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행성 인간을 위한 지적 생산술
 
지은이 : 사이토 다카시(역:김윤희)
출판사 : 쌤앤파커스
출판일 : 2020년 07월




  • “일찍 일어나는 새가 피곤하다.” 유명한 격언을 비튼 한 연예인의 재치 있는 말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며 공감했다. 예로부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아침형 인간’은 성실한 사람으로, ‘야행성 인간’은 게으른 사람으로 여겨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과거 대부분의 사람들이 농업에 종사했을 때에는 낮 동안 열심히 일을 해야 생계를 이어갈 수 있었기 때문에 아침형 생활 방식에 대한 믿음은 더욱 굳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달라졌다. 사회 구조가 급격히 변하고, 직업군이 다양해지면서 9시에 출근해 6시 퇴근 전까지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철옹성 같았던 공식에도 금이 가고 있다. 


    야행성 인간을 위한 지적 생산술


    지식과 교양이 마구 쌓이는 세상 간단한 방법

    잠에 맡기는 공부법

    기억은 밤에 더 잘 정착된다. 최대한 많은 양의 정보를 머릿속에 욱여넣고 잠들면 자는 동안 뇌에서 정리가 된다. 컴퓨터로 치면 ‘최적화 작업’이 실행되는 것이다. 나는 이 방법을 ‘잠에 맡기는 공부법’이라고 이름을 붙여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 실천하고 있다.


    지쳐서 곯아떨어지기 직전까지 공부한 후 아침에 눈을 뜨면 신기하게도 머릿속에 말끔히 정리된다. 잠들기 전에 공포 영화를 보면 무서운 꿈을 꾸는 것처럼, 잠들기 전에 집중해 공부하면 꿈에 나타난다. 또한 잠든 사이 머릿속에서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새로운 발상이 떠오르기도 한다.


    여러분도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는 자기계발을 위해 잠에 맡기는 공부법으로 잠자는 시간도 최대한 활용해보기 바란다.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밤과 독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이고 손쉬운 방법은 역시 독서다. 사실 독서는 TV나 인터넷과 비교했을 때 지식을 얻는 데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독서를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독서 습관이 몸에 배면 지적 생활을 위한 안정적인 기반이 마련된다. 당장 활용할 지식이 아니더라도 교양이 쌓여가는 느낌만으로 든든하다.


    일본 개화기의 계몽 사상가, 교육자로 근대화의 아버지라 불리는 후쿠자와 유키치는 베개가 필요 없었을 정도로 밤 독서를 즐겼다고 한다. 후쿠자와 유키치는 자서전에서 밤 독서 습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오가타 고안(막부 말기의 의학자, 난학자, 일본 근대화를 주도한 인물들을 키워냈다.-옮긴이) 선생 서원에서의 생활은 지금도 습관으로 남아 있다. 당시에는 저녁 식사를 할 때면 술을 한잔 걸치고 이른 저녁에 잠자리에 들었다. 한숨 자고 눈을 뜨면 10시가 조금 넘었다. 그때부터 앉아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밤이 새도록 책을 읽다가 주방에서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소리가 들리면 잠시 잠을 청했다. 식사 준비가 끝났을 즈음 일어나 목욕을 하고 아침 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치면 다시 책을 읽곤 했다. 이것이 서원에서의 일상이었다.”


    이처럼 밤은 그 어느 때보다 지적인 삶의 토대가 되는 독서에 최적화된 시간이다.


    밤에 음미하는 장편 소설의 맛

    밤의 장점 중 하나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명작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이다. 소설가 로맹 롤랑이 쓴 장편 소설 『장 크리스토프』는 어느 천재 음악가가 독일 소도시에서 태어나 음악가로 크게 성공하기까지의 일생을 그린 작품이다. 이렇게 한 인간의 인생 전체를 응축한 작품을 찾아 매일 30쪽씩 꾸준히 읽어보자. 매일 읽다 보면 밤과 소설의 분위기가 딱 들어맞아 마치 작품 속에서 여행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이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도 밤에 읽으면 더욱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장편 소설은 가지고 다니면서 출퇴근길이나 카페에서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읽는 것보다 밤에 차분히 앉아서 읽을 것을 권한다. 그래야 작품의 세계관이 내 안으로 스며드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밤에 떠나보는 상상 속 여행

    소설가 안토니오 타부키의 대표작 『인도 야상곡』은 실종된 친구를 찾아 인도 각지를 떠돌아다니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야상곡”이라는 제목처럼 작품에는 밤 특유의 환상적인 분위기가 가득하다. 마치 꿈속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그렇다고 해서 황당무계한 내용이 아니라 읽을수록 타부키가 만들어낸 초현실적 세계로 빨려 드는 불가사의한 환상 소설이다.


    밤과 초현실적 세계는 환상적인 조합을 이룬다. 타부키의 『페레이라가 주장하다』도 밤과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주인공은 리스본의 한 신문사 문화부 기자로, 파시즘이 서서히 대두하던 포르투갈을 배경으로 한다. 지구 반대편의 리스본이라는 도시가 밤이라는 비일상적 시간과 맞물려 독자가 한껏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만든다.


    타부키는 앞에서 소개한 페르난두 페소아의 영향을 받아 그 누구보다 포르투갈을 사랑했다. 타부키의 모든 작품에서는 포르투갈 특유의 정서가 배어난다. 작품에 펼쳐진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포르투갈을 여행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포르투갈에 가본 적 없는 내게는 그곳의 향취를 물씬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고맙기 그지없는 작품이다.


    밤을 배경으로 한 일본의 대표적인 작품을 꼽자면 미야자와 겐지의 『은하철도의 밤』을 들 수 있다. 몇 번을 읽어도 감탄이 절로 나오는 신비로운 작품이다. 여느 소설처럼 한 번 읽고 잊게 되는 작품이 아니다. 읽고 또 읽어도 석연치 않은 무엇이 남아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는 현실과 유리된 밤 특유의 분위기를 맛볼 수 있다.


    『은하철도의 밤』 주인공인 조반니와 친구 캄파넬라는 저승사자의 열차를 타고 여행길에 오른다. 여러 정류장을 거치면서 다양한 사람들이 타고 내린다. 남십자성 정류장에 도착했을 때 조반니와 캄파넬라를 제외한 모든 승객이 내리고 열차에 단 둘이 남게 되면서 작품의 흐름이 크게 바뀐다.


    나는 이 장면에 너무도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남반구에서만 볼 수 있는 남십자성을 직접 보고 싶어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남반구의 어느 섬을 향해 출발할 때 미야자와 겐지의 전집도 챙겼다. 목적지에 도착한 뒤 남십자성을 올려다보며 『은하철도의 밤』을 읽었다. 그날의 분위기와 내가 느낀 감동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다.


    요즘 TV는 책도 대신 읽어준다

    독서가 힘들게 느껴진다면 책을 소개하는 TV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아보자, 최근에는 동서고금의 명저를 소개하고 해설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졌다. 이런 프로그램에 소개된 저자와 책에 대한 내용을 참고하면 난해하게만 느꼈던 고전도 훨씬 쉽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다.


    매일 밤 10시를 책 소개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지성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으로 정하면 어떨까? 상상력을 조금만 보태면 위대한 지성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듣는 것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



    슬기로운 야행성 습관, 발상력

    파리의 밤을 수놓은 천재들의 야행성 생활

    지적 생산을 다르게 설명하면 ‘아이디어를 창출해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기획서, 프레젠테이션 같은 생산적 활동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지적 생산이 밤이라는 시간과 궁합이 잘 맞는다는 것은 이미 역사 속 수많은 지성들이 입증한 바 있다.


    대표적인 예로 오노레 드 발자크를 꼽을 수 있다. 발자크는 19세기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극작가로 “밤에 걸작을 만들어내는 작가”로 불린다. 발자크는 늘 수십 잔의 커피를 마시며 밤새 작품을 썼다. 그렇게 밤을 보내고 동이 틀 무렵이 되어서야 목욕을 하면서 휴식을 취했다. 목욕을 마치면 밤새 쓴 원고를 고치고, 마무리가 되었다고 판단했을 때 비로소 잠을 청했다.


    평전 문학의 대가 슈테판 츠바이크가 쓴 『발자크 평전』에는 “커피가 응원군이 되고, 그 응원군이 소리 높여 나팔을 불어준다”고 묘사했다. 이렇게 치열한 과정을 거쳐 90여 편의 소설로 이루어진 『인간 희극』이 탄생했다.


    『인간 희극』에는 무려 2,000여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어떤 작품에서는 존재감이 없던 인물이 다른 작품에서는 주인공이 되는 등 장대한 세계관이 복잡하고 교묘하게 짜여 있다. 한번은 발자크의 생가에 방문했을 때 벽 한쪽에 『인간 희극』의 인물 관계도가 빼곡하게 그려져 있는 것을 보았다. 지금껏 소개된 그의 작품들은 밤이 되면 비약하는 발자크의 상상력이 제몫을 한 덕분이다.


    새로운 발상은 밤에 날개를 펼친다

    대학에서 교직 과목을 강의할 때면 학생들에게 수업 기획안을 제출하라는 과제를 내곤 한다. 예를 들면 “정보 통신 기술을 활용해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수업을 기획하라”는 식이다. 과제를 제출한 학생들에게 하루 중 언제 과제를 했는지 묻자 대부분의 학생들이 밤이라고 답했다. 낮에는 수업을 들으면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짬을 내 친구도 만나야 해 어느 하나에 집중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반면 밤이 되면 낮처럼 바쁘지 않을뿐더러 사람을 만날 일도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밤을 활용해 과제를 했던 것이다.


    어떤 학생은 밤에 더 재미있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오른다고 답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많은 경우 자유롭고 신선한 발상은 밤에 떠오르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발상력을 자극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위해서는 그 무엇에도 방해 받지 않는 시간과 공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집중하기 힘들 땐 일단 5분만

    아이디어를 짜내려고 마음을 먹더라도 막상 시작하면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무언가를 처음 시작할 때는 크게 고민하고 생각할 필요가 없는 작업부터 손을 대는 것이 좋다. 머리를 쥐어짜야만 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험난한 여정에 미리 겁부터 먹게 될 뿐이다.


    집중에는 워밍업이 꼭 필요하다. 우리의 머리는 자동차 엔진과 비슷하다. 자동차는 에너지가 제대로 순환해 최적의 성능을 발휘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발상도 마찬가지다. 좋은 발상을 위해서는 워밍업을 반드시 필요한 시간으로 생각하고 시간을 적당히 안배해야 한다. 밤은 낮보다 워밍업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기 쉽다.


    밤에 보고서를 작성한다고 해보자. 앞에서도 말했듯 글을 쓰기 전에는 내용과 형식을 미리 구상해야 한다. 이 작업이야말로 시간을 가장 많이 필요로 하면서 쉽게 지치게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 익숙해지기 전에는 제법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할 것이다.


    1시간 동안 보고서를 작성하다가 무언가 풀리지 않는 문제로 인해 2시간 동안 펜을 내려놓고 고민을 한다. 그리고 다시 1시간 동안 이어서 보고서를 쓴다. 2시간 고민하고 1시간 보고서를 쓰는 과정이 반복되면 ‘나의 집중력이 부족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불안해진다. 하지만 초조해하지 않아도 된다. 고민의 시간은 결과물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일정을 계획할 때부터 고민하는 시간을 염두에 두자.


    예전에 <산마의 도쿄대 방정식>이라는 TV 프로그램에서 도쿄 대학교 학생들의 ‘5분 공부법’을 본 적이 있다. 이 공부법의 핵심은 ‘일단 5분만’이라는 마음으로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다. 좀 더 공부를 하고 싶다면 5분씩 더 이어간다.


    나는 이 공부법에 깊이 공감했다. 공부는 시작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 그렇지만 우선 5분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부담 없이 쉽게 시작할 수 있다. 일이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조바심이 생기고 더욱 집중하기 힘들기 마련이다. 그런 상황에 내몰리지 않도록 자신을 잘 컨트롤할 필요가 있다.


    괄호 안에 넣는다

    지적 생산은 지성을 동반하는 작업이다. 그렇다면 지성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선입견이나 편견에 얽매이지 않고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이다. 선입견을 갖고 자신만의 시각에 갇혀 그 논리에 지배당하는 사람은 지성이 없는 사람이다.


    나는 옳고 상대는 틀리다는 생각을 하기 쉽지만, 냉정하게 시각을 바꾸면 상대가 옳고 내가 틀린 것일 수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이 지성 있는 사람이다. 다양한 시각을 갖는 훈련과 지적 생산의 질을 높이는 일은 모두 밤을 유용하게 활용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시각을 가지려면 편견이나 선입견에서 벗어나야 한다. 독일 철학자인 에드문트 후설은 이를 가리켜 “괄호 안에 넣는다”고 표현했다. 어떤 현상이나 사물을 일반화해 판단하지 않고 존재 자체로 보존하는 것이다. 일반론에 비추어 생각하면 쉽고 간단한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더 이상 사고의 폭이 커지지 않는다. 일반론에 얽매이지 말고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말이다.


    화가가 그림을 그릴 때에도 마찬가지다. 눈앞에 있는 대상을 하나하나 사실적으로 그리기 위해 기존의 선입견을 ‘괄호’에 넣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과가 앞에 있다고 치자. 화가가 사과를 그릴 때는 먼저 ‘이것이 사과다’라는 개념을 버리고 존재 자체만 본다. 프랑스의 화가 폴 세잔은 사과에 흠뻑 빠진 나머지 사과를 주제로 한 작품을 60점 넘게 남겼다. 세잔은 “사과 하나로 파리를 놀라게 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사과라는 단어는 하나이지만 사과마다 형태가 다르고, 색깔은 물론, 감촉도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과를 그릴 때 ‘사과는 이렇게 생겼지’ 하며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대로만 그린다. 그렇기 때문에 누가 그려도 엇비슷한 모습으로 사과를 그리게 된다. 하지만 그런 사과는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다른 사람들의 얼굴을 아주 상세하게 인식할 수 있다. 수많은 사람들을 보아도 이 사람과 저 사람이 다르다는 것을 쉽게 판별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인식에 사로잡혀서 일반화해버리기 십상이다. ‘사과는 이런 거야’라는 일반론에 얽매어 있기 때문에 눈앞의 사과를 정확하게 바라보지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밤이야말로 낮 동안 사고를 지배했던 일반론을 버리고 사물과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훈련을 하기에 딱 좋은 시간이다.



    실전 연습 : 야행성 인간을 위한 지적 생산술

    스마트폰을 활용한 메모법

    나는 늘 다음에 출간할 책에 대한 고민을 하다 보니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메모를 해야 한다. 예전에는 책을 읽다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황급히 펜과 수첩을 찾곤 했다. 하지만 요즘은 스마트폰을 애용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활용해 메모를 할 때는 새로운 페이지에 핵심 단어 위주로 간략하게 기록하는 것이 좋다. 물론 기억할 자신이 있다면 메모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평소에 여러 아이디어를 잘 기록해두면 훗날 분명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다.


    낮에는 멍하니 있거나 자연스럽게 생각이 흐르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맡은 업무에 집중해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밤에는 결과물에 대한 압박 없이 자유롭게 생각을 펼칠 수 있다. 바로 이런 삶의 방식이 나 같은 야행성 인간에게 딱 들어맞는다.


    잠자리에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마음껏 생각의 나래를 펼치다 문득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메모를 한다. 모두가 잠든 고요한 시간에 자유롭게 생각 속을 비행하는 것이다. 이렇게 귀한 시간을 일에 대한 생각이나 고민으로 채울 필요가 있을까? 부정적인 생각은 금세 마음을 파고들어간다. 아직 처리하지 못한 업무는 다음 날 동료들과 머리를 맞대고 해결하면 된다. 한밤중에 혼자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도 최선의 답을 찾기 힘들다.


    밤은 앞으로 한 걸음 더 내딛기 위한 시간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발상의 날개를 펼치다 보면 낮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중구난방 아이디어 틀어쥐기

    밤은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쏟아지는 생각들을 적절히 통제하고 정리하지 않는다면 처음 계획한 목표와 기준에서 벗어나 방향을 잃을 수도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아이디어는 쓸모가 없다. 이럴 때 아이디어를 그림이나 지도로 표현하면 방향을 잃지 않을 수 있다.


    우선 샘솟는 아이디어들을 모두 메모한 뒤 연관된 단어를 찾아 엮어보자. 이러한 작업을 하다 보면 머릿속이 조금씩 정리되면서 새롭고 깊이 있는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그렇게 재탄생한 아이디어를 그림으로 표현하거나 지도로 만들면 갈피를 잡을 수 없던 머릿속이 점점 구체화된다.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작업이 끝난 후에는 연관성을 갖는 단어들로 전혀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본다. 아이디어는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더욱 깊고 견고해진다.


    ○○는 △△다 사고법

    이번에는 “○○는 △△다”라는 명제를 정하고 발상을 넓혀가 보자. 명제를 정해놓으면 증명하기 위해 어떻게 할지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두뇌의 움직임 자체가 발상을 넓히는 기폭제 역할을 한다. 밤에 펼쳐지는 발상력은 ‘속박’이 더해지면 더 폭발적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인간은 언젠가 반드시 죽는다”라는 말을 생각해보자. ‘유한한 생명’은 오직 인간만 가진 것이 아닐뿐더러 인간의 특징을 죽음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인간은 늘 죽음을 의식하면서 살아가는 존재’라고 부연한다면 인간을 제대로 설명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 인간은 ‘시간적 존재’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하이데거의 대표작 『존재와 시간』을 낳은 발상이다.


    개방형 발상법

    아이디어 발상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제한형’이다. 한마디로 시간제한 같은 압박 속에서 발상을 하는 것이다.


    이 방식은 대학에서 강의를 할 때 자주 활용했다. 예를 들어 공통의 과제를 주고 3분 안에 해결 방법을 마련해 발표하는 식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아이디어들은 토론을 거쳐 최상의 대안으로 완성했다. 이 방법은 다르게 표현하면 ‘몰아치기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주어진 조건 안에서 가지고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기 때문에 참신한 아이디어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다른 사람들과 함께 했을 때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 이러한 발상법은 낮에 적합한 방법이다. 깊은 밤에 홀로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위해 자신을 다그치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괴로운 일이다.


    두 번째 방법은 밤에 빛을 발하는 ‘개방형’이다. 일단 편안하고 즐겁게, 좋은 생각이 떠오르면 다행이라는 정도의 마음을 가지면 된다. 어느 누가 요구하거나 강제로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아이디어가 떠오르게 된다. 일단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즉시 스마트폰이나 노트에 기록한다. 가능하면 줄 없는 백지 노트가 좋다. 글이든 그림이든 자유롭게 쓰고 그려보자.


    카오스형 발상법

    정해진 형식 아래 발상을 이어가는 것을 ‘질서형’ 발상법이라고 한다면, 아이디어가 자유롭게 떠오르도록 제한을 두지 않고 발상을 이어가는 것을 ‘카오스형’ 발상법이라고 한다.


    카오스형 발상법을 활용해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종이에 기록해보자. 그리고 아이디어 사이에 조금이라도 연관성이 보인다면 연결한다.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설명할 수 없어도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머릿속에서만 존재했던 연관성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앞에서도 언급한 손 글씨의 효용이다.


    발상은 또 다른 발상을 부른다. 어마어마한 아이디어가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자그마한 아이디어들이 머릿속에서 옮겨지는 동안 각각의 아이디어들이 이어져 서서히 성장하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놀라운 아이디어를 탄생시킬 발상이 날개를 펴게 될 것이다.


    발상력의 핵심은 많은 양이다

    나 역시 지금까지 수백 권의 책을 냈지만, 처음에는 100권을 목표로 했었다. 목표를 크게 설정하면 발상은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질문력’이라는 주제를 정하면 이것만으로도 책을 한 권 쓸 수 있다. 목표를 달성하면 방향을 조금 바꾸어서 ‘코멘트력’이라는 주제로도 쓸 수 있고, ‘절차력’을 주제로 해서 또 다른 책을 한 권 더 쓸 수 있다. 나아가 ‘잡담력’에 관한 책도 쓸 수 있다. 점점 다양한 각도에서 발상이 출몰하는 것이다. 발상은 시도할수록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난다.


    모차르트, 비발디, 바흐 같은 위대한 음악가들이 생전에 남긴 작품은 전부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그 수가 어마어마하다. 바흐는 평생 1,100여 곡을 남겼고, 모차르트는 30대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는데도 600여 곡을 남겼다. 20세기 현대 미술에 큰 발자취를 남긴 피카소는 하루에 한 작품꼴로 왕성한 활동을 했다. 이 숫자들은 가히 인간의 영역을 넘어선 것이다.


    이들은 어떻게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업적을 남길 수 있었을까? 그 이유는 타고난 재능 탓도 있겠지만, 절대적으로 많은 양의 작품을 남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엄청난 양을 작업했기에 그 안에서 자유자재로 발상의 날개를 펼칠 수 있던 게 아니었을까.


    완벽함보다 꾸준함을 추구한다

    발상이란 결국 서로 다른 요소들의 조합이기 때문에 최대한 많이 시도하고 노력한다면 그만큼 조합의 수도 늘어난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 머릿속에 교양을 늘려둘 필요가 있다. 다양한 재료를 갖춰두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작업이 아니라, 금세 재료들을 이렇게 저렇게 조합해 놀라운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10,000가지 발상을 해 본 사람은 10,001개째 발상을 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하지만 3가지 발상만 해보았던 사람은 단 1가지 발상을 추가하는 것도 무척 버거운 법이다. 앞에서 소개한 위대한 예술가들이 그토록 많은 작품을 남길 수 있었던 것도 그동안 쌓인 작품이 기반이 되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양이 중요하다는 내 의견에 ‘질이 저하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할 수도 있다. 나는 70~80% 정도의 완성도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90%를 95%로, 95%를 100%의 완성도로 끌어올리려는 노력보다 70~80% 정도의 완성도를 가진 결과물을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편이 더 유리하고 현명한 방법이다. 다시 반복하지만, 우선은 질을 따지지 않고 꾸준히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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