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 나카가와 료는 광고대행사에 입사하여 카피라이터의 일을 꿈꿨다. 그러나 입사한 뒤 7년 동안 원하던 일을 하지 못했다. 입사 직후에 받은 크리에이티브 평가에서 기준점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아무리 아이디어 관련 책을 읽어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인정받는 아이디어를 만들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그때부터 어떻게 하면 모두가 호응하는 기획을 할 수 있을지를 연구하고 시도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7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있었다.
저자는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아이디어’나 ‘기획’으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개인의 센스에만 의지해 헛된 노력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주제이든 반복해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아이디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공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준점 이하의 창의성을 가졌다고 평가받은 저자는 자신만의 아이디어 공식을 만든 이듬해 카피라이터의 등용문으로 불리는 TCC(도쿄 카피라이터스 클럽) 신인상을 받았고 아시아 최대급 국제 광고제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그는 이 책에서 창의성을 발휘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공식에 입력하고, 여러 아이디어를 구상해내 기획서를 완성하는지를 순서대로 설명한다. 또한, 자신이 세계적인 크리에이터들과 협업하면서 체득한 사고방식과 기술을 독자라면 누구나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도록 친절하게 정리하고 설명했다. 꼭 광고 업계뿐만 아니라 어떤 일을 하든지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획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활용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 구상 공식을 아주 쉽게 체계화했다. 이제 이 책을 읽은 사람은 소모적이면서도 어떤 결과도 나오지 않는 헛된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된다. 또 자신에게 창의성이라는 재능이 없는 것이 아니라, 다만 제대로 된 방법을 몰랐을 뿐이라는 사실 역시 깨달을 것이다.
■ 저자 나카가와 료
1988년 출생으로 유소년기를 이집트와 독일에서 보냈다. 게이오기주쿠대학 환경 정보학부를 졸업하고 2011년 덴쓰에 입사했지만, 희망하던 크리에이티브 부서에 배정되지 못했다. 이에 스스로 제작을 시작했다. 2017년에 ‘칸 광고제(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의 U30 프로그램 ‘영 라이온즈’에서 진행한 일본 내 예선전에서 총 150팀 이상의 참여자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며 일본 대표로 선발되었다. 2018년에는 TCC(도쿄 카피라이터스 클럽) 신인상을 받았다. 또한 회사 내 부서 이전 테스트에 합격하여 영업 부서에서 원하던 크리에이티브 부서로 이동했다. 같은 해 칸 광고제의 아시아 대회인 ‘영 스파이크스’ 본선에서 1위를 차지했다. 2019년에는 Google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싱가포르와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에서 근무했다. 귀국 후 유니클로, 코카콜라, 산토리 등의 광고를 제작했다. 2023년부터 액센추어 송(Accenture Song)의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Droga5에 소속되어 있다. 저서로는 《창피하지만, 일단 해봅니다》가 있다. ‘부끄러움 연구가’로도 활동 중이다.
■ 역자 한세희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일어일문학과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일본에서 단기 인턴십을 했고 데이터 번역과 만화 번역, 미디어 통역 등을 했다.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 출판기획 및 일본어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닌텐도 디자이너의 독립 프로젝트》, 《처음 읽는 음식의 세계사》, 《MIT 음악수업》, 《패키지 디자인의 법칙 150》, 《부자의 인문학》 등이 있다.
■ 차례
prologue
기획의 프로가 되는 지름길이 있다
1장 남다른 아이디어의 출발
아이디어는 찰나에 반짝이지 않는다
아이디어의 출발은 성실함이다
기획의 숨은 열쇠를 찾아라
아이디어와 기획은 다르다
조건에 맞는 기획으로 승부하라
발상의 회로를 만들면 기획이 세워진다
2장 아이디어의 스위치를 누르는 비결
아이디어가 안 풀릴 땐 문제를 떠올려라
아이디어의 싹을 틔우는 ‘연구의 4K’
모든 아이디어에는 장단점이 있다
방법을 연구하면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다
아이디어의 스위치를 눌러라
아이디어를 위해 두 개의 열쇠를 잡아라
3장 기획을 위한 발상은 다르다
다른 사람에게 재미를 선물하라
자신만의 발상의 회로를 가져라
발상의 회로가 성공으로 가는 문을 연다
자기만의 발상 회로에 불을 당겨라
4장 발상의 회로를 만들어라
재미를 주는 포인트를 찾아라
남들과 달라야 살아남는다
먼저 방향을 잡아야 돌진할 수 있다
회로가 막힌 아이디어를 뚫어준다
5장 발상 체질로 전환하는 공식
감각을 닦고 조이고 기름칠하라
새로운 것을 일부러 찾기
아이디어는 표현하지 않으면 망상으로 끝난다
나를 막는 ‘부끄러움’과 마주하기
‘하지만 외계인’, ‘뭐든지 좋아요 외계인’, ‘왜요 외계인’과 사귀는 방법
“무언가 합시다.”라는 말에 담긴 수동적인 자세
어려운 상황이야말로 ‘아이디어의 보물 창고’
한 가지 일에 매몰되지 말기
싫증은 창조의 입구
나의 호기심 포인트를 자극하기
‘행동을 기획화’하여 습관으로 만들기
‘태스크’가 아니라 ‘프로젝트’로 인식하기
6장 내 행동을 바꾸는 연구의 힘
소소한 연구가 미래를 바꾼다
연구는 쌓아 올리는 것이다
연구의 영역은 무한하다
처음부터 훌륭한 아이디어는 없다
아이디어의 평가를 남들에게 맡기지 마라
아이디어는 자신의 무형 자산이다
연구가 당신이 원하는 미래로 데려다준다
epilogue
무명의 도전자 여러분, 미래에서 만납시다
아이디어는 번뜩이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구글, 덴쓰 크리에이티브 책임자가 ‘발상의 회로를 구축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아이디어에 움직이도록 하는’ 창의성 수업을 전해드립니다.
발상의 회로
남다른 아이디어의 출발
아이디어의 출발은 성실함이다
아이디어는 찰나의 번뜩임이 아니라 성실한 연구에서 탄생한다. 그 연구의 출발점은 ‘어려운 상황’이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일본을 대표하는 제품도 처음에는 소소한 연구에서 시작됐다. 전동기 장착 모빌리티로 1억 대가 넘는 전 세계 최고의 생산 대수 기록을 세운 혼다의 ‘슈퍼 커브’를 보자. 이 제품의 발명은 혼다의 창업자인 혼다 소이치로(本田宗一郎)가 자전거 뒤에 무거운 짐을 싣고 힘들게 달리는 아내의 모습에서 창안한 아이디어다. 전쟁이 끝나고 쓸모없어져 많이 남아돌던 육군의 무선용 엔진을 보조 동력으로 자전거에 장착하면 편하게 탈 수 있겠다며 시작한 연구 끝에 탄생했다.
또한 전 세계 1억 대가 넘는 판매를 기록한 가정용 게임기 닌텐도 Wii도 있다. 다마키 신이치로(玉樹真一郎)의 저서 《콘셉트를 잡아라》를 보면 비디오 게임이 가정 내에서 골칫덩이로 취급받은 게 제품 개발의 출발점이었다. 그런데 골칫덩이가 된 이유는 가족 중 누구 한 명이 비디오 게임을 하면 거실 텔레비전을 독차지해 가족 간의 단절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 개발팀에 ‘함께 둘러앉아서 하는 게임’이라는 콘셉트를 만들도록 했다. 가족이 함께 모여 나베(냄비 요리)를 먹듯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게임이나 세계관을 만들고자 연구했고 이것이 Wii의 큰 성공을 이끈 비결이었다.
혼다의 커브나 닌텐도의 Wii는 일본을 넘어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제품이다. 이렇게 완벽하게 성공한 아이디어는 누구도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경지에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아이디어의 시작은 소소한 일상에서 출발했다. 하나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 문제를 어떻게 바꿀까 연구한 것이다. 이 아이디어가 ‘일상’에서 발견된 것이라니 조금은 용기가 생기지 않는가?
아이디어와 기획은 다르다
“도대체 아이디어와 기획은 뭐가 다르지?”
이런 의문을 가지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실제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와 ‘좋은 기획이 나오지 않는다’라는 말을 같은 의미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아이디어와 기획은 서로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많다. 그 차이는 ‘아이디어는 즉흥적인 생각이고 기획은 합의 형성’이라고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다.
먼저, 아이디어는 자유롭게 마음대로 생각해도 무관하다. 갑작스레 떠오른 어떤 하찮은 생각이라도 아이디어에 들어간다. 그 아이디어를 훌륭하다고 인정하는 사람이 자신뿐이라도 상관없고, 다른 사람이 아무리 재미없다고 말해도 괜찮다.
아이디어를 전구에 비유하면 그 형태가 어떻든 상관없다는 말이다. 그리고 불이 켜진 전구가 꼭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지 않아도 괜찮다.
아이디어는 이제까지 자신이 경험한 것에서 탄생한다.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이 쌓인 것이며 그 틀 안에서 탄생한다. 개인의 경험과 사고, 가치관에서 나온다는 말이다. 그러기에 자신만 재미있고 개인적 틀 안에 머물러 있어 더 발전하지 못한다는 맹점을 가진다. 따라서 다른 사람에게 ‘재미없다’라는 말을 듣는 것도 당연하다. 왜냐하면 개인적인 생각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엉뚱한 아이디어는 아쉽게도 주변 사람들을 이해시키지 못한다. 다른 사람도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려면, 반드시 ‘남들이 재미있어 하는 회로’를 주목해야 한다.
반면, 기획은 합의 형성이다. 기획에 돈을 내는 사람, 기획에 참여하는 사람 등 반드시 주변 사람과 함께 진행된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별 볼 일 없다고 하는 아이디어라도 기획이라면, 반드시 별 볼 일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아이도 괜찮다.
아이디어를 전구에 비유하면 그 형태가 어떻든 상관없다는 말이다. 그리고 불이 켜진 전구가 꼭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지 않아도 괜찮다.
발상의 회로를 만들면 기획이 세워진다
내 아이디어를 기획으로 만드는 데 무엇이 필요할까?
그것은 ‘발상의 회로’이다.
당신의 아이디어는 불이 켜진 후에야 비로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
아이디어는 자기 본위의 것이어도 괜찮다. 하지만 아이디어가 기획으로 바로 서려면 타인의 합의를 얻어야 한다. 이 구조적 어려움이 우리를 가장 괴롭히는 원인이다.
아이디어가 있어도 불이 들어오지 않는 이유는 불을 켜줄 회로가 깔려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이 내가 젊은 시절에 좌절한 부분이다. 재미있는 내 아이디어를 왜 알아주지 않는 것인지 화가 났다(지금 생각해 보니 참으로 건방졌다).
원래 아이디어는 자유로운 것이다. 아이디어 전구를 만드는 힘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다고 고민하는 사람이 아주 많다. 나 또한 아이디어는 무한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다.”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물론 시간이 무한하면 얼마든지 시간을 들여 아이디어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업무상 아이디어가 필요한 경우는 언제나 마감 기한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주어진 시간 안에 필요한 요건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기술이 필요하다. 아이디어와 기획의 차이를 깨달으면 어느 부분이 자신의 약점인지 명확해진다.
기획을 위한 발상은 다르다
다른 사람에게 재미를 선물하라
“왜 내 기획은 통과하지 못할까?”
기획을 맡아 노력했지만 좀처럼 기획안이 통과되지 않는다. 나는 재미있는데 주변 사람들은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이러한 답답한 기분을 느껴본 경험이 꽤 있지 않은가?
동료나 후배는 착실히 기획을 실현하고 있지만 내 기획안만 통과되지 않아 괴롭고 초조했던 경험.
‘나는 재능이 없는 걸까? 아니면 이 일이 나랑 맞지 않는 걸까?’
이런저런 생각에 내 자신에 대한 믿음이 사라져간다.
입사하고 7년이 되었을 무렵, 나는 그런 우울한 상태였다. 의욕만 있고 성과가 나오지 않아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럴수록 내 아이디어는 인정받지 못했다.
그때가 내가 광고 업무를 시작하고 직면한 가장 큰 벽이었다. 기획안은 많이 만들었지만, 클라이언트는 물론 사내에서조차 선택받지 못했다. 나는 ‘합의’를 얻지 못한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이유는 명확하다. 당시 나는 아이디어와 기획의 차이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내 기획이 인정받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다른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그 포인트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 ‘재미 포인트’만 알았을 뿐 다른 사람의 ‘재미 포인트’는 전혀 몰랐던 것이다.
문제의 원인을 알게 된 나는 남들이 재미있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철저히 분석하기 시작했다. 각종 광고 수상 작품을 엑셀로 정리하고 기획 패턴별로 나누어 라벨을 붙였다. 그때부터 내 기획은 조금씩 통과되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모든 사람에게 ‘통하는’ 회로가 내게도 깔린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나는 아이디어 전구에 불이 들어오는 기획에는 일정한 법칙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디어는 내 머리로 생각하고, 기획은 타인의 머리로 체크해야 한다.
아이디어는 자유로워도 상관없지만, 기획은 배려심이 필요하다. 타인의 사고 회로가 빠져있으면 내 아이디어 전구는 꺼진 상태이다. 아이디어 전구의 형태가 아무리 독창적이고 아름다워도 전구에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다. 전구에 불이 들어오게 하려면 회로가 필요하다.
전구가 켜지지 않은 기획에는 불이 들어오지 않는 원인이 있다. 좋은 기획을 만드는 작업의 99퍼센트는 회로를 만드는 작업이다. 좋은 회로만 있으면 스위치를 켜는 순간 아이디어 전구가 반짝반짝 빛을 낸다.
자신만의 발상의 회로를 가져라
지금부터 내가 ‘발상의 회로’를 만든 계기를 들려주려고 한다.
나는 크리에이티브 부서를 희망하고 덴쓰에 입사했지만 다른 부서에 배정받았다. 입사하고 7년이나 지나 정신을 차려보니 영업 부서에 있었다. 그런데도 크리에이티브 부서를 향한 열망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내가 기사회생할 방법은 ‘영칸(Young Lions Competitions)’밖에 없었다. 영칸은 세계 최대의 광고 대회로 통칭 칸 광고제에서 진행하는 30세 이하 아이디어 콘테스트다. 일본 내 예선에서 1위를 해야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본선에 일본 대표로 참여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 나온 주제로 24시간 이내에 기획을 만드는 아이디어 버전 천하제일 무도회 같은 이벤트 형식이다.
이 대회에 매년 끊임없이 많은 부문에 응모했지만 14번이나 떨어졌다. 가장 큰 문제는 예선에 기획을 제출할 때마다 ‘올해는 내가 될지도 몰라.’라며 매번 자신에 차 있었다는 점이다. 그때도 떨어지는 이유는 몰랐다.
나는 심사위원들의 ‘재미 포인트’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게 나이 제한인 서른 살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15번째 도전하던 해, 나는 ‘이대로는 또 탈락’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참 빨리도 알아차렸다).
분명히 내 아이디어가 재미없다는 사실을 안 것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재미있어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칸 광고제의 과거 수상 작품을 하나씩 엑셀에 정리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각 기획을 분석하고 추상화하고 패턴화했다. 기획할 때 활용할 수 있는 툴을 만든 것이다.
그 ‘툴(회로)’을 만들어 기획안을 낸 해, 150위보다 훨씬 아래 있던 내가 일본 내 예선에서 1위를 했다. 드디어 일본 대표가 된 것이다. 이듬해도 국내 예선을 통과하고 아시아에서 열리는 영스파이크스(Young Spikes) 광고 대회 본선에 일본 대표로 참여해 우승했다.
이제까지 1차 심사조차 통과한 적 없던 내가 말이다.
일본 대표가 된 이듬해 나는 그렇게 원하던 크리에이티브 부서로 이동했다. 입사 8년째, 드디어 ‘카피라이터’ 명함을 손에 넣은 것이다. 그러나 부서가 바뀌었다고 갑자기 카피를 잘 쓸 수 있게 되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회로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곧장 일본 최대 카피라이터 협회인 도쿄 카피라이터스 클럽(이하, TCC)이 매년 발표한 TCC 상을 받은 카피를 다시 엑셀로 정리했다.
리스트를 막무가내로 정리하는 건 자료를 나열한 것에 불과하다. 나는 카피라이터가 이 카피를 어떻게 클라이언트에게 프레젠테이션했을지 상상하며 스토리를 보충했다. 좋은 카피를 쓴 사람의 사고 회로를 나름대로 따라가려는 작업이었다.
그 해, 나는 카피라이터의 등용문인 TCC 신인상을 받았다. 크리에이티브 부서로 이동한 직후 바로 상을 받는 일은 드물었다. 7년이나 부서 이동도 못 했던 내가 갑자기 창의적인 성과를 낸 비결은 ‘발상의 회로’에 있었다.
발상의 회로를 만들어라
남들과 달라야 살아남는다
개성 넘치는 회로는 다른 사람과 경쟁에서 돋보인다. 광고 기획 업무는 기본적으로 고객 맞춤형이다. 예산과 오더가 있고 여기에 맞춰 기획을 세우는 형태인데 새로운 문제에 맞는 새로운 해결법을 찾는 것이다. 항상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문화나 분위기가 있다. 이전 것과 비슷한 게 아니라 새롭거나 창조적 변화를 시도하는 기획을 선호한다.
전문가라면 기획의 단계에서 처음부터 어느 정도 본인만의 회로를 만들어 둔다. 아이디어나 기획을 갑자기 짜야 할 때도 빠르게 좋은 품질로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전문가로서 아주 중요한 부분으로 그들이 기획에서 성사될 확률이 높은 것과 이어진다. 그들은 매번 기획을 세울 때마다 ‘배선’ 단계, 즉 처음부터 만든다면 필요 이상으로 시간이 든다는 것, 배선에서 얽히기도 한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러기에 자기만의 발상의 회로를 가지고 기획 속도도 높이고 내용도 훨씬 알차게 이끌어간다.
지금부터 당신만의 독창적인 발상의 회로를 만들어 보자.
1) 포맷 만들기
먼저 엑셀로 구체적인 포맷을 만들어 보자.
엑셀을 열고 가장 왼쪽 위에 있는 셀에 ‘타이틀’이라고 쓰자. 그리고 순서대로 ‘문제점’, ‘아이디어’, ‘발상의 회로’라고 차례로 적는다. 이렇게 하면 사전 준비 끝이다.
2) 상품・기획명 정리
‘타이틀’ 아래에 수상 리스트의 기획 명이나 상품명을 상위 순위, 또는 판매 순위로 위에서부터 차례로 정리하자. 10~15개 정도 정리가 되면 자신만의 회로를 5개 정도 만들 수 있다.
‘타이틀’ 아래에 수상 리스트의 기획 명이나 상품명을 상위 순위, 또는 판매 순위로 위에서부터 차례로 정리하자. 10~15개 정도 정리가 되면 자신만의 회로를 5개 정도 만들 수 있다.
3) ‘문제점’과 ‘아이디어’ 작성
각 타이틀에 대한 ‘문제점’과 이를 해결할 ‘아이디어’를 써보자. ‘문제점’은 그 상품・기획이 무엇을 해결하려고 만든 것인지, 왜 기획되었는지 아는 것으로 ‘WHY’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아이디어’는 문제점에 대한 상품・기획이 제공하는 가치이다. 이는 문제점을 아이디어의 힘으로 어떻게 밝게 빛나게 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HOW’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광고상은 수상 작품을 발표할 때 프레젠테이션 영상이나 보드를 활용해 WHY와 HOW를 해설하기도 한다. 심사위원의 코멘트나 상품 개발 비화가 담긴 기사나 인터뷰 등도 참고하자. 문제점이나 아이디어를 쓸 때 도움이 된다.
이런 자료가 없다면 자기 나름대로 문제점과 아이디어를 상상해 작성해 보자. 이 프로세스는 ‘정답’을 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스스로 문제점과 아이디어가 무엇인지 생각하고 다음 단계에서 활용할 패턴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은 작업 진행에 초점을 맞추자.
4) 패턴 추출
이제 ‘발상의 회로’의 예를 살펴보자. ‘문제점’과 ‘아이디어’를 비교해 “이것은 다시 말하면, ○○라는 거네요.”라며, ○○에 들어갈 말을 정의해서 ‘기획 패턴 명’을 붙인다. 이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기획에 어떤 반전을 주었나?”를 생각하는 것이다. 이것이 당신이 직접 만들고 활용할 ‘회로’가 된다.
회로를 만들 때 추상도와 구체성의 균형에 주의해야 한다. 회로가 너무 구체적이면 재현성이 떨어져 활용할 때 도움이 되지 않는다. 회로의 추상도는 회로를 만들 때 추상도와 구체성의 균형에 주의해야 한다. 회로가 너무 구체적이면 재현성이 떨어져 활용할 때 도움이 되지 않는다. 회로의 추상도는 스스로 정리한 다른 사례에 대입했을 때도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자신이 기획할 때도 쓸 수 있는 회로가 된다.
추상도를 결정할 때 주의할 포인트는 첫째,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다른 영역에서도 성립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내가 기억할 만한 것이어야 한다. 이 세 가지 포인트를 잘 정리하면 활용하기 쉬운 회로가 된다.
발상 체질로 전환하는 공식
아이디어는 표현하지 않으면 망상으로 끝난다
내 아이디어를 사랑해야 한다. 아이디어를 내는 게 어렵기 때문에 그만큼 소중히 여겨야 한다. 소중히 여긴다는 말은 다른 사람이 훔쳐 가지 않도록 머릿속에 숨기라는 의미가 아니다. 아이디어를 ‘내 것’으로 만들려면 아이디어를 세상에 내놓아야 한다. 밖으로 드러낸다는 의미는 당신의 아이디어가 이 세상에 존재한 것을 증명하는 일이다. 아이디어를 세상에 실현하지 않으면 망상으로 끝난다.
아이디어 그 자체에는 가치가 없다. 아이디어는 개인의 생각이지만 실행해야만 가치가 생긴다. “아이디어를 실현한다.”라는 말은 아이디어를 성공시키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연구의 4K’를 활용하여 생각나는 것을 전부 해보자. 대체로 시작은 어렵다. 그러나 안심하자. 잘되지 않아도 괜찮다. 왜냐하면 실패 그 자체가 다음 연구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내놓는 아이디어는 완성형이 아니어도 괜찮다. ‘생각’에서 출발하여 점점 다양한 형태로 바뀌어 간다. 처음에는 구체적이지 않지만, 실현하겠다는 마음을 먹으면 필연적으로 점점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다. 아이디어는 어디까지나 시작이다. 생각한 것을 ‘아이디어가 숙성될 때까지’라는 식으로 미루면 결국 머릿속에서 머물다 끝난다.
우리가 떠올린 생각은 이미 누군가도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서두르는 것이 좋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세상에 내놓는 사람이 그 아이디어의 소유권을 갖는다.
한 가지 일에 매몰되지 말기
나는 한 가지 일만 고집하지 않는다. 양질의 상품을 만들려면 하나에 집중해야 할 것 같지만 발상력을 키우는 방법은 정반대이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대부분의 일은 쉽게 풀리지 않기 때문이다.
한 가지에 시간을 전부 투자하고 심혈을 기울이면 실패했을 때 그만큼 정신적인 충격이 크다. 한 가지 일에 투자했다가 잘못되면 그에 비례해서 자책하는 마음도 커지는 것이다. 게다가 프로젝트 하나가 중지되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기간’이 발생하고 의욕을 다시 끌어올리려면 상당한 에너지가 들어간다.
이때 가장 좋은 방법은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적어도 세 개 정도 병행하는 것이다. 이 중 하나가 실패해도 아직 두 개의 프로젝트가 남아있으므로 의욕을 유지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다른 프로젝트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다른 하나는 많은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면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떠올라 두뇌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나 기획을 내야 하는 대상은 달라도 활용하는 뇌는 하나이다. 뇌 하나에 각각 상관없는 요소를 동시에 가질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제임스・W 영은 저서 《60분 만에 읽었지만 평생 당신 곁을 떠나지 않을 아이디어 생산법》에서 “기존의 요소를 새롭게 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 새로운 조합은 다양한 프로젝트를 동시에 했을 때 쉽게 탄생한다. 전혀 관련이 없는 정보나 문맥을 섞으면 그것이 ‘새로운 조합’이다. 실제로 관련이 없는 분야에서 생각한 아이디어가 다른 프로젝트의 토대가 되기도 한다.
발상력이 풍부한 상태로 유지하려면 한 가지만을 붙들고 있지 말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여분으로 진행해야 한다. 그것이 자신을 성장시켜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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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