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의 일
 
지은이 : 양은우
출판사 : 비즈니스북스
출판일 : 2020년 06월




  • ‘기획의 시작은 마음 읽기다’, ‘진짜 문제를 찾는 게 9할이다’, ‘기획은 결론으로 말한다’, ‘지금껏 보지 못한 것을 제안한다’, ‘빅픽처를 그리는 치밀함을 가져라’ 등 기획의 시작인 문제 정의부터 기획의 끝인 보고서 작성까지 각 단계에서 반드시 챙겨야 하는 요소와 설득력을 높이는 기획 사고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또 흔히 벌어지는 실수나 문제 상황은 무엇인지, 실제 현장에서 어떤 식으로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사례와 가정을 통해 설명함으로써 쉽고 빠른 이해를 돕는다. 



    기획자의 일


    도대체 내 기획은 왜 까일까?

    기획 능력을 기르는 10가지 기술

    일상생활 속의 기획, 예를 들면 결혼을 위해 프러포즈를 하거나 결혼기념일을 맞아 특별한 행사를 기획하거나 부모의 팔순을 맞아 가족여행을 준비하는 것은 힘들면서도 즐겁다. 그 이유는 애써 준비한 기획의 결과물이 나를 포함해 모든 사람을 즐겁게 해주고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장에서 하는 기획은 힘만 들 뿐 즐겁지 않다. 기획의 결과물이 내게 주는 즐거움은 별로 없고 과정은 힘들기만 하다.


    그렇지만 기획은 나의 생각대로 조직 전체를 움직일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내 머릿속에서 나온 생각에 따라 사람들이 움직이고 시스템이 바뀐다면 그것만큼 자신의 가치를 직접적으로 깨닫거나 재미나 즐거움을 느낄 일이 또 있을까?


    과정도 마찬가지다. 모든 기획 업무는 궁극적으로 보고서를 통해 드러난다. 보고서에 대해 돌아오는 피드백과 그 이유에 대해 의문을 갖고 답을 찾으려 하면 결과적으로 기획의 수준도 높아진다.


    상사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문제를 올바르게 정의하고, 일관된 논리 구조에 따라 색깔이 분명한 결론을 도출하고, 사실과 의견을 구분해 정보를 활용하고, 창의적인 대안을 제시하려고 노력하고, 그 모든 것을 상대의 추측 기제를 망가뜨릴 정도로 개성 있게 전달한다면 자연스럽게 기획 역량이 향상될 것이다.



    기획의 시작은 ‘마음 읽기’다

    한글 프로그램부터 열지 마라

    새로운 기획 업무가 주어지면 제일 먼저 무엇부터 하는가? 파워포인트나 워드 혹은 한글 같은 문서 작성 프로그램부터 띄워놓는가? 몇 시간이고 텅 빈 화면만 보면서 푹푹 한숨을 내쉬진 않는가?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한다. 하지만 한숨을 내쉬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기획의 결과물은 보고서이지만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명확하게 기획의 방향이 결정되어야 한다. 문제가 무엇이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향이 잡힌 이후에 일을 시작해야 한다.


    만일 방향이 잘 잡히지 못한 상태에서 무작정 문서 작성 프로그램을 열어 뭔가를 써 내려가기 시작한다면 자칫 엉뚱한 길로 들어설 수 있다. 마치 사격을 할 때 옆 사람의 표적지를 쏘는 것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있었던 일이다. 미국의 매튜 에먼스는 50미터 소총 3자세 예선에서 1,169점을 기록해 중국의 지아장보에 이어 2위로 결선에 올랐다.


    결선 초반에 1위였던 지아장보가 갑자기 페이스를 잃자 에먼스는 여섯 발째부터 선두를 달리기 시작했고 아홉 발째가 끝난 뒤에는 점수 차를 3점까지 벌려 금메달을 확정지었다. 남은 한 발은 7점 이상만 쏘면 되었기에 누구도 그의 금메달을 의심할 순 없었다.


    드디어 마지막 열 발째. 모든 선수의 격발이 끝났다. 그런데 놀랍게도 에먼스의 표적지는 깨끗했다. 에먼스는 심판진을 보며 분명히 격발이 되었고 에러가 아니냐는 제스처를 취했지만 결과는 0점 처리였다.


    알고 보니 에먼스가 너무 긴장한 탓인지 옆 사로에 있던 오스트리아 선수의 표적지를 맞혔던 것이다. 결국 에먼스는 마지막 한 발에서 0점을 기록하고 8위로 추락했다.


    기획을 할 때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 에먼스처럼 옆 사로의 표적지를 쏘는 것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 금메달을 기대했지만 노메달에 그친 것처럼 힘은 힘대로 들고 좋지 못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컴퓨터에 빈 화면을 띄우기 전에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고민은 상사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기획은 결론으로 말한다

    기획을 한마디로 말하는 콘셉트

    결론에는 기획자의 생각이나 의도, 주장이 선명하게 들어 있어야 한다. 즉 색깔이 있어야 한다. 색깔 없이 밋밋한 결론은 ‘앙금 없는 찐빵’이나 다를 바 없다. 맛없는 음식은 누구도 먹고 싶어 하지 않는다.


    좋은 보고서는 기획자의 의도와 색깔이 분명히 드러나 있다. 비록 그 주장이 보고받는 사람과 상이해서 논쟁이나 토론이 일어날 수도 있지만 밋밋해서 토론의 실마리조차 부여하지 못하는 것보다는 낫다.


    앞서 기획자의 주장은 선명해야 하며 상대방의 기억 속에 확고하게 각인되어야 한다고 말했는데 그렇게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콘셉트다.


    콘셉트는 주어진 과제에 대해 기획자가 생각하는 해결 방향을 한마디로 압축한 것이다. 콘셉트가 분명하면 찬성이 됐든 반대가 됐든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심어줄 수 있다. 반대로 콘셉트가 분명하지 않으면 “당신 생각은 뭔데?", “한마디로 말하면 뭐야?" 같은 말을 들을 수 있다.


    보고 받는 사람이 동의할 수 없는 콘셉트를 제시하면 좋지 않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콘셉트 없이 밋밋한 보고서보다는 백배 낫다는 점을 기억하라.


    콘셉트란 용어는 원래 마케팅에서 유래되었다. 우리가 만든 제품이나 서비스가 고객의 머릿속에 각인돼 있어야만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우리 제품(서비스)은 어떤 특징을 갖고 있다’를 압축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 콘셉트다.


    이 콘셉트에 대해 오해해선 안 될 점은 없는 것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숨어 있어 드러나지 않는 것을 고객이 공감하도록 만들어주는 게 콘셉트다. 즉, 보고받는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자신의 생각을 압축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자면 고객이나 제품 혹은 서비스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 통찰을 바탕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것(invisible)을 눈에 보이게(visible)만들어야 한다.


    기존과 동일하게 접근해서는 이런 통찰력을 발휘하기 어려우므로 새로운 측면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책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자신이 생각하는 일반적인 해결책을 압축한 게 아니라는 말이다. 콘셉트가 명확하면 기획자가 하려고 하는 이야기를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콘셉트가 분명하면 단 10초의 짧은 영상만으로도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할 수 있다. 일장 연설을 늘어놓지 않아도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보고서에도 콘셉트가 분명하면 보고를 받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가 용이해진다.


    이것이 콘셉트의 힘이다. 뒤집어 생각하면, 보고서가 두서없이 장황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콘셉트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기획자의 의도나 메시지가 분명하지 않아서 이것저것 불필요한 내용을 집어넣다 보니 보고서만 빵빵해지는 것이다. 원래 알맹이가 부실할수록 포장에 신경을 쓰는 법이다. 명확한 메시지가 없을 때 보고서가 두꺼워지고 내용이 장황해진다는 것을 기억하라.


    누누이 강조하지만, 보고와 관련해 기획자와 보고받는 사람 간에 이견이 생기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보고받는 사람이 내용 자체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게 더 큰 문제다. 그러니 기획의 결과가 뚜렷한 콘셉트로 연결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금껏 보지 못한 것을 제안하라

    시도했을 때 가치가 바뀌는 기획이 필요하다

    2016년 전 세계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대형 이벤트가 우리나라에서 열렸다.


    딥러닝(deep learning)으로 무장한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와 세계적인 바둑기사 이세돌 간의 바둑대국이다. 체스에 비해 바둑은 경우의 수가 어마어마하게 많아 과연 인공지능이 사람을 이길지 전 세계인이 관심을 갖고 대국을 지켜봤다.


    그러나 이세돌은 첫판부터 코너에 몰리기 시작했고, 어렵사리 변칙 수를 놓음으로써 총 5번의 대국 중 한 번 승리를 거두는 데 만족해야 했다.


    구글이 기획한 이 세계적인 이벤트가 끝난 후 2가지 큰 변화가 있었다. 하나는 인공지능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되었고 투자가 봇물 터지듯 일어났다는 것이다.


    그전까지만 해도 인공지능에 대한 평가는 그리 높지 않았지만 이제는 머신러닝이나 딥러닝으로 무장한 인공지능의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전 세계가 알게 되었고 기계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까지 등장했다.


    다른 하나는 구글의 기업가치가 천문학적으로 수직 상승했다는 것이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 이후 구글의 시장가치는 무려 58조 원이나 상승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구글이 로봇과 인공지능 개발에 집중하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수준에 의문을 품었었다.


    하지만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 이후 세상에서 가장 첨단 기술을 보유한 회사로 인식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구글에 투자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처럼 성공한 기획은 이전에 비해 조직의 가치를 수직으로 상승시킨다.


    이처럼 기획은 시도하기 전과 후의 가치가 분명히 달라져야 한다. 누구나 똑같이 하는 것을 따라 해서는 고객의 관심을 끌 수 없고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


    남들이 하지 않던 사업을 최초로 시도하거나 기존에 존재하던 제품이나 서비스와 차별화되는 가치를 제공하거나 사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정도로 획기적인 변화가 있어야만 한다. 그래서 기획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해결책은 혁신적이거나 창의적이거나 어떤 형태로든 차별화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물론 그 차별화의 방향이 본질을 거스르거나 본질에서 벗어나면 안 되지만 말이다.


    아쉽게도 차별화된 아이디어라는 것이 말로는 쉽지만 막상 구상해보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가장 좋은 방법은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무턱대고 고민만 한다고 해서 해결책이 나오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빅픽처를 그리는 치밀함을 가져라

    보고 도중 상사가 이런 질문을 할 때가 있다. “이러이러한 것은 생각해봤어?" 만일 상사가 지적한 문제에 대해 사전에 검토했다면 자신 있게 답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처럼 사람을 당황하게 만드는 질문도 없을 것이다.


    상사는 자신이 지적한 문제에 대해 실무자가 검토해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질문했는데, 대답이 부정적이라면 난감하기 그지없다. 그럴 때면 꼭 나오는 이야기가 “왜 그렇게 시야가 좁아?", “그렇게 생각이 짧아서 되겠어?"이다.


    기획에서 사고의 폭을 넓혀 다양하게 관찰하고 조사하는 것은 필수다. 넓게 봐야만 그 안에서 다양한 현상과 원인, 다양한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그뿐 아니라 넓게 봐야만 보이는 것이 있다. 바로 ‘상호 연계성’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그 어느 것도 세상과 상호작용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없다. 외부의 누군가로부터 인풋을 받아 내부적 처리를 거친 후 아웃풋을 만들어내면 그것은 또 다른 누군가의 인풋으로 연결된다. 그렇게 세상은 서로 맞물려 돌아간다. 그것을 시스템이라고 한다.


    회사는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이다. 내가 일을 하기 위해서는 누군가로부터의 입력이 필요하다. 마치 컨베이어벨트로 만들어진 생산 현장의 한 파트처럼 혼자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문제의 상황이나 원인, 관련된 모든 정보가 입력되고 내부의 사고 매커니즘을 거친 후 출력이 된다. 그리고 그 출력은 다시 누군가를 움직이는 입력이 된다. 누군가를 움직이는 입력이 되지 못하는 기획의 출력은 쓸모없다.


    이런 상호작용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내가 만들어낸 업무의 결과물은 누군가의 입력이 될 수 있지만 그 누군가가 만들어낸 출력물이 돌고 돌아 다시 나의 입력물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기획을 하는 사람들은 이런 상호 연관 관계, 다시 말해 해결하려고 하는 문제가 포함되어 있는 시스템을 넓은 시각으로 관찰할 수 있어야 한다.

    OK되는 기획 뒤에 소통이 있다

    논리의 힘보다 강한 것은 신뢰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설득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로고스(logos), 파토스(pathos), 에토스(ethos) 3가지를 꼽았다.


    로고스란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논리로, 내용의 타당성에 확신을 줄 수 있는 것을 말한다. 파토스는 듣는 사람의 감정, 정서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감동을 말한다. 에토스는 말하는 사람에 대한 인격, 설득하려고 하는 사람에 대한 신뢰와 공신력을 나타낸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에 따르면 이 3가지 요소 중 설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에토스라고 한다(무려 60퍼센트 정도의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말하는 사람의 인격이나 공신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건 듣는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것, 즉 파토스로 설득에 미치는 영향은 30퍼센트 정도라고 한다. 우리가 죽어라 머리 싸매고 생각해내려고 하는 논리는 겨우 10퍼센트밖에 설득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다. 아쉽게도 신뢰라는 것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우리의 감정 은행에 잔고가 쌓이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린다.


    그러면 신뢰가 없거나 공신력이 없는 사람은 누군가를 설득할 수 없을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여전히 설득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요소인 파토스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이성적인 존재라고 하지만 실은 감정의 동물이다. 모든 의사결정은 감정을 수반한다. 세계적인 뇌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Antonio Damasio)에 따르면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의사결정에서 실수를 많이 한다고 한다.


    보고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늘 논리적으로 빈틈없는 보고서를 쓰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설득력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이 그 보고서의 내용을 받아들이도록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그 역할을 하는 것이 감정이다. 협상은 가장 이성적이고 논리적이며 분석적인 행위라고 생각하겠지만, 하버드대학교에서는 협상을 가르칠 때 ‘원하는 것이 있으면 감정을 흔들어라’라고 말한다. 그만큼 설득에 감정이 미치는 영향이 강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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