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 우리 사회는 크게 달라졌다. 아이들은 집에서 원격 수업을 하고 부모는 사무실을 집 안으로 들여왔다. 장례도, 예식도 온라인으로 하고 무관중 경기와 공연을 화상으로 즐긴다. 이 모든 것의 핵심은 만나지 않고도 기존에 우리가 누리던 것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가이다.
가장 먼저 기업은 눈앞에 보이지 않는 직원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까, 직원은 보이지 않는 동료, 상사와 어떻게 제대로 소통하고 업무를 진행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었다. 새롭게 등장한 디지털 환경에는 그에 맞는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 우리가 조금씩 경험해온 재택근무와 원격근무의 경험 속에서 문제점을 보완하고 새로운 환경에 맞게 보완해나가는 지혜를 발휘한다면 위기를 뛰어넘어 한층 효율적인 조직 시스템을 갖게 될 것이다.
지금 당장 나와 조직에 주어진 문제를 바르게 인지하고 먼저 경험한 이들의 조언을 거울삼아 하나씩 변화시켜 나간다면 우리의 미래 환경인 리모트 워크 생태계는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시대, 전 세계를 놀라게 한 대한민국의 구성원으로서 결코 허술하지도 나약하지도 않은 우리의 사회 경제적 시스템과, 무엇보다 구성원 개개인의 능력과 건강함을 믿으며 앞으로 걸어나가면 된다. 우리의 발걸음이 이제는 전 세계 모두가 따라하고 싶은 모델을 만들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 저자 강민정
조직 소통 전문가. 16년간 기업 교육 강사로 활동하며 조직과 구성원이 조금 더 즐겁게 일할 방법을 고민하고 콘텐츠를 만드는게 저자의 일이다. 지금껏 만난 500개가 넘는 기업과 조직, 수만 명의 사람들에게서 매일 접해온 걱정과 바람이 인간관계, 동기부여, 커뮤니케이션, 조직 문화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하였다. 그런 저자에게 코로나19가 던진 화두는 ‘앞으로 어떻게 일해야 하는 가’ 였다. 사람들의 모임이 금지되면서 강의를 하는 그녀의 일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처음에는 당장 자신의 직업을 고민했지만 생각의 꼬리는 또다시 조직으로 넘어갔다.
‘조직 구성원들이 사무실의 한 공간에서 일하지 않고 재택근무를 하면, 일하는 데에 애로사항은 없을까? 서로 떨어져 원격근무를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기업과 조직은 무엇을 기대하고 걱정해야 할까?’ 고민의 결과, 올 초 출간 예정이었던 조직 소통에 관한 책의 내용을 모두 뒤집었다. 코로나19가 바꾸어놓은 판에 맞는 조직 소통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경험할 새로운 일터 환경, 다시 만들어야 하는 조직 생태계, 그 속에서 치열하게 일하고 배우며 싸워야 할 구성원들. 하나하나를 다시 생각하고 고민하여 나온 책이 바로 이것이다. 저자는 아직 정리되지 않은 질서 속에서 사람들이 조금 더 효율적으로 일하기를 바란다. 시간이 흘러 미래의 어느 시점에 지금을 회상한다면 조직과 구성원 모두 즐거운 성장의 시간이었다고 기억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화여자대학교 정책과학대학원 석사와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아트스피치 앤 커뮤니케이션 원장을 역임하고 지금은 온콘텐츠 대표로 있다. EBS TV 〈직장학개론〉 , KBS TV 〈여유만만〉ㆍ〈VJ 특공대〉 , MBC TV 〈컬투의 베란다쇼〉 등에 출연했으며, TBS 교통방송과 국군방송 라디오에서 소통에 관한 상담 코너를 진행했다.
■ 차례
들어가는 말 5
1부 언택트 시대
1장 언택트,비대면의 일상화 15
2장 포스트 코로나 라이프 53
2부 새로운 조직 생태계,리모트 워크
3장 이제는 리모트 워크 시대 91
4장 리모트 워크 생태계1: 작은 조직 107
5장 리모트 워크 생태계2: 신뢰문화 133
6장 리모트 워크 생태계3: 공유시스템 170
7장 리모트 워크 생태계4: 관계의 효율성 217
3부 리모트 워크 커뮤니케이션
8장 디지털 소통 247
9장 새로운 소통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273
10장 소통 가성비와 연비를 높여라 298
에필로그 354
지금 당장 나와 조직에 주어진 문제를 바르게 인지하고 먼저 경험한 이들의 조언을 거울삼아 하나씩 변화시켜 나간다면 우리의 미래 환경인 리모트 워크 생태계는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시대, 전 세계를 놀라게 한 대한민국의 구성원으로서 결코 허술하지도 나약하지도 않은 우리의 사회 경제적 시스템과, 무엇보다 구성원 개개인의 능력과 건강함을 믿으며 앞으로 걸어나가면 된다. 우리의 발걸음이 이제는 전 세계 모두가 따라하고 싶은 모델을 만들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리모트워크
언택트 시대
언택트,비대면의 일상화
집이 학교가 된 아이들
아침 9시부터 휴대폰이 울린다. 부산에 계신 부모님에게 걸려온 전화다. “컴퓨터에서 네모나게 뜨는 창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하노?” 초등학생 조카의 학교 수업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계셨다. 조카는 엄마가 출근 전 붙여놓은 메모를 봐도 잘 모르겠다며 멍하니 앉아 있고, 학교 수업 빠지는 건 큰일이라고 생각하는 70대 할아버지와 할머니만 똥줄이 탄다.
아는 지식을 총동원해 설명하고 영상 통화로 원격 클릭하고 설정 바꾸고 해도 수업을 들을 수가 없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너무 많은 학생들이 동시에 접속해 서버가 원활하지 않았다고 한다. 시스템의 문제인데 70대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자신들의 무지함에 손자가 학교 수업을 못 들은 것 같아 새 컴퓨터를 알아보고 계셨다.
우리 가족의 에피소드지만 이런 상황이 비단 우리뿐일까? 워킹맘들은 아이들 학교 수업을 위해 또 다른 돌봄 선생님을 집에 모셔야 할지 걱정이다. 새학기를 맞아 필기구, 노트, 가방, 신발 같은 새로운 기분을 낼 수 있는 물품보다 2020년 봄에는 PC와 PC용 카메라의 판매가 급증했다.
2019년 12월에 발생한 코로나19는 우리 일상에 새로운 고민들을 만들어냈다. 바이러스 전염을 예방하기 위해 시행된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대면 업무 방식으로, 전 세계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라이프 시대가 시작됐다. 그동안 비대면이 익숙했던 분야라면 금융 계좌 개설, 온라인 쇼핑, 음식 배달 정도였던 나 역시도 머릿속이 복잡해지게 된 일대 사건이다.
선생님들 역시 복잡하고 바쁘다. IT에 익숙하지 않은 선생님들은 콘텐츠를 만들고 편집하고 업로드하는 일련의 과정들에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게다가 집에서 아이들이 학습을 하니 아이들과 함께 부모가 교육 영상을 함께 보는 것도 부담스럽다.
실제 교육 시장도 큰 변화의 바람을 맞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를 이용한 에듀테크로의 전환이 빨라질 것이고, 비대면 교육과 대면 교육이 결합한 스마로그(smalogue: smart+analogue)형 교육도 확산될 것이다.
에듀테크는 증강 현실(AR)과 가상 현실(VR)을 활용해 학습자가 선호하는 교육 형태로 바뀜과 동시에 단순 지식의 전수가 아닌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교사가 활용하게 되면 교육 보조 수단이나 학습 도구가 되지만 학생, 즉 학습자 스스로 활용할 경우 자기 주도적 학습 형태가 되며 주 교육 도구가 된다. 그리고 개인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교육 수단도 된다.
24시간 집 안을 장악한 넷플릭스&유튜브
지난해 아마존에서 검색된 ‘갓’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해외에서 한국의 멋진 모자 갓을 구매하고 싶어한 것이다. 해외에 갓을 알려준 건 넷플릭스였다.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드라마 <킹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몰랐던 조선의 핫 아이템 갓을 발견한 것이다. 조선의 핫 아이템이 갓이었는지 우리도 몰랐다.
최근 넷플릭스, 왓챠 플레이, 웨이브, 시즌 등 OTT(Over-The-Top) 서비스의 이용량이 더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넷플릭스는 3월 월간 사용자 수가 393만 4665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28.5%나 급증했다. 바깥나들이와 외출이 힘들어진 사람들이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바깥에서 즐겼던 문화ㆍ오락ㆍ여가 생활이 집 안으로 들어왔다. 국내 드라마 정주행이 시작되었고, 평소 보지 못한 영화ㆍ드라마 등 해외 콘텐츠 시청과 음악 감상에 시간을 쓰기 시작했다. 늘어나는 시간만큼 OTT 서비스 업체는 호황을 누린다.
유튜브 또한 코로나19의 수혜자 중 하나다. 금융 투자 업계는 유튜브를 통해 투자 정보를 제공하려 하고 교육 업체는 강의를 스트리밍한다. 오프라인 공연의 취소로 방구석 콘서트가 열리고 개최 시기를 확정하지 못한 칸 국제 영화제를 비롯해 베니스ㆍ베를린 등 20개 국제 영화제는 유튜브와 손잡고 온라인 영화 축제 ‘위아원(WE ARE ONE)’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비대면 일상을 자주 맞게 되면 집 안에서 사용하는 콘텐츠 서비스 사업은 더 활성화될 것이다. 수익성 때문에 재미 위주 콘텐츠나 자극적인 콘텐츠를 생산하는 걸 유튜브의 단점으로 꼽으며 우려했는데, 이번 코로나 사태로 선한 영향력을 파급할 수 있는 콘텐츠들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OTT 서비스나 유튜브 등은 코로나 시대에 단순한 콘텐츠 서비스가 아니라 사람들의 정보처와 안식처 기능을 했다.
드라이브 스루의 진화
코로나19의 대응으로 세계에서 놀란 눈으로 바라본 우리나라의 획기적 아이디어는 바로 드라이브 스루(drive-thru) 선별 진료였다. 차에 탄 채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받는 드라이브 스루 방식이 세계적 히트 상품이 되었다. 접수부터 문진, 진료, 검체 채취까지 모두 차에서 이뤄지며 10분 만에 끝낼 수 있는 신속함도 보였다.
주로 커피나 패스트푸드 판매점에서 접했던 드라이브 스루 형태의 서비스가 농수산물 구입할 때, 회를 살 때도 가능하게 됐다. 백화점, 대형 마트 등 유통업체도 미리 주문한 물품을 차에서 받아 갈 수 있고, 특급 호텔과 고급 식당들도 ‘픽업(pickup)’ 서비스를 제공한다.
공공 도서관 휴관이 연장되자 ‘드라이브 스루 대출 서비스’를 시작했고, 학교도 교과서를 드라이브 스루 형식으로 배포했다. 해외에서도 다양하게 적용해 일상을 이어갔는데 말레이시아에서는 드라이브 스루 결혼식이 있었고, 미국 민주당 경선도 드라이브 스루로 투표를 하기도 했다.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또 하나의 변화를 가져올 것 같다. 불합리한 동선을 줄일 수 있고, 불편했던 방식이 편리해질 수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이 종식되더라도 조금 더 편해진 서비스들은 이전의 자리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항상 서비스의 진화는 고객의 편리함에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잠시 쓰는 대응 방안이 아니라 앞으로 자리를 굳힐 것이다.
한편으로 우려되는 건 편리한 비대면 방식이 사람 간 대면을 더 줄여줄 것이고, 10명의 사람이 필요했던 자리에 3명이 남을 것이고, 3명이 필요했던 자리는 키오스크로 대체될 수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 조직 생태계,리모트 워크
이제는 리모트 워크 시대
따라가면 존재할 수 있고 무시하면 우리는 사라진다. 하지만 앞서가고 있다면 지금 기회를 만난 것이다.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와 혁신
2000년대 초반에 기업의 화두는 변화, 혁신이었다. 그렇게 된 배경은 우리나라의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1위 기업들이 많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1등이 된 상태에서는 더 이상 따라갈 모델이 없다. 오히려 우리를 쫓아오기 위해 우리의 전략을 따라 하고 모방하는 다른 나라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매년 성장하지 못하더라도 현 상태만 유지하면 1위를 지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면 이미 내리막길을 걷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제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먼저 내딛어야 하는 걸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새로운 도전이 필요했고 도전과 시도를 위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체질 개선이 필요했다. 새로운 발걸음을 두려움이 아니라 설렘으로 바꿀 수 있다면 정체된 에너지가 아니라 움직이는 에너지로 바꿀 수 있다면 1위 기업들의 도전이 마냥 불안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 상태에 부르짖은 외침이 ‘변화와 혁신’ 이었다.
외침이 시작된 지 20년이 되어간다. 바짝 쫓아온 외국의 경쟁 기업들보다 빠르게 움직이기 위해 관료주의의 수직 구조를 수평으로 만들자고 했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세계 곳곳의 글로벌 인재들을 영입하려 했다. 창의적 상상력이 새로움을 찾을 수 있다 여겨 일터 공간도 바꾸고, 일하는 형태도 바꾸고, 일하는 시간도 유연하게 조정해봤다. 이런 세세한 노력들은 일일이 다 말하지 못할 만큼 많다. 우리 조직들은 얼마나 바뀌었나? 내가 본 결과 말하자면 소득은 분명 있지만 인테리어만 바뀐 조직들이 아직 더 많은 것 같다. 몸통 전체의 변화를 가지지 못하면 다가오는 미래에 버티기 힘들 수 있다.
이번 코로나19는 기업에게 반드시 조직 생태계를 바꿔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줬다. 5~6년 전부터 ‘스마트 워크’ 체제가 도입되고 적극적 실행을 정부가 권유하기도 했지만 그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았다. 그런데 코로나19는 점진적 체질 개선을 원했던 기업에게 급진적 변화의 필요성을 실감하게 만들었다. 재택근무나 유연근무를 제도로만 가지고 있었던 조직이 불가피하게 제도를 실행하게 된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존재로만 남아 있던 재택 근무제의 실사용률이 높아진걸 알 수 있는데 실제 만족도는 어떨까? 업체, 기관 등 여러 곳에서 실시한 조사를 살펴보면 대체로 만족하는 의견이 많았다. 오픈서베이의 조사에서는 74.5%가 만족한다고 나왔다.
길을 만들어놓고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하고 싶은 마음과 달리 이제 정글 숲의 우거진 나뭇가지를 치고 자르며 걸어 나가야 한다. 오지 탐험 다큐멘터리를 보면 사람이 지나간 흔적이 없는 숲으로만 우거진 곳을 가도 탐험가들은 길을 만들어낸다. 앞서가는 한 명이 장애물을 걷어내며 걸어갈 때 뒤에 오는 사람들이 앞사람 발자국을 따라 거칠고 빳빳한 나뭇잎을 밟고 밟으며 울퉁불퉁한 길을 고르게 만든다.
제대로 된 리모트 워크 실행 전에 이미 경험한 몇 개월의 리모트 워크는 새로운 길을 만들어낸 것과 같다. 일하는 환경의 변화와 혁신이 강제로 진행되었다. 이제 조직에 맞게 디자인하고 재단해 편안한 옷으로 맞춰 입으면 된다.
바뀌지 않는 하나! 소통의 힘
비대면으로 일하는 리모트 워크 환경이 되어도 바뀌지 않는 경쟁력은 소통이다. 기업 교육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나는 일종의 ‘토로 대상’이다. 사회생활, 직장생활에서의 불만과 답답함을 토로해대기 때문이다. 불통 시대라는 것을 나는 요즘 들어 매일매일 접하고 있다.
나는 또 매일매일 조직들을 만난다. 대기업, 중소기업, 중견기업, NGO단체, 공기업, 정부 부처, 공공단체, 다국적기업 등 여러 자회사를 가지고 사업을 하는 기업부터 전 직원이 5명 내인 스타트업 기업도 만난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조직의 변화, 시장의 변화 그리고 그 변화 속에 무엇이 달라졌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파악하는 것도 일이 되었다.
기업과 조직들은 다가올 시대와 소통하고 싶어한다. 조금이라도 먼저, 빨리 그 시대를 이해해서 자신들의 구성원들을 움직이게 하고 싶어한다. 조금 더 명확한 비전을 보여주고 함께 가자고 말하고 싶은데 쉽지가 않다. 지금 현주소와 앞으로 경험할 시대의 간극이 커서 어디서부터 시작하고 어떻게 손대야 할지 막막하게 느껴진다.
나는 2005년부터 하루에 3~4개 조직들을 방문해 다양한 매니지먼트 강의를 했다. 남녀 차이, 세대 차이, 소통에 대한 이해, 스피치 스킬까지 다양한 주제를 계속 말했고, 기업과 조직은 자신들만의 준비를 차근차근 해왔다.
그럼에도 아직 소통 준비가 안 된 조직들이 많다. 함께 노력해야 하는 걸 모르는 채 따로국밥으로 노는 조직을 만난다. 조직 문화를 모르는 요즘 신입사원이 문제니 그들만 교육이 필요하다거나, 바뀌는 시대는 20, 30대 신세대들의 역량이 필요한데 그걸 이해 못하는 팀장들이 문제니 그들만 교육이 필요하다거나, 결론은 CEO인데 임원들만 바뀌면 된다는 등의 생각들이 아직 많다. 직급별, 세대별, 성별, 직무별로 학습하고 관심을 둘 주제는 다를 수 있지만 공통적인 건 함께 변해야 한다는 점이다.
언택트, 비대면 시대가 되어도 소통의 중요성에는 변함이 없다. 오히려 대변할 수 없기에 더 세밀한 감정까지 간파할 수 있는 감정 소통도 필요하다. 기업 간, 구성원 간의 대량 협업은 방대해진 네트워크 망을 만든다.
지금까지는 조직에 위급 상황이 발생하면 재빠르게 모여 머리를 맞대고 해결했지만, 바깥으로 나갈 수도 없고 만날 수도 없는 비대면 상황이 된다면 원격으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하고, 담당 업무가 아니더라도 공유된 자료를 통해 위기 시 상황 파악을 재빠르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한 비대면 조직 생태계 구축이다.
하지만 이 시간을 줄여줄 수 있는 긴급 수혈이 바로 소통이다. 막혀 있지 않고 뚫려 있는 혈관이 온몸에 빠르게 피를 공급하듯 소통은 건강한 조직을 만드는 수혈 통로다. 조직의 생명이 소통에 달려 있고 이는 구성원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
리모트 워크 커뮤니케이션
디지털 소통
더 빠른 것을 원할 때 바뀌는 소통 방식
내 손 안의 세상, 모바일은 이제 없으면 제일 불편한 존재가 되었다. 단순 소비재가 아니다. 디지털 세상의 모든 소통이 여기서 이뤄지는 중요한 채널이다. 시공간을 초월한 스피드를 스마트폰이 만들어낸다.
도구가 라이프스타일을 바꾼다. 스마트폰의 등장은 정말 우리 생활의 혁명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모든 부분의 ‘스피드’ 기준점을 높였다. 편지에서 전화로, 전화에서 인터넷으로, 수단이 점점 진화하면서 소통은 시공간을 넘나들고 있다. 일처리도, 문제 해결도, 그리고 소통도 스피드 시대가 된 것이다.
점점 소통에 필요한 시간과 에너지가 줄어들면서 더 많은 정보를 주고받고 더 빠르게 소식들을 연결해갔다. 그럼 소통에서 휴대폰과 스마트폰의 차이점은 뭘까?
예전에 대학생일 때는 휴대폰으로 약속을 잡을 때 시간, 장소를 정해도 완벽하지 않을 때가 더 많았다. 메뉴 결정을 만나서 한다거나, 날은 정하되 장소를 서로 찾아보고 다시 연락하자든지 했다면 지금은 정확한 식당과 예약까지 스마트폰 통화 중에 바로 할 수 있다. 이중, 삼중의 선택 또는 시간이 걸렸다면 지금은 한 번에 바로 OK 되는 게 차이점이다. 게다가 실시간 소통이 입체적으로 바뀌었다. 바로바로 검색해 알아볼 수 있고 결정하면서 생각하는 시간이 짧아지고 기다림의 시간도 짧아졌다.
페이스북 최고경영자인 마크 저커버그는 미래에는 ‘텔레파시’가 소통 수단이 될 거라고 했다는데 과거 어릴 적 상상 속에서만 가능했던 일이 현실이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우리는 점점 더 빠른 것을 원하고 있고 그런 욕구가 소통 방식을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소통 방식이 바뀌면서 또다시 기다리지 못하는 급한 소통의 고리를 연결한다.
현대인들이 소통에 차분히 기다리지 못하는 특성을 갖는 데에는 SNS의 영향도 크다. SNS 소통의 가장 큰 장점이자 약점이 속도이기 때문이다. 소통의 방식도 1:1이 아니라 1:다수, 또는 다수:다수가 되며 실시간 24시간 개방형이다. 속도를 갈망하는 시대에 걸맞는 소통 매체다.
기다림이 약해진 현대인들에게 이제 생각하고 또 다듬고 정제시켜, 한 줄에 생각과 마음을 담아 소통하는 편지 같은 것은 고대의 유물이다. 음성 소통도 힘들다고 한다. 텍스트에서 이미지, 이미지에서 영상으로 옮겨가고 있다. 스피드가 소통의 무기가 되면서 말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새로운 소통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조직 소통 채널의 변화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더라도 비대면으로 일하는 재택근무와 원격근무를 하려는 조직들이 늘어날 것 같다. 그동안 사무실, 즉 정해진 공간을 벗어나 유연하게 공간과 시간을 활용하는 스마트 워크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꾸준히 도입하고 실행하면서 추진해왔다.
이처럼 점점 인식되어 가는 원격근무는 비대면이 디폴트인 업무 방식이다. 5G 기술의 상용화가 이뤄진 지금, 우리는 일을 하기 위해 어딘가로 꼭 가야 하는 부담이 사라졌다. 주변 어디를 가도 일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빠른 인터넷과 데이터망이 있다. 기술 발전으로 비대면으로 일하는 것은 또 하나의 방식이 되었다. 그런 와중에 코로나 팬데믹으로 비대면, 거리두기가 필수가 되면서 원격근무 흐름이 가속화되었다.
인터넷 보급 이후 이메일을 통해 시공간을 초월하는 소통이 가능해졌고, 휴대폰이 등장하면서 문자 소통이 생겼다. 문자 소통에서 잘 드러낼 수 없었던 감정 표현이 문자 기호와 이모티콘을 통해 전달하면서 텍스트 하나 없는 이모티콘 이미지만으로 지금은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사람들의 행동 변화와 습관은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달라지고 있다. 스마트폰 등장 이후 디스플레이만 보면 손으로 터치하는 습관이 생기기도 했다.
감정 해석 능력이 공감 소통을 만든다
마음은 안 그런데 말이 잘못 나온다? 소통의 잦은 변명 중 하나다. 상대의 감정선을 유지시키며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는 건 어렵다. 이걸 잘하는 사람은 두고 우리는 ‘센스 있다’, ‘배려심 있다’라고 얘기한다. 센스 있는 그들의 능력은 말발이 아니라 소통이 감정을 연결시킨다는 걸 아는 것이다.
상대의 감정을 이해하기 어려워 소통이 힘들다고 하는 사람은 대부분 출발부터 상대의 감정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는다. 생각과 판단의 맞고 틀림, 좋고 나쁨을 따지며 서로 말을 주고받다 보면 평행 상태의 핑퐁 게임을 지칠 때까게 하게 된다. 그렇게 지치다 보면 한 명의 감정선이 수위를 넘는다.
소통은 텍스트의 주고받음이 아니라 감정의 주고받음이다. 그래서 소통에서 중요한 게 공감이다. 그런데 비대면 소통에서는 감정을 읽기 힘들어진다. 얼굴을 보고 음성으로 주고받는 소통은 그 당시 드는 감정을 숨기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비대면이 되면 비언어적 표현을 해석하기 힘들다. 감정을 이해하기 힘들게 되면 공감이 어려워지고 결국 소통에 장애가 생긴다.
공감이 힘들어질 수 있는 비대면 소통의 또 다른 이유는 사람들이 감정을 숨기기 때문이다. SNS에서 텍스트로 옮겨지는 소통은 감정을 숨기기에 용이하고 실제 감정을 숨길 때가 많다. 분명 SNS의 채널들이 더 많이 생기면서 소통의 장이 더 많아졌고 소통의 대상도 더 넓어졌는데 현대인들은 아이러니하게 풍요 속의 빈곤을 느끼는 것 같다.
맞팔이 소통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좋아요’를 받으면 의무적으로 ‘좋아요’를 눌러주기도 한다. 내용도 모른 채 말이다. 왠지 소통이 물물거래처럼 주고받는 상품이 된 듯한 느낌도 지울 수 없다. 왜 그럴까?
네트워크로 연결된 사회 속에서 나라는 존재를 스스로 인정하고 사는 게 어려워졌다고 할까? 너도나도 자신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스스로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 타인의 시선을 적극 수집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다양한 자신을 전시하고 존재를 드러낸다.
감정을 알기 힘든 비대면 대화는 공감 지능을 마비시킬 수 있다. 또 감정을 숨기게 되는 비대면 대화는 직장 밖에서 소통 대상들을 자꾸 찾게 만들 수 있다. 우리에게는 조직 안팎의 적절한 소통 밸런스가 필요하다. 조직 밖 나의 사회 속에서도 행복한 소통이 필요하지만 조직 안 나의 사회 속에서도 나를 안정시킬 소통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래서 비대면 소통에서 연습해야 할 또 하나는 감정을 읽어내고 표현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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