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발견

우리에게는 감정을 표현할 자유가 있다

감정을 표현하자

기분이 어떤가? 이 책의 주제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질문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이런 질문을 다양한 형태로 굉장히 자주 받는데, 솔직하게 대답할 수 있으려면 기본적으로 질문 형태가 최대한 간결해야 한다.

나는 어렸을 때 참으로 불행했다. 두려움과 분노와 절망에 젖어 있었고 왕따를 당하는 외톨이였다. 고통스러운 나날이었다. 나는 성적표가 C와 D로 도배된 학습 부진아였고 식이 장애로 체중 미달과 비만을 오갔다. 친구도 아예 없었다. 부모님이 나는 사랑하고 아꼈다는 건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부모님도 각자 힘겨운 고통을 겪고 있었다. 어머니는 불안해하고 우울해 했으며 알코올 의존증에 걸려 있었다. 아버지는 아들이 자신처럼 남자답지 못하다는 이유로 분노와 걱정, 실망에 시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적어도 한 가지 공통분모가 있었다. 감정을 다루는 법을 전혀 몰랐다는 점이다. 자신들의 감정은 물론이고 내 감정까지도.

어느 날 나는 부모님에게 끔찍한 비밀을 털어놓았다. 우리 가족의 친구였던 이웃이 나를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는 지하실에 있던 야구 배트로 그 남자를 때려죽이려 했고 어머니는 신경 쇠약으로 쓰러질 지경이 되었다. 경찰이 그 이웃을 체포했고 내가 무슨 일을 당했는지 온 동네에 금세 소문이 났다. 그 학대범이 열 명이 넘는 아이들에게 같은 만행을 저질렀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내가 나서서 이 끔찍한 악몽을 폭로한 걸 모두 반겼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아니, 틀렸다. 나는 곧 외톨이가 되었다. 어른들은 하나같이 아이들에게 나와 가까이 지내지 말라고 했다. 따돌림은 더 심해졌다. 부모님은 그제야 내가 끊임없이 감정적으로 무너지는 원인을 깨달았다. 나쁜 성적, 폭식증, 관계 단절, 절망, 분노의 이유를.

부모님은 문제의 심각성을 정확히 인지하진 못했지만 내게 상담 치료가 필요하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각자 자신의 문제에 압도되어 그저 버텨 내기에 급급했던 나머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살필 수가 없었다. 조부모님이 내 부모님의 감정을 진심으로 궁금해 했다면, 감정을 다루는 법과 문제 상황에 대처하는 법을 가르쳐 줬다면 내 어린 시절은 굉장히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때 기적이 일어났다. 구세주의 이름은 마빈. 정확히는 마빈 삼촌이었다. 마빈 삼촌은 어머니의 남동생으로, 낮에는 교사로 일하고 밤과 주말에는 밴드 활동을 했다. 마빈 삼촌은 정말 특이한 사람이었다. 친척들 사이에서는 물론이고 내가 지금껏 알아 온 모든 어른 중에서도 가장 독특한 사람이었다.

마빈 삼촌은 이미 1970년대에 학생들의 감정 표현을 장려하는 교육 과정을 고안했다. ‘감성 능력’이 학습과 인생의 질을 향상할 수 있다는 믿음에 기초한 것이었는데, 삼촌은 그 믿음이야말로 교육 현장의 문제를 해결할 열쇠라고 생각했다. 삼촌이 정리한 내용을 소리 내어 읽으면 나는 그것을 타이핑하는 조수 노릇을 했다. 그때 ‘절망’, ‘소외’, ‘헌신’, ‘의기양양함’ 같은 용어를 접하고 나에게도 그런 감정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느 여름날 삼촌과 함께 뒷마당에 앉아 있는데 그가 내게 IQ 테스트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알고 보니 나는 처참한 학교 성적표가 주장하는 것에 비해 훨씬 똑똑한 아이였다. 그는 어떤 어른도, 아니 어느 누구도 하지 않았던 질문을 했다. “마크, 기분이 어때?” 이 한마디에 가슴속 감정의 둑이 일시에 무너지고 격류가 쏟아졌다. 당시 겪고 있던 끔찍한 일들과 내가 느꼈던 감정들이 한꺼번에 나를 덮쳐 왔다.

그 사소한 질문 하나가 내 인생을 바꿔 놓았다. 중요한 건 질문 자체가 아니라, 삼촌이 내게 질문한 방식이었다. 그 순간 나는 삼촌이 진심으로 내 대답을 궁금해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삼촌은 내가 느끼는 감정을 섣불리 평가하지 않았다. 마음을 열고 공감하며 귀를 기울여 주었다. 내 감정을 해석하거나 설명하려 하지도 않았다.

그날 나는 정말 시원하게 속내를 털어놓았다. 마빈 삼촌은 그저 들어주기만 했다. 내 말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해 주었다. 그는 누구도, 심지어 나조차도 인지하지 못했던 부분에 처음으로 초점을 맞췄다. 마빈 삼촌은 내게 마음껏 감정을 표현할 자유를 선사한 것이다.

감정은 무시해서도, 억눌러서도 안 된다

매년 나는 교육자, 학생, 부모, 기업 임원, 사업가, 정치 지도자, 과학자, 의료인을 비롯해 전 세계 온갖 부류의 수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강연한다. 내가 전하는 메시지는 언제나 똑같다. 아무리 힘든 감정이라도 그 정체를 파악하고 표현하며 이를 제어할 수 있다면 긍정적이고 만족스럽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감정 표현이 불편하고 어색한 건 당연하다. 긍정적인 감정도 그렇지만 슬픔, 분노, 두려움, 거부당한 상처 같은 불쾌한 감정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그 모든 감정이 자신의 약점과 직결되는데 어느 누가 드러내고 싶어 할까? 약점을 감춰 자신을 보호하려는 본능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야생 동물조차 그렇게 한다. 그야말로 자기 보호 본능인 셈이다.

기꺼이 기분을 살펴 주려는 호의와 솔직히 대답하기 꺼려지는 마음 사이에는 큰 괴리가 있는데, 여기에 매우 중요한 시사점이 있다. 누구나 잘 알고 있듯이, 신체적 건강을 제외하면 감정 상태를 어떻게 유지하는지가 삶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감정은 모든 것을 지배한다. 온갖 부분에 구석구석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감정을 다룰 때면 항상 조심스러워한다. 내면 세계는 우리 자신에게도 미지의 영역이며 섣불리 탐색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큰 공간이다.

삶은 슬픔, 실망, 불안, 짜증, 열정, 평온함 같은 감정으로 가득 차 있다. 이런 감정이 불편할 때도 적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바쁜 삶을 방해하거나 구속하기 때문에 우리는 감정을 무시하려 안간힘을 쓴다. 이런 분위기가 사회 곳곳에 만연하다. 물론 우리는 감정을 중시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시에 감정이 직장, 가정, 그 밖의 모든 곳에서 갈등을 일으키며 생산성을 떨어뜨린다고 여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감정은 무시하거나 억누르면 오히려 더 강해진다. 강렬한 감정은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모든 것을 악으로 물들이는 어둠의 힘이 되어 내면에 단단히 자리 잡는다. 감정은 무시한다고 해서 제풀에 사라지지 않는다. 저절로 해소되지도 않는다. 언젠가 갚아야 하는 빚처럼 차곡차곡 쌓일 따름이다.

비단 불쾌한 감정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좋은 일이 있을 때도 기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그저 그 감정을 즐길 뿐 깊이 살펴보지 않는다. 이 역시 잘못된 일이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긍정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감성 능력의 중요성을 널리 공유해야 하는 이유

1990년대 후반에 마빈 삼촌과 나는 감정을 다루는 기술을 학교 교육에 도입하려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처음에 우리는 아이들만을 대상으로 했다. 그런데 일부 교사들이 거부감을 드러냈다. 어떤 교사는 “아이들에게 불안을 가르친다는 게 껄끄러워요.” 라고 말했다. “나라면 아이들의 감정 표현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지 않을 거예요.”라고 말하는 교사도 있었다. 교사들이 감성 능력의 중요성을 믿지 못한다면 그들이 아무리 관련 내용을 가르쳐 봐야 효과가 없을 터였다. 아이들이 변화하려면 교사들이 먼저 감성 능력의 중요성을 이해해야만 했다.

감성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널리 공유할 필요가 있다. 자신과 주변의 모든 사람에게 감정이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학생들뿐 아니라 우리 어른들부터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감성 능력을 발전시켜 긍정적인 본보기가 돼야 한다. 우리가 진행한 학교 현장 조사 결과를 보면 감정 표현이 능숙한 교사가 담당하는 학생들이 덜 산만하고 집중력이 높아 학업에서 좋은 성과를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감성 능력이 발달한 교장이 있는 학교에서는 교사들의 스트레스가 낮고 업무 만족도가 높다.

한 세대의 아이들이 감성 능력을 갖춘 어른으로 자라난다면 문화 전반에 변화가 일어나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감성 능력을 배우고 감정에 대응하는 방식을 개선한다고 해서 일순간에 행복한 일상을 누리게 되지는 않는다. 영원한 행복은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가 아니며 실현 가능하지도 않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나은 삶을 살고 현명한 판단을 내리며 의미 있는 관계를 맺고 자신의 잠재력을 깨달을 수 있는 능력이다.

감성능력은 개인적이면서도 상호적이다. 개인에게도 유용하지만 공동체 속에서 활용할 때 큰 가치를 발휘한다. 이에 따라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출현하게 된다. 나는 이 과정을 실제로 목격하고 있다. 감성 능력은 전 세계 학교 수천 곳에서 눈부신 성과를 거두고 있다.

우리 모두는 자신과 사랑하는 이의 삶이 고난과 역경 없이 평탄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바람이다. 우리는 삶이 건강한 관계와 열정, 목적의식으로 채워지기를 바란다. 충분히 이룰 수 있는 바람이다. 마빈 삼촌은 이 소망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을 내게 알려 주었다. 그 첫걸음은 바로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행복과 성공을 부르는 감정 기술 적용법

가정에서의 감정

우리는 아이들의 감정 생활을 염려한다. 삶의 어느 곳이 감정과 관련된 부분인지도 잘 안다. 사실상 모든 분야가 그렇다. 아이들의 신체적ㆍ정신적 건강, 학업 능력, 장래의 성공적인 직장 생활과 가정 생활 등 모든 것이 감정 관리에 달려 있다. 이런 점에서 아이들의 성공 여부는 부모의 양육 행동을 고스란히 보여 주는 척도이다.

그런데 ‘어떤’ 가정인가? 바로 우리가 자란 곳, 감정 생활 방식을 형성한 가정이다. 우리는 감정 지식을 알지 못한 채로 태어난다. 그저 배고프고 춥고 어떤 이유로 불편해져서 그에 반응할 뿐이다. 자연은 영유아기 아이들이 생존에 필요한 관심을 얻을 수 있도록 이처럼 반응하는 능력을 주었다. 그 밖의 모든 것은 둥지에서 배워야 한다.

어른이 되고 가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지식을 배우는 과정에서 우리는 숨 쉬듯 자연스레 감정 경험을 쌓아 가고, 좋든 나쁘든 이렇게 형성된 감정적 패턴을 복제하며 성장한다. 그리고 우리가 출발한 가정을 감정적 토대로 하여 새로운 가정을 만들면서 순환이 반복된다.

많은 사람이 그런 운명을 피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절대 부모처럼 되지 않겠다고 굳게 마음먹는다. 하지만 필연적으로 “이런 모습이 어디서 나왔지?” 라고 혼잣말하는 순간이 온다. 불현듯 평생 마음 한구석에 부모를 품고 다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어떻게 해야 좋은 가정 환경을 만들 수 있을까? 우리 아이들과 사랑하는 사람이 지지와 존중을 받고 소중히 여겨지고 충분히 이해받으며 자신의 말을 귀담아 들어 준다고 느낄 만한 가정 말이다. 인내와 수용, 유머와 즐거움이 가득 찬 가정을 꾸리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부모가 감정을 조절할 줄 알아야 아이도 감정을 조절할 수 있다

부모들에게 자신을 자극하는 방아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표현해 달라고 하면 금세 답이 나온다. “같은 일을 반복해야 할 때요.” “고생하며 저녁 식사를 차렸는데 안 먹겠다고 할 때죠.” “끝없는 말다툼과 싸움이죠.” 부모 또는 양육자인 당신의 감정을 자극하는 방아쇠는 무엇인가?

부모들이 불만 사항을 털어놓으면, 다음으로는 자극받을 때 보통 어떻게 반응하는지 묻는다. 이번에는 답이 그리 빨리 나오지 않는다. “저는 딸에게 소리를 질러요. ‘빼액’ 지르는 거죠. 있는 힘껏 말이에요.” “저는 위협해요.” “애들의 죄책감을 자극해서 내가 바라는 행동을 하게 해요.”

‘방아쇠’(triggered)는 우리가 감정에 반응하는 방식을 설명하기 위해 선택한 단어이다. 우리는 외부에서 뭔가가 우리의 방아쇠를 당기기라도 한 것처럼 말한다. 아이가 무례한 어투로 말대꾸하거나 발을 굴렀기 때문에 당신이 분노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방아쇠는 외부가 아닌 우리 내면에 있다. 자신의 행동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우리는 삶의 자극에 대응하는 방식을 스스로 결정한다. 아이가 버릇없이 굴 때마다 분노를 터뜨리고 싶지 않다고? 그러면 더 잘 대응할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같은 구시대적 방법은 효과가 없다.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우리 자신의 감정 반응은 물론 아이들의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다. 감정 조절하기의 첫 단계이자 위력이 가장 센 것은 바로 메타 모먼트이다. 정말 피하고 싶은 방식으로 몸이 반응하려 할 때 잠시 멈춰 숨을 한 번(또는 두 번) 고르는 것이다.

난관에 봉착했을 때 잠시 멈추는 것은 삶에 대한 반응을 다스리는 오래된 방법이다. 바로 그 방법에서 감정 조절이 시작된다. 호흡은 강한 반응을 가라앉히며 생각할 시간을 1~2초 정도 벌어 준다. 다만 메타 모먼트에 완전히 집중하는 것이 핵심이다.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최고의 자아’를 상상하라

그러면 다음 차례는 뭘까? 당신의 ‘최고의 자아(best self)’를 떠올리는 것이다. 이때 우리는 이상적인 부모를 상상한다. 친절하고 사랑이 넘치며 인내심 있고 다정하게 보살피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지지와 격려를 보내는 부모를 떠올린다.

대부분의 부모가 그렇지 않느냐고 말하고 싶지만 이런 사람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는 너무도 인간적이기에 실수를 한다. 최고의 자아는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이상형일 뿐이다. 항상 최고의 자아처럼 살아갈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정체를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다. 최고의 자아는 곧 당신이 되고 싶어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메타 모먼트 동안 ‘최고의 자아라면 어떻게 반응할까?’라고 물으면 적어도 이 중요한 시점에 어떻게 행동하고 싶은지 알게 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최고의 자아와 점점 가까워질 테고 다음에는 더 친해질지도 모른다.

최고의 자아라는 이상에 접근하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직장이건 속해 있는 공동체이건 당신이 알려진 곳이라면 어디든 당신에 대한 평판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당신은 대체로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좋은 평판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가정에서의 평판도 있다. 그 ‘공동체’의 규모는 일반적인 것보다 꽤 작지만 단어의 정의에는 부합한다. 이 공동체에서 당신은 친절하거나 인내심 있거나 이해심 있거나 포용력 있다는 평판을 얻을 수 있다 이와 정반대이거나 그 중간 어디쯤이라는 평가를 받을지도 모르겠다. 가정에서 평판을 얻는 방식은 밖에서와 똑같다. 모든 평가는 당신의 행동에서 비롯한다.

학교에서의 감정: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교직은 매우 보람 있지만 동시에 극도로 힘든 직업으로 유명하다.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시험의 압박에, 학급 규모는 크고, 저마다 요구 사항이 다른 다양한 학생들을 지원해야 하는 데다, 월급은 적고, 관리자들은 비협조적이기 때문에 교사가 일을 그만두는 비율이 매우 높다.

교사 5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그들이 매일 느끼는 감정의 70퍼센트는 ‘좌절감’, ‘과로’, ‘스트레스’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었다. 부정적인 감정을 더 많이 경험하는 교사는 수면 장애, 불안, 우울증, 과체중, 번아웃을 겪을 가능성이 높고 퇴직하려는 생각을 더 많이 한다.

교사의 부정적인 감정은 학생들에게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교사는 수업 열의가 낮고 칭찬을 덜 하며 학생들의 생각을 덜 수용하고 학생들과 덜 교류한다. 아이들이 잘 자라길 바란다면 교사부터 살펴야 한다.

아이들의 감성 능력을 키우려면 학교와 교사가 바뀌어야 한다

미국 어린이 다섯 명 가운데 하나는 우울이나 불안 같은 정신 건강 문제를 겪고 있으며, 17세 청소년의 절반 이상이 방치부터 학대에 이르는 다양한 원인으로 트라우마를 갖고 있거나 적어도 한 번은 이런 일을 목격했다고 한다. 교육자들은 트라우마가 학습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지 못한 탓에 학생의 트라우마를 악화하고 장래를 위태롭게 하는 위험을 무릅쓴다.

우리는 모든 아이가 공부할 마음가짐을 품고 있는 교실 분위기를 조성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학생들이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교사의 말에 집중하지 못하며 배운 내용을 기억하지 못할 경우 전통적으로 교사가 일차적으로 주목하는 것은 학생이 드러내는 분위기와 행동이었다. 잘못된 행동에 대해 훈육하고 징계하는 식으로 대처해도 감정과 관련된 근본 원인은 대부분 그대로 남아있다.

열아홉 개 주에서 여전히 교실 체벌이 허용되고 있으며 흑인 학생들에게 정학과 퇴학 기준이 불공평하게 적용되는 사례가 계속 증가한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라. 교사와 교육 행정가가 학생들의 감정과 행동을 오해하거나 자신들의 편견을 인지하지 못할 때 문제는 더욱 나빠진다. 교사들이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한다면 상황이 나아지기를 기대할 수 없다.

직장에서의 감정

직장이 정서적 어려움을 유발하는 공간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어쨌거나 우리는 깨어 있는 시간의 절반을 그곳에서 보낸다. 함께 어울리겠다고 선택하지 않은, 습관과 가치관과 취향을 공유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지내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과 가깝게 지내야 하고, 협력하고 협업할 방법을 찾아야 하며, 그러지 않으면 불행해지는 데다 성공하지 못한 어른이 될 위험까지 무릅써야 한다. 대부분 젊은 시절에 들어가 노년의 정점에 이르러서야 빠져나온다. 감정적 부담이 심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직장 일을 기술과 정보, 지적 능력과 경험, 성취와 성과를 향한 갈망으로 해 나간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이 뒤섞여 작용한다. 하지만 모든 인간의 노력 속에 존재한다는 점에서 감정이야말로 직장에서 작용하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감정은 리더십의 효과부터 복잡한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데까지, 혁신부터 고객 관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 영향을 미친다.

리더는 조직에서 감정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해해야 한다

감정이 효과적인 리더십에 미치는 역할을 묻고자 최근에 동료 심리학자 데이비드 카루소를 인터뷰했다. 그는 당면 과제에 감정을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자신이 참석했던 제품 개발 회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담당 매니저는 의욕적이고 긍정적이었다. 전염된 그의 기분은 브레인스토밍에서 꽤 유용했다. 하지만 제품 세부 계획과 시장 데이터에 집중해야 하는 단계에서는 그의 열정이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창의적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이끌어 냈던 의욕과 자신감은 지나치게 낙관적이고 허점투성이인 출시 일정을 만들어 냈다. 감정이 문제 해결을 가로막은 사례이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깨닫자 팀장은 눈에 띄지 않는 방식으로 감정적인 분위기를 바꿨다. 그는 어조와 억양에 변화를 주어 회의의 활력 수준을 낮췄다. 이는 세부사항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 주는 예시이다.

물론 조직도 개인이 조직 전체의 감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직원의 행동은 기업체가 어떤 조직 구조나 직급 호칭 등을 적절하다고 여기는지에 큰 영향을 받는다. 운영 책임자가 자신의 뜻을 전달하고 다른 사람을 관리할 때 감성 지능을 활용하지 않는다면 누가 그렇게 할 수 있겠는가?

감성 지능이 직장에서 그토록 필요하다면 어떻게 습득해야 할까? 대체 언제 그 훈련을 할 수 있을까? 휴식 시간에? 점심시간에? 아니면 연차 휴가 기간에? 우리는 배울 것이 있어서가 아니라 할 일이 있기 때문에 출근한다. 기업들은 ‘감성 지능 훈련과 개발 프로그램’에 수백만 달러를 투자했다. 하지만 지속적인 습관을 갖도록 도와주는 방식으로 감성 지능 향상을 도모하는 종합 프로그램은 아직 보지 못했다.

내가 기업에 감성 지능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오지 라이프 랩(Oji Life Lab)을 공동 창립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이곳이 프로그램은 학습자들이 세심하게 설계된 간단한 학습 활동을 거치는 가운데 감성 능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프로그램에는 훈련된 코치와의 단체 또는 일대일 실시간 영상 토론도 포함된다. 오랜 시간에 걸쳐 감성 능력을 타구하면서 사람들은 더 많은 습관을 개발하고 유지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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