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행해진 행복에 관한 가장 긴 연구는 하버드대에서 현재까지도 진행 중인 ‘성인 발달 연구’이다. 1938년 하버드 의대 성인 발달 연구소는 하버드대 2학년 재학생 268명과 보스턴 최빈곤층 10대 후반 456명을 두 그룹으로 분류하여 85년간 그들의 삶을 추적 조사했다. 이 연구는 온갖 역경 속에서도 굳건히 현재까지 진행 중인 연구로 85년 동안 84%의 참가자들이 연구에 지속적으로 참여했고, 이 중 60명은 90세를 넘겼으며, 이들의 자녀 1,305명도 이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이 책은 하버드 성인 발달 연구의 총 4번째 책임자인 로버트 월딩거와 마크 슐츠가 행복에 대한 세상에서 가장 긴 연구인 하버드대 성인 발달 연구를 집대성한 책으로, 85년간 축적된 풍부한 사례와 과학적 연구 성과를 통해 독자들에게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지 알려준다.
이 연구에서 밝혀진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만드는 결정적 요인은 재산도, 명예도, 학벌도 아니었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따로 있음을 방대한 사례와 과학적 통찰로 알려준다.
■ 저자
로버트 월딩거
저자 로버트 월딩거는 하버드 의과대학 정신과 교수,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하버드 성인 발달 연구 책임자 그리고 수명연구재단의 공동 설립자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학사 학위를 받았고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정신과 의사 겸 정신 분석가로 활동 중이며 하버드 정신과 레지던트들을 위한 심리치료 교육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다.
하버드 의대에 진학해 평소 관심 있던 정신 의학 분야를 연구하게 된 그는 1938년부터 현재까지 진행 중인 하버드 대학교의 최장기 연구 프로젝트 ‘하버드 성인 발달 연구(The Harvard Study of Adult Development)’의 4번째 총책임자로 2005년부터 행복에 대한 연구를 20년 가까이 이끌고 있다. 이 책은 85년간의 연구 성과를 집대성한 것으로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사는 비결을 방대한 사례와 과학적 연구 결과로 증명했다. 그가 2015년 11월에 강연한 TED 토크 ‘무엇이 좋은 삶을 만드는가(What makes a good life)’는 현재까지 4,500만 뷰를 기록하고 있다.
마크 슐츠
저자 마크 슐츠는 하버드 성인 발달 연구 부책임자이자 브린 모어 대학 심리학과 수 카르다스(Sue Kardas PhD 1971) 석좌 교수다. 데이터 사이언스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이전에 브린 모어에서 심리학과 및 임상 발달 심리학 박사 과정 책임자를 역임했다. 애머스트 대학에서 학사 학위를,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에서 임상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버드 의대에서 건강 및 임상 심리학 분야의 박사 후 과정 훈련을 받은 현직 심리 치료사다.
■ 역자 박선령
역자 박선령은 세종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MBC방송문화원 영상번역과정을 수료하였다.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타이탄의 도구들(리커버 에디션)’, ‘인생을 바꾸는 90초’, ‘일터의 현자 : 왜 세계 최고의 핫한 기업들은 시니어를 모셔오는가?’, ‘나는 이제 설득이 어렵지 않다’, ‘성실함의 배신 : 목적 없는 성실함이 당신을 망치고 있다’, ‘어떻게 인생 목표를 이룰까: 와튼스쿨의 베스트 인생 만들기 프로그램’, ‘북유럽 신화’ 등 다수가 있다.
■ 차례
추천의 글 - 불멸의 행복 연구
저자의 글
서문 - 진정 행복하고 좋은 삶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제1장 무엇이 좋은 인생을 만드는가?
제2장 관계가 행복과 풍요를 결정짓는 이유
제3장 인생이라는 지도 위에서 만나는 사람들
제4장 사회적 적합성, 좋은 관계 유지하기
제5장 현재에 집중하며 주위 사람에게 관심을 기울여라
제6장 관계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올라타는 법
제7장 당신과 가장 친밀한 사람들과 어떻게 지내는가?
제8장 가깝고도 멀게, 어쩌면 우리 삶 그 자체인 가족
제9장 직장에서 관계가 좋아지면 삶의 질이 올라간다
제10장 우정은 인생의 거친 파도에서 우리를 보호해준다
결론 - 행복하기에 너무 늦은 때란 없다
감사의 글
주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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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성인 발달 연구의 총 4번째 책임자인 로버트 월딩거와 마크 슐츠가 행복에 대한 세상에서 가장 긴 연구인 하버드대 성인 발달 연구를 집대성한 책으로, 85년간 축적된 풍부한 사례와 과학적 연구 성과를 통해 독자들에게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지 알려줍니다.
세상에서 가장 긴 행복 탐구 보고서
무엇이 좋은 인생을 만드는가?
좋은 관계야말로 행복의 핵심 요소다
사람들이 살면서 겪는 사건을 이해하고자 할 때 그들이 하는 선택과 따르는 길,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을 파악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가 인간의 삶에 대해 알고 있는 내용은 대부분 과거를 기억해보라고 요청해서 알아낸 것이다. 그리고 그 기억은 구멍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펼쳐지는 전체적인 삶을 계속 지켜볼 수 있다면 어떨까? 사람들을 10대부터 노년기까지 연구해서 그들의 건강과 행복에 정말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투자가 정말 효과적인지 확인할 수 있다면 어떨까?
하버드 연구는 85년 동안, 그리고 지금도 계속해서 사람들을 추적하면서 수천 개의 질문을 던지고 수백 가지를 측정해서 그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유지하도록 해주는 게 뭔지 알아냈다. 이렇게 오랫동안 사람들의 삶을 연구하다 보니 신체 건강과 정신 건강, 장수와 일관되게 공고한 관계를 맺고 있는 중요한 요소 하나가 눈에 띄었다. 그게 무엇이었을까? 많은 이들의 생각과 다르게 그건 직업적 성취나 운동, 건강한 식단이 아니었다. 물론 이런 것들도 매우 중요하지만 지속적으로 광범위한 중요성을 증명한 한 가지 요소는 바로 ‘좋은 관계’다.
실제로 좋은 관계는 정말 중요하다. 85년간 진행된 하버드 연구 전체를 인생에 대한 단 하나의 원칙으로 요약해보자. 다른 다양한 연구에서 나온 유사한 결과를 통해 뒷받침되는 하나의 인생 투자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좋은 관계는 우리를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준다. 끝.
과학은 자신의 건강과 행복을 가장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을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따뜻한 관계 발전을 택하라고 알려준다. 그런 관계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앞으로 차차 보여주겠지만 이건 한 번만 하고 끝나는 선택이 아니라 매초, 매주, 매년 수없이 반복되는 선택이다. 많은 연구를 통해 지속적인 기쁨과 풍요로운 삶에 기여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선택이다.
데이터 너머의 일상생활을 연구하다
인간관계가 건강과 행복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으로 증명하다
수백 명의 인생을 전체적으로 연구한 우리는 다들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을 확인했다. 우리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 말이다. 우리 인생은 경제, 사회, 심리, 건강과 관련된 다양한 요소들이 복잡미묘한 균형을 이루면서 끊임없이 변화한다. 어떤 단일 요인이 어떤 단일 결과를 야기한다고 단언할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사람들은 항상 우리를 놀라게 한다. 그래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실제로 존재한다.
수많은 사람과 연구를 통해서 얻은 같은 유형의 데이터를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보면 패턴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인간의 번영을 예측할 수 있는 변수가 명확해진다. 건강한 식단부터 운동, 소득 수준에 이르기까지 건강이나 행복과 관련된 많은 예측 변수 가운데서도 특히 좋은 관계가 가득한 삶은 그 힘과 일관성이 두드러진다.
정해진 것도, 너무 늦은 것도 없다
여기까지 읽은 독자 중 지금 자기 삶을 개선하기 위해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이 있는지 물어보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우리를 사교적인 성격이나 수줍은 성격으로 만드는 자질이 따로 있는 걸까? 우리는 사랑받거나 외로울 운명, 행복하거나 불행할 운명을 타고난 걸까? 어린 시절의 경험이 우리를 영원히 정의할까? 이런 다양한 질문들 대부분은 사실 ‘너무 늦은 건 아닐까?’라는 두려움으로 귀결된다.
너무 늦은 때란 없다. 유전자와 경험이 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식,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방식, 부정적인 감정에 반응하는 방식을 만드는 건 사실이다. 그리고 경제적 발전과 인간의 기본적인 존엄성을 위한 기회가 모든 사람에게 동등하게 제공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중 일부는 상당히 불리한 조건과 사회적 위치에서 태어난다. 하지만 우리가 세상에 존재하는 방식은 돌에 새겨져 있지 않다. 그보다는 모래에 적혀 있는 쪽에 가깝다. 어린 시절이 우리 운명을 결정짓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타고난 기질이나 태어나서 자란 동네가 운명을 정하는 것도 아니다.
이 연구는 그걸 분명하게 보여준다. 여러분 인생에서 벌어진 어떤 일도 여러분이 다른 사람과 연결되고 번창하고 행복해지는 걸 막지 못한다. 사람들은 종종 어른이 되면 인생과 생활방식이 고정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성인 발달에 관한 모든 연구를 살펴본 결과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아냈다. 우리는 살면서 얼마든지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고립감은 관계의 양이 아니라 질이 결정한다
조금 전에 특정한 문구를 하나 사용했다. 자기가 원하는 것보다 더 고립된 사람들에 대해 얘기한 것이다. 이런 표현을 쓴 건 다 이유가 있어서다. 외로움은 단순히 타인과의 물리적인 분리 때문에 생기는 게 아니다. 우리가 아는 사람 수가 유대감이나 외로움에 대한 경험을 결정하지 않는다. 생활방식이나 결혼 여부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도 외로울 수 있고, 결혼생활을 하면서도 외로울 수 있다. 사실 애정이 거의 없고 갈등만 심한 결혼생활은 이혼보다 건강에 더 나쁠 수 있다.
중요한 건 관계의 양이 아니라 질이다. 단순하게 말해서 따뜻한 관계 속에서 살아가야 심신을 보호할 수 있다. 보호라는 개념은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인생은 힘들고 때로는 완전히 공격적인 모드로 우리에게 덤벼들기도 한다. 따스함으로 연결된 관계는 삶과 노화의 가혹한 충격에서 우리를 보호한다.
하버드 연구에 참가한 이들을 80대까지 추적한 우리는 참가자들이 중년기에 이르렀을 때를 돌아보면서 누가 행복한지, 누가 건강한 팔순을 맞고 누가 그렇지 않을지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그들이 50세 때 우리가 알고 있던 사실을 모두 모아봤다. 그리고 그들이 앞으로 어떻게 늙어갈지 예측할 수 있는 지표는 중년기의 콜레스테롤 수치가 아니라 자신의 인간관계에 얼마나 만족하느냐라는 걸 알아냈다. 50세 때 자신의 관계에 가장 만족한 사람이 80세에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가장 건강했다.
관계가 행복과 풍요를 결정짓는 이유
사람마다 각기 다른 행복 설정점, 어떻게 채워지는가?
연구원이자 심리학자인 소냐 류보머스키(Sonja Lyubomirsky)는 설득력 있는 증거를 가지고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진짜 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에픽테토스가 자랑스럽게 여길 만한 분석을 통해 우리의 행복 수준이 변화할 수 있는 정도를 조사했다.
류보머스키는 서로 다른 가정에서 자란 쌍둥이의 행복부터 생활 사건과 웰빙의 연관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행복의 변이성을 찾고자 했다. 기존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유전자와 성격 특성에 많은 영향을 받는 ‘행복 설정점’, 즉 행복의 기준을 결정하는 수준이 있다고 한다.
어떤 기간에 아무리 불행하고 어떤 기간에 아무리 기분이 좋았든 상관없이, 우리는 그 설정점을 향해 끌려간다. 이건 수십 년 동안 심리학 문헌에서 논의되어온 강력한 발견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를 더 행복하거나 더 슬프게 만드는 일이 발생한 후에는 그런 상승이나 하락이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우리가 항상 느끼던 일반적인 행복 수준으로 돌아온다. 예를 들어 운 좋은 복권 당첨자들도 복권에 당첨된 지 1년이 지나면 행복의 측면에서 우리와 다를 게 없는 상태다.
행복 설정점이라는 말은 행복이 고정되어 있다는 뜻이 아니라 행복을 느끼는 각자의 기준이다. 류보머스키와 동료들은 연구 데이터를 이용해서 의도적인 활동이 행복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추정했다. 우리 행동과 우리가 하는 선택이 행복의 약 40퍼센트를 차지한다. 이건 행복과 관련해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는 얘기다.
이런 결과는 인간에 대한 가장 본질적이고 희망적인 진실 중 하나를 보여준다. 인간이 적응 가능한 생물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회복력이 있고 근면하며 창의적인 생물이라서 엄청난 고난 속에서도 살아남고 힘든 시간도 웃으면서 헤쳐나가고 결국 더 강해질 수 있다. 하지만 행복 설정점이라는 개념과 복권 당첨자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여기에는 또 다른 측면이 존재한다. 우리는 더 좋은 환경에 익숙해진다는 점 말이다.
정서적 행복은 무한대로 향상될 수 없다. 결국 적응해서 어느 시점에는 모든 걸 당연하게 여기게 된다. 이것이 돈에 대한 논의의 핵심이다. 억대 연봉을 받거나 새로운 직장을 구하거나 오래된 자동차를 새 차로 업그레이드하면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상황에 금세 익숙해진 뇌는 다음 도전, 다음 욕망을 추구하려 든다. 따라서 복권 당첨자라 해도 영원히 행복할 수는 없다.
이건 인간의 성격적 결함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생물학적 사실을 지적하는 것이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우리가 하는 모든 경험은 뇌의 동일한 심리학적, 신경학적 경기장에서 만난다. 여기서 과학은 스토아주의와 불교, 그리고 다른 여러 가지 영적 전통의 핵심 교리와 일치하는 결론을 내린다. 우리가 살면서 느끼는 감정 중 일부만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 때문에 생긴다. 대개는 자기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 때문에 감정이 생긴다는 것이다.
관계는 좋은 인생을 추동하는 엔진이다
고등학교 교사인 레오 드마르코에게는 자녀가 네 명 있었다. 그중 세 명은 현재까지 연구에 계속 참여하고 있다. 2016년에 그의 딸 캐서린이 우리 사무실을 방문해서 신체 건강과 정서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한 인터뷰를 하고 여러 가지 평가를 받았다.
일반적으로 반나절 정도 걸리는 이런 방문 인터뷰 때 우리는 참가자들에게 살면서 힘들거나 우울했던 순간에 대한 기억을 얘기해 달라고 요청한다. 그리고 이런 경험을 인간적인 관점과 과학적인 관점에서 두루 조명한다. 그렇게 우울한 순간이 인간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어려움에 대처하는 방법도 알려주기 때문이다. 캐서린에게 힘들었던 순간을 공유해 달라고 하자 그녀는 다음과 같은 경험을 썼다.
“남편과 내가 처음으로 아기를 낳으려고 시도했을 때, 나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네 번의 유산을 겪었다. 살면서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고 느낀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성공에서 배우는 것보다 실패에서 배우는 게 더 많다는 말이 있다. 이때를 돌이켜보면 정말 그 말이 맞다. 그 일은 나와 남편을 시험했다. 그리고 가족을 꾸리고자 하는 열망 때문에 우리 삶이 모조리 소모되지 않게 하려면 부부가 같은 입장이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 시기는 나와 남편에게 많은 슬픔을 안겨주었지만, 한편으로는 힘겨운 상황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한 팀이 되는 법을 배운 시기이기도 하다. 우리는 아기를 낳으려고 애쓰는 과정이 우리 삶을 장악하지 않는 방향을 의식적으로 택했다. 우리 부부는 서로를 파트너로 선택했고 아이가 있든 없든 서로를 돌봐야 했다.”
관계는 단순히 다른 것들을 위한 디딤돌로서 필요한 게 아니고, 건강과 행복으로 이어지는 기능적인 길도 아니다. 관계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야 한다. 캐서린은 아이를 간절히 원했지만 그들 부부가 부모가 되고자 하는 목표를 이루든 못 이루든 간에 결혼생활을 지키는 게 필수이며 그 자체로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과학자들이 관계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정량화하려고 노력하는 동안에도 관계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덕분에 관계는 반복되는 물질적 삶에 대한 생생한 해독제 구실을 한다. 타인은 항상 파악하기 어렵고 신비로운 존재다. 하지만 그렇기에 관계는 당장 얼마나 유용하냐를 떠나 흥미롭고 세심한 관심을 기울일 가치가 있다. 철학자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사랑은 본질적으로 세속적이지 않다.”라고 썼다.
관계는 우리 일상 경험의 중심이기 때문에 인생이라는 퍼즐에서 강력하고 실용적인 부분을 구성한다. 현대인들은 그 실용적인 가치를 과소평가하고 있다. 관계는 우리 삶의 토대이며 우리가 하는 모든 일과 우리의 모든 것에 내재되어 있다. 언뜻 보기에 관계와 무관해 보이는 소득이나 성취 같은 것도 실제로는 관계와 분리하기 어려울 수 있다. 주변에 감사할 사람이 없다면 성취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소득을 공유할 사람이 없다면, 거기에 의미를 부여해줄 사회적 환경이 없다면 돈을 번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삶, 특히 일상적인 생활 습관을 바꾸는 건 어렵다. 다들 자기 삶을 개선하겠다는 의욕을 안고 시작하지만, 낡은 정신적 습관과 우리가 사는 문화권의 타성에 압도당해버린다. 복잡한 삶의 현실에 직면하면 “노력은 해봤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네. 그냥 흐름에 맡겨야겠어.”라고 말하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우리는 임상 실습을 할 때 이런 모습을 자주 본다. 한 사람이 살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한 방향으로만 움직였는데 그 길에서 별로 만족감을 느끼지 못했다. 그럴 경우, 그는 다른 생산적인 길이 존재한다는 가능성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캐서린의 상황은 쉽게 악화될 수 있었다. 그녀는 아기를 무사히 출산하는 일, 즉 자기가 통제할 수 없는 것과 남편과의 관계를 굳건히 하는 방법, 즉 통제할 수 있는 것이 뭔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이런 시련을 겪는 동안에도 친밀하고 너그러운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다행히 캐서린은 다시 임신해서 아들을 낳았고, 그 아들을 ‘기적의 아기’라고 불렀다. 하지만 그런 최종 결과가 나오기 전에도 캐서린은 중요한 전투에서 승리했다. 그녀는 힘든 도전에 정면으로 맞섰고, 그것에 대응하는 방법을 잘 선택했으며, 자신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주고 시련을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되는 관계를 육성하는 쪽으로 관심을 돌렸다.
가깝고도 멀게, 어쩌면 우리 삶 그 자체인 가족
가족은 우리의 삶에 가장 많이 관여하며 우리 삶의 일부다
가족은 어느 순간에든 인간의 모든 생애주기를 반영할 수 있다. 유아와 청소년 그리고 삶의 모든 단계에 있는 성인이 서로 관계를 맺는다. 삶의 주기가 계속 바뀜에 따라 모든 가족 구성원은 새로운 자리에서 새로운 역할을 한다. 이렇게 변화하는 역할 때문에 항상 약간의 적응이 필요하다.
시간이 흐르고 모든 사람의 삶의 단계가 바뀌면 관계도 달라져야 한다. 가족이 그런 불가피한 변화에 어떻게 적응하느냐가 가족 관계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다. 항상 지켜보는 부모를 둔 어린 아이, 처음 느끼는 낭만적인 사랑에 가슴이 부푼 젊은이, 이제 막 은퇴해서 손주를 돌보는 노인의 위치에서 영원히 살아갈 수는 없다. 우리가 인생에서 각별히 애정하는 위치에 얼마나 단단히 매달려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결국 그 자리는 흔들리고 무너진다. 그러니 계속 움직이면서 새로운 역할과 도전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이 일은 함께하면 더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방법을 써야 할까?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해도 좋은 인생을 살 수 있다
강력하고 긍정적인 경험이 이전의 부정적인 경험을 중화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고압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사람이 나중에 그와 완전히 다른 태도를 취하는 아버지를 둔 친구와 친해질 수 있다. 그 친구의 아버지는 우리가 예상하는 최악의 아버지상과 다르기 때문에 우리 관점이 미묘하게 달라지는 데 영향을 미친다. 이제 우리는 다른 가능성을 더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본인이 깨닫든 깨닫지 못하든 우리는 항상 이런 경험을 하고 있다. 어떤 면에서 볼 때 인생은 경험을 수정할 수 있는 기나긴 기회다. 예를 들어 자신에게 맞는 파트너를 찾으면 어릴 때 생긴 부정적 가정과 예상을 바로잡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또 심리 치료도 도움이 되는데, 이는 그 과정에서 배려심 있고 태도가 한결같은 성인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경험 수정은 단순히 운의 문제가 아니다. 세상에 대한 시각을 바꿀 수 있는 기회는 항상 찾아오지만 우리는 대부분의 기회를 그냥 지나쳐버린다. 자신의 예상과 개인적인 의견에 너무 빠져 있기 때문에 이런 기회의 미묘한 현실이 우리에게 침투하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일어나는 일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해서 경험 수정의 이점을 더 많이 얻어야 한다. 그럴 수 있는 간단한 일이 몇 가지 있다. 물론 쉽지는 않다.
첫째, 힘겨운 감정을 무시하려 들지 않고 오히려 거기에 동조할 수 있다. 힘든 감정을 받아들이려면 자신의 감정적 반응을 밀어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유용한 정보라고 생각해야 한다.
둘째, 우리는 기대했던 것보다 더 긍정적인 경험을 하면 그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다. 몇 달 동안 걱정하던 가족 모임이 한창일 때 잠깐 자신을 돌아보자. 그러면 그간의 온갖 불화에도 불구하고 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깨달을지도 모른다.
셋째, 앞서 파트너와 함께 해보라고 제안했던 방법처럼 다른 사람들이 친절하게 행동할 때 그 모습을 ‘포착’할 수 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잘못된 행동을 알아차리는 데는 매우 능숙하지만 그들이 예의 바르게 행동할 때는 잘 눈치채지 못한다. 도로에서도 좋은 운전자는 존재가 희미해지지만 나쁜 운전자는 금세 눈에 띈다. 우리는 나쁜 운전을 예상하는 법을 배워서 그런 일이 일어날 때 대비한다. 인생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가끔은 좋은 운전자, 좋은 사람에 주목하려고 노력하자.
마지막이자 가장 확실한 방법은, 사람들이 우리 예상과 다르게 행동할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놀랄 준비가 되어 있을수록 그들이 예상 밖의 행동을 할 때 알아차릴 가능성이 커진다. 이렇게 시각을 바꿔 주목하는 건 가족 내에서 특히 중요하다.
빛나는 가족의 유산은 미래 세대를 밝혀준다
이 글의 앞부분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가족 구성원에게 일어날 수 있는 뜻밖의 일들에 마음을 열어두는 게 좋다는 조언을 했다. 하지만 그냥 기다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가족 간의 유대를 강화하기 위해 능동적으로 나설 수도 있다. 물론 한 가정에 효과가 있는 방법이 다른 가정에는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직계 가족과 대가족이 강한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몇 가지 일반적인 원칙이 있다. 다음과 같은 사항을 고려해보자.
첫째, 자신부터 시작하자. 여러분은 자신의 가족들에게 어떤 자동 반응을 보이는가?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판단을 내리고 다른 일이 일어날 기회를 지레 포기하는가?
우리가 할 수 있는 간단한 일 하나는 다른 누군가가 달라지기를 바랄 때 그걸 알아차리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이 사람을 판단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두면 어떻게 될까? 이 순간이 어떻게 달라질까?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현재의 위치’를 인정하면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둘째, 루틴이 중요하다. 루틴에서 벗어나는 것은 침체에 빠진 가족에게도 좋을 수 있다. 하지만 사실 가족 관계는 정기적인 접촉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이는 한 지붕 아래서 함께 사는 가족도 그렇지만 특히 떨어져 사는 가족에게 중요하다.
정기적인 모임, 저녁 식사, 전화, 문자 메시지 등이 모두 가족을 하나로 묶는 데 도움이 된다. 삶이 변하고 복잡해짐에 따라 새로운 의식을 만드는 것에 시들해질 수도 있는데, 이런 가족 관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전에는 세례, 라마단, 성인식 같은 종교 행사를 통해 정기적인 접촉이 이루어지곤 했다. 물론 이런 행사는 지금도 진행되지만 일부 가족은 종교 행사를 대체할 것을 찾으려 애쓴다.
마지막으로, 모든 가족 구성원은 오직 그들만이 제공할 수 있지만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고유한 보물을 지니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예를 들어 평생 동안 경험을 축적해온 조부모를 생각해보자. 그들의 세대 정체성, 과거에 가족들이 힘든 난관을 극복한 방법, 가족의 역사에 대한 풍부한 지식은 우리가 다른 수단으로는 얻을 수 없는 교훈을 준다. 그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로운 관점이 되기도 한다.
가족 이야기는 유대감을 형성하고 관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 나이 든 가족에게 너무 늦기 전에 묻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자녀들과 무엇을 공유하고 싶은가? 나이 든 친척들에게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해달라고 하는 건 사람들을 꾸준히 연결시키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짧은 동영상, 필름, 사진은 특히 사람들이 세상을 떠난 뒤에 매우 중요할 수 있다. 가족의 역사와 관계를 보존하는 새로운 방법이 계속 생겨나고 있으니 이를 활용하자. 분명 유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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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