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의 공식 포뮬러
 
지은이 : 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역:홍지수)
출판사 : 한국경제신문
출판일 : 2019년 06월




  • 이 책은 복잡계 네트워크 이론의 창시자이자 세계적인 과학자 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가 수년에 걸친 연구 끝에 완성해낸 성공에 관한 역작이다. 지금까지 파악하고 정의하기 어려운 대상으로 여겼던 ‘성공’을 ‘어떻게 하면 과학적으로 측정할 수 있을까’에 대해 의문을 품고, 방대한 빅데이터와 네트워크 과학 도구를 이용해 각 분야별 최정상에 오른 사람들의 사례를 분석하여 마침내 성공의 유형을 발견하는 데 도달한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똑같은 재능과 능력에도 성공하고 실패하는 차이가 무엇인지, 장기적으로 성공하려면 어떤 법칙이 있어야 하는지를 명쾌한 공식으로 밝혀낸다. 지금껏 풀리지 않았던 인생과 성공에 대한 해답을 찾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성공의 공식 포뮬러


    성과는 성공의 원동력이지만, 성과를 측정할 수 없을 때는 연결망이 성공의 원동력이다.

    그랜드슬램과 대학 졸업장: 노력이 (이따금) 진가를 발휘하는 이유

    미국 최초의 고등학교인 보스턴 라틴은 보스턴 학제에서 여전히 선망의 대상이다. 미국 내 상위 20개 고등학교에 속하는 이 학교는 공립이지만 학생들을 매우 까다롭게 선발하는데, 내가 루마니아에서 학교 다닐 때 그랬듯이 시험 점수가 좋아야 합격한다. 이 학교에서 불합격하면 시험 점수를 근거로 자동으로 보스턴 라틴 아카데미에 등록된다. 이름은 비슷하지만 2등급에 속하는 학교다. 여기서도 불합격하면 오브라이언트 수학과학고등학교에 입학 가능하다. 여기도 떨어지면 시험을 보지 않고 입학하는 공립학교에 다녀야 한다.


    명문 학교에서 뛰어난 교사들의 가르침을 받고 명석한 동급생들에게 자극을 받으면 졸업할 무렵엔 학업성취도가 월등하리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그것도 전혀. 진학적성예비시험, SAT, 또는 다른 어떤 상급교육기관 진학 시험 결과를 봐도 마찬가지다. 보스턴 라틴 졸업생과 안타깝게 탈락해 라틴 아카데미에 진학했던 학생 사이에는 아무런 차이도 없다. 훨씬 순위가 떨어지는 오브라이언트에 다니게 된 학생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들도 라틴 아카데미에 합격한 학생들 못지않은 학업성취도를 보였다. 마지막 희망인 오브라이언트에도 불합격하고 무시험 공립학교에 다니게 된 학생들은 어떨까? 그들 또한 졸업할 즈음에는 오브라이언트에 합격한 학생들 못지않은 학업성취도를 보였다.


    보스턴 라틴 학생들은 졸업할 무렵 전체적으로 월등한 SAT 점수를 보이는데, 그 까닭은 애초에 이 학교가 입학시험에서 학업성취도가 높은 학생들을 선발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학생들은 그런 학업 능력을 그대로 유지하며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뿐이다. 다시 말해 보스턴 라틴이 자녀를 더 훌륭한 학생으로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뛰어난 학생이 보스턴 라틴을 명문 학교로 만들어주는 셈이다.


    그러나 프린스턴 경제학자들의 연구에서 가장 뜻밖의 결과는 아이비리그에 합격하지 못한 이들을 살펴보고서야 나왔다. SAT 점수, 같은 학년의 등수 등 측정 가능한 모든 학업성취도 측정치를 모두 고려하고 나자, 졸업한 지 10년 후 소득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요인은 졸업한 대학교가 아니었다. 장기적인 성공을 판가름하는 단 한 가지 결정 요인은 해당 학생이 응시했지만 불합격한 학교들 중 가장 좋은 학교에서 파생되었다. 하버드에 응시했지만 탈락하고 노스이스턴에 다닌 학생은, SAT 점수와 고등학교 학점이 비슷하지만 하버드를 졸업한 학생 못지않게 성공했다. 다시 말해 학생의 학업 성적과 야망(스스로에 대한 평가)이 그 학생의 성공을 결정한다는 뜻이다.


    200만 달러짜리 소변기: 열심히 노력해도 소용없는 이유

    역사상 가장 유명한 작품, 삼척동자도 아는 그 유명한 <모나리자>도 허름한 사무실 벽에 걸렸던 시절이 있었다. 모나리자는 루이 15세가 군림하던 때 왕실 소유 건물 관리자를 내려다보며 수줍게 미소를 띠고 있다. 어떤 미술사 책이든 펼쳐보면 이 그림이 미술계의 제왕으로 군림하는 이유를 정당화하는 내용이 실려 있다. 수수께끼같이 신비로운 미소, 다빈치의 독특한 기법, 역동적인 구도 등. 그런데 사실 한 세기 전까지만 해도 <모나리자>는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된 수많은 고가의 그림들 중 하나일 뿐이었다. 1911년 벌건 대낮에 이 그림이 도난당했고, 이 그림을 훔친 도둑을 잡으려고 온 세상이 발칵 뒤집히고 나서야 누구나 알 만큼 유명해졌다. 뉴욕, 파리, 로마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 괴담이 퍼졌고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일화들이 뒤를 이었다. 피카소가 공범으로 몰려 체포된 적도 있었다.


    어느 날 자취를 감춘 후 2년 동안 벌어진 소동 덕분에 <모나리자>는 명실상부한 보물이 되었다. 이 그림이 나타나 판매된다면 15억 달러를 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술에 내재된 가치가 없다면 15억 달러라는 가격표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바로 연결망이다. 예술 세계는 ‘성공의 제1 공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성과는 성공의 원동력이지만, 성과를 측정할 수 없을 때는 연결망이 성공의 원동력이다.”


    오가는 발길이 많아서 닳고 닳은 길을 따라가려고 애쓰다 절망하기 쉽지만, 사회적 연결망과 전문 분야의 연결망(단순히 지리적인 요인뿐만이 아니다)이 그 사람의 성공을 결정하는 요인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연결망에는 기회가 널려 있다. 막강한 중심축이 그 연결망을 틀어쥐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인맥 쌓는 데 탁월한 재능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연결망을 이용하는 주체들은 그들의 인맥을 이용해 기꺼이 다른 사람들의 뒤를 봐주고, 자기가 가치 있다고 여기는 명분을 추진한다. 그들은 사회적 연결망에서 다른 사람들이 놓치는 기회를 잘 포착한다. 그런 사람들과 엮이면 된다.


    명심하라. 성과를 인정받으려면 기회를 잡아야 한다. 정상에 도달하려면 밑바닥부터 악착같이 기어 올라가야 한다는, 너무나도 흔한 선입견을 버릴 필요가 있다. 모든 전문 분야가 테니스처럼 성과를 측정하기 쉽다면 그런 방법이 통할지 모른다. 그러나 기업에서 승진하려면 자기가 맡은 일에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한다는 걸 입증해야 한다. 명당자리에 있는 사무실을 얻거나 권위 있는 화랑에서 전시를 하거나 절실히 바라던 면접을 보려면 기회를 잡아야 한다.


    어떻게 잡아야 할까? 회사에서 타고 오르는 사다리가 아닌, 사회를 연결하는 다리를 이용하라. 혼자서 일하는 사람은 없다. 혼자서 해냈다고 생각할 뿐이다. 우리가 집단에서 규정하는 성공을 하려면 우리가 이룬 성과가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방식들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저 상층부에 있는 세상을 우리 집 현관으로 끌어오려면 우리를 궤도에 신속히 진입시켜줄 중심축을 찾아내 그들에게 손을 뻗어야 한다.


    출발하는 시점부터 정상에 오르겠다는 야심을 품어야 한다. 아이비리그 응시자들과 기량이 뛰어난 테니스 선수들이 바로 그렇게 한다. 미술계 거물들이 바로 그렇게 한다. 인맥 쌓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그렇게 한다. 어느 분야든 상관없이 성공하려면 연결망을 이용하는 데 통달해야 한다. 성공의 제1 공식이 성과를 측정하기 어려울수록 성과는 덜 중요하다는 것임을 기억하라.



    과거의 성공 x 적합성 = 미래의 성공</P>폭발하는 새끼 고양이와 양말 인형: 성공에 시동을 걸다

    킥스타터를 이용해 그가 한 실험을 살펴보면 폭발하는 새끼 고양이가 어떻게 성층권에 진입했는지 그 비결을 알 수 있다. 판 더 레이트는 200여 개 킥스타터 신생 프로젝트를 무작위로 선정했다. 이 프로젝트들이 모금한 액수는 대학생이 흥청망청 돈을 쓰고 난 뒤 현금인출기에서 뽑아 든 명세서에 선명하게 찍힌 액수 $0.00와도 같았다. 즉 한 푼도 모으지 못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는 선정된 200개 프로젝트 중 절반에 소액을 기부하고 나머지 절반은 무시했다. 전자가 처치 집단, 후자가 통제 집단인 셈이다. 그러고 나서 운명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가만히 지켜봤다.


    엘런 리의 프로젝트처럼 갑자기 기금이 폭증한 프로젝트는 없었다. 그러나 판 더 레이트가 포착한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놀라웠다. 그가 최초로 소액을 기부한 프로젝트는 추가로 기금을 끌어모을 확률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그가 무작위로 선정한 소액 기부 프로젝트들이 땡전 한 푼 기부하지 않고 내버려둔 프로젝트보다 훨씬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는 뜻이다.


    판 더 레이트가 목격한 현상은 여러 분야에서 우리가 반복해서 목격한 현상이다. 성공이 성공을 낳는다. 다시 말해 성공적으로 보이는 프로젝트가 성공을 유인한다. 성과에 상관없이 말이다. 이를 과학에서는 ‘우선적 애착’이라고 부른다. 우선적 애착은 1999년에 내가 만든 용어로, 구글 같은 웹사이트가 수천만 개의 링크를 확보하는 반면, 훨씬 좋은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수십 억 개의 사이트는 지명도를 얻지 못해 고군분투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우선적 애착은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유명인은 더 유명해지며, 성공만큼 성공을 부르는 것도 없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우선적 애착은 타이거 우즈나 저스틴 팀버레이크같은 슈퍼스타들이 경험하는 눈덩이 효과를 낳고 이들 각자의 연결망을 그 분야의 중심축으로 전환시킨다. 만일 성공이 성과처럼 한계가 있다면 팬 기반이 확장되는데도 한계가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엘런 리에게 기부금이 쇄도한 사례가 보여주듯이 그렇지가 않다. 폭발하는 새끼 고양이의 폭발적인 인기는 성공의 제2 공식이 포착한, 성공이 지닌 무한함이라는 특성을 보여준다. 이런 중심축이나 슈퍼스타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은 우선적 애착이다. 성 공이 성공을 낳는다. 사실 이 개념은 이례적으로 막강한 영향을 미치거나 보상을 받거나 지명도를 달성하려면 반드시 있어야 하고 불가피하다. 슈퍼스타를 아찔할 정도로 높은 지위에 도달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바로 이 개념이다. 엘런 리가 잠시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을 느낀 바로 그 높이까지 말이다.


    이런 현상에는 사회적 입증이라는 측면이 있다. 이는 농산물 직거래 장터에서 친구들과 실시간으로 재현 가능하다. 친구들이 한 상인의 판매대 앞에 모여 웅성거리면 사람들은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이 그 앞에 줄을 서기 시작한다. 그 판매대에서 파는 당근이 건너편 판매대에서 파는 당근보다 맛이 좋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다만 우리는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웅성거리면 웬 소동인지 궁금해진다. 나만이 당근을 놓칠 수는 없다. 갑자기 이 당근이 집 근처에서 훨씬 쉽게 구할 수 있는 그 어떤 당근보다 훨씬 신선하고 아삭하고 달달하고 선명한 오렌지색을 발하는 듯이 보인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위험을 기피하는 성향이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미 누군가가 인정하고 평가했는지 여부를 예의 주시한다. 내가 하려는 선택을 이미 한 사람들이 있다는 징표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수상 자격이 있는 대상에게 상을 준다. 우리가 아카데미 수상자를 또 다른 연기상 수상자로 지명하고, 퀸엘리자베스 수상자에게 누구나 탐내는 기금을 수여하고, 크라우드소싱을 통해 이미 두둑한 기부금을 받은 캠페인에 기부를 하는 까닭은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는 심리 때문이다.


    우리가 정의 내린 성공에 따르면, 성공은 집단이 만들어내는 현상이다. 우리 모두가 성공을 만들어내는 데 책임이 있다. 특히 재능, 품질, 성과를 가늠할 방법이 없는 분야에서는 대중의 현명한 판단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행위가 낳는 결과는 파장이 매우 크며, 안 그래도 고르지 않게 분포된 성공의 격차를 더욱더 증폭시킨다.


    제 눈에 보청기: 품질은 사회적 영향을 묵살해버린다

    사회적 영향은 인간이 생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때문에 독버섯을 먹지 않고 호랑이와 가깝게 지내지 않는다. 우리가 사회적 교류 범위 안에 있는 이들의 견해와 경험에서 단서를 얻어 판단을 내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리는 아이스크림 브랜드에서 예술 작품에 이르기까지 어떤 것을 평가하더라도 또래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인다. 특정 상품을 친구들이 좋아하면 그 상품이 월등하다고 여기고, 싫어하면 형편없는 상품이라고 여긴다. 성공만 성공을 낳는 게 아니라 인기도 인기를 낳는다.


    그러나 뮤직랩 실험에서 가장 놀라운 결과는 따로 있다. 아주 독특한 결과였다. 아주 드물게 탁월한 적합성은 사회적 영향을 무산시키는 경우가 있었다. 통제 집단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 파커 시어리가 부른 <그녀가 말했네>라는 노래는 회심의 재기에 성공했다. 10대들이 받아든 거꾸로 된 빌보드 차트에서 그 곡은 처음엔 하위에 있었지만 다운로드 횟수가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했다. 빌보드 차트가 뒤집힌 직후에는 꾸준히 한 계단 한 계단 오르기 시작해 시간이 조금 흐르자, 우선적 애착 현상이 나타나면서 정상에 도달했다. 마치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격언을 실천이라도 하듯, 가장 혹독한 벌을 받은 곡인데도 제자리를 찾았다. 이 사례는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면 기름이 식초 위로 떠오르듯 적대적인 사회적 영향을 극복하고 승리해 정상에 우뚝 선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녀가 말했네>가 제자리를 되찾은 결과를 보면, 앞 장에서 살펴본 ‘성공이 성공을 낳는’ 현상에 시동을 거는 우선적 애착이라는 엔진이 독단적으로 행동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선적 애착은 상품의 적합성과 병행해야 한다. 이 사례는 다음과 같은 성공의 제3 공식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과거의 성공 X 적합성 = 미래의 성공


    적합성과 부익부 현상은 상충하는 게 아니라 서로 얽히고설켜 우리가 하는 선택과 여기서 만들어지는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군중은 그저 괜찮은 대상에게 받을 자격도 없는 명성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허접하기 그지없는 대상을 기꺼이 지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형편없는 곡이 인기 있다고 잘못 인식하게 될 경우 그 곡의 인기는 어느 정도 올라가겠지만, 절대로 대다수가 좋아하는 곡이 되지는 못한다. 그리고 <그녀가 말했네>처럼 성과와 우선적 애착이 조화를 이루면 성공의 조건이 완벽히 갖춰진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매우 폭넓게 나타난다. 외과의사의 경우를 살펴보자. 다른 모든 조건이 동등하다면 나이가 지긋한 외과의사가 젊은 외과의사보다 유리하다. 더 많은 환자를 진찰했기 때문에 그 환자들의 추천으로 더 많은 환자를 확보한다. 따라서 당신도 그 의사의 수술대에 누울 가능성이 크다. 젊은 외과의사는 그동안 만족시킨 고객의 수가 많지 않으므로 노련한 동료 의사의 그늘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러나 이 법칙을 멋지게 위반한 예외가 있다. 바로 구글이다. 1997년 구글이 등장했을 당시 대다수는 알타비스타와 야후의 잉크토미 같은 검색엔진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3년 만에 구글은 이들을 제쳤다. 짧은 기간에 엄청난 성공을 거둔 덕에 브랜드 이름인 구글이 검색한다는 의미의 동사로 쓰일 정도가 되었다.


    우리는 궁금했다. 밑바닥에서 시작한 구글이 어떻게 거대한 경쟁자들을 물리쳤을까? 자료를 면밀히 검토한 결과, 우리는 어느 시장이든 구글처럼 대단히 성공한 후발 주자들을 많이 발견했다. 비교적 젊지만 놀라운 속도로 시장 점유율을 높인 기업들 말이다. 예컨대 보잉은 등장하자마자 항공 산업 시장의 질서를 뒤흔들어놓았다. 위궤양 치료약인 잔탁은 경쟁자들을 싹 쓸어버렸다. 샘 애덤스는 도처의 맥주 애호가들이 마이크로브루에 입맛을 들이게 만들었다. 이 회사들은 우선적 애착으로 막강해진 선발 주자를 어떻게 따돌렸을까?


    답은 간단하다. 그들이 성공한 까닭은 독특하면서도 고품질의 제품으로 무명이라는 불리한 여건을 극복했기 때문이다. 구글은 사용자들 입맛에 맞는 사이트들을 선정해주는 검색엔진이었다. 보잉은 훨씬 효율적이고 믿음직한 비행기를 만들었다. 잔탁은 약효가 월등한 약품을 제조했고, 샘 애덤스는 맛이 월등한 맥주를 선보였다. 이런 회사들은 공룡 같은 중심축들과 겨룰 만한 경쟁력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주어진 과업을 달성하는 데 훨씬 적합하고 민첩했다) 그들을 능가할 역량을 갖췄다.


    따라서 이런 후발 주자들이 어떻게 오늘날 중심축이 되었는지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각 노드에 그 노드의 탁월함을 보여주는 내재적인 특성을 지정해주어야 했다. 우리는 이 특성을 ‘적합성’이라고 명명했다. 진화론에서 차용한 용어다. 적절한 용어 선택이었다. 적합성은 품질에 의존하기는 하지만 딱히 품질과 동일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적합성은 가치 판단을 하는 게 아니라 똑같은 구매자, 청중, 매니아들을 놓고 경쟁하는 다른 상품들을 능가하는, 특정 상품이 지닌 내재적인 능력을 말한다.


    성공의 제3 공식 모델에 따르면, 적합성이 동일한 두 노드가 있을 때 선발 주자인 노드가 여전히 유리한 위치를 차지한다. 수십 년 수술을 한 의사가 똑같은 자질을 지녔지만 후발 주자인 젊은 의사보다 훨씬 많은 환자를 확보하듯이 말이다. 그러나 두 노드의 지명도가 똑같을 때는 적합성의 차이만으로 누가 더 많은 링크를 확보할지가 결정된다.


    일단 월등한 상품을 밝혀내고 나면 진짜로 드는 의문은 바로 이것이다. 당신의 웹 사이트에 노래, 책, 그 어떤 상품이든 순위를 매겨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찾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제대로 순위를 매겨 소비자들이 진정으로 열광할 상품들을 맨 위에 진열하면 소비자들이 신용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커진다. 그렇다면 인기도를 바탕으로 상품 순위를 매겨야 할까? 아니면 사회적 영향을 완전히 무시하고 상품에 내재된 적합성으로 순위를 매겨야 할까? 답은 분명하다. 좋은 상품이다.


    성공의 제3 공식이 시사하는 바가 있다면 특정한 상품의 인기도는 우리가 바라는 만큼 그 상품의 적합성에 대해 그다지 말해주는 게 없다는 점이다. 형편없는 책을 읽거나 저질 TV 쇼를 본다면 이런 차이는 중요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대학이나 의사나 공직 후보를 선택할 때 단지 다른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이유로 선택을 한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다.


    여기서 제3 공식이 확실하게 적용된다. 직장에서 의사결정을 내릴 때 직원들에게 독자적으로 판단하도록 권장하라. 회의 말미에 찬성하는 사람은 손 들어보라고 하지 말고, 중요한 사안이라면 이메일로 비밀투표를 하게 하라. 아마존에서 특정 상품에 대해 최초로 평가한 몇 개의 평가가 그 상품의 적합성을 가장 잘 반영한다는 점을 기억하는가? 그런 평가가 사회적 영향을 가장 덜 받는 평가다. 동료 직원들이 집단에서 벗어나 정직한 의견을 밝히도록 허락하라.



    팀이 성공하려면 다양성과 균형이 필요하지만, 팀이 성과를 올리면 오직 한 사람만이 공을 독차지한다.

    관행적인 듯, 혁신적인 듯, 우울한 듯: 균형, 다양성, 지도력의 중요성

    “회의실에서 대단한 아이디어가 탄생한 적은 결코 없다”라고 F.스콧 피츠제럴드는 일갈했다. 짐의 연구 결과는 피츠제럴드의 주장이 완벽히 맞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대단한 아이디어는 협업에서 탄생하기도 하지만, 혜안을 지닌 한 사람이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고 목표를 분명하게 제시할 때 나온다. 다양성은 성공을 가능케 하는 최상의 조합을 만들어내지만 그 조합이 제 실력을 발휘하려면 지도자가 필요하다.


    프로그래밍 분야에서 팀이 성공할수록 결과물에 기여한 바는 한 사람에게 쏠린다. 한 사람의 지도자가 부상해 결정을 내리고 프로그래밍 업무 대부분을 처리하기 때문이다. 물론 동료들도 중요한 역할을 하기는 한다. 핵심적인 전문 지식을 제공하고 허점을 메워준다. 그러나 지도자는 개개인이 범하는 실수를 바로잡고 수준 미달인 결과들은 퇴짜를 놓고 최종적 결과물이 자신이 생각하는 모습과 기준을 충족시키는지 확인하면서 프로젝트의 전체적인 모습을 그려간다.


    지도자가 너무 독단적이면 구성원들이 서로 다투고 뒤에서 등에 칼을 꽂고 협박하면서 나쁜 본성만 드러낸다. 이런 사례는 닭장이 아니라 우리 삶에서도 흔히 발생한다. 악명 높은 듀크대학교의 사례를 살펴보자.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에 세계 최고의 영어영문학과를 꾸리기 위해 듀크대학교는 영입할 수 있는 슈퍼스타급 학자들을 모조리 영입했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결과는 예상과 전혀 달랐다. 학과는 사분오열되었다. 다양한 비판 이론들이 서로 충돌하면서 발생한 참사였다. 커리큘럼에 접근하는 방식도 천양지차였고 강한 개성들이 서로 부딪혔다.


    닭, 영어영문학과 교수, 축구 선수 사례가 시사하는 바는 똑같다. 재능 있는 사람을 채용할 때 팀의 성과보다 개인의 성과를 우선시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실제로 팀워크에 대한 이런 접근 방식은 동물 종을 불문하고 한결같이 파괴적이다. 집단을 주도하려는 욕망에 눈이 멀어 아무도 해야 할 일에 집중하지 못한다.


    울리와 동료들은 서로 낯선 사람들에게 간단한 업무를 함께 수행하도록 했다. 벽돌의 용도를 나열해보라, 장보러 갈 계획을 세워라, 비디오 체커 놀이를 함께 하라 등. 이들은 집단이 해법을 찾는 동안 각 구성원의 행동을 녹화했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기대한 것과 어긋나는 결과가 나왔다. 우선 지능지수가 높은 팀은 상대적으로 지능지수가 낮은 팀보다 집단지능검사에서 더 좋은 점수를 내지 못했다. 집단이 성과를 내야 하는 맥락에서 개인의 지능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집단 구성원들이 얼마나 동기가 유발되어 있는지, 개개인이 만족도가 어떤지 같은 요인들도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요인은 검사를 받는 사람들이 어떻게 소통하는가였다. 첫째, 집단을 구성하는 개개인이 감정적인 단서를 읽는 능력이 평균보다 높은 팀이 좋은 성적을 보였다. 둘째, 몇몇 사람이 대화를 장악한 집단은 구성원들이 골고루 의견을 표명한 집단보다 집단지능이 낮았다. 다시 말해 최고의 기량을 보인 팀은 팀 구성원들이 골고루 의견을 표현하고 서로의 의견에 귀를 기울인 집단이었다. 세 번째 핵심적인 요인은 앞의 두 가지 경우에서 파생된 흥미진진한 요인이었는데, 바로 여성 구성원이 포함된 팀이 훨씬 높은 집단지능을 보였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이런 혜안들을 한데 섞으면 팀이 작동하는 방식에 따라 팀의 성패가 갈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팀이 성공하려면 균형과 다양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도자도 필요하다. 팀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점점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과도 협업을 해야 하는 세상에서 팀과학은 팀의 성공 가능성을 최대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확한 해답을 제시해준다. 무엇보다 팀에서 믿음직한 사람이 주도하게 하고 그 지도자 주위를 둘러싼 지원팀을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하라. 물론 혜안을 지닌 단 한 사람의 지도력 없이도 팀은 맡은 역할을 해낼 수 있다. 그러나 역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인 결과를 낳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특히 청중의 반응이 중요한 분야에서는 마일스 데이비스, 오프라 윈프리, 제프 베조스 같은 슈퍼스타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지도력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점을 명심하자. 다양한 경험과 열린 관점으로 프로젝트에 혜안을 제시하는 협력자들을 골고루 섞어서 팀을 꾸리는 것만으로도 충분치 않다. 집단지능은 혜안을 지닌 지도자와 더불어 팀 구성원들이 서로 토론하고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서 다양한 견해들이 표면화되도록 해야 가능하다. 팀을 꾸리고 이끌어나가는 일은 프로젝트의 성패를 가르는 정교한 과학이라는 사실을 데이터는 끊임없이 입증하고 있다.


    다시 말해 팀이 성공하려면 최고의 기량을 갖춘 개인들로 팀을 구성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지금까지 본 바와 같이 올스타팀은 프로젝트가 실패로 가는 지름길일 수도 있다. 팀 구성원들이 서로 신뢰를 쌓고 골고루 기여할 기회를 얻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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