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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헐적 단식을 통해 얻은 믿기지 않는 자유
저   자 : 라이언 스미스 외(역:황정경)
출판사 : 한국경제신문
출판일 : 2019년 07월

  • 간헐적 단식을 통해 얻은 믿기지 않는 자유


    라이언:: 음식을 통해 시간과 감정을 조절했던 어린 시절

    내가 기억하는 한, 나와 음식은 썩 좋은 관계는 아니었다. 나는 영양소나 에너지를 얻으려고 음식을 먹은 적이 없었다. 나는 너무나 비정상적이고 소모적인 이 관계에서 영원히 헤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평생 뚱뚱한 몸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당신이 뚱뚱하고 건강이 좋지 않은 것은, 당신이 고른 어떤 음식이나 당신이 임의로 선택해 따르기로 한 어떤 규칙들 때문이라기보다는 그 이상의 더 크고 중요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증상이다. 나의 경우 내가 불행하다는 문제를 보여주는 증상이 비만이었을 뿐, 비만이라서 불행해진 것은 아니었다.


    나는 아주 오랫동안 내가 먹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살이 쪘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먹는 것을 정말 좋아하긴 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나와 동생 커트를 차에 태우고 쇼핑하러 갈 때면 나는 머릿속으로 수학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쇼핑을 오래 해서 맥도날드에서 점심을 먹게 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계산한 것이다. 차가 드라이브 스루 진입로로 향하면 나는 크리스마스 아침처럼 들떠서 몸을 들썩거렸다.


    당시에는 뭐라 딱 꼬집어 말하기 어려웠지만, 나는 내가 느끼는 온갖 감정을 치료하기 위해 음식을 먹었다. 보상을 원할 때 음식은 그 욕구를 채워줬다. 어딘가 불안할 때면 잠시나마 마음을 진정시켜주었다. 나는 걱정이 많은 아이였다. 이를 깨닫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말이다. 나는 주변의 어른들에게 수줍음이 많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자랐고, 친구들에게는 얼굴이 빨개진다는 놀림을 끊임없이 받았다. 그 사람들은 아마 별생각 없이 한 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나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러웠고, 음식을 먹으면 그런 감정을 잊을 수 있었다.


    나는 대학교에 들어가면 내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있길 바랐다. 하지만 대학생이 되고 나서도 친구들과 함께하는 뭔가가 없었기 때문에, 습관적인 불안감과 사람들을 대할 때 느끼는 어색함은 갈수록 심해졌다. 나는 수업을 듣고 통학하는 시간 빼고는 행여 남들이 알아볼세라 잽싸게 나만의 세계로 돌아와 틀어박혔다. 그때 내 몸무게는 90킬로그램 정도였지만 마음은 그보다 훨씬 더 무거웠다. 나는 영원히 빨판상어처럼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나 치우면서 홀로 외롭게 살 운명인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나의 가장 큰 문제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은 것이었다. 나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갑자기 마법처럼 무슨 일이 벌어지길 기다리고 있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하면서 음식과의 뒤틀린 관계는 더 악화됐다. 나는 혼자 사는 데다 돈도 벌기 시작해서, 음식을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게 됐다. 이 시기의 나는 정상적인 식사를 더는 하지 않았다. 일단 학교에 가면 온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했기에 사람들 앞에서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다. 그 대신 하루의 스트레스를 속으로 삭이면서 나중에 뭘 먹으면 좋을까 생각하곤 했다. 매일 밤 폭식할 거리를 사기 위해 식료품점에 들렀다. 나는 자포자기한 사람 같았다. 매일 살얼음판을 걷듯이 긴장하며 하루를 보냈고, 잠잘 때까지 먹을 ‘충분한’ 음식이 없을까 봐 걱정했으며, 토하고 싶을 때까지 엄청난 양을 먹었다.


    스물아홉 살 때 내 몸무게는 126킬로그램이 됐고 살빼기는 포기한 지 오래였다. 많은 다이어트 관련 책을 읽고 계획도 짰지만 어떤 다이어트도 하루를 넘기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병원에서 걸려온 전화로 모든 것이 바뀌었다. “스미스 씨, 공복혈당 수치가 310입니다. 진료 상담을 위해 예약을 잡아주세요.” 참담한 심정이었다. 비만은 실제로 내 목숨을 위협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채식에 관심이 있었던 나는 담당 의사가 건강해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겠느냐고 묻자, 그동안 알아보기만 하던 채식을 이제는 직접 실천하겠다고 굳게 약속했다. 새로운 운동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일주일에 적어도 다섯 번은 운동 비디오를 따라했다. 매일 어김없이 혈당을 측정했고, 잊지 않고 약을 챙겨 먹었고, 탄수화물 섭취량을 꼼꼼히 따졌다.


    물론 나는 체중을 55킬로그램이나 줄였고, 혈당도 정상 수치로 돌아와 금방 당뇨병약을 끊을 수 있었다. 의사들과 주변 사람들은 내가 좋은 본보기가 된다며 A라는 성적을 매겼지만, 나는 잘못된 방법으로 문제에 접근하고 있었다. 나는 건강에 유익한 음식을 골라 먹었을 뿐, 여전히 음식을 통해 시간과 감정을 조절했다. 진짜 나의 문제는 외로움, 불안감, 창피함이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는 나의 조치들이 당장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것을 당시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베일에 싸여 있던 체중 감량의 해답을 찾았고, 음식에 끌려다니던 시기는 지나갔다고 믿었다. 하지만 우리의 진짜 얘기는 그때부터 시작됐다.


    라이언:: 함께 살찌는 부부

    결혼 초반에는 새로운 가족으로서 행복을 만끽하고, 함께 사는 데 필요한 규칙들을 조율하느라 다이어트와 건강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나는 주로 채식을 하는 나의 식단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킴은 채식주의자가 아니었고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앞으로는 붉은 고기(소, 양, 돼지 등)를 먹겠다고 선언했고, 곧 온 가족이 햄버거를 먹으러 웬디스에 자주 가게 됐다. 나는 탄산음료도 다시 마시기 시작했다. 우리는 결혼 전에 유지하던 식단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차를 타고 먼저 맥도날드에 들러 에그 맥머핀을 사고 그 다음에는 던킨도너츠에 들러 도넛과 아이스커피를 샀다. 당시 우리는 사태의 심각성을 몰랐던 것 같다. 하지만 그 많은 설탕은 금세 심각한 문제를 일으켰다. 대부분 중독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우리는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부인했고, 먹어도 된다는 분위기를 조장했으며, 서로에게 의존했다. 이쯤 되자 우리가 녹록치 않은 결혼 생활의 현실을 음식으로 잊고자 한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우리는 서로를 사랑했지만 가정을 이루는 데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너무나 많은 커플이 흔히 겪는 이런 문제에 관해 우리는 좀 더 준비가 됐어야 했다. 우리는 이런 문제를 다루는데 점점 더 능숙해지기는커녕 전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문제가 없다는 듯 행동하고 언급조차하지 않았다. 그러다 긴장감이 고조되면 험악한 부부싸움으로 번졌다. 결국 화해로 마무리하긴 했지만 이런 악순환을 반복했다. 다음 단계를 기다리는 동안에는 엄청난 정크푸드 더미에 파묻혀 절망감을 잊었다.


    이 시기에 파란만장했던 우리의 취업난도 우리 결혼에 스트레스를 더하는 요소였다. 나는 킴과 만났을 때 근무하던 학교를 결혼 후 1년간 더 다니다가, 집에서 10분 거리의 학교로 자리를 옮겼다. 킴 역시 집에서 10분 거리의 메인대학교에서 일자리를 구하려고 했다. 우리는 우리가 사는 지역에 깊이 뿌리를 내리겠다는 원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면서 장기적인 진로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갑자기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다. 2년 후 학교의 예산이 삭감되어 내 자리가 없어져 버린 것이다. 너무나 두려웠다. 나는 가장으로서 생활을 책임지고 있었고 내 수입이 없으면 우리 가족은 먹고살 수 없었다. 나는 몇 달 동안 통근 거리가 적당하기만 하면 어떤 자리든 지원하며 새로운 직장을 찾기 위해 애썼다. 그런데 뜻밖의 행운이 찾아왔다. 집에서 1시간 거리의 연봉이 높은 학군에서 영어 교사 자리를 제안 받은 것이다. 고맙게도 지금까지 같은 지역에서 12년째 영어 교사로 재직 중이다. 때가 되면 이곳에서 은퇴할 계획이다.


    이 시기에 우리 결혼 생활에서 일관적이면서도 변화무쌍한 주제는 자신의 진로를 개척하려는 킴의 노력이었다. 킴은 상담교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상담함 석사학위 과정을 공부하기로 했다. 과정을 마칠 때쯤 학교 상담과 정신건강 상담 중 한 가지를 전공으로 선택해야 했는데, 킴은 부모가 된 학생들을 상담하는 인턴교사로 일했다. 그녀는 그 일을 정말로 사랑했지만, 무급으로 일하는지라 출퇴근하는 데 드는 주유비를 신용카드로 계산할 수밖에 없었고 빚은 산더미처럼 불어났다. 킴은 구직 활동을 하면서 먹고사는 데 조금이라도 보태기 위해 집에서 의료기록녹취사로도 일했다. 하지만 진로를 변경한 후 곧바로 의미 있는 일을 시작하지 못한 것에 대해 속상해하고 있었다. 나 역시 경제적 압박감으로 고통받았지만 킴이 만족할 만한 일을 찾지 못해 안타까웠다.


    이런 난관들에 부딪히는 동안 소통의 부재와 서투른 대처는 결혼 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이런 문제들을 겪으면서 우리는 더 자주 싸웠고, 스트레스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탓에 상황이 갈수록 악화됐다. 그 와중에도 항상 음식은 우리에게 주된 오락거리이자 믿음직한 안식처였다. 우리 부부는 양식 있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주변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게 우리의 체중 증가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지만, 커플이 합쳐서 90킬로그램이나 늘었으니 사람들이 못 알아봤을 리 없다. 그때가 우리 인생에서 가장 부끄럽고, 비참하고, 암울한 시기였다.

    라이언:: 저탄고지 팔레오 다이어트

    2014년 여름, 나의 몸무게는 내 인생 최고치를 찍었다. 나는 탄수화물을 얼마나 섭취하고 있는지 신경 쓰는 척도 하지 않았고 몇 년째 혈당도 재지 않았다. 전에도 체중 감량으로 당뇨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했으니 이번에도 당뇨를 되돌릴 충분한 시간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았다.


    혈당을 낮추기 위해 다시 생활습관을 조정하던 초반 몇 주 동안은 힘들었다. 또다시 혈당을 측정하게 된 현실이 너무 괴로웠고, 당 수치가 높게 나와 실망스러웠다. 혈당을 조정하려고 처음 당뇨를 치료할 때와 마찬가지로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했지만, 이번에는 내 몸이 그때처럼 반응하지 않았다. 13년 전, 내 혈당을 정상 범위로 끌어내렸던 탄수화물 섭취량이 이제는 같은 효과를 내지 못한 것이다.


    당뇨병이란 진단을 두 번째로 받기 전에 나는 팔레오 Paled(구석기)/프라이멀 Primal(원시인) 다이어트를 해볼까 하고 자료를 모으고 있었다. 오래전에 채식에 관심을 뒀던 것처럼 이번에는 팔레오/프라이멀 다이어트에 끌렸고, 그때와 마찬가지로 이 다이어트가 살을 빼고 당뇨를 치료하는데 가장 좋을 것 같다고 확신하게 됐다.


    다이어트는 효과가 있었다. 나의 하루는 채식할 때와는 아주 달랐지만 체중이 꾸준히 감소했다. 나는 아침으로 달걀과 베이컨, 그릭 요거트를 먹었고 점심과 저녁으로는 주로 고기와 채소를 먹었다. 버터와 올리브 오일, 기름기 많은 고기를 먹는데도 살이 빠지는 걸 경험하고 해방감을 느꼈다. 탄수화물이 그렇게 먹고 싶지도 않았다. 공복혈당과 당화혈색소 수치가 금방 정상 범위로 떨어졌다.


    이번 체중 감소가 그전과 크게 다른 점은 킴과 나의 관계였다. 나는 몸무게가 빠지고 있었지만 킴은 그렇지 않았다. 그녀는 나의 다이어트를 지지해주었지만 같이 하고 싶어 하지는 않았다. 우리는 이제 더는 서로에게 악순환을 가져왔던 식습관의 공범자가 아니었다. 우리의 결혼 생활은 지금까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로 들어서고 있었다.


    킴:: 탄수화물 중독자들의 다이어트

    2014년 라이언의 혈당이 높다는 전화를 받은 날을 잊지 못한다. 그는 곧바로 자신의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식습관을 완전히 바꾸기로 했다. 그의 대처는 나에게 영감을 주는 동시에 좌절감도 안겨주었다. 솔직히 말해 그의 몸무게가 급속하게 빠지고 있다는 것이 분명해졌을 때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 몸무게 문제로 고군분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질투란 아주 강력하고 부정적인 감정이다. 반사적으로 못난 질투심이 발동하긴 했지만, 라이언의 당뇨병이 위험한 상태로까지 진행되지 않아 천만다행이었다.


    나는 나만 뚱뚱하고 그는 그렇지 않은 우리의 사진을 보면서 뭔가 아주 잘못됐다고 느꼈다. 커플들의 외모와 체구는 다양할 수 있지만 우리 부부는 처음부터 전체적으로 비슷한 축에 속했다. 우리의 데이트는 늘 함께 사냥에 나선 포식자들처럼 제일 좋아하는 정크푸드를 확보하고 게걸스럽게 먹는 것이었다. 그렇게 같이 보내는 시간은 우리가 유대감을 확인하는 방법 중 하나였다. 그런데 그가 나를 영영 떠날지도 모른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자 여러 가지 부정적인 감정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나는 예전에 탄수화물을 제한해서 살을 뺀 경험도 있고 해서 헬러 박사의 ‘탄수화물 중독자들의 다이어트’를 내 방식대로 해석한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오전에는 크림을 넣은 커피 몇 잔을 마시고, 점심으로는 탄수화물이 적은 식단, 즉 단백질 함량이 높은 재료를 곁들인 샐러드를 먹고, 저녁은 먹고 싶은 음식을 1시간 내에 먹는다. 나에게 먹고 싶은 음식이란 파스타나 피자, 빵가루를 입혀 튀긴 닭고기를 의미했다.


    영양소가 풍부한 자연식을 많이 먹지는 않았지만 체중이 꾸준히 감소했다. 다이어트를 시작하기 전보다 먹는 양이 훨씬 적어졌기 때문이다. 2015년 중반부터 2016년 초반까지 9개월에 걸쳐 25킬로그램이 빠졌다. 109킬로그램에서 84킬로그램이 됐다. 마침내 체중이 그토록 소원하던 두 자릿수로 내려온 것이다. 나는 이제껏 통제가 불가능했던 폭식을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게 됐고 정말 오랜만에 건강하다고 느꼈다.


    라이언:: 서서히 무너지다

    킴이 살을 빼기 시작해서 우리 둘 다 날씬해졌고 결혼 생활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그렇지만 함께 식사하는 것은 어려웠다. 먹는 스타일이 서로 아주 다르지는 않았지만 비슷한 것도 아니었다. 음식에 관해서는 끊임없이 협상을 해야 했지만, 우리 결혼 생활은 그 외 여러 가지 면에서는 많이 나아졌다. 우리는 자신에게 더 만족스러웠고 그래서 함께 있을 때도 더 행복했다. 또한 새로운 취미도 시도해보고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기 시작했다. 나는 학교에서 자리를 잡았고 영어 교과부장으로 승진도 했다. 킴도 새롭게 시작한 병원 일을 좋아했고, 의료기록녹취사로서 일하면서 그녀가 그토록 원했던 것, 즉 자신이 세상에 의미 있고 꼭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만족감도 느낄 수 있었다.


    아이러니하지만, 킴과 나는 점점 더 행복해지면서 다이어트 식단을 정확하게 지키려는 의지가 점점 약해지기 시작했다. 각자 먹는 음식을 통제하는 것보다 둘이 함께 있고 인생을 즐기는 것이 더 중요했던 신혼 때와 섬뜩할 정도로 비슷했다. ‘식단 밖’의 음식을 먹는 일이 점점 많아졌지만 다음 날 다시 식단대로 먹으면 될 거라고 생각하곤 했다. 처음에는 생일이나 휴일 같은 날만 가끔 마음대로 먹다가 점점 아무 때나 자주 멋대로 먹는 경우가 많아졌다. 킴도 나처럼 점점 통제력을 잃어갔다. 또한 우리는 예전처럼 건강하지 않은 선택을 한 서로를 묵인해주기 시작하면서, 인식하지 못한 사이에 서로의 나쁜 습관을 조장하고 있었다. 둘 다 다시 살이 붙기 시작했다.


    2017년 6월, 우리의 늘어난 몸무게는 합쳐서 18킬로그램이었다. 둘 다 자신에게 크게 실망했고, 무서운 속도로 늘어나는 체중을 줄이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우리는 의지력을 있는 대로 끌어 모아 우리를 성공으로 이끌었던 다이어트로 돌아가 규칙을 잘 따르기만 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라이언:: 단식이라는 새로운 방법

    처음에 간헐적 단식에 대한 얘기를 들은 것은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로 체중을 감량하기 여러 해 전이다. 체중이 가장 많이 나가던 시절, 나는 끊임없이 새롭게 유행하는 다이어트에 관한 책을 읽었다. 그렇게 평상시처럼 구글 검색을 하다 버트 헤링 Bert Herring 박사의 <5시간 동안만 먹어라 The Fast 5 Diet> 라는 책을 발견했다. 나는 자신의 정보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책을 무료로 제공하는 헤링 박사의 열정에 감명 받았다.


    그는 하루에 먹어야 할 모든 음식을 5시간 안에만 먹으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의 해결책이 너무나 간단해서 의심스럽기까지 했지만, 그것이 약속하는 바는 맘에 들었다. 너무 간단한 이 방법이 끌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 모호해서 절망스러웠다. 왜냐하면 책에는 먹어도 되는 음식과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 리스트가 나와 있지 않았다. 그때까지의 내 상식으로는 간헐적 단식이 너무 극단적인 것 같았다. 주류 다이어트에서 너무 멀리 떨어진, 이상적이긴 하지만 실현하기는 어려운 방법이라고 느껴졌다.


    대부분 사람처럼, 나도 아침 식사가 하루 중 제일 중요한 식사라고 믿으면서 자랐다. 만약 아침을 먹지 않으면 오전 중에 에너지가 소진돼 갑자기 태엽이 다 풀린 장난감처럼 아무것도 못하게 될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헤링 박사의 책은 아침을 거르는 것이 가능할 뿐 아니라 원하면 점심도 건너뛸 수 있고, 그렇게 하면 더 건강해질 거라고 제안하고 있었다. 이런 개념은 나에게 너무 과격하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한번 시도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나의 도전은 하루를 넘기지 못했다. 일단 단식이 끝나는 오후 2시까지는 잘 참았지만, 한번 음식을 먹기 시작하자 잠자기 직전까지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그리고 간헐적 단식을 시작하는 초기에는 먹지 못하는 시간을 보상받기 위해서 과식할 수도 있다는 헤링 박사의 세심한 조언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당시 나는 분명하고 엄격한 규칙을 원했다.


    2017년 여름, 킴과 나의 몸무게는 계속 늘고 있었다. 우리 둘 다 살이 더 찌기 전에 각자에게 효과적이었던 다이어트를 다시 열심히 해보려고 필사적이었지만 식단을 따르기가 이전보다 훨씬 더 어렵게 느껴졌다. 킴은 더 좋은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뜻밖에 그녀도 간헐적 단식에 관심을 보였다. 그녀는 이미 낮에는 저탄수화물 식단을 먹고 있었고, 저녁으로 탄수화물이 포함된 식사를 1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 하고 있었다. 간헐적 단식을 바로 시작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았다. 핀터레스트(이미지나 사진을 공유, 검색, 스크랩하는 이미지 중심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 여성을 위한 간헐적 단식을 검색하다가 진 스티븐스의 <참지 말고 미뤄라>라는 책의 표지 그림을 보게 됐다. 제목만으로도 킴이 아마존에서 그 책을 주문하기에 충분했다.


    킴에게 진의 책은 하늘의 계시와도 같았다. 물론 처음에는 헤링 박사의 책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진의 책은 간헐적 단식을 더 친근하게 설명해주었다. 진이 강조하는 점은 지방을 빼는 데 큰 영향을 주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먹느냐보다는 언제 먹느냐라는 것이었다. 그녀는 아주 다양한 음식을 먹었고 특별히 제한하는 식품군이 없었다.


    여러 가지 불안감이 있었지만 좀 더 보통 사람들처럼 먹을 수 있다는 간헐적 단식의 주장은 무척 매력적으로 들렸다. 잘될 거란 자신은 없었지만 결혼 이후 처음으로 킴과 내가 정말로 같은 음식을 나눠 먹을 수 있고 서로의 건강에 관한 계획을 온전히 지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자못 설레었다. 킴이 먼저 본격적으로 간헐적 단식에 돌입했고 나도 곧바로 뛰어들었다.


    라이언:: 앞으로는 더 나아질 것이다

    간헐적 단식을 하고 처음 몇 주 동안은 효과가 들쑥날쑥했다. 간헐적 단식이 효과적일 거라고 믿긴 했지만, 그동안은 내가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의 눈으로 간헐적 단식을 해석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진이 제시한 먹는 방식이 왜 그렇게 미심쩍었는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탄수화물 비중이 높은 채식으로 살을 뺀 경험도 있고, 당시 혈당 수치도 아주 좋았는데 말이다. 아마 사고방식의 문제가 아니었나 싶다.


    나는 팔레오/저탄수화물 다이어트를 꽤 오랜 시간 해왔지만, 킴과 함께 식사할 방법이 있다면 그 원칙을 깨고 노력해볼 용의가 있었다. 나는 19시간의 완벽한 단식 시간과 2시에서 7시까지의 먹는 시간 5시간을 엄수했다. 내가 채식의 장점이라고 공언하고 다녔던 것 중 하나가 몇 시간 간격으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나는 줄곧 배가 고팠고, 계속해서 탄수화물을 지나치게 많이 먹어 후유증에 시달렸으며, 항상 다이어트에 실패하기 직전의 위태위태한 상태에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막상 단식을 시작해보니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는 전체적으로 훨씬 수월했다. 특별히 배고프지도 않았고, 기절하기도 않았고, 몸이 약해진 것 같지도 않았다. 나는 집안일을 열심히 했고, 개와 함께 멀리까지 산책을 나가기도 했으며, 넷플릭스 드라마를 몰아 보면서 바삐 움직였다. 나는 보통 12시쯤이 되면 시계를 계속 쳐다보면서 벼랑 끝에 매달려 있는 심정으로 2시간을 더 보냈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거라고 믿으며 마음을 굳게 먹으려고 노력했다.


    일단 단식을 깨고 먹기 시작하면, 가끔은 멈추기가 어려웠다. 원래 먹으려고 했던 양보다 더 많이 먹기도 하고, 더 먹고 싶은 마음에 간절한데 유혹을 꾹 참기도 했다. 그러던 중 헤링 박사가 보상심리로 인한 과식에 대해 언급했던 내용이 떠올랐다. 그에 따르면 이런 경향을 보이는 건 정상적인 것이며 시간이 지나면 식욕이 점차 완화될 거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되리라 믿기로 했다.


    저녁 식사는 완전히 새롭고 훨씬 만족스러웠다. 처음으로 킴과 내가 동시에 같은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된 데다 요리를 하느라 함께 있는 시간도 늘어났다. 나는 곧 저녁 식사가 아주 만족스럽게 느껴졌고 더는 잠자기 전에 뭔가 더 먹고 싶다는 마음도 들지 않게 됐다.


    단식을 시작하고 2주 정도 지나자 눈에 띌 정도로 효과가 나타났다. 우선 단식 중일 때 컨디션이 아주 좋았고 긴 하이킹 코스는 물론 거실 벽을 페인트칠하는 것과 같이 오랫동안 미뤄왔던 집안일을 간식을 먹지 않고도 끝낼 수 있었다. 가끔 참을 수 없는 허기가 몰려왔지만 몇 분만 참으면 사라졌다. 이전에 다이어트를 할 때와는 다르게 몸이 느끼는 공복감과 감정적인 식탐을 제대로 구분할 수 있게 됐다.


    가을이 되고 학교에 돌아갈 준비를 할 때쯤 나는 목표로 했던 체중에 거의 근접했다. 이번 체중 감량은 이전 다이어트 때와는 뭔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간헐적 단식은 다른 다이어트들보다 평범했고 그래서 더 영구적으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금방 목표 체중을 달성했지만, 예전에 다이어트를 할 때와는 달리 내 몸은 계속해서 변했다. 사실 체중이 몇 킬로그램 빠졌는가 하는 것보다 다른 부분에서 훨씬 더 중요한 변화가 많이 일어난 다이어트는 간헐적 단식이 처음이었다. 우선 얼굴 살이 빠져 이목구비가 또렷해졌다. 아주 오랜만에 나의 턱선이 보이기 시작했다. 쇄골과 팔다리 근육도 조금씩 드러났다. 그리고 가장 빠지지 않던 복부도 줄어드는 것 같았다. 몸의 이런 변화가 느껴지자, 이번 기회에 체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싶었고, 뭐든지 시도해볼 마음의 준비가 완벽하게 됐다. 복근을 탄탄하게 만들 수 있다면 단식보다 더한 것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침내 주변 사람들도 이런 변화를 알아보기 시작했고 내가 뭘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물었다. “와, 엄청나게 날씬해지셨네요. 대체 얼마나 빠진 거예요?” 내가 체중은 몇 달 동안 변화가 없다고 답하자 대부분 믿기 어려워했다. 우리는 체중으로 다이어트의 성공을 측정하는 데 익숙하지만, 우리 몸은 이런 임의적인 수치로는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한 성과를 만들어낸다. 나의 자세가 점점 좋아지고, 어깨가 약간 더 넓어지고, 턱선이 조금씩 살아나고, 점점 더 젊어 보인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아보기 시작했다.


    간헐적 단식을 시작한 후 신체적으로 많은 변화가 일었지만, 내면적으로도 그에 못지않게 많은 변화를 경험했다. 나는 원래 내성적인 편이었지만 이제는 자신감이 붙었고 나 자신에게 편해졌다. 그 덕에 좋은 선생님이 됐다. 또한 더 좋은 남편이 됐다. 킴과 내가 보다 많은 부분에서 삶을 함께하게 됐기 때문이다. 간헐적 단식에 대한 킴의 열정이 나에게도 시도할 용기를 주었고, 그 생활 방식에 대한 우리의 열정이 결혼 생활에 더 크고 중요한 목적을 설정해주었다. 그리고 우리는 더 좋은 동반자가 됐다.


    내가 아주 감사하게 여기는 가장 큰 변화는 나 자신을 건강하고 튼튼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제는 억지로 감정을 누르기 위해 음식을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그때그대의 감정에 오롯이 집중하고 긍정적으로 다스리는 법을 배우고 있다. 이런 변화는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물론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여전히 우울함과 불안감이 엄습할 때도 있지만, 난생처음으로 앞으로는 더 나아질 일만 남았다고 믿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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