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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버드 1교시
저   자 : 리처드J.라이트(역:장선하)
출판사 : 힘찬북스
출판일 : 2019년 04월

  • 하버드 1교시


    서론

    어느 정도 오랜 시간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누구나 최대한 효과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교수법에 관한 논란에 휘말리게 된다. 동료들과 나는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학생들에게 조언을 하고, 학문을 가르치고, 심지어 강의실 밖에서도 가르침을 줄 수 있는지 오랫동안 진지하게 고민했다. 특히 지금처럼 인종적, 문화적으로 다양한 배경을 지닌 학생들이 모여 있는 현대의 캠퍼스에서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느끼는 대학 생활의 질을 높일 수 있을지 많은 사람이 고민하고 있다. 교수로서 다양한 측면들을 모두 훌륭하게 이행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며 좋은 의도를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 표현 방법을 찾는 것 또한 끊임없는 도전이다.


    이 책에 두 가지 개괄적인 질문에 관해 수년간의 연구조사를 통해 얻은 종합적인 결과를 담았다. 첫째, 최대한 실속 있고 알찬 대학 생활을 하려면 학생들은 스스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둘째, 교수진과 대학의 리더들이 좋은 의도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들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에 직접적인 대답을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기 위해 몇 년간 20여 개 대학과 대학교에 재직하는 60여 명의 교수진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졌고, 교수진과 학생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연구 조사를 계속했으며, 이 프로젝트를 완성시켰다.


    학생들에게 배우다

    나는 수치에 익숙한 통계학자지만 개개인의 가슴 뭉클한 경험담들을 들으며 깊은 감명을 받았고, 이 책 전반에 걸쳐 내가 설명하고자 하는 각 요점을 잘 전달하기 위해 학생들의 인터뷰에서 나온 말들을 많이 인용했다. 이 책에 실린 모든 결과는 깊이 있는 인터뷰를 통해 얻은 생생한 경험담들이다. 이처럼 사적인 개별 인터뷰는 여러 옵션을 주고 그중에 하나를 고르는 대규모 설문지를 통해 얻어지는 정보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하버드 대학이 학부생들은 저마다 확고한 자기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많은 것을 기대하고 이곳에 왔다. 너나 할 것 없이 거의 모든 학생이 열정적이고 건설적인 사고를 하지만, 동시에 입학 후 빠른 속도로 과부하에 걸리고 마는 학생들도 괘 많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거의 모든 학생들이 대학 생활의 학문적인 부분과 비학문적인 부분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의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학생들은 우리 교수들이 무엇을 하고 있고 자신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해야 더 발전할 수 있는지, 그리고 만만치 않은 대학 커뮤니티에서 무엇을 얻고 무엇을 줄 수 있는지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학생들의 강한 의지와 신념이 나를 비롯한 많은 교수들이 생각하는 교수법과 조언하는 방법에 대한 시각을 변화시키고 있다.



    강력한 연계효과

    자신의 수강하는 과목들 외에 기타 과외 활동은 온전히 학생들 자신의 몫이다. 특히 캠퍼스 내 기숙사에는 매우 활동적이고 의욕이 넘치는 학생들이 많아 돈을 벌기 위한 아르바이트를 포함해 강의실 밖의 여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수강하는 과목 외에 참여하고자 하는 몇몇 과외 활동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학생은 드물다.


    학생들은 이런 과외 활동 기회들을 어떻게 생각할까? 재미있는 즐길 수 있는 기회,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 자신들이 받은 만큼 사회 혹은 나라에 되돌려 줄 수 있는 기회, 공연을 하거나 감독 혹은 제작을 할 수 있는 기회, 리더십 능력을 배울 수 있는 기회 등 학생들은 자신이 참여하는 과외 활동에 각기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일주일은 총 168시간이다. 대부분의 캠퍼스에서 정규 학생은 보통 한 학기에 4과목을 이수하며 평균 12~18시간 동안 강의실에 앉아 수업을 듣는다. 이처럼 일주일 내내 강의실 안에서 보내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강의실 밖에서 보내게 된다. 이런 사실은 단순하면서도 매우 중요한 결과로 이어진다. 실제 졸업을 앞둔 4학년 학생들을 대상을 한 인터뷰에서도 강의실 안에서 듣는 수업과 강의실 밖에서 참여하는 과외 활동을 효과적으로 연계 시킨 학생들의 대학 생활 만족도가 훨씬 높게 나타나 효과적인 연계 활동의 중요성이 재차 확인되었다.


    누구나 이렇게 성공적인 연계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꼭 그렇지는 않다. 물론 드물지만 특별히 사려 깊은 성격이라서 사전에 미리 준비해온 학생들도 있고 어쩌다 우연히 운이 좋아서 그렇게 된 경우 등 여러 가지 사례들이 있다. 지금은 보다 많은 학생의 만족스러운 대학 생활을 위해 나를 포함한 여러 교수들과 적극적으로 조언하고 나서서 강의실 안팎의 활동을 효과적으로 연계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있다.


    자존감과 응원전

    내가 최근에 진행했던 세미나에는 일곱 명의 학부생이 참가했는데 일곱 명 모두 앞으로 교육 분야에 종사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교수직을 원하는 학생들과 연구직을 희망하는 학생들도 있고, 정책 분야에서 일하고자 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학생들은 저마다 정규 학부생이 들어야 하는 수업량을 소화하고 있었고 대다수 학생은 시간을 쪼개 주변에 있는 공립 초등학교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었다. 세미나 기간 중에 공립 초등학교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던 학생들은 봉사 활동 중에 마음에 걸렸던 특정 주제를 제시하며 거기에 관한 책들을 찾아보자고 적극 권장했다. 그들은 청소년 및 사춘기 이전의 어린 학생들이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방법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며 그에 관한 책을 읽고 토론하길 원했는데, 이런 주제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은 학교에서 직접 봉사 활동을 하며 보고 느낀 경험에서 우러난 것이다.


    봉사 활동에 참여했던 학생들은 학교 측에서 어린이들이 자존감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학교 운영진이 좋은 의도를 갖고 있는 건 분명하다고 믿었다. 그러나 어린 학생들의 자존감 향상을 위해 학교 측에서 실시하는 방법은 자존감과 자부심에 관해 교실에서 얘기를 나누는 게 다였다.


    세미나 참가 학생들은 학교의 운영진이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해했다. 그 결과 우리 세미나의 마지막 2주를 위한 독서 목록은 자조감의 심리학에 관한 상당한 양의 책들로 채워졌다. 학생들은 어린이들에게 인내심을 가르치는 게 쉽지 않은 일이지만 어린이들이 어려운 과제를 성취하기 위해 인내심을 가지고 끊임없는 노력을 쏟을 때 자존감이 높아진다는 결론을 얻었다.


    어린이들은 열심히 노력해서 마침내 잘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했을 때 깨달음은 얻고, 그런 깨달음은 진정한 자신감을 발달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내 세미나에 참가했던 학생들은 강의실 밖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얻은 경험을 통해 스스로 그런 결론에 도달했고, 세미나에서 방대한 독서와 토론을 통해 마음속에 더욱 분명하게 새길 수 있었다.



    훌륭한 멘토링과 조언

    훌륭한 조언을 받는 건 성공적인 대학 생활을 이끌어내는 필수적인 요소 중 하나이면서도 가장 과소평가 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대학에 막 도착한 남학생들과 여학생들은 여러 가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린다. 어떤 과목을 선택할 것인가? 어떤 분야를 전공할 것인가? 어떤 과외 활동에 참여해야 하나? 어떻게 공부해야 하나? 이런 선택들은 대단히 개인적인 부분이며 학생들은 별다른 정보 없이 선뜻 결정하는 경우도 많지만 그런 선택으로 인해 심각한 결과가 따를 수 있다. 그냥 건너뛴 과목 혹은 특정 수업에 적합하지 않은 공부 방법 등으로 인해서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되거나 줄어들고, 심지어 완전히 없어져 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지도 교수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실질적인 1:1 멘토링

    ‘멘토링’이라는 단어는 학생들과의 인터뷰에서 매우 자주 등장하는 말이며 멘토링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교수는 단 한 명도 만난 적이 없다. 그렇다면 훌륭한 멘토링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졸업을 앞둔 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터뷰한 결과 어떤 종류의 멘토링이 학생들에게 효과를 주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학생들의 학업 향상에 특히 인상적인 영향을 끼친 특별한 활동을 꼽으라면 무엇이 있을까? 특히 그들의 글쓰기 실력 향상에 영향을 준 활동이 있다면 무엇일까? 그 결과 글쓰기 실력을 향상시킨 대다수 학생은 공통적으로 한 가지 특정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었는데 다름 아닌 교수의 지도를 받으며 멘토링이 포함된 일대일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이었다.


    우리 캠퍼스에서는 학생들이 그런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비공식적인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기회들을 비공식적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모든 학생이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활동은 아니며, 정규 학점과도 아무런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기회들 대부분은 멘토로 참여하는 정규 교수진과 함께 작업하게 되며 간혹 초빙 교수나 기타 연구 전문가들과 작업하는 경우들도 있는데 여기에는 과학 학부나 캠퍼스 단체에 소속된 전문가들도 포함된다.


    그럼 이러한 멘토링 기회들은 어떻게 진행될까? 먼저 학부생이 소정액의 재정 지원을 신청하고 일대일로 연구를 지도해 줄 교수를 찾는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런 활동은 학점과 아무 관련이 없다. 아울러 이런 활동은 소수의 교수진이 아니라 백 명이 넘는 교수진이 관련되는 활동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이런 활동을 통해 무엇을 성취할 수 있을까? 몇 가지가 있는데 특히 학생들에게 해당한다. 멘토를 확보하고 성공적인 제안서를 작성한 학생은 교수의 연구 보조로 활동하면서 약간의 급여를 받을 수 있다. 학생은 약간의 경제적 도움을 받게 되니 마다할 리 없고, 교수는 양측이 모두 관심이 있는 주제에 대해 참신하고 젊은 학생을 지도하고 함께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이런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교수들은 학생 멘토링과 관련해 한 번 정도 프로그램 코디네이터와 의논하는 자리를 갖는데 이때 이 과정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에 대해 의견을 나누게 되고, 교수들은 학생들이 기억에 남는 긍정적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어떤 구체적인 단계를 거칠 것인지에 관해 설명한다.


    이때 핵심은 단순히 교수의 지도에 따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직접 맨 처음부터 프로젝트를 계획한다는 점이다. 대단히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쉽지 않은 일이지만 직접 참가해본 학생들은 특별히 효과적인 학습 경험이었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협력 관계 권장하기

    나는 통계학 박사과정을 이수하기 위해 하버드에 들어왔다. 나는 본격적인 가을 학기 수업이 시작되기 며칠 전에 통계학과에 들렀다. 입학 통지서에 내 지도 교수로 지정된 교수와 만날 약속을 잡기 위해서였는데 그의 이름은 프레더릭 모스텔러였다. 잠시 인사를 나누고 나서 과목 선택에 관한 조언이 필요해서 면담 약속을 잡고 싶다고 묻자 그는 흔쾌히 동의하며 그 주가 가기 전에 만날 약속을 정했다.


    그러고 나서 나가려고 일어서는데 모스텔러 교수가 잠시 기다리라고 말하더니 소량의 종이뭉치를 들어 종이 클립으로 고정시키고는 내게 건넸다. 종이뭉치에는 <통계학 조사의 비표본오차: 사회과학 국제 백과사전용 챕터>라고 적혀 있었다. “리처드, 다음에 만날 때까지 이 초안을 한번 읽어보고 수정이 필요한 부분을 표시해 올 수 있겠나? 이 초안을 같이 훑어보고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듣고 싶은데 말이야.” 그 후 이틀 동안 고전하며 내용을 열 번은 읽은 후에야 비로소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이틀 후 나는 약속한 면담 시간에 지도 교수를 찾아가 그의 초안을 돌려주면서 여러 차례 읽어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으며 내게 보여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그리고 매우 훌륭한 내용이며 다른 사람들도 많이 배울 거라고 덧붙였다.


    모스텔러 교수는 미소를 지으며 친절하면서도 직접적인 말투로 내 대답과는 다른 반응을 기대했다고 말했다. “나는 자네를 동료처럼 대했는데 자네는 나를 그렇게 대하지 않았군.” 그는 군데군데 맞춤법도 틀리고 문법도 잘못된 첫 번째 초안을 보여주면서 내가 동료 전문가의 입장에서 읽어보고 초안을 향상시킬 수 있게 도움을 주기를 기대했다고 말했다.


    나는 모스텔러 교수의 말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였고 며칠 후에 붉은 잉크로 뒤덮인 초안을 들고 다시 찾아갔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모스텔러 교수와 다시 만난 면담 자리에서 그러한 내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그는 내가 붉은 잉크로 표시한 초안을 책상에 꺼내 놓았고 우리는 1페이지부터 내가 적어놓은 제안들을 하나하나 검토하기 시작했다. 짐작대로 내 제안들은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몇 가지 채택된 것도 있었다. 그리고 다른 내용에 관해서도 유익한 대화를 많이 나누었다.


    마침내 나는 깨달았다. 맨 처음 그의 제안을 받았을 때는 마치 그가 나의 도움을 요청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모스텔러 교수가 내게 도움을 주었다는 사실을. 그는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게 그것도 아주 훌륭한 방법으로 내게 조언을 해 준 것이었다.


    모스텔러 교수는 내게 두 가지를 가르쳐주었다. 하나는 쓰기는 여러 번 초고를 작성하고 수정해야 하는 외롭고 힘든 작업이며 필요할 때는 과감히 큰 부분을 삭제해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스물한 살 시절의 나는 그걸 몰랐다. 두 번째는 협력관계에 대해 알려주었는데, 손볼 데가 많은 부족한 자신의 초안을 주저 없이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가르쳐주었다. 그는 진행 중이 작업에 대해 상대와 협력하고 토론하는 것이야말로 진심으로 그 사람을 칭찬할 방법이라는 걸 몸소 시범을 통해 보여주었다.


    캠퍼스 내의 다양성

    시간이 흐르는 동안 미국의 여러 대학에서 느낀 가장 큰 변화가 무엇이냐고 친구들이 내게 물으면 대답은 간단하다. 누구나 5분만 돌아다녀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사실인데 변화는 바로 학생들이다. 과거의 대학 캠퍼스에 비해 그들이 누구고, 어떻게 생겼고,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는지 등 대학에 들어오는 학생들 자체에 커다란 변화가 생겼으며 이를 두고 종종 ‘새로운 학생 다양성’이라고 부른다. 나는 이런 현상 덕분에 학생들 각자 고유한 출신 배경에서 생기는 다양성을 캠퍼스에 선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다양성은 인종, 민족, 정치, 지리, 경제적인 다양성을 의미한다.


    1963년 하버드의 남녀비율은 남학생 3명당 여학생 1명꼴이었지만 지금은 거의 50명대 50명에 육박한다. 또한 1963년 하버드에 입학한 전체 학생 중 백인이 아닌 학생은 단 17명으로 1%밖에 되지 않았지만, 내가 이 책을 쓰고 있는 2004년 현재 총 입학생 중 백인이 아닌 학생들이 약 600명 정도로 전체 35%를 차지한다. 이처럼 캠퍼스의 모습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상적인 환경

    학생들은 자기와 다른 출신 배경을 지닌 사람들로부터 뭔가 배울 수 있는 특정한 분위기가 따로 있다고 강조하며 대학이나 대학교, 특히 학생들을 선별 입학시키는 학교 측에서 그런 특정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주제에 대해 미리 곰곰이 생각해 본 1학년 학생들 대부분은 대학에 오면 자기와 다른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고 경제적, 지리적, 종교적, 민족적, 인종적으로 다양한 출신 배경을 지닌 많은 학생을 만나게 될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기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 거라고 예상하고 있고 실제로 그런 만남을 기대하며, 마찬가지로 자기와는 민족도 다르고 인종도 다른 다양한 학생들과의 만남도 예상하고 있다.


    여러모로 자기와 다른 학생들과 교류할 때 일어날 수 있는 학습 효과에 관한 학생들의 의견에서 발견한 핵심은 대학이 다른 환경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대학에 들어오는 학생들 모두가 특정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고 그래서 출신 배경에 상관없이 모든 학생들이 비슷한 생각을 하고 거기에 따라 행동할 거라고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족적이고 인종적인 다양성이 학습 효과 향상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지의 여부는 학교 측에서 그런 기본 개념을 어떻게 잘 축적하고, 활용하고, 강화하는지에 크게 좌우된다고 학생들은 지적했다.


    선별적 입학제를 실시하는 대학을 포함한 특정 기관들은 특히 그런 주요한 가정들이 폭넓게 공유되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으며, 그런 환경이 조성된 커뮤니티에 속한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자기와 다른 출신배경을 지닌 동료 학생들과 일상적으로 얘기하고, 섞이고, 어울리면서 뭔가를 배우게 된다. 학생들은 학교 측에서 적극적으로 그런 캠퍼스 분위기를 조성하고 권장해야 민족적, 인종적으로 자기와 다른 사람들로부터 뭔가 배울 수 있는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진보적이거나 보수적인 인식이 아니라 단순히 열린 마음이 중요한데 이는 자기와 다르게 생기고 다른 배경에서 온 사람들을 만나서 교류하고자 하는 순수한 열정을 의미한다. 학생들은 어느 대학에서나 이처럼 ‘호의적이고 좋은 분위기’가 먼저 형성되어 있어야 서로가 금세 ‘다른 생김새’와 같은 사소한 부분을 뛰어넘어 활발하게 교류하고 소통하며 서로가 서로에게서 배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름에서 배우기

    민족적, 인종적 다양성이라는 주제가 어느 대학에서나 격론의 여지가 많은 정치적인 주제이다 보니 학생들이 대학에 다니는 동안 이 주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미리 생각해 두라고 권하고 싶다. 출신 배경을 막론하고 모든 학생이 이렇게 새로운 환경의 캠퍼스에서 공부하고, 생활하고, 일하며 대학 생활의 경험을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다양성이 갖는 교육적인 영향을 묻는 질문에 대해 학문적인 성장과 개인적인 성장에 영향을 준 복합적인 상황들에 관한 경험담을 쏟아내는 학생들이 그렇게 많을 줄 미처 몰랐고, 학생들이 특히 무엇보다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는 일들이 주로 강의실 밖에서, 그리고 생활관에서 일어난 일이라고는 미처 예상치 못했다. 게다가 종교 생활과 종교적인 다양성이 많은 학부생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도 짐작 못 한 부분이었다.


    이민족 간 상호작용의 정도

    대부분의 대학마다 각기 다른 민족 그룹에 속하는 학생들이 강의실에서 정기적으로 섞이고 어울리는 건 분명하지만 자연히 그런 교류의 범위는 다양하기 마련이다. 하버드에서는 어느 정도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오랜 숙고 끝에 단순한 1차적인 지표를 사용하기로 합의했고 룸메이트 선택에 관해 질문하기로 결정했다. 자신과 다른 인종 및 민족 배경을 지닌 친구들과 함께 살기로 결정하는 학생들은 얼마나 될까?


    하버드에서는 모든 1학년 학생들이 한 명 이상의 룸메이트나 스위트메이트와 함께 살도록 배정된다. 이러한 배정목록은 신입생 학장실에서 신중하게 고민하고 배려해서 만들어지며 대부분의 그룹에 어느 정도의 민족적인 다양성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1학년이 끝나면 학생들은 같이 생활할 룸메이트를 직접 선택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졸업을 앞둔 4학년 학생 중에서 무작위로 선택해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자기와는 다른 민족 그룹에 속한 학생을 룸메이트로 선택한 적이 있는가? 그 결과 4학년 전체 응답자의 78%가 대학에 다니는 동안 한 번이라도 다른 민족 그룹에 속한 학생과 살기로 결정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처럼 인종 및 민족적으로 자기와 다른 그룹에 속한 사람들과 같이 생활하기로 결정하는 패턴은 비공식적인 교류를 최대화할 수 있는 긍정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내가 한 독실한 유대인 학생에게 룸메이트 선택에 관한 질문을 했을 때 캠퍼스에서의 생활환경이 얼마나 중요한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답을 들었다. 그 학생은 자신을 포함해 네 명이 같이 살았는데 나머지 룸메이트 3명은 각각 기독교도, 이슬람교도, 그리고 힌두교도였다고 말했다. 학생은 이런 생활환경을 통해 네 명의 룸메이트 각자가 나머지 세 학생의 종교에 관해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며 신이 나서 설명했다. 그는 또 세계의 종교에 관해 두 과목을 수강했고, 둘 다 매우 만족스러웠고 수업 내용도 좋았지만, 매일매일 한집에 사는 룸메이트들과 일상적으로 교류하고 대화하면서 이론적이고 추상적인 다른 어떤 책에서 배운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웠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자기 자신에 대해 배우기

    기숙사 생활의 맥락에서 생각해보면 일부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불편한 상황에 맞닥뜨리는 경우들도 발생한다. 그러나 인종 혹은 민족적 배경이 다른 학생들이 함께 생활하게 되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종류의 민감한 순간들과 개인적인 상호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때로는 학생들이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들도 있지만 출신 배경을 막론하고 많은 학생은 그런 갈등 속에서 분명히 배우는 게 있으며 주로 자기 자신에 관해 몰랐던 것들을 새로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내가 대학에서 만나는 다양성을 통해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학생들에게 물었을 때 자기 자신에 대해 좀 더 잘 알게 됐다는 답변이 생각보다 훨씬 많았다. 서로 다른 인종과 민족 그룹에 속한 학생들과 교류하다 보면 자기 자신에 대해 때로는 미처 알지 못했고 때로는 받아들이기 힘들며 가끔은 충격적이기까지 한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된다. 이는 매우 진지하고 깊고, 강력한 영향력을 갖는 깨달음이며 학구적이라기보다는 개인적인 경우가 훨씬 많다.


    한 아프리칸 아메리칸 4학년 학생은 졸업식을 2주 앞두고 캠퍼스에서 맞닥뜨린 다양성의 경험에 대해 들려주었다. “맨 처음 신입생으로 하버드에 처음 도착했을 때,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었던 ‘다양성’이라는 말과 관련된 경험이 이제 곧 나와는 다른 백인과 아시아계, 라틴계 학생들과 만나면서 시작될 것이고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거라고 예상은 했어요. 물론 내 예상은 적중했고 전반적으로 좋은 경험들이었죠. 몇 가지 사소한 문제들을 떠올릴 수 있긴 하지만 이 학교가 내게 놀라운 기회를 주었다는 사실만큼은 평생 두고두고 감사할 거예요. …… 나와 비슷한 가치관을 공유하는 수많은 동료 아프리칸 아메리칸 학생들을 만난 것만으로도 평생 하버드에 감사할 거예요. 그 결과는 매우 개인적인 감정이지만 내가 어떤 사람이지 정의하는 데 도움이 됐을 뿐만 아니라 내가 여기 와서 ‘다양성’이라는 말에 어떤 식으로든 연관되기 전까지는 단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감정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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