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아이디어는 발견이다
 
지은이 : 박영택
출판사 : KMAC
출판일 : 2019년 04월




  • 이 책은 어려운 용어나 이론은 뒤로하고 125개가 넘는 실제 기발한 발상 제품의 이미지와 사례를 통해 아이디어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가 정리한 단, 6가지 발상코드면 발명특허의 노하우와 참신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아이디어는 발견하는 것이다. 


    결국, 아이디어는 발견이다


    제거: 앙꼬 없는 찐빵의 재발견

    정교함이 궁극에 이르면 단순함이 된다

    애플이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

    2014년 8월 『뉴욕타임스』에는 애플의 사내 교육기관인 애플대학을 취재한 기사가 실렸다. 애플대학은 회사의 역사를 가르치고 기업문화를 심어주기 위해 스티브 잡스가 설립했는데, 그동안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었다고 한다.


    애플대학의 학장인 랜디 넬슨은 피카소의 석판화 연작 황소를 이용하여 애플이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인 ‘단순함simplicity에 대해 설명했다. 피카소는 1945년 12월 5일부터 1946년 1월 17일 사이에 황소를 주제로 11개의 석판화를 제작했는데, 처음에는 황소를 사실적으로 묘사했지만 뒤로 갈수록 점점 단순한 형태로 추상화했다. 가장 본질적인 핵심 요소만 남을 때까지 단순화시켜야 한다는 애플의 디자인 철학을 설명하기 위해 피카소의 작품을 예로 사용한 것이다.


    구글 리모컨v s 애플 리모컨

    이러한 애플의 디자인 철학이 현실문제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설명하기 위해 랜디 넬슨은 구글 TV와 애플 TV의 리모컨을 비교한 슬라이드를 종종 사용한다. 구글 리모컨에는 버튼이 78개나 달려 있지만 애플 리모컨에는 버튼이 3개 밖에 없다. 구글은 프로젝트에 참여한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들을 다 담았지만 애플은 꼭 필요한 것들만 남을 때까지 열띤 논쟁을 벌였다는 것이다.


    애플이 피카소와 석판화 연작으로부터 배운 창의적 사고는 다름 아닌 ‘제거’였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단순함은 최고의 정교함”이라고 했는데, 이는 애플의 기업철학과 상통한다.


    핵심 제거

    줄 없는 줄넘기

    좁은 공간에서 가볍게 할 수 있는 운동기구인 줄넘기. 그런데 줄이 없는 줄넘기를 상상할 수 있을까? 점프스냅 Jump Snap 사는 세계 최초로 이러한 아이디어를 상품화하고 특허로 등록했다.


    줄넘기에서 줄을 없애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선 실내에서도 마음 놓고 운동할 수 있다. 회전하는 줄이 천장에 매달아 놓은 전등을 깨뜨릴 일도 없고, 천장이나 바닥을 때리는 소리를 듣지 않아도 된다. 단순히 이런 효과를 기대한다면 그냥 맨손으로 돌려도 되지 않을까? 봉이 김선달 같은 이런 아이디어 때문에 점프스냅을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특허 상품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줄이 없어도 줄이 있는 것 이상으로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손목을 돌리면 손잡이 앞에 매달아 놓은 작은 추가 돌아가면서 쌩쌩 소리를 내기 때문에 진짜 줄넘기를 하는 기분이 난다. 또한 손잡이에 있는 작은 액정 화면을 통해 운동시간, 회전수, 칼로리 소모량 등의 정보를 볼 수 있다.


    날개 없는 풍력 발전기

    2009년 다이슨Dyson사가 개발한 날개 없는 선풍기Air Multiplier는 선풍기의 개념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이 선풍기는 원통형 받침대 안에 있는 모터가 회전하면서 공기를 빨아들인다. 받침대 안으로 들어온 공기가 위에 있는 둥근 고리의 틈새로 빠르게 빠져나가면 주변의 공기가 합류하여 원래 흡입된 공기보다 15배나 많은 바람이 나오도록 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날개 없는 선풍기에 이어 이제는 날개 없는 풍력 발전기가 등장할 준비를 하고 있다. 풍력 발전기는 바람을 이용해 발전기의 날개를 회전시키고, 이 회전력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한다. 네덜란드 정부의 혁신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델프트공대 Delft 와 바거닝언대학 Wageningen 등이 참여한 컨소시엄은 날개 없는 풍력 발전기 기술을 연구했다. 여기에는 움직이는 기계적 장치가 들어가지 않으므로 부품의 마모로 인한 유지보수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소음도 없고 회전 날개에서 발생하던 그림자의 현란한 움직임도 없다.


    ‘더치윈드휠’이라는 이 신형 풍력 발전기는 물 위에 두 개의 큰 고리가 떠 있는 듯한 아름다운 형상을 하고 있는데, 안쪽 고리는 스카이라운지나 호텔, 식당, 주거 및 상업 시설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우산대만 남긴 지팡이 우산

    여기 흥미로운 우산이 하나 있다. 우산은 우산인데 비를 막아주는 방수천이 없다. 방수천이 없어도 비를 막을 수 있을까? 바람이 세게 불면 방수천이 뒤집어지거나 날아간다. 또한 혼잡한 곳에서는 펼친 우산끼리 부딪히기 때문에 우산을 펴고 걷기가 불편하다. 비가 그친 뒤에도 젖은 우산을 말려야 하는 일이 남아있다.


    제임스 다이슨 디자인상을 받은 ‘에어블로우Airblow 2050’은 비를 막아주는 방수천이 없는 우산이다. 겉모습만 보면 지팡이를 거꾸로 들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다. 우산대 안에 장착된 작은 모터를 돌려서 우산대 위로 공기를 뿜어 올리면 이 분출 공기가 빗방울을 위로 밀어 올려 옆으로 떨어지도록 한다는 개념이다.


    아마도 이 우산을 고안한 디자이너는 2050년이 되어야 이러한 조건이 충족될 것이라고 본 것 같다. 그러나 이것이 현실화 된다면 1000년이 넘도록 기본구조가 변하지 않았던 우산의 역사를 다시 쓰는 획기적 상품이 될 것이다.



    복제: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요소 복제

    이중 삼중 면도날로 대박

    ‘요소 복제’는 시스템의 기존 요소 중 일부를 복수화 複數化하는 것이다. 요소 복제를 적용하면 사용성이나 기능성의 측면에서 새로운 고객편익이 창출되는 경우가 많다.


    먼저 면도기에 대해 생각해 보자. 면도의 역사는 청동기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19세기까지만 해도 매일 면도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부자들은 면도하는 하인을 따로 두거나 이발소에 자주 갈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 중에는 평생 면도를 하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목재 표면을 다듬는데 사용되는 대패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안전면도기가 등장하면서 비로소 면도가 일상생활 속으로 들어왔다.


    1901년 킹 질레트 King C.Gillette는 날만 교체할 수 있는 안전면도기를 개발, 이러한 불편을 없앰으로써 면도기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1960년대 이후 면도기의 머리 부분을 통째로 교체하는 카트리지 방식으로 면도기의 설계가 바뀌었지만 그의 사업모델은 여전히 적용되고 있다. 요즘 사용되는 면도기의 카트리지를 보면 면도날이 여러 개 내장된 것들이 많다. 면도날에 복제의 개념이 적용되면서 기술적으로 진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1971년 질레트는 ‘투랙 투Trac II’라는 이중 면도날을 처음 선보였다. 면도날이 두 개이면 첫 번째 날이 수염을 피부 위에서 누르면서 깎을 때 두 번째 날이 깎이지 않고 남아 있는 수염의 밑동을 잘라낸다. 질레트는 1988년 이중 면도날에 날 하나를 더 추가한 삼중 면도날 ‘마하3 Mach3를 출시했는데 이 제품은 전 세계적으로 무려 1억 개 이상 팔린 상품이 됐다.


    냉장고 문 안에 또 다른 문

    혁신적인 가전제품에도 복제 코드가 숨어 있다. 2010년 LG전자는 세계 최초로 냉장고 문 안에 또 하나의 문이 달린 ‘매직 스페이스 Magic Space’를 출시했다.


    자주 꺼내는 식료품을 매직 스페이스 공간에 넣어두면 냉장고 문 전체를 여닫는 횟수를 대폭 줄일 수 있다. 실제 조사에 의하면 매직스페이스를 사용하는 소비자의 경우 냉장실 사용 횟수가 절반으로 줄어들었고, 그에 따라 냉기 손실도 감소, 전기료 부담까지 낮출 수 있었다고 한다.


    위아래, 제각각 돌아가는 세탁기

    세탁통에 복제의 개념을 적용시킨 제품도 있다. 세탁기 사용과 관련한 소비자들의 잠재적 불만 중 하나는 여러 종류의 세탁물을 하나의 세탁기로 함께 돌려야 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고객들은 물감이 잘 빠지는 옷이나 피부에 직접 닿는 속옷 등은 따로 세탁하길 원한다. 특히 신생아가 있는 가정에서는 어린 아기의 빨래를 따로 세탁하고 싶어 한다.


    LG전자 ‘트윈워시 TWIN Wash’는 드럼세탁기 하단에 작은 통돌이 세탁기를 추가하여 이러한 문제를 해결한 제품이다. 필요에 따라 세탁기 두 대 가운데 한 대만 사용할 수도 있고, 두 대를 동시에 사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시간과 공간을 절약할 수 있다.


    문제점을 해결책으로 이용하는 복제

    불 끄기 위해 불을 낸다

    집이나 사무실에 화재가 발생하면 어떤 조치를 취할까? 우선 가까운 곳에 있는 소화기로 불을 끄려고 시도할 것이다. 그렇다면 대형 유전에 화재가 발생하면 어떤 방법으로 진화를 할까?


    놀랍게도 불을 끄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을 더 큰불을 내는 것이다. 불이 붙으려면 산소가 필요한데 화재 장소 가까이에 폭발물을 터뜨려 큰불을 일으키면 공기 중에 있던 산소가 순간적으로 소진되어 더 이상 불이 번지지 않고 꺼진다.


    여기서 창의적인 문제해결 방법의 원리를 하나 발견할 수 있는데 바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제를 이용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열로써 열을 다스리는, 이열치열 以熱治熱 또는 오랑캐를 이용해서 다른 오랑캐를 제압하는, 이이제이 以夷制夷 방식의 해결책인 셈이다.


    블랙 해커잡는 화이트 해커

    정보기기의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사이버 보안이 매우 중요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외부에서 침투하는 해커로부터 사이버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기업이나 공공기관들이 주로 사용하는 방법은 해커를 양성하는 것이다. 외부에서 침투하는 해커를 블랙 해커라고 부르고 이러한 블랙 해커를 막아내기 위해 고용하는 해커를 화이트 해커라고 한다. ‘해커 잡는 해커’도 문제점을 해결책으로 활용하는 대표적 사례다.


    군대나 민간기업 등에서 운영하는 ‘레드팀red team’도 이와 유사하다. 조직 내부의 독립적 그룹인 이들은 적군이나 경쟁사의 입장에서 조직이 특별히 관심을 갖는 특정 업무에 도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레드팀의 예로는 실전에 대비하기 위한 워게임war game에서 적군의 역할을 수행하는 팀, 신제품 출시 전에 마지막 점검을 위해 신제품이 성공을 방해하는 경쟁사의 역할을 가상적으로 수행하는 팀 등이 있다.


    통상적으로 복제라고 하면 무언가 베끼는 것을 연상하지만 현명한 복제는 창의적 발상의 중요한 통로 중 하나인 것이다.



    역전: 뒤집어서 판 바꾸기

    현상을 바꾸면 성공은 그림자처럼 따라온다

    사막 한가운데 세운 물의 도시

    “물의 도시 베니스를 네바다 사막 한가운데 재현하면 어떨까?”세계 최대의 카지노 및 리조트 기업인 샌즈Sands 그룹의 창업자 셰던 아델슨 Sheldon Adelson 의 머릿속에 섬광처럼 생각이 스쳐갔다. 1991년 이탈리아 베니스로 신혼여행을 갔을 때의 일이었다. 그는 귀국하자마자 건설에 착수했다. 베네시안 리조트 카지노의 시작이었다.


    2007년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리조트를 복제한 마카오 베네시안 리조트 운영을 통해 그의 사업은 한층 더 성장했다. “사막 한가운데 물의 도시 베니스를 만든다”는 역발상을 통해 그는 세계 10대 부호 중 하나가 되었다.


    하늘 위에 배를 띄우다

    샌즈그룹은 해가 지지 않는 호텔 및 카지노 제국을 건설하기 위해 2010년 6월 싱가포르에 마리나베이샌즈Marina Bay Sands 호텔을 개장했다. 아델슨 회장은 바다가 아니라 “하늘 위에 배를 띄운다”는 역발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스카이파크에 수영장을 만들었다. 57층 건물 위에 얹힌 이곳에서 수영을 하면 마치 나이아가라 폭포 위에서 수영을 하는 듯한 스릴을 즐길 수 있다.


    위치 역전

    거꾸로 세워두는 케첩

    플라스틱 통에 든 케첩을 사용하다 보면 마지막 케첩이 조금 남았을 때가 늘 문제다. 통에 달라붙은 케첩이 잘 나오지 않아 흔들거나 쥐어짜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불편을 없애기 위해 2002년 하인즈 사는 거꾸로 세워두는 용기를 개발했다. 출시 첫해 전체 케첩 시장이 2% 성장하는데 그쳤지만 하인즈의 케첩 매출액은 6%나 증가했다. 기존의 사고나 관행을 뒤집는 역전 사고의 대표적 유형 중 하나가 바로 물리적 위치를 반대로 하는 ‘위치 역전’이다.


    앞바퀴가 두 개인 세발자전거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 외곽에 있는 크리스티아니아Christiania 마을은 1070년대 초반 주거할 집이 부족하던 시절 사용하지 않던 해군 막사를 불법 저거한 사람들이 만든 곳이지만 정부는 이곳의 주민 자치를 사회적 실험으로 보고 관용을 베풀어 왔다.


    이 마을의 자치 규약 중 하나가 “자동차를 운행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지만 마을 내에서 식품이나 짐을 운반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러한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크리스티아니아 자전거’다.


    전통적인 세발자전거는 앞바퀴가 하나 뒷바퀴가 두 개인 데 반해 이 자전거는 그 반대로 앞바퀴가 둘, 뒷바퀴가 하나다. 세발자전거는 누구라도 쉽게 탈 수 있기 때문에 주부들이 장 보러 갈 때 애용되며 특히 어린 아이들을 태우고 나들이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관점 역전

    운전자 대신 보행자를 보호하는 에어백

    자동차 사고가 발생했을 때 운전자를 보호하기 위한 에어백은 이미 자동차의 필수품목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에 치이는 사람들은 어떤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한 차량 안전장치 중 흥미로운 것은 2016년 구글이 자율주행 자동차용으로 개발한 ‘접착성 자동차 덮개’다.


    구글은 차 앞부분에 얇게 입히는 끈끈한 접착막에 대한 특허를 받았는데, 사람이 차와 충돌하는 순간 이 접착막이 활성화되어 부딪힌 사람이 차량에 달라붙는다. 이 때문에 충돌사고를 당한 사람이 튕겨나가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지거나 다른 차량에 또 부딪히는 등의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 기술은 자율주행 자동차를 위해 개발된 것이지만 다른 차량에도 적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보행자 대신 운전자 대기 시간을 알려주는 신호등

    횡단보도용 신호등은 언제 다른 신호로 바뀔지 알려주는 것이 보편화 되어 있지만 운전자용 신호등은 그렇지 않다. 레드 닷 디자인 어워드의 디자인 콘셉트 부문 수상작 중 보행자가 아니라 운전자에게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알려주는 신호등이 있다.


    ‘에코Eko 교통신호등’이라고 이름 붙인 이 신호등에는 운전자용 적색 신호 테두리에 시간 경과를 보여주는 부분이 있다. 운전자가 얼마나 더 대기해야 할지 알면 긴장을 늦추고 기다릴 수 있으며, 대기 시간이 길 때 시동을 잠시 끄고 기다리면 연료도 절약할 수 있다.




    용도통합: 도랑 치고 가재 잡고

    창의성을 얽매는 기능적 고착에서 벗어나기

    시계 바늘이 되는 건전지

    디자이너 우기하의 작품 ‘프런트 & 백 Front & Back’은 용도통합의 개념을 아주 잘 살린 수작 秀作이다. 이 작품을 보면 우선 시계판의 눈금이 없다. 이 작품이 정말 창의적인 이유는 바로 시계 바늘에 있다. “건전지를 시계 바늘로 쓴다”는 발상이 쉬워 보이지만 선뜻 생각해 낼 수 없는 것은 앞서 설명한 기능적 고착 때문이다. 기능적 고착은 용도통합의 발상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요인이다.


    건전지의 역할은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용도로 쓸 생각은 좀처럼 하기 힘든 것이다.


    일석삼조의 기내 화장실 잠금장치

    비행기 화장실 잠금장치는 용도통합의 대표적 사례다. 기내 화장실에 들어가 잠금장치를 밀면 화장실 내의 조명등을 밝게 켜진다. 잠금장치가 전등 스위치 역할도 하는 것이다. 또한 화장실 스위치를 잠그는 순간 화장실 문짝 바깥에 있는 사용 안내 정보가 ‘비었음Vacant’에서 ‘사용중 Occupied’으로 바뀐다. 잠금장치가 사용 유무 안내까지 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승객들이 좌석에 앉은 상태에서도 화장실 사용이 가능한지 알 수 있도록 기내 천장에도 사용정보가 함께 표시된다.


    식품의 용도통합

    그릇으로 사용되는 포장재

    흔히 컵라면을 가리켜 ‘라면의 재발명’이라고 한다. 컵라면의 발명으로 인해 인스턴트 라면 시장이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장되었기 때문이다. 컵라면의 컵은 포장재 역할 뿐 아니라 그릇의 역할도 하고 있다. 포장재와 그릇의 용도통합이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컵라면과는 달리 포장된 식품을 조리하지 않고 바로 먹을 경우에는 냄비가 아니라 접시가 필요하다. 건국대 김석우, 이범호, 권도혁, 서동한은 감자칩의 포장 용기를 접시로 사용할 수 있는 ‘블룸칩스Bloom Chips’를 고안했다. 기존의 포장 용기는 감자침의 손상을 막기 위해 딱딱한 원통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절발 정도 먹고 나면 꺼내기 힘들다. 또한 여러 명이 함께 먹을 때에는 한 번에 한 사람만 내용물을 집을 수 있다. 이러한 불편을 없애기 위해 감자칩의 용기를 꽃봉오리가 피듯이 넓은 쟁반 형태로 벌어지도록 만들었다. 이 디자인은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와 iF 디자인 어워드의 디자인 콘셉트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수프 먹고 그릇까지 꿀꺽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피셔맨스 워프 Fishermans Wharf라는 해변에 가면 클램 차우더 clam chowder(대합조개를 넣어서 끓인 크림 수프)로 유명한 식당 보댕Boudin 이 있다. 이 식당에서는 발효된 빵의 중간을 도려내어 공간을 만들고 거기에다 수프를 담아준다. 고객들은 수프를 먹은 다음 그것을 담았던 빵을 먹는다. 빵이 수프를 담는 그릇의 역할까지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식당 입장에서는 설거지할 게 따로 없다. 빵과 그릇의 용도를 통합하여 필요한 일손을 대폭 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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