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한 언니의 직장생활백서
 
지은이 : 정경아
출판사 : 바이북스
출판일 : 2021년 02월




  • 대기업에서 장장 30년을 일한 그야말로 ‘일’의 달인인 저자 정경아가, 유리천장까지 깨부순 여성 임원이 되기까지 성공 비법을 담은 《독한 언니의 직장생활백서》를 세상에 내놓는다. 

    우리 사회엔 여전히 남녀차별이 존재하고,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도 존재한다. 그런데 이제는 견고한 벽이 아닌 서서히 무너지고 있는 담이며 조금씩 열리고 있는 문이다. 지금까지 그것을 부수기 위해 노력한 저자와 같은 언니들을 이어갈 후배들이 바로 미래의 희망이라는 이 책을 읽고 함께 유리천장에 도전해보자. 



    독한 언니의 직장생활백서


    여자, 그게 뭐 어때서?

    너 말고 남자 나와!

    대한민국에는 남자와 여자가 있다. 30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나는 남직원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직원과 남직원은 같은 개념으로 통했고, 여자는 직원이 아닌 여직원이라는 호칭으로 불리며 ‘차별’을 받았다.


    고위직 관리자라고 해서 별다르지 않다. 내가 국내 최고의 유통회사에서 지점장을 할 때도 나는 지점장이 아닌 여지점장으로 불렸다. 내가 그들보다 업무 수행 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왜 나는 여자라는 수식어를 늘 달고 다녀야 하는지 의문스러웠다.


    몇 년 전의 일이다. 내가 담당하던 지점에서 고객 컴플레인이 제기되었다. 고객이 지점장을 찾으며 소리치고 있다는 사원의 보고에 곧바로 매장으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지점장 찾으셨다고요? 제가 이 지점의 관리책임자 정경아 지점장입니다. 죄송합니다만, 어떤 불편을 겪으셨는지 여쭈어도 될까요?” 고객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한 후 불편사항을 물었다.


    고객은 화가 잔뜩 난 모습으로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소리쳤다. “지점장 나오라고! 지점장!”

    “네, 제가 지점장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지 말씀하십시오.”


    “아니, 당신 말고! 지점장, 남자 지점장 말이야!”

    “네. 제가 지점장입니다. 우리 매장에는 남자 지점장이 없습니다. 제가 고객님이 찾는 지점장이니 하실 말씀 있으시면 저에게 하시면 됩니다.”

    “뭐야? 당신이, 아니 여자가 지점장이라고?”


    고객은 어떻게 여자가 지점장이 될 수 있느냐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고, 끝내 불편사항을 내게 말하지 않았다. 나는 혹시라도 여자에게 말하기 불편한 내용의 이야기인가 싶어 남자 직원을 불러드릴지도 여쭸으나 고객은 여전히 남자 지점장만을 찾았다.


    “지점장인 저에게 하실 말씀이 있으면 지금 하시고, 없으시면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있지도 않은 남자 지점장만을 찾는 고객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고객을 만족시키고자 내가 남장을 하고 나타날 수도, 가짜인 남자 지점장을 데려올 수도 없는 일이었다. 하는 수 없이 나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나는 정중히 인사를 한 후 사무실로 돌아갔고, 결국 고객은 처음의 사원에게 자신의 불만을 호소하듯 풀어내는 것으로 상황을 종료했다. 지점장인 나에게 말했더라면 좀 더 건설적으로 해결되고, 어쩌면 적절한 보상까지도 받았을지 모를 일이 남자 지점장만 찾은 탓에 결국 하소연을 하는 정도로 만족해야 했다.


    내가 ‘여자’인 것은 업무와는 전혀 무관한 것임에도 나는 수시로 ‘여자’임을 확인 받아야 했다. ‘여자 지점장’에 대한 고객의 노골적인 거부 외에도 고위직 관리자는 당연히 남자일 것이라는 사회적 편견이 빚어낸 씁쓸한 해프닝은 수시로 벌어졌다.


    후배 직원들과 함께 협력사와의 첫 미팅에 참석할 때면 어김없이 내 직책이나 직급 앞에는 ‘여성 1호 팀장’, ‘유일한 여성 지점장’과 같이 성 수식어가 덧붙여졌다. 심지어는 나와 함께 간 남자 직원이 당연히 지점장일 것이라고 오해하는 일도 종종 벌어졌다. 당황한 직원이 “이 분이 지점장님이십니다”라고 나를 가리켰을 때 무안해하던 그의 얼굴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나는 1인분인가? - 병아리 직장인! ‘기본기’를 다지자

    나만의 분명한 색을 가져라

    공석이 생겼을 때나 새로운 자리가 만들어졌을 때 그 자리에 딱 맞는 사람이 즉시 떠오를 때가 있다. 언젠가 한 번은 가깝게 지내는 동료가 자신이 맡은 팀의 팀원 한 명을 보충해야 하는데 지원자 중 누굴 뽑으면 좋을지 내게 물었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Y를 추천했고, 동료도 고개를 끄덕였다.


    동료의 팀원들은 업무적인 능력은 탁월했지만 다들 개성이 뚜렷하다 보니 관계가 자주 삐걱댔다. 그러다 보니 견디다 못해 다른 자리로 옮겨가는 팀원도 생겼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며 나는 평소 이들 사이에 부드러운 윤활유 역할을 해줄 팀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었고, Y가 그에게 딱 맞는 적임자였다.


    Y는 배려의 아이콘이자 인간관계의 달인이라고 여겨질 만큼 인간관계에 탁월한 능력이 있었다. 게다가 본인이 중심이 되는 인간관계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주는 인간관계의 연결고리와 같은 존재라 모두가 그를 좋아했다. 그뿐만 아니다. Y는 본인이 전면에 나서야 하는 자리는 겸손하게 사양하고, 다른 사람을 빛나게 해주는 탁월한 능력이 있었다.


    Y가 적임자인 또 다른 분명한 이유도 있었다. 바로 탁월한 영어 실력이다. 마침 공석이 된 자리가 영어에 능숙한 인재가 필요한 자리였는데, Y는 그런 부분까지 완벽하게 준비된 인재라 누가 봐도 그 자리는 Y의 자리였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딱 그 자리에 필요한 색깔이 있다. 그 색이 아닌 다른 색으론 그 느낌을 온전히 살릴 수 없기에 망설임 없이 그 색을 선택한다.


    직장에서도 나만의 분명한 색을 가지는 것이 나의 자리를 찾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냥저냥, 두루뭉술,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사람은 선택의 순간에서도 늘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다. 그 사람을 선택해야 할 분명한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조직에서 돋보이는 나를 만들려면 남과 다른 차별화된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 나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의상과 디자인을 전공하고, 10년 가까이 패션 대기업에서 의상디자이너로 일했다.


    학창 시절 나는 전시회나 공연장 등 전공과 관련된 다양한 문화생활을 경험한 덕분에 학년이 오를수록 점점 더 창의력과 감각이 성장했다. 입사 후에도 잦은 해외 출장을 통해 높은 수준의 문화 체험을 하며 안목과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국내 최고의 유통기업으로의 이직 후 나는 디자인과는 무관한 일반적인 업무를 맡게 되었다. 그런데 그간 다져왔던 디자인 감각이 전혀 다른 영역에서도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일부 영역이긴 하지만 디자인 비전공자에 비해서 결과물을 가시화하는 능력이 우수했고, 이에 대한 인정을 받다 보니 나만의 차별화된 능력으로 더 키워가고자 노력했다.


    나만의 색이란 사적인 영역에선 남과 다른 나만의 개성일 수 있으나 직장과 같은 공적인 영역에선 남보다 특출한 나만의 장점을 의미한다. 언니들의 시대에는 장점이 한두 가지만 있어도 충분히 경쟁력 있었지만, 지금의 후배들은 성장 과정이 다르니 다양하게 잘 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게 주어진 업무를 책임감 있게 잘 해내는 것도 만만치 않은데 또 다른 장점 몇 가지를 준비해 나만의 색깔을 가지라니 다소 막막하게 들릴 수도 있다. 그런데 누구에게나 미처 발견하지 못한 숨은 재능과 기질이 있기 마련이다. 기회가 없어 드러날 일이 없었을 뿐이다. 그러니 포기하기 보다는 새로운 환경을 접할 때마다 경험해보고 시도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도 다양한 영역의 도전을 즐기고 남다른 실력을 갖추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나는 나로 나를 완성한다 - 관리자에게는 ‘필살기’기가 필요하다

    높이 올라갈수록 엉덩이는 더 가볍게

    “차라리 선배님이랑 근무할 때가 좋았어요. 저는 세상에 그런 스트레스가 존재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요.” 디자인 실장으로 근무할 때 함께 팀원으로 일했던, 이제는 선후배로 지내는 후배가 간만의 모임 자리에서 말했다.


    후배는 함께 근무하는 실장이 도무지 몸으로 움직이려 하질 않고 뭐든 말로만 처리하려 한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후배의 스트레스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상사의 컨펌이 있어야 일의 진행이 가능한 후배 사원들에게 있어서 상사의 발 빠른 액션은 본인의 일정 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


    품평회용 샘플을 쇼장으로 옮기거나 원단 창고를 정리하는 등의 힘이 들어가는 온갖 일들을 본인은 손 하나 까딱 안 하고 말로만 시키는 것도 화가 나는데, 잠깐의 시간을 내어 책상에서 체크만 하면 될 일까지 함흥차사 손에 쥐고 있으니 폭발한 것이다.


    여전히 적지 않은 사람들이 중간리더의 자리에 올라가면 어지간한 일들은 후배 사원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본인은 안 움직이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다. 타부서와 미팅에 참여하거나 상사의 지시를 받아오는 등의 정적이고 폼 나는 일만 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직급이 올라갈수록 오히려 몸을 움직이는 일에 팔을 걷어붙이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렇게 일하는 사람이 드물기에 조금만 움직여도 많은 선후배가 존경의 눈으로 바라볼 것이고, 후배들과의 공감력도 훨씬 높아지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현장 감각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직접 발로 뛰어야만 현행 업무가 가지는 문제점과 한계를 도출하여 개선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게 되고, 트렌드의 변화를 정확히 캐치하여 미래를 대비할 수 있다.


    나는 새로운 지점으로의 발령 소식을 알게 되면 늘 미리 방문하여 직접 쇼핑을 해 본다. 새로운 업무를 시작하는 신입사원부터의 오래된 습관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단계이다.


    고객의 입장이 되어 매장의 여기저기를 돌며 쇼핑을 해보고, 편리하고 좋은 점과 불편하고 힘든 점을 세세히 기록한다. 그리고 정식으로 발령이 나면 그때 기록해 두었던 것들을 토대로 하나하나 개선해나간다.


    B지점으로 부임했던 경우엔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점이 상품을 진열한 집기의 배치였다. 고객이 편리하게 쇼핑하려면 상품진열 집기가 쭉쭉 뻗은 동선상에 배치되어야 하는데 구불구불 좁은 동선이 영 불편해 보였다.


    나는 발령 첫날 집기의 배치를 바꾸어야 할 필요성에 대해 사원들에게 설명했다. 다행히 사원들 역시 그 부분에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일이 너무 커서 엄두가 나지 않아 아예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고 했다.


    집기업체의 도움을 받는다고 해도 전 사원이 최소 하루는 꼬박 달라붙어야 겨우 진행이 될 수 있을 정도의 대형작업이었다. 나는 직원들에게 공감을 구하는 동시에 직원들의 수고를 최소화하기 위한 계획도 치밀하게 짰다.


    지점의 영업이 끝나고 다음 날의 영업이 시작되기 전까지 10시간동안 집기를 재배치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수십 명의 사원과 함께한 작업에서 나는 공사판의 십장처럼 진두지휘하며 땀을 아끼지 않았다. 과정에 대한 세심한 체크가 있어야 두 번 일을 안 하고 깔끔하게 끝낼 수 있다.


    사원들이 제일 싫어하는 상사가 본인은 지시만 해놓고 퇴근한 후 다음 날 살펴보곤 다시 하기를 지시하는 사람이다. 나는 사원들에게 그런 이중의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현장에 끝까지 함께 했다.


    그 작업 후 매출이 상승함은 물론, 사원들은 새로운 일을 함에 있어 자신감을 가졌으며, 땀으로 맺어진 작업 속에서 사원들 간 끈끈한 전우애까지 생긴 느낌이었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엉덩이가 가벼워져야 하는 것은 비단 공식적인 업무에만 해당하는 일은 아니다. 부족한 업무 능력을 채우는 것, 낯선 업무를 신속히 파악하는 것과 같이 개인적인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영역에서도 직접 현장을 뛰며 살피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아무도 깨트릴 수 없는 나만의 방탄 멘탈

    치마 입어서 될 일이면 얼른 치마부터 입으세요!

    “여자인데 할 수 있겠어요?” 서류전형에 합격한 후 면접시험에서 면접관이 여성 지원자에게 흔히 하는 질문 중 하나이다. “결혼하거나 아이를 낳으면 회사를 그만둘 생각이냐?”라고 에둘러 묻기도 하지만, 결국엔 같은 의미의 질문이다.


    게다가 당당하게 실력으로 쟁취했음에도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운이 좋았거나 회사의 큰 배려가 있었을 것이라 오해한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나는 분명 나의 능력과 노력으로 그 자리에 올랐음에도 나를 인정하지 않거나 색안경을 쓰고 보는 경우가 많았다.


    매년 승진 시기가 되면 승진 결과를 두고 많은 말들이 오간다. 누구는 승진했고, 누구는 왜 고배를 마셨는지 등등의 나름의 분석까지 오간다. 덕분에 본인이 승진 대상자가 아니어도 관전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만큼 승진은 직장인에게 있어서의 초유의 관심사 중 하나이다. 그런데 관심이야 그렇다 쳐도, 유독 여성 승진자들에 대한 비아냥이나 뒷말은 듣기가 불편하다.


    언제부턴가 사내에 여성들의 승진이 눈에 띄게 두드러졌다. 여성 인력의 수가 객관적으로 많아진 덕분이기도 하지만, 여성들이 책임감 있고 당차게 본인의 일을 잘 처리하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이기도 했다.


    한참 선배인 나의 입장에서는 남녀를 가리지 않고 동등한 기회를 주는 회사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게다가 직원들도 여자 선배들의 승진을 보며 동기부여를 받고 더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니 회사의 입장에서도 긍정적이고 선순환적인 결과였다.


    몇 년 전의 일이다. 그 해는 좀 더 특별하게, 비교적 낮은 직급부터 높은 직급까지 여성들의 승진이 눈에 띄었다. 물론 절대적인 숫자로 보면 남성들에 비해 훨씬 적었고, 여느 해와 비교해도 불과 몇 명 정도 많아진 것에 불과했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기껏 몇 명 더 자리를 내어 준 것으로 그해 남성 직원들 사이에선 여성 직원의 승진이 남자들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말까지 나돌았다.


    오랜 차별을 깨부수며 이제 겨우, 아주 조금 ‘공정’을 향해 나아갔을 뿐인데도 그들은 ‘역차별’을 운운했다. 남자들이 승진을 많이 하면 그것은 당연한 일이고, 여자들이 승진을 좀 더 하면 역차별이라고 느끼는 것은, 내면에 이미 여자보다 남자가 우월하다는 잘못된 의식이 깔려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도 치마 입자. 내년에는 치마 입고 면접 봐야겠어!”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너나없이 승진 결과에 관한 이야기를 했는데, 누군가 함께 탄 남자 동료에게 이 같은 말을 했다. 순간, 나는 피식 코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게 능력도 없이 치마만 입는다고 될 일인가!


    “치마 입어서 될 일이면 얼른 치마부터 입으세요.” 참다못해 튀어나온 내 말에 여기저기서 여성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곤 불편한 기색이 역력한 남성의 낮은 헛기침 소리도 간간이 들려왔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이미 아홉을 가지고도 마저 다 가지지 못한 하나에 울분을 토하는 그들의 마음에 결코 공감할 수 없다.



    에필로그_당신이 희망입니다

    사람들이 나를 소개할 때 빼놓지 않는 수식어가 하나 있다. ‘유리 천장을 깬 여성’이 바로 그것이다. 감사한 수식어이긴 하지만 한편으론 씁쓸한 마음도 크다. 노력과 열정, 그리고 실력만 있다면 누구나 올라갈 수 있어야 할 그곳이,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유리천장과 맞장을 떠야 한다는 것이 왠지 억울하기까지 하다.


    나는 관리자급 리더에 여성이 드물기로 유명한 유통 대기업에서 최초의, 그리고 유일한 여성 팀장, 여성 지점장을 거쳐 마침내 유리천장까지 깨부순 여성 임원이 되었다. 그 과정이 어디 꽃길이기만 했을까.


    다행히도 세상은 이제 ‘여자’와 ‘남자’의 구분을 무너뜨리고 성 편견을 없애며, 능력 있고 열정적인 사람은 누구든 제대로 된 평가를 받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금은 여성의 사회 진출도 늘고, 직장 내 여성 관리자도 늘었다. 물론 그 변화의 속도가 썩 만족스럽진 않다. 그럼에도 나는 희망을 본다. 이젠 그게 뭐든 열심히 잘하기만 하면 된다.


    열심히 하고 잘하는데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나의 가치를 인정해 주지 않는다면 그 회사는 미래가 아닌 과거를 향해 달리는 회사이니 얼른 나의 가치를 알아주는 회사로 환승해야 한다. 요즘 같은 취업난에 그게 무슨 만용이냐 할 수도 있겠으나, 회사를 좋고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회사가 나를 모셔가도록 나를 쌓고 완성하는 데 집중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우리 사회엔 여전히 남녀차별이 존재하고,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도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은 견고한 벽이 아닌 서서히 무너지고 있는 담이며 조금씩 열리고 있는 문이다. 벽을 담으로, 문으로 만든 것이 나와 같은 언니들이었다면 이제 그것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활짝 열어야 할 이는 이 책을 읽는 그대들이다.


    내가 후배들의 희망이었듯이 이제 그대들이 희망이 되어 길을 열어가길 응원한다. ‘남자’와 ‘여자’가 아닌 온전히 실력과 열정으로 평가받는, 차별 없는 그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원하며 글을 닫는다.


    그대여, 당신이 희망입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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