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기획의 발상 단계부터 난관을 겪는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사업을 떠올리는 것만 해도 보통 일이 아닌데, 고객의 욕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엉뚱한 방향으로 사업 계획을 세우는 경우도 다반사다. 좋은 아이디어와 철저한 시장 조사 결과를 갖추었다고 해도 예상치 못한 리스크가 발생하여 기획을 물거품으로 만들 때도 있다. 이런 위험 상황이 특히 기획 업무에서 빈번한 까닭은, 존재하지 않았던 비즈니스를 설계하는 일이기에 정해진 프로세스나 관례가 없기 때문이다. 탁월한 기획자라면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능력뿐 아니라, 실제 비즈니스 상황에서 부딪치는 각종 위험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노련함도 갖추어야 하는 이유다.
이 책의 메시지는 기획이란 업무를 꼼꼼히 하라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보다 자신이 기획한 비즈니스의 큰 그림을 조망하고, 최종 목표에 다다를 방안을 능동적으로 설계해보라는 이야기에 가깝다. 우리가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의 만족도를 좌우하는 요소는 다름 아닌 주도성이다. 주도성을 가진 사람은 주변 환경에 흔들리는 일 없이 굳건하게 자신의 일을 경영한다. 이런 열정을 갖춘 사람에게 새로운 기회와 동료들이 따라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회사원과 창업자를 불문하고, 의욕적으로 사업을 지휘하는 ‘기획자’의 자세가 필요한 까닭이다.
■ 저자
박준서
삼성과 쿠팡, HR 전문 컨설팅 기업 등에서 인사 교육 분야 일을 20년간 하고 있다.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생생한 현장 속에 어떤 이론보다도 빛나는 경영의 지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좀처럼 열리지 않는 기회의 문 앞에서 낙담하는 후배, 만만치 않은 업무와 인간관계 속에서 땀 흘리는 동료, 새로운 시대의 흐름 앞에 자리를 비켜줄 순간을 맞은 선배들의 이야기를 보석처럼 모으고 있다. 지은 책으로 《보고는 요약이다》(공저)가 있다.
조성후
사자레코드 공동대표. 삼성물산에서 전 세계를 무대로 뛰어다니던 시절, ‘반도체 중고장비 사업’과 ‘인도 태권도 보급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끌어 대리 시절부터 회사의 스타였다. 남다른 비즈니스 감각으로 과감한 승부수를 던져온 실천가의 장기를 살려, 지금은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강자들과 겨뤄보고자 필승의 계획을 세우는 전략가로 성장했다. 회사 프로젝트를 맡은 직장인부터 자기 사업을 구상하는 창업자까지, 프로페셔널한 기획자를 꿈꾸는 사람들을 응원하는 마음을 이 책에 담았다.
■ 차례
프롤로그 회사원이 될 것인가, 기획자가 될 것인가 5
1 열정과 직감만으로는 기획할 수 없다!
★ 기획이 어려운 당신을 위한 D.R.A.W. 전략 17
시작도 끝도 보이지 않는다? 19
생각의 도구를 모른다? 25
누가 무엇을 원하는지 감이 없다? 32
숨은 위험을 알아차리기 어렵다? 37
2 Detect, 날카롭게 기회를 포착하라
★ 새로운 비즈니스가 열리는 짜릿한 순간 47
- 조 대리, 반도체 장비 수출의 틈새시장을 개척하다
촉, 감각이 살아 있어야 한다 55
전환, 낯설게 볼 수 있어야 한다 61
분석, 쪼개서 보아야 한다 66
학습, 배우면 더 좋은 길이 열린다 70
반성, 돌이켜보면 놓친 길이 드러난다 75
끈기, 버티다 보면 없던 길이 생긴다 80
3 Risk, 모든 위험을 상상하라
★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 펼쳐지는 냉혹한 시장 87
- 한순간 물거품이 된 조 사장의 할라피뇨 수입 계획
할 수 있는 일인가? ■ 내 역량으로 가능한지 살펴보자 97
해도 되는 일인가? ■ 법, 환경, 윤리의 기준에 맞는지 확인하자 105
꼭 해야 할 일인가? ■ 가장 중요한 일인지 따져보자 110
4 Approach, 전략적으로 나아가라
★ 작은 퍼즐들로 큰 그림을 완성하는 설계의 과정 119
- 조 대표, 사자레코드 설립부터 아티스트 영입까지
기동성 높은 능력자를 모은다 ■ Task Force 131
note_ 탄탄한 태스크포스를 꾸리는 원칙 136
앞서 성공한 자에게 배운다 ■ Benchmarking 139
note_ 효율적인 벤치마킹으로 가는 길 145
전문가의 머리를 빌려온다 ■ Consulting 148
note_ 후회 없는 컨설팅을 받는 방법 154
숙련자의 손발을 빌려온다 ■ Out Sourcing 157
note_ 외부 도움을 확실하게 활용하는 기술 161
먼저 작게 시작해본다 ■ Pilot Test 164
note_ 파일럿테스트의 효과적인 순서 169
최악을 대비하며 전진한다 ■ Risk Management 172
note_ 위험관리는 기술이 아니라 문화다 179
5 Word,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라
★ 대중을 사로잡기까지 말과 글의 힘 185
- 사자레코드 〈멀티테이너 발굴 프로젝트〉 기획서
기획서, 자신에게 먼저 질문하라 194
note_ 6 Page Narrative로 제안서 정리하기 201
커뮤니케이션, 동료가 가장 중요한 고객이다 216
note_ 내부 설득 커뮤니케이션 윈윈 전략 5 227
계약, 파트너를 상상에서 현실로 데려오자 235
note_ 손해 보지 않는 계약서 체크리스트 8 239
마케팅, 끊임없이 대중과 교감하라 245
에필로그 일을 주도하는 사람들의 공통점 255
예상을 뛰어넘는 위험이 가득한 비즈니스의 세계, 히트 치는 ‘기획의 고수’는 뭐가 다른 걸까요? 회사원으로 또 사업가로, 수많은 비즈니스 경험을 쌓은 끝에 터득한 고수의 노하우를 공개합니다.
기획자의 탄생
열정과 직감만으로는 기획할 수 없다!
누가 무엇을 원하는지 감이 없다?
고객을 만나야 얻을 수 있는 것
결국 모든 사업의 최종 목표는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이다. 우리 제품을 구매해주는 소비자든, 나의 보고서와 서비스를 이용하는 내부고객이든 내가 하는 업무를 통해 상대방인 고객이 만족을 얻으면 나는 성공하는 것이다.
기획을 떠올리면서 제갈공명과 같은 책사를 떠올리진 않는가? 치열한 전투의 현장 뒤편에 숨어 몸이 아닌 머리로 싸우는 책사 말이다. 그런데 기억해야 할 점이 있다. 제갈공명도 적벽대전을 준비하려고 유비보다 앞서 동오를 찾아가 그곳의 지형과 기후 정보를 샅샅이 파악하는 현장 조사를 했다는 사실이다. 기획은 머리뿐 아니라 다리로도 해야 한다. 기획담당자가 당장 오늘 다리로 찾아가 만나야 할 대상은 바로 고객이다.
-그럼 고객을 만나 무엇을 얻어야 하는가?
우리는 고객에게서 그들의 고통을 본다. 불편이 발명을 이끌어내듯이, 고객이 ‘고통’을 해소해주는 데서 사업은 출발한다. 고객의 ‘고통’이 강할수록 그것을 해소해주는 제품이나 기술은 필수품이 된다. 생명이 걸린 위급 상황, 개인의 자유와 재산이 왔다 갔다 하는 결정적 순간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사나 변호사의 어마어마한 보수는 이러한 측면에서 납득이 간다. 배고픔, 추위, 위협에서 우리를 지켜주는 제품들이 의식주라는 이름으로 필수품의 대명사인 것도 쉽게 이해가 된다.
그리고 고객은 필요를 갖는다. 입시 공부의 고통이 크고 비용 부담이 어마어마한 현실에서 유명한 일타강사의 수업을 온라인으로 제공해주는 서비스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입시생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히트 상품이 될 수밖에 없었다.
아울러 고객은 욕망을 갖는다. 남들의 부러움을 사고 남들보다 뛰어나고자 하는 욕망. SNS서비스는 창시자들이 처음 주장했던 ‘사람들 사이의 연결’만으로는 지금의 성공을 이룰 수 없었을 것이다. 남들에게 돋보이고자 하는 욕망이 오늘날의 SNS를 이끌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객과의 만남으로 고객에 대한 정보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우리가 얻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이 보는 우리의 객관적인 모습이다. 나를 둘러싼 회사와 조직에 대해 내부자 관점에 머물러 있으면 객관적으로 나 자신을 보기가 어렵다. 찬양하거나 경멸하든지, 무관심하거나 극단적이든지 주관적으로 보기 쉽다. 그럴 때 외부에 있는 고객은 우리 회사와 조직의 위치나 문제를 객관적으로 알려준다. 회사들이 내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부 컨설팅을 받거나, 고객을 만날 수 있는 시장으로 직원들을 보내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개인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나의 기획안, 나의 보고서를 받는 상사, 동료, 고객의 피드백이 나의 객관적인 모습일 경우가 많다.
계획의 첫걸음은 목표 설정이다
고객과의 만남을 통해 그들의 고통, 필요, 욕망을 이해하고 우리 자신의 객관적 위치를 파악했다고 치자. 그 다음은 무엇일까? 우리는 왜 고객에게서 그런 것들을 알아내고자 했을까?
단연코, 고객에게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목표 설정이다. 경영 계획이나 부서 전략을 작성해본 모든 직장인은 알 것이다. 가장 어렵고 핵심적인 부분은 바로 ‘핵심과제 선정’이 아니던가? 고객으로부터 얻은 모든 정보는 이 ‘핵심과제 선정’을 위한 예고편이다. 회사가 생존하고 성장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과제를 선정하는 것이 기획 업무의 50% 이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머지는 그것을 빈틈없이 실행하는 위험 관리와 실행 계획일 것이다.
이 과제 선정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우리를 월급쟁이로 정의할 때, 우리는 과제를 정하는 위치가 아니라 정해진 과제를 수행하는 위치가 더 익숙하기도 하다. 상사의 지시에 따라 일하는 사람으로 자기 자신을 정의하는 직장인의 한계는 과제 선정의 능력이 부족해진다는 점이다. 자기 조직, 최소한 자기 업무에 대한 애정과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주겠다는 승부 근성이 있어야 제대로 된 과제 선정을 할 수 있다.
Detect, 날카롭게 기회를 포착하라
분석, 쪼개서 보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한국인은 분석적 사고가 약하다고 한다. 분석적이기보다 종합적으로 보는 습관이 있다고 한다. 종합적 사고는 대상 하나하나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전체의 관계에 집중하는 사고이고, 분석적 사고는 대상 하나하나의 특징을 잡아내는 것이다. 사람이 등장하는 그림을 볼 때, 한국인은 배경과 사람들 전체 구도를 보는 습관이 있는데, 서양인은 한 사람 한사람에게 초점을 맞춘다고 한다.
종합적 사고의 장점이 있다. 집단의 힘으로 단기간에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적합하다. 그런데 분석적 사고가 부족하다면, 부분의 기초를 놓치거나 디테일에 약해질 수 있다. 우리가 종합적 사고에 익숙하다는 말은, 분석적 사고를 통해 새로운 관점을 가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조 대리가 신입사원 시절 훈련받았던 밸류체인이라는 프레임 역시 기업에서 자주 사용하는 분석의 툴이다. 하나의 큰 사업을 그것을 구성하는 세밀한 단계로 나누고 각각의 단계를 자세히 살펴보는 과정이 분석이다.
업무 개선이나 신사업 발상은 이러한 분석 없이는 불가능하다. 하나의 업무는 그것을 이루는 다양한 공정으로 나뉘고, 그 공정들 중에 하나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전체 업무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없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분석은 기존의 프로세스를 개선할 때 가장 필수적이지만, 새로운 사업을 기획할 때도 유용하다. 많은 새로운 사업이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생한다. 이는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철저히 분석할 때만 가능하다.
나눠서 관찰하면 앞서갈 기회가 보인다
2010년대 초반, 모바일 기기의 확산에 따라 산업계 지형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중에 우리 일상생활에 가장 밀접한 것은 e커머스의 성장이다. 2000년대 오픈마켓이 활성화시킨 e커머스는 2010년대 SNS와 결합된 소셜커머스가 등장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대략적인 e커머스의 업무 플로는 상품검색→주문→결제→상품준비→물류센터→배송 캠프→고객 전달의 과정을 거친다. 그런데 고객 불만이 상당수 발생하는 구간이 바로 ‘물류센터→배송 캠프→고객 전달’이다. 이 구간을 라스트 마일 딜리버리(Last Mile Delivery)라고 하는데, 여기서 획기적인 서비스를 도입한 기업이 쿠팡이다. 우체국택배 등 제3자 택배 서비스에 ‘라스트 마일 딜리버리’를 위임한 기존의 업체와는 달리, 쿠팡은 직고용한 직원들이 직접 고객에게 전달하는 서비스를 도입한 것이다. 그를 통해 고객들은 ‘신속하고 정확한 배송을 끝까지 책임져주는 서비스’를 경험하게 된다. 이후 쿠팡이 괄목할 성장을 이룬 것은 이미 너무나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결국 쿠팡의 로켓배송이라는 새로운 서비스, 혁신적인 사업 역시 기존의 업무 프로세스를 단계별로 나누고 각 단계를 세밀히 관찰한 분석에서 비롯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쿠팡처럼 업무나 산업의 밸류체인을 분석할 수도 있지만, 시장이나 고객 분석도 새로운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하는 애견카페, 키즈존 등은 특정 고객을 분석하여 그들의 취향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례다. 우리는 ‘MZ세대’라고 지칭하면서 청년 세대의 공통적 특성을 찾는 경향이 있지만, MZ세대 내부에서도 경제적·사회적으로 수많은 하위 그룹이 존재한다. 플렉스족과 짠테크족이 공존하고 비슷하지만 다른 욜로족과 파이어족이 공존한다. 그 밖에도 수저 남녀 운운하는 다양한 그룹이 있다. 이렇게 천차만별한 고객 그룹에 따라 수많은 기회가 왔다가 사라져간다. 그런 의미에서 MZ세대 가운데 더 어린 10대와 20대에 초점을 맞춰 개발한 틱톡이 기존의 강자인 유튜브를 위협할만큼 급성장한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Risk, 모든 위험을 상상하라
해도 되는 일인가?
법, 환경, 윤리의 기준에 맞는지 확인하자
축구선수가 아무리 급해도 눈앞에 있는 공을 손으로 잡아 상대편 골대로 던지면 안 된다. 스포츠를 비롯해 세상의 모든 게임에는 규칙이 있다. 게임의 규칙이 있다. 게임의 규칙을 준수하지 않으면 경쟁력과 역량을 펼쳐 보일 기회조차 빼앗기게 될 것이다.
비즈니스에서도 정부의 규제, 사회의 윤리 같은 것은 반드시 지켜야 할 게임의 규칙이다. 특히 SNS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게임의 규칙을 무시한 기업과 개인이 어떤 결과를 맞이하는지 자주 보게 된다. 직원과 거래처에 대한 인권 침해 수준의 갑질이 문제가 되었던 한 유제품 회사는 몇 년이 지난 현재에도 잃어버린 시장점유율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기획자는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해서 무엇이든지 다 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법적으로든 환경적·윤리적으로든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이런 리스크가 있는 경우 해당 프로젝트를 애초에 의도한 기획대로 진행해서는 안 된다. 최소한 형태를 변경하거나 문제가 되는 부분을 조정해서 게임의 규칙에 부합한 다음에 진행해야 한다.
① 규제 리스크
법적인 리스크 때문에 사업을 진행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해외에서 발굴한 신상품인데 식품이거나 전략 상품이기 때문에, 해당 국가의 수출 금지 제품이거나 우리나라의 수입 금지 제품이기 때문에 사업을 진행하지 못한다. 어떤 제품들이 미성년자 등 특정 대상에게 판매가 금지되는 경우도 있다. 요즘은 사업장, 현장의 안전과 관련하여 규제가 상당히 강화되는 추세인 점도 기획자가 염두에 두어야 한다.
② 범죄 리스크
개인뿐 아니라 기업도 범죄의 대상이 된다. 특히 해외의 상대방과 거래하는 경우 고의적인 사기, 태만 등의 타깃이 되면 회사에 큰 손해가 발생한다. 알 수 없는 상대방이 터무니없는 조건의 혜택을 미끼로 부당한 거래를 제안해오는 경우도 있다. 온라인 상거래가 성장함에 따라 고객이 e커머스 기업을 대상으로 대규모 구매한 제품을 불법적으로 재판매하는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많다. 경제적 이권이 연관되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 범죄의 위험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③ ESG 리스크
최근 들어 기업 경영에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앞으로 시장과 임직원의 기대 수준을 맞추지 못하는 프로젝트는 실패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특히 사회적 소통이 SNS로 이루어지는 환경에서 기업은 ESG문제로 인한 평판이 존립을 좌우하는 무형의 자산이 될 수도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④ 재해 리스크
태풍이나 지진 같은 자연재해, 메르스나 코로나 같은 감염병 대유행, 물류센터나 데이터센터의 화제 같은 인프라 사고 등 정상적일 때는 별로 신경 쓰지 않던 자연환경과 사회환경에 사고가 생기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재해 리스크는 예측하기도 어렵고, 사전 경험이 없어서 대응하기도 쉽지 않다.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타이밍과 접근법이 잘못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게임을 하기 전에 규칙을 알아야 한다
현장에서 ‘법’ ‘규제’ ‘윤리’ ‘도덕’, 이런 것들에 신경 쓰는 일은 생각보다 적다. 기본적으로 프로세스로 굳어진 우리의 일하는 과정에서 그런 규칙들이 이미 반영되어 있는 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배나 상사에게 지시받은 프로세스대로 업무를 진행하기만 하면 법적·윤리적 문제에 부딪힐 일이 별로 없다.
그러나 그런 관성 때문에, 규칙이 변경되거나 새로운 업무를 기획할 때조차 규칙과 윤리에 무감각해질 위험이 있다. 보통 의도적으로 불법적·비윤리적 행위를 하는 경우보다, 진행하고 기획하는 업무와 관련된 법과 윤리에 무지해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더 많다.
법률 용어를 공부하려 해도 용어 자체가 어려워서 접근할 엄두조차 못내곤 한다. 그렇더라도 어떤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관련 법 규정에 대한 리서치 자체를 생략해서는 안된다. 혹시 당신이 작성한 기획서, 당신 조직에 축적된 기획서 안에 관련 법규에 대한 리서치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 반성하고 수정해야 한다.
많은 사람이 주어진 프로세스에 매몰되어 그 업무와 관련된 법적·윤리적 환경에 무지하다는 것은, 곧 그런 중요한 정보를 습득하면 당신의 경쟁력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규제나 ESG리스크로 인한 기업 평판이 중요해질수록 기업의 구성원, 특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기획자에게는 관련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 핵심 역량으로 부각된다.
Approach, 전략적으로 나아가라
먼저 작게 시작해본다
Pilot Test
‘파일럿(Pilot)’이란 단어는 원래 항구에서 배를 인도하는 도선사를 의미한다. 거대한 배가 안전하게 정박할 수 있도록 앞에서 이끌어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인 도선사의 모습을 상상해보라. 그러면 큰 규모의 투자나 사업을 시행하기 앞서 작은 규모로 시험해보는 ‘파일럿테스트(Pilot Test)’가 어떤 일인지 바로 연상될 것이다.
새로운 프로젝트의 고객 반응을 알아보기 위해서든, 숨어 있는 리스크를 찾아내기 위해서든 현장에서 파일럿테스트는 매우 유용한 전략적 툴이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막혀 있는 기획으로 힘들어하는 기획자들에게 유효한 선택이 될 것이다.
사업을 테스트할 수 있는 실험실
우리의 현장은 실험실이 아니다. 그래서 다양한 변수와 리스크를 실험할 수가 없다. 애초부터 모든 변수와 리스크를 다 파악할 수도 없고 그러자면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발생할 것이다. 그런데 경영 현장에서는 남보다 먼저 제품과 시장을 선점해야 하는 경쟁이 심각하고 경영자들은 어떤 제도의 결과를 빨리 확인하길 원한다는 점이 문제를 초래한다.
그런 면에서 어떤 사업이나 제도를 전격적으로 시행하기에 앞서, 제한된 그룹을 대상으로 소규모로 사전에 적용해보는 파일럿테스트는 우리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실험실이라 하겠다. 신제품을 전격적으로 출시하기에 앞서, 소집단에 먼저 소개하여 반응을 살펴보는 것, 새로운 제도를 회사 또는 조직 전체에 적용하기에 앞서 특정 부서나 그룹에 먼저 적용해보는 것이 그 예라고 하겠다. 특히 국가처럼 대규모로 적용해야 하는 제도가 있을 땐 시범적용의 기간이나 대상을 운영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이런 파일럿테스트는 어떤 상품이나 제도를 본격적으로 내놓기 전에 작은 규모로 운영해봄으로써 운영을 위한 역량을 준비할 기회를 주는 순기능이 있다. 처음 출시되는 제품을 판매하거나 새로운 제도를 적용할 때는 그 담당자들이 충분하게 준비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발생한다. 그러면 의도한 목적을 달성하기는커녕 더 많은 혼란을 만들어내거나, 회사 이미지를 손상할 우려가 생긴다. 그런 면에서 파일럿테스트를 거치며 내부 운영 역량을 강화하고 훈련시키는 효과를 꾀할 수 있다.
더 근본적으로는 파일럿테스트를 통해 새로운 사업과 제도의 시행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새로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사업이나 제도의 경우, 그것이 본격 시행되면 돌이킬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기대했던 수요가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고, 생각했던 것 이상의 비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래서 비교적 적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파일럿테스트를 함으로써, 예상했던 고객의 반응이 발생하고 실제 수요가 생기는지 확인한 후 본격적인 투자를 확정하는 경우가 많다.
현장의 기획 담당자들에게 파일럿테스트는 매우 유용한 해결책이 되기도 한다. 조직에서 무엇인가를 기획할 때 반대하는 그룹과 개인이 생각보다 많다. 담당자로서는 경영자나 상사의 지시를 받아 기획을 하는데, 반대편에 있는 개인들이 반대하는 입장인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그런 경우 기획을 지시한 사람은 빨리 진행할 것을 요구하고 반대편에서는 전혀 협조하지 않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이때 기획 담당자가 빠져나올 수 있는 길이 파일럿테스트다. 새로운 기획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소규모 실험을 통해 그들이 제기했던 우려가 실제로 발생하는지 검증하자는 의견에는 반대의 명분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Word,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라
기획서, 자신에게 먼저 질문하라
기획서는 사고를 고도화하는 과정이다
문서화하는 것은 당신 머릿속의 생생하고 흥분되는 생각 덩어리들을 언어라는 기호로 표준화하고 규격화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내가 선택하는 언어는 반대로, 나를 지배하는 힘을 갖기도 한다.
예를 들어, 내 생각의 한 덩어리에 ‘목표’라는 언어를 붙이면, 나는 지금 수준(As-Is)과 달성해야 할 수준(To-Be), 그리고 그 간극을 생각하게 된다. 간극을 해결하는 방법과 기한까지 동시에 생각하게 된다. 또 ‘리스크’라는 언어를 붙이면, 여태 장밋빛으로만 보였던 것들의 잿빛 면모도 보인다. 그러면 나는 일이 안 될 수만 가지의 가능성을 염려하게 되고, 지금껏 신나게 성공을 그렸던 모습과 180도 다른 태도를 보이게 된다.
전략, 자원, 역량, 이해관계자, 고객, 파트너 등 기획서 같은 문서에 쓰는 단어는 위와 같이 다양한 상황을 연상시키고, 상황별로 전혀 다른 입장을 취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사고의 고도화라고 한다. 종종 현장에서 긍정적 의미로 ‘고민이 많이 담긴 기획’이라고 평가할 때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안절부절못한 기획이라는 뜻이 아니라, 사고의 고도화 과정을 충분히 겪은 기획이라는 뜻이다.
이런 과정이 가장 눈에 띄게 발생하는 상황이 바로 문서화다. 기획자는 문서화에서 언어와 사투를 벌이는 중에 각각의 언어가 던지는 수백, 수천 가지 질문에 답하면 자기의 기획을 고도화해간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기획서를 작성할 때 첫 번째 독자는 기획자 자신이다. 기획자 자신이 찾아낸 답변에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고 납득하지 못한다면, 그 기획은 세상에 나올 수 없다.
기획의 문서화는 우선 기획자의 사고를 고도화하는 데 필요한 동시에 협업을 위해 필요하다. 우리가 하는 기획은 대부분 팀, 부서, 회사 차원에서 진행된다. 이때 기획이 문서화되면, 그것을 읽는 상대방은 음성을 들을 때보다 더 비판적이고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다. 그렇게 되어야 기획자가 보지 못한 리스크와 생각하지 못한 솔루션이 나올 수 있다. 그렇게 집단지성으로 보강되는 기획에서는 기획자 혼자 작성했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사고의 고도화가 발생한다. 또 기획 단계에서 참여하게 된 집단은 실행에서도 더 적극적이고 주도적이게 된다.
나 자신부터 설득하라
사업이나 프로젝트를 한번 시작하면 이후에는 방향을 바꿀 때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 그래서 실행하기 전 기획 단계에서 모든 상황을 시뮬레이션해야 한다. 기획을 시작할 때는 뜨거운 열정으로 생각을 벌려야 하지만, 검토할 때는 차가운 판단력으로 하나하나 따져봐야 한다.
기획서를 검토할 때는 흥분이 가라앉은 상태로, 제3자의 눈과 머리로 검토하듯이 최대한 객관적으로 임하는 것이 필요하다. 리스크를 집중적으로 다룬 3부에서 얘기한 세 가지 기준, 즉 ① 할 수 있는 일인가, ② 해도 되는 일인가, ③ 꼭 해야 할 일인가는 기획서를 검토하는 기준으로 유용할 것이다.
기획의 목적은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으로, 첫 번째 상대는 바로 나 자신이다. 기획서 작성은 나 자신을 설득하는 과정이다. 처음 떠올린 생각이 있다. 지금까지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나의 창조성과 기발함이 만들어낸 가슴 뛰는 개념이다. 그때 카피라이터가 하듯이 그 모습을 한 단어, 한 문장으로 표현해내면 완벽해 보인다. 그러나 기획서를 작성하다 보면 허술한 빈틈이 보이기 시작한다. 기획서를 검토할 때마다 새로운 빈틈을 발견하고, 그 빈틈이 불러올 위험을 가정하면 막막해진다. 그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처음 가졌던 자신감이 없어지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생긴다. 이 기획을 취소하고 싶다.
누구나 겪는 이와 같은 과정에서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기획자 스스로 지워버린 기획들이 셀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기획자의 진정한 힘은 여기서부터 나온다. 빈틈을 계속 발견하는 과정에서 그 리스크를 예상하고, 실제로 생기지 않도록 하는 방안, 생겨도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미리 구상한다. 기획자가 발견할 수 있는 모든 리스크에 대한 준비를 갖추면, 비로소 나 자신의 기획에 확신을 갖게 된다. 그때가 나의 기획을 세상에 공개할 시점이다. 누누이 말하지만, 남들을 설득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할 것은 나 자신을 설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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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