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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토록 멋진 휴식
저   자 : 존 피치 외(역:손현선)
출판사 : 현대지성
출판일 : 2021년 07월

  • 이토록 멋진 휴식


    인생의 밀도를 높이는 유일한 길

    역사상 위대한 지성들을 살펴보면 그들을 관통한 한 가지 두드러진 특징이 있다. 수천 년의 시간대와 광범위한 분야와 직종을 아우르면서도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 행동가, 창조자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다. 바로 나름의 고유한 방식으로 타임오프의 가치를 깊이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이 보통 사람들보다 위대하고 당대를 훌쩍 뛰어넘는 명망을 얻은 것은 타임오프 덕분이다.


    그런데 오늘날 근로계층을 보면 정확히 반대로 가고 있다. 우리는 분주함, 스트레스, 과로를 성취도와 중요도를 입증하는 영예 훈장인 양 달고 다닌다.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일할 때 몰입하려면 작업 모드의 전원을 꺼야 하며 양질의 쉼과 일 사이에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엔 중간에서 배회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일에 온전히 몰입하거나 집중하는 법이 없다. 그들은 쉬는 동안에도 일로부터 온전한 거리 두기를 하지 못한다. 완전히 켜진 것도 아니고 완전히 꺼진 것도 아닌 상태다.


    다행히도 타임오프에 관한 지식의 명맥을 지켜온 선택받은 소수가 있다. 그들은 벤처기업을 경영하면서도 걸출한 옛 위인들과 똑같이 사회에 영향력을 미치는 인물들이다. 그리고 갈수록 많은 사람이 타임오프 실천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있다.


    새로운 시간 개념의 등장

    옛날의 시간은 우리가 아는 대로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 수렵ㆍ채집자인 선조들에겐 자연의 리듬과 눈앞의 단순한 필요가 가장 중요했다. 그들은 배가 고프면 사냥하러 나갔다. 날이 어둑해지고 몸이 노곤해지면 잠자리에 들었다.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일 개념은 없었다. 일은 그저 ‘생계 공급’과 동의어였다.


    인구밀도가 낮은데다 풍성한 자연 속에 산 덕분에 이 채취자들은 손쉽게 양식을 얻었다. 하루에 몇 시간의 가벼운 노동으로도 3일 정도 연명할 수 있었다. 충분한 잠과 여가가 가능했다.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라이프스타일은 찾아볼 수 없었다(간간이 몸집이 큰 포식 동물이 나타나면 건강한 수준의 스트레스를 겪긴 했다).


    이 모든 것이 대략 1만 년 전에 바뀌었다. 신석기 혁명이 일어났고, 이와 함께 영구 정착과 농업이 출현했다. 농업의 출현으로 인간은 농작물을 재배하고 가축을 키우기 위해 엄청난 수고를 해야 했다. 수렵ㆍ채집자가 했던 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멀리 내다보고 사전에 수확을 계획해야 했다. 새로운 시간 개념이 생긴 것이다.


    정착 사회에서 형성되기 시작한 개인의 부 개념으로 사람들은 남보다 더 일하려고 노력하기 시작했다. 시간과 노동을 많이 투입하는 것과 노력의 대가를 거두는 것 사이에 직접적 상관관계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문화가 꽃피웠다. 동방의 문화 중심지뿐 아니라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도 중요하고 강력한 아이디어가 유례없이 쏟아졌다. 단기간에 세계의 근간이 된 민주주의, 철학, 천문학, 수학, 연극, 문학 등이 탄생했다.


    그러나 이 모든 문명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가난하거나 노예가 아닐 정도의 운이 좋았던) 대다수 고대 그리스인과 로마인의 일상을 현대인의 시선으로 본다면, 한량이라는 딱지를 붙이기 안성맞춤일 것이다. ‘여가 위주의 삶’과 거기서 비롯된 여유 시간에 추구하는 철학, 놀이, 문학, 가족, 스포츠 덕분에 문화가 활짝 꽃피웠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여가가 필수일 뿐 아니라 누구라고 선망하는 최고 경지의 이상이라고 보았다. 일은 필요한 것이고, 여가는 고귀한 것이었다.



    창의성

    20세기 중반에 이르자 광학, 즉 빛에 관한 연구는 대체로 일단락된 문제로 여겨졌다. 대다수 과학자들은 이 분야의 흥미진진한 발견은 이미 다 이뤄졌다고 믿고 다른 주제로 눈을 돌렸다. 그러나 한 과학자는 분자가 빛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강한 호기심을 느끼며 계속 연구에 매진했다.


    찰스 H. 타운즈는 분자를 특정 방식으로 자극하여(전구와 같이 넓은 스펙트럼의 주파수를 방출하는 대부분의 광원과는 달리) 분자가 단일 주파수에서 집중적으로 광선을 방출하는 방법에 관심을 가졌다. 가장 큰 도전은 기기 과열과 폭발 없이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1951년 어느 봄날 아침, 당시 미국 컬럼비아대학 교수였던 타운즈는 타임오프를 가졌다. 공원 벤치에 앉은 타운즈는 자유롭게 이 생각 저 생각을 떠돌았다. 그러다가 고에너지의 특정 분자를 선별적으로 자극해서 기기 손상 없이 집중적으로 빛을 방출할 묘안이 떠오른 것이다.


    그로부터 3년 후인 1954년, 타운즈와 그의 학생들은 시제품 제작에 성공했다. 그들은 이 기기를 메이저MASER(전자기파의 유도방출에 의한 마이크로파 증폭)라고 불렀다. 얼마 후 타운즈와 그의 아이디어를 토대로 여타 과학자들은 마이크로파 대신 가시광선을 사용하는 방법을 발견했다. 레이저는 이렇게 탄생했다.


    이것이 바로 타임오프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목적이 아닌 오로지 의미를 찾으며 타임오프를 즐길 때 상상 못한 방식으로 문명의 진보를 이룬 창의적 돌파구 말이다. 2015년 99세의 나이로 별세한 타운즈는 2014년까지 UC버클리대학의 사무실에 계속 출근했다. “닳고 닳은 길에도 언제나 뒤집어보지 않은 돌들이 있는 법이다. 그 돌들을 주목하고 뒤집어보는 수고를 한 사람에게 새로운 길이 열리는 법이지.” 


    창의적 과정과 타임오프

    그레이엄 월러스는 1858년 북잉글랜드의 소도시 선덜랜드에서 태어났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공부한 후 잠시 교편을 잡았다가 1914년 런던경제대학의 창립 멤버가 되어 초대 정치학 교수로 봉직했다. 아마도 그가 세상에 남긴 가장 큰 족적은 1926년, 생의 끝자락에 출간한 책 『사고의 기술』일 것이다.


    월러스는 창의적 사고의 4단계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첫째, 우리는 자리에 앉아 당면한 문제를 다각도로 검토하고 속속들이 파악한다. ‘몰입해서 일하기(Depp Work)’와 연결되는 대목이다. 칼 뉴포트는 동일한 제목의 『딥 워크』란 책에서 ‘딥 워크’를 “인지능력을 한계까지 밀어붙인 집중 상태엣 수행하는 직업 활동. 새 가치를 창출하고 능력을 향상시키는, 따라 하기 어려운 노력”으로 정의한다. 훌륭한 준비는 그 자체로 일종의 타임오프가 된다.


    다음으로 우리는 부화 단계에 들어선다. 하던 일을 중단하면 의식이 쉬거나 다른 무언가에 집중한다. 이때 우리의 무의식이 입장하여 작업에 들어간다. 무의식은 당면 문제 자체가 아닌 다른 무언가에 몰입할 때 부화한다. 몰입하는 일이 등산이든 다른 관련 없는 일이든 상관없다. 관건은 그저 멍하니 딴 생각을 하거나, 계속해서 이 일 저 일을 바꿔가며 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한 몰입’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다음으로, 우리는 갑자기 떠오르는 영감 또는 계시의 순간인 발현 단계에 다다른다. ‘유레카!’ 라고 외치고 모든 것이 맞아떨어지며 전구에 불이 켜지는 듯한 순간 말이다. 월러스는 이 순간을 ‘번득임’ 또는 ‘맞아떨어짐’이라고 표현한다. 이는 또한 의식이 다시 사고의 주도권을 잡는 때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의 비상한 아이디어가 실제로 기대만큼 비상한지 검증하기 위해 추가로 몰입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실제 상황에서는 준비와 부화를 여러 번 왔다갔다하다가 마침내 발현에 들어가기도 하고, 몇 가지 문제에 대한 작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그리고 문제가 충분히 복잡하다면 단일 문제 안에서도 특정한 한 면에는 ‘부화’하는 동시에 다른 면에는 다른 단계로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그러므로 난관에 봉착했다고 똑같은 문제를 붙들고 늘어지거나 계속 머리를 싸매고 있지 말라. 타임오프를 하며 다른 일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부화 기간에 숨겨진 마법이 일어날 것이다.


    창의성은 타임온(준비, 검증)과 타임오프(부화, 발현)의 부단한 협연이다. 관건은 두 상태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으며 힘을 빼고 자연스레 타임온과 타임오프를 오가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부화가 일어날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제로는 시간을 잘 내지 않는다. 우리는 부화를 위해 시간을 내야 한다(그래서 훌륭한 쉼 윤리가 필수적이다).



    최근 몇 년간 미국 질병통제예방국과 세계보건기구 모두 수면부족을 공중보건상 유행병으로 선포했다. 충격적이게도 선진국 전체 인구 중 3분의 2 이상의 수면시간이 충분치 않았다. 개인차가 있지만 학계는 “상습적 짧은 수면”을 하루 7시간 미만으로 정의한다. 7시간이 이상적이라는 게 아니라 최소치라는 것이다.


    대다수 사람은 자신의 수행력을 과대평가한다. 네다섯 시간만 자고도 멀쩡하다는 것은 이제껏 모든 과학 연구에 의하면 말도 안 되는 신화다. 이렇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자기기만에 빠진 것이다. 매일 6시간만 자면서 일주일을 보내는 것은 하룻밤을 꼴딱 새는 것만큼이나 유해하다!


    하룻밤 숙면과 같은 수준의 유익을 제공할 알약이 개발된다면 기적의 묘약으로 추앙받을 것이고, 우리 모두 앞 다퉈 그 약을 복용하려 들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기꺼이 잠을 희생하고 심지어 그것을 자랑하기도 한다.


    베스트셀러『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열린책들 역간)에서 저자 매튜 워커는 “비즈니스 문화에는 잠의 무익함을 강조하는 오만이 있다”고 지적한다. 워커는 “이런 정서가 끈질기게 지속된 건 업무에 들인 시간이 곧 업무 완수와 생산성과 직결된다고 착각하는 경영 지도자들의 탓도 일부 있다”고 말한다.


    워커의 비유를 빌리자면, 수면 부족 상태로 활동하는 것은 저열로 냄비 물을 끓이는 것과 같다. 푹 쉬고 하루를 시작한다면 훨씬 짧은 시간에, 훨씬 에너지를 적게 낭비하며, 동일한(또는 그 이상의) 결과를 ‘고열’에서 달성할 수 있다. 우리가 잠을 중대하게 여긴다면 에너지 낭비를 대폭 줄이는 것을 넘어 훨씬 많은 유익을 거둘 수 있다.



    놀이

    “당신의 반경 30킬로미터 안에서 혁신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곳은 어디인 것 같은가?” 저녁 파티에서 곧잘 던지는 질문이다. 돌아오는 답은 파티 장소와 테이블에 둘러앉은 사람 수만큼 다양하다. 대학, 스타트업 단지, 회사의 혁신연구소 등은 꼭 들어간다. 물론 이런 곳에서 대단하고 혁신적인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가장 앞서가는 사고를 한다는 기관에서도 관료제도나 상상력 부족으로 혁신의 범위는 제한된다.


    근처 어딘가에 놀이터가 있지 않은가? 그렇다. 정글짐과 재잘대는 아이들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번득이는 아이디어와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마음자세가 있다. 놀이터에서 누리던 자유와 발명, 깊은 기쁨 끝없는 모험의 가능성을 당신도 기억하는가? 놀이터에 들어설 때, 우리는 심오한 지혜와 만난다.


    바보 같은 아이디어가 돌파구를 만든다

    인간이 놀 권리를 박탈당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좋을 리 없다. 알고 보니 꾸준한 놀이는 적당한 수면과 균형 잡힌 식단만큼이나 우리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안타깝게도 성인 세계에서 이런 놀이 부족 증상이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심지어 장난기를 미성숙함의 표시로 보는 성인도 있다. 그들은 장난기 어린 행동을 바보 같은 짓 내지는 시간 낭비로 보는 듯하다.


    혁신은 이상과 실제 사이를 탐구하는 과정이다. 우리는 이미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유연성, 포용성, 상상력의 문화를 키워나가는지 살펴보았다. 이런 면에서 유토피아 사상의 본질과 맞닿아 있는 아이들은 우리에게 더 나은, 더 환한, 더 새로운 미래를 찾아 나서도록 영감을 불어넣어주는 존재들이다. 그들에게는 아이디어를 다음 단계로 끌고 갈 엄정함과 분석 기술은 없었지만 애당초 그런 아이디어를 품었다는 것만으로도 여러 어른보다 윗길이다. 사고방식이 바르다면, 얼핏 불가능해 보이는 아이디어가 실제로 돌파구를 여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최고의 과학자들은 엉뚱한 아이디어를 두 손 들어 환영한다. 과학자들, 특히 가장 탁월한 성취를 한 과학자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다수가 자신이 하는 일의 상당 부분이 고도로 정교한 놀이임을 순순히 시인한다.


    일의 종류와 무관하게 우리는 모두 몸집 큰 어린이가 될 수 있다. 어른들은 아이의 장난기를 배워야 한다. 우리는 자신에게 놀이할 시간과 공간을 허락해야 한다. 장난기를 가지면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장난기를 가지면 돌발적인 일이 일어난다. 당신의 여생을 놀이터에서 보내라고 하는 건 아니지만 간간이 놀이터 사고방식을 사무실, 거실, 일터에 도입하는 것이 유익할 수 있다.


    놀이는 당신의 일에도 보탬이 될 것이다. 노는 시간을 당신의 혁신과 전반적 행복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하라. 당장 다음 주에 팀원들과 함께 나들이를 가보면 어떨까? 당신의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모험심 가득한 열 살짜리 아이들 앞에서 발표해보면 어떨까? 친구들과 만나서 놀 약속을 잡아보면 어떨까?



    여행

    박사학위 소지자라면 논문 쓰기가 얼마나 몸서리치게 싫었는지, 얼마나 그 과정이 고역이었는지, 마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하루에 단 몇 줄만 써져 수개월간 고생했는지 할 말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 맥스는 그렇지 않았다. 그에게는 이 과정이 꽤 즐거운 경험이었고, 첫 단어를 쓰고 나서 논문을 완성할 때까지 6주가 채 걸리지 않았다.


    방이나 대학 사무실, 도서관에 틀어박혀 논문을 쓰는 대부분의 박사과정 학생들과 달리 맥스는 과감히 풍경의 변화를 선택했다. 그는 분주한 런던의 도시생활에서 벗어나 최대한 외부와 단절된 상태에 들어가기를 원했다. 결국 그는 그리스에서 논문을 쓰기로 했다. 맥스는 그리스 시로스 섬의 항구 마을 에르무폴 리가 내려다보이는 작은 산장을 임대했다.


    맥스는 며칠간 섬을 돌아본 후, 짧지만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글쓰기 시간과 나 홀로 사색 그리고 의도적 쉼으로 이어지는 일과에 금세 안착했다. 그는 평소 기준으로는 상당히 이른 오전 9시나 10시쯤에 기상해서 명상과 스트레칭을 한 다음, 산에서 잠시 달리기를 하거나 아름다운 해변에서 수영을 하거나 렌트한 소형 스쿠터를 탔다. 그리고 푸짐한 아침식사를 여유 있게 즐기고, 대개 한두 시간 독서를 했다. 그런 다음 이른 오후쯤 마을의 작은 카페에서 그날의 1차 글쓰기 시간(60~90분)을 가졌다. 글쓰기 시간은 짧았지만 오전 일과 덕분에 차분히 집중할 수 있었고, 대체로 단어들이 술술 흘러나왔다. 그 시간에 글이 막힌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 다음 밖으로 나가 섬을 좀 탐사하거나 식료품 사기, 물놀이, 해변 산책, 독서 등을 했다. 마침내 맥스는 그날의 2차 글쓰기 시간을 확보한 다음, 아무 방해 없이 상념에 들어갈 충분한 시간을 또 마련할 것이다.


    마침내 그는 와인을 한 잔 따른 다음 또 한 번의 심야 글쓰기를 위해 자리에 앉는다. 와인의 효과는 초반에 창의력을 확 끌어올렸다가 서서히 산만해지는 쪽으로 옮겨간다. 그제야 그는 하루 일과를 마감할 때가 되었음을 느끼고, 긴장을 풀기 위해 (가끔씩 한두 잔의 현지 와인을 마시며) 영화를 보거나 소설을 읽다가 잠자리에 든다.


    사실 맥스가 본격적으로 일한 시간은 하루 4시간밖에 안 된다. 하지만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새로운 환경과 여유 있는 일정 덕분에 그는 누구보다 빠르게 논문을 완성했다. 동시에 황홀할 만큼 느긋하게 한동안 답보 상태였던 곁가지 프로젝트도 진척시켰다. 시로스 섬에서 보낸 몇 주가 맥스에게는 생애에서 가장 생산적이고 느긋한 시기였다.


    호기심 어린 여행자가 되어

    물론 관광지 방문, 이국적인 칵테일을 든 채 아름다운 해변에 누워 여유 만끽하기, 최대한 많은 곳을 거쳐 가는 장거리 자동차 여행 등에서도 큰 즐거움과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최고의 여행은 좀 더 느긋한 속도에서 일어날 때가 많다.


    장거리 여행을 떠날 형편이 안 된다면 근처 미지의 장소로 여행을 떠나보자. 어느 화창한 토요일 오후, 필자 존은 휴대폰을 집에 놔두고 텍사스 오스틴의 낮선 지역을 걷기로 했다. 한 시간 남짓 걸어 들어가자 흡사 멕시코에 온 기분이 들었다. 갓 구운 빵 냄새. 휘황찬란한 벽화. 가게 유리창 너머로 반짝이는 주석 밀라그로스(부적). 멕시코의 과달라하라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날 오후 내내 멕시코에 여행 온 기분이었다.


    안타깝게도 많은 이들이 여행을 그저 바쁜 직장생활의 해독제로만 생각한 나머지 단거리 경주를 하듯이 빽빽하게 일정을 잡는다. 너무 많은 관광지를 우왕좌왕하며 분주하게 다니다가 어느 한 곳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다. 한편 극단적으로 여행 시 아무것도 안 하는 부류도 있다.


    진짜 여행은 이런 게 아니다. 호화판이거나 정신없지 않아도 된다. 금세 지루함을 느낄 만큼 단조로운 여유도 아니다. 놀이하는 아이처럼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당신의 랜턴 사고방식에 시동을 걸어 주변 세상이 선사하는 영감과 경이로움을 마음껏 즐겨라.


    여행 중에는 식료품 구입이나 버스 타기 등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일들도 낯선 풍경, 소리, 냄새로 우리를 인도하며 가슴을 설레게 한다. 그런 것들 덕분에 우리는 한 장소를 실감나게 경험한다. 속도를 늦추지 않는다면 이 모든 기쁨을 놓치고 말 것이다. 상투적으로 들리겠지만 여행의 보상은 여행 그 자체에 있다.


    포츠는 여행의 본질을 “한마디로 일상의 학생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식당에 가는 대신, 직접 요리할 식재료를 사러 현지 식료품점이나 농수산물 시장에 가본 여행자라면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이다. (현지인에게는 별것 아닌) 향신료의 독특한 향. 희한하게 생긴 과일과 야채. 진열대에 즐비한 낯선 생선과 고기. 이 모든 것이 여행자의 눈을 통과하며 강렬한 호기심과 창의적인 사고 방식을 자극한다.


    여행에서 얻은 이런 사고방식을 집에 가져와 제대로 실천한다면, 우리는 일상의 작은 부분들을 더 민감하게 포착하게 될 것이다. 여행길에서 경험한 새로움과 대조되어 일상의 작은 일들이 새롭게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여행하면서 얻은 이런 정신을 돌아온 후에도 간직한다면, 지금 살고 있는 동네도 외국의 이국적인 장소처럼 느끼게 될 것이다.


    속도를 늦추고 놀이에 열중하는 아이마냥 호기심 어린 여행자의 시선으로 주변을 둘러보면 출퇴근길, 뒷마당 산책 등 일상의 경험조차 설레는 여행이 될 수 있다. 누가 알겠는가? 덕분에 늘 우리 눈앞에 있었으나 바빠서 지나쳤던 창의적 돌파구와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발견하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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