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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인간인 이유
저   자 : 마티 조프슨(역:제효영)
출판사 : 쌤앤파커스
출판일 : 2021년 06월

  • 당신이 인간인 이유


    우리는 누구일까?

    ‘호모 사피엔스’라는 이름

    나는 ‘호모 사피엔스’라는 생물 종에 속한다. 이 점에 관해서는 큰 의견 차이가 없기를 바란다. 내 생각에는 여러분도 ‘호모 사피엔스’의 일원이다. 그렇다면 호모 사피엔스라는 것은 정확히 무슨 뜻일까?


    과학에서 ‘호모’ 와 ‘사피엔스’라는 두 단어는 여러 동물, 새, 파충류, 식물이 어떤 종류인지를 정하기 위해 마련된 생물학적 분류 체계의 마지막 분류 항목이다. 이 체계는 1735년 18세기의 위대한 과학자 중 한 사람인 스웨덴의 동식물 연구가 칼린네(Carl von Linne)가 개발했다. 이 분류 체계는 생물의 계를 구분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린네의 분류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해서 수정을 반복하고 있다. 초기인 1735년에는 생물계가 동물과 식물 딱 2가지 계로만 분류되었다. 이후 계의 분류는 늘어났다가 축소되길 거듭했고, 현재는 7가지 계로 나뉜다.


    우선 크기가 아주 작은 생물을 세균계와 고세균계로까지 나누는데, 특히 독특한 특징이 있는 원시적 형태의 세균은 고세균계에 속한다. 또한 식물은 현재 2가지 계로 나뉜다. 하나는 조류와 해조류가 속한 유색조식물계이고, 다른 하나는 나무, 풀 같은 식물이 속한 식물계다. 마지막 7번째 계가 바로 우리가 속한 동물계다.


    생물은 계로 나뉜 다음 다시 문, 강, 목, 과로 세분되고 이어 속, 종까지 분류된다. 예를 들어 인간은 동물계 중에서도 척추와 척수를 가진 동물로 구성된 척삭동물문, 포유강에 속한다. 이어 명칭에 명확한 의미가 담겨 있는 영장목으로 분류된다. 그 아래 단계인 사람과에 우리와 함께 등재된(?) 생물은 오랑우탄, 고릴라, 침팬지, 난쟁이 침팬지가 있다. 마지막으로 속과 종은 각각 사람속(Homo), 사람(sapiens)이다. 우리가 속한 사람속은 딱 한 가지 종으로만 구성되는데, 그게 바로 인간이다. 린네가 제시한 종의 구분에 함축된 주요 개념은, 생물 종은 고정되고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다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이 등장했다. 다윈은 진화에 관한 생각을 밝혔는데, 그 역시 종의 특징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러워했다. 이후 종의 기준은 같은 종에 속하며 고유한 성별을 가진 두 개체 사이에서 번식이 이루어져 자손을 만들 수 있어야 하며, 이렇게 탄생한 자손도 번식을 통해 계속해서 종이 이어져야 한다는 사실이 반영되었다.


    하지만 다윈 자신도 이 기준에는 문제가 있다고 보았다. 다윈의 이론에 따르면 생물 종은 방대한 시간에 걸쳐 진화하고, 그 결과 새로운 종이 생겨난다. 그리고 생물의 진화 과정이 진행 중일 때는 갈라져 나온 종(원래 속했던 종)과 진화를 겪는 종이 굉장히 흡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그렇다면 어느 지점에서 별개의 종으로 나뉘는가의 문제가 남게 된다.


    생물학이 발전할수록 종의 의미는 더욱 미묘해진다. 각 생물 종이 서로 구분되는 존재라는 생각은 그저 생물을 깔끔하게 분류하고 싶은 인간의 욕구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도 점차 명확해지고 있다. 린네는 식물학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체계를 개발했고, 우리는 린네의 사고 패턴에 지금까지 쭉 붙들려 있었다.


    누군가는 인간은 사람속을 구성하는 ‘유일한 종’이니 이런 문제는 전부 거대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다른 생물에나 적용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사람속의 유일한 종은 사람(sapiens)이다. 하지만 항상 그래왔던 것은 아니다.


    계속 진화하는 인간

    현대인은 이제 더 이상 자연선택의 과정을 거쳐 진화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이 주장에 따르면, 인간은 호모 사피엔스를 탄생시킨 토대이자 모든 생물학적 복잡성과 다양성의 원천이 되는 과정에서 벗어났다. 즉 생물학적으로 고정된 진화로부터 풀려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밝혀진 사실은 인간의 진화속도는 결코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진화에는 2가지 부분이 있고 다윈이 남긴 중요한 책 <종의 기원>의 원제는 이 2가지를 모두 표현하는 ‘자연선택을 통한 종의 기원’이었다.


    진화의 첫 번째 단계는 책 제목과 같은 ‘종의 기원’이다. 간단히 진화와 동의어라 할 수 있는 이 단계는, 하나의 생물 종에서 다른 종이 생겨나는 과정이다. 그리고 진화가 일어나기 위한 전제조건은 개체군 내에 다양한 변화가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일어나려면 같은 세대에 속한 개체 간에 차이점이 충분해야 한다. 우리가 부모님과 완전히 똑같이 생기지 않았고, 부모님 두 분의 특징이 정확한 비율로 혼합되어 나타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떠올리면 쉬울 것이다.


    다윈이 밝힌 진화의 2번째 부분은 바로 자연선택이다. 자연선택은 진화가 일어나는 과정이다. 자연선택의 중심에는 자신이 가진 다양한 특성 중 자신에게 선택적 이점이 된 부분을 물려줄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쉽게 말하자면 무작위 변이를 통해 다른 인류와 차별화된 아주 멋지고 유리한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자식을 낳지 않는다면 그 돌연변이를 후대에 전할 방법이 없고, 진화는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간은 여전히 자연선택으로 진화가 이루어지는 존재다. 개인마다 제각기 다른 특징이 있고, 환경은 우리에게 여전히 외압을 가한다. 종합해보자면 개체 간의 차이점과 자연선택의 압력은 변화의 동력이 된다. 그렇다고 호모 사피엔스가 조만간 새로운 생물 종으로 갑자기 진화할 거라는 뜻은 아니다. 또 인간의 진화는 아주 느리게 진행된다. 최소한 한 사람의 일생만큼 시간이 소요된다.


    현대 인류의 진화를 확인할 수 있는 몇 가지 사소하지만 명확한 예시가 있다. 그중 하나가 젖이다. 어린 포유동물에게 최상의 먹이인 젖에는 성장기의 인체에게 필요한 모든 성분과 필수 단백질, 지방을 만드는 기초단위가 들어 있다. 칼슘, 비타민B와 같은 필수 무기질과 비타민도 포함되어 있다. 게다가 젖은 당의 형태로 에너지를 공급한다. 다 자라서 성체가 된 포유동물(전 세계 성인 인구의 약 2/3를 포함하여)은 대부분 젖을 소화하지 못한다.


    젖당은 이당류에 해당한다. 이당류는 단당류에 속하는 크기가 더 작은 당 2개가 붙어 있는 형태라는 의미다. 젖당의 경우 포도당과 갈락토스가 결합하여 생성되고 설탕(자당)은 포도당과 과당이 결합하여 생성된다. 젖당을 소화하려면 이렇게 결합된 단위를 다시 포도당과 갈락토스로 반으로 쪼갤 수 있어야 한다. 다행히도 어린 포유동물은 젖당분해효소라는 효소를 만들 수 있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세상에 처음 태어나면서부터 이 유전자가 활성화되므로 젖을 구성하는 당류를 문제없이 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경우 젖을 떼고 더 이상 젖을 먹지 않으면, 즉 이 효소가 필요가 없어지면 효소 생산이 중단되도록 진화했다. 그래서 전 세계 성인 2/3가 우유를 마시면 불쾌한 증상을 경험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머지 1/3은 이러한 유당불내증 문제를 겪지 않는다(나도 마찬가지다). 나와 같은 사람은 ‘젖당분해효소의 지속성’이 나타난 것이다.


    젖을 소화하는 기능을 획득하는 것은 현재 진행 중인 진화를 보여주는 상당히 간단한 사례다. 관련된 유전자도 한 종류라 젖산분해효소의 지속성 여부만 검사해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특성이 간단하다고 해서 오해하면 안 된다. 여기에는 인류 전체에 적용될 심오한 의미가 담겨 있다. 인간의 정밀한 문화가 인간을 다른 동물과 다른 존재로 만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믿음이 얼마나 굳건한지와 관계없이 자연선택은 모든 요소를 뚫고 영향력을 발휘한다. 우리는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불편한 생물학적 진실들

    여러 가지 피부색이 등장한 이유

    21세기임에도 여전히 피부색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피부색은 현대 문화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임에 틀림없다. 피부색에 관한 연구에서 ‘왜’라는 질문의 답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언제’(다양해졌는가)에 대한 답은 비교적 명확하게 밝혀졌다.


    피부색이 생긴 시점을 밝히기 위한 연구는 고대인의 DNA를 추출하고 분석할 수 있게 된 이후에야 가능해졌다. 당연히 피부나 머리카락은 화석 형태로 조금도 남아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멜라닌이 바로 갈색과 검은색 색소다.


    멜라닌은 피부 가장 바깥층인 표피 바로 아래 멜라닌형성세포에서 만들어진다. 짙은 계열의 멜라닌 색소는 멜라닌형성세포는 물론, 주변 세포들에도 같은 방식으로 확산된다. 그렇게 피부색은 멜라닌형성세포가 만들어내는 멜라닌의 양에 좌우되고, 멜라닌 생성량은 멜라닌형성세포자극 호르몬수용체(MSHR)가 결정한다. 피부색이 짙은 사람과 옅은 사람이 존재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차이 때문이다.


    이 사실이 밝혀진 후, 유전학자들은 고대인의 DNA에서 바로 MSHR 유전자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주 오래된 인간 화석에 남아 있던 유전체를 조사한 결과, 모두 MSHR 유전자를 가졌으며 짙은 피부색을 보였을 가능성이 컸다. 유전학자들이 추적한 인간 진화의 역사에 따르면, 지금으로부터 최소 120만 년 전(사람종이 아직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에 짙은 색의 피부가 처음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몸을 덮은 털도 상당 부분 사라진 것으로 추정되었다. 그러므로 호모 사피엔스가 하나의 생물 종으로 처음 나타났을 때, 호모 사피엔스의 피부는 짙은 색이었을 것이다. 옅은 색 또한 하얀 피부는 진화를 거쳐 나중에야 등장했으며, 이러한 변화는 각기 다른 지역에서 2차례에 걸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반대로 밝은색 피부 변화의 이유는 또 다른 비타민이자 인체성장에 엽산만큼이나 중요한 비타민D에서 찾을 수 있다. 비타민D가 부족하면 음식으로 섭취하는 무기질 중 칼슘이 제대로 흡수되지 않아서 어린아이들에게 구루병과 같이 뼈가 물러지는 질병이 발생한다. 또한 면역계의 조절 기능에 문제가 발생하여 자가면역질환을 일으키고 감염에 취약해진다. 음식 중 생선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필요한 비타민D의 주된 원천은 햇빛, 즉 자외선이다.


    결과적으로 약 4만 년 전, 짙은 피부색의 호모 사피엔스가 처음 발을 디딘 북유럽은 구름이 잔뜩 낀 하늘과 어둑한 겨울철이었을 것이다. 그로 인해 자외선에 노출되는 시간이 줄고 그만큼 체내 비타민D의 생성량도 감소했다. 그렇게 인류는 비타민D 결핍으로 고통받다가, 2만~3만 년이 흐르며 멜라닌 생산이 중단되는 돌연변이가 일어났다(추정). 아프리카에서는 내리쬐는 자외선이 인체의 보배 엽산을 파괴할 위험을 주므로 이러한 변화가 반가울 리 없겠지만, 날씨가 흐린 북유럽에서는 자외선에 노출될 일이 적었으므로 이런 변화가 문제되지 않았다. 오히려 피부 내부로 침투하는 자외선의 양이 많아지면서 비타민D 생산량이 증가했으니 유리한 변화였다.


    캘리포니아대 연구진들은 짙은 피부색을 진화시킨 가장 큰 원동력은 ‘물’이라고 주장한다. 선행 인류가 숲에서 나와 몸의 털이 사라지고 땀을 흘리기 시작한 것이 피부색 변화를 일으킨 원인이라고 보는 것이다.


    인류는 왜 짙은 피부색을 갖게 되었고, 유럽과 동아시아인의 피부에서는 왜 멜라닌이 그토록 많이 사라졌을까? 딱 한 가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원인이 너무 복잡하다는 것이다. 비타민D와 엽산 가설의 경우 엽산에 관한 부분이 불확실한 측면이 있다. 과학자들은 멜라닌을 이용한 수분 절약 기능이 피부색에 영향을 주었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아직 정답은 없다. 멜라닌이 자외선을 흡수하는 방식과도 관련이 있다는 것까지는 알지만, 정확한 기전은 파악되지 않았다.


    가장 최근에는 이 2가지 이론을 하나로 엮어, 2가지가 어느 정도 동시에 일어났다는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연구가 진행 중이다. 생물학은 본질적으로 엉망진창에, 복잡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진짜 2가지가 함께 일어났을 수도 있고, 훨씬 더 복잡한 과정이 숨어 있을 수도 있다.



    인간만이 가진 특이성

    치매와 치아

    현재 알츠하이머병은 모든 치매 환자 중 약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2015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알츠하이머병으로 사망한 인구는 4,700만 명이었다. 사망원인으로는 5위를 차지했다. 알츠하이머병은 비교적 최근에 발견된 병이지만, 이런 병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100년이 넘었다. 그러므로 아직도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것은 다소 놀라운 일이다.


    이 병의 존재가 알려진 초기에는 알츠하이머병으로 사망한 환자의 뇌에서 발견된 것이 이 병에 관한 지식의 전부였다. 환자의 뇌 조직은 수축되어 있었고, 플라크와 ‘엉킨 조직(tangles)’으로 알려진 독특한 구조가 가득했다. 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뇌 조직에 플라크가 얼룩덜룩하게 나타나고 뇌세포는 엉킨 조직으로 인해 울퉁불퉁하거나 주름이 진 형태였다.


    이후 1984년에 대대적인 돌파구가 생겼다.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이 플라크를 구성하는 물질을 분리해서 그 정체를 밝힌 것이다. 범인으로 밝혀진 단백질에는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 단백질이 발견되고 몇 년 지나지 않아 베타 아밀로이드가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이라는 가설이 등장했다.


    이후 알츠하이머병은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흔한 질병이 되었고, 학계는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약이 필요하다는 압박감 속에서 이 가설을 토대로 치료 방법을 찾아 나섰다. 각국 정부와 제약업계는 알츠하이머병 치료법을 찾기 위해 엄청난 돈을 투자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나온 성과는 매우 실망스럽다. 현재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도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이 얻는 효과는 매우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1998년부터 2014년까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시험이 진행된 약만 124종이다. 이 가운데 모든 단계를 통과해서 시중에 판매된 약은 하나도 없다.


    알츠하이머병을 역학적으로 연구하던 생물학자들은 2011년, 치아의 수가 적은 사람일수록 이 병에 걸릴 가능성이 확연히 높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좀 더 깊이 연구한 결과 알츠하이머병은 사람의 입속에 서식하는 포르피로모나스 진지발리스(Porphyromonas gingivalis)라는 균에 의한 잇몸질환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세균은 그대로 방치하면 치아와 잇몸 사이 표면에서 증식하여 뼈 손실을 일으키고 결국 치아를 잃게 된다.


    잇몸질환을 치료하는 방법은 상당히 간단하고 치과인사들이 늘 권고하는 이야기에 모두 포함되어 있다. 양치질을 꼼꼼하게 하고, 치실이나 치간 칫솔을 사용하고, 끼니 사이에 당분이 든 음료를 마시지 말고, 구강 위생을 잘 유지하면 된다. 물론 실천에 옮기기는 쉽지 않지만 말이다.


    유전적인 요인도 알츠하이머병의 취약성에 큰 영향을 주는데, 현재는 세균 가설과 유전적인 요인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가장 중요한 유전자는 아포 지단백EApolipoporotein E, ApoE)을 만드는 유전자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세균이 뇌로 들어간다면 그곳에서 병을 어떻게 일으키는지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뇌까지 어떻게 이동하는지도 밝혀내야 하지만, 병을 유발하는 명확한 기전이 없다면 코프의 가설이 모두 충족되더라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지식은 없다. 현재까지는 잇몸질환을 일으키는 세균이 뇌에 유입되면 방어 기전이 활성화되고, 이 균을 없애기 위해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형성되는 것이 퍼즐의 마지막 조각일 수 있다고 여겨진다. 유전학적으로 취약한 사람은 이러한 방어 기전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세균과 뇌세포가 함께 파괴될 수도 있다.



    사람을 속이는 법

    거짓말의 기술

    지구 전체를 구석구석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에게 거짓말쟁이를 어떻게 알아보느냐고 물어보면 공통적으로 돌아오는 대답이 있다. 거짓말의 확실한 징후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제시하는 것은 바로 눈을 마주치지 않는 것, 그리고 몸을 자꾸 꼼지락대는 것이다. 여기에 자신은 거짓말 실력은 형편없지만 거짓말쟁이는 기가 막히게 찾아낸다는 확신도 덧붙인다. 이런 생각이 이토록 만연하다는 것도 놀랍지만, 더 놀라운 건 실제 사실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거짓말 포착기술을 특별히 훈련받은 경우가 아닌 이상, 거짓을 감지하는 능력은 대부분 비슷하다. 누군가 거짓말을 하는지 진실을 말하는지 정확히 맞힐 확률은 겨우 50%에 불과하다. 동전을 던져서 원하는 쪽이 나올 확률과 같은 수준이다. 마찬가지로, 상대를 감쪽같이 속이고 거짓말을 하는 능력도 대부분 그 정도 수준에 그친다.


    우리가 아는 거짓말 탐지기는 1939년에 캘리포니아에 살던 레오나르드 킬러(Leonarde Keeler)라는 사람이 미국의 정보보안 기관인 FBI에 판매한 발명품이다. 이 거짓말 탐지기는 범죄부터 취업 면접까지 다양한 상황에서 거짓말을 포착하려는 목적으로 세계적으로 활용됐다. 그러나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과학적인 거짓말 탐지기술을 연구해온 수많은 사람이 이 기계는 효과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확도는 기계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거짓말을 알아채는 인간의 능력보다 아주 약간 더 나은 수준으로 밝혀졌다. 즉 아무런 도움을 받지 않아도 거짓말인지 알아낼 확률은 50% 정도인데, 이 기계의 정확도는 60%였다.


    거짓말 탐지기의 문제점은 1878년에 나온, 거짓말을 하면 정서적으로 혼란이 일어난다는 베누시의 주장이 전제되었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진실을 이야기할 때도 정서적인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 하물며 불이 번쩍이는 시커먼 상자에서 나온 전선달린 전극에 몸에 붙이고, 지금 거짓말을 하는지 진실을 말하는지 검사한다는 사실을 훤히 다 아는 채로 검사를 받으면, 진실을 말해도 거짓말한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다. 불안감만으로도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땀이 나고 호흡이 빨라져서 거짓 양성 판정이 내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나온 모든 근거를 종합할 때, 평균적으로 우리의 거짓말 탐지능력은 아주 형편없다. 거짓말 탐지기의 도움을 얻어봐도 그냥 무작위로 거짓말쟁이를 찾을 때보다 정확성이 약간 더 높아질 뿐이다.


    하지만 거짓말하는 사람을 찾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말하는 사람의 모습이 아닌 말의 내용에 집중하라. 가능하면 물리적인 존재 자체를 완전히 지우고, 그 사람이 하는 말만 글로 남겨보라. 이렇게 하면 다른 여러 틀린 신호에 현혹되지 않고 말 자체에만 초점을 맞출 수 있다. 그보다 확실한 방법은 질문을 잘 던지는 것이다. 거짓말보다 진실을 말하는 것이 더 쉽다는 사실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기술은, 사건이 일어난 과정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이야기해보도록 하는 것이다. 진실을 이야기하는 사람에게는 약간 헷갈리는 정도로 그치지만,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이야기하기가 훨씬 어렵고 따라서 실수가 나올 확률이 높다.


    거짓말을 하면 나타난다는 정서적인 동요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눈을 마주치지 못한다는 부분이 그렇다. 우리가 어떤 정보를 떠올릴 때 시선은 자연스럽게 먼 곳을 향한다. 상대방의 눈을 잠자코 가만히 쳐다보고 있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며, 어떤 사건의 세세한 부분을 집중해서 기억해내려면 보통 잠시 시선이 다른 곳을 향하게 된다.


    어떤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지 확인해보고 싶다면, 문제가 되는 사건을 자세히 이야기해달라고 하라. 최대한 많은 정보를 알려달라고 한 뒤 그 사람에게서 눈을 떼지 말고 살펴보라. 거짓말의 징후가 나타나는지 지켜보라는 뜻이 아니라, 그렇게 하면 상대방의 인지 부하가 커지기 때문이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잘 들어보고, 다른 건 다 신경 쓰지 말고 하는 말에 집중하라.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이야기에 틈이 생겨 안 맞는 이야기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거짓말을 그렇게 찾아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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