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랑몰랑
 
지은이 : 이장우
출판사 : 올림
출판일 : 2018년 02월




  • 창의적인 사람이나 조직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하나의 정답이 아닌 다양한 ‘해답’을 구하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감성’을 발휘하고, 상식을 거부하는 ‘뒤집기’를 시도한다. 또한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일의 새로운 기준을 세우고 추진하며, 마법이 아닌 ‘몰입’의 힘을 믿고, 주류에 휩쓸리지 않고 기꺼이 ‘비주류’가 되어 세상의 판을 바꾼다. 


    몰랑몰랑


    그들은 어떻게 세상을 뒤집어놓았을까

    공룡을 쓰러뜨리다 _해답

    우리는 그동안 정답을 찾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었다. 학교 교육은 정답 맞추기의 과정이었고, 직장이나 사회에서도 모범답안에 따라 생활하는 것이 무언의 룰이었다. 정답에서 벗어나는 것은 낙오자가 되기를 자처하는 위험한 일이었다.


    지금은 어떤가? 변화와 혁신이 시대의 화두로 떠오르고 참신한 아이디어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정답만을 강요하는 과거의 경직된 문화가 조금은 누그러들었지만, 본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우리가 아직도 결과 중심의 문화에서 탈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과만 중시하다 보면 과정에 소홀하게 되고,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첩경, 즉 정답에 집착하게 된다. 문제를 다각도로 파헤쳐 다양한 방안들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창의력이 생기고 아이디어가 나오는 법인데, 결과 위주의 교육과 경영에 치중하다 보니 오로지 쉽고 빠른 정답만을 요구하게 된 것이다. 심지어 창의력과 혁신마저도 과정이 아닌 결과로 간주하여 어느 정도 교육하고 훈련했으면 뭔가 나와야 되지 않느냐며 다그치기 일쑤이고, 하루빨리 폭발적 혁신을 이룰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놓으라고 압박한다. 투자 대비 결과만 따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정답도, 창조적 아이디어도 얻을 수 없다.


    아이디어를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마법의 결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어느 순간 우연히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오해하는 것이다. 아이디어가 나오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싹 무시한 채 아이디어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은 타고난다고 말하곤 한다.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얼마나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인고의 시간을 보냈는지는 전혀 생각지 않는다.


    정답이냐, 해답이냐

    우리 인생은 수많은 변수로 가득하다. 기업 경영도 다를 바 없다. 수학에서처럼 정해진 공식이나 하나의 정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수학은 공식을 외우고 문제를 많이 풀어보면 원하는 점수를 얻을 수 있지만, 인생과 경영은 그렇지 않다. 노력이 중요하지만 노력한다고 해서 다 되는 것이 아니다. 똑같은 목표를 정하고 똑같이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는 목표를 성취하고 누구는 실패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삶과 일에는 정답이 없고 사람이라는 변수가 늘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정답이 아닌 해답을 찾아야 한다. 몰랑몰랑한 사람은 정답을 찾기보다 다양한 시각으로 문제를 관찰하고 거기서 무언가를 발견하려고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복수의 해답이 나온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문제에 대한 해답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달리질 수 있다. 다양한 시각에서 다양한 해답이 나온다.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성공 비법 역시 사람마다 다르다. 같은 방법으로 같은 성공을 거둔 사람은 하나도 없다. 성공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고유한 방법을 가지고 있었다. 세상에 공개된 성공 법칙은 그러한 특수성을 일반화한 결과일 뿐이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모두의 정답이 아닌, 자신만의 해답을 찾아야 한다. 성공한 사람들의 방식과 습관을 무조건적으로 신뢰하고 추종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찾아야 하는 해법에는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플랜 B도 포함된다. 오늘날처럼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대에는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문제에 대한 다양한 해법을 찾는 동시에 각종 변수에 대비하는 플랜 B를 마련해두어야 리스크를 예방할 수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대처 능력도 사고가 굳어져 있을 때는 절대 갖출 수 없다. 몰랑몰랑해져야 한다. 딱딱한 돌덩이가 아니라 몰랑몰랑한 젤리의 상태로 있어야 한다. 그래야 미처 채우지 못한 빈틈을 매울 수 있다. 필요에 따라 모양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젤리가 되어야 빈틈이 더 커지기 전에 유효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다.


    골칫거리 ‘공중전화 박스’의 변신

    다양한 해답을 구하는 과정에서 창의적 아이디어를 도출해낸 사례가 있다. 바로 영국의 공중전화 박스다. 눈에 잘 띄는 빨간색의 이 공중전화 박스는 영국의 풍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아이콘 중 하나였다. 건축가 길버트 스콧이 디자인한 것으로, 10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며 영국의 도시 곳곳을 장식해왔다. 하지만 휴대폰이 등장하고 스마트폰이 대세를 이루면서 무용지물의 신세로 전락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공중전화는 사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보니 점점 퇴물이 되어 길거리에서 찾아보기도 어려워졌을뿐더러, 그나마 남아 있는 것들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흉물스럽게 방치되어 처리를 고민해야 하는 문젯거리가 되었다. 특히 영국에서는 오랜 기간 나라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자리했던 빨간 공중전화 박스를 그대로 두어야 할지 철거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이때 기발한 아이디어를 제안한 두 학생이 있었다.


    런던정치경제대 학생인 해럴드 크라스턴과 커스티 케니는 학교를 오가는 길에 방치되어 있는 공중전화 박스가 런던 시내에 8,000여 개나 된다는 사실을 접하고 그것을 활용할 방법이 없을지 궁리하게 되었다. 아이디어를 공모했다면 아마도 대부분 철거를 정답으로 내놓았을 것이다. 하지만 두 학생은 이 문제를 조금 다르게 바라보았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공중전화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면 다르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공중전화의 본래 기능은 통신수단이다. 그런데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대체되었다. 그렇다면 공중전화 박스에서 스마트폰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이 거기까지 미친 그들은 마침내 공중전화 박스를 솔라박스(Solar Box)로 만드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되었다. 태양광패널을 설치하여 스마트폰은 물론 태블릿 PC와 카메라 등을 충전할 수 있는 곳으로 바꾸면 되는 것이다. 태양광을 이용하므로 다른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아도 되고, 사람들은 필요할 때마다 언제든 공짜로 전자기기를 충전할 수 있다.


    두 학생은 이 아이디어로 2014년 ‘런던정치경제대 올해의 신진 기업가상’을 수상하고, ‘런던시 올해의 저탄소기업가상’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고 한다. 그리고 빨간색 공중전화박스는 2014년 10월 1일부터 런던의 토트넘 로드역을 시작으로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기 시작했다. 빨간색은 초록색으로 바뀌었는데, 기능이 달라진 점과 태양광이라는 친환경 자원을 활용한다는 의미를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정답이 아닌 해법을 모색하는 몰랑몰랑한 사고의 모범을 보여주는 예라 하겠다.


    ‘혁신 기업 1위’를 만든 해답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보는 것도 해법을 찾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스스로 나침반이 되어 자신감과 용기를 가지고 미지의 세계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다. 안경산업에서 새로운 도전을 통해 혁신적 성공을 거둔 회사가 있다. 미국 뉴욕에서 창업한 와비파커라는 안경판매업체다.


    와비파커가 등장할 당시 안경업계에는 거대 공룡이 버티고 있었다. 이탈리아 명품 안경업체인 룩소티카가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었다. 누구라도 시장 진출을 꺼릴 만한 상황이었다. 설사 남은 20% 시장을 흡수한다 해도 한 기업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상황에서 큰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성공하리라는 보장도 없었다. 그런데도 도전한 청년들이 있었다. 함께 창업을 준비하던 네 명의 젊은이들은 안경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문제점에 주목했다. 가격을 낮추어 시장에 진입하는 방안을 고민하던 그들은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 경로를 바꾸어 온라인으로 안경을 판매하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주변에서는 반대하는 사람이 많았다. 시력을 측정하고 직접 써봐야 하는 안경을 온라인으로 파는 게 과연 통하겠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과감히 실행에 옮겼다. 가격을 낮추고 고객에게 선택권을 부여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와비파커는 다른 업체에서 500달러에 팔 만한 안경을 95달러에 팔았다. 방식은 온라인으로 고객이 원하는 안경을 5개까지 신청하면 택배로 보내 체험 기간을 준 다음 고객이 마음에 드는 하나를 고르게 한 다음 다른 샘플 안경과 함께 되돌려 받고 고객이 알려준 정보에 맞추어 제작된 안경을 다시 보내주는 것이었다. 이때 택배비는 모두 회사가 부담한다.


    이처럼 파격적인 온라인 판매로 안경업계에 바람을 일으킨 와비파커는 연간 100만 개의 안경을 파는 회사로 급성장하게 되었고, 2016년 미국 경영전문지 <패스트컴퍼니>가 선정한 혁신 기업에서 구글, 애플 등을 제치고 1위에 오르며 “수백 년간 변화가 없던 안경 판매 시장을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안경은 온라인으로 판매하기 어렵다는 생각은 기존의 것을 당연시하는 정답적 사고다. 오프라인 판매만이 정답이고, 다른 방법은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와비카퍼의 예가 알려주듯이 시장에 정답이란 없다. 실행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다양한 해법이 존재한다. 와비파커는 그러한 해법을 찾아 실행에 옮김으로써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성공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몰랑몰랑한 청년들에게 내려진 선물이다.



    상상 초월? 상상 공유! _우리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한 개인의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개인도 물론 중요하지만,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살아나 빛을 발하려면 조직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다양한 생각과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특정한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같은 목표와 방향을 가지고 나아갈 때 뛰어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세상에 알려진 제품과 브랜드는 모두 그렇게 탄생되었다.


    사표의 진실은 권력간격지수

    2016년 9월, <SBS 스페셜>에서 흥미로운 주제가 전파를 탔다. ‘요즘 젊은 것들의 사표’라는 제목의 방송이었는데,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우리나라 기업들에서 1년 안에 퇴사하는 신입사원의 비율이 27.7%라는 것이다. 퇴사 이유는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회식, 경직된 조직문화, 의미 없는 야근이었다. 요즘 젊은이들은 참을성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힘들게 들어간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하면 되지 그 정도도 참지 못하고 그만두는 것은 경솔한 태도라고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생각해보아야 할 점이 있다. 퇴사하는 사원들 중에 정작 회사에 필요한 몰랑몰랑한 인재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인재일수록 답답한 조직을 못 견디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창의성을 발휘할 수 없게 만드는 딱딱한 조직에 남아 있기를 거부하게 된다.


    ‘권력간격지수’라는 용어가 있다. 네덜란드 사회학자 게르트 홉스테드가 만든 용어로, 한 집단이 권위나 위계질서를 얼마나 중시하는지 나타내는 지수다. 직원들이 상사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데도 뒤탈이 날까 두려워 입을 열지 않는다거나 직급이 높은 사람과의 대화를 어려워한다면 권력간격지수가 높은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 지수가 높은 편이다. 앞에서는 창의적 기업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수직적 질서에 길들여져 있다. 몰랑몰랑한 인재가 없다고 타박할 것이 아니라 권력간격지수를 낮추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


    인공지능의 미래가 두려운가?

    아직 우리 사회는 보여주기식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창의와 혁신조차도 알맹이는 없이 외형적인 부분에만 힘을 쏟는다. 바꿔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진정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으로, 제일 먼저 조직을 몰랑몰랑하게 탈바꿈시켜야 한다.


    몰랑몰랑한 조직을 만들려면 구성원들의 본능과 직감, 영감, 상상력을 존중하고 키워주는 분위기부터 조성해야 한다. 바로 HI(인간지능, Human Intelligence)를 향상시켜야 한다는 말이다. 시급한 조직 혁신을 위해서도 그렇고, AI(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시대에 요구되는 생존 전략 수립을 위해서도 그렇다. 앞으로는 인공지능이 사람의 역할을 대신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이러다가 인간이 기계한테 밀려나고 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의 몰랑몰랑을 배제했을 때나 나올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인공지능이 지금보다 더 발달한다 해도 몰랑몰랑해질 수는 없다. 몰랑몰랑은 사람만이 갖고 있는 고유 능력이기 때문이다.


    직관의 예를 들어보자. 직관은 어떤 현상이나 상황을 보고 본질을 파악해내는 능력으로, 사람만 가지고 있다. 동물들이 먹잇감을 발견했을 때 발휘하는 본능적 감각이나 인공지능에 내제된 식별 기능과는 차원이 다른 능력이다. 구성원들이 이러한 직관을 맘껏 발휘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각종 데이터나 수치에 얽매여 직관을 금기시하는 조직은 창의성을 말할 자격이 없다. 사람이 기업이라는 생각으로 모든 것의 중심에 사람을 세울 필요가 있다.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지만, 시스템보다 사람을 중시해야 한다. 구성원 개개인이 자신의 아이디어와 능력을 펼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조직을 창의적으로 변모시킬 수 있고, 어떤 상황에서도 실기하지 않고 적절히 대응해나갈 수 있다.


    우선적으로 구성원 누구에게나 개방적이고 유연한 추상적 사고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을 허용해주어야 한다. 물리적인 시간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자유로운 시간이 되도록 해야 한다. 아이디어를 내라고 강요하지 않는 열린 분위기에서 각자의 생각을 말하며 서로의 의견을 존중할 수 있을 때 창의적인 영감이 살아나고 표출되어 공유할 수 있게 된다. 아이디어 회의를 한답시고 하나씩 아이디어를 준비해오라고 지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잘못된 방식이다. 아이디어는 제한을 두거나 압박을 받으면 오히려 움츠러든다. 마지못해 아이디어를 가져온다고 해도 좋은 아이디어일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아이디어는 양이 아니라 질이고, 개수에 비례하지 않기 때문이다.


    몰랑몰랑은 전파력이 뛰어나다. 한 방울의 물감이 종이에 떨어져 퍼져나가듯, 몰랑몰랑한 한 사람이 조직 전체를 몰랑몰랑하게 만들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몰랑몰랑을 지켜주는 것이다. 모두가 아니어도 좋다. 일부 또는 어느 한 사람이라도 몰랑몰랑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사고가 굳어지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창의적인 사람을 인정하고,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줄 수 있어야 한다.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창의적인 조직이란 이런 것이다.



    레몬은 어떻게 레모네이드가 되었을까? _몰입

    ‘불 보듯 뻔하다’라는 말이 있다. 어떤 일에 대해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는 뜻으로 쓰인다. 하지만 이보다 더 위험한 말도 없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어제의 상식이 오늘에는 통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척 보면 안다는 식으로 선입견을 가지거나 미리 결론을 내리면 절대 안 된다.


    얼음이 녹으면 봄이 온다

    아이디어의 세계에서도 위험한 편견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창조적 아이디어는 천부적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만 내놓을 수 있다는 견해도 그중 하나다. 그렇지 않다. 성별과 연령, 국가와 민족에 관계없이 누구나 세상을 바꿀 특별한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다. 그것이 아주 우연한 기회에 이루어지기도 하는데, 이 때문에 간혹 생각지 못한 문제가 발생한다. 어쩌다 얻게 된 아이디어에 도취되어 자기가 무슨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양 착각하고 계속 그 상태에 머물러 있으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누구나 시장을 선도하는 아이디어를 낼 수 있지만, 똑같은 일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것은 아니다. 크게 성공한 브랜드가 오랫동안 소비자들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얼마 안 가 외면당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한때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한 번의 성공이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는다. 거기서 끝이 아니라는 말이다. 시장은 변하고 소비자들도 바뀐다. 아이디어든 성공이든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착각하기 쉬운 자신을 일깨워 항상 새로운 시각으로 변화되는 흐름을 파악하고 그에 대응해나가야 한다.


    어느 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질문을 했다. “여러분, 얼음이 녹으면 뭐가 될까요?” 아이들이 손을 들고 저마다 대답하기 시작했다. “물요”, “작은 얼음요”라고 말하는 아이가 대부분이었다. 선생님이 기대한 대답도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한 아이가 손을 번쩍 들더니 이렇게 말했다. “봄이 와요!” 전혀 예상치 못한 아이의 대답에 선생님도 다른 아이들도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참으로 창의적인 아이가 아닐 수 없다. 그 아이가 더욱 대단한 것은 변화하는 사물의 흐름을 이해하고 그것을 계절과 연결시켰다는 점이다. 얼음이 있다가 없어지는 흐름을 읽고 겨울이 지나 봄이 온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창의적이기를 바란다면 어떤 변화를 흐름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집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과정을 구체화하면 일정한 프로세스가 나타난다. 그것은 우리가 몰랑몰랑해지는 과정이기도 하다.



    연결하고, 지우고, 스위칭하라!

    현실을 잊으면 시야가 열린다 _마인드 원더링

    뇌에 자유시간을 허하라

    우리는 하루의 대부분을 무언가에 집중하며 보낸다.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메일을 읽거나 보내고, 비용을 계산하고, 회의에 참석하여 정보를 공유하거나 의견을 제시한다. 매일이 바쁜 스케줄로 가득 차 있다. 그 속에서 경력을 쌓아가고 전문성을 키워간다. 하지만 몰랑몰랑한 생각은 하기 어렵다. 피곤해진 뇌로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고 색다른 시각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몰랑몰랑해지려면 뇌에 휴식과 자유의 시간을 허락해야 한다. 집중에서 놓여나 멍을 때리고 딴생각을 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즉, 마인드 원더링이 필요하다.


    마인드 원더링은 마음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현상을 의미한다. 일종의 정신적 자유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쉬어도 좋고 순간순간 떠오르는 것을 좇아도 좋다. 주의력을 모아 뭔가를 해내야 하는 부담감을 버리고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는 것이다. 공상, 몽상, 상상 등이 그렇다. 어찌 보면 잡념이 많은 산만한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몰랑몰랑은 이런 상태에서 길러지는 것이며 창의적인 작업이 이루어지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편안히 침대에 누워 있거나 숲속을 걸으며 마음을 놓는 시간이 창의적 사고를 촉진한다. 미국의 영화감독 우디 앨런이 “쏟아지는 온수를 맞으며 현실 세계를 잠시 잊고 있으면 십중팔구 새로운 시야가 열리곤 한다”고 말한 그대로다.


    마인드 원더링의 귀감이 될 만한 인물로 미국의 물리학자 겸 전기공학자인 니콜라 테슬라가 있다. 테슬라라고 하면 전기자동차로 유명한 미국의 자동차회사를 떠올리게 되는데 실은 니콜라 테슬라에서 회사명을 따온 것이다. 그럴 정도로 그는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이었다. 교류발전기 등을 만든 발명가이면서 시인이기도 한 그는 당대의 토머스 에디슨과 비교되며 비운의 천대 과학자로 불리기도 한다.


    테슬라는 어렸을 때부터 공상을 즐겼다고 한다. 조금은 불우했던 소년 시절을 버티게 한 즐거움이기도 했던 공상을 하면서 그는 자유롭게 다양한 이미지들을 그려나갔다. 그의 머릿속에서 불가능한 일은 없었다. 현실에서는 제약이 많았지만 무한한 상상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성인이 된 후에도 그의 마인드 원더링은 계속되었고 획기적인 발명의 아이디어로 연결되었다. 현대 전기문명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교류발전기와 송/배전 시스템의 발명 역시 마인드 원더링의 결과였다. 테슬라는 어린 나이에 이미 나이아가라폭포에 커다란 물레방아를 설치하면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친척들에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의 생각은 나중에 웨스팅하우스사가 테슬라의 교류발전기를 이용하여 나이아가라폭포에 수력발전소를 세움으로써 실현되기에 이른다. 특기할 만한 사실은 그가 발명을 위해 특별한 설계도나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험도 다른 과학자들처럼 반복적으로 많이 하는 편이 아니었다고 한다. 대부분 머릿속에서 이미지들이 떠오르고 정리되어 다음 단계로 넘어가곤 했던 것이다. 거의 무의식적인 상태의 발명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인드 원더링이란 이런 것이다.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상상한 결과가 실제 아이디어가 되는 순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하늘에서 샌드위치가? _스프레차투라

    7층으로 올라가 ‘가볍게’ 성공을<
    /P>스프레차투라 기법은 우리를 편견이나 두려움에서 해방시켜줄 뿐만 아니라 현재의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어주기도 한다. 도저히 안 될 것 같은 문제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그 안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된 유사한 사례가 있다.


    7층에 위치한 샌드위치 가게라고 하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얼른 올라가서 사 먹고 싶은가, 아니면 굳이 거기까지 올라가야 하나라는 생각부터 드는가? 아마도 대부분은 올라가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샌드위치 하나 사 먹겠다고 7층까지 올라갈 생각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여기에는 평소 우리의 고정관념도 적잖이 작용한다. 왜냐하면 샌드위치 가게는 흔히 도로변이나 번화가의 골목 1층에 작은 규모의 공간을 차지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언제든 편하게 사 먹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그런데 7층이라니. 샌드위치 가게의 상식이라고 할 수 있는 접근성이 떨어져 실패하기 십상이다. 치명적인 약점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7층에 가게를 내어 성공의 나팔을 불어대는 곳이 있다. 바로 호주의 멜버른에 위치한 재플슈츠다.


    그곳에 가면 샌드위치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광경을 볼 수 있다. 마치 동화 속의 한 장면 같은 환상적인 광경에 사람들이 열광하며 너도나도 이 샌드위치를 먹기 위해 수백 미터씩 줄을 선다. 재플슈츠는 샌드위치의 호주식 명칭인 재플과 낙하산의 합성어로, 말 그대로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샌드위치다. 이용 절차는 간단하다.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페이팔(온라인결제 시스템)로 결제한 다음 샌드위치를 원하는 날짜와 시간을 선택하여 1층에 표시된 X마크에서 기다리면 7층에서 샌드위치가 천천히 내려온다. 그걸 받아서 대로변이나 인근 공원에 가서 즐기기만 하면 된다.


    재플슈츠가 만든 낙하산은 특별할 것이 없다. 비닐로 우산 형태를 만들고 종이로 감싼 샌드위치를 끈으로 연결했을 뿐이다. 개당 가격은 5~6달러 수준으로 부담이 없다. 1층에서 자신의 샌드위치를 바라보며 환호하는 고객들과 달리 7층의 재플슈츠는 의외로 썰렁하다. 테이블도 없고 의자도 없다. 다른 가구나 인테리어도 찾아볼 수 없고, 음식을 건네는 창구조차도 없다. 일반 샌드위치 가게들과는 전혀 딴판이다.


    재플슈츠의 성공은 샌드위치 가게의 불문율을 보기 좋게 뒤집은 결과다. 당연히 1층에 있어야 할 가게다 7층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루어낸 성공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7층이라는 위치적 약점을 낙하산을 이용한 판매로 날려버리고 최고의 강점으로 전환시켜 대박을 터뜨렸다.


    재플슈츠처럼 약점을 강점으로 만들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재플슈츠 역시 그랬을 것이다. 샌드위치를 먹기 위해 7층까지 올라가야 하는 번거로움을 어느 누가 기꺼이 감수하겠는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들은 수많은 궁리와 시도를 했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생각지 못한 난관들에 봉착했을 것이다. 하지만 몰랑몰랑한 생각과 실패에 굴하지 않는 실천으로 어렵게만 보였던 7층에서의 샌드위치 판매를 ‘가볍게’ 성공시킬 수 있었다.


    어려운 일을 처음부터 쉽게 해내는 경우란 없다. 어쩌다 쉽게 해내는 경우가 있다고 해도 그것을 지속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생각대로 되지 않아도 수없이 반복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아무렇지 않은 듯 해낼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스프레차투라 기법을 통해 우리는 몰랑몰랑해지고 그 능력을 더욱 키워갈 수 있는 것이다.


    풀어야 할 문제가 있는가? 도달하고 싶은 어떤 경지가 있는가? 그렇다면 작은 것이라도 좋으니 실행의 한 발을 내디뎌보기 바란다. 그러한 행동이 쌓이면 습관이 되고, 그 후부터는 하나의 흐름이 되어 그 과정이 전혀 어렵지 않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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