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 두뇌
 
지은이 : 하세가와 요시야(역:조해선)
출판사 : 북라이프
출판일 : 2018년 01월




  • 나이가 들수록 기억력이 나빠지는 사람과 나이가 들어도 기억력이 좋은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똑같이 치매가 발병하더라도 사람마다 진행 속도는 모두 다르다. 일본에서 매월 1천여 명을 진료하는 치매 명의 하세가와 요시야 박사는 “뇌의 수명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평소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달렸다”고 이야기한다. 


    백년 두뇌


    평생 쓸 수 있는 뇌, 평생 쓸 수 없는 뇌

    백년 두뇌를 위한 세 가지 법칙

    법칙1 백년 두뇌를 갖춘 사람은 두뇌 정돈법을 안다(뇌)

    법칙2 백년 두뇌를 갖춘 사람은 건강의 비결은 안다(신체)

    법칙3 백년 두뇌를 갖춘 사람은 주위에 기댈 만한 환경을 갖추었다(외부환경)


    첫 번째 법칙에서 말하는 두뇌 정돈법이란 타고난 뇌 기능 자체를 강화하는 습관을 말한다. 특히 기억 끄집어내기(아웃풋)를 반복하거나 메모를 남겨 생각을 정리하는 등 지적 생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인 작업 기억 능력을 유지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 법칙은 건강 수명을 늘리는 습관을 말한다. 제아무리 타고난 두뇌가 명석해도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면 전전두엽의 기능과 작업 기억 능력이 떨어진다. 이러한 상태에서 백년 두뇌를 가질 수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세 번째 법칙은 자신을 둘러싼 외부 환경을 관리하고 유지하는 습관을 말한다. 외부 환경의 요소에는 가족, 친구, 지인을 포함한 인간관계는 물론 스마트폰 같은 IT기기를 활용한 외부 뇌의 구축 등이 포함된다.


    뇌 건강은 마흔에 결정된다

    50대부터 작업 기억 능력을 잃는 사람과 유지하는 사람

    젊었을 때는 누구나 뇌 기능에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뇌 건강을 신경 쓰지 않고 아무런 훈련도 하지 않으면 30~40대를 지나면서 전전두엽을 중심으로 뇌 기능과 작업 기억 능력이 서서히 약해진다. 그리고 50세 전후가 되면 당사자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도 변화를 알아챈다.


    여기서 잠깐 50대 지인 두 명을 소개하겠다. 직장인 A는 고향의 유명한 기업에서 일한다. 경영진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부장직까지 승진했고 사내에서도 나름대로 영향력 있는 인물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사소한 실수가 늘어 사내 평가가 떨어지고 있다.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또 다른 지인의 말에 따르면, 다음 인사이동에서 자회사로 발령이 날지도 모른다는 소문까지 돈다고 한다.


    A는 며칠 전에도 총무과 직원이 실수를 지적하자 크게 화를 냈다. 감정 기복이 심한 날들이 계속되자 부하 직원은 그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집에서도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일이 늘어 아내와 딸에게 외면당하고 그것 때문에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는 모양이다.


    한편 30대에 창업한 사업가 B씨는 작기는 해도 알찬 사업장을 꾸렸다. 10여 명의 직원을 이끄는 리더로서 여러 개 사업을 동시에 진행중이다. 외부의 신뢰도 두터워 최근에는 동종 업계 모임에서 강연을 하기도 했다. 여유 시간이 생기면 B는 책을 읽고 관심 있는 세미나에 참석해 새로운 지식을 얻는다. 나도 한 공부 모임에 갔다가 B를 처음 만났다. 가족 사이도 화목한지 SNS에는 아내, 딸과 휴일을 보낸 사진이 올라와 있다.


    A는 이른바 전형적인 중년 비만으로 어쩐지 의욕이 부족한 듯하고 실제 나이인 50세보다 더 나이 들어 보인다. 반면 B는 운동과 식사로 몸무게를 관리해서 혈색이 좋으며 실제 나이보다 젊고 다부져 보인다.


    A와 B가 이렇게까지 대조적인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A와 달리 B가 전전두엽을 중심으로 전반적인 뇌 기능과 작업 기억 능력이 약해지기 시작하는 30~40대에 평생 뇌를 쓸 수 있도록 단련했기 때문이다. 즉,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50세를 전후로 인생이 크게 달라진다.


    B는 예전부터 메모광이었다. 해야 할 일의 순서, 책을 읽고 감명받은 구절, 가족과의 감동적인 추억 등을 꼼꼼하게 메모하는 습관이 들어 있었다. 시간이 흘러 손으로 쓰는 메모장에서 스마트폰 메모장으로 도구만 바뀌었을 뿐이다. 게다가 B는 경영자로서 여러 사람 앞에서 이야기하고 SNS에 글을 올리는 등 아웃풋을 실천할 기회도 많았다.


    B는 머릿속에 입력한 정보를 메모장에 기록해서 의미 있는 내용을 장기 기억으로 보내고 그중에서 필요한 정보를 다시 출력했다. 물론 그는 자신에게 이러한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노화에 따른 전전두엽을 중심으로 한 뇌 기능과 작업 기억 능력의 저하를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한편 A는 암기력이 뛰어나서 젊었을 때부터 메모장이나 수첩 없이 스케줄을 관리하고 절차에 따라 일을 처리해왔다. 30대였을 때만 해도 A는 다른 입사 동기에 비해 일을 잘하는 편이었지만 40대에 들어서자 깜빡하는 일이 많아졌다. 하지만 습관은 좀처럼 쉽게 바뀌지 않으므로 이제까지 해온 대로 일을 처리했다.


    A는 일정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거래처와 미팅 날짜를 겹치게 잡고, 부하 직원에게 지시를 번복하고, 서류 처리도 밀리는 등 업무상의 자잘할 실수가 눈에 띄게 늘기 시작했다. 승진해서 회의할 때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정리하는 역할을 맡게 되면서 자신의 의견을 말할 기회도 확 줄었다. 그렇게 50대를 맞이한 A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회인으로서는 후퇴기에 접어들고 말았다.



    당신의 뇌는 지금 이 순간에도 늙고 있다

    뇌를 평생 쓸 수 없게 만드는 생활 습관

    식습관이 뇌 건강을 좌우한다

    평생 쓰는 뇌를 만들려면 작업 기억을 해방하는 두뇌 혼련, 건강한 몸을 만드는 생활 습관, 인적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한 외부 환경의 구축이 중요하다. 사실 뇌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도 뇌, 신체, 외부 환경이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노화에 따른 뇌 기능의 저하를 방치하고, 건강을 망가뜨리는 생활 습관을 바꾸지 않고, 외부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가면 백년 두뇌와 멀어진다.


    대표적으로 현재의 식생활만 점검해봐도 자신의 뇌가 ‘평생 쓸 수 있는 뇌’와 ‘평생 쓸 수 없는 뇌’ 중 어느 쪽으로 가까이 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물론 업무 하나를 마무리 짓고 주말 밤에 차가운 맥주와 고기를 배불리 먹는 날이 한 달에 한 번 정도라면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아침에는 편의점에서 산 삼각김밥이나 샌드위치, 점심에는 자장면 곱빼기, 저녁에는 맥주와 튀김을 배부를 때까지 먹는 식으로 끼니때마다 탄수화물로 배를 가득 채우는 식생활을 유지하고 있다면 주의해야 한다. 단순히 폭음이나 폭식만이 문제가 아니다. 이렇게 행동하는 것은 나도 모르게 그만큼 스트레스가 쌓였다는 의미다.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뇌도 멈춰버린다

    뇌는 몸을 움직일 때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다

    운동은 뇌를 평생 쓸 수 있도록 단련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이는 각종 연구 자료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미국 조지아 공과대학교에서 실시한 운동과 뇌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20분 정도 가벼운 유산소 운동을 하고 나면 3~4시간 동안 인지 능력, 집중력, 사고력이 높아진다고 한다. 운동으로 뇌 혈류가 개선되어 의욕과 학습 등에 관여하는 도파민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스트레칭이나 체조 같은 가벼운 운동, 걷거나 서서 하는 작업도 효과가 있다.


    까마득한 옛날부터 인간은 몸을 움직일 때 머리를 썼다. 수렵으로 먹고살던 시대에 인간은 동료와 함께 지혜를 발휘해 자신들보다 덩치가 큰 사냥감을 잡았다. 살아남기 위해 몸을 움직이고 머리를 쓰면서 뇌를 발달시켰다. 이것은 사냥을 하지 않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해당한다. 뇌 기능을 높이려면 몸을 움직여야 한다.


    하루에 15~30분씩 일주일에 3회 정도 걸으면 체형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 식생활과 운동을 결합한 건강법이라고 하면 다이어트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뇌를 평생 쓸 수 있도록 단련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다이어트는 필요 없다.


    예전에 진료실에서 환자에게 걷기 운동을 권했는데, ‘걸어도 몸무게는 줄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애초에 걷기 운동을 하는 목적은 체중 감량이 아니라 적당한 운동 습관을 기르기 위해서다.


    반대로 말하면 40대인데도 운동을 전혀 하지 않거나 최근 한 달 사이에 한 번도 유산소 운동을 하지 않은 사람은 평생 쓸 수 없는 뇌로 향하는 길에 서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러닝화와 러닝복을 갖춘 상태로 달리라고는 말하지 않겠다. 일을 마치고 돌아갈 때 한 정거장 전에 내려서 집까지 걷자. 점심 휴식 시간에 가까운 공원을 걷자. 휴일에는 운동을 즐기자.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꾸준히 몸을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백년 두뇌를 만드는 두뇌 정돈법

    치매를 치료하는 일기 쓰기의 힘

    일기를 쓰면서 기억을 정리하자

    나는 병원에 소속된 의사로 근무하다가 따로 병원을 개업해서 독립한 2000년부터 하루도 쉬지 않고 일기를 썼다. 한 권에 5년분을 기록할 수 있는 5년 일기장을 지금 네 권째 쓰고 있다. 하루에 쓰는 일기의 분량은 다섯 줄 정도인데, 그것만으로도 편도핵은 자극을 받으므로 실제로 기억력이 좋아졌다는 느낌이 든다.


    일기 쓰기는 치매 치료 요법 중 하나인 ‘회상 요법’과도 비슷해서 기억을 정리하고 행동을 변화시키는 데 큰 효과를 발휘한다. 일기 쓰기의 주요 효과는 다음 네 가지다.


    1.하루를 되돌아보면 뇌의 작동 원리를 깨달을 수 있다

    자기 전 하루를 되돌아보면 의외로 잘 생각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난 시점으로 기억을 되돌려보자. 출근해서 일하고 사람을 만나고 장소를 이동해서 무엇을 했는지 등 시간 순서를 따라가면 신기하게도 기억이 하나하나 떠오른다.


    이러한 현상은 뇌의 작동 원리를 잘 보여준다. 사람은 매일 작업 기억을 이용해서 정보를 처리한다. 매일 입력되는 대량의 정보를 처리해 필요한 때에 끄집어내는 일상을 반복한다.


    정보가 넘쳐흐르는 현대 사회에서는 누구나 정보 과잉 상태에 빠져 허덕이는 나날을 보낸다. 이때 일기를 쓰면 머릿속을 정리할 수 있다. 하루를 되돌아보면서 받아들인 정보를 정리하고 때로는 어떤 정보를 기억할 것인지 취사선택하자. 일기 쓰기는 정보를 효율적으로 정리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2.정보를 아웃풋하면 기억력이 좋아진다

    정보를 머릿속에 입력하기만 하면 사람의 뇌는 점점 정보를 잊는다. 그러나 출력을 병행하면 단기 기억이 장기 기억으로 이동해 안정적으로 정착한다.


    일기를 쓸 때의 상황을 그려보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떠올리고 머릿속을 정리하고 다시 떠올리는 작업을 반복한다. 일기 쓰기라는 아웃풋 행위에는 정보를 반복한다는 의미도 들어 있다. 결과적으로 머릿속 여기저기에 기억의 갈고리가 생겨나 기억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3.감정이 더해지면 편도핵이 자극받는다

    일기를 쓰다보면 그날 느낀 감정도 함께 떠오른다. 즉, 기억에 다시 한 번 감정이 더해진다. 과거에 있었던 일을 떠올릴 때도 즐겁다. 슬프다, 괴롭다 등 감정이 추가된 경험을 훨씬 더 잘 기억해낼 수 있다. 감정에 관여하는 편도핵이 자극을 받아 해당 경험이 더 잘 기억되기 때문이다.


    4. 5년 일기장에 기록을 남기면 행동 패턴을 알 수 있다

    사람을 1년 단위로 살펴보면 신기하게도 매년 같은 시기에 비슷한 일을 하고 비슷한 감정 변화를 겪는다. 몸 상태의 변화뿐 아니라 말과 행동도 마찬가지로 특정한 주기를 반복한다. 1년 전, 2년 전, 3년 전 내일 날짜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되돌아보면 자신이 실수를 잘 저지르거나 반대로 집중력을 발휘해 일을 잘 처리하는 시기, 시간, 요일이 언제인지를 알아낼 수 있다.


    이러한 발견을 바탕으로 일정을 짠다면 실수를 피하면서 효율적으로 지적 생산을 해낼 수 있다. 매일 방대한 정보의 소용돌이 속에 사는 사람일수록 일기를 쓰면 회상 요법의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다. 두뇌훈련의 일환이라 여기고 꾸준히 일기 쓰는 습관을 들인다면 반드시 도움이 될 것이다.



    백년 두뇌를 만드는 몸 관리법

    유산소 운동은 뇌에 좋다

    적절한 유산소 운동이 뇌 기능을 강화한다

    많은 사람이 경험을 통해 알고 있듯이 운동과 심리 상태는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 최신 뇌 과학 연구에서는 달리기 같은 유산소 운동을 하면 단순히 기분이 상쾌해질 뿐 아니라 뇌 기능도 향상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외에도 운동이 뇌 기능이 미치는 영향에 관한 단순한 사례는 다수 보고되었다.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캐롤 브래인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알츠하이머 환자의 22퍼센트는 운동 부족 상태이며 유산소 운동을 하루 20~30분 동안 일주일에 3회만 해도 증세가 호전된다고 한다.


    미국 일리노이주의 고등학교에서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가볍게 운동하는 시간을 마련한 사례도 살펴보자. 비만 학생이 급증하자 이를 염려한 학교 측에서 시작한 시도였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달리기와 실내용 자전거뿐만 아니라 댄스, 게임 등 각각의 신체 능력에 맞는 운동을 하게 했다.


    아니나 다를까 꾸준히 운동하자 효과가 나타났다. 미국의 평균 비만율이 30퍼센트인 것에 비해 이 학교의 비만 학생 비율은 3퍼센트라는 결과가 나왔고 결국 시작 당시의 목표를 달성해냈다.


    그런데 신체적 측면의 성과 이상으로 이들을 놀라게 한 것은 급격히 오른 학생들의 학업 성적이었다. 이듬해 미국의 전교 모의고사에서 이 학교 학생들은 눈에 띄게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다. 이 역시 수업 시작 전에 실시한 운동 때문이었다. 수업에 들어가기 전에 유산소 운동을 하자 뇌가 자극을 받아 학습 효과가 올라간 것이다.


    몸과 머리를 함께 써야 뇌가 건강해진다

    몸과 머리를 함께 쓰는 듀얼 태스킹 트레이닝

    듀얼 태스킹 트레이닝이란 운동을 하면서 효과적으로 작업 기억을 강화하는 훈련을 말하는데, 의료 현장에서 치매와 경도인지장애를 치료하는 목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이때 듀얼 태스킹은 두 가지 작업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러닝머신이나 발판 오르내리기를 하면서 100에서 7을 빼는 순차적 빼기 연습을 한다든가, 2~3명이 함께 걸으면서 끝말잇기를 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핵심은 유산소 운동과 작업 기억을 자극하는 뇌 운동을 결합하는 것이다.


    고령자를 대상으로 듀얼 태스킹 트레이닝을 지도할 때는 의자에 가볍게 걸터앉아 제자리걸음을 걸으면서, 우리나라 지명을 최대한 많이 말하거나 ‘가’로 시작하는 단어를 말하는 것처럼 간단한 퀴즈를 함께 푸는 ‘제자리걸음 퀴즈’를 주로 활용한다. 제자리걸음이라는 유산소 운동과 기억을 되살리는 인지 과제를 동시에 수행하는 것이다.


    일본 국립장수연구센터에서는 경도인지장애 증세를 보이는 연구 대상자 100명을 ‘몸과 머리를 동시에 쓰는 그룹 A’와 ‘건강 강좌만 듣는 그룹 B’로 나눠서 반년 동안 경과를 관찰했다. 반년 후 그룹 A는 뇌 위축이 진행되지 않고 기억력이 개선되었다.


    운동을 하면서 동시에 인지 기능을 자극하면 한 가지만 작업할 때보다 전전두엽이 더욱 활성화된다. 즉, 듀얼 태스킹 트레이닝을 하면서 계속해서 뇌에 자극을 주면 전전두엽의 기능과 작업 기억 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가 일어나는 이유는 전전두엽을 포함한 전두엽의 혈류량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근육은 심장에서 보낸 혈액을 다시 되돌려 보내는 펌프 역할을 맡고 있다. 제자리 걷기, 빨리 걷기, 달리기 등 운동을 하면서 근육을 움직이면 펌프질이 시작된다. 특히 종아리와 넓적다리에는 근육량이 많아서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 운동으로 혈류가 개선되면 뇌에 산소가 풍부한 혈액이 공급되므로 전전두엽을 포함한 전두엽이 활성화된다.


    일상에도 듀얼 태스킹 트레이닝을 도입할 수 있다. 이때도 역시 몸을 움직이면서 동시에 머리를 써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출근길에 걸어가면서 오늘 할 일을 되짚어보거나 퇴근길에 오늘 한 일을 되돌아보는 것도 듀얼 태스킹이다. 이를 실천하면 작업 기억 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


    뇌를 평생 쓸 수 있도록 일상 속에서 운동 과제와 인지 과제를 결합한 듀얼 태스킹 트레이닝을 시도해보자.



    백년 두뇌를 유지하는 환경 만들기

    인간관계가 뇌를 자극한다

    나는 현재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를 갖추었을까?

    뇌를 평생 쓸 수 있도록 단련한 사람들의 또 다른 특징은 편도핵을 자극하는 인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치매 환자의 뇌는 해마와 편도핵이 위축된 모습을 보인다. 이처럼 편도핵은 치매 예방의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 치매에 걸리면 사고 활동이 줄고 감정 기복이 약해지면서 서서히 뇌 기능 전체가 저하하고 급기야는 기능을 상실한다. 이러한 사태를 막으려면 끊임없이 뇌를 자극해야 한다.


    편도핵은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자극받는 정도에 큰 차이가 난다. 즉, 편도핵에 가해지는 자극은 어떠한 외부 환경을 갖추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좋다거나 싫다, 유쾌하거나 불쾌하다와 같은 감정이 분명할수록 편도핵은 쉽게 자극받는다.


    편도핵은 원래 눈앞에 있는 사람이 적군인지 아군인지, 상대와 조우한 상황이 자신에게 위험한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센서로 발달해 왔다. 수렵 생활을 하던 시기에 정체 모를 숲속 생물과 만났을 때 느긋하게 상황을 판단하다가는 공격당하기 십상이었다. 이럴 때 편도핵은 과거에 비추어 순간적으로 달아날지 쓰러트릴지 명령을 내려왔다.


    하지만 목숨을 위협할 만한 상황이 줄어든 오늘날 편도핵은 오로지 감정 반응을 제어하는 역할만을 맡고 있다. 예를 들어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첫인상이 ‘어쩐지 좋다’거나 ‘왠지 모르게 싫다’는 감정은 순간적으로 결정된다. 편도핵과 작업 기억은 이러한 의사결정에도 관여한다.


    누군가의 얼굴, 태도, 목소리 등에 편도핵이 긍정적으로 반응하면 어쩐지 상대방이 좋다고 느낀다. 편도핵의 반응을 전달받은 작업 기억은 대뇌피질에서 과거에 알고 지내던 사람이 저장된 장기 기억과 대조해 눈앞에 있는 사람을 분석한다. 그렇게 해서 ‘어쩐지 좋은 사람 같다’는 첫인상이 결정된다.


    이처럼 끊임없이 편도핵을 자극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백년 두뇌를 유지할 수 있다. 자신이 편도핵을 자극하는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를 갖추었는지 알고 싶다면 다음 세 가지를 체크해보자.


    1.함께하자는 권유를 받으면 거절하지 않는다.

    2.자신보다 나이 많은 친구가 있다.

    3.자신보다 나이 어린 친구가 있다.


    나이를 먹으면 인간관계는 좁아지기 마련이다. 일을 통해 만난 동료, 학창시절부터 오래 알고 지낸 친구, 친구의 친구 등 편하게 만날 수는 있지만 새로운 자극이 적은 닫힌 네트워크 안에서 교류하지는 않는가?


    이러한 벽을 의식적으로 뛰어넘어야 한다. 누군가 함께하자고 권유하면 거절하지 말고 가벼운 마음으로 새로운 사람과 인사할 수 있는 자리로 나가보자. 특히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친구는 새로운 가치관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인적 네트워크의 입구다. 인생의 선배나 활력 넘치는 후배, 때로는 아들이나 딸의 친구라도 상관없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상대방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떻게 생각할지를 상상하며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편도핵은 큰 자극을 받는다. 동시에 작업 기억도 풀가동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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