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렌디피티 코드
 
지은이 : 크리스티안 부슈(역:서명진)
출판사 : 비즈니스북스
출판일 : 2021년 04월




  • 저자는 남들과 비슷한 환경과 조건에서도 훨씬 더 뛰어난 성과를 얻는 사람들의 배경을 분석하던 중 놀랍게도 공통된 행동 패턴을 발견하게 된다. 우선 그 시작점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의도되지 않은 말과 행동들에 있다. 이를 각각의 ‘점’이라고 일컫는다. 그리고 그 흐트러진 점들을 그대로 두지 않고 유의미하게 연결 짓는 ‘발견’과 ‘점 잇기’ 행위가 뒤따른다. 이때 쉽게 성공적인 성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여기서 집념, ‘그릿’(Grit)이 필요하다. 시도에 그칠 것이 아니라 절대적인 노력과 실패의 시간을 거친 후에야 세렌디피티를 발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세렌디피티 코드


    세렌디피티, 단순한 운일까?

    성공은 어느 날 우연히 찾아올까?

    인생은 지나고 나면 다 이해가 된다. 돌이켜보면 흩어진 점을 잇는 것이다. 바로 그때 무작위로 일어난 인생의 결정이나 사건이 설득력 있고 논리적인 이야기로 바뀐다. 누구나 한 번쯤은 일관되고 계획적으로 잘 짜인 삶을 살아온 온 듯 보이는 이력서를 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인생에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게다가 현실은 예기치 못한 사건과 우연, 아이디어와 만남, 대화가 뒤섞여 대개는 예상과 다르게 흘러간다.


    그렇다면 일어난 일들을 돌이켜보며 점을 잇지만 말고, 미리 점을 잇는 방법을 배우면 어떨까? 우연한 기회를 잘 길러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토대를 미리 만들 수 있다면? 화산이나 슈퍼스타와의 만남을 경험할 사람은 많지 않지만, 누구나 기회를 포착해 우연한 상황을 발전시키고 최대한 활용하여 더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 사람들이 흔히 간과하는 사실이 있다. 성공한 사람들이 우연한 기회로 성과를 낸 듯하지만 늘 운이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성공한 사람들 대부분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그러한 운을 ‘불러들이는 토대’를 충실히 다졌다. 누구나 자신과 타인을 위해 세렌디피티를 기를 수 있다.


    세렌디피티의 세 가지 유형

    *아르키메데스 세렌디피티: 풀고자 한 문제의 해결책을 뜻밖에 얻다.

    아르키메데스 세렌디피티 유형은 개인이나 다양한 조직에서 흔히 일어난다. 특히 고객의 피드백이나 우연한 사건으로 실행 과정을 변경하는 일은 사업가든 거대 기업이든 늘 겪는 일이다.


    이 책에서 만나볼 첫 번째 세렌디피티는 메르세데스 벤츠 캐나다에서 세일즈 컨설턴트로 일하는 와카스 바기아다. 그는 캐나다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법학을 공부해야 하는 부인 때문에 한동안 영국에서 살았다. 이후 토론토로 돌아와서는 영국 재규어 랜드로버에서 기술직 채용 담당자로 일한 경력을 살릴 분야를 물색했다. 당시 그는 생계를 위해 마트에서 판매직으로 일하던 중이었는데 임시로 하는 일이었음에도 늘 최선을 다했다. 그날도 어김없이 열정과 전문성으로 무장한 채 고객을 상대하고 있었다. 그런 모습에 감동한 어떤 고객이 바기아에 대해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그가 대답했다. “고급 자동차 영업직을 구하는 중입니다. 그때까지 여기서 일하는 거고요.” 알고 보니 그 고객은 메르세데스 벤츠 대리점의 총괄 관리였고, 그에게 면접을 제안했다. 이후 바기아는 자동차 판매 경험 없이 판매직에 채용된 첫 번째 직원이 됐고 회사에서 제공하는 자신만을 위한 맞춤형 교육까지 듣게 됐다. 바기아의 투철한 직업 정신과 열정, 기존의 틀을 벗어나는 관리자의 수평적 사고가 더해져 바기아의 직장 경력에 뜻밖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포스트잇 세렌디피티: 생각하지 않았던 다른 문제의 해결책을 뜻밖에 얻다.

    포스트잇 세렌디피티는 특정한 문제의 해결책을 고심하다 우연히 다른 문제의 해결책을 얻는 것이다. 이미 알던 방법일 수도 있고 완전히 새로운 방법일 수도 있지만, 한 문제가 다른 문제 해결에 실마리를 준 셈이다. 해결 과정이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변경되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는다.


    포스트잇의 아이디어를 누가 냈는지 생각해 본 적 있는가? 1970년대 말, 3M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던 스펜서 실버 박사는 좀 더 강력한 접착력을 가진 풀을 만들려고 했지만, 오히려 접착력이 더 약한 풀만 나왔다. 하지만 접착력이 약한 풀은 ‘포스트잇’이라고 불릴 3M의 신제품에 안성맞춤이었다.


    새로운 문제를 풀 뜻밖의 해결책에 가능성을 열어두면 미처 예상하지 못한 일을 겪게 된다. 이케아의 전 CEO였던 페테르 아그네프엘은 우리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5년 전만 해도 이케아가 풍력 발전소와 태양광 발전 설비를 갖춘다는 말에 크게 비웃었겠죠. 근데 생각해보니 지금 이케아가 그 일을 하고 있네요.”


    *선더볼트 세렌디피티: 생각지도 못한 문제의 해결책을 뜻밖에 얻다.

    선더볼트 세렌디피티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상황에서 일어난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완전히 예상 밖의 일이지만 새로운 기회를 얻거나 방치한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사랑에 빠질 때 흔히 일어나는 세렌디피티며 새로운 아이디어와 접근법이 떠오른다.


    올리비아 트위스트(가명)는 젊은 시절 첫 아파트로 이사한 뒤 주방 서랍에서 우연히 낮선 물건을 발견해 친구에게 물건의 용도를 물었다. “그건 방열기 열쇠야. 방열기에서 불필요한 공기를 빼내서 원활히 작동하도록 돕는 거지.” 그런 문제가 있는 줄도 몰랐던 트위스트는 친구의 말을 들으면서도 별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다. 하지만 날씨가 쌀쌀해져 실내에서도 추위를 느낄 때쯤 방열기 열쇠가 퍼뜩 떠올랐다. 열쇠를 이용해 방열기의 공기를 빼냈더니 내부가 따뜻해지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물건의 우연한 발견, 그리고 호기심에 물건의 용도를 알아본 덕분에 그녀는 생각지도 못한 문제를 해결하게 됐다.



    기회를 발견하는 사람들의 결정적 차이

    우리는 우연을 알아채고 놀라든, 알아채지도 못하든 살다 보면 늘 예기치 못한 일을 맞닥뜨린다. 인생의 전환점이 된 경험부터 사소한 성장에 이르기까지 매일, 매 순간 세렌디피티가 존재하리라는 사실을 깨달으면 모든 것이 가능해진다.


    세렌디피티를 막는 가장 큰 방해요소는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선입견과 편견이다. 이는 무의식적으로 우리의 생각을 뒤흔들고 세렌디피티의 가능성을 차단해버린다. 선입견이나 편견이 없다고 생각하는가? 그것이야말로 당신이 가진 최대의 선입견이다.


    편견은 때로 유용하기도 하고 타당한 이유로 진화해왔다. 하지만 편견은 혼란이 무작위하게 일어나는 세상에서 제 역할을 해내기 어렵고, 복잡한 사회적 상호작용을 전부 담지도 못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편견과 선입견을 벗어나는 능력이야말로 인간의 진보와 개인과 조직의 성장에 커다란 계기가 된다.


    우리는 우연을 과소평가한다

    내 친구가 자주 하던 말이 있다.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 일어날 확률이 정말 높아.” 처음에는 그게 무슨 말인가 싶었지만, 몇 년 뒤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우연이나 예기치 않은 일, 말도 안 되는 일은 늘 일어난다. 중요한 것은 이 기회를 알아채고 붙잡아 유용하게 쓸 수 있느냐이다.


    우리는 발생할 거라고 예상한 일을 ‘일반적’으로 여기는 편향된 세계관을 키워왔다. 따라서 예상한 일이 먼저 눈에 띈다. 그렇다면 예상한 일의 범위를 넓힐 수 있다면 어떨까? 미처 보지 못한 연결 고리가 보이기 시작하고 우리의 선택을 받아 활용되길 기다리는 뜻밖의 우연들이 사방에 널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세렌디피티 코드의 핵심이다.


    어떻게 하면 세렌디피티를 붙잡을 수 있을까? 우선 솔트레이크시티에 본사를 둔 사무용 가구 제작업체 미티-라이트가 세렌디피티를 유리하게 활용한 과정을 살펴보자. 미티-라이트의 간부 한 명이 세렌디피티를 개발해야 한다고 제안하자 모두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회사 임원진은 의심을 거두고 2주마다 30분씩 뜻밖의 정보를 가려내 정보를 수집한 경위와 정보의 질을 논의한 뒤 이를 최대한 활용할 방법을 찾기로 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첫 두 달 만에 미티-라이트에서 ‘세렌디피티 발견’과 관련한 예를 적어도 여섯 개를 찾아내며 이렇게 결론 내렸다. “임원진이 세렌디피티의 발견에서 비롯된 경제적 효과를 산출하자 세렌디피티가 모호한 개념이라는 회의론이 사라졌다.” 이 연구를 통해 임원진은 뜻밖의 정보에 더 주목하여 이전에는 놓치거나 아예 보지 못했을 정보를 찾아내 취합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신제품 발매를 앞두고 평소처럼 시장조사를 할 때의 일이다. 임원진은 가격 책정 방식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뜻밖의 정보를 얻게 됐다. 이 정보를 무시하거나 놓쳤다면 회사는 막대한 손실을 입었을 것이다.



    확실한 목표가 준비된 우연을 만든다

    누구나 예기치 못한 기회를 포착해내는 각자의 방식이 있다. 하지만 특정한 동기, 즉 ‘방향 감각’이 있어야 세렌디피티를 경험하고 더 나은 결과를 낸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어떤 동기는 특히 중요하다. 물론 사람마다 자극받는 부분이 다르다. 의미를 찾는 게 중요한 사람도 있고 원칙이 중요한 사람도 있으며 배려가 우선인 사람도 있다. 하지만 모호한 호기심이나 소속감, 강한 성욕이나 질투, 욕심 등 다른 동기 역시 제외해서는 안 된다. 그게 무엇이 됐든 흩어진 점들을 이으며 세렌디피티를 촉발하는 계기를 찾아내야 한다.


    다양한 시도를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박사 과정을 막 시작했을 때 지도교수와 한 거래는 간단했다. 나는 연구에 집중하고 그는 내가 혁신 센터를 만드는 일을 도와주기로 했다. 나의 모교에 혁신과 공동 창조 연구소의 설립을 도운 일이 내게는 엄청난 기회와 실험의 발판이 됐다. 이곳에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샌드박스 네트워크, 리더스온퍼포스와 같은 여러 프로젝트를 수행했는데 모두 예기치 못한 만남에서 시작된 기회와 사람들 덕분이었다. 몇 년 동안 자연스럽게 이런 일들이 일어나자 앞으로도 좋은 일이 일어날 거라는 확신이 생겼다.


    내가 그렇게 확신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자연과학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생물학에서 유명한 이론인 ‘인접 가능성’은 생태계의 모든 상호작용이 다음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의 가능성을 높인다고 설명한다. 탄소가 오랜 시간을 거쳐 다이아몬드가 되듯이 다양한 상호작용을 통해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가 열리고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새로운 가능성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겠다고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을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하는 기쁨으로 바꾸자.


    어쩌면 자신이 나약한 존재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이는 불확실성을 어느 정도 감수하느냐에 달린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모든 일을 사전에 철저하게 계획할 수만은 없는 법이다. 전혀 계획하지 않은 일이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여는 좋은 시작이 될 것이다. 사람이나 아이디어 등 새로운 상호작용은 여태 상상하지도 못한 영역으로 기회의 장을 넓힌다.


    집중은 중요하다. 하지만 다양한 베팅 역시 중요하다. 새로운 상호작용이나 통찰, 뜻밖의 사실에서 여러 기회가 자연스럽게 떠오르기 때문이다. 나는 이를 통해 인생의 방향을 깨닫고 다음에 일어날 만한 일을 추측하는 데 도움이 되는 네트워크를 개발했다. 이는 인생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예측하기 어려운 지금, 성공한 기업이 적용하는 방식과도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다양한 베팅을 하는 방식은 위험을 감수하는 정도에 따라 다르고 ‘쓰레기통 모형(쓰레기들이 우연히 한 쓰레기통에 모이듯 정책 결정이 일정한 규칙에 따라 이루어지지 못하고 문제와 해결책이 뒤죽박죽된 상태에서 우연히 어떤 계기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고 보는 것. 주로 복잡하고 무질서한 조직에 대해 설명할 때 쓰인다-옮긴이)’은 대체로 사실임이 드러난다. 다시 말해 조직의 일 대부분이 문제나 해결책, 참여자와 선택 기회라는 독립적인 네 요소가 충돌하는 방식과 때에 따라 우연히 결정된다는 얘기다.


    유독 운과 기회가 따르는 사람들의 비밀

    세렌디피티를 기르기 위한 활동을 하려는 의지나 동기는 주도성이나 유머 감각, 검증되지 않은 아이디어를 시도해보려는 모험 정신, 열린 마음 등 ‘적응력’에서 비롯한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다. 주도권을 쥐고 생각을 실행해 옮기는 것과 같은 적극적인 행동은 세렌디피티가 일어날 확률을 높이고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한다. 좋은 직장과 높은 수입, 사업가의 성장과 성공과도 연결되고 빈곤 탈출에도 영향을 끼친다.


    이런 점에서 창의력이 굉장히 중요하다. 창의력은 예기치 못한 일에 관심을 두고 여러 아이디어를 독특하게 연결하는 능력에서 비롯되는데 이는 세렌디피티를 일으키는 다양한 요인과 많이 닮았다.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사람들도 위험을 피하고자 한다. 그들 역시 실패가 두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더 큰 두려움으로 실패의 두려움을 극복해나간다. 바로 ‘도전하지 않은 두려움’이다. 작가나 작곡가를 떠올려보라. 그들은 새로운 작품을 창조하기 위해 고뇌에 빠지고 때론 뼈를 깎는 고통을 느끼지만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내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사람의 성격 특성에도 비슷한 이중성이 존재한다. 뇌 과학과 진화 연구에서 인간 성향의 이러한 특성을 찾아볼 수 있는데, 연구에 따르면 포유류의 출현으로 뇌의 신피질 부위가 발달하게 됐다고 한다. 우리가 행동하기 전에 생각하고 행동을 예측할 수 있는 이유가 이 신피질 덕분이다. 하지만 신피질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최적의 ‘각성 수준’이 필요하다. 이때 외향적인 사람은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최적의 각성 수준에 이르고 내향적인 사람은 대개 최저 각성 수준에 이른다.


    물론 특정한 외향적 특성이 세렌디피티에 매우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내향인과 외향인 모두 이 분야를 훈련할 수 있다. 내 주변의 많은 공동체 설립자들 역시 열정적인 내향인이지만 외향인이 가득한 이 세상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했다.


    외향성으로 행운의 확률을 높이는 방법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첫째, 많은 사람을 만나라. 둘째, 사람을 매혹시켜라. 셋째, 사람들과 연락하라. 슈퍼마켓이나 카페에서 커피를 기다리며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는 등 간단한 일부터 시작할 수 있다. ‘아, 그 사람과 이야기해 볼걸….’ 같은 후회를 남기지 말자. 굉장히 흥미로운 대화가 이어질 수 있으니 말이다. 이러한 행동을 통해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사람이나 일을 접할 가능성이 커진다.


    하지만 내향적인 행동 역시 여전히 세렌디피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개인이나 조직 안에서 외향성과 내향성의 조합으로 세렌디피티가 활성화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외향적인 행동으로 예기치 못한 일이 촉발되지만 세렌디피티는 대개 내면의 집중과 자기인식,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아이디어는 사람의 마음에 스며들어 잠재력을 드러내는 데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외향적인 사람은 경험과 생각을 잇도록 도와주는 내향적인 사람들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성향은 가변적이다. 그러므로 당신에게 외향성이 없다고 걱정하지 마라. 자신의 성향과 가장 잘 어울리는 특성을 골라도 좋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세렌디피티를 일으키는 성향이 ‘현재의 감정’과 밀접하게 연결된다는 것이다. 긍정적인 감정이 생기면 외부 자극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자극을 자세히 살펴볼 에너지가 생겨 기회를 쉽게 포착한다. 또한 관심 범위와 행동반경을 넓혀 반응성을 높인다.


    우연에 어떤 행동을 취하느냐와 같은 결정이 자신과 타인의 직감으로 내려진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감정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문제를 해결해야 하거나 영감이 필요할 때 좋은 에너지를 내는 사람 곁에 있으면서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한 적 없는가? 혹은 계속 하품만 하는 사람 옆에 있으면서 더 힘들어진 적은 없는가? 에너지는 멈춰 있지 않고 늘 흐른다는 점을 기억하라.



    우연을 세렌디피티로 완성하는 그릿의 힘

    재능보다 그릿이 중요하다

    ‘갑작스러운 성공’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놀랍기 그지없다. 하지만 성공은 보통 수년간의 노력과 인내 끝에 찾아오며 그게 누군가에게는 갑작스럽게 보일 뿐이다. 그리고 그 어떠한 순간에도 그릿과 끈기가 없었다면 불운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릿이란 ‘원하는 목표나 결과를 향한 개인의 열정과 끈기’를 뜻하고 집념이란 ‘열심히 잘하는’ 것을 뜻한다. 그릿과 집념은 (복합) 세렌디피티의 핵심이다. 실패로 끝날 것인지 장기적 성공으로 이어질지를 결정짓는 요소이기도 하다. 링크드인의 설립자인 리드 호프먼은 ‘행운을 부르는 포지셔닝’이라는 말로 ‘어떤 사람은 그저 타이밍이 좋았을 뿐’이라는 믿음에 반기를 들었다. 물론 타이밍은 중요하다. 하지만 열정과 그릿이야말로 성공의 핵심이다.


    그릿을 개발하려면 작은 성취감을 맛보고 발전을 확인할 수 있는 ‘하위 수준의 일상적인 목표’ 그리고 방향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의미 있는 비전’을 동시에 갖추라고 더크워스는 말한다. 일상적인 목표와 비전을 함께 갖춘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커진다. 즉, 좋은 리더이자 좋은 부모는 지지와 요구를 함께 보낼 줄 알아야 한다.


    레이디 가가가 2019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제가상을 받으며 멋진 소감을 남겼다. “지금 집에서 시상식을 보시는 분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이건 노력의 결실이에요. 정말 오랫동안 열심히 했죠. 진정한 가치는 상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는 태도입니다. 꿈이 있다면, 물러서지 마세요. 수십 번을 거절당하고 넘어지고 실패해도 당당히 일어나 용기 있게 전진하는 것, 그것이 바로 열정입니다.”


    당신의 운과 나의 운은 다르다

    세렌디피티는 성공과 기쁨을 가져다주며 삶을 바꾼다. 하지만 세렌디피티는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다르다.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우연의 일치지만 다른 이에겐 불운일 수도 있다.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포함해 연일 예상치 못한 일이 터진 후 테리사 메이가 76대 영국총리로 집권했다. 전 총리였던 데이비드 캐머런이 사퇴하고 이후 치러진 선거에서 승리할 확률이 가장 컸던 보리스 존슨은 반대파에게 발목이 잡혔다. 여기서 세렌디피티는 보는 사람의 눈에 달렸다. 당연히 보리스 존슨이나 대다수 영국인에게는 좋은 일이 아니겠지만(테리사 메이는 영국 역사상 가장 나약한 총리였다는 평기를 받고 있다-옮긴이) 테리사 메이에게는 좋은 일이었을 테다(하지만 예기치 못한 일의 연장선으로 1년 뒤 보리스 존슨이 총리에 임명됐다).


    대부분 ‘좋은 의도’로 세렌디피티를 발견하고 사용하고자 하지만 다른 도구나 접근법처럼 세렌디피티 역시 ‘옳지 않은’ 결과를 내기 위해 ‘잘못된’ 사람이 사용하기도 한다. 다스베이더(스타워즈 시리즈에 등장하는 악역-옮긴이)가 긍정적인 결과를 내도록 긍정적인 우연을 만드는 일을 도와줄 의향이 있는가? 다스베이더에게는 좋은 일일지 모르지만 우리가 아끼는 이들에게는 해를 끼치는 일일 수 있다.



    세렌디피티가 넘쳐흐르는 환경은 따로 있다

    조직의 세렌디피티 기초 잠재성 수준을 높이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지속적인 발전과 배움, 혁신이 일어나는 환경을 조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를 이끌고 상호작용하게 하는 집단 가치와 신념, 원칙으로 이루어진 문화는 세렌디피티를 기르기도, 해치기도 한다. 문화란 ‘집단의 태도’이므로 열린 태도를 갖추려면 그에 맞는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


    실패 경험을 마음껏 나누고 배워야 한다

    색다른 아이디어나 주장이 비난이나 조롱의 대상이 될 거라는 두려움 때문에 방어적인 태도로 대화를 시작하면 예기치 못했지만 잠재적으로 가치 있는 의견이나 놀랄 만한 통찰이 나오기 어렵다. 심리적 안정감과 세렌디피티의 가능성을 높일 방법으로는 ‘프로젝트 장례식’이 있다. 왠지 음산하게 들리겠지만 사실 굉장히 긍정적인 과정이다. 우선 프로젝트를 잘 묻는다. 그리고 관련된 사람들끼리 모여 프로젝트에 관해 느낀 점이나 배운 점, 후회되는 점 등을 터놓고 이야기한다. 이때 다른 팀의 프로젝트 매니저처럼 프로젝트에 직접 연관된 사람들도 함께 조의를 표하도록 한다.


    리더스온퍼포스의 보고서에 보면 DSM의 CEO인 페이크 시베즈마가 프로젝트 장례식을 통해 어떻게 신뢰와 세렌디피티를 끌어내고 심지어 프로젝트를 다시 살려내게 됐는지 설명한 부분이 나온다. DSM은 반사되지 않는 액자 유리 코팅제를 개발했다. 굉장한 기술력으로 만든 멋진 제품이었지만 일반 코팅제보다 여섯 배나 비싸서 시장에 내놓기 어렵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그렇게 프로젝트 장례식이 거행되었는데 누군가 ‘빛을 거의 반사하지 않는 이 제품을 태양 전지판에 적용할 경우의 수익을 고려해보았느냐’고 질문했다. 엄청난 수익이 발생할 기회였다. 페이크 시베즈마가 말했다. “계획에 없던 일이었어요. 하지만 하나로 합치니 좋은 일들이 일어났죠. 누군가는 ‘순전히 운이구먼!’이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아니에요. 그건 세렌디피티였어요!”


    크고 작은 기업들이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 방식은 단순히 실패를 기념하는 게 아니다. 안전한 환경에서 배움과 지식의 전환을 기념하는 일이다. 세렌디피티를 촉발할 뿐만 아니라 진정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한다. 프로젝트 장례식은 흔히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일어나지만 실제로 벌어진 일에 대해 자신과 타인에게 솔직해질 때 진정한 배움과 세렌디피티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절차가 효과적이기는 하지만 우선 커뮤니티와 회사는 새로운 정보와 아이디어에 늘 열린 태도를 지녀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예상치 못한 정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걸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세렌디피티는 바로 팀워크에서 비롯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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