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상위 1퍼센트의 비밀
 
지은이 : 정주영
출판사 : 한국경제신문
출판일 : 2018년 10월




  • 보통 사람들은 교실에서 밀려난 학생들을 노력의 부족으로 판단하지만 심리학자들은 노력을 하게 만드는 환경의 신호에 주목한다. 그들이 관찰할 때 성적이 낮은 학생들은 상위권 학생들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고난이도 문제를 의욕적으로 풀려 하지 않고 이미 자신은 풀 수 없다고 먼저 생각한다. 이것은 노력과 무관한 문제다. 만약 이 부정적 신호들을 차단하고 다시 공부를 시작한다면 어떨까? 


    하버드 상위 1퍼센트의 비밀


    차단의 힘

    평균에 속지 마라

    로즌솔의 손가락

    하버드대학의 심리학 교수였던 로버트 로즌솔은 샌프란시스코의 한 초등학교에서 20%의 학생들을 무작위로 뽑아 그 명단을 교사에게 주면서 지능 지수가 높은 학생들이라 말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8개월 후 명단에 오른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보다 평균 점수가 높았다.


    로즌솔은 자신의 가장 위대한 업적이 된 이 실험을 위해 특별하게 해야 될 일이 전혀 없었다. “나는 하버드대학 교수인데, 이 아이들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오”라고 아무 아이들을 슥슥 골라주자, 선택지에 오른 아이들의 운명이 바뀌게 된 것이다.


    신호의 힘

    본질적 힘을 발견하는 차단의 법칙

    특정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그 성공 과정을 추적해본다면 당신은 무엇을 가장 먼저 눈여겨볼 것인가? 보통 사람들이라면 그 사람이 기울였던 많은 노력의 시간들을 볼 것이다. 아니면 그 사람이 태어날 때 재능을 한 움큼 쥐고 태어났는지, 또는 부모가 그 아이의 재능을 얼마나 지지해줬는지 등도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꽤나 성공의 외적인 부분이기에 그 사람의 의지나 열정의 흔적도 찾아보고 싶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조합을 해보면 모든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비슷한 스토리로 완성될 수 있다. 가끔 ‘역경의 맛’이 좀 더 깊게 밴 사람들을 보면 우리는 그 사람에게서 좀 더 인간적인 매력도 느낄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이게 우리가 말하는 성공의 전부일까? 세계 유수의 심리학자들은 보통의 우리보다 근본적으로 이 문제를 오랫동안 고민해왔다. 그리고 그들의 연구에서 가장 먼저 놀라게 되는 사실은 심리학자들이 성공하는 사람을 연구할수록 노력하려는 개인의 소박한 의지보다는 그들을 둘러싼 긍정적 환경의 신호들이 그들을 순환적으로 더 노력하게 만들었다는 점에 있다.


    스탠퍼드대학 심리학자인 클로드 스틸은 낮은 점수를 받는 학생들이 부정적인 환경의 신호에 둘러싸여 있고, 그럴수록 학생들은 학교가 자신이 성공하기에 적합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계속 확인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부정적인 환경의 신호들은 그들을 악순환으로 더 경쟁에서 밀려나게 만든다.


    이것은 대단히 반직관적이다. 보통 사람들은 교실에서 밀려난 학생들을 노력의 부족으로 판단하지만 심리학자들은 노력을 하게 만드는 환경의 신호에 주목한다. 그들이 관찰할 때 성적이 낮은 학생들은 상위권 학생들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고난이도 문제를 의욕적으로 풀려 하지 않고 이미 자신은 풀 수 없다고 먼저 생각한다. 이것은 노력과 무관한 문제다.


    만약 이 부정적인 신호들을 차단하고 다시 공부를 시작한다면 어떨까? 스틸과 그의 동료들은 학교로 가서 성적이 중간 정도 되는 학생들을 데리고 나왔다. 그리고 학생들을 세 분류로 나눠서 아주 간단한 ‘환경의 신호’를 던졌다.


    첫 번째 그룹엔 ‘상위권 학생과 경쟁해야 한다’는 신호를 보냈고, 두 번째 그룹의 경우 상위권과 비교 당하던 부정적인 환경 신호들을 차단시켰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그룹엔 부정적인 환경 신호를 차단하면서 ‘공부는 자신의 힘을 키우는 의미 있는 경험’이라는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과연 이 간단한 신호들이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 스틸의 주장대로 눈으로 바뀐 것은 없다. 학교 선생님은 여전히 같았고, 교과서도 바뀌지 않았으며, 시험지 또한 언제나처럼 객관적이다. 게다가 우리는 공부 못하는 학생들이 열등감을 이야기하는 것을 핑계라고 여긴다.


    그러나 스틸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를 얻었다.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로부터 ‘공부를 못한다’는 주변의 신호를 차단하자 그들의 성적이 두 배가량 확연하게 뛰어오른 것이다. 특히 마지막 세 번째 그룹의 학생들에게 이러한 반전의 효과가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졌다. 변변찮은 주립대학이나 갔을 학생들에게 아이비리그의 입학장이 보였던 것이다. 이 놀라운 연구에서 외형적으로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 모든 변화는 온전히 학생의 내면에서 일어났다.


    스틸이 최초로 발견한 이 현상에서 더 인상적인 지점은 이러한 변화를 위해 당신의 유전자와 부모님이 어떤 사람인지, 또는 얼마나 공부를 열심히 해왔는지 따위를 꼬치꼬치 캐묻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다. 바로 지금 환경의 신호를 차단하고 목표에 온전히 집중한다면 변화가 일어난다.


    사회심리학자 로랑 베그의 지적처럼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은 상당 부분 타인의 판단”에서 온다. 스틸은 그 잘못된 판단을 차단시키는 중요성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이들의 연구 결과는 우리의 의지보다 의지를 만드는 긍정적인 신호들이 훨씬 강력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학생들이 똑같이 연필을 잡아도 왜 어떤 학생들은 끝까지 버티는 반면에 어떤 학생들은 포기해 버릴까? 그것은 각자의 신호가 다르기 때문이다. 당신이 1등이라면 1등처럼 행동할 것이다. 그러나 꼴찌라면 결코 1등처럼 행동하지 않을 것이다. 예일대학 교수인 윌리엄 데레저위츠는 이 부분을 한 하버드대 학생의 논문을 통해 지적한다.


    “하버드대학에 대해 논문을 쓴 4학년 여학생이 있었다. 그 여학생은 논문에서, 모교인 하버드대학이 학생들에게 자기 효능감(자신의 능력에 대한 스스로의 기대, 평가 등을 뜻한다)을 주입하는 데 아주 뛰어나다고 기술했다. ‘세상 속으로 들어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이다. 또한 학생들 중에는 시험에서 A학점을 받고 ‘문제가 너무 쉬워서’라고 말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내가 똑똑하니까’라고 말하는 아이도 있다고 했다. 잘난 척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그 여학생이 말하고자 한 바는 하버드대학이 이 중에서 후자처럼 말하는 유형의 학생들을 길러내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었다.”


    이들과 반대로 대부분의 평범한 학생들은 평범해지는 신호를 받는다. 평범한 신호를 받는 학생들은 아무도 “내가 똑똑하니까”라고 말하지 않는다. 반대로 “나는 평범하니까”라고 말하는 데 익숙해진다. 주변의 신호가 1등이 아니라면 이제 우리는 그 신호부터 차단해야 한다.


    심리학자인 앤크리스틴 포스텐은 환경의 신호는 우리가 그것을 신뢰해야 영향력이 생긴다는 사실을 연구 결과로 밝혀냈다. “모든 환경적 신호는 받아들이는 대상이 자기 신호라고 생각해야만 영향을 줄 수 있다. 만약 자신을 향한 부정적인 환경의 신호를 인정하지 않으면, 그 신호의 효과는 적어도 개인에게는 분명하게 차단되는 현상이 발견되었다. 그 어떤 사람이라도 자신을 만드는 환경적 신호를 인정하거나 거부할 수 있고, 그 영향력은 대단하다는 것이 연구 결과로 밝혀지고 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사회 체계를 신뢰하도록 성장해왔기에 개인을 향한 부정적인 환경의 신호도 신뢰하도록 진화했다. 그러나 이제 그것을 거절해야 할 이유가 분명하게 밝혀졌다.”



    깊은 이해의 힘

    혁신적인 발견의 비밀

    하버드에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것들

    하버드대학에 입학하는 것은 30년 동안 3배 이상 힘들어졌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학생들은 AP(대학 학점 선이수제) 과목을 3개 정도 들었고 과외 활동은 3개 정도 했다. 하지만 요즘 학생들은 AP 과목을 8개나 듣고 과외 활동을 9개 이상 해줘야 한다. 좀 더 많은 과목을 완수했다면? 하버드 합격률이 높아진다.


    칼럼니스트 로스 도냇은 그의 책 《특권》에서 12개에 달하는 과외 활동을 지원자가 제출한 경우를 두고, “전형적으로 빽빽하게 채워 넣은 하버드 이력서”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반드시 합격하는 것도 아니었다. 입학처장은 대부분의 예비 엘리트 학생들의 지원서에 ‘불합격’을 무표정하게 찍어댔다. 이런 과정을 뚫고 하버드에 들어간 것은 자랑할 만한 일이었다. 앞 장에서 하버드대학을 주제로 논문을 썼던 4학년 하버드대 학생은 하버드대 학생들이 자신이 받은 긍정적인 신호로 자기 효능감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고, 이를 활용해 ‘혁신적인 사람’이 되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 주장을 가장 먼저 꺾은 것은 역설적으로 세계적인 석학으로 인정받는 하워드 가드너다. 가드너는 하버드에서 ‘프로젝트 제로’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만들어서 30년 동안 ‘혁신적인 사람’은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를 집요하게 연구했다. 그는 모든 배움의 행위에 대해서 원점으로 돌아갔다. 왜 프로젝트 제로인가?


    “우리는 지능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그래서 이것을 하버드 프로젝트 제로라고 부를 것이다.”


    과목을 3개 완수하는 것보다 9개 완수하는 학생이 더 뛰어난 학생일까? 그리고 그런 학생을 하버드에서 받으면 ‘혁신적인 사람’을 키우게 되는 걸까? 최고의 점수가 최고의 학생을 만들어내는 것일까? 인간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려면 어떻게 교육시켜야 하는가?


    이 질문은 모든 시대를 관통하는 중요한 문제이며 모든 시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산업혁명의 수수께끼는 풀지 않은 채로 지금 학생들의 성적만을 소수점 단위까지 최종 판정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일까?


    하버드 연구팀들이 공부의 본질을 파헤칠수록 대학원의 그들이 대학 교육을 지배하고 대학의 그늘이 고등학교 교육을 지배했다. 가드너의 결론처럼 유감스럽게도 이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결코 추구하지 않을 장래의 직업을 위해 견습생으로서 훈련받고 있다’는 뜻이다. AP 3개 과목을 완수한 학생보다 AP 9개 과목을 완수한 학생을 더 높게 평가하고, 특정 공식을 잘 대입하는 학생들을 더 우수한 학생이라고 부를 때 우리는 무언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하버드 프로젝트 제로가 찾은 최종 결론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십여 개에 달하는 과학 분야에서 선정한 백여 가지 서로 다른 사례를 훑는 것보다 한 분야, 예를 들면 암의 발병 원인이나 가난 또는 스트레스를 깊게 탐구함으로써 ‘과학자처럼 생각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AP 과목 9개보다 AP 과목 1개를 깊이 파헤치는 학생이 필요하다. 그것이 하버드 프로젝트 제로의 결론이다.


    “이제 나의 교육학적 견해를 분명하게 드러내야 할 것 같다. 한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가 우리의 주된 목표여야 한다.”


    순진한 학생들은 정보를 잔뜩 받아들이는 게 강하지만, 전문가들은 자신의 전문 분야에 대해 실제로 남다르게 생각한다. 매캐덤이 AP 과목 9개를 이수한 화려한 하버드대 학생이 되었던 것보다, 도로 한복판에서 4만 킬로미터를 걷고 걸으며 또 생각했던 도로에 대한 ‘깊은 이해’는 모든 세상의 도로를 바꿀 만큼 혁명적인 힘이 되었다. 4만 킬로미터를 걷자 완전 아마추어였던 매캐덤은 세계를 바꿀 단 한 명의 주목할 도로 기술자가 되어 있었다. 가드너가 하버드에서 30년간 집요하게 찾았던 공부의 힘은 바로 이런 것이다.


    이쯤에서 돌턴의 말이 다시 한 번 울림을 준다.


    “천재란 없습니다. 만일 세계가 가치 있다고 주목하는 어떤 결과물을 누군가 만들어냈다면, 그것은 순전히 실용적인 목표 하나만을 끈질기게 추구한 노력에 의한 것입니다.”



    간격 효과

    하버드를 뛰어넘는 힘

    전 세계의 심리학자들과 교육학자들은 무엇이 하버드를 넘어 노벨상이라는 가장 강한 학문적 성취를 이루게 하는가에 대해 수천 편의 학술 논문들을 쌓고 있다. 한 예로, 우리가 새로운 지식을 언제 복습하면 좋은가에 대한 논문만 400여 편이 넘는다. 이 많은 연구 속에 학자들이 추적하는 것은 이것이다. 당신이 하버드대학을 들어가더라도, 그곳에서 배우는 지식을 어떻게 가장 완전하게 흡수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지식들이 노벨상의 씨앗으로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까?


    만약 세계 최고의 대학 입학장을 준다면 그것을 거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입학하고 나서부터다. 세계 최고의 강의를 들어도 그것은 수십 년 동안 한 분야를 파고들었던 교수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들일 뿐이다. 그것이 학생에게 얼마나 잘 달라붙어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다.


    학자들은 이 문제를 깊게 연구하면서, 보통 사람들의 생각과는 반대로 하버드대 학생이 지금 얼마나 많은 지식들을 현란하게 내놓는가는 아무 의미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수천 편의 논문이 쌓일수록 학자들이 결론을 내리는 것은 어디 학교 출신인가, 어느 정도 화려한 성적표를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한 분야에 대해 얼마나 ‘오랫동안’ 한 개인이 매달리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요약되었다.


    세계적인 심리학 권위자인 해리 바릭은 십여 년간의 장기 추적 연구를 통해 <단어 학습의 지속과 간격 효과>를 발표했다. 바릭은 두 그룹으로 학생을 나눴다. 첫 번째 그룹은 사회가 흔히 학생들을 테스트하는 방식대로 1년 정도의 시험 기간을 잡고, 2주마다 26회에 걸쳐 학습한 것을 암기하게 시켰다. 그리고 두 번째 그룹에서 바릭은 모험을 시도했는데, 무려 4년 동안 두 달에 한 번씩 첫 번째 그룹과 똑같이 26회에 걸쳐 암기하게 시켰다.


    바릭이 이 장시간의 연구에서 풀고자 한 질문은 이것이다. “한 분야에 대한 오랜 기간의 학습이 집중 학습을 이겨낼 수 있을까?” 우리가 바릭의 십 년 연구의 결과를 보기 전에, 첫 번째와 두 번째 그룹이 학습한 총 시간은 완전히 똑같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다만 두 번째 그룹이 더 길게 한 분야를 잡고 있었을 뿐이다. 게다가 첫 번째 그룹이 2주에 한 번 적절한 시기에 학습했다는 것을 다시 상기해보자면, 겨우 두 달에 한 번씩 학습을 이어나가는 집단에 대한 연구는 무모해 보인다.


    그러나 바릭이 발견한 것은 보통 사람들의 예상과는 정반대였다. 첫 번째 그룹의 학생들은 5년의 시간이 지났을 때 그들이 학습한 것에 겨우 절반 수준인 56%만 기억했고, 두 달에 한 번씩 그러나 학습 기간을 늘린 학생들은 무려 76%나 기억하고 있었다.


    바릭의 연구 결과에서 주목할 수밖에 없는 것은 얼마나 한 분야를 오랫동안 포기하지 않는가가 노력의 총 시간보다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초반에 최고의 성적을 거둔 학생들이 사회가 만들어주는 배지에 취해 있을 때, 적당한 곳에 흘러들어간 학생이 끝까지 시동을 끄지 않는다면 누가 더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지를 쉽게 단정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하버드의 가장 빛나는 지식들도 졸업하고 뒤돌아보지 않으면 절반은 사라져버리는 현상이 발견되기도 했다.


    거의 한 세기에 가까웠던 질문이 풀렸다. 하버드에서 배우는 지식을 어떻게 가장 완전하게 흡수할 수 있을까? 그것은 하버드와 상관없이 그 분야를 당신이 얼마나 오랫동안 소중하게 지켜가는가가 결정한다. 그게 성취를 만드는 전부다. 세계 최고의 학자들은 예외 없이 이 누적의 시간들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분야에서 가장 높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단기간의 노력보다 노력의 정도가 같더라도 얼마나 장기간 그 분야에 몸을 담았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은 수백 건의 논문들에서 반복적으로 발견되고 있다. 그리고 세계 최고의 학자들은 이것을 ‘간격 효과’라고 부른다.


    하버드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물결

    내 안의 발견되지 않은 힘

    짧은 머리에 금테 안경을 쓰고 훤칠한 외모의 세계적인 심리학자 스틸은 놀랍게도 흑인이다. 부모는 아이에게 고등학교 정도 졸업하고 취업하라는 당시의 평균적인 흑인들의 신호를 보냈지만, 스틸의 눈은 대학을 향했다. 그리고 평균의 그래프를 뒤집을 때 “이 아이가 정말 진지한지 알아보게”라는 신호들과 싸워야 했지만 그것을 뛰어넘을 분명한 의지가 있었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었다. 한 번 ‘못한다’는 신호를 받은 스틸 주변의 학생들은 제아무리 학문의 길을 넓혀도 다시 일어서지 못했다. 한 번 잡힌 신호는 학생들을 압도했다.


    신호의 힘은 어디서든 발견될 수 있다. 최상위의 학생들 또한 노력만으로 우아하게 올라간 것처럼 보이지만 그 뒤에는 최상의 노력을 하게 만드는 신호들이 있었다. 그것을 밝혀내기 위해 홀로 새로운 그래프를 그리며 백인 사회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간 흑인 스틸은 한평생을 바쳐서 신호의 힘을 밝혀냈다. 스틸이 발견한 것처럼 흑인 집단 사회에서 흑인 학생이 수학을 잘하기 시작하면 주변 학생과 교사는 이렇게 반응한다. “너에게 아시아인이 들어 있나봐.” 이 얼마나 잘못된 신호인가? 정작 아시아인들도 아시아인들끼리 수학을 경쟁시키면 상당수가 꺾여버린다. 이제 우리는 한계를 만드는 잘못된 신호에 저항해야 한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부정적인 신호를 차단하고 한 분야에 대한 가장 깊은 이해를 향할 때 얼마나 놀라운 힘이 우리 스스로부터 만들어질 수 있는지를 깊게 배웠다. 사회에서 긍정적인 신호를 받는 것만이 최상은 아니다. 사회는 빠른 속도로 한 영재를 모두가 우러러보는 경지로 올려줄 수 있지만, 정작 그 신호가 조금만 흔들려도 순식간에 무너져버린다. 긍정적인 신호만 받으며 성장하면 부정적인 신호에 대한 내성을 결코 길러낼 수 없기 때문이다.


    하버드 출신의 프로 야구 전문가들에게 페드로이아는 예비 번호도 부여받지 못할 만큼 형편없다고 판단되었지만, 정작 부정적인 신호를 눈곱만큼도 신경 쓰지 않던 땅딸막한 페드로이아는 그들의 부정적인 보고서를 찢어버리고 슈퍼스타로 혜성처럼 등장할 줄 알았다. 매끄러운 성장 곡선으로 우아하게 성장한 그들과 다르게 페드로이아에게는 거친 바닥에서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차단의 힘이 있다.


    그리고 그 힘은 우리와 동떨어진 특별한 재능이 있는 누군가가 만드는 힘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적 신호에 기민하게 반응해오던 우리가 놓치고 있던 힘이다. 사회가 던지는 부정적인 신호에 선천적으로 무반응인 평균 이하의 지능인 A.C같은 자폐증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가장 주목할 재능이 나오고, 글자도 제대로 못 읽던 존 호너는 고생물학의 역사를 새로 썼다. 폴 세잔은 친구마저 자신의 재능을 비웃자 모든 것을 차단한 채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을 그리는 데 자신의 모든 재능을 쏟을 수 있었고, 카라얀은 오두막으로 들어가서 가장 소중한 단 하나의 지휘봉을 떠올리고는 예비된 천재였던 크라우스를 뛰어넘으며 음악 역사상 결코 잊지 못할 자취를 남겼다. 그리고 그 재능의 씨앗들은 아주 특별한 소수에게만 허락된 것이 아니라 ‘널리 퍼져 있다’는 인상적인 결과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정작 우리가 살고 있던 현대적인 삶은 언제 그 기반이 완성되었던가? 그 물음표에는 로버트 마르크스가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길거리의 평범한 독학 지식인들이 만든 산업혁명의 시기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정작 그 시기에 가장 빛나야 할 엘리트들은 라틴어와 고전 경전을 붙드느라 거대한 혁신을 만나지 못했고, 역사가들은 이 시기에 “학교 교육은 되려 창의적인 정신을 둔화시키는 데 이바지했을 따름”이라고 비극적으로 정의했다. 그래서 당시의 엘리트를 덜어내고 평범한 사람들에게 돋보기를 갖다대어 보면 천재란 없으며, 세계가 주목하는 결과물을 누군가가 만들어냈다면 그것은 순전히 실용적인 목표 하나만을 끈질기게 추구한 결과라고 믿었던 길거리의 수많은 독학 지식인들을 만날 수 있다. 바로 이들이 바꾼 세상 덕분에 자동차가 굴러다니고 실리콘밸리의 애플이 반짝이고 있다.


    결론적으로 오늘날처럼 대학이 서열을 만들고 그 서열이 만드는 신호에 학생들이 익숙해지기 전에 한번 없는 평균적인 사람들이 근대화의 모든 혁신을 완성시켰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지켜본 세계적 교육학자인 켄 로빈슨이 경고한다. 산업혁명 이후에 표준화된 엘리트를 양산하기 위해 만들어진 대학에 모든 신호를 결집시킬 때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가? 오히려 미래의 역사학자들은 또 이렇게 평가하지 않을까? 학교 교육은 되려 창의적인 정신을 둔화시키는 데 이바지했을 따름이라고.


    신호의 힘은 한 교실의 어두운 집단 속에서 테러리스트와 하버드 최연소 교수를 만들어낼 만큼 치명적으로 강력하다. 우리가 지금까지 정의해온 블랙 다이아몬드는 하버드대 학생들이 만든 단어이기도 하지만 불모지였던 아프리카에서 새롭게 성장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단어이기도 하다. 우리도 이제 그 신호를 강하게 성장시킬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걷고 있는 길 위의 깊은 본질에 다가갈 것이다. 그럴 때 보이지 않던 블랙 다이아몬드가 빛난다는 것을 이제 우리는 깨달을 수 있다. 모든 것이 차단된 순간 가장 중요한 것을 향할 때 그 빛은 가장 밝게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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