불편하면 심적으로도 크게 부담을 겪는다는 사실을 잘 안다. 이가 쿡쿡 쑤셔서 얼굴이 온통 욱신거리는데 신나게 춤출 마음이 생기겠는가? 감정 중에는 서로 공존하지 못하는 것들도 있다. 예컨대 불안에 떨면서 흐뭇할 수는 없다.


    기본적으로 불안이 지속되면 목과 어깨 근육이 단단하게 뭉치고 심할 경우 긴장성 두통이 찾아온다. 반대로 뒷목이 편하게 풀어지면 긴장성 두통도 한결 나아진다. 운동은 마음 상태를 눈에 띄게 밝고 긍정적으로 만든다. 힘차게 뛰거나 움직이고 나면 기진맥진하지만 기분은 날아갈 것 같았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한 번씩 있다. 운동 말고도 신체를 이용하여 심리를 건강하게 변화시키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 큰 수고를 들이지 않고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호흡법이다.


    나의 상담실을 찾은 사람 중에는 공황 장애가 자주 일어났던 여성 내담자가 있었다. 그녀는 어느 날 내게 이렇게 말했다. “심리 치료에서 얻은 긍정적인 자극과 제대로 된 호흡 훈련 덕분에 공황 장애가 사라졌어요!”


    깊고 바른 숨쉬기는 긴장을 걷어내고 몸을 이완시킨다. 이완과 불안은 한 몸 안에 있을 수 없으므로 이완이 일어나면 불안은 물러간다. 이 현상은 신경계, 전달물질, 호르몬이 뇌 안에서 협동한 결과다. 앞서 말한 이 여성은 이렇게 덧붙인다. “나에게 호흡을 조절할 수 있다는 건 인생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해요.”


    이 훈련을 즐거운 마음으로 꾸준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하철에서든 밥을 먹을 때든, 숨을 들이쉴 때 배를 내밀고 내쉴 때 집어넣는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나를 온전히 충분하게 안아주기

    나를 책임진다는 건 무슨 뜻일까

    자존감을 보완하고 싶다면 우선 자신이 인생에서 무엇을 성취하고 싶은지, 어떤 목표와 인생의 의미를 좇고 싶은지 생각해봐야 한다. 불안을 몰아내는 가장 큰 무기는 바로 의미다. 평생 방어만하며 사는 사람은 결국 제자리만 뱅뱅 돌 뿐,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한다. 물론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 중 다수가 겉보기에는 협조적이고 타인을 위해 희생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런 행동을 하는 동기를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들은 버림받을까봐 두려워서, 잘못을 저지를까봐 두려워서, 사랑받지 못할까봐 두려워서 어떤 행동을 하기도 하고, 하지 않기도 한다. 이런 두려움은 한 사람이 단단히 발을 딛고 설 바닥, 즉 삶의 가치 기반이 되지 않는다.


    심리적으로 더 건강하고 윤리적으로 더 지속 가능한 것은 이 두려움을 책임으로 변화시키는 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타인에 대한 책임을 받아들이기 전에 스스로에 대한 책임을 받아들이는 것이 우선이다.


    그렇다면 나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스스로에 대한 책임을 지려면 가장 먼저 삶을 스스로 제어하며, 돌발적으로 일어나는 우연에 인생을 내맡기지 않아야 한다. 책임이란 스스로의 결정에 따라 행동하고 삶을 가꾼다는 뜻이다. 혹시 무언가에 좌초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좌충우돌 임시변통으로 사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더구나 내 행동에 책임을 지려면 내가 무엇을 바라는지부터 정확히 알아야 한다. 훌륭하고 튼튼한 자존감을 갖는 것이 중요한 일이긴 해도 인생의 큰 목표가 되기엔 부족하다. 자존감을 가지고 살든 자존감 없이 불안하게 살든 나의 삶의 방식은 어디까지나 내 개인으로서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지구에서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기, 좋은 관계를 실현하기가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자존감이나 한 개인의 가치 또한 단독으로 성립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의 행위를 통해, 즉 관계 안에서만 성립되는 것이다. 나는 이 책에서 자기 불안을 갖고 사는 것이 무조건 나쁜 일이 아니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도리어 불안을 감추거나 잊어버리기 위해 남을 희생하는 것이 더 나쁘다.


    자존감을 강화하고 싶다면 지금 이 삶에서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한다. 일에서, 사생활에서 당신이 바라는 목표는 무엇인가? 당신의 가치관은 어떠한가? 여기서 당연히 당신의 내적 신념과 외적인 필요조건 사이에 갈등과 충돌이 있을 수 있다. 돈을 벌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당신이 진심으로 원하지 않는 일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당신은 자신의 신념과 목표를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야만 이 목표를 실천하기 위해 어떤 차선책을 강구할 것인지도 고민할 수 있다.


    나 자신에게 공감해주는 것부터 시작이다

    당신의 내면으로 들어가서 일과 삶에서 무엇을 바라는지 구체적으로 인식하자. 그리고 당신의 목표와 내적 가치관이 서로 일맥상통하도록 만들어보자. 돈은 행복을 온전하게 주지 않으며 그저 안정과 편리함을 제공할 뿐이다. 행복을 주는 가치로는 우정, 관용, 정의, 시민의 양심, 정직, 이해, 깨달음, 공정, 박애, 환경보호, 용기, 유머, 협력, 배움, 책임, 성찰, 지혜 등을 꼽을 수 있다.


    인생의 깊은 의미를 실현하는 일만큼 지속적으로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없다는 사실은 심리학 연구로도 여러 차례 입증되었다. 인생의 의미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관심은 자신을 벗어나 타인과 세상사로 확장된다. 부모가 된 이들이 아이들을 책임지고 사랑하는 과정에서 인생의 의미를 경험하고, 부모로 사는 것을 행복하게 여기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직업을 통해서도 그런 의미를 경험할 수도 있고 취미나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삶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다만 여기서 핵심어 혹은 필수적인 가치는 ‘공감’이다. 제일 먼저 자신에게 공감해주자. 최대한 솔직하고 열린 마음으로 장점, 단점, 마음 속 깊은 동기들을 포함해 자신을 있는 그대로 속속들이 알아 내 고개를 끄덕여주자. 그러고 나서 다른 사람들과 주변 환경에도 관심을 기울이며 공감하고 연결해보자.


    설사 지금 당신이 좋아하지도 않고 가치관에도 맞지 않는 직업을 가졌다 해도, 그 안에서 작으나마 최선을 시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공평하고 배려심 많은 동료가 될 수도 있고, 맡은 업무를 최대한 공들여 처리할 수도 있다. 당신이 일하는 직장의 여러 조건들을 정의롭고 민주적인 방향으로 개선하는데 앞장설 수도 있다. 더 나아가 당신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다 보면 당신의 업무 조건 역시 대대적으로 바꿀 수 있다. 재교육이나 연수를 받을 수도 있고, 직장을 옮길 수도 있고, 업무 환경이나 방식을 확 바꿀 수도 있다.


    갈등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극복하라

    게를린데는 56세 세무 공무원이다. 그녀는 최근 들어 자주 바뀌는 세법 규정을 따라잡는 게 버거운 데다, 자신의 가치관을 거스르는 업무 규칙을 억지로 지켜야하는 탓에 번아웃 증후군의 징조를 자주 보였다. 누가 봐도 가난뱅이인 서민에게서는 마지막 동전 한 닢까지 탈탈 털어내면서, 돈 많은 재벌들에게는 툭하면 해외로 본사를 옮기겠다는 협박을 무마하느라 거액을 절세해주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게를린데는 온몸이 아팠다. 죄다 내던지고 도망치고 싶었다.


    그러나 게를린데의 나이와 유달리 특화된 업무 분야 때문에 다른 직업을 찾을 가능성은 희박했다. 더욱이 조금 있으면 받게 될 연금을 생각하면 섣불리 일을 그만두기도 어려웠다. 합리적으로 판단하자면 정년까지 이 일을 유지하는 것이 옳았다. 다만 더 아프거나 힘들지 않기 위해서는 무언가 조치를 취해야했다. 게를린데는 자신이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그녀는 우선 한 번 더 세법 규정을 철저히 연구하고 분석했다. 그 결과, 자신이 담당하는 저소득자나 중위소득자들을 구제할 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다. 상사가 불합리한 이야기를 늘어놓을 때면 더이상 참지 않고 객관적인 논리를 들어 적극적으로 항변했다. 동료들의 삶에도 더 관심을 기울이고 손을 내밀었다. 여러 시도를 통해 게를린데는 마침내 자신이 빠져 있던 무력감에서 벗어났고, 여전히 존재하는 몇 가지 부당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직업에 스스로 만족할 만한 의미를 부여 할 수 있었다. 이러한 의미 부여는 그녀가 번아웃 증상을 극복할 새로운 에너지를 마련해주었다. 당신은 이 사례를 읽고 아마 이런 생각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게를린데가 해낸 일이 훌륭하다는 건 인정해. 하지만 난 결코 상사에게 대들지 못해. 게다가 그런 대책도 절대 강구하지 못해’


    물론 게를린데도 이 계획들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먼저 갈등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극복해야했다. 그녀는 갈등을 겪는다 한들 공무원으로서의 자신의 지위가 크게 바뀌는 일은 없을 거라고 추측했다. 최악의 경우라 해봐야 상사가 자신에게 짜증나는 업무들을 폭탄처럼 던져주는 게 전부일 것이다. 게를 린데는 속으로 ‘강직하고 줏대있게 살려면 그런 것쯤 감수해주겠어’라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자신이 떠올린 이 생각들에 큰 힘을 얻었다.


    물론 상사와 대치하는 것만으로도 적잖은 불이익을 당해야하는 직업과 상황이 있다. 상사의 성격에 따라 항변하는 것이 아예 무의미한 경우도 분명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평소에 미리 걱정부터 하거 나, 끝까지 상황을 세세하게 예상하고 추측하는 대신 막연한 불안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정말 구체적으로, 당신이 자신의 견해와 입장을 내세울 경우 어떤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고 무엇을 잃을 가능성이 있는지 일일이 떠올려보자. 보통의 경우 직장을 잃는 일은 거의 없으며, 목숨을 잃는 경우는 더더욱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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