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금리 쉬운 경제
 
지은이 : 박유연
출판사 : 더난출판
출판일 : 2020년 04월




  • 경제 공부를 시작할 때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금리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알려주는 책 『요즘 금리 쉬운 경제』가 출간됐다. 오랫동안 경제전문기자로 활약하고 있는 저자가 금융 초보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기초적인 금리 지식을 친절하게 설명한다. 이 책은 금리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시작으로 금리가 거래되는 금융 시장, 금리 결정 방식, 금리를 이용한 재테크의 핵심, 금리에 따른 부동산 시장의 향방, 채권과 금리의 관계까지 설명한다. 또한 심각한 경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정책과 경제학 원리, 한국은행이 우리나라 경제를 조율하는 방법까지 보다 심층적인 금리 지식도 함께 전달한다.


    요즘 금리 쉬운 경제


    금리란 무엇인가

    돈에도 가격이 있다

    금리, 한자로 쓰면 金利, 해석하면 ‘돈(金)에 붙는 이자(利)의 비율’이다. 조금 더 풀어 쓰면 이자율이며, 금리와 이자율은 같은 말이다. 경우에 따라 이 둘을 섞어 쓰기도 한다. 이 책에서 나 또한 그러겠다. 그런데 뜻은 그렇다 치고, 금리란 도대체 뭘까?


    알 듯 모를 듯, 금리의 정의

    세상 모든 것은 거래의 대상이다. 돈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금리란 ‘돈을 융통할(빌릴) 때 붙는 가격’을 의미한다. 모든 거래에는 가격이 붙는다. 당연히 돈도 예외가 아니다. 아무런 대가 없이 돈을 융통해주는 사람은 없다. 돈에도 가격이 있는 것이다.


    돈을 빌려주면 이자를 받고, 돈을 빌리면 이자를 준다.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여기서 이자는 돈을 주고받는 데 따른 ‘대가’를 의미한다. 그리고 이자율은 ‘대가의 수준’, 즉 가격을 뜻한다. 돈의 가격이 바로 이자율이다. 다시 말해 돈을 융통할 때 내는 가격. 그것이 금리다. 이 책에서 수많은 금리가 등장할 텐데, ‘금리 = 돈을 융통하기 위한 가격’이라는 것만 머릿속에 새겨놓으면 헷갈리지 않을 것이다.


    대출 금리는 우리가 은행에서 돈을 빌린 뒤 모두 갚을 때까지 내는 가격이다. 사채 금리는 사채업자로부터 돈을 융통할 때 지불하는 가격이다. 반대로 이자를 받는 예금 금리는 우리가 은행에 돈을 융통해 줄 때 받는 가격이다. 예금은 은행 입장에서 고객으로부터 돈을 융통받는 것과 같다.


    이자율을 결정하는 2가지 요소

    그렇다면 이자율은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 돈을 융통할 때 가격이 붙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가격이 붙는 건 그게 2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는 사람은 경제적 편의를 제공하는 셈이다. 그에 따른 대가를 요구하는 게 당연하다.


    둘째, 물가 상승을 감안해줘야 한다. 예를 들어 매년 물가가 5%씩 오른다고 해보자. 지금 100만 원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을 1년 뒤에는 105만 원 내고 사야 한다. 뒤집어 말하면 지금 100만 원과 1년 뒤 105만 원은 같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지금 100만 원을 빌려줘서 1년 뒤 똑같이 100만 원을 돌려받으면 당연히 손해를 보는 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돈을 빌려주는 사람은 그 차이를 보상받으려고 한다. 지금 100만 원을 빌려주고 1년 뒤 최소 105만 원은 돌려받겠다고 하는 것이다.


    이처럼 물가 상승을 보상하는 5만 원에 경제적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가 더해져 이자율이 결정된다.


    이자율이 변하는 이유

    물건의 가격이 변하듯 이자율도 수시로 오르내린다. 대출 금리가 1%에서 10%로 오르면 그만큼 돈을 융통할 때 붙는 가격이 올라간다. 돈을 빌릴 때 이전에는 원금의 1%만 내면 됐는데 이제 원금의 10%를 내야 하니 돈을 융통하기 위한 가격이 오른 것이다. 반대로 대출 금리가 1%에서 0.5%로 떨어지면 그만큼 돈을 융통할 때 붙는 가격이 내려간다.


    금리가 오르내리는 데는 돈의 양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공급이 많으면, 즉 시중에 돈이 많이 흘러 다닐 때는 상대적으로 돈을 융통하기 쉽다. 그러면 싸게 돈을 빌릴 수 있다. 금리가 내려간다. 반면 공급이 적으면, 즉 시중에 돈이 적게 흘러 다닐 때는 돈을 빌려주는 쪽에서 더 많은 대가를 요구하게 된다. 그러면 비싸게 돈을 빌려야 한다. 금리가 올라간다.


    수요에도 영향을 받는다. 부동산 시장 호황과 같은 영향으로 돈을 빌리려는 사람이 늘면 돈을 융통하는 데 경쟁이 많아진다. 상대적으로 돈의 가치가 올라간다. 금리가 올라간다. 반대로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아 돈을 빌리겠다는 사람이 줄면 돈을 융통하기 위한 경쟁이 적어진다. 돈의 가치가 내려간다. 금리가 내려간다.


    이 같은 금리 변화는 금융 시장을 움직이는 조타수 역할을 한다. 시중에 돈이 늘면서 돈을 융통하기 쉬워져 금리가 내려갔다고 치자. 금리가 계속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 대출 부담이 줄어들면서 대출 수요를 키우게 된다. ‘금리가 낮으니 대출 받아서 내 집 장만해볼까?’와 같은 생각을 갖게 만든다. 이렇게 사람들이 대출을 받게 되면 시중에서 증가한 돈이 대출에 사용되면서 그 쓰임새를 갖게 된다. 그런데 이후 대출 수요가 계속 증가하면 돈을 융통하는 데 경쟁이 많아지면서 낮았던 금리가 올라가고 금리가 정상 수준으로 돌아오게 되면서 경제도 균형을 찾는다. 금리 변화를 통해 경제가 제자리를 잡아가는 것이다. 기본적인 금리에 대한 이해가 생겼는가? 그러면 본격적으로 금리의 세계로 떠나보자.


    1%에서 2%로 오르면 몇 %가 오른 걸까

    우선 금리와 관련한 각종 용어부터 살펴보자. 기본 중의 기본이니 어쩔 수 없다.


    %와 연%

    금리라고 다 같은 것이 아니다. 저마다 단위가 있다. 만기 1년짜리 정기 예금 금리 2%와 만기 1개월짜리 정기 예금 금리 2%를 비교해보자. 같은 2%인가? 당연히 아니다. 만기 1년짜리 예금 금리 2%는 1년 동안 예금을 해야 받을 수 있다. 반면 만기 1개월짜리 예금 금리 2%는 1개월만 예금하면 받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1개월짜리 예금의 2% 금리는 1년짜리 예금 2%의 12배에 해당하는 고금리인 것이다.


    그러므로 금리를 정확하게 표현하려면 반드시 앞에 기간 단위를 붙여줘야 한다. 그냥 2%라고 하면 안 된다. 1년에 2% 이자를 주는 경우라면 ‘연 2% 금리’, 1개월에 2% 이자라면 ‘월 2% 금리’ 라고 표현해야 한다.


    정확한 표현이 매우 중요하다. 만기 3년짜리 정기 예금 금리가 5%인 경우를 살펴보자. 매년 5%씩 3년간 총 15% 이자를 주겠다는 뜻이라면 ‘연 5%’라고 표현하면 된다. 다시 말해 ‘만기 3년짜리 정기 예금금리가 연 5%’라고 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단순히 5%라고 하면 3년간 예금할 때 총 5% 이자를 받는 상황이 된다. 완전히 다르다.


    시중 은행 지점이나 홈페이지에 가면 금리에 반드시 ‘연’과 같은 기간 단위가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금리를 볼 때 어떤 기간 단위가 붙어 있는지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 금리를 오해해 불이익을 당하는 일을 피할 수 있다. 다만 금리는 연 %인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누가 봐도 연%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때는 ‘연’을 자주 생략한다. 대개의 금리는 연 %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단위를 붙이지 않고 표현하는 %는 모두 연 %다.


    %와 %포인트

    다음으로 가장 많이 틀리는 표현을 짚고 넘어가자. 금리의 변화와 관련한 것이다. 만기 1년짜리 정기 예금 금리가 연 1%에서 연 2%로 2배가 되는 사례다. 대부분 연 1%에서 연 2%로 1%가 올랐다고 말한다. 2배가 됐는데 1% 올랐다고 하는 게 맞을까? 예컨대 삼성전자 주가가 4만 원에서 8만 원으로 2배가 됐다고 해보자. 이 사례는 감이 금방 올 것이다. 100% 올랐다. 2배가 됐으니 비율로 표현하면 100% 오른 것이 된다.


    이제 다시 금리로 돌아오자. 금리가 연 1%에서 연 2%로 2배가 됐다. 100% 오른 것이다. 여기서 100%란 변화한 폭을 비율로 나타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1% 올랐다”고 표현하면 틀리다. 1% 올랐다고 말하는 순간 금리가 미미하게 올랐다고 얘기한 게 된다. 1% 올랐다는 것은 금리가 연 1%에서 연 1.01%로 변화했다는 뜻이다. 연 1%의 1% 비율만큼 올라서 연 1.01%가 된 것이다.


    연 1%에서 연 2%로 변화한 것을 표현할 때는 “1%포인트 올랐다”고하면 된다. 금리 숫자 자체가 변화한 폭이 1%포인트가 되는 것이다. 연 1%에서 연 3%로 올랐다면 “2%포인트 올랐다”고 하면 된다. ‘포인트(point)’를 글로 나타낼 때는 p로 줄여서 쓰기도 한다. “2%p 올랐다”고 표현하는 식이다.


    참고로 코스피(KOSPI) 지수가 2,000에서 2,100으로 오른 것을 비율로 표현하면 “5%(100/2,000) 올랐다”고 한다. 변화 폭으로는 “100포인트 올랐다”고 표현한다. 금리도 마찬가지다. 금리 움직임을 변화의 폭으로 나타낼 때는 반드시 포인트를 붙여서 혼동을 막도록 하자.


    원금 보장이라는 말에 속는 당신은 호갱님

    금리, 즉 이자율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명목, 세후, 실질 이자율

    우선 ‘명목 이자율’이 있다. 명목 이자율은 말 그대로 숫자로 나타나는 금리를 뜻한다. 1년 만기 정기 예금 금리가 연 5%라고 표시돼 있다면 이 5%가 명목 이자율이다.


    그런데 이를 다 받을 수 있을까? 세금이 붙는다. 이자 수익도 소득이기 때문이다. 현재 이자 소득세는 15.4%다. 물론 원금이 아니라 이자 금액의 15.4%를 세금으로 떼어간다. 예를 들어 5% 금리 예금에 1,000만 원을 넣어 5만 원의 이자 소득이 발생했다면 5만 원의 15.4%인 7,700원을 세금으로 내게 된다(이미 떼고 지급된다).


    모든 금융 거래에서는 늘 세금을 염두에 둬야 한다. 1억 원의 대출을 받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대출 이자율은 연 2%다. 그러던 중 직장에서 보너스로 2,000만 원을 받았다. 은행에 문의하니 예금하면 연 2.3% 이자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대출 안 갚고 예금하는 게 낫겠군’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아니다. 절대로 아니다. 이자의 15.4%인 이자 소득세를 떼고 나면 연 2.3%의 이자는 연 1.95%의 이자에 불과하게 된다. 대출 이자율은 20%라고 했다. 당연히 빚 갚는 게 낫다.


    이처럼 세금을 제하고 난 후의 이자율을 ‘세후 이자율’이라고 한다. ‘이자율×(1-0.154)’로 계산하면 된다. 5%의 세후 이자율은 4.23%다. 하지만 여기서 끝일까? 아니다. 물가를 고려해야 한다. 물가 상승은 돈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1년짜리 정기 예금에 들어 세후 4.23% 이자를 받았는데 1년 사이 물가가 4.23% 올랐다면 결과적으로 이익은 하나도 없게 된다. 겨우 보존만 한 셈이다. 이때 실질 이자율은 0%가 된다. 실질 이자율을 구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약간의 오차는 있지만 세후 이자율에서 물가 상승률을 빼주기만 하면 된다. 세후 이자율이 4.23%인데 물가 상승률이 3%라면 실질 이자율은 1.23%에 지나지 않는다.


    세후 이자율이 4.23%로 그대로인데 물가 상승률만 10%로 크게 높아졌다면, 실질 이자율은 -5.77%로 은행에 돈을 넣어봤자 손해만 보는 상황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돈을 집 안에 가만히 쌓아두는 것이 옳은 일은 아니다. 명목 이자율조차 적용받을 수 없어서 손해가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률이 10%인 상황에서 집에 가만히 돈을 쌓아두기만 하면 앉아서 10% 손해 보게 된다. 아무리 이자율이 낮더라도 손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그나마 은행에 예금하는 것이 낫다.


    속지 말자, 원금 보장

    이자율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하는 사람의 격차는 크다. 대표적인 것이 ‘원금 보장’에 대한 이해다. 흔히 사람들은 투자를 할 때 원금 보장이 되는지의 여부를 살핀다. 대표적인 것이 보험이다. 보험사들은 “만기가 되면 보험료를 전액 환급해드려요” 하며 유혹하곤 한다. 과연 그럴까?


    예를 들어 100만 원을 일시불로 납입하면 10년간 위험을 보장하고 만기에 원금을 돌려주는 보험이 있고, 40만 원을 내면 역시 10년간 위험을 보장하지만 만기에 아무것도 돌려주지 않는 보험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대다수의 사람들이 전자를 선택한다. 하지만 이는 손해다.


    이해를 돕기 위해 10년간 은행 이자율이 연 7.2%라고 가정해보자. 7.2% 수익률과 원금 100만 원을 복리 계산기에 넣으면, 100만 원은 10년 뒤 200만 원이 된다. 100만 원을 보험에 넣지 않고 은행에 넣으면 받을 수 있는 돈이다. 그런데 10년 뒤 보험사에서는 100만 원만 받으니, 은행에 넣었다면 받을 수 있었던 200만 원과 비교해 결과적으로 100만 원의 손해를 보는 셈이 된다.


    반면 40만 원은 10년 뒤 80만 원이 된다. 이를 날리는 것이니 결과적으로 80만 원 손해다. 즉, 100만 원을 맡기고 원금을 돌려받으면10년 뒤 100만 원 손해고, 40만 원을 주고 아예 잊어버리면 10년 뒤 80만 원 손해다. 당연히 후자가 나은 보험이다.


    이 같은 원칙은 모든 투자에 적용된다. 원금에 지나치게 집착하기보다 자기 나름의 수익률을 정한 뒤 이를 기준으로 투자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손해 본 주식을 원금 회복까지 기다리다가 더 큰 손해를 보는 우를 피할 수 있다. 1년짜리 정기 예금 금리가 5%인 상황에서 주식에 투자해 1년 뒤 원금을 회복했건 -2% 손실을 봤건 간에, 어차피 5% 수익률에는 못 미치니 손해 본 건 매한가지인 것이다.


    여기서 ‘기회비용’이라는 개념을 이해해두면 좋다. 기회비용은 내가 어떤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얻을 수 있었을 수익을 의미한다. 1년 동안 주식에 투자하지 않고 연 5%짜리 정기 예금에 예치했지만 5%의 이자 수익을 얻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주식에 투자했으니 결과적으로 5% 수익을 날린 셈이다. 바로 이게 주식 투자에 따른 기회비용이다.



    알고 보면 모든 것이 금리 놀음

    금리의 왕 기준 금리

    이제 본격적으로 다양한 금리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출발은 금리의 기본 중의 기본, 바로 ‘기준 금리’다.


    기준 금리가 뭐기에

    기준 금리는 가장 기본이 되는 금리라는 뜻을 담고 있다. 그래서 ‘기준’이라는 단어가 붙는다. 한국은행은 매달 한 차례 (둘째 주 목요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그 달의 기준 금리를 결정한다. 지난달 금리와 비교해 인상, 인하, 동결 중에서 선택한다. 금리 조절은 경제에 어떤 사정이 있어야 가능해서 주로 동결할 때가 많다. 인상하거나 인하할 때는 얼마나 올리고 내릴지 그 폭도 함께 결정한다.


    그런데 기준 금리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가상의 금리다. 대신 한국은행은 ‘초단기 금융 시장’의 금리가 기준 금리의 숫자대로 결정되도록 시장을 조율한다. 초단기 금융 시장은 보통 만기 7일 이내, 즉 7일 안에 빌리고 갚는 거래가 종료되는 시장을 의미한다. 이 시장은 한국은행이 공급하는 자금이 큰 부분을 자시한다. 한국은행이 자금을 공급하면 금융 회사들이 참여해 필요한 돈을 빌려가는 시장이다.


    예를 들어 이번 달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를 연 1.5%에서 연 1.75%로 올렸다고 치자. 그러면 곧바로 한국은행 실무진들은 초단기 금융 시장에 대한 자금 공급을 줄인다. 그러면 돈이 부족해져서 금리가 올라간다. 그렇게 초단기 금융 시장 금리가 연 1.75% 수준으로 올라가면 다시 자금 공급에 숨통을 터줘 금리가 더 이상 올라가지 않고 1.75%선에서 유지되도록 한다. 반대로 기준 금리를 내리면 한국은행 실무자들은 초단기 금융 시장에 대한 자금 공급을 늘린다. 그러면 초단기 시장에서 돈이 상대적으로 많아져 자금을 늘린 만큼 금리가 내려간다.


    그렇다면 한국은행은 수많은 금리 중 왜 하필이면 초단기 금리를 조절하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상대적으로 조율하기 쉽기 때문이다. 초단기 금융 시장은 주로 금융 회사들만 참여하므로 참여자 수가 매우 적다.


    한국은행이 초단기 금융 시장 대신 예금 금리를 조절한다고 가정해보자. 예금 시장은 수천만 국민이 참여한다. 어디에서부터 손대야 할지 가늠이나 할 수 있을까? 전체 예금액 통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반면 금융 회사만 참여하는 초단기 거래는 참여자가 소수에 불과하고 자금 규모도 예금에 비하면 크지 않다. 따라서 더 손쉽게 한국은행이 통제할 수 있다.


    모든 금리의 컨트롤 스위치

    한국은행이 근본적으로 의도하는 것은 기준 금리 변화에 따른 시장금리 전체의 변화다.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하 조치에 따라 초단기 금융 시장의 금리가 내려가면 은행들의 자금 조달비용이 내려간다. 더불어 한국은행은 은행들이 한국은행에서 차입할 때 적용하는 금리도 내려준다. 이렇게 은행이 조달하는 금리가 내려가면, 은행이 기업이나 가계에 대출할 때 적용하는 금리도 내려줄 여지가 생긴다. 조달비용이 내려갔으니 기업이나 개인에 대한 대출 금리도 내리는 것이다. 그러면 이에 맞춰 예금 금리도 내려가고 결국 경제 전반적으로 금리가 내려가게 된다.


    기준 금리로 물가와 경기를 잡아라

    그런데 한국은행은 무엇 때문에 기준 금리를 조절하는 것일까?


    금리를 올리면 물가가 안정된다

    기본적으로는 물가 안정 때문이다. 경기가 뜨거워 물가가 크게 오를 때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를 인상하면 이자 부담이 늘면서 대출 받는 게 어려워진다. 그러면 빚내서 소비하거나 투자하는 일의 부담이 커지면서 전반적으로 재화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물가 상승률이 낮아질 수 있다.


    사실 경기가 좋을 때는 시장 자체적으로도 자연스럽게 금리가 올라간다. 돈을 빌려 소비나 투자하겠다는 수요가 많아지면서 저절로 금리가 올라가는 것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물가 안정에 기여한다. 하지만 시장 자체적으로 이런 결과가 나타나기까지 마냥 기다리기에는 물가 상승의 고통이 너무 클 수 있다. 그래서 한국은행이 미리 기준 금리 인상에 나섬으로써 조기에 물가 안정을 유도하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은 앞으로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는 경제 주체들의 기대와 맞물릴 때 힘이 배가된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면서 앞으로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까지 형성되면 미리 소비를 줄이는 행동이 나오면서 실제 물가가 빠르게 안정되는 식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면서 경기가 나빠질 위험이 생긴다.


    물가 안정이 무조건 좋을까

    그런데 물가 상승률은 무조건 낮은 게 좋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물가 상승률을 낮추는 게 아니라 높이기 위해 한국은행이 금리를 낮출 때도 있다.


    물가 상승이 너무 낮거나 특히 물가가 하락하는 일이 벌어지면 경제 활력이 떨어지게 된다. 물가가 계속 떨어지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이렇게 되면 지금 소비하는 것보다 미래에 소비하는 것이 유리하다. 미래에는 더 싼 값에 물건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이런 생각을 갖게 되면 누구나 지금은 필요 최소한의 소비만 하려 들게 된다. 웬만해서는 소비하지 않고 물가가 계속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것이다. 결국 소비가 위축되고 기업은 물건을 만들어도 팔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실적이 대폭 악화된다.


    이는 고용 문제로 이어진다. 기업들은 실적 악화로 고용을 주저하는데 물가 하락에 따라 실질 임금의 가치가 올라가면서 (같은 월급으로 더 많은 물건을 살 수 있게 돼) 취업하려는 사람은 늘게 된다. 결국 취업하고 싶어도 취업하지 못하는 실업자가 나온다. 이 같은 고용 악화를 막기 위해서는 물가가 내려가는 만큼 임금을 낮춰서 기업의 임금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


    하지만 임금을 깎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추가 고용은커녕 있는 사람도 내보내는 사태가 벌어질 수밖에 없고, 곳곳에 실업자가 넘쳐나는 극심한 경기 침체가 벌어지게 된다. 199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일본 경제가 그게 고전한 것은 부동산 가격 급락과 함께 물가 하락 함정에 빠진 것이 큰 원인이었다. 지나친 물가 안정은 경제에 큰 독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한국은행은 이 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 물가 상승률이 너무 낮을 때는 더 낮아지지 않도록 물가 상승률을 높이는 정책을 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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