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앞에서는 마냥 웃고 있다가 잠들기 전 ‘내가 왜 그 말을 못 했지’ 하며 종종 이불킥을 날리진 않는가? 유난히 지친 날 ‘오늘은 꼭 집에서 쉬어야지’라고 다짐했지만 지금 나오라는 친구의 전화에 한숨을 내쉬며 억지로 나갔던 기억이 있는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매일 애쓰고 노력하지만 돌아온 것은 상대의 무례한 태도였을 때 자신이 만만한 사람이 된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그리곤 혼자 속으로 생각한다. ‘난 사람들과 안 맞나봐.’
‘가끔은 이기적으로 살아도 괜찮아‘는 불편한 관계를 전부 끊어내야 한다거나 자신의 마음에 대해 남을 배려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말해도 된다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자기 감정을 들여다보고 남들이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도록 보호하는 ‘나만의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가 직접 시행착오를 겪고 이겨내며 깨달은 가장 나답게 편안하고 건강한 관계를 만드는 기술을 전한다.
이 책 한 권으로 나를 지키며 소중한 사람들과 오래가는 관계를 만들어 보자. 그러면 더 이상 관계에서 애쓰거나 휘둘리지 않고 일과 인생에서 자유롭고 당당해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저자 미셸 엘먼
저자 미셸 엘먼은 유명 라이프코치이자 30만 이상의 팔로워를 지닌 인플루언서이다. 영국 브리스톨 대학교(University of Bristol)에서 실험심리학 학사를 취득하고 라이프코치로 활동을 시작했다. 21살에 뇌종양 등으로 15번의 수술을 경험한 저자는 자기 몸의 흉터를 향한 사람들의 시선에 두려움을 느꼈다. 사람들이 싫어할까 봐 흉터를 가리려고 노력했던 것처럼 관계에서도 불편한 마음을 숨기고 ‘괜찮다’고 말하며 살았다. 그러다 어느새 만만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애쓰는 말과 행동은 정작 자신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되었다. 그렇게 몸의 상처뿐만 아니라 관계에서도 ‘나 자신’을 감추며 살아왔음을 깨달았다.
저자는 몸에 지닌 흉터를 그대로 드러내기로 결심하면서 1년간 ‘아닌 건 아니다’, ‘싫은 건 싫다’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거절하기의 해’를 살기로 마음먹는다. ‘NO’라고 말할 줄 알게 되면서 인생에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어떻게 해야 나를 좋아할까?’라는 걱정 대신 솔직하게 마음을 표현하니 불필요한 에너지를 쓰지 않고도 건강하고 담백한 관계를 맺게 됐다. 애쓰거나 휘둘리는 관계가 아닌 서로에게 플러스가 되는 관계만 남으면서 일과 인생에서 자유롭고 당당해진 자신을 찾았다.
‘가끔은 이기적이어도 괜찮아’에는 사람들과 오해와 부담은 줄이고 할 말은 하면서 관계를 오래 잇고 싶었던 저자 자신의 솔직한 경험과 다양한 상황에서 바로 쓸 수 있는 저자만의 관계 노하우가 담겨 있다. 누군가 선을 훅 넘어 들어올 때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해야 하는지 솔직하고 흥미롭게 알려준다.
저자는 더바디샵, 러쉬, 소니뮤직 등 세계적 기업과 전세계 청중들을 대상으로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건강하게 사는 법’을 강연하고 있다. ‘채널 5 뉴스’, ‘BBC 라디오 런던’ 등 TV 및 라디오 방송에 출연했고 ‘코스모폴리탄’, ‘그라치아’, ‘허핑턴 포스트’ 등의 언론 매체에 소개되었다. 2020년에는 ‘더 선’에서 선정한 ‘영국에서 가장 영감을 주는 50인’으로 소개됐다. 저서로는 ‘내가 못생겼나요?’(AM I UGLY?)가 있다.
■ 역자 도지영
역자 도지영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과 경제학을 전공하였으며,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국제통상을 전공하였다.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 기획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마음의 연금술’, ‘더 프랙티스’ 등이 있다.
■ 차례
체크리스트 관계 앞에서 나는 어떤 모습일까?
들어가며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힘든 당신에게
제1장 가끔은 이기적이어도 괜찮아
모든 관계의 시작은 나를 사랑하는 것부터
좋은 사람은 선을 긋지 않는다는 착각
어디까지 선을 그어도 괜찮을까요
상처 입은 채로 자란 어쩌다 어른
제2장 남에게 너무 쉽게 휘둘리고 있다면
인생의 운전대를 누가 잡고 있나요
그 사람의 감정은 내 것이 아니다
괜찮아, 그렇게 느끼는 건 당연한 거야
힘들어도 자신에게 다정한 사람이 되어주기
거절할 줄 아는 내가 오히려 좋아
모두에게 사랑받지 않아도 괜찮아
내가 예민한 게 아니라 네가 너무한 거야
이제는 당하지 않아, 가스라이팅
제3장 오늘부터 할 말은 하고 살겠습니다
괜찮지 않은데 왜 괜찮다고 말했을까
지금 선 넘었다고 어떻게 말해야 할까
‘선의’라고 말하는 당신의 진짜 속마음
좋은 사람 곁에만 있고 싶은 건 당연한 거야
가끔은 관계도 정리가 필요해
불필요한 말에 침묵으로 대답하기
우리 사이에는 추측이 너무 많다
제4장 사소한 일상에서 나를 지키는 연습
직장편: 일 잘하는 사람은 거절도 잘합니다
연인편: 사랑은 프리패스 티켓이 아니다
친구편: ‘평생 갈 절친’보다 ‘존중받는 친구’가 좋다
가족편: 소중하니까 예의가 더 필요한 거야
시간편: 다른 사람의 시간도 내 것만큼 소중하다
감정편: 감정을 돌보는 일을 타인에게 미루지 마세요
실천편: 친절하고 다정하게 건강한 선 긋기
제5장 나보다 나를 더 행복하게 할 사람은 없다
나를 사랑하는 데 남의 인정은 중요하지 않다
작고 사소한 행복을 지키는 나만의 선
끝까지 자신을 사랑하고 안아주기
사람들 앞에서는 마냥 웃고 있다가 잠들기 전 ‘내가 왜 그 말을 못 했지’ 하며 종종 이불킥을 날리진 않는가요? 좋은 사람이 되려다 쉬운 사람이 된 건 아닐까요? 나를 지키며 소중한 사람들과 오래가는, 나답게 편안하고 건강한 관계를 만드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가끔은 이기적이어도 괜찮아
가끔은 이기적이어도 괜찮아
모든 관계의 시작은 나를 사랑하는 것부터
자존감, 자신감, 나를 지키는 힘을 기르려면 선을 긋는 일이 꼭 필요하다. 다른 사람에게 존중을 요구할 때 자기 존중감 또한 커진다. 자신의 욕구를 의식할 때 일반적인 자기 인식 또한 높아진다. 선을 그으면 자아 감각을 기를 수 있고 강한 자아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다. 선이 있는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알고 자신이 누구인지 안다.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세상이 내게 어떤 모습을 원하는지 사이의 선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기적인 행동은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행동이 결코 아니다. 그런 생각을 버린 후에 한번 세상을 바라보자.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데 따르는 진짜 단점을 찾을 수 있는가? 당신이 아는 사람 중에 가장 이기적인 사람을 떠올려보면 당신의 요구를 그 사람이 거절했던 때가 기억날 것이다. 그건 분명 짜증 나는 경험이었겠지만 짜증을 내는 건 당신이었지 상대방이 아니었다. 아니면 반대로 당신에게 너무 많은 요구를 하는 사람을 떠올려보자. 상대방이 이기적인 걸까 아니면 당신이 거절하지 못하는 걸까? 선을 잘 긋는 사람은 원하지 않는 일이라면 몇 번의 요청을 받아도 싫다고 거절할 줄 안다.
선을 긋는 데 있어 가장 어려운 부분은 보통 우리가 선을 그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존감을 키우기 위해서 이제 여러분은 무엇을 요구할 권리가 있는지 배워야 한다. 자신이 어떤 대우를 받아야 하고, 무엇을 받아들일지 또 거절할지 알아야 한다.
좋은 사람은 선을 긋지 않는다는 착각
오해1. 선을 긋는 건 못된 짓이다
거절을 하고 선을 긋는 일 자체는 못된 짓이 아니다. 하지만 의사소통 방식 때문에 상대방은 그게 못된 짓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선을 긋는 일이 문제라기보다 선을 그을 때 친절하게 표현하지 않은 게 문제다. 올바른 선 긋기는 대개 상대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 관계를 건강하게 지속하기 위해 선택한 행동이다. 선이 필요한 이유를 이야기할 때에는 어느 정도 조심스럽게 전해야만 한다.
오해2. 선은 관계의 벽을 세우는 행동이다
벽을 세우는 것과 선을 긋는 건 완전히 다른 일이다. 벽을 세우면 세상으로부터 차단되고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없게 되지만 선을 그으면 건강한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고 인간관계에서 상처받더라도 안전한 상태에 머물 수 있다. 벽을 세우는 목적은 다른 사람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선을 긋는 목적은 너와 나 사이에 각자 지켜야 할 영역을 알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선은 일부 사람(내가 원하지 않는 사람)을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고, 벽은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어디까지 선을 그어도 괜찮을까요
감정의 선: 타인의 감정은 나의 책임이 아니다
감정의 선을 긋는다는 건 무엇이 내가 느끼는 감정이고 무엇이 상대가 느끼는 감정인지 알며 내 감정이 아닌 다른 사람의 감정에 책임지기를 거절한다는 뜻이다. 또한 감정의 선을 그으면 누구도 내게 억지로 어떤 감정을 느끼게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자신의 감정에 책임을 지고 자신의 감정 때문에 다른 사람을 탓하는 짓은 그만두자.
남에게 너무 쉽게 휘둘리고 있다면
선 긋기를 방해하는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이 선을 정하지 못하겠다고 말하지만 정작 왜 못하는지 물어보면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다. 선을 정할 때 당신이 어느 부분에 어려움을 느끼는지 정확히 알 수 있으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1. 자신이 정확히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선이 없으면 우리가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알기 어렵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잘 휩쓸리고 그들의 바람과 욕구가 우리 자신의 바람과 욕구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인생에서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려면 우리의 가치가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2. 다른 사람과 자신의 감정을 구분하지 못한다
자기 감정이 무엇이고, 다른 사람의 감정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을 때는 남의 감정을 끌어오기 쉽다. 그러다 보면 어떤 감정이 누구에게 속하는지가 불분명해진다. 우리가 정리할 수 있는 감정은 자신의 감정뿐이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의 감정을 느끼고 있는 거라면 이 점을 알아채야 한다.
3. 감정을 정리하지 못한다
우리는 ‘감정을 정리하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감정을 잘 흘려보내기 위해서는 우리 몸 안에 감정이 있다는 걸 이해하고 감정이라는 감각에 주목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감정은 일시적으로 나타나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일시적 감정을 잘 정리해야 우리 몸 속의 에너지가 활력으로 바뀔 수 있다.
4. 선을 긋는 방법을 모른다
선을 긋는 방법을 배우는 건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과 같다. 초급 단계를 배우는 사람에게 선을 긋는 방법을 알려주고 자신의 선을 이야기해보라고 하면 즉각 “못 하겠어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할 수 있다! 그냥 전에 해본 적이 없을 뿐이다. 알지 못하고 친숙하지 않은 영역으로 들어선 것이니 불편을 느껴도 괜찮다. 선을 긋는 데 익숙하지 않고 선을 그었을 때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도 낯설기만 하다. 마찬가지로 사람들도 할 말을 하는 당신의 모습이 낯설 것이다.
5. 선을 긋고 죄책감을 느낀다
처음 선을 긋고 나서 몇 번쯤은 죄책감이 들 가능성이 크다. 결국 선을 긋는 건 지금까지 살아온 모든 방식에 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깨달을 정도로 자존감이 형성되려면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선을 긋다 보면 반드시 자존감을 키울 수 있다.
6. 미움받을 거라는 두려움
선이 없는 사람은 보통 다른 사람의 의견에 지배당하는 삶을 산다. 그러다 보면 상대의 부정적인 반응을 피하는 쪽으로 행동하고 결정한다. 그러나 애초에 이건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통제할 수 없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우선시하는 한 선을 긋는 일은 계속 어렵기만 할 것이다.
힘들어도 자신에게 다정한 사람이 되어주기
선을 처음 그을 때는 선을 긋겠다는 뜻을 전하기 위해 사용하는 말과 타이밍을 올바르게 찾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다음은 상대와의 대화가 가능한 생산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선 긋기를 일곱 가지 핵심 단계로 나누어본 것이다.
SELFISH: 선 긋기의 일곱 가지 단계
예를 들어 당신의 연인이나 배우자가 친구와 놀러 나가면서 밤 10시까지 집으로 돌아오겠다고 하고서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해보자. 상대방에게 약속과 관련한 나의 선이 존재하고 이를 지켜달라는 것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려면 어떻게 말해야 할까?
-이야기를 만들지 말라(Story): 사실이 부재할 때 우리의 뇌는 이야기의 나머지 부분을 만들어낸다. 이 점을 알아두어야 한다. 사실에 충실하라. 상대방이 왜 늦었는지는 모르지만 늦었다는 건 사실이다. 선을 그어야 할 곳은 바로 거기서부터다.
-감정부터 정리하라(Emotion): 앞 장에서 설명했던 것처럼 현재 상황을 둘러싸고 자신의 과거에 있었던 감정적 문제는 반드시 스스로 정리해야 한다. 어느 감정이 누가 느끼는 감정인지, 그리고 둘 다 책임이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
-미리 결론짓지 말라(Let go of conclusion):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리고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상대방이 어떻게 반응할지 미리 결론짓지 마라.
-원하는 결과를 파악하라(Find desired outcome): 대화의 결과물은 분명해야 하고 상대의 행동 변화로 나타나야 한다. 우리는 상대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 알아야 한다.
-대화는 타이밍이(Initiate conversation): 대화를 시작하기 적절한 시간을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대화의 궤도를 크게 바꿀 수 있다.
-선을 그어라(Set the boundary):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전해라. 선을 긋는 일은 토론이 아니다. 선은 상대방과 함께 내리는 결정이 아니며 공유하는 관계의 규칙도 아니다. 선은 내가 상대에게 전하는 내 것이다.
-선을 지켜라(Hold the boundary): 같은 일이 또 반복된다면 선을 단단히 지켜야 한다. 같은 문제로 당신이 그은 선에 대해 한 번 더 이야기할 때는 상대가 한 행동의 결과를 포함해서 이야기하는 게 좋다
오늘부터 할 말은 하고 살겠습니다
지금 선 넘었다고 어떻게 말해야 할까
당신의 선을 침범당했을 때 이를 알아차리는 건 중요하다. 그걸 분명히 알아차리는 순간이 있다. 내면의 목소리가 하고 싶은 일이 따로 있고 이건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니라고 말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로는 선을 침범당한 건지 아닌지 분명하지 않을 때도 있다.
내가 느끼는 감정에 의문을 갖지 않으려면 기분은 실제 내가 느끼는 바이고 중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일단 어떻게 느끼는지 알고 자유롭게 느낄 수 있게 되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고 선을 어떻게 그을지 정할 수 있다.
선 긋기 초급 단계의 도구로 ‘앗!’이라는 표현이 가장 무난하다. 선을 긋는 게 벅차고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면 적어도 선을 침범당했을 때는 상대에게 명확히 표현하자고 스스로 약속하라. 그다음에 대처할 준비는 아직 되어 있지 않을지라도 말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앗’이나 ‘저런!’이 가장 강력한 표현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말이 잘 와닿지 않는다면 다음과 같은 표현을 대신 사용할 수 있다.
-그건 그다지 좋은 말이 아니야.
-그 말 참 마음 아프네.
-다시 한번 말해줄 수 있어?
-불쾌하게 들리는 말인데 진짜 내가 불쾌하게 듣기를 바라고 말한 거니?
-와우. (빈정대는 말투가 아닌 정말 상처받았다는 어조로 쓴다.)
위에서 소개한 모든 표현이 효과적이려면 상대의 말이나 반응에 대응하지 않는 ‘침묵’을 통해 힘을 유지해야 한다. 대화 중에 침묵이 나타나면 사람들은 불편해한다. 그 침묵에 당신도 어느 정도 불편함을 느끼겠지만 침묵하는 사람은 당신이고, 불편함은 당신이 아니라 상대방이 느껴야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무례한 감정이나 행동을 다시 내보일 정도로 뻔뻔하지 않다. 만일 그런 사람이 있다면 침묵함으로써 사과할 기회를 주어라. 침묵을 통해 당신도 선을 분명히 긋는 데 필요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불필요한 말에 침묵으로 대답하기
누군가 내게 정보를 요구한다고 해서 무조건 정보를 줘야 하는 건 아니다. 게다가 내가 전에 정보를 준 적이 있었다고 해서 또 제공해야 한다거나 같은 내용을 계속 반복해서 말해야 할 의무는 없다. 내가 겪었던 트라우마는 내 것이며, 이는 다시 말해 언제 어느 정도의 이야기를 사람들과 공유할지 정하는 사람도 ‘나’라는 뜻이다.
침묵하는 방법이 효과가 없으면 “좀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면 어때?”라고 화제를 돌리는 것을 권한다. 그래도 상대방이 대화 주제를 바꾸지 않는다면 그가 상대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사람이 아닐지 걱정스럽다. 다른 사람과 대화할 수도 있는데 굳이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사람과 대화를 계속 이어나갈 필요가 있을까?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럴 때 상대방의 반응에서 관계의 질을 가장 잘 알 수 있다.
침묵, 대화 주제 바꾸기에 더해 대화에서 아예 빠지는 방법도 있다. 치욕스런 대화를 계속할 필요는 없다. 처음엔 대화에서 빠지는 게 힘겨운 일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상대방과 대립하는 식으로 대화를 끝낼 필요는 없다. 그냥 음료수를 가지러 간다거나 화장실에 가겠다고 말하면 된다.
상대가 누구인지. 내게 에너지가 얼마나 있는지에 따라 방법이 달라진다. 어떤 때는 그냥 자리를 뜨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특히 반복적으로 계속 내 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 강하게 선을 긋고, 내가 선을 그었다는 사실을 전한 뒤 자리를 떠난다. 지금까지 5년 동안 이렇게 선을 그었더니 일상적으로 들었던 외모 평가에 대한 말들을 이젠 전혀 듣지 않게 되었다.
사소한 일상에서 나를 지키는 연습
가족편: 소중하니까 예의가 더 필요한 거야
사실 전통적인 가정과 기성세대에서는 가족 간 존중이 어떻게 양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해 대화를 잘 나누지 않는다. 아이가 집을 편안하고 안전한 곳으로 느낀다면 부모뿐 아니라 형제자매나 다른 가족 구성원에게도 자신의 선을 알릴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건강한 가족관계는 다음의 네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1. 상처받은 마음을 드러낼 수 있는 안도감: 아이들이 감정을 드러내도 괜찮다고 느끼는 것. 심지어 부모의 말과 행동으로 상처받았을 때도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것.
2. 원하는 바를 말할 수 있는 안전함: 아이들이 자신의 한계를 알고 무엇이 자신을 불편하게 하는지 아는 것. 그리고 처벌의 두려움 없이 불편함 점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
3 관계의 분리: 아이들이 자신과 각 가족 구성원과의 직접적인 관계에만 책임을 다하면 된다는 사실을 아는 것. 다른 사람들 간의 관계에 개입되지 않는 것.
4. 사과할 수 있는 힘: 어른이 아이에게 잘못한 점을 사과하는 것. 부모도 잘못했음을 기꺼이 인정하는 것.
부모의 존중이 존중받는 어른을 만든다
자기만의 분명한 선이 있고 자신 있게 욕구를 표현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어린 시절부터 선을 긋는 법과 욕구를 잘 표현하는 법을 길러 주어야 한다(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내가 그렇게 말했으니까.” 혹은 “내가 네 엄마니까.” 같은 말은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못하도록 막는 표현으로 아이가 긍정적인 질문 태도를 갖지 못하게 한다. 아이들은 자신의 욕구를 말해도 괜찮다고 느끼면 부모와 거리가 필요한지, 아니면 부모의 관심이 더 필요한지 솔직하게 말한다. 부모가 아이들과 매 순간을 함께 보내려 하면 아이들은 독립을 배울 수 없다.
시간편: 다른 사람의 시간도 내 것만큼 소중하다
누군가를 계속 기다리게 만들고 늦게 나타나고 마지막에 만남을 취소하는 일은 상대에게 내 시간이 당신의 시간보다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 생각이 부족하거나 부주의해서 그렇게 되었다고 해도 상대의 시간은 낭비해도 된다는 메시지가 내포되어 있다. 인간이 쓸 수 있는 시간은 24시간으로 정해져 있으므로 낭비해도 되는 시간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상대가 당신의 시간을 존중하길 바란다면 당신도 상대의 시간을 존중해야 한다.
시간의 선을 잘 지키는 좋은 방법은 ‘솔직해지는 것’이다. 아직 집에 있으면서도 이제 지하철을 탄다고 말하는 친구를 본 적 있을 것이다. 그렇게 말하는 이유가 무엇이든, 그저 습관이든 아니면 후폭풍이 두려워서든 그의 행동은 무례한 것이다.
약속을 취소할 때는 어떻게 말해야 할까
내가 하는 일의 특성상 보통은 갑작스럽게 일할 기회가 생기기 때문에 나는 약속을 많이 취소하곤 한다. 그렇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나는 한 달 이상 뒤의 약속을 잡아야 할 때는 약속 상대에게 내가 약속을 취소하게 될지 모른다고 미리 일러둔다.
때로 이보다 더 막판에 약속을 취소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나는 항상 의뢰받은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가늠해본다. 실제로는 ‘일’과 ‘친구’ 사이에서 결정을 한다는 걸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 드물게 일을 택했던 경우는 장기 프로젝트였거나 예상치 못하게 해외에 가야 해서 일에 쏟는 노력이 더 커진 경우였다. 이럴 때는 약속을 취소하면서 바로 어떤 날짜로 약속을 바꾸면 좋을지 물어본다. 그리고 다음 만남의 모든 계획을 내가 세우고 다른 약속으로 만났을 때와 차이가 느껴지도록 한층 노력을 기울인다. 정말 약속 날짜 직전에 약속을 취소하는 때에는 다시 약속을 잡아 만났을 때 식사 비용을 낸다거나 사과의 의미로 꽃을 보내는 등 뭔가 특별한 일을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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