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지은이 : 김범준
출판사 : 21세기북스
출판일 : 2019년 12월




  • 이 책은 보고는 보고서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즉, 보고는 사람과 사람이 마주하는 자리에서 이루어지는 ‘말하기’라는 것이다. 저자는 보고를 받는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상대방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이 보고의 기본이라고 말하며, 그 구체적인 기술과 전략을 안내한다.

    회사에서 인정받고 싶은가? 여기저기에서 모셔 가려 하는 ‘S급 인재’가 되고 싶은가? 지금 당장, 보고부터 바꿔보라. 상사 그리고 회사가 당신을 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관심을 집중시켜라 - 결론부터 말하는 습관 기르기

    ‘우리’의 귀납적 말하기 vs. ‘그들’의 연역적 듣기

    우리는 보고를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보고를 받는 사람들이다. 보고를 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간격은 지구와 안드로메다만큼 멀기만 하다. 어째서 이런 거리감이 느껴지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와 그들은 생각의 뇌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보고를 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귀납(induction)의 구조에 익숙하다. 귀납이란 개개의 특수한 사실로부터 일반적 결론을 이끌어내는 생각의 체계다. 몇 가지 사실을 제시한 후에 결론을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논리적으로 비약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사실 1 : 경쟁사인 A사는 시장 점유율이 30퍼센트다.

    사실 2 : 경쟁사인 B사는 점유율이 30퍼센트인데 올해 30개의 매장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한다.

    사실 3 : 경쟁사인 C사는 점유율이 20퍼센트인데 올해 100개의 매장을 추가한다고 전해진다.

    사실 1~3으로부터 내린 결론 : 그러므로 후발주자로서 점유율이 10퍼센트 내외인 우리도 올해 내에 매장 확대는 물론 추가적으로 대규모 마케팅 프로젝트를 진행해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해야만 한다.


    이렇게 나름의 방식을 택해서 보고를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처참한 깨짐밖에 없으니 답답하다. 분명히 열심히 했는데 왜 이런 평가가 돌아오는 것일까? 하는 자괴감이 생긴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걸까. 그들의 생각과 우리의 생각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바쁘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의 보고를 받기 이전에 이미 결론을 내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보고는 처음부터 끝까지 유려하게 흐르는 논리를 말하는 게 아니라 그들이 생각하는 결론에서 체크해야 할 사항들을 팩트(fact) 중심으로 언급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들은 결론을 이미 내린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결론은 정해져 있다. 다만 그 결론에 이르는 과정에서 문제가 될 부분이 무엇인지가 궁금할 뿐이다. 이 궁금증을 채워내는 게 바로 우리가 해야 할 보고의 모습이다. 직장 생활을 편하게 하려면 바로 이 부분을 늘 염두에 두고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결론 : 후발주자로서 점유율이 10퍼센트 내외인 우리는 올해 내에 최소한 3위 사업자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빠른 시간 내에 매장 확대 그 이상의 대규모 마케팅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한다.

    대전제 : 우리 회사는 4위 사업자로서 A사, B사, C사에 비해 정부의 규제로부터 자유롭다.

    소전제 : A사, B사, C사는 정부의 규제로 인해 마케팅 비용을 사용하는 데 한계점이 있다.


    ‘안 되는 이유’ 백 가지 대신 ‘되는 이유’ 한 가지를 말하라

    보고받는 사람을 단순하게 모두 같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통적으로 묶을 만한 해시태그가 있긴 하다. 이를 공개한다.


    #보고받기싫음 #귀찮짜증 #인내심고갈 #맞춤법도모르냐 #날괴롭히려고보고하니 #엎어버려말아

    보고받는 사람의 해시태그 첫 번째가 보고받기싫음이라니 의외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그런데 이건 실화다. 어쩌면 나와 당신 주변에서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현실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한 대기업의 조직 문화 컨설팅을 진행했던 분이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


    "대기업 임원들이 가장 피하고 싶은 일정이 뭔지 아세요? 보고받는 거래요. 하하하."


    이유는 이랬다.


    첫째, 하루에 보고를 받는 횟수가 너무 많다.

    둘째, 사람마다 제각기 보고 스타일이 다르다 보니 그것에 적응하기가 어렵다.

    셋째, 보고를 받은 사람이 결국 보고 내용에 대해 책임져야 하니 정신을 집중해서 들어야 한다.


    한마디로 보고받는 일은 피곤해!라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준비한 나의 보고만큼은 끝까지 포용력 있는 모습으로 들어주겠지?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정당한 기대가 아니라 무모한 착각 아닐까.


    그들이 보고받기 싫어하는 이유에서 중요한 시사점 하나를 찾아낼 수 있다. 보고란 문제 나열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잖아도 골치 아픈 일로 가득한데 찾아와서 징징대며 부서의 현안 문제를 주절주절 말하는 부하를 예쁘게 봐주는 리더는 조직에 그리 많지 않다. 문제를 말해야 하는 그 순간조차도 긍정적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을 때 보고의 끝은 아름답게 마무리된다.


    문제를 제기하고 또 그걸 빨리 해결하라고 조직에 윽박지르는 것, 중요하다. 하지만 그건 사실 그들, 즉 조직의 리더가 해야 할 일이다. 우리는 자신이 맡은 일에서 시작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긍정적으로 노력하려는 모습을 보이면 된다. 그것을 보고의 말투에 섞으면 된다. 그뿐이다.


    보고에서 긍정성은 대단히 중요하다. 과거에 회사에서 직속 선배로 모셨던 임원 한 분의 말씀 역시 절대 긍정을 포기하지 말라는 취지였던 것 같다.


    "안되는 이유 백 가지를 말하기는 쉽습니다. 하지만 상사는 되는 이유 한 가지를 듣고 싶어 합니다. 불가능 속에서도 누군가는 성과를 내기 마련인데 조직은 그런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문제없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건 제가 해결할 테니 맡겨주세요! 이렇게 보고하는 사람은 키워주고 싶은 인재로 보입니다. 이래서 안 돼, 저래서 안 돼라고 하는 사람은 조직의 썩은 사과로 보이고요."


    보고에 ‘쯤’은 없다, 숫자 민감도를 높여라

    아마 직장 생활 5년 차쯤 됐을 때의 일인 것 같다. 팀장님이 나에게 그달의 매출 실적을 물어보셨다. 나는 말했다. "그게, 음, 4억쯤 될걸요?" 불호령이 떨어졌다. "영업 사원이 자신의 숫자를 모른다니 말이 됩니까?" 그때는 뭐,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닌가? 하는 반감을 가졌다. 반성한다. 나의 철없던 생각이 부끄럽다.


    조직의 구성원이라면 숫자는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기억해야 한다. 보고 역시 마찬가지다. 숫자가 중요하지 않은 보고란 있을 수 없다. 숫자는 보고의 언어 중에서도 중요도가 가장 높은 것이다.

    조직의 그들은 우리와 입장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특히 숫자에 관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숫자가 잘못되면 문제가 아닌 것도 문제가 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보고를 받는 그들은 숫자로부터 발생하는 갭(gap)이란 단어를 두려워한다. 두려워하는 만큼 민감하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는 말한다. "시킨 일만 하면 됐지!" 그들은 생각한다. 도대체 어떤 성과를 갖고 올 거지? 시간이 지나 우리는 시킨 일만 하고 그들은 우리가 한 일에 대한 숫자를 받게 된다. 그리고 우리가 한 일과 그들이 기대한 성과 사이의 큰 괴리와 마주한다. 여기에서 충돌이 일어난다.


    마케팅 세일즈 전문가인 장문정 소장은 그의 책 『왜 그 사람이 말하면 사고 싶을까?』에서 숫자는 누군가를 설득할 때 명확성을 극대화하는 도구라고 말한다.


    "고객은 또렷함을 사랑한다. 수십 번의 테스트를 거친 배낭!이란 카피는 최악이다. 이도 저도 아닌 뭉뚝한 말이다. 명확하지 않으니 진실해 보이지도 않는다. 이와 대조적으로 한 가전 회사는 자사 세탁기를 홍보할 때 전원 스위치를 비롯한 모든 버튼을 정확히 5만 번씩 눌러보고 옷을 5,000번 빨아보는 테스트를 한다고 구체적으로 말한다. 이러면 진실성도 올라간다."


    어떤가. 상대방의 논리를 제압하는 보고의 기술로 숫자를 활용해보겠다는 마음이 들지 않는가. 보고는 결국 숫자가 전부다. 그들과 나의 멀고 먼 거리를 좁히려면 숫자에 대한 민감도를 높여야 한다. 우선 자신의 숫자가 무엇인지 - 예를 들어 매출 목표 등 – 알아야 한다. 알았다면 지금 내가 현재 어느 위치에 있는지 수시로, 가능하면 일일 단위로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그 숫자를 암기해야 한다. 수능 공부를 하는 건 아니지만 숫자를 직접 펜으로 종이에 써보는 것도 좋다. 숫자를 무시하지 않는 사람은 자신이 지금 어디쯤에 있는지를 아는 사람이다. 목표와의 차이를 아는 사람이고, 갭이 생기면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생각하는 사람이며, 결국 그 차이를 극복하겠다는 보고를 놓치지 않는 사람이다. 숫자를 보고에 민감하게 반영할 줄 아는 사람, 숫자 인지 감수성이 높은 사람, 그가 곧 인정받는 사람이다.



    문제의 단서를 찾아라 - 복잡한 상황을 단순화하기

    나사(NASA)가 도입한 보고의 기술, 엘리베이터 스피치

    엘리베이터 스피치(elevator speech)


    보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 수십 번도 넘게 들어봤을 용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서부터 내릴 때까지 약 60초 이내의 짧은 시간 안에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 말은 할리우드 영화감독들 사이에서 비롯됐단다.


    멋진 시나리오를 갖고 있는 영화감독, 그들에게는 그 시나리오를 영화로 전환해줄 투자자가 필요하다. 아무리 멋진 시나리오가 있어도 수백억이 들어가는 영화 제작을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 것이다. 돈 많은 사람은 대부분 시간이 없다. 그러니 우연히 탄 엘리베이터에서 투자자를 만난 바로 그 순간에 자신의 시나리오가 얼마나 괜찮은지를 말하는 것은 영화감독 자신의 인생과 바꿀만한 일이다.


    할리우드뿐만이 아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미 연방정부의 기관 중에서도 직원 만족도가 가장 높은 곳으로 꼽히는데, 이곳 역시 엘리베이터 2분 스피치를 도입해서 효과를 봤다고 한다.


    "NASA는 새로운 인사기법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엘리베이터 2분 스피치가 대표적인 사례다. 엘리베이터에서 갑자기 만난 사람에게도 2분간 자신이 하는 일과 회사의 목표, 비전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도록 하는 훈련이다. 사이즈 고문은 "조직의 비전과 미래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주인의식을 갖게 함으로써 일에 몰입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경제> 2016년 11월 3일자"


    엘리베이터 스피치는 한마디로 핵심을 말하는 기술이다. 보고받는 사람이 의사결정의 선택지를 앞에 두었을 때 빠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보고자의 배려이기도 하다. 세상의 모든 리더들이 제일 싫어하는 일이 보고받는 일이라고 한다. 그 보고에 대해 의사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핵심이란 할 말만 하는 것이다. 참고로 할 말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주의하자. 할 말만 하는 것과 할 말을 하는 것 사이에는 큰 격차가 있다. 할 말을 하겠다고 하거나, 혹은 할 말도 보고에 포함시키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의 보고는 중구난방이 된다. 60초, 길게는 120초 내외에 이루어져야 할 엘리베이터 스피치에 실패한다.


    핵심만 말하는 기술, 엘리베이터 스피치 스타일의 보고를 하는 기술을 익히기 위해서 무엇을 점검해야 할까. 세 가지만 기억해두자. 첫째, 누군가 "지금 무슨 일 하십니까?"라고 물어봤을 때 늘 답변할 준비를 해둬야 한다. 자신의 핵심적인 업무에 대해 120초 내에 이야기할 수 있도록 평소에도 정리해둔다. 둘째, 나의 핵심적인 일에 대해 누군가가 “그 일을 위해서 혹시 제가 도울 일이 있습니까?”라고 했을 때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 부족한 자원을 파악하고 있는 건 늘 중요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셋째, “잘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라고 질문을 받았을 때 성과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준비도 필요하다.


    보고자의 신뢰를 높이는 요소들

    중국의 고전인 『장자(莊子)』에는 “발을 잊는 것은 신발이 꼭 맞기 때문이요, 허리를 잊는 것은 허리띠가 꼭 맞기 때문이다. 마음이 시비(是非)를 잊는 것은 바로 마음이 꼭 맞기 때문이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보고의 내용과 형식 자체보다 보고를 하는 사람과 마음이 맞아야 신뢰가 높아진다. 그러니 우선 인간적인 신뢰를 높이는 데 관심을 두는 것이 보고자의 올바른 자세다.


    인간적인 신뢰는 어떻게 얻어지는가. 예를 들어보자. 보고를 하기 위해 보고서를 하나 작성했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보고서 여기저기에 오자가 널려 있다면? 보고받는 사람은 보고자의 수준에 의문을 갖고 보고자에 대한 신뢰를 거두게 된다. 사소한 것 같지만 우리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디테일하게 단어와 문장을 체크해야 하는 이유다.


    보고의 태도도 중요하다. 어물어물 넘어가는 태도보다는 명확하고 클리어(clear)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훨씬 낫다. 예를 들어 보고자는 볼륨을 높여야 한다. 웅얼거리거나, 자신 없어 하거나, 속삭이거나 한다면 보고받는 사람은 보고자를 부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


    참고로 보고할 때는 목소리 역시 중요하다. 멋진 목소리도 좋지만 보고를 위한 최소한의 목소리를 내는 연습이 보고의 전체적인 완성을 위해 중요하다. 신뢰감을 주는 말하기를 위한 몇 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첫째, 스마트폰을 이용해 보고할 내용을 녹음해서 다시 들어본다. 생각보다 자신의 목소리가 작다고 느껴질 것이다. 목소리 데시벨을 조금 높여야 한다. 그래야 자신 있게 보인다. 둘째, 주절주절 말하고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해본다. 보고자는 시간에 쫓기는 그들을 위해 명료하게 핵심만 말하는 보고를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진지함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웃음이나 미소보다는 무게감 있는 포커페이스를 선택하길 바란다. 보고의 상황에서는 지나친 가벼움보다는 적당한 무게감이 훨씬 낫다.


    절대 써서는 안 될 ‘보고 금칙어’ 몇 가지

    □ “사실은”

    이 말에 대해 세상의 많은 리더들은 발작에 가까운 짜증을 드러낸다. 사실은 뒤에 부정적인 내용이라도 나오게 되면 그들의 짜증은 극에 달한다. 지금 당장 사실은, 솔직히 말해서 등의 말을 당신의 머리에서 지워버려라. 보고를 받는 그들이 싫어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 “그 친구는 늘 그렇게 쉽게 얘기를 합니다. 너무 가벼워요.”

    보고는 결국 누군가와 비교를 당하는 순간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누군가를 함부로 비난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물론 어쩔 수 없이 다른 누군가와 비교해야 하는 순간이라도 그 사람 자체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 누군가를 비난하는 순간 그 비난의 악영향은 자신에게로 언젠가 돌아오게 됨을 기억하라.


    □ “제가 원래 숫자에는 약해서요.”

    겸손과 자기 비하를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셀프 디스는 가진 자, 강한 자, 보고를 받는 자들의 것이다. 보고를 하는 입장에 있는 우리가 스스로를 디스할 이유는 전혀 없다. 해서도 안 된다. 아무것도 갖지 못한 자의 자기 비하는 자신의 성장을 스스로 방해하는 어리석은 행동이다.


    □ “어차피”

    조직에 어차피라는 단어는 없다. 게다가 어차피라는 단어에는 말하는 사람이 결론을 내린다는 건방짐이 알게 모르게 포함되어 있다. 당신은 보고자다. 결론은 보고를 받는 그들이 내린다. 어차피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상대방인 그들을 만만하게 본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보고자로서 좋은 태도가 아니다.



    여운을 남겨라 - 상대의 협조를 얻는 기술

    보고할 때만큼은 ‘현명한 부정주의자’가 되라

    보고는 나를 말하기 이전에 그들이 하고 싶어 하는 말을 대신 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그들의 이데올로기를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그들의 이데올로기는 무엇일까. 오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쉽게 표현해보겠다.


    ‘부정주의자’

    긍정이 아닌 부정에 그들은 익숙하다. 물론 겉으로는 늘 긍정을 부르짖는다.


    “매출 목표 달성, 해야 합니다!”

    “시장에서 1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긍정의 뒤에는 ‘강력한 부정’이 존재한다. 보고를 받는 그들은 늘 걱정이 많다. 사람은 ‘손실 회피(loss aversion)’의 심리가 강하다고 한다. 즉, 손실 가능성을 어떻게든 피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해 무엇인가를 얻는 기쁨보다 일이 잘 안 될 때의 고통을 더 강하게 느끼는 것이 인간의 심리다.


    물론 나는 당신이 긍정주의자이기를 바란다. 매사에 부정적인 사람은 생각만 해도 우울하다. 그러나 보고의 순간만큼은 현명한 부정주의자가 되기를 권한다. 보고를 깔끔하게 진행할 수 있는 하나의 기술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마케팅 툴을 사용해 더욱 높은 성과를 이루겠습니다."

    "지금 당장 마케팅 툴을 사용하지 않으면 경쟁사에게 뺏깁니다.“


    당신이 보고를 받는 사람이라면 위와 아래 중 어느 말이 더 귀에 잘 들릴 것 같은가. 긍정적인 멘트로 가득한 위의 말? 아닐 것이다. 예상외로 부정적 표현인 아래의 멘트가 귀에 잘 들어온다는 것을 느꼈을 테다. 서글퍼하지 말자. 오직 그들에게 잘 보이려는 생각으로 이렇게 말해야 한다고, 그야말로 부정적으로 생각할 이유가 없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보고를 잘 진행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더 큰 이익이 있을 수 있다. 그건 바로 보고를 하는 나 자신에 대한 보호다. 부정적인 뉘앙스의 보고를 적절하게 말할 줄 알면 자신의 위치를 보호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징징대라는 말이 아니다. 냉철하게 분석하되 부정적인 데이터를 갖고 보고의 이슈를 들여다보라는 것이다. 이런 당신의 모습에 보고를 받는 사람들은 ‘밑도 끝도 없는 긍정주의자’가 아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두루 분석할 줄 아는 차분한 분석주의자’라면서 당신을 인정해줄 것이다.


    보고의 고수들이 숨겨둔 기술, 미루기 전략

    열심히 준비한 당신의 보고, 혹시 그들의 생각과 차이가 있다고 당황하면 안 된다. 당황할 때 괜히 나오는 말 한마디가 보고 전체를 엉망으로 만들 수 있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면 그냥 입 다물고 있으면 된다. 꼭, 어쩔 수 없이, 할 말을 하고 싶다면 주어를 나로 하여 “저는 다르게 생각했습니다”라고 과거형으로 말하면 된다. (참고로 이때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라면서 현재형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함께 조직에서 일하는 상사, 리더인 그들과 소통할 때는 "당신이 틀렸소!"라고 강하게 나가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보고의 자리에서라면 더욱 그러하다. 보고에 관한 한 우리는 보고를 파는 장사꾼이다. 그들은 우리의 보고를 사는 소비자다. 그들은 우리의 고객이다. 고객이라면? 그렇다. 고객의 마음이 움직이게 해야 한다. 그게 예의다. 물론 윗사람의 생각이 명확하게 틀린 경우에도 늘 조용히 입 다물고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미루기 전략이다. 미루기 전략이란 무엇인가. 두 가지가 있다.

    첫째, 보고자로서 말을 미룬다.


    보고의 현장에서 윗사람의 잘못을 즉시 지적하는 것은 어리석다. 잠시 말을 미뤄야 한다. 조금 시간이 지나서 윗사람에게 찾아간다. 그리고 말한다. "이사님이 말씀해주셨는데 제가 미처 말씀을 못 드렸습니다. 말씀하신 내용 중에 제 생각과 다른 게 있어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둘째, 윗사람이 보고를 받되 의사결정을 미루도록 한다.


    보고를 받는 그들과 견해 차이가 심하다 싶으면 "이사님, 자료를 취합한 우리 부서의 담당자 박 대리와 미처 확인하지 못한 사항입니다. 확인하고 다시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일정상 며칠간의 여유가 있으니 빠르게 확인하여 정확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한다. 궁극적으로 그들이 보고에 따른 선택을 기분 좋게 미루도록 하는 것인데, 이때 핵심은 그들이 선택을 미루면서도 그 미룸에 충분한 여유가 남아 있음을 확신하도록 하는 것이다.


    ‘의사결정을 하고 책임지는 건 윗사람의 몫이니 나는 관계없다’라는 생각은 무책임하다. 경우에 따라 그들이 마음 편하게 보고에 따른 선택을 미루게 만들 필요가 있다. 질문이라는 방식을 활용할 만하다. “이사님, 어떻습니까?”, “이사님, 이 방향으로 확인하면 되겠습니까?”와 같이 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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