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화내면 인생이 편해진다
 
지은이 : 요시다 다카요시(역:송소영)
출판사 : 한국경제신문
출판일 : 2019년 11월




  • 저자는 의사, 중의원 정책담당 비서관, 아나운서 등 다양한 직업을 거치며 만난 사람들과 뇌과학 클리닉을 운영하며 만난 수많은 사례를 바탕으로, 타인의 화뿐만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화를 다루는 방법을 소개하며 부정적 감정을 내편으로 만드는 기술을 알려준다. 그리고 분노할 때 나오는 ‘분노 에너지’를 오히려 자신의 발전을 위한 동력으로 활용하는 기술을 다양한 사례로 풀어나가며 기존의 ‘화’라는 감정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을 완전히 뒤엎어 버린다. 짜증나고 화가 치밀어 오르고 분노가 터질 것 같은 순간, 욱하지 않고 ‘제대로’ 화내는 방법을 통해 인생을 한결 편하게 만들어 보자!


    제대로 화내면 인생이 편해진다


    인간은 왜 화를 낼까? -악당의 탈을 쓴 인생의 SOS 신호

    화를 낼 줄 알아야 쓸 줄도 안다

    분노 에너지는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인간을 몇 배나 성장하게 해준다. 그토록 강력하기 때문에 잘못 사용하면 남들은 물론이고 자신도 상처를 입는다. 그래서 모두가 될 수 있으면 분노를 멀리하려고 애쓰곤 한다.


    실은 분노 자체가 무서운 것이 아니다.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서 불쾌한 경험을 하고 인간관계까지 망가지는 사태가 벌어지는 게 두려운 것이다. 그래서 분노를 좋지 않은 것, 빨리 없애고 싶은 것으로 치부해버리는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분노의 힘

    미리 분명하게 말해두겠다. 뇌 구조상 애초에 분노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기도 하지만 인간에게 바람직하지도 않다. 분노는 수많은 세월에 걸친 우리 뇌의 진화 과정에서 거의 초반까지 함께해온 감정이다. 감정 중에서도 기본적이며 근원적인 부분이다. 그러므로 사회생활을 잘하기 위해서는 없애야 할 대상이 아니라 잘 조절해야 할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분노도 수정이 필요하다

    분노는 ‘자동’으로 발생한다. 뇌 신경계가 그런 유전자 구조를 근거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분노가 인간의 본성이라 하더라도 현대 사회에서는 분노를 있는 그대로 터트리면 문제가 생긴다.


    만일 우리가 원시 시대에 살고 있다면 화가 날 때마다 곧바로 행동으로 옮겨도 크게 상관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그렇게 행동하면 ‘문제 있는 사람’이 되고 만다. 원시 시대에는 옷이라는 개념조차 없었는데, 지금은 벌거벗고 거리를 돌아다니면 당장 경찰서 신세를 지게 되지 않겠는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원시인과 현대인의 신경계 구조가 똑같기 때문이다. 인류 진화의 역사 중에서 문명을 구축한 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기간은 아주 짧다. 더욱이 인간의 뇌구조는 거의 변하지 않았기에 원시인과 현대인의 분노 발생 메커니즘은 같다. 그중에서도 분노라는 감정이 발생하는 구조는 전혀 진화하지 않았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분노를 현대식으로 수정하는 작업’이다. 우리는 원시 시대의 환경과 현대 사회의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서’ 분노를 조절해야 하는 상황에 살고 있다. 원시 시대라면 자신에게 위험이 닥쳤을 때 무조건 상대를 때리더라도 별로 문제가 되는 행동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 시대에는 경찰도 없고 처벌을 할 법률도 없어서 자기 몸은 스스로 지킬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아무리 자신에게 위험이 닥치거나 재산을 빼앗겨도 정당방위 수준을 넘는 폭력을 가하면 오히려 고발당할 수 있다. 그러면 사회적 지위를 잃거나 법적으로 처벌을 받는다.


    냉정하게 현재 상황을 파악해라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분노를 수정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현대 사회에 적합하게 조절할 수 있을까? 키워드는 ‘뇌의 2단계 반응’이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생존의 위기란, 생명에 직결되는 피해를 입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사회적 위협을 당하는 것도 포함된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회적 위협의 예는 다음과 같다.


    *업무상 돌이킬 수 없는 실패를 해서 책임져야 한다.

    *누군가가 나에 대해 나쁜 헛소문을 퍼뜨렸는데 상사의 귀에까지 들어가고 말았다.


    이럴 때는 부정적인 감정이 생겨도 분노나 공포에 사로잡힌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분노는 생존을 위한 행동을 하라고 재촉하는 신호다. 그러니 그 신호를 무시하거나 숨기지 말고 확실하게 파악해야 한다. 그런 다음 ‘분노에 따른 행동 중 어떤 형태를 선택해야 앞으로 자신에게 이익이 클지, 상대에게 어떤 행동을 해야 자신에게 손해가 될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 현대 사회에서 살아가려면 말이다.


    분노의 시차를 이용하자

    우리 몸은 분노에 대해 전혀 다른 두 가지의 반응을 보인다. 공격적 반응과 이성적 반응이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두 가지 반응을 일으키는 뇌의 부위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벌컥 화가 나는 최초의 반응은 원시 시대 이전부터 발달한 뇌의 오래된 부위인 대뇌변연계가 담당한다. 그런 다음 발생하는, 이후의 결과를 고려한 냉철한 판단은 인류 진화 과정에서 비교적 최근에 발달한 전전두엽피질이 담당한다.


    이런 공격적 반응과 이성적 반응은 약간의 시차를 두고 일어난다. 순간적으로 행동을 촉발하는 대뇌변연계가 먼저 움직이고, 이성을 조절하는 전전두엽피질은 처리에 다소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조금 나중에 반응한다. 이처럼 분노가 발생했을 때, 약간의 시차를 두고 다른 반응이 생긴다는 사실을 알아야만 분노를 수정할 수 있다.


    아무리 현대 사회가 규범 사회라고 하더라도 정말 화를 내고 싶을 때는 우선 화를 내도 좋다. 화를 내라고 뇌가 신호를 보내는데 어쩌겠는가. 이럴 때는 그다음 행동이 중요하다. 화를 낸 다음에 따라오는 이성의 신호에 따라 분노를 그대로 계속 터트릴지, 화난 표정만 짓고 감정을 억누를지, 화를 낸 다음에 달래줄지 등의 판단을 하고 의식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나도 이 방법을 사용한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분노의 시차 작전’이다. 나는 주로 상대하는 사람이 업무상의 부하 직원이나 대학 연구실의 후배들이다. 어쩔 수 없이 화를 내야 할 상황이 닥치면 우선은 확실하게 분노라는 감정을 터트린다. 그런 다음에는 바로 충분히 다독인다. “아까는 심한 소리를 했지만, 기대가 크니까 싫은 소리도 하는 거야. 아까 지적한 부분만 제대로 됐다면 정말 완벽했을 것 같아 안타까워서 그랬어. 다음에는 정말 잘하리라 믿어.”


    이런 식으로 우선 화를 내고 그다음에 달랜다. 이런 2단계 절차를 반드시 거친다.


    만일 처음부터 원시적 뇌의 신호를 억지로 차단하고 화를 내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그 자리에서는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가지만, 분노라는 감정이 그대로 마음속에 남아 ‘집요한 분노’가 되어버린다. 분노는 저절로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식으로 분노를 담아두기만 하면 나중에는 이전보다 별것도 아닌 일로 폭발하게 된다. ‘기껏 참아줬는데, 왜 갈수록 더 엉망진창인 거야! 날 무시하는 건가?’ 하는 생각에 분노가 배로 늘어난다.


    자신을 위해서라면 최초의 원시적 분노를 무리하게 누르지 않는 편이 좋다. 우선 화가 나면 화를 내서 자신의 감정을 말끔하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며, 그런 다음 이성적인 행동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 두 가지를 확실히 해줄 필요가 있다.


    사회적 동물이기도 한 우리는 이런 원시적인 분노를 현대 사회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 사실 나는 이런 내용을 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비슷한 과목조차 없다. 화를 내서 내 기분을 상쾌하게 하고, 뒤처리를 확실하게 해서 서로의 관계를 강화한다. 이것이 분노의 특성을 고려한 올바른 수정 방법이다.



    항상 좋은 사람일 필요는 없다 -분노의 부작용을 없애고 역으로 이용하는 방법

    누구에게 화를 내야 할지 알 수 없다면

    분노는 원래 생존을 위협하는 상대, 즉 인간과 동물에게 사용하는 감정이다. 우리 뇌는 원시 시대부터 이를 전제로 분노 과정을 프로그램해왔다. 그런데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 사회에서는 A라는 사람이 사건을 일으켰다고 하더라도 실은 조직이나 업무 구조 등 그 배후에 문제가 숨어 있기도 하다. 그래서 누구에게 화를 내야 할지에 대한 문제가 아주 복잡하다.


    하지만 뇌에는 막연한 대상에게 화내는 상황이 프로그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분노의 대상이 되는 사람을 정하려고 한다. 조직이나 구조에 대해서는 화를 낼 수 없으므로 그 조직 표면에 드러난 ‘인간’을 대상으로 삼는다. 이는 소비자들이 기업의 고객 상담실 담당자에게 화를 내거나 민원인이 관공서의 창구 담당자에게 불만을 터트리는 것과 같다. 물론 분노의 표적이 된 담당자가 실제 잘못한 일이 있는 경우는 별개다. 누구에게 화를 내야 좋을지 알 수 없으니 일단 내 앞의 상대를 ‘대표로 정해서’ 화를 내는 것뿐이다. 하지만 이렇게 화를 낸다고 하더라도 분노를 일으킨 원인이 본질적으로 해결되진 않는다.


    이렇게 ‘누구에게 화내야 할지 알 수 없는 분노’에 대해서는 일단 눈앞에 있는 사람이나 벌어진 사건에서 한 발짝 물러나 그 배후 구조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그게 그렇게 쉬우면 누가 고민하겠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시점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간단하게 본질이 보이는 경우가 많다. 눈앞의 ‘인간’이 아닌 그 주위에 눈을 돌리는 연습을 열심히 하기 바란다.


    쉬운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잡지에서 소개한 케이크 가게에 가보니 내가 먹고 싶었던 롤케이크가 없다. 일부러 전철 타고 먼 곳까지 사러 왔는데 말이다. 이럴 때 롤케이크가 없다는 생각만 하고 있으면 분노가 사라지지 않는다. 가게를 좀 둘러보자. 진열대를 잘 들여다보니 초콜릿 케이크나 크리스마스 케이크 등이 진열되어 있다.


    ‘아, 맞아. 조금 있으면 크리스마스라서 케이크 종류를 바꿨구나.’ 상황이 바뀐 배경을 이렇게 눈치 챌 수 있다. 그렇게만 되면 뇌의 원시적인 분노는 가라앉고, 분노 에너지를 건설적인 행동을 하는 데 쓸 수 있다. ‘이제 보니 초콜릿 케이크도 맛있어 보이네. 이걸로 살까?’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 어쩔 수 없구나. 다음에 다시 와야겠다.’ 이런 식으로 주위나 배후까지 눈을 돌릴 수 있으면 쓸모없는 분노를 줄일 수 있다. 누구에게 화를 내야 좋을지 알 수 없는 세상의 다양한 분노나 업무에서 발생하는 분노에도 응용할 수 있다.


    분노를 통해 문제의 본질을 깨달으면 지금보다 더 나은 상태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인간이 표출하는 원래의 분노는 이렇게 무언가를 ‘좋게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건설적인 감정 중 하나다.



    부정적 감정이 나를 움직이게 한다 -분노 에너지를 인생의 동력으로 바꾸는 기술

    상처받은 자아를 인지하면 해결의 열쇠가 보인다

    분노는 시간을 중심축으로 생각했을 때, 순간적으로 터지는 분노와 오랜 시간에 걸쳐 생긴 분노로 나눌 수 있다. 말 그대로 하나는 지금 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순간적으로 끓어오르는 분노이고, 다른 하나는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알 수 없고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오래되고 집요한 분노다. 전자인 순간적 분노는 자신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곧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원시적 분노다. 후자의 장기간에 걸친 분노는 인생이나 자신의 사회적 존재감과 같이 오랜 시간과 관련된 분노다.


    순간적인 분노는 원인이 눈앞에 있으니 알아차리기도 쉽고 요구되는 행동도 단순하다. 그에 비해 장기적인 분노는 원인도 정확히 모른 채 분노를 끌어안고 살아가게 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장기간에 걸쳐서 생긴 분노가 ‘자기애’와 관련이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자기애? 자신을 소중하게 대한다는 의미인가?’ ‘나르시시즘을 말하나?’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면 정답에 가깝다. 모든 사람에게는 ‘남들에게 인정받고 소중한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자기애를 충족하려는 욕구가 있다. 그런데 대부분 자기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자신이 인정받고 싶은 부분을 상대가 인정해주지 않거나, 자신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세상이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을 때가 많다.


    이때 우리는 자기애가 무시당했다고 느끼고 낙담하거나 분노를 느끼게 된다. 그 기분이 점점 커져 망상에 가까운 생각을 할 정도가 되면 ‘자기애성 인격장애(자신이 남들보다 월등히 뛰어나다는 느낌 때문에 일상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성격장애-옮긴이)’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오스트리아의 정신분석학자인 하인츠 코헛은 이런 식의 자기애가 부르는 장기적인 분노를 주제로 선구적인 연구를 해왔다. 그는 자기애를 충족하기 위한 조건 중 하나로 ‘쌍둥이 자기대상적 존재’를 들었다. 쌍둥이 자기대상이란 간단히 말하면 자신과 공통점이 많은 사람을 동일시하는 욕구다. 자신과 닮은 사람의 자기애가 상처받은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실감한다. ‘자기애에 상처를 받아서 생긴 분노’는 그런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줄어든다고 한다.


    예를 들어 자신과 가까운 사람이 자기애를 무시당해서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있을 때, 상대에게 “나도 같은 일이 있었어”라고 공감을 표현해주면 분노를 가라앉히는 데 효과가 있다는 얘기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분노가 자기애에 상처를 받아서 생겼다는 사실 자체를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분노에는 자기애가 상처받아서 생기는 것도 있다’라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분노는 줄어든다.


    아주 소소한 일로도 상처받고 분노를 느낄 때가 있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말을 걸었는데 그가 몹시 바빠서 대답을 서두르느라 던지듯이 말했을 때, 쌀쌀맞은 대답을 들었다는 생각에 상처를 받기도 한다. 그 정도 일로 왜 화가 나는지 자신도 모르는 상태에서 분노가 꼬리를 물고 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자기애의 문제가 이면에 있다는 것을 자각한다면 ‘뭐야, 그게 문제였던 거야?’라는 생각과 동시에 어느새 분노는 사라진다. 자기애가 원인인 장기적인 분노도 다른 분노와 마찬가지로 정확한 인식이 해결의 열쇠가 된다.


    인생을 바꾸는 분노는 자기애에서 생긴다

    한 가지 기준으로 2주가 넘도록 무언가에 대한 짜증이 계속될 때는 어떤 형태로든 자기애가 상처를 받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럴 때는 조금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서 ‘자기애’가 상처받은 적이 있는지 분석해보자. 이때는 종이에 적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이렇게 적다 보면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 상처받기 쉬운지, 분노의 배후에 어떤 자기애가 숨어 있는 일이 잦은지 등 일종의 경향을 파악할 수 있다.


    오래가는 ‘자기애로 인한 분노’는 자신이 소중하게 다루고 싶다고 생각하는 인격의 중요한 부분이 제대로 평가되지 않았다는 불만에서 생겨난다. 해법은 다른 분노와 마찬가지다. 그 분노를 에너지로 바꿔 자신에게 장기적으로 이익이 되는 행동을 하라고 뇌가 보내는 신호다.


    어떤 경우에도 분노를 그대로 두진 말자. 장기간의 계획을 세워서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이해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바꿀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맞는데 그것을 부정한 상대’나 ‘자신은 잘할 수 있는데도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상대’에게 상처 입은 자기애로 인한 분노를 터트리고 싶어 한다. 그 마음 나도 잘 안다.


    그러나 냉정하게 종이에 적어 분석해보면, 상대가 나빴던 것이 아니라 우연히 그 사람이 상대였던 것뿐이라는 결론이 나기도 한다. 같은 이야기를 다른 누군가에게 들을 수도 있었던 것이다. 즉, 원인이 상대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품고 있는 자기애에 있다는 이야기다. 이를 알게 되면 분노의 창끝이 향하는 방향을 제대로 수정할 수 있다.


    또한 인간은 대부분 심층 심리로는 자신의 단점을 알고 있다. 다만 그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싶지 않고, 남에게 지적받고 싶지 않을 뿐이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자기애에 상처를 입힌 상대에게 분노의 화살을 돌리는 것이다.


    한번 생각해보자. 만일 자신이 심층 심리에서도 진짜 아무렇지 않게 여긴다면, 다른 사람에게 어떤 말을 들어도 ‘나 참 별 바보 같은 소리를 다 듣네’라며 흘려버릴 수 있다. 순간적으로 화가 날지는 몰라도 장기간 끌고 가진 않는다.


    상대에게 인정받으려고 분노 에너지를 낭비하기보다는 자신의 나약한 부분을 확실하게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분노 에너지를 능숙하게 사용해서 그 부분을 앞으로 신경 쓰지 않을 것인지, 아니면 단점을 인정하고 자신을 바꿀 것인지 결정한 다음 행동으로 옮겨보자.


    분노 에너지로 문제를 해결할 때, 딱 정해진 답 같은 건 없다. 자신에게 어느 쪽이 더 득이 될지를 생각해서 선택하면 된다.



    제대로 화내는 사람이 인생을 바꾼다 -성공한 사람들의 분노 처리법

    나이를 먹으면 노여움을 잘 탄다?

    ‘나이를 먹고 인생을 알게 될수록 너그러워져서 젊을 때보다 화를 덜 내지 않을까?’ 이런 얄팍한(?) 기대를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인간은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더 신경질이 늘어간다. 인간의 뇌 구조상 나이를 먹을수록 화를 자주 내게 되어 있다.


    뇌의 노화는 지금까지 인류가 획득해온 진화 과정과는 반대로 흘러간다. 나이를 먹으면 가장 느리게 발달한 뇌 부위인 전전두엽피질이 먼저 노화되어간다. 알다시피 분노를 이성적으로 억제하는 부위다. 알코올이 들어가면 이성을 잃고 화를 잘 내는 사람도 있는데, 이는 노화와 마찬가지 현상이 일어나고 있어서다. 술을 마실 때도 이와 같은 순서로 뇌의 기능이 떨어진다. 술에 취해서 이성이 조절되지 않는 것도 이성을 만들어내는 전전두엽피질의 기능이 저하됐기 때문이다.


    그 외에 술만 들어가면 웃어대거나 우는 사람도 있는데, 그것이 그 사람의 원래 성격이다. 웃는 것, 우는 것, 화내는 것은 모두 인간의 원시적 뇌의 특징이다. 나이가 들거나 술을 마시면 잠금장치 역할을 하던 전전두엽피질의 작용이 약화돼 숨겨져 있던 특유의 성격이 나타나는 것이다.


    또한 뇌경색으로 인해 ‘정동실금(전동이 불안정해져 사소한 자극에도 화를 내거나 우는 증상-옮긴이)’이라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노화로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에이, 아닌 것 같은데? 우리 할아버지는 전혀 아니야. 항상 인자하시거든.”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실은 노화로 노여움을 잘 타는 성격이 되긴 하지만, 분노를 표출하는 기능도 함께 저하되어서 분노를 표출하기가 어려워진 것뿐이다. 전체적으로는 나이를 먹을수록 화를 잘 내게 된다.


    치고 빠지는 타이밍을 알면 상사의 화도 무섭지 않다

    가까운 예를 들자만, 아마 당신의 상사도 화를 자주 내는 사람일 것이다. ‘그렇긴 하지만, 상사라는 위치 때문에 화를 자주 내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역시 나이를 먹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지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당연히 나이도 많다. 최근에는 연하 상사도 있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부장급이나 중역 정도는 그 지위에 어울리는 나이인 사람이 자리에 앉는다. 나이가 많은 만큼 화를 잘 내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신입사원의 처지에서 보면 ‘이 정도 가지고 왜 저렇게 화를 낼까?’라고 생각되는 일들도 있을 것이다. 나는 이럴 때 “상사는 화를 잘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까 오히려 화를 내게 해주는 편이 좋다”라고 조언해준다. 상사가 불같이 화를 내면 신입사원들은 ‘아, 진짜 싫다! 뭐 이런 회사가 다 있지?’라며 필요 이상으로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상사의 그런 화는 대부분이 단기적인 분노다. 이를 만성적인 분노로 만들지 않으려면 오히려 그때그때 화를 내도록 해주는 것이 좋다.


    핵심은 ‘제대로 확실하게 화를 내게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화를 못 내도록 방해하지 마라. 가장 나쁜 것이 그 자리를 모면하기 위해서 어물쩍 둘러대는 것이다. 단, 중요한 것은 상사를 화나게 한 다음이다. 상사가 원시적 분노를 표현하고 감정적으로 상쾌해진 시기를 잘 맞춰, 그 자리에서 개선책을 제안하고 잘하겠다는 약속을 하자. 상사로서도 직무상 실수가 되풀이되지 않게 할 대책은 마련해야 하므로 부하 직원이 스스로 개선책을 제안하는 것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때 중요한 것이 ‘순서’다. 처음의 ‘원시적인 분노 행동’을 하게 한 다음 ‘이성적 반응’을 유도한다. 순서와 타이밍이 어긋나면 행동이 정당하더라도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


    분노의 주도권을 잡으면 성공이 따라온다

    사람들은 보통 ‘나이를 먹고 화내는 것은 꼴불견이다’, ‘화를 내면 다들 나를 얼마나 멀리하겠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내가 만난 사람들은 나이를 먹어 분노 에너지가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화내는 것을 주위에서 인정해주는 지위까지 손에 넣었다. 나이가 들면서 화를 잘 내게 되는 생리적인 변화에 사회적 지위가 대응해주니 이것만큼 행복한 일도 없을 것이다.


    경영자나 지도자가 화를 내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 아무도 말리지 못한다. 그런데 성공한 사람은 화내는 방법 역시 아주 능숙하다. 순간적으로 화를 낼 때는 한 방에 화를 내고 그다음에는 다독인다. 마치 강풍을 곁들여 소나기가 맹렬하게 쏟아진 다음 하늘이 파랗게 갠 것 같은 느낌이다.


    어떤 세계에서든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은 분노를 사용해서 주위의 감정과 자신의 감정을 모두 조절할 수 있다. 그냥 닥치는 대로 화를 내버리는 것이 아니다. 그냥 두면 서로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화를 낸다. 그리고 그다음에 다독인다. 부하 직원들은 화를 내지 않는 상사나 지도자보다 이렇게 단호하게 화를 내는 사람을 따르게 된다. 나는 성공한 사람들의 분노를 보면서 그것이야말로 능숙하게 화내는 것임을 절실히 느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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