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언제는 답이 있었나요

당신의 페르소나는 무엇인가요?

우리는 누구나 인정받고 싶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갈 때, 내가 보는 내가 진정한 나일까? 남들 눈에 보이는 내가 진정한 나일까? 예를 들면 스스로는 남에게 피해 안 주고 도덕적으로 살아간다고 생각하는데, 남들이 그 사람을 볼 때는 이기적이고 깍쟁이에 고집불통일 수도 있다. 남이 보는 나와 내가 보는 내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아마도 더 많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사실 우리는 남에게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남들 눈에 내가 이기적이라면, 어쩌면 나는 나도 모르는 “이기적인 나”일 수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태도를 보면, 주변 사람들이 인정하는 대로 살아가는 경향이 있다. 내 동창 중에 술 매너가 상당히 안 좋은 친구가 있었다. 이 친구는 술에 조금만 취하면 술집의 종업원을 함부로 대한다거나 욕을 한다거나 또는 행패를 부린다. 이른바 주폭(酒暴, 술에 취한 상태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폭력과 협박을 가하는 사회적 위해범)이다. 그래서 그 친구에게는 진정한 친구가 없었다.

어느 날 동창회에 그 친구가 안 보여 다른 친구에게 물었더니, 술만 마시면 행패를 부리고 시비를 걸고 싸움을 하니 동창회 사람들이 연락하지 말자고 했다는 것이다. 그 후로 몇 년 동안 그 친구는 동창회에 나오지 못했다. 연락을 못 받아서 못 나온 것도 있지만 술 마시고 실수한 것 때문에 나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몇 년 후 내가 또 물었다.

“○○○는 왜 동창회를 안 나오니?”

“술만 마시면 주정을 부리는데 누가 좋아하겠어? 연락 안 했어. 본인도 그걸 아니까 못 오는 거지.”

이렇게 음주 매너가 안 좋은 동창은 다른 친구들에게 이미 이런 식으로 낙인이 찍혀있었다.

그래서 나는 거짓말을 했다.

“얼마 전에 그 친구를 만났는데 술 매너 좋아졌더라. 술 먹고 주정 부리지 않는 거야. 오히려 술 취해서 집에 가는 사람들을 챙겨 보내더라니까. 정말 달라졌어.”

사람들이 모두 놀랐다.

“정말? 그럴 리가 없는데, 진짜야?”

그러자 다음 동창회에는 그 친구를 불렀다. 그 친구가 옆에 있을 때 나는 사람들에게 공개적으로 이야기했다.

“얘는 최근 몇 년 동안 술주정을 부린 적이 없어. 어쩌다 한 번 실수한 것을 우리가 잘못 본 거야.”

주변에 있는 친구들은 반신반의했고, 나도 내심 불안하기는 했다. 그런데 이 친구가 그날 정말 매너 있게 술 마시고 기분 좋게 집에 갔다. 당연히 다음 모임에도 친구들의 연락을 받고 나왔으며 매너 좋고 기분 좋게 어울리다가 갔다. 친구들이 궁금해서 그 친구에게 물었다고 한다.

“너 술만 마시면 시비 걸고 물건 던지고 하더니, 그 습관을 어떻게 고쳤니?”

이 친구가 하는 말이 “영호가 나를 술 마시면 겸손해지고 매너 좋은 친구라고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인정하는데, 내가 어떻게 술 실수를 또 해. 나를 인정해 주는데 그렇게 따라줘야지” 하더라는 것이다. 남들에게 보이는 나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사람은 남들이 인정하는 대로 되려고 자연스럽게 노력하는 경우가 많다.

『심리학의 원리(Principles of Psychology)』라는 책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심리학의 거장 윌리엄 제임스는 “인간이 가진 본성 중에 가장 강한 것은 타인에게 인정받기를 갈망하는 마음이다”라고 했다. 우리는 누구나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한다. 어쩌면 사랑받고 싶어 하는 마음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인정받으면 행복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그런 인정이 나를 인정받은 대로 나 자신을 운전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는다는 것은 힘겨운 사회생활과 인생을 살아가는 데 심리학적으로 커다란 안정감을 주기에, 우리는 고단함을 뒤로한 채 사람들과 소통하며 남들에게 나를 좋게 보이도록 애쓰며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들의 비위를 맞추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나란 사람을 타인에게 긍정적으로 인정받으려고 해도, 너무 많은 관계 속에서 지친 사람들에게는 관계의 권태기가 올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다른 사람을 대할 때는 내가 그에게서 얻고자 하는 대로 그를 인정하라. 사람은 상대의 기대에 부응하고 그것을 칭찬받는 것에 행복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렇게 급하면 어제 나오지 그랬어?

내가 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는 것이 없다. 나는 ‘모든 소통은 나부터’, ‘내 안의 작은 변화가 먼저’라는 생각하고 있다. 내가 변하지 않고 타인의 모순만 찾아낸다면, 늘 다투고 삐지고 서운해서 덤비고 대들고 하는 투쟁의 연속일 것이다.

모든 위대한 업적도 ‘아주 작은 변화를 모색하는 데서 출발한다.’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지금 당장 내게 필요한 만큼의 작은 변화를 추구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변화’라는 것은 무엇일까? 그동안 살아왔던 행동 습관이나 사고의 습관을 바꾸는 것이다. 그런데 바꾸는 것이 사실 쉬운 것은 아니다. 어떤 변화든지 작은 저항에서부터 심지어는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커다란 저항까지 만나게 된다. 그러나 그런 저항도 나의 의지를 넘지는 못한다고 믿는다.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얘기다.

나는 모든 약속 시각에 ‘반드시 5분 전에 내가 먼저 도착한다.’라는 기준을 세워두고 지키려고 애쓴다. 약속 시각에 늦는 사람보다는 먼저 와 있는 사람이 신뢰를 얻는 면에서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차가 밀린다든지 주차하는 데 시간이 좀 더 걸린다든지 하는 일로 약간씩 늦는 경우가 있다. 요즘은 그런 것까지도 고려해서 움직이려고 애쓰지만 종종 늦는 경우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차가 밀렸다는 핑계는 대지 않으려고 애쓴다.

매일 밀리는 도로인데 그걸 핑계 삼을 수가 없어서 차라리 “좀 늦게 출발했습니다.”라고 솔직하게 얘기한다. 그게 더 좋은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급하다고 빨리 달리는 차를 경찰이 붙잡고 하는 얘기가 있지 않은가?

경찰 : 속도위반으로 스티커 발부하겠습니다.

운전자 : 한 번만 봐주세요. 너무 급해서 그랬어요.

경찰 : 아니, 그렇게 급하시면 어제 나오시지 그러셨어요?

맞는 얘기 아닌가? 변화라는 게 사실 별거 아니다. 예를 들어 매일 늦잠을 잤던 습관이 있다면 조금 일찍 일어나는 습관으로 바꿔보는 것이다. 또 술만 마셨다 하면 취하는 습관이 있다면 역시 마지막 잔은 마시지 않는 것으로 음주 습관을 조금 수정한다든지, 아침에 화장하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직장에 지각한다면 화장하는 시간을 좀 단축하는 법을 배운다든지, 외출할 때 옷 골라 입는데 시간을 많이 뺏기는 경우는 전날 옷을 골라 놓는다든지, 집안이 이것저것 정리가 되자 않아 짜증내는 일이 많았다면 그동안 쓰지 않거나 입지 않았던 옷들을 과감하게 정리를 해본다든지 하는 아주 작은 생활의 습관을 바꾸는 것에서 변화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변화는 아주 작은 부분에서 시작된다. 이 변화가 후에 큰 변화를 몰고 온다. 그것이 결국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

성의를 다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

『공부는 내 인생에 대한 예의다』라는 책이 있다. SAT만점, 아이비리그 9개 대학 동시 합격, 미국 최고의 고교생 선정 등의 화려한 프로필을 가진 저자 이형진은 이 책에서 자신이 공부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공부는 그 누구도 아닌 오로지 자신을 위한 것이다. 언젠가 내가 반드시 하고 싶은,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생겼는데, 부족한 준비 때문에 그 꿈을 이룰 수 없다면 깊은 후회가 밀려오지 않을까? 아직은 그 정체가 뚜렷하지 않지만, 세상에 분명 내가 잘할 수 있는 일들이 있는데, 그 일을 찾아낼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면 좀 억울하지 않겠는가? 나 자신의 인생에 대해 미안하지 않을까?”

우리가 얼마나 성의 있게 살았느냐? 이것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나는 직원들을 고용하기 위해 면접을 볼 때, 정말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할 것 같은 직원을 뽑는다. 그런데 뽑아놓고 두세 달이 지나면 업무에 성의는 안 보이고 불만만 보이는 경우가 많다. 직원이 열심히 일하지 않고 근무 시간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한다면 그것은 고용주인 나의 손해이기도 하지만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의 인생에 가장 큰 손해를 끼친다.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람에게 성의 있게 대해야 한다. 성의 있는 삶이란 조금만 더 신경을 쓰고 관심을 가지면 엄청나게 쉬운 일이다.

성공한 중소기업 사장이 한 사람 있다. 이 사람은 주문을 받기 위해 영업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런데도 해마다 기업이 엄청나게 성장했다. 도대체 비결이 뭘까?

이 사람은 매사에 성의가 넘친다. 예를 들어 단체에서 캠핑하러 가기로 하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미리미리 적는다. 준비물을 적을 때에도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것을 적는 게 아니라 머릿속 시뮬레이션을 통해 필요한 것들을 적은 후 실제로 그 물건들을 준비해 현장에 온다. 무턱대고 그냥 온 사람들이 요리하다가 ‘후추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면 후추가 이 사람에게 있고, ‘어떡하지? 숯을 안 가져왔네’ 하고 당황하면 이 사람에게 숯이 있다. 매번 이러니 함께하는 사람들은 그 사람에게 어떤 일을 맡겨도 잘할 거라는 신뢰할 수밖에 없다.

소통은 성의를 다하는 태도에서 출발한다. ‘성의 있다’라는 내 영혼이 만족할 만큼 최선을 다하는 것을 뜻한다. 『대학(大學)』에서는 ‘성의’를 세 단계로 구분한다. 첫째는 무자기(毋自欺)로 나를 속이지 않는 것이고, 둘째는 자겸(自謙)으로 엄청난 행복감과 만족감을 느끼며 살 수 있고, 셋째는 신독(愼獨)으로 나 홀로 있을 때도 언제든지 스스로 만족감과 기쁨을 안고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상대에게 성의를 다하는 것만큼 소통에서 중요한 것은 없다. 성의 있는 식사 대접, 성의 있는 일 처리, 성의 있는 상담, 성의를 다하는 경청. 성의는 꼭 상대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성의는 나 자신에게도 꼭 필요하다. 스스로 성의를 다하면 길이 보인다.

살아가며 배우는 것들

자기주장보다 남의 주장을 잘 들어야 좋은 주장(captain)이다

내가 아는 선배 중에 ‘부처님 반 토막’이라는 별명을 가진 분이 있다. 온순한 성격에 오랜 시간 동안 다른 사람들과 다툼 한번 없이 늘 인자한 성품과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는 선배다. 언젠가 같이 차를 타고 가다가 무엇이 맞는 건지 난센스 퀴즈마냥 긴가민가한 이야기가 나왔다.

어떤 사건의 주인공이 누구냐 하는 건데, 나는 A라는 사람이라고 했고, 선배는 B라고 했다.

“아니야 A가 확실해.”

“그래? 나는 B가 맞는 것 같은데….”

나는 확신에 차서 외쳤다.

“형, 아니라니까. A라니까. 틀림없이 A야 A."

그러자 선배는, “그래? 네 말대로 A가 맞나보지….” 라고 하였다.

목소리 높여 주장한 내가 무색할 만큼 선배는 아무렇지 않게 인정해 버렸다. 나중에 확인해 본 결과, 선배의 말대로 B가 맞았고 틀린 건 나였다. 그 결과를 아는 선배는 그 일에 대한 어떤 코멘트도 없었다.

선배는 나 말고도 누구와도 언쟁을 높이는 법이 없다. 언쟁이 일어날 것 같다 싶으면 상대의 말을 인정해 버리기 때문에 분란이 일어나려야 일어날 수가 없다.

언젠가 그런 선배에게 의아해 물었다.

“형은 왜 평소에 자기주장을 안 해? 나 같으면, 내가 맞다고 생각하면 박박 우길 텐데.”

그러자 선배가 말한다.

“우겨서 뭐하겠냐? 따지면 뭘 얻는데? 난 대세에 지장이 없는 건 쓸데없이 감정 소모전 안 해.”

그랬다. 선배는 상대가 옳아서라기보다 쓸데없는 감정 소모를 하기 싫어서 피한 것이었다. 그러다 상대가 맞으면 맞는 거고, 틀렸으면 상대가 제대로 알면 되는 그뿐이었다.

때에 따라서 자기주장은 필요하다. 자기가 원하는 것, 생각하는 것, 소신을 말할 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많은 사람이 아니라고 할 때 나는 맞다. 라고 말할 때의 자기주장은 강요가 아니라 설득의 영역인 것이다.

대화는 일방통행이 아니다. 일방통행하면 대화가 아니라 강요가 된다. 대화는 너의 말이 오가는 쌍방통행인 것이다.

“나와 다른 의견 따위는 개나 줘 버려.”하는 마음이 깔린 상태에서의 자기주장은 상대방을 불편하게 만든다. 의견은 수학 문제가 아니라서 푸는 공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의견을 내는 사람의 입장은 결론 내지는 답을 얻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기보다 풀어가는 과정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일 수 있다.

혹시 곰탕을 곰으로 만들고, 갈매기살을 끼룩끼룩 날아다니는 갈매기고기라 박박 우기는 사람이 있다면 그냥 그렇게 놔두자. 쓸모없는 논쟁 속의 소모적인 자기주장을 하지 말자.

대세에 지장이 없는 일에 쓸데없이 감정 소모를 하지 말아야 한다. 쉽게 얘기해서 대세에 지장이 없는 것을 가지고 언쟁하지 말라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적으로 만들지 않고 내 편 만드는 소통의 기본이라 본다.

“자기주장보다 남의 주장을 잘 들어야 좋은 주장(captain)이다.”

외제차를 못 탄다고?

좋은 것을 보고 외치는 말 중에 우리가 가장 익숙하게 알고 있는 것은 아마 ‘심 봤다’일 것이다. 산삼은 값도 비싸고 눈에도 잘 띄지 않는 귀한 것이어서 심마니들은 산삼을 캐러 가기 전에 근신하면서 몸을 정갈하게 하고 부정한 것을 멀리하며 되도록 말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람들 속에서 생활하다 보면 가끔 ‘심 봤다’를 외치고 싶은 멋진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다. 내가 만난 ‘심 봤다’를 외치고 싶은 사람 중 하나가 바로 유재석이다. 유재석, 그가 누구인가? 지난 15년 동안 최정상을 누리고 있는 엔터테이너 방송 MC가 아닌가?

유재석은 주변의 동료와 스태프들을 잘 챙기고 염려해 주고 다독여주는 리더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배려의 아이콘 ‘유느님’이 되었다. 방송 프로그램을 하면서도 나는 그가 출연료를 먼저 이야기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 이유는 자기가 출연료를 올려달라고 하면 한정된 제작비에서 반드시 피해를 보는 사람이 생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기의 출연료가 오르면 출연자 중 누군가는 그만 두어야 하거나 패널의 숫자를 줄이게 되거나 스태프들의 비용이 줄어들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한번은 재석이가 이런 내용으로 나랑 진지하게 얘기하다가 자기 출연료는 자연스럽게 올라간다고 한다. 이유인즉, 출연자들이 열심히 하게 되고 스태프들이 양질의 서비스를 하므로 시청률은 오를 것이고 그럼 제작비도 더 늘어나게 되고, 제작비가 늘어나면 자신의 출연료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기 때문에 괜찮다는 것이었다. 정말 이치상 맞는 말이었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MC가 되었다.

‘아…, 재석이는 정말 멋진 녀석이구나. 나보다 나이는 어리고 후배지만 큰 인물이구나.’

앞으론 재석이에게 괜히 선배랍시고 가르치고 야단치지 말고, 오히려 내가 배워야겠다고 느꼈다. 어느 날인가 한번은 밤늦게 전화가 왔다. 우리는 수시로 만나서 밤을 새우면서 이바구(이런저런 농담과 잡담)를 날리는 사이이다. 그날도 새벽이슬 맞아가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헤어졌는데 또 무슨 할 얘기가 있어서 전화한 걸까를 생각하면 전화를 받았다.

“왜?”

“아, 형. 동생이 할 얘기가 있어서 전화를 했는데. ‘왜?’라니, 형!”

우리의 대화는 늘 이런 식으로 시작한다.

차를 바꿀 때가 되어서 고민 상담 전화를 한 것이다.

자기가 외제차를 타면 사람들이 욕할 것도 같고, 아버지도 국산차 타는데 자신이 건방지게 외제차를 타는 게 좀 그래서, 국산차 중에서 중형차를 탈까 하는데 어떤 게 좋을지 골라 달라는 것이다. 나는 처음엔 가볍게 외제차를 타도 되겠다는 의견을 주었고, 한참을 생각하다가 그것이 영 내키지 않는다면 국산차 중에 이런 모델이 어떻겠냐고 의견을 주었다.

며칠 후, 그는 나랑 얘기하던 그 모델로 차를 바꾸고 새 차 시승을 시켜 주겠다며 한껏 뽐을 내며 우리 집 앞에 왔다. 국산차가 요즘 세계적인 성능이 됐다며 이것저것 자동차 세일즈맨처럼 설명을 하는 모습을 보고 나는 그에게 반했다.

지금 대한민국에 가장 잘나가는 개그맨이 중형 국산차에 만족하며 들떠 있는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워 보였다. 사실 연예인들 대다수는 인기의 척도인 양 인기가 조금 오르는 기색만 보이면, 외제차를 타고 다닌다. 인기가 오르면 무조건 차부터 외제차로 바꾸는 현실에서 이 녀석은 달랐다. 그래서 ‘심 봤다….’라는 제목으로 내 미니홈피에 글을 올렸더니, 홈페이지에 하루에 5만 명이 다녀갔고, 그 글을 쓴지 10년이 더 지난 지금도 나는 유재석의 열성 팬들에게 시달리고 있다.

“표영호 너 때문에 우리의 사랑하고 전지전능하신 유재석님께서 외제차를 평생 못 탄다.”라는 것이다. 유재석의 지능형 안티가 표영호라는 둥…. 너 같은 놈이 우리 ‘유느님’을 국산차에 가둬 놓았다는 둥,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진 거다.

대개 인기 있는 사람들은 더 인기를 얻으려고 발버둥친다. 그러나 그는 점점 더 사람들을 배려하기 시작했다. 자기가 하는 프로그램에 사람들을 추천해 주는가 하면, 추천한 사람을 프로그램에서 살려내려고 진심으로 애쓰는 착한 연예인이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그를 자연스럽게 ‘배려의 아이콘’이라 칭찬하기에 이르렀고, 사람들이 배려의 아이콘이라 인정하기 시작하면서 그는 더욱더 상대방을 배려하는 데 신경을 쓰는 사람으로 성숙해 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과연 다른 사람에게 좋은 사람일까? 한동안 내 주변에 사람이 없다고 불평한 적이 많았다. 하지만 그것은 나를 욕하는 것이었다. 힘든 상황에서도 주변에 사람이 많다는 것은 책임감 있고, 비전 있고, 돈을 제대로 쓸 줄 알고, 남을 배려할 줄 알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다독여줄 줄 알고, 다른 사람에게 쉼터 같은 사람이 될 줄 안다는 것이다. 내 주변에 사람이 없다는 것은 내가 이런 사람이 되지 못했음이니, 그것은 어디까지나 내 탓인 것이다.

나를 좋아해 주는, 그래서 내 일이라면 힘든 일이든 축하할 일이든 한걸음에 달려와 줄 사람이 있는가? 있다면 당신은 정말 좋은 사람이고 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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