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마음을 위한 심리학
 
지은이 : 야오야오
출판사 : 미디어숲
출판일 : 2023년 03월




  • 오해와 편견 속에 갇힌 욕망과 심리적 장애, 그 내밀한 심리를 파헤칩니다. 다양한 인간 군상을 이해하기 위해 인간 심리의 비밀을 알아보세요.


    특별한 마음을 위한 심리학


    외딴 별에서 온 외계인_ 자폐 스펙트럼

    독불장군 같은 외딴 별 사람들_ 사회단절

    준수한 외모에 낯선 남자아이가 사람들의 눈길을 피한 채 까치발을 하고 옆으로 지나간다. 아이는 장난감이 아닌 더럽고 괴상하게 생긴 밧줄을 자기 손에 둘둘 감고 있다가 이따금 그 밧줄을 비비 꼬아댄다. 혹시라도 당신이 아이에게 관심을 보이거나 머리라도 쓰다듬으려고 하면 그 아이는 얼른 피한다. 그러면서 주위의 모든 것에 무관심한 듯 창밖만 멍하니 쳐다본다. 그는 마치 외톨이처럼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것 같다.


    그가 바로 ‘외딴 별’에서 온 사람이다. 지구별 사람들이 한데 모여 서로 교류하고 정을 나누는 사이, 외딴 별에서 온 사람은 늘 한쪽 구석에 가만히 서서 주위의 모든 것을 가볍게 무시해 버린다. 이런 행동은 이미 어렸을 때부터 시작된다.


    이해 불가, 외딴 별에서 온 아이

    외딴 별에서 온 아이는 지구별 아이와 달리 주위 사람들에게 미소를 짓거나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는 법이 없고, 적극적으로 누군가와 놀려고 하지 않는다. 심지어 두려움을 느끼는 순간에도 그들은 부모에게 기대지 않는다. 대부분의 아이는 자신을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는 사람과 눈 맞추길 좋아하지만, 외딴 별에서 온 아이는 좀처럼 상대방과 눈을 마주치려고 하지 않는다. 또 그중 일부는 아예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을 싫어하고 혼자 놀기를 원한다.


    이들이 보여주는 특징은 바로 ‘사회적 단절’이다. 이 특징으로 인해 이들은 외부에서 받아들이는 온갖 정보들을 아예 차단시킨다. 이때 차단되는 대상은 오직 사람이며, 사물에 보이는 관심과 체험은 지구별 아이와 거의 차이가 없다. 어떤 경우는 오히려 외딴 별 아이들이 주어진 사물에 더 큰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만약 지구별 사람과 외딴별 사람들에게 똑같은 영화를 보여주면, 지구별 사람들은 주로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것들에 시선이 머문다. 대부분 말하는 사람의 눈 주위에 머물고 있으며, 배경 인물에게도 관심을 가진다. 반면에 외딴 별 사람들은 주로 비사회적인 것들, 예를 들어 여주인공의 입이나 상대방 남성의 재킷에만 시선이 머문다. 이것은 외딴 별 사람들이 사회적인 부분에 전혀 관심이 없으며, 타인과의 사교적 관계를 맺거나 발전시킬 능력이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로 인해 그들은 인간관계에서 지켜야 할 지극히 일상적인 관습이나 매너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세상 물정을 전혀 모르고 복잡한 인간관계도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물건을 사는 것처럼 간단한 사회적 활동도 무척 힘겨운 일이 된다.


    사회적인 접촉을 모조리 피하고 세상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는 외딴 별 사람들과는 달리, 일부 외딴 별 사람들은 어느 정도 사교 활동에 참여하기도 하는데, 이들을 ‘고기능 외딴 별 사람들(아스퍼거 증후군)’이라고 부르겠다. 그러나 고기능 외딴 별 사람도 사교 활동 중에 성숙하지 못한 행동을 보이며 우정이라는 개념을 이해하는 데 무리가 있다. 예를 들어 고기능 외딴 별 아이는 자기보다 훨씬 나이 많은 사람과 어울려 놀기를 좋아하는데, 이것은 분명 평범하지 않은 교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사교 활동에 문제가 있는 고기능 외딴 별 사람들은 우정의 기준을 확실하게 이해하지 못해서 다음 질문에 쉽게 답하지 못한다.


    “네 친구는 누구니?”

    “그가 왜 네 친구라고 생각해?”

    “평소에 넌 어떻게 친구를 사귀니?”

    “좋은 친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들은 자신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면 낯선 사람이라도 쉽게 친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시에 친구란 절대로 고장 나지 않는 기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만약 급한 사정이 생겨서 함께 놀아주지 못하면 금세 등을 돌려 그들은 진정한 친구가 아니라고 여긴다.


    뒤처지거나 혹은 뛰어넘는 사람들_ 정신지체

    대체로 우리는 지능지수가 70 이하이면 정신지체라고 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외딴 별 사람의 75~90%가량이 지능지수가 70점보다 낮다는 것이다. 그러나 똑같은 정신지체라 해도 외딴 별 사람과 일반적인 정신지체 장애인은 차이가 있다. 아이큐는 통상적으로 공간지각능력, 수리력, 언어능력과 기억력 등을 포함하여 테스트하는데, 일반적인 정신지체 장애인은 모든 부분에서 정상보다 크게 뒤처지지만, 외딴 별 사람은 언어능력에 비해 공간지각능력은 훨씬 높게 나온다.


    절반이 넘는 외딴 별 사람들은 말을 거의 하지 않는다. 말을 한다고 해도 옹알이나 혼잣말처럼 중얼거리기도 하고 날카로운 비명소리를 내기도 한다. 어떤 때는 특별한 이유도 없이 노래나 드라마의 일부분, 또는 예전에 보았거나 들었던 장면의 대화를 반복적으로 말하기도 한다. 심지어 어떤 외딴 별 사람은 순전히 기억에 의지해서 드라마 전체를 똑같이 재현하는데, 목소리뿐만 아니라 손동작, 박수 소리까지 총동원한다. 또 인칭을 사용하는 방법이 특이해서 종종 2인칭(당신) 혹은 3인칭(그, 그녀)으로 자신을 지칭하며 지나치게 ‘격식’을 갖춰 말하기도 한다.


    또한 외딴 별 사람들은 마치 아무 감정이 없는 로봇처럼 억양의 변화 없이 말을 한다. 사실 누구나 알다시피 똑같은 말을 하더라도 억양에 따라 의미가 다르다. 그러나 외딴 별 사람들은 억양에 변화를 주어 의미를 구분해서 표현하지 못하며, 남의 말을 들을 때도 그 의미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한다.


    규칙적인 시간에, 규칙적인 순서대로, 규칙적인 일하기

    영화 ‘레인 맨’에서 주인공인 레이먼드는 월요일 아침마다 똑같은 피자를 먹고, 정해진 시간에 ‘시민법정’이라는 프로그램을 본다. 이와 마찬가지로 외딴 별 사람 중에는 반드시 정해진 선반 위에 자신의 장난감을 두어야 하며, 아침밥도 항상 루틴을 만들어 법률처럼 고집한다. 예를 들면 ‘계란 - 주스 - 토스트’의 순서를 반드시 지키려 하는 것이다.


    이렇듯 규칙적인 시간에 규칙적인 순서대로 규칙적인 일을 하는 것은 외딴 별 사람의 전형적인 ‘의식행위’다. 그들이 규칙을 정해놓고 그 원칙을 질리지 않고 꾸준하게 하는 이유는 이들이 새로운 것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약 하려던 일이 순서대로 진행되지 않거나 어느 단계가 누락되면, 그들은 세상에 종말이라도 온 것처럼 불안해하며 화를 낸다.


    이 밖에도 그들은 ‘익숙한 행동을 반복하려는 심리’를 가지고 있어서 제자리 돌기, 까치발로 뛰기, 손뼉치기, 흔들기 등과 같은 동작을 끊임없이 반복하기도 한다. 어떤 외딴 별 아이들은 ‘자해’가 될 정도로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어딘가에 머리를 부딪치거나 손을 무는 행동은 흔히 볼 수 있으며, 피가 날 때까지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기도 한다.


    우리 모두는 타인에게 늘 ‘외계인’이다

    자폐 스팩트럼 장애와 아스퍼거 증후군은 다음과 같이 구별된다. ‘자폐 스팩트럼’은 사회적 단절, 정신지체, 언어결함과 정해진 대로 행동하는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는 반면에, ‘아스퍼거 증후군’은 사회적으로 단절되고 정해진 대로 행동하지만 정신지체나 언어장애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자폐 스팩트럼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심리적 발병 원인을 살펴보면, 처음에는 자폐가 부모의 양육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완벽주의자이자 냉정한 부모들 밑에서 자란 아이가 자폐를 앓기 쉽다고 생각했다. 이 때문에 그런 부모를 지칭하는 ‘냉장고 엄마’라는 단어로 따로 생겨났다. 하지만 자폐 아동의 부모가 일반적인 아이의 부모와 별다른 차이점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앞서 자폐 스팩트럼 환자는 1인칭 대명사(나)를 대신하여 3인칭 대명사(그, 그녀)를 사용한다고 언급한 사실을 기억할 것이다. 만약 자폐 스팩트럼을 가진 아이에게 “넌 뭐 먹고 싶니?”라고 물어보면 “그는 아무거나 마시고 싶어요”라고 대답한다. 이런 행동들 때문에 일부 사람들은 자폐 증상이 어쩌면 ‘자아의식’의 결함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의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만약 자아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한다면 어떠한 상황에서든 ‘나’도 존재하지 않겠지만, 마찬가지로 ‘그들’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한 가지 원인으로 생겨나는 심리적 질병은 없으며, 자폐 스팩트럼도 예외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것은 분명 유전자와 신경계통의 결함, 염색체 변이 및 분만 시의 합병증 등 다양한 원인과 관련이 있다.


    내가 자폐 스팩트럼 환자를 ‘외딴 별 사람’이라고 일컫는 이유는 그들이 많은 부분에서 지구별 사람과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기만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지구별 사람들도, 자폐증 환자의 눈에는 별난 ‘외계인’이 아닐까? 그들의 기준으로 보면 우리의 말과 행동이 완전히 다르니까 말이다. 어느 정도 의식 있는 성인 자폐 스팩트럼 환자의 부모들은 늘 자폐에 대해 분노를 드러낸다.


    “왜 대자연은, 그리고 하느님은 자폐나 조울증, 조현병과 같은 끔찍한 고통을 만들어냈을까?”


    그러나 이런 상황을 일으키는 원인이 완전히 제거된다면, 사람들은 어쩌면 나름의 큰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그들에게는 우리에게 없는 것, 즉 천재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뛰어난 창의력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과학으로 그런 특별한 유전자를 사라지게 만든다면, 이 세상은 아마도 ‘지극히 평범한 지구별 사람들’이 장악해 늘 예측 가능하고, 지루하고도 뻔하며 남들을 다 이해한다고 뻐기는 세상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존재하는 것은 모두 무시되어서는 안 되고, 다르다는 것도 마땅히 이해되어야 한다. 결함, 불편함, 질병이 가진 무게는 삶이 쉽게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 덕분에 인류는 새로운 발전과 진화를 겪고, 전혀 다른 세상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영원히 예측 불가능한 창조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비틀어진 끔찍한 욕망_ 반사회적 인격장애

    마음을 갉아먹는 암 덩어리

    우울증과 강박증을 마음이 ‘감기’라고 한다면, 인격 장애는 마음의 ‘암’이다. 신체의 암과 마찬가지로 ‘인격 장애’라는 마음의 암도 길고 긴 잠복기와 변화기가 있으며, 절대로 하루 이틀 사이에 갑자기 발병하지 않는다. 게다가 이런 마음의 암은 한 번 발병하면 신체의 암처럼 치료가 어려워 사람을 절망하게 만든다.


    반사회적 인격 장애자들은 이미 어렸을 때부터 잔인하게 동물을 학대하거나 공공기물을 파손하고 거짓말을 하거나 규칙을 위반하는 등 여러 가지 문제 행동을 보이곤 한다. 그런데 이런 행동들은 대개 주변 사람들에 의해 발견되고, 경찰이나 후견인의 주의를 받으면서 제때 고쳐진다. 그런데 만약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이러한 아동기의 문제 행동은 일정한 패턴을 형성하게 되고, 성년이 된 후에 반사회적 인격 장애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새끼 곰’의 체력과 인지능력이 발전하고 성적으로도 성숙하게 되면 상황은 종종 악화되는데, 거짓말, 싸움, 절도 등의 비교적 작은 문제들이 침입 절도, 고의적 파괴, 강간 등 심각한 문제로 변화되어 발전한다. 어떤 아이는 극도로 위험하고 잔인한 성격이 순식간에 습관처럼 굳어진다. 그래서 간혹 14살도 안 된 아이가 친구를 잔인하게 살해하고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는 뉴스 기사를 접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반사회적 인격 장애의 전형적인 행동 몇 가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반사회적 인격 장애자는 법을 무시한다. 그래서 타인에게 폐를 끼치거나 싸우며 공공기물을 파손하고 절도 등의 위법행위를 일삼는다. 그들이 타인과 상호작용을 하는 태도는 한마디로 ‘냉혈적’이라고 할 수 있다. 반사회적 인격 장애자들은 보상(예를 들어 돈, 권력, 사회적 자원)을 받거나 즐거움을 얻기 위해 타인을 조종하고 기만한다.


    *충동적이다

    이 또한 반사회적 인격의 보편적인 특징이다. 이들은 대부분 무계획적이고 결과도 고려하지 않는다. 가령 어떤 반사회적 인격 장애자는 주유소에 들렀다가 종업원을 상대로 우발적인 강도 행각을 벌였는데, 어떻게 도망치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들은 일상생활에서도 무엇이든 깊이 고려하지 않고 결정하며 결과를 따지지 않는다.


    *사회에 무관심하다

    그들은 자신의 행위를 조금도 후회하지 않고, 피해자가 그런 벌을 받아 마땅하다며 항상 자신의 죄를 남에게 떠넘긴다. 한마디로 모든 책임은 피해자에게 있으며, ‘자신이 뿌린 씨앗을 자기가 거둔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복수심과 공격성이 강해서 일반적인 사람에 비해 살인이나 우발사고 등을 폭력적인 방법으로 쉽게 저지른다.


    일찍이 청소년 시절부터 버림을 받은 J는 외로움이 너무나 두려웠다. 그래서 성년이 된 후에 더 많은 (시신) 동반자가 필요했다.


    어린 시절을 불우하게 보낸 L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싶어서, 피해자의 시신 일부를 포장해서 캐나다 수도 오타와의 양대 정당 당사로 보냈다.


    ‘몬스터’나 ‘향수’ 같은 영화의 주인공이나 실제 존재했던 ‘그린강의 킬러’에게서 모두 이런 ‘비정한 악마’의 그림자를 찾을 수 있다. 단지 범죄만 놓고 보면 그들의 죄는 너무 커서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다. 그러나 어떤 측면에서 보면 폭력을 휘두르는 그들 자신이 오히려 운명의 희생자일 수 있다. 한마디로 말해 이 세상에는 이유 없는 사람도 없고, 이유 없는 원한도 없다.



    죽지 못해 사는 인생_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세 가지 증상

    아직도 그때의 연기와 먼지 냄새를 또렷이 기억한다. 어떤 날은 눈물로 베개를 적시기도 한다.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천장을 보고 있으면 마치 무너진 세계무역센터의 쌍둥이 건물을 보고 있는 것 같다. 출근을 해도 마음이 딴 데 가 있는 듯 업무에 집중할 수가 없고, 무슨 말을 들어도 들리지 않는다. 또 항상 공중에 붕 떠 있는 듯이 주위 모든 것을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다. 도시에서 항상 들을 수 있는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에도 소스라치게 놀라곤 한다.


    이것은 2001년 9월 11일 발생한 미국 세계무역센터 테러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의 생생한 진술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사람이 온갖 끔찍한 테러, 강간, 지진, 교통사고, 화재, 전쟁 등으로 심각한 외상을 입는다. 그런 외상 때문에 생기는 심리적 장애가 바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세 가지 증상은 다음과 같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는 환자는 자신이 직접 겪은 비극적 사건과 관련된 매개체를 이용할 필요도 없이 어느 때건 당시의 감정을 그대로 느낀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 끔찍한 기억과 악몽 같은 장면이 그들의 머릿속에 갑자기 난입하거나 현실과 악몽 속에서 끊임없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을 ‘플래시백(갑자기 너무 생생히 떠오르는 회상)’이라고 하는데, 그들은 이 때문에 잠시도 숨을 곳이 없다고 느낀다.


    이처럼 ‘상처받은 사건을 또다시 겪는 것’이 바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첫 번째 증상이다.


    아주 작은 먼지가 피부 위에 떨어지면, 우리는 그것의 존재를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이 먼지들이 뭉쳐진 덩어리가 한꺼번에 우리 몸 위로 떨어지면, 우리는 그것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피부에 주는 압력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어떠한 자극에 대한 반응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최소한도의 자극의 세기를 ‘감각 역치’라고 한다. 감각 역치가 크면 클수록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데 필요한 자극의 세기가 크다. 비유를 들자면, 어떤 사람은 피부에 쌀알 크기의 물체만 떨어져도 바로 느낄 수 있지만, 감각 역치가 큰 사람은 밤톨만 한 물체가 피부에 떨어져야 비로소 알아챌 수 있다.


    감정 역치도 이와 같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는 감정적으로 둔해지고 주위 상황에 대해 아무런 느낌도 받지 않는다. 그래서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평범한 일들은 그들의 감정을 자극하지 못한다. 그야말로 ‘냉담’해지는 것이다. 둔해지는 것 이외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들은 주변 사람들과 소원해지고 외상과 관련된 생각, 느낌, 대화, 활동, 사람 등 모든 것을 회피하며, 심지어 외상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활동에도 점점 흥미를 잃어간다. 이처럼 ‘감정적 마비, 소원해짐’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두 번째 증상이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한다. 고통스러운 기억 속 목소리나 장면이 다시 생각나면 환자는 곧바로 가슴이 두근거리고 살이 떨려서 얼른 피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전쟁터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얻은 제대군인은 우연히 자동차 템퍼링(열처리의 일종) 소리만 들어도 어디에 숨고 싶을 만큼 놀라며, 전쟁 장면이 떠올라 전쟁터에서의 공포를 또다시 경험한다. 이처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세 번째 증상은 바로  ‘지나친 경계심’이다.


    이상의 세 가지 증상 외에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들은 종종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생존자 죄책감’에 시달린다. 그들은 자신이야말로 죽지 못한 것이 한스럽고, 사고에서 홀로 무사히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부끄럽고 미안할 따름이다.


    잠에서 깨면 다시 시작되는 끔찍한 악몽

    자살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극단적인 현상으로, 수많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들이 얼마나 힘든 고통 속에서 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증상 중 하나이다. 그들이 결코 나약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들이 아니다. 그들은 죽지 못해 사는 것처럼 하루하루 힘겨운 삶을 버티고 있는 것이다.


    지진 외에 홍수, 화재, 태풍 등의 자연재해도 생존자들에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야기할 수 있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치명적인 수해를 겪고 생존한 200여 명의 사람들 가운데 60%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으며, 그 가운데 25%는 14년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완쾌되지 않았다고 한다.


    학대에 의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학대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구타 등과 같은 신체적 학대, 강간이나 근친상간 등의 성적인 학대, 부모가 아이를 무시하는 경우 등의 감정적 학대가 있다. 이러한 학대는 모두 만성적(20년 이상 앓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전쟁, 특히 대규모의 전쟁에서는 수천수만의 사람들이 학대와 살육을 당하며 의지할 곳을 잃고 떠돌아다닌다. 전쟁이 가져다주는 참혹함은 군대의 거듭되는 폭행, 수용소 대학살, 조직적인 집단 강간뿐만 아니라 그것 때문에 야기되는 이웃 간의 무정한 약탈과 살인으로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아프간 전쟁 중에 아프간 사람들은 수십 년씩이나 전란과 침략을 겪었고 탈레반의 잔혹한 통치도 겪었다. 게다가 미국 ‘9.11테러’ 이후에 그들 국가는 수차례의 폭격을 받았는데, 이로 인해 수천수만의 아프간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다. 수천이 넘는 사람들이 임시로 마련된 천막에서 살았으며 물과 음식도 충분하지 않은 상태로 황무지처럼 변해갔다.


    한 연구 결과에서 따르면, 아프간 난민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발병률이 가장 높다고 한다. 그 가운데 특히 부녀자들에게 이런 장애가 쉽게 발생하는데, 그것은 탈레반이 그녀들의 기본적인 인권마저 빼앗았기 때문이다. 그녀들 중 다수가 남편과 가족 친지들의 죽음을 겪었다.


    그렇다면 전쟁에 직접 참여했던 군인들에겐 어떤 외상 후 장애가 나타날까? 전쟁터에서 그들은 동료가 죽는 모습을 수차례 목격했고, 동시에 적군을 죽여야 하는 경험을 해야 했다. 이러한 스트레스는 몇 달, 심지어 몇 년 동안 천천히 누적되어 갔지만, 전쟁터나 주둔지에 있을 때는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이후 군인이 아닌 평범한 일반인의 삶으로 돌아오면 그때 모든 것이 한꺼번에 영향을 주기 시작한다. 그들은 항상 두려움에 떨고 불면증에 시달리며 세상에 무관심하고 충동적이며, 머릿속에는 온통 죽음에 관한 생각들로 가득 차 있다. 그들은 전쟁이 끝나도 영원히 전쟁터를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화와 복은 서로 의지한다

    어떤 사람은 천성적으로 민감한 체질이라서, 똑같은 일을 당해도 다른 사람에 비해 더 쉽게 흥분하고 상처를 받는다. 그런데 민감한 체질이라도 어떠한 조건이나 환경에 따라 반응은 다를 수 있다. 가령 먹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배가 고프지 않은 것일 수 있고, 강한 것이 아니라 아직 끔찍한 일을 당하지 않은 것일 수 있다.


    외상 사건의 심각성과 지속시간이 일정한 정도에 다다르면, 민감한 체질이든 아니든 한순간에 기울어져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마치 최전방에서 복역한 시간이 길거나 포로가 된 적이 있는 제대군인이 별다른 경험이 없는 제대군인에 비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을 가능성이 큰 것과 같다. 따라서 외상 사건의 ‘심각성과 지속성’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형성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족의 자살, 성폭행, 에이즈로 인한 배우자의 죽음 등을 겪은 사람은 다른 외상 사건의 경험자보다 더 쉽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린다. 왜 그럴까? 그러한 사건들은 공통적으로 남에게 말하기 어렵고 사회적으로 수치스러운 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는 만약 사람들이 외상 사건을 겪은 뒤 회복하는 동안 남에게 자신의 고통스러운 감정이나 기억을 말할 수 없고 또 정신적으로 의지할 수 없는 경우, 더 쉽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외상 사건을 겪은 뒤에 사회적 지지를 얻느냐 아니냐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한 형성 원인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오래된 말 중에 ‘화와 복은 서로 의지한다’는 말이 있다. 사람은 무언가를 잃으면 반드시 동시에 무언가 얻는 것도 있다. 그래서 외상 사건이 발생하고 나면 대다수의 사람은 사건 발생의 원인과 목적을 분명하게 이해하고 그것이 삶에 주는 의미를 파악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나는 살면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선물처럼 여긴다. 왜, 어떻게 발생했는지는 상관이 없다. 모든 선물이 반드시 기쁨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여태까지 나는 고통도 많이 겪었고 그 속에서 얻은 수확도 많았다. 물론 다시 그런 고통을 겪고 싶지 않지만, 마음속으로는 그 모든 것에 감사하고 있다. 그것들이 바로 오늘의 나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인생을 살면서 우리는 수많은 기쁨과 슬픔을 겪어야 한다. 그러나 기쁨이든 슬픔이든 간에 그것은 모두 우리 인생을 더욱 풍부하게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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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